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정신질환’ 범죄와 균형적 보도](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news-p.v1.20250409.f2624c915e054fbb92075b5dc361a39c_P1.jpg)
이동현기자〈사회1팀〉
최근 며칠새 기자는 '정신질환'을 앓던 이들이 벌인 각종 범죄 사건에 대한 재판 결과를 주목했다. 관련 기사는 모두 3건. 3월25일 '흉기 숨겨 법원 출입 시도한 20대 남성 집유'. 3월30일 '모친 남자친구에게 흉기 휘두른 20대 징역 1년 6개월', 4월2일 '환청 듣고 부모 살해하려한 30대 여성 항소심도 집유' 건이다. 하나같이 '흉기' 난동 사건이다. 피고인들에게 징역형 또는 징역형 집행유예가 각각 내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발신자는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운영하는 '정신건강모니터링단'. 지원단은 정신건강 관련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자원기구다. 모니터링단(정신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 구성원)은 지원단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발할 수 있는 언론보도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설치된 조직이다.
모니터링단에서 보내온 메일은 기자가 쓴 기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사건 기사라 하더라도 정신질환자 및 가족의 입장을 한 번 더 고려해, 보다 균형적인 보도를 해줄 것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정신 병력이 있는 이들이 벌인 '범죄' 자체는 잘못된 게 맞다. 하지만 이들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우려된다는 취지였다.
솔직히, 그간 기자는 정신질환 관련 범죄 행위에 대해 무조건 '면죄부'를 주는 게 옳지 않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편이었다. 우발적 범행이라 하더라도,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정한만큼 법의 잣대가 고무줄처럼 들쭉날쭉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정신질환자와 관련된 범죄기사 3건을 다시 정독했다. 나름 공익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기사를 다뤘는 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간과한 것은 단 한가지였다. 독자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독자들 중에는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사건 발생 요인으로 '정신질환' 네 글자를 명분 삼아, 이들에게 자칫 재활과 사회 복귀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올가미를 채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이를 계기로 정신질환 등 자극적 단어를 이용해 사회적 관심을 끄는 것보다, 사회적 범죄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길이 진정한 언론의 자세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범죄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범죄 목적과 특성은 별개의 문제다. 공익성에 부합하고 균형감 있는 보도를 하기 위해 밤낮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는 영남일보 전 구성원들의 노력에 나 스스로도 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자고 재다짐했다.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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