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번기 음주운전

  • 석현철
  • |
  • 입력 2025-04-21  |  수정 2025-04-21 07:08  |  발행일 2025-04-21 제22면
[취재수첩] 농번기 음주운전
석현철기자〈사회3팀〉
김유정 작가의 작품 '봄·봄' 중에는 "그해 봄에도 나는 일만 죽도록 하고, 장인어른은 술만 죽도록 마시고 있었다"란 구절이 있다. 이 문장은 단순하고 유쾌하게 느껴지지만 봄철 농사일의 고됨과 그 안에서 삶을 달래는 술 한 잔의 의미가 담겨 있다.

본격적인 참외 수확철을 맞이한 경북 성주군에서는 분주한 일손과 함께 활기를 띠며, 지역 경제에도 훈풍이 분다. 열기가 가득한 비닐 하우스 안에서의 고된 작업, 굵은 땀방울로 하루를 일군 농민은 허리를 펴며 묵직한 고단함을 잠시 내려 놓는다. 손에 쥔 투박한 막걸리 잔 하나, 논두렁에 앉아부는 바람 따라 목을 축이며 잠시라도 바쁜 농사일을 잊고 자연과 벗 삼은 한 잔에 위로를 담는다.

이 풍요의 시기에 농촌의 낭만 같은 한 잔의 반주가 우리는 간과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바로 농번기 음주운전이다.

최근 성주경찰서에 따르면, 참외 수확철이 시작된 이래 관내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 발생률이 예년 대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농작업 중간에 식사를 겸한 반주 문화가 여전히 잔존하고 있어, 식사 후 곧바로 차량을 몰고 이동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경찰은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자 주야간을 가리지 않는 스팟(spot)식 음주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처럼 고정된 시간과 장소가 아닌, 불특정 시간에 임의의 장소에서 불시에 단속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음주운전의 사전 억제 효과를 높이고,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데 효과적인 방식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단속 강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교통안전에 대한 지역사회 전체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일터에서의 반주는 오랜 농촌문화의 일부일 수 있으나, 그것이 운전이라는 행위로 연결되는 순간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로 바뀐다. 단순한 습관이 누군가의 가정을 파괴하는 비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교통안전은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참외밭에서 땀 흘리는 농민도, 도로 위를 지나는 운전자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지역사회도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단 한 잔의 술'이 '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다시금 되새길 때, 성주는 진정으로 안전한 농촌이 될 것이다.

올봄, 참외의 달콤함과 함께 우리 모두 교통안전이라는 쓴 약도 함께 삼켜야 할 때다.석현철기자〈사회3팀〉
기자 이미지

석현철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