
26일 오후 3시 경주시 문무대왕면 복지회관 앞에 '동경주 원전·방폐장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한수원 부서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장성재 기자

26일 오후 3시 경주시 문무대왕면 복지회관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서 주낙영 경주시장이 한수원 부서 이전과 관련된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다. 장성재 기자

26일 오후 3시 경주시 문무대왕면 복지회관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서 한 주민이 한수원 부서 이전을 반대하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장성재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본사 일부 부서의 경주대학교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경주시가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자 나섰지만, 동경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6일 오후 3시 경주시 문무대왕면 복지회관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서는 한수원의 소통 방식과 일방적인 의사 결정에 대한 주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간담회에는 주낙영 경주시장이 직접 참석해 중재자를 자처했지만, 동경주 3개 읍면(감포·양남·양북) 이장협의회 대표들과 상당수 주민들이 간담회를 보이콧하며 불참했다. 현장에는 문무대왕면·감포읍·양남면 발전협의회 소속 대표들과 일부 주민들만 자리를 채웠다.
주 시장은 “시장으로서 한수원과 주민 간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 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한수원이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이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한수원이 추진했던 충북 오송 수출사업부 이전 시도를 언급하며, '수용성 없는 결정'의 반복이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문무대왕면 장항2리 주민 임모 씨는 “한수원이 본사 이전 이후 지역에 아무런 혜택도 없이 인구만 줄었다"며 “이번에도 500명이 근무하는 부서를 경주대로 옮기면 직원들이 주말마다 서울로 출퇴근하게 되고, 동경주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전협의회 관계자도 “한수원이 처음엔 본사 전체 이전을 언급했다가, 반발이 커지자 일부 이전으로 말을 바꿨다"며 “이런 태도로는 한수원과 지역사회 간 신뢰 회복은 어렵다"고 말했다.
경주시의회도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상도 시의원은 “시의회와 아무런 협의 없이 주민대표 몇 명만 참석한 간담회에서 일방적으로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며 “주민 수용성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어떤 형태의 이전에도 협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동열 의원 역시 “동경주 주민들은 한수원 본사 유치를 자부심으로 여겨왔는데, 일부 이전이 결국 전체 이전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경주 주민들은 '동경주 원전·방폐장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하고 있다. 비대위는 경주시청과 한수원 본사 앞에서 연쇄 시위와 집회를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장 장소 앞에는 “본사 직원 500명 유출 시 방폐물 500드럼 같이 가져가라", “시장님 본사 직원 유출은 안 됩니다, APEC에만 전념해 주세요"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내걸렸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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