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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욱 작가의 신간 '오퍼레이팅 시어터'는 의학을 다룬 영화 40여 편을 소개하고 각 작품들을 의학사적 맥락에서 살펴본다. <게티이미지뱅크> |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극한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1분 1초가 급박한 순간 외치는 대사 한마디가 사람들의 마음을 깊숙이 파고든다. 앞서 언급한 넷플릭스 의학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은 와요'의 명대사처럼 말이다.
이렇듯 의학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는 단순히 질병만을 다루지 않는다.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 의료진의 분투와 고충까지 담아내는 서사의 흐름 속에서 삶에 대한 깊은 울림을 준다. 이것이 '흥행불패의 장르'라 불리는 의학 드라마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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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욱 지음/사람in/372쪽/2만2천원 |
책은 네 가지 주제로 영화를 나누고, 그 속에 얽힌 의학적 지식과 고통, 질병과 치유의 서사를 의사의 시선으로 짚어낸다. 각 영화에서 특정 치료법이 선택된 이유와 작품 속 의료 환경을 강제하는 사회제도, 더 나아가 의학사적 맥락까지 함께 살펴본다.
1부에서는 뇌 질환과 정신병을 주제로 하는 영화를 다룬다. 파킨슨병에 걸린 첼리스트를 그린 '마지막 4중주'(2012) 등을 통해 당시 개발된 치료법을 설명한다. '셔터 아일랜드'(1990)처럼 정신병을 칼로 치료하려 했던 과거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2부 '의사라는 존재'에서는 다양한 서사를 가진 의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수년간 마을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졌지만 의사 면허증이 없는 가짜 의사를 다룬 '우리 의사 선생님'(2009), 나치에 동조했던 독일 의사의 역사를 다룬 '언피니시드'(2010) 등을 통해 의사의 역할과 윤리를 되묻는다.
3부 '제국주의와 전쟁'에서는 열강의 침탈과 전쟁, 감염병의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이들에 대해 풀어낸다. 전장의 의사를 그린 '야전병원'(1979)을 다루며 끔찍한 살상력 앞에 놓인 절망감을, '랜드 오브 마인'(2015)을 통해 진통제로 쓰였던 모르핀의 역사를 따라가며 마약의 진화 과정을 짚는다. 마지막 4부에서는 의학의 새로운 발견과 도전의 순간을 조명한다. 방사능의 역사를 되짚는 '마담 퀴리'(1943), 영장류 실험연구의 시각으로 바라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등이 그 예다.
저자 박지욱은 인간의 마음이 궁금해 의과대학에 입학했고, 마음의 근원인 신경을 탐구하려 신경과 전문의가 됐다. 20여 년간 의학과 예술, 인문학의 접점을 탐구하며 '의협신문' '청년의사' '사이언스타임즈'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써왔다. 저서로는 '메디컬 오디세이' '신화 속 의학 이야기' '역사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 '이름들의 인문학' 등이 있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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