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국곡리 마을에 한 주민이 산불에 전소된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경북 북동부지역을 초토화시킨 산불이 장장 149시간 만에 꺼졌지만 주민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당장 일터와 보금자리를 빼앗긴 이재민은 앞으로 생계를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화마가 지역 곳곳에 남긴 사상 최악의 피해 대부분은 결국 이재민과 지역민의 몫으로 남게 됐다. 산림뿐만 아니라 주민의 일상도 시꺼멓게 타 버렸다. 앞서 2022년 울진산불 당시 이재민이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가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산불도 1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5개 시·군 주민 3만4천816명이 지역별 대피소 118곳에 대피했다. 이들 가운데 3만1천43명은 집으로 되돌아갔거나 다른 거처를 마련했으나 3천773명은 여전히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다. 이재민은 지금도 체육관·경로당·마을회관 등에서 단체로 생활하며 불편을 겪고 있다. 더욱이 60대 이상 고령자가 많아 당국은 이들의 건강이 악화하는 경우가 없도록 각별히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민의 가장 큰 불편사항은 입을 옷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산불이 닥치기 전 겨우 몸만 탈출한 경우가 많아 신발과 옷가지 등이 태부족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다행히 지자체와 기업, 자원봉사자 등의 도움으로 이불·담요 등 침구류와 먹거리는 원활하게 지원되고 있다. 경북도는 이재민이 필요한 물품 등을 조사해 신속히 제공하고, 의료 서비스는 물론 심리상담도 강화하고 있다. 대피 도중에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PSD) 장애를 겪을 수 있어서다. 현재 3개 도립의료원 의사 27명과 의사회 소속 20명 등 모두 47명의 의사가 대피소에서 긴급 의료지원을 하고 있으며, 약사회 회원 15명도 봉사에 나서고 있다. 31일부터는 경북의사회 의사 100명이 추가로 투입된다.
경북도와 당국은 피해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 잔불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진화와 복구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경북도는 이날 중으로 잔불을 모두 제거하고, 31일부터는 '뒷불' 감시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불에 탄 집과 시설물 등은 현장 조사가 끝난 뒤 철거 등 수습에 들어간다. 경북도 관계자는 “일부 지역은 마을 전체가 완전히 불에 타 복구작업이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농장이나 과수원은 물론 송이·산나물 등 임산물 채취지역이 불에 타고 창고·공장도 피해를 입은 만큼 주민의 고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경북도는 이재민이 집을 복구하거나 새로 지을 때까지 '모듈형 주택'을 지원한다. 100동을 먼저 배치한 뒤 향후 1천500동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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