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대통령 흑역사 끝날까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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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28  |  수정 2025-04-28 07:41  |  발행일 2025-04-28 제23면
[월요칼럼] 대통령 흑역사 끝날까
허석윤 논설위원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13명이다. 새삼 상기되는 가장 큰 공통점이 비극적인 말로(末路)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부정선거로 하야했고, 총으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는 부하의 총에 맞아 숨졌다. 또다시 군사 내란으로 정권을 거머쥔 전두환과 그의 후계자 노태우도 나란히 법의 심판을 받았다. 군사정권 시대가 끝나고 새롭게 시작된 민주정권에서도 대통령의 불행은 멈추지 않았다. 노무현은 퇴임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명박은 개인 비리로 5년 가까이 옥살이를 했다. '선거의 여왕'이었던 박근혜도 탄핵과 구속으로 '비운의 여왕'이 됐다. 심지어 이번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기까지 했다. 잠시 풀려나긴 했지만 재구속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토록 참담한 대통령 흑역사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예전에도 대통령 흑역사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한국의 고질적인 '대통령병(病)'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지금도 다를 게 없다. 대통령병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대통령 자리에 대한 과도한 환상과 집착 증세다. 절대권력을 향한 욕망에 눈이 먼 상태다. 상사병보다 더 지독하다. 더구나 민간인도 아닌 군인이 이런 병에 걸리면 민주주의가 대재앙을 맞는다. 과거 군사 쿠데타가 그러했다. 물론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극히 낮다. 그렇다고 대통령병 우려가 사라진 건 아니다. 일부 정치인들도 위험하다. 특히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 수장의 대통령병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이 윤 정부를 상대로 30번이나 탄핵한 건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알다시피 탄핵을 진두지휘하며 국정을 흔들어댄 건 이재명 전 대표다. 대통령병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다.

두 번째 종류의 대통령병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에 걸리기 쉬운 권력 중독증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한평생을 검사로 지낸 윤 전 대통령은 정계 입문 1년도 안돼 대통령이 됐다. 무속의 힘을 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상상조차 못했던 행운을 거머쥐었다. 졸지에 권력의 정점에 섰다. 그럴수록 몸을 낮춰야 하는 건 만고의 진리다. 하지만 그는 거의 반대로 했다. 절제와 타협의 미덕을 내팽개치고 독선·불통의 권위주의 정치로 일관했다. 급기야 자신의 권력을 과신해 누구도 예상 못한 비상계엄을 감행했다. 그가 내세운 계엄 이유에는 거짓과 진실이 뒤섞여 있다. 계엄의 진짜 트리거가 뭔지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다만 한 가지 목적은 분명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정적을 일거에 쓸어버리려 했다. 끝 없는 권력욕을 주체하지 못해 자폭한 셈이다.

이제는 대통령 흑역사를 끝낼 때도 됐다. 하지만 여전히 희망적이지 못하다. 되레 이번 대선이 우려를 더한다. 그 중심에는 수많은 범죄 혐의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이재명 후보가 있다. 만약 사법리스크까지 짊어진 그가 당선된다면 대통령병이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 이미 불길한 조짐이 보인다. 그는 정치권에서 빗발친 개헌 요구를 단박에 걷어찼다. 대통령이 된 후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뜻일 게다. 실제로 그가 국회에 이어 정부까지 장악한다면 언터처블의 무소불위 권력이 된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면 사이비 민주주의만 남는다. 물론 이 모든 게 기우일 수도 있다. 앞으로 남은 변수도 많다. 선택은 결국 국민 몫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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