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안녕하세요

  • 신노우 수필가·시인·대구문인협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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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03  |  수정 2025-04-03 08:51  |  발행일 2025-04-03 제17면
[문화산책] 안녕하세요
신노우 (수필가·시인·대구문인협회 수석부회장)
"안녕하세요!"

새벽 운동길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한다. "네, 일찍 나오셨네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도 먼저 인사하고 나면 무언가 베푼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언제부턴가 생활 반경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하기 시작했다. 이사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고 습관적으로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몇 년째 인사를 거르지 않다 보니 이제 학생들은 먼저 인사한다. 하지만 성인들 대부분은 노인인 내가 먼저 인사하는 편이다. 하물며 답마저 하지 않고 쌩하게 가버리는 사람이 있다. 바쁜 삶에 쫓기어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각박한 세상인심이 안타깝다.

컴컴한 새벽 시간에 대구수목원 데크길을 늘 걷는다. 나보다 일찍 나선 젊은 여성이 다가온다. 어둠 속이라 긴장하지 말고 지나가라고 "안녕하세요!" 내가 있음을 알린다. 답례에 편한 마음이 느껴진다. 저만큼 노부부가 다붓하게 걸어간다. 뒤따르는 할머니들은 말로 요리를 다 만들며 걷는다. "안녕하세요, 오늘 메뉴는 뭐지요." 갑자기 웃음보가 침잠한 적막을 가른다.

한 할머니가 수목원 저편에 맨발로 걷는 길이 잘 만들어졌다고 칭찬한다. 다음날 항상 걷던 데크길을 첫사랑 배신하듯 버리고 맨발로 걷는 길로 갔다. 마로니에와 느티나무 숲속 터널 밑에 맨발로 걷는 길이 430m이다.

발은 신체의 2%를 차지하지만 98% 신체를 지탱한다. 심장에서 내려온 혈액을 다시 올려보내는 역할을 발이 하지 않는가. 민틋한 황톳길과 말캉말캉한 황톳길이 섞여 발 감촉이 좋다. 반대편에는 우여곡절을 겪는 우리네 삶처럼 잔자갈, 중간 자갈, 큰 자갈 그리고 모래로 구분 지어져 있다. 발바닥 자극에 빠져 걷는데 터덜터덜 한 사람이 온다. 반가움에 "안녕하세요!" 했지만 그냥 가버린다. 목소리가 작았나 싶어 다음날은 더 큰 소리로 인사했다. 역시 무시하듯 지나쳐버린다. 마음이 허우룩하다. 늘 같은 시간에 걷는 분에게 인사해도 대답 없이 가버리는 사람이 있어 머쓱했다고 하자, 그 사람은 말을 못 하니 손을 들어 인사하라고 덧붙인다. 다음날 손을 흔들며 "안녕하세요" 하자, 고개를 숙이며 정말 손을 흔들어 준다.

인사는 보상받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주고받는 인사가 밝은 사회에 한 발짝 다가가지 않을까. 특히 아침에 하는 인사는 하루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안녕하세요' 담백한 아침 인사 한마디로 서로의 마음을 열어 훔훔함으로 정 있는 세상이기를 기대해 본다.

신노우〈수필가·시인·대구문인협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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