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에 몰렸던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시한을 이틀 앞둔(미국 현지시간 기준) 31일(한국시간) 타결됐다. 전세계를 향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협박'으로 불리는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절망도 희망도 아닌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통보했던 25% 관세는 세간의 예측대로 15%로 낮춰졌다. 앞서 타결된 일본, EU(유럽연합)과 같은 수준이다. 한국은 이에 더해 3천500억 달러(487조3천억원)의 대미 투자와 별도의 1천억 달러 미국산 LNG 및 에너지 제품 구매란 조건이 붙었다. 민감한 요인이던 쌀·소고기를 비롯한 농산물 분야는 기초적 언급만 있어 핵심 논의에서 비켜났다. 최종협정은 2주내 백악관에서 있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정리될 것이다.
한국은 일단 선방한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의 국력과 경제력이 일본이나 유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은 대규모 무역적자를 유발하는 핵심 국가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는 660억 달러, 일본은 685억 달러로 비슷하다. 수천억 달러의 미국내 투자 또한 유동적인 수치이기도 하다. 실제 기업과 정부가 얼마를 투자하고, 대출과 보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스타일상 향후 어떤 돌발적 요구조건을 내걸지 예측불허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방위비 부담 인상이 대표적이다. 여기다 자동차 관세는 일본을 비롯한 경쟁국에 비해 과거와 달리 혜택이 없어져 버렸다. 종전까지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자동차 관세는 0% 였고, 일본은 2.5%였다. 한국협상단이 마지막까지 12.5%를 주장한 배경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50%는 요지부동이다. 세계는 지금 트럼프가 던진 '보호무역 관세전쟁'의 한 복판에 섰다. 무역전쟁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 전쟁은 새로운 틀속에 막 닻을 올렸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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