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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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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초보자가 알아야 할 세 가지...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는 게 목적, 경쟁자 많아도 입찰가 소신껏 써야
부동산경매에는 임의경매와 강제경매가 있다. 임의경매는 담보권의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로 저당권 등의 담보물권을 가진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채무금액을 변제기일까지 변제받지 못하는 경우 채권금액만큼을 변제받기 위해 담보 설정된 목적물을 매각해 변제금을 충당하도록 법원에 매각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강제경매는 채무자가 대여금 등을 변제기일까지 갚지 않는 경우 소송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채무자에게 채무금액이 있다는 판결을 받아 집행권원 등을 확보한 후 그 집행권원을 근거로 채무자의 부동산을 매각해 대여금을 갚도록 법원에 매각 신청하는 것을 의미한다.최근 부동산 경매가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경매 초보들을 위한 경매 공부모임방 등이 많이 개설돼 부동산 정보를 유익하게 제공해 주고 있다. 부동산 경매 초보자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목적을 정해야 한다. 시세차익이 목적이라면 대도시 위주로 살펴보고, 임대수익이 목적이라면 사회 초년생과 학생 등의 임차인이 몰리는 곳을 살펴야 한다. 경매 시장 열기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입찰가를 산정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입찰장에 많은 사람이 몰려있을 경우 긴장감이나 조바심으로 인해 생각했던 것보다 입찰금액을 높였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매는 매매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조사한 시세를 바탕으로 욕심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입주를 원하는 날짜보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입주계획을 마련한 뒤 경매에 뛰어드는 것도 중요하다. 경매의 핵심은 권리분석이다. 권리분석을 잘못하면 법률적 문제로 인해 손해가 생길 수 있다. 권리분석 시 등기부등본에서 소멸과 인수의 기준이 되는 말소기준권리를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말소기준권리는 (근)저당권, (가)압류, 경매개시결정 등이 있다. 등기부등본에서 해당 권리의 아래에 적힌 것은 소멸한다. 인수할 권리가 없으면 법률적 문제도 없다는 뜻이다. 만약 말소기준권리 위로 인수해야 할 권리가 존재하면 법률적 관계가 복잡해서 초보자라면 포기하는 게 낫다. 입찰 전 현장 답사도 필수다. 현장 답사를 할 때는 우선 매각물건명세서에 적힌 내용이 실제로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관리비 체납 여부, 주변 주택 시세, 해당 지역의 부동산 호·악재 등도 따져봐야 한다. 자금 조달 계획도 꼼꼼히 세워야 한다. 낙찰자로 선정되면 약 한 달 내에 잔금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출을 구하지 못해 잔금 납부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경매는 일반적으로 경락잔금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 역시 강화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돼 대출 승인이 거절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경매 시장, 왜 이렇게 뜨거운 거야?(2)...감정가 7.9억 다가구주택이 23.5억에…대구 주거시설 낙찰가율 역대 최고치
◆전국을 달구는 경매 열풍전국적으로 경매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제한, 기준금리 인상 이슈가 불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대구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106.1%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22.8%로 올해 최고치를 찍은 뒤 매달 조금씩 수치가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100%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말하는데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서면 낙찰된 물건의 입찰 가격이 감정가보다 높다는 걸 의미한다. 대구에서 지난달 응찰자 수가 가장 많았던 경매 물건은 대구시 동구 신암동에 위치한 대지였다. 감정가 1억9천530만원이던 이 대지는 낙찰가율 159.3%인 3억1천112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 수는 28명이었다. 지난 8월에는 대구 수성구 수성동3가 화성파크드림 1단지의 한 아파트의 경우 13억원에 경매에 나왔고 6명이 경쟁을 거듭한 끝에 14억9천999만원에 낙찰, 낙찰가율 115.4%를 기록했다. 또 2억6천만원에 경매에 나온 대구 동구 신서동 영조아름다운나날 한 아파트 물건은 16명이 매입 경쟁을 벌여 2억7천651만원에 낙찰됐다.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5대 광역시 아파트 경매 열기가 여전한 만큼 대구도 향후 낙찰가율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규제지역의 경매 열기가 상당히 뜨겁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구의 열기가 덜 하다고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같은 달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107.6%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15.0%, 인천 123.7%, 경기 115.4% 등 수도권의 아파트 낙찰가율 역시 모두 100%를 넘겼다. 서울의 빌라 낙찰가율이 97.9%를 기록해 2008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전월 대비 13.7%포인트 오르며 상승률로는 역대 최고다. 인천은 83.9%, 경기는 82.7%로 전월 대비 5.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울산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114.0%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올랐고 부산(111.7%)과 광주(104.9%)도 전월 대비 각각 9.3%포인트, 8.3%포인트 상승했다. 비규제 지역에 응찰자가 몰리며 충남(99.8%), 강원(97.6%), 전남(96.7%) 등의 낙찰가율 상승폭도 컸다. 단독·다가구주택 경매 낙찰가율과 응찰자 수도 급증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감정가 7억9천500여 만원의 다가구주택이 법원 경매에서 23억5천2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의 약 3배(낙찰가율 295.8%)에 가까운 금액에 팔린 것이다. 수성구 황금동에 위치한 한 주택도 감정가 6억900여 만원보다 2억원이 높은 8억1천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 132.8%로 이 주택 경매에는 8명이 응찰했다.이처럼 지난달 법원 경매시장에서 단독·다가구주택 낙찰가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대구 주거시설의 낙찰가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지옥션이 지난 8일 발표한 '2021년 10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의 10월 주거시설 경매 낙찰가율은 119.6%로 전월(97.5%)에 비해 22.1%포인트 상승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역대 최고치다. 이전 역대 최고치는 지난해 3월 105.9%였다. 주거시설 중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전월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단독·다가구주택의 낙찰가율이 크게 올라가면서 상승을 견인했다. 10월 대구의 단독·다가구주택 낙찰가율은 176.6%로 전월(42.1%)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점점 높아지는 낙찰가율감정가 13억 아파트 14.9억에 낙찰1.9억 대지 28명 경쟁붙어 3.1억에…6억 주택, 2억 더 얹은 금액에 낙찰대구 10월 주택 낙찰가율 176.6%시세보다 웃도는 낙찰가도 속출왜 이럴까경매물건 감정, 입찰 6개월~1년 전상승장일 땐 시세보다 저렴해 매력아파트값 너무 오른데다 대출 규제상대적 규제 느슨한 경매시장으로…◆부동산 가격 상승·느슨한 규제 등이 경매 열풍 부추겨 경매는 감정평가사가 정한 감정평가액을 최저입찰가격으로 정한다. 특히 경매 물건의 감정가는 빠르면 경매 6개월 전, 일정이 지연될 경우 1년 전에 매겨진다. 그런데 지난해와 같은 부동산 상승장이라면 감정가가 입찰일 기준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밖에 없다. 해당 지역 상승장을 예측하는 투자자들이 경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다. 반대로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경매로 집을 구하는 것이 시세보다 비쌀 가능성이 크지만 유찰이 계속되면서 감정가가 낮아지는 구조다. 이 같은 매력 때문에 많은 시민이 경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상황은 경매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 시세를 넘는 낙찰가가 속출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매 참여자들의 수가 집계할 때마다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한마디로 진기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총 26번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 지역 아파트 가격은 올들어 매달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지난 1~8월 13.11% 상승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다세대·연립주택(빌라) 매매가격도 상승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빌라 등으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전국 다세대·빌라 매매가격은 4.66%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2.61%)의 두 배에 가깝다. 지금 추세라면 2008년(7.87%) 이후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도 국내 소득 대비 주택 상승률이 1년 새 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 정책으로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유동성이 넘쳐났고 이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며 "특히 투기에 꽃길을 깔아준 임대사업자 등록제 등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이 시장에서 부작용을 낳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어렇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는 지금 집이나 상가를 잡아두지 않으면 영영 매입할 수 없다는 심리가 팽배해졌다는 것이다.느슨한 규제 역시 경매 시장 과열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 거래 시 해당 지자체 단체장의 허가가 필수적이다.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거래 신고 시 거래 금액과 무관하게 자금조달계획서와 각종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경매는 이 모든 것이 면제된다.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가격은 올랐지만 매물이 부족해지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경매 시장으로 이목이 쏠렸다. 대출이 규제되고 있지만 현금 부자들의 투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매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는 경매 시장 매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정부 당국과 부동산 투자자 간 규제를 둘러싼 '샅바 싸움'은 경매시장에서 주목도가 낮았던 지역까지 단숨에 '핫플레이스'로 변모시키고 있다"며 "대부분 주거 시설을 겨냥하고 있는 정부의 규제가 이어진다면 규제에서 자유로운 경매 주거시설의 평균 응찰자 수는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부동산 경매 시장 열풍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대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경매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풍부한 유동성 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영남일보 DB〉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경매 시장, 왜 이렇게 뜨거운 거야?
지난 8일 오전 9시30분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경매법정. 경매 4계의 부동산 매각 입찰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다양한 연령대였으며 성비는 반반 정도였다. 9시40분쯤 법원 직원이 게시판에 오늘의 경매 물건이 표시된 인쇄물을 붙이자 10여 명의 입찰 참여자들이 게시판 앞에 모여 관심있는 물건을 훑어봤다. 경매법정 복도 한편에는 7~8명이 모여 있었고 이들 중 한 명이 경매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아마도 경매 학원의 수강생들이 실습나온 듯 보였다. 경매 전문 업체에서 나온 한 청년은 모인 사람들을 살펴 보고는 "오늘도 사람들이 많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입찰은 10시부터 시작됐다. 100명의 시민이 경매 법정과 복도에서 응찰하거나 이 장면을 지켜봤다. 이날 입찰에 붙여진 물건은 21건. 1시간10분 동안 진행된 입찰에 56명이 응찰했다. 이들 중 이날 기일이 아닌 물건에 응찰한 이가 3명이나 됐다. 주변에서 누군가가 "저 사람들은 아마 초보일 거야"라고 말했다. 이날 경매 물건 가운데 최고의 경쟁률을 보인 건 경산의 한 아파트로 모두 13명이 응찰했다. 이 물건의 최저 입찰가가 5천180만원이었고 낙찰가는 6천671만원이었다. 낙찰가율이 129%였다.권재우(56)씨는 부동산경매 전문가다. 권씨가 주로 사용하는 전략은 한 번 정도 유찰돼 입찰가가 최초보다 20% 정도 떨어진 물건에 응찰하는 것이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기존의 전략으로는 낙찰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낙찰가율이 높아졌다. 권씨는 20일 전쯤부터 눈여겨봤던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68㎡ 1층 상가와 강남구 청담동 168㎡ 지하 2층 지상 4층 꼬마 빌딩을 의뢰인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전략을 바꿨다.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최저가보다 20% 정도 올려 응찰하자"고 의뢰인에게 제안했고 의뢰인은 흔쾌히 동의했다. 지난 2일 권씨는 동작구 노량진의 1층 상가 건물 경매 입찰에 응찰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원으로 향했고, 직원을 강남구 청담동 물건을 담당하는 서울북부지법으로 보내 대리 응찰케 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부터 서울중앙지법원 211호 법정에는 삼삼오오 응찰자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10시부터 경매 3계 물건 11건에 대한 입찰이 시작했다. 권씨는 노량진의 1층 상가 최저 입찰가인 12억5천814만2천400원보다 20% 정도 높은 15억1천177만원에 응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법정으로 오는 사람들의 늘어났고 입찰이 끝날 즈음인 11시10분까지 200여 명 정도가 입찰에 참여했다. 11시30분쯤 권씨가 응찰한 물건에 대한 입찰 결과를 발표했다. 이 물건에는 12명이 응찰했고 낙찰자는 16억2천999만원을 쓰낸 법인 참여자였다. 차점자는 16억1천여 만원을 적은 사람이었으며 권씨의 응찰가는 전체 참여자 가운데 6번째 높은 가격이었다. "정말로 과열됐네. 당분간 입찰에 참여하지 말아야 하나." 권씨가 법정을 나설때 서울북부지법에 갔던 직원으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꼬마빌딩 최저입찰가 52억1천903만3천100원. 우리는 65억2천300만원에 응찰. 낙찰가는 102억5천100만원. 낙찰가율은 무려 196%. 120명 응찰'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권씨는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글=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벋스토리] 경매 시장, 왜 이렇게 뜨거운 거야?(1)에서 계속됩니다.그래픽=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기다렸다, 위드 코로나(2) 대구시 "관광환경 변화 선제 대응" 체류형 관광 새 판 짠다
방천시장은 대구 도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신천과 동서로 달리는 국채보상로가 만나는 수성교 옆에 있다. 신천 제방을 따라 개설된 시장이라 하여 방천시장이라 불리며 1945년 광복 후 일본·만주 등지에서 돌아온 이주민들이 호구지책으로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이 시장의 시초였다. 1960년대 방천시장은 싸전과 떡전으로 유명했고 한때는 점포 수 1천개가 넘는 대구의 3대 대표 전통시장 중 하나였지만 도심공동화와 대형마트, 주변 백화점 등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언택트 명소 발굴·가상현실 콘텐츠 개발 안전·밀집도 고려 숨은관광지 발굴 온라인 플랫폼 활용 여행상품 판매 한류상품개발·트래블버블공항 추진 타도시와 연계 '환승거점센터' 구축"시간 걸리겠지만 활기 되찾을 것"2009년 죽어가던 방천시장에 반전이 일어난다. '방천시장 별의별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2011세계육상경기대회를 앞두고 주요 마라톤코스인 방천시장 일원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이 사업은 방천시장의 빈 상가를 지명도 있는 지역작가들에게 예술창작 공간으로 제공했고 시장환경개선을 시도한 예술가와 상인 간 일촌 맺기, 시장나들이 마중길 만들기, 주말야시장 등 13개의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 사업이 지금의 김광석길이 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후 2011년까지 방천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시장상인, 예술가상인이 중심이 돼 전통시장의 새로운 형식 제시와 문화예술장터로의 새로운 변신을 꾀하자는 게 목적이었다. 이때 김광석벽화길 조성을 중심으로 한 김광석길이 조성됐다.김광석은 1964년 대구시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에서 태어나 1996년 32세 때 요절한 우리나라 대표 가객이다. 생전에 정규앨범 4장, 다시부르기 2장 등을 발표했다. 해마다 음반 발표와 소극장 라이브 공연을 병행하며 관객과의 직접적인 교감에 전력을 쏟은 김광석은 1995년 8월 마침내 대학로 학전 소극장에서 1천회 기념 공연이라는 금자탑을 이뤘다. 20대 여성층은 물론 30대 남성 직장인까지 몰려드는 김광석의 공연은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소극장 공연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김광석길 조성 이후 시장 뒷골목이면서 우범지대이던 옹벽 뒷길이 김광석길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김광석길 관광객은 급증했다. 2013년 4만3천800명이던 연간 관광객이 이듬해 10배 이상 늘어난 47만7천여명으로 집계됐고 2015년에는 84만1천여명으로 또다시 급증했다. 증가세는 이후에도 가팔랐다. 2016년 100만명을 넘긴 관광객 수는 2019년 140만명을 훌쩍 넘어 버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김광석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주범이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71만1천여명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는 지난 8월 말까지 지난해 수준인 71만명의 관광객이 찾았지만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상인들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져 버렸다. 올들어서는 닫거나 임대를 내놓은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김광석길 관계자는 "전체 점포 가운데 절반 이상이 폐점을 결정했거나 (폐점)수순을 밟고 있을 정도"라며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찾아오던 곳이었는데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은 357만2천여명. 2019년 864만3천여 명보다 무려 60% 가까이 줄어들었다. 대구 시티투어도 이용자가 3만명 이상 줄며 6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 관광의 침체는 불가항력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인들은 물론 행정기관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지극히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에 선제 대응하라"2년 가까이 긴 터널 속에 갇혀 있었던 대구관광이 이곳에서 빠져나올 기미를 조금씩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완화하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전환했다.대구시는 위드 코로나 이후 관광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대구만의 매력적인 관광자원개발을 통한 '체류형 관광도시 만들기'가 핵심이다. 관광트렌드와 소비행태에 맞춘 체류환경 조성, 주·야간 볼거리·즐길거리 개발, 관광객 순환 유도를 위한 도시외곽 자원 개발 및 도심지와의 연계 전략 등이 주요 내용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스마트 관광도시로의 탈바꿈을 꾀한다. 빅데이터 기반 관리시스템 구축, 스마트 관광인프라 조성을 통한 소비자 맞춤형 관광생태계 조성, VR·스마트기술·IP콘텐츠를 활용한 실감형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기후변화, 재난재해, 전염병 등으로부터 안전한 관광도시 조성 역시 대구시의 목표다. 언택트 관광명소, 숨은 관광지를 발굴·육성·홍보 및 지원한다. 안전·위생·밀집도 등을 고려해 관광저해요인에 대응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관광 취약계층의 보편적 관광활동이 가능한 무장애·시니어 관광 환경 조성 등에 진력한다. 경북도·기업·지역 내 조직·해외도시와의 클러스터 구축, 행정·전문기관·민간조직·단체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 구성, 지속적인 관광사업체 육성 및 지원, 글로컬 관광도시 조성도 계획에 포함된다.이들 계획의 세부적인 실천방안을 살펴보자. 우선 지역관광 붐업 '두근두근 대구여행'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숙박·음식 등 6개 분야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한국관광공사와 협업해 '(가칭)빌푸네 밥상' 방송 제작지원을 추진하고 'K-pop 콘서트' 등 대구한류관광상품을 개발한다. 이와 함께 도시 간 관광·문화·예술 분야 MOU 체결, 관광교류 협력방안 세미나 개최 등의 계획도 만들었다. 안전국가 중심으로 도시 간, 공항 간 단계적으로 시장교류 협정을 체결하는 등 지역 최초로 대구공항 '트래블버블' 시범공항 선정을 위해 준비한다. 이를 위해 트래블버블형 안전관광 코스개발, 여행객 이동 안전관광 모니터링을 위한 안전관광 전담반(TF)을 운영한다. 트래블버블은 주변국을 중심으로 안전한 나라들이 국경을 서로 개방하고 정기여행을 재개하는 협정을 뜻한다.대구시는 '대구형 특색 있는 관광인프라 조성'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이는 기존 도심 중심 관광지에서 벗어나 동·서·남·북 관광벨트를 조성하는 것으로 앞산 관광명소화 사업과 낙동가람 수변역사 누림길 조성사업이 그 중심에 있다. 또 방한 외국인 관광객을 지역으로 유치, 한류의 모든 것을 대구에서 즐기는 '신한류문화아지트공간'을 조성한다. 인근 관광거점도시와 함께 지역 관광환승거점센터를 구축할 생각이다.부산, 안동, 강릉, 전주, 목포 등 관광거점도시와 관광정보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전국관광 환승거점센터를 만든다. 2019년 동대구역 이용객이 938만명에 이를 정도로 전국에서 서울역 다음으로 이용객이 많고 고속버스(66개), KTX 등 전국 교통망이 공존하는 국내 유일 광역 복합환승센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동대구역 벽면 유휴공간에 설치될 이 센터에는 여행자커뮤니티센터, 스마트관광 체험관이 설치되고 관광편의서비스와 투어 코디네이터 등도 제공한다. 팔공산권 관광 활성화를 추진한다. 대구시는 지난 2월 공무원, 전문가, 관련 지역 상인 등으로 구성된 TF를 만들고 사업 선정 및 현장 확인, 전문가 자문, 관련 부서 협의 등을 거쳤으며 오는 12월에 열리는 제7차 대구권 관광개발계획에 반영할 생각이다. 대구시는 관광사업체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관광업계 종사자 대상 디지털 역량실무 강화 교육을 했으며 휴업 상태인 아웃바운드 여행사를 대상으로 국외여행인솔자 및 항공발권자격증교육도 했다. 이와 함께 지역관광업 재도약을 위한 온라인 판촉 활동을 지원했다.제갈진수 대구시 관광과장은 "위드 코로나 방역 정책이 시행된다고 해도 고사 직전까지 몰린 관광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기까진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외교 관광, 네트워크 구축사업 등 전방위적으로 종합적인 플랜에 입각해서 선제적인 관광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지난 7월 대구 중구 김광석길 빈 점포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전국적 관광지였던 김광석길은 코로나로 인해 전체 점포의 절반가량이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영남일보 DB〉2019년 열린 방천아트페스티벌. 김광석길 콘서트 홀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기다렸다, 위드 코로나(1) 부활 기지개 켜는 대구 관광
코로나19의 후폭풍은 지역 관광업계에도 몰아쳤다. 코로나19 이후 대구의 관광객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한 줄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률 상승 등으로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전환했다. 면세·여행업계는 분주하다. 업계에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여행 재개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새로운 관광정책을 제시하며 대구관광 부활을 위한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대구관광을 이끈 쌍두마차 '서문시장 야시장'과 '김광석길' "추석 황금연휴 기간 서문시장 야시장에 100만명이 방문했다. 대구시는 연휴 기간 서문야시장 방문객 수가 하루 평균 10만명으로 주요 관광지를 넘어서는 인파가 몰렸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시장 입구∼큰장삼거리 350m에서 영업하는 야시장 매대와 플레이존은 매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다양한 먹거리에 서문가요제 결선, 스트리트 댄스배틀 등 볼거리가 가족 단위 방문객 발길을 이끈 것으로 대구시는 분석했다. 추석 연휴에 맞춰 큰장삼거리쪽에 개장해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플레이존도 인기를 끌었다. 대구시는 겨울에 대비해 고객 휴게공간을 확충하고 난방시설을 할 방침이다. 최운백 대구시 창조경제본부장은 '긴 연휴에 시민과 귀성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서문야시장을 선택한 것 같다'며 '다음 달 2일 시장 주변에 한옥게스트하우스까지 열면 복합체류관광지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12일자 영남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서문시장 야시장 관련 기사다. 2019년 10월24일자 영남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또 다른 내용의 서문시장 야시장 관련 기사를 보자. "대구 대표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야시장이 관광산업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23일 대구시에 따르면 서문시장은 2015년 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명품시장으로 선정돼 이듬해 6월 전국 최대 규모(80개 매대) 야시장을 조성한 이후 지금까지 3천800만여명을 유치했다. 이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2천8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되는 등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야시장은 국내외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촬영 장소로 인기를 끌며 지난 6월 말 한국방송 '다큐멘터리 3일'에 소개돼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야시장 개장으로 서문시장에는 평일 2만여명, 주말 5만여명 정도가 방문한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30개 역사 가운데 서문시장역 이용객이 가장 많다. 서문시장 야시장의 성공은 시민·외국인 판정단(50여명) 품평회를 통해 고객 기호에 맞는 먹거리와 제품을 선정하는 셀러 모집방식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야시장에서 펼쳐지는 상설문화공연, 서문가요제, 스트리트 댄스배틀, 미디어 파사드 등 즐길 거리·볼거리와 주변 한옥 게스트하우스는 지역 도심 체류형 관광에 구심점이 됐다. 홍석준 대구시 경제국장은 '서문시장 야시장은 청년상인이 창업 역량을 키우고 사업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창업 허브 역할도 한다'며 '야시장이 더욱 발전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2016년 6월 개장한 서문시장은 말 그대로 대성공이었다. 개장 직후 착근에 성공한 것은 물론 대구 관광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파죽지세는 멈추지 않았다. 개장 2년 만인 2018년 대구지역 외국인 관광객 선호 관광지 2위(1위는 동성로/중구 일원)에 올랐고 이듬해 당당히 1위에 등극했다. 서문시장 야시장의 선전에 힘을 얻은 칠성시장은 2019년 11월2일 야시장을 열었다. 개장 당시만 해도 이곳 역시 야시장의 흥행붐을 이어갔다. 하지만 2020년부터 분위기는 급변한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은 거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1년 정도를 쉰 뒤 지난 3월 이들 야시장은 재개장했지만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문 야시장은 매출이 80% 이상 급감했다. 칠성야시장 업주들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개장 후 2년이 지났지만 전면 폐쇄되거나 드문드문 영업한 날이 더 많아 실질 영업일 수는 1년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칠성야시장은 전체 상인 가운데 30%가량이 지난해 하반기 폐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야시장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델타변이로 인해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는 바람에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기다렸다, 위드 코로나(2)에서 계속됩니다지난달 27일 밤 대구 중구 서문시장 야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1일부터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전환하면서 대구시도 관광 부활을 위한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Core-MZ세대 "성과급 체계가 왜 이래" 불공정에 분노…어른다운 어른엔 열광
미국의 싱크탱크인 퓨 리서치센터가 정의 한 세대 구분에는 침묵세대(1928~1945년),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X세대(1965~1980년),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Z세대(1997~2012년), 알파세대(2013년 이후 출생자) 등이 있다. 하지만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기준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와 군부독재 등 한국적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한국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밀레니얼 세대는 1982~1996년 사이, Z세대를 1997~2012년 사이로 본다. 밀레니얼 세대의 인구수만 1천77만명이고 Z세대는 830만명이다. 이 둘을 합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6.7%다. 2021년 2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에 따르면 경제활동 인구 2천772만명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5% 정도 된다.과거에는 20년 단위여도 세대 내 동질감과 유사성이 어느 정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젠 같은 세대 내에서도 세대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밀레니얼 세대를 전기(1982~1989년생)와 후기(1990~1996년생)로 Z세대도 전기(1997~2003년생), 후기(2004~2012년생)으로 나눈다. 밀레니얼 세대 후기와 Z세대 전기는 시대 구분에선 다른 세대지만 문화·사회적 동질감은 크다. 이들을 묶으면 1990~2003년생으로 올해 기준 18~31세다. 인구는 927만명이다. "밀레니얼 세대,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MZ를 썼다면 이들을 좁힌 '20대+알파'의 세력을 'Core-MZ세대'로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이들 모두 유권자인데다 성인이며 경제활동 인구에 해당된다. 트렌드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이다. 사회적인 면에서도 변화의 목소리에 적극적인 세대다. 이들은 힙합을 좋아하고 자기표현에 적극적이며 유튜브나 틱톡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콘텐츠를 금방금방 만들어낸다. 꼰대를 싫어하고 공정을 적극 외치며 소셜네트워크를 비롯해 메타버스에서도 왕성하게 논다. 이들의 경제력과 소비력은 향후 10년 동안 놀랍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을 외면하는 기업은 상상 이상의 타격을 받을 것이고 그들이 선택하는 기업은 성장가도를 달릴 것이다. 기업의 생존은 물론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도 Core-MZ세대에 대한 대비가 필수인 시절이다. ◆Core-MZ세대를 아시나요…'공정' '돈쭐내기' '미닝아웃'지난 1월 말 SK하이닉스 성과급 불만에 대해 CEO를 비롯해 임직원 2만8천명에게 구체적인 문제 제기와 함께 산정 방식을 공개하라는 메일이 발송됐다. 입사 4년차 직원들이 보냈고 2030대 직원들이 이에 동조했다. 4년차의 이메일 발송 이후 SK하이닉스는 조직문화와 성과급 문제가 전사적인 문제로 대두됐고 임원 및 간부급에선 MZ세대 대응과 소통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성과급 불만 문제는 SK하이닉스에서 출발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으로 번져갔고 이는 2030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사무·연구직 노조의 탄생을 유인했다. 입사 4년차 남자라면 대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입사 4년차가 총대를 메고 입사 1~5년차들이 힘을 보탠 결과다. 이들이 바로 Core-MZ세대인 것이다. Core-MZ세대는 공정을 생명과도 같이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부른 최순실 게이트의 시발점도 딸 정유라의 입학 비리와 특혜를 둘러싼 이화여대 사태였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주의의 악재가 돼 버린 조국 사태도 딸에 대한 특혜 문제가 빌미가 됐다. 둘다 20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혜와 공정 문제에 20대가 가장 민감한 건 입시나 취업이 바로 자신들의 직접 문제이고 특혜로 인한 손해를 자신이 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한국사회를 강타한 LH직원들의 땅투기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LH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20대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불공정한 문제 중 하나가 부동산 문제다. 20대라고 주거공간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Core-MZ세대는 돈으로 혼쭐을 내는 '돈쭐내기'를 주도한다. 2030대식 보상법이다. 세상이 보상해 주지 않으니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보상해 주겠다는 것이다. 착하고 모범이 되는 가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기업의 물건을 적극적으로 사주며 돈으로 보상해 주는 것이다. Core-MZ세대에 있어 돈쭐내기는 하나의 놀이문화이자 사회적 행동이다. 심각하거나 진지하지 않다. 즐겁게 놀이하듯 동참하고 그걸 소셜네트워크에 인증하고 퍼뜨린다. 돈쭐내기에 성공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낀다. Core-MZ세대는 거창하게 세상을 바꾸는 걸 얘기하지 않는다. 일상적인 행동을 통해 공정을 얘기한다. Core-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한가운데트렌드에 민감하고 자기표현에 적극대기업 4년차, 사무직노조 설립 주도日제품 불매 등 가치있는 소비 적극착한가게 물건 적극 구매하며 '돈쭐'인성나쁜 운동선수·연예인에 싸늘월급모아 내집마련 불가능한 시대입시비리·LH 땅투기 등 특혜 분노주식·가상화폐 투자, 일종의 저항 소비할 때 신념(Meaning)을 적극 드러내는(Coming Out)것을 합쳐서 미닝아웃(MeaningOut)이라 부른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기능, 가격 등만 고려해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든 기업이나 오너의 환경, 윤리,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서까지 고려하겠다는 의미기에 소비자의 진화된 소비 행태를 볼 수 있다. 소비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그렇지 않은 제품과 서비스에는 불매하는 태도다. 미닝아웃에 가장 적극적인 이들이 Core-MZ세대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세대가 바로 이들이다. Core-MZ세대가 지지하는 공정은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자극히 상식적이고 단순하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잘 안 지켜지던 것이 한국 사회였고 기성세대가 주도하던 사회였다. 이러한 상식이 지켜지도록 직접 행동으로 나서는 것이 Core-MZ세대다. 스포츠계와 연예계 학교폭력 미투가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잘나가던 스포츠 스타, 걸그룹, 배우 등 20대 스타들이 학폭 이슈로 활동을 중단했다. 학폭 문제가 있는 스타를 추락시키는 것도 공정이 된다, 학폭 미투는 주로 2030대 스타가 유독많다. Core-MZ세대가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 4월 미혼남녀 각각 25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했다. "연인이 학폭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72.6%가 '헤어진다'고 답했다. 남녀로 나눠보면 여성(84.8%)이 남성(69.4%)보다 헤어진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이는 Core-MZ세대에게 있어 인성 문제도 공정의 이슈다. 나쁜 인성을 가진 사람이 잘되는 걸 방관하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2030대에겐 기본이 되어가고 있다.◆윤여정에 열광하는 Core-MZ세대1947년생 윤여정은 배우인생 55년, 만 74세의 나이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Core-MZ세대는 탈권위적이고 솔직한 윤여정에 열광한다. "다섯 후보는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내가 운이 더 좋아 이자리에 있는 것 같다"(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 중)"오스카를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다. 살던 대로 살 것이다"(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 기자회견)"미국에서 제안이 오면 한국인들은 '제가 할리우드를 동경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 다만 계속 미국에 오는 이유는 미국에서 일을 하면서 (미국에서 살고 있는)아들을 한 번 볼 수 있기 때문이다"(미국 NBC방송 아시안 아메리카와 생방송 인터뷰 중)그녀의 수상소감은 물론 각종 매체 인터뷰 내용을 보면 상대에 대한 배려와 함께 자신에 대한 소신으로 당당하다. 남 눈치 안보고 자기 갈 길 가는 사람의 메시지다. 영화 미나리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어서 Core-MZ세대가 윤여정을 따르는 게 아니다. 윤여정의 어록은 이전부터 회자되고 있었다. "60세가 되어도 인생은 모른다. 나도 처음 살아보는 거니까. 나도 67살은 처음이다. 처음 살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다. 그냥 사는 거다"(2013년 tvN 꽃보다 누나에 출연해서 했던 말)"세상은 서러움 그 자체고 인생은 불공정·불공평이다. 그런데 그 서러움은 내가 극복해야 한다. 나는 극복했다"(2017년 tvN에 출연해서 했던 말)세상에는 잘난 어른이 많다. 하지만 어른다운 어른이 별로 없다. Core-MZ세대가 기대하는 어른의 모습이 바로 윤여정 같은 모습이다. 나이가 많고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청년들에게 함부로 조언하고 값싼 위로를 던지는 기성세대에게 실망한 이들이 Core-MZ세대다. 남처럼 사는 게 아니라 나처럼 살라는 것은 Core-MZ세대에게 중요한 화두다. 기성세대 롤 모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삶의 지혜가 생기고 실수가 잦아들지만 여전히 처음 살아보는 오늘이니 완벽하지 않아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메시지를 윤여정도 말하고 있다.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빠진 Core-MZ세대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주식에 투자한 사람 중에 20대가 28%, 30대가 26%였다. 신규투자자 중에선 2030대가 54%인데 전체 투자자 중에선 2030대가 31%(20대 8% 30대 23%)다. 특히 빅테크기업에서 출발한 증권사가 신규로 진입하면서 투자자 가운데 2030대 비율이 높아졌다. 카카오페이증권의 2020년 한해 동안 신규 주식계좌는 320만개를 넘었다. 이 중 20대 29%, 30대 29%로 2030대가 58%였다. 올 4월 토스증권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1개월 만에 신규 주식 계좌가 200만개를 넘었다. 이 중 2030대가 70%를 차지했다. 가상화폐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 1분기 국내 4개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서 거래를 한 번이라도 한 2030대는 233만여 명이었다. 이들 중 처음 계좌를 개설하고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한 이는 158만여 명이었다. 가상화폐 거래를 하는 2030대 10명 중 7명이 올 1분기에 새롭게 진입했다. 심지어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가상화폐 투자 정보를 다루는 코인 게시판이 생겼을 정도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2020년 주식과 코인 투자로 인해 상담 건수가 전년 대비 56% 늘었고 투자 중독으로 도움을 요청한 경우도 71.8%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단연 20대가 두드러지는데 상담 건수가 전년 대비 223% 늘었다.왜 Core-MZ세대는 이처럼 주식과 가상화폐에 열중할까. '결국 Z세대가 세상을 지배한다'의 저자인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씨는 희망을 빼앗아 가버린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가 담긴 저항이라고 단언했다. 김씨는 "Core-MZ세대에겐 기성세대의 방식이던 월급모아서 내집 마련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노후를 대비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나마 최소의 돈으로 큰 돈을 벌어 볼 희망이라도 품어 볼 대상으로 코인 등을 선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출처=결국 Z세대가 세상을 지배한다(김용섭 저)그래픽=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Core-MZ세대는 공정의 문제에 민감하다. 지난 3월 LG전자 4년차 직원이 주도해 사무직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하는 모습. 〈LG전자 사무직 노동조합 제공〉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다시 날아오르는 대구 프로 스포츠(2)... "자존심 되찾자" 구단 전폭지원, 선수들도 이 악물고 뛰어
'가을야구 확정' 삼성라이온즈선택형 인센티브제·1인1실 숙소선수들 성취감 느끼며 운동 집중원태인 등 선발 3인방 다승왕 경쟁타선도 신구조화 이루며 고루 활약95타점 피렐라 '찬스 해결사' 역할'새집증후군'딛고 6년만에 PS진출 5년간 절치부심한 삼성의 이 같은 대약진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진을 꼽을 수 있다. 20일 기준 뷰캐넌(16승)·백정현(13승)·원태인(13승) 등 선발 3인방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세 선수는 선발승으로만 42승을 합작하며 팀승리의 57.5%를 차지하고 있다. 세 선수는 현재 다승 최상위권에 올라 있으며 같은 팀 선수끼리 다승왕을 경쟁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2018년 두산 이후 세 명의 선수가 15승 이상을 거두는 팀이 될 수도 있다. 덕분에 삼성은 현재 리그에서 선발 다승 1위, QS 2위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올해 삼성은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이 최적의 조합을 이루었다. 타자 쪽에서 OPS 기준(20일 현재) 강민호 0.859, 오재일 0.871, 구자욱 0.863, 박해민 0.777 등 베테랑들이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2년차 신예 김지찬은 타율 0.278, 22도루로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하면서 베테랑 타자들과 하모니를 만들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2021년 기록·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10승 투수 3명 배출(뷰캐넌·백정현·원태인)· 오승환, 최고령 40세이브 달성· 선발 다승 1위, QS 2위· 팀도루 1위(138), 팀타격 3위(0.267) 불펜진에서는 끝판대장 오승환이 불혹의 나이에도 43세이브로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최지광·이승현·문용익 등 젊은 선수들도 불펜에서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외국인 듀오의 활약도 삼성 약진의 주요한 배경이 됐다.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한 뷰캐넌의 활약이 뛰어나다. 166.2이닝을 던지며 16승 ERA 2.97로 선발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새로운 왼손타자 피렐라의 활약도 눈부시다. 28홈런 OPS 0.854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타점도 팀에서 가장 많은 95타점을 올리며 찬스에서 강한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해 준 프런트의 역할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프런트는 올해 새롭게 뉴타입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했다. 선수들은 기존의 획일적으로 연봉을 받던 형식에서 벗어나 기본형, 목표형, 도전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개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성취감을 느끼게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선수들은 성과가 바로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서, 더 열심히 경기에 임한다. 프런트는 이밖에도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2021년 4월1일 라이온즈파크에서 출정식을 진행하며 혼연일체를 올해 팀의 방향으로 내걸었으며 선수단 숙소를 1인1실로 배정했다. 선수단과 수시로 소통하며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정규리그 3위' 대구FC클럽하우스 천연잔디 구장 조성최적의 환경에서 훈련·휴식 전념나이·국적 상관없이 선수들 단합조현우 이적 악재, 팀워크로 극복팬들 응원 힘입어 홈 승리 압도적리그 최초 3년연속 파이널A 진출 ◆역대 최고의 정규리그 성적으로 마감한 대구FC대구FC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붐에 힘입어 한국 최초로 시민구단의 개념으로 창단해 2003년부터 K리그에 참가했다. 창단 배경에는 대구시민들의 축구단 열망이라기보다는 월드컵이 끝난 이후 텅 비어버린 대구월드컵경기장을 활용하기 위해 대구시에서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게 더 크게 작용했다. 2003년부터 2013년 시즌까지 1부 리그에서 뛴 대구는 그동안 7위가 최고 성적이었고 2013년에는 13위를 기록하며 2부리그(K리그2)로 떨어졌다. 대구는 창단 초기만 해도 인기 구단이었다. 성적도 그렇고 사건사고가 줄줄이 터지며 2000년대 후반에 많은 팬들이 이탈했다. 2014년에는 경기당 966명 입장이라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학교 단체관람을 빼면 경기당 600명 수준이라는 비아냥이 나돌았다. 그러나 2014년 조광래 대표이사 취임 이후 대구에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유망주 중심으로 선수단을 개편해 2016년 K리그1으로 승격했으며 2018년 FA컵 우승, 2019년에는 축구전용경기장 신축까지 완료돼 17년간의 대구스타디움 시대를 뒤로하고 고성동 전용구장 DGB대구은행파크(대팍)시대를 열었다. 전용구장은 대구선수단의 숙원이었다. 1만2천석으로 규모는 작지만 필드와의 거리가 7m밖에 되지 않아 최상의 관람 환경을 자랑한다. 대구는 창단 후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했다. 2018 대한축구협회컵 우승팀 자격이다. ACL은 아시아 각국의 프로축구리그 우승 클럽과 상위 클럽들이 참가해 최강을 가리는 대회다. 국제대회라면 영남일보가 주최한 '한-일전'에 출전한 게 전부였던 대구에게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해 시즌 K리그1 상위 스플릿 진출과 ACL 조별리그 통과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20년에도 상위 스플릿에 진출해 5위라는 역대 최고 타이 성적을 남겼다.대구FC 2021년 기록· K리그 최초 3년 연속 파이널A 진출 (2019~2021)· 역대 최다 무패 기록(리그 11경기)· 역대 최다 연승 기록(리그 6연승)· 높은 홈승률(66.7%)구단의 인기도 되찾았다. FA컵 우승과 같은 호재들이 겹치면서 2018년 하반기부터 평판이 오르더니 2019 시즌 새구장 이전 후부터는 수차례 매진행렬이 이어지는 등 표가 없어서 못 가는 수준이라 무료표를 점차 없애기 시작했으며 결국 무료표는 완전히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조광래 대표이사의 정책이 결실을 맺게 되었고 실제 스폰서나 시장도 직접 티켓 끊고 들어올 정도가 됐다.2019년부터는 대팍이 완공되면서 평균 관중도 2018시즌의 3배로 증가, 1만명을 가뿐히 넘겨 2019 K리그1의 흥행을 주도했다. 티켓 총수입은 22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고 객단가도 1만명을 넘겼다.지난 시즌 대구는 K리그1에서 역대 최고 순위 타이기록을 세우는 등 승승장구했다. 2년 연속 파이널A(1~6위) 진출과 두 번째 ACL 티켓 확보 등 성과를 거뒀다. 대구의 올 시즌 개막전 목표는 더 높은 곳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축구 팬들은 올 시즌 대구의 성적에 물음표를 붙였다.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의 이적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세징야의 잦은 부상도 대구의 현상유지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대구는 이 같은 우려와 시즌 중반의 극심한 부진을 극복하고 21일 현재 13승10무9패 승점 49점으로 리그 3위에 올라있다. 24일 수원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정규리그 3위를 확정 지었다. 올 시즌 대구의 의미 있는 기록을 살펴보면 3년 연속 파이널A 진출(2019-2020-2021), 역대 최다 무패 기록(리그 11경기), 역대 최다 연승 기록 (리그 6연승), 높은 홈승률(66.7%) 등이 있다. 특히 3년 연속 파이널A 진출은 시민 구단 중 K리그 최초의 기록이다.대구의 선전 배경을 살펴보자. 우선 고참 선수들의 리더십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어우러진 최고의 팀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올 시즌 이근호, 이용래 등 베테랑 선수들의 영입을 통해 고참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밸런스를 잡아주며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었다. 경기장 밖에서는 선수단 전원이 모여 자발적으로 미팅을 가지며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면서 팀워크를 다졌다. 고참 선수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젊은 선수들 또한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정태욱, 정승원, 김재우가 도쿄올림픽 대표로 차출돼 태극마크를 달았고 최근 이윤오, 조진우가 U-23 대표팀 훈련에 소집됐다. 또 대구 산하 유스 시스템(신흥초등-율원중-현풍고)을 모두 거친 이진용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 간의 조화도 좋은 성적의 바탕이 됐다. 대구는 K리그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세징야와 에드가가 팀 공격포인트의 대부분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 선수는 국내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최근 5년 중 홈승률이 가장 높았던 점도 한몫했다. 2017년 55.3%(7승7무5패) 였던 홈승률은 2018년 39.5%(5승5무9패)로 떨어졌지만 이듬해인 2019년 52.6%(6승8무5패), 2020년 57.7%(6승3무4패), 2021년 66.7%(7승6무2패) 순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대팍을 찾은 팬들의 발구르기 응원은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이 한 발 더 뛸 힘을 준 것이다.훈련과 휴식에 전념할 수 있는 시설 확충도 호성적의 바탕이 됐다. 대구FC는 2019년 클럽하우스 'SKY FOREST'를 신축해 선수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훈련과 휴식에 집중할 수 있었다. 2021년 초부터는 클럽하우스 내 천연잔디 훈련구장을 사용해 선수단이 최적화된 동선으로 훈련을 진행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선수들이 최상의 성적을 내는데 일조했다. 이밖에도 적절한 선수 영입을 통한 팀 전력 강화, 대구 특유 '빠른 역습' 전술을 살리는 수비 안정 효과 등도 대구의 선전에 힘을 보탰다. 이병근 대구FC 감독은 "선수단의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외국인 선수와 한국 선수들, 고참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이 단합이 잘 되는 덕분인 것 같다. 시즌 중반 힘든 순간이 왔을 때마다 함께 잘 이겨냈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구단에서 선수단에 지원을 잘 해주셨기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구단, 그리고 팬 여러분까지 함께 힘을 냈기에 모두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이 감독은 또 "정규 라운드(1~33R) 3위를 확정 지었지만 파이널 라운드A(34~38R)경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마무리를 잘하기 위해 조금 더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북돋우려고 한다. 최종 순위 3위에 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9월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 경기 1회말, 1루에 있던 삼성 박해민이 투수가 견제구를 던지자 재빨리 귀루하고 있다. 9월12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한화 더블헤더 2차전 경기 9회초 2사에서 피렐라가 득점한 뒤 포효하고 있다. 피렐라는 올 시즌 팀에서 가장 많은 95타점을 올리며 찬스에 강한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9월2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SSG 경기 1회말 2사 상황에서 타석에 선 삼성 오재일이 솔로 홈런을 친 후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9월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삼성 경기 9회말 2사 2루서 5번타자 이원석이 중전 끝내기 1루타를 치자 선수들이 뛰어나와 기뻐하고 있다. 8월1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김천 상무의 FA컵 4강전에서 대구 선수들이 역습하고 있다. 대구FC의 공격수 에드가. 대구FC는 이번 시즌 선수들 간의 팀워크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다시 날아오르는 대구 프로 스포츠(1)... "올해 와이래 잘하노"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 스포츠는 야구와 축구다. 대구는 이 종목들의 프로팀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시즌, 삼성은 부활에 성공했고 대구FC는 선두권에 안착했다. 5년 동안의 부진으로 가슴앓이 했던 삼성은 물론 연고팀의 부진에 마음 아파했던 팬들은 이제야 묵은 체증을 내려 놓고 피말리는 1위 싸움에 열광하고 있으며 가을 야구를 즐길 준비를 마쳤다. 2017년 K리그1에 복귀한 대구는 올 시즌 역대 최고 성적인 정규리그 3위를 기록했으며 사상 처음으로 ACL 16강에 올라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올 시즌 무엇이 이들을 상승으로 이끌었을까.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2016년부터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삼성리그 1위 바짝 추격 '야구명가' 명성 회복2017년 1부 리그로 다시 올라온 대구FC사상 처음으로 ACL 16강行 팬들 깜짝역대 최초·최다 기록 갈아치우는 중◆5년간의 침체 딛고 일어선 삼성 라이온즈 '9-9-6-8-8'2016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이 KBO리그에서 거둔 성적이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 명문팀인 삼성의 결과물이라기엔 너무도 민망했다.삼성의 옛날을 회상한다. 삼성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 4회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1986년부터 1993년까지 8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12년 연속 가을 야구 진출 기록을 세웠다. 1982년에 팀을 창단, 프로야구 원년부터 리그에 참가해 온 삼성은 공격적이고 힘이 넘치는, 화려한 야수진을 앞세운 공격 야구와 강건한 수비력 그리고 강속구를 던지는 에이스 투수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2002년 '우승 청부사' 김응용 감독과 함께 한국시리즈 무관의 설움을 날린 삼성은 '2005년 김응용 사장-선동열 감독' 체제에서 다시 한 번 코리안 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렸던 선 감독은 삼성 지휘봉을 잡고 권오준-오승환의 'KO 펀치'로 대표되는 강력한 불펜진을 구축해 '지키는 야구'로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선 감독은 부임 첫해였던 2005년과 2006년 연거푸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며 성공적인 사령탑 데뷔를 알렸다.한동안 우승권에서 물러나 있던 삼성은 류중일 감독 부임 후 다시 '전통의 명가' 칭호를 되찾았다. 선 감독과 마찬가지로 '초보 감독'이던 2011년부터 우승을 일궈낸 류 감독은 2014년까지 KBO리그 최초의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류 감독이 취임하면서 배영섭, 박해민, 구자욱 같은 유망주가 발굴되고 최형우, 박석민 등 새로운 주포들의 출현으로 공격 야구가 다시 살아났다. 2011년에는 정규 시즌, 한국 시리즈, 아시아 시리즈를 모두 우승, 국내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2012년에는 이승엽까지 일본에서 복귀하며 타선이 더욱 강화됐고 2014년에는 1987년에 삼성이 세운 팀타율 0.300을 뛰어넘는 0.301의 신기록을 세웠다. 2015년에는 0.302로 더 높였다. 팀 타율이 3할을 넘어간 것은 한국프로야구 개막 이래로 2016년까지는 삼성 라이온즈가 유일했다. 당시의 삼성은 흠을 찾기 어려운 팀이었다. 선발진과 구원진이 모두 탄탄한 데다 타선에서도 신구 조화가 이뤄져 공격뿐 아니라 수비도 강했다.선동열, 류중일 감독 시절에는 외부 FA 영입에 돈을 거의 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2016년을 기준으로 12년 동안 외부 FA를 잡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그랬던 삼성은 2016년 시즌부터 곤두박질쳤다. 외국인 선수와 투수진의 부진으로 2년 연속 9위라는 성적을 거두었다. 2018 시즌에는 팀 성적 6위를 거두면서 비록 5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 없는 가을야구 경쟁에서 밀려났지만 재기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9년에는 기대했던 최충연의 선발 전향 실패에다 구자욱, 박해민, 이원석, 김동엽의 부진으로 8위로 시즌을 마치며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는 고배를 마셨다. 결국 2017년부터 팀을 이끌어 오던 김한수 감독은 2019년을 끝으로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데이터 분석팀의 허삼영을 감독으로 선임한 삼성은 변화된 모습을 보였지만 타격에서 한계를 보이며 8위로 시즌을 마쳤다.올 시즌 삼성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21일 현재 73승8무57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2016년 3월19일 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첫 가을야구를 확정 지었다. 삼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5년 이후 6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노리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리그 1위와 2위의 차이는 크다. 치러야 하는 경기 수가 차이 나는 만큼 한국시리즈 우승을 꿈꾼다면 1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게 단연 유리하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다시 날아오르는 대구 프로 스포츠(2)에서 계속됩니다.5월23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FC-전북 현대 모터스의 18라운드에서 대구 세징야(오른쪽)가 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2017년 1부리그에 복귀한 대구FC는 올 시즌 역대 최고 성적인 정규리그 3위에 올랐다. 9월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초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삼성 원태인이 역투하고 있다. 2016년부터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삼성은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다. 연합뉴스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이기덕 대구 수성구자원봉사센터장 (2)…"복잡해진 세상, 까다로운 민원 늘어…행정도 팀플레이 해야 살아남는다"
첫 근무지였던 수성2·3가동에는 13명의 직원이 근무했고 그 가운데 여직원은 1명 있었다. 동장·사무장이나 고참 직원들이 김양, 박양 등으로 통칭해서 부르던 시기였다. 남아선호사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고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이라는 관념이 엄존했던 시절이라 여성들의 경우 능력을 갖추고도 사회 참여를 꺼리거나 집안의 반대로 참여하지 못한 경우가 흔했다. 어쩌다 보니 공무원 40여년 전 동사무소, 타자기 없어 먹지 대고 손으로 써서 등본 발급 박봉에 이직 준비하는 직원 많아"신입 때,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업무여건은 열악했다. 가르방(줄판) 위에 원지를 얹어놓고 철필로 문구를 쓴 뒤 등사기로 밀어서 문서를 제작했다. 원지는 8절지 크기로 얇은 세로환지 같은 종이 양면에 파라핀이 코팅돼 있고 모눈종이처럼 가로 세로 일정하게 줄이 구성돼 있다. 가르방위에 원지를 놓고 철필로 글을 쓰면 파라핀이 뚫려서 흰 글자로 나타난다. 타자기는 구청이나 상급 기관에만 보급돼 있었고 주민등록 등·초본은 먹지를 대고 손으로 써 주었다. 당직날은 곤혹 그 자체였다. 당직실이 마땅찮아 쉴 공간이 없었다. 여름에는 사무실 책상위에 모기장을 치고 그 안에서 눈을 잠깐씩 붙이곤 했다. 병아리 공무원 시절 에피소드가 많았다. 첫 발령지 사무실은 3층 규모의 건물 2층을 임대한 좁은 공간이었다. 야간 당직을 위해 순번제로 1명씩 숙직을 서던 시절이었는데 3개월이 지나도록 당직을 세워 주지 않았다. "엄연한 정규 직원인데 어리다고 왕따 시키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주임에게 따지듯이 물었더니 웃으며 조용히 말씀해주셨다. "아들 같고 동생 같고 낮에 근무하고 밤에 학교 다니는 야간대학생 신분의 신규직원이고 하니 다른 동료들 눈치봐가면서 공부하고 빨리 적응하라고 편의를 봐주는 것"이라고. 야학하는 학생 급사(給仕)가 한번씩 결근할 때면 급사 대신 자전거를 타고 구청으로 문서사송(문서수발·수신발신)을 다니곤 했다. 하루는 구청 총무과에 문서를 전달하러 갔더니 "너 인마 왜 이렇게 늦게 오느냐"고 핀잔을 줬다. 황당하기도 하고 뭐 이런 사람이 있나 싶어 "인마라뇨?" 하고 반문했더니 그분이 당황해 하면서 "너 학생(급사) 아니가?" 하는 거였다. 너무 어려 보여 직원인 줄 몰랐다고 사과를 받기도 했다.당시 대구지역 동사무소의 경우 주경야독하는 직원들이 동마다 3~4명 정도 됐다.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 잘되던 시절이어서 이직율도 꽤 높았다. 이때문에 대구시가 1983년도 모집 인원부터는 9급 공채 자격 연령을 만 18세에서 20세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보람느끼게 한 한마디 10년차 무렵, 시장님의 친필 칭찬 업무에 자신감 생기고 어깨 펴져 우수 기초자치단체 수성구 선정돼 구청장 수행해 靑행사 참석 영광도 2013년 인재육성장학재단 설립 보람1983년 7월 입대한 이기덕은 2년3개월 뒤 만기전역하고 복직해 남구청으로 전출갔다. 이 무렵 구청에 전동타자기가 있었고 컴퓨터가 막 도입돼 하나워드 프로그램으로 보고서나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1991년 5월 대구시청 사회과로 옮긴 이기덕은 기초수급자 업무와 장애인, 보훈단체, 자원봉사 관련 업무를 맡았다 . 생활보호, 영구임대주택 입주자 선정, 장애인, 보훈병원건립 업무를 담당할 때인 그해 12월 초 대구자원봉사지원센터(소장 박은수 변호사) 주관으로 대구시민회관 대강당에서 500여 명 정도가 참석하는 가운데 개최된 '제4회 세계자원봉사자의 날'이 열렸다. 이기덕이 그날 대구시장의 기념식 축사를 작성했다. 이기덕은 행사를 마친 뒤 당시 한명환 시장(2002년 작고, 제10대 영남일보 사장)으로부터 "잘 작성하였음"이란 친필로 격려를 받았다. 공무원 조직은 사기(士氣)를 먹고산다. 모시고 있는 최고직의 상사로부터 업무로 칭찬을 받고 나니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1993년 1월 7급 승진과 더불어 13년 만에 다시 수성구로 전입했다. 그사이 공무원인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초창기 맞벌이 부부 세대다. 결혼할 즈음만 해도 여성들은 직장보다는 육아와 가사에 전념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높았다. 경제적으로 조기 안정을 가져 올 수 있고 서로에 대한 직업 이해 등으로 소통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육아는 벅찼다. 자녀 둘(1남1녀)을 뒀지만 솔직히 어떻게 무탈하게 커왔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가족이 휴가를 같이 맞춰 가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이기덕은 물론 아내도 업무에 비중을 둬야 하는 직종이라 그만큼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고 이때문에 나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존재했다. 자원봉사 트렌드 시간보다는 활동 자체에 의미부여 공동주택 분리배출 기획·모니터링 일상 속 실천하는 '그린웰 사업'추진"한명이라도 더 행복해진다면 성공"이기덕은 재전입한 수성구에서 지난 6월 말까지 28년5개월 일했다. 그리고 행정국장을 끝으로 40년2개월여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지난 세월이 주마간산처럼 스쳐간다. 민선 단체장 취임 초기인 1995년 12월, 기초자치단체 평가에서 수성구가 우수단체로 선정됐다. 민선 초대 구청장이던 김규택 구청장을 수행해 청와대 영빈관 공식행사에 참석,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수성구기(區旗)에 수치(綬幟)를 직접 받았다. 대구교육 1번지 수성구의 교육지원업무 등을 맡고 있던 평생교육과장 시절 주민, 기업, 구의원들과 힘을 합쳐 수성구 인재육성장학재단을 설립했다. 2013월 12월 첫발을 내디딜 때 총기금이 10억원 정도(구출연금 7억6천만원, 주민·기업인 등 3억원)였고 40명의 학생들에게 3천800여 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2020년에는 적립금이 53억원, 연간 100여 명에 1억2천만원을 지원할 정도로 커졌다.이기덕은 공직생활 중 가장 기뻤던 일로 지방행정 공무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사무관 승진과 더불어 구정홍보를 책임지는 홍보교육과장으로 첫 보직을 받았을 때를 꼽는다. 구정 홍보를 제대로 하려면 단체장의 의중을 알아야 한다. 출입기자들과 소통이 중요하다. 4년간 맡으면서 구정을 알리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얻은 것도 많았다. 구정 전반을 보는 눈이 생겼고 많은 분과 교감하면서 진심을 나눴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큰 꿈을 실현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민선단체장 출범 후 대구시청이라는 좀 더 넓은 무대에서 보다 큰 시각으로 행정을 해보고 싶었다. 전입시험도 보고 1대 1 교류 신청도 해보았지만 그때마다 길이 막혔다. 대구시로 전출은 못갔지만 다행히 차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교육 지원 업무를 담당하면서 차를 접한 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관내 평생교육원인 푸른차문화연구원 선비반에 입문, 행다례와 차명상, 품평, 제조과정까지 이수하고 2007년엔 다도사범증을 취득했다. 차 생활은 지금 이기덕의 삶의 일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에는 꽃길만 있는 것이 아니듯 이기덕의 공직생활도 예외는 아니었다. 성과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이 적지 않지만 그 이면에는 애환과 고뇌, 갈등의 시간이 무수히 많았다. 동료들보다 비교적 일찍 공직생활을 시작한 탓에 승진에서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양보(?) 당했던 기억과 민선단체장이 바뀔 때면 나 자신도 모르게 재단된, 있지도 않은 라인 때문에 적지 않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공무원은 현직에 충실할 뿐 라인을 만들거나 무리지어 오해받을 일은 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믿음이라 할까 신조가 있었기에 오해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으며 지탄받지 않고 뒤늦게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독일 속담에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라는 말을 참 좋아하고 즐겨 인용한다. 공직생활을 무탈하게 마무리한 지금으로서는 모든 게 아름다운 추억이고 참으로 행복하다. 지난해 공로연수 기간 중 영남일보가 개설한 'CEO 아카데미' 1년 과정에 등록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정치,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저명인사들의 강의를 통해 느끼는 것이 참 많았다. 수강생 대부분이 왕성한 사회활동과 폭넓은 교류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집과 사무실만 오가던 나의 공직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한쪽으로만 바라보던 사고와 부족했던 부분을 찾아 채우며 배우는 가운데 '퇴임 후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찾아봐야겠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러나 기술직 퇴직공무원들과는 달리 행정사와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밖에 없는 행정직 퇴직자들엔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한정적이었다. 막막하기만 했다. 궁즉통(窮則通)이랄까. 퇴직을 한 달여 앞둔 즈음, 아시아복지재단에서 수탁운영 중인 수성구자원봉사센터장 공개모집 공고를 봤다. 반신반의하면서 응모했다. 공모절차를 거쳐 센터장이 됐다. 제2의 인생을 이곳에서 시작했다. 이기덕은 센터장으로 있는 동안 다양한 계층의 자원봉사자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자원봉사 프로그램 개발에 중점을 두려한다. 현재 자원봉사 트렌드는 시간보다는 활동 자체에 대한 의미 부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일상 속의 자원봉사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기존 자원봉사의 의미를 확장시켜 자원봉사를 일상으로 녹여내는 과정이 중요해졌다. 좋은 예가 최근 수성구청 지원 하에 실시되고 있는 '세상을 바꾸는 움직임! 그린웰(Green Well)'사업이다. 환경에 관심이 있는 지역주민 15명으로 구성돼 스스로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수성구 내 생활자원회수센터, 자연닮기 초록세상 만들기 봉사단, 정다운 아이쿱 생협, 한국재생아트 협동조합, 수성글로벌ESD실천연대 등 환경 관련 기관과 그린(Green)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환경보호를 위한 교육, 주민 인식변화 프로그램, 아파트 및 공동주택 분리배출 등을 기획하고 모니터링한다. 이 외에도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이기덕은 이젠 떠나왔지만 공직사회에 충고와 덕담을 잊지 않는다. 이기덕은 "한국 근대불교를 대표하는 경봉(鏡峰, 1885~1969) 대선사의 설법 고해 중에 '사람은 태어날 때 한 권의 연극 각본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 각본의 저자도 자기요, 감독도 자기요, 주연도 자기다. 그리고 그 각본대로의 한마당 연극이 그 사람의 일생이다. 이왕 연극을 할 바에는 멋들어지게 해야 할 것이다'라고 하셨다. 선사의 글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공직자는 시민의 공복임을 항시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왕에 공무원으로 발을 들였다면 거창한 것보다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에 충실하고 좀 더 신명나게 주민들을 위해 업무에 임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최소한의 시간만이라도 여가를 활용해 좋아하는 것에 하나 이상의 취미를 꼭 가지라고 당부한다. 하는 일마다 주민을 생각하고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덧붙인다. 매사에 감사하며 공직생활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행복으로 이끄는 비결이라고 조언한다.이기덕은 공직 후배들이 소통과 공감,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 주길 바란다. 행정이 복잡 다양화되고 전문적인 지식과 까다로운 민원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정책도 날로 새로운 게 생기고 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부서 간 동료 간 상하 간 상시 소통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혼자만 잘해서는 행정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소통과 화합 그리고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팀플레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이기덕은 "미국의 저명한 사상가 애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에는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인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성공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40년 넘게 공직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단 한 사람의 주민이라도 저로 인해 행복해질 수 있었기를 바라며 후배들도 나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사진=이기덕 수성구자원봉사센터장 제공1988년 대명10동 민원창구에서 근무하는 모습. 오른쪽에서 둘째가 이기덕.2013년 수성구 평생교육과장 시절. 구의원들과 힘을 합쳐 인재육성장학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수성구가 여성친화도시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2016년 이진훈(가운데) 구청장과 함께한 모습.지난해 대구를 찾은 정세균 총리와 수성구 고산2동 코로나 방역대책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이기덕 대구 수성구자원봉사센터장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 부근 신천변을 걷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이기덕은 1981년 수성구 수성2·3가동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월급명세서 실수령액이 11만2천82원. 당시 공무원은 박봉이어서 요즘처럼 인기직종이 아니었다.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이기덕 대구 수성구자원봉사센터장 (1)...가진 것 없어 시작한 공직생활 인생 2막은 '이웃 위한 봉사'
이기덕은 1961년 경북 의성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님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도회지로 공부하러 간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선생님이 되겠다는 소박한 꿈을 채워가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고교를 졸업할 무렵 여러 형편상 대학에 진학할 여건이 되지 못했다. 고향 선배의 추천으로 친한 친구 두 명과 포항에 있는 두산농산이라는 제법 큰 규모의 돼지 사육장(10개동 1천두 정도)에 첫 취업을 했다. 돈사 1동(100여두 정도)을 맡아 거기에 딸린 조그만 방에서 숙식하며 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래 동료들이 10여 명 정도 되었으며 대부분 농고나 축산고를 졸업해 낙농이나 축산의 꿈을 가진 친구들인 데 비해 인문고 졸업생인 나에게는 고된 노동과 비전문성으로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체격 조건상 힘든 육체적 노동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한 달 보름 남짓 일하고 짐을 싸서 대구로 왔다. 이모댁에서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중 선배 한 분이 "가진 것 없는 사람도 학업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며 소개해 준 것이 공무원이었다. 공무원이 되면 자기 힘으로 야간대학까지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고교시절 학구열이 대단했고 시골학교였지만 학도호국단 대대장(지금의 총학생회장)까지 했는데…'라는 자존심이 삐져나왔고 오기가 뻗쳐 도전키로 마음먹었다. 학원과 도서관을 오가며 재수와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던 1980년 7월, 대구시청 앞을 지나다가 게시판에 붙은 '대구시 공채 9급 시험 공고문'을 봤다. 원서를 냈고 운좋게 합격했다. 예비고사를 치른 후 야간대학에 원서 접수하고 발표를 기다리던 이듬해 2월초쯤 공무원교육원으로 입교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부모님께서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야간대학 등록금을 납부한 통지서를 들고 공무원교육원으로 면회를 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1981년 4월 연수 후 수성구 수성2·3가동에서 근무했다. 그렇게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주경야독의 여정이 시작됐다. 그때 이기덕의 나이는 만 스물이 되지 않았다.이기덕이 처음 공직생활을 시작할 때는 제5공화국 출범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사회정화운동이 한창이었다. 1980년 11월1일 발족한 국무총리실 소속의 사회정화위원회가 설치됐고 이곳에서 정화운동을 주도했다. '반부패 환경 조성'이라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인권의식이 열악한 시기이기도 했다.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고 각급학교 학생들의 교복이 자율화됐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개인 과외가 금지됨에 따라 사교육 없이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세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는 1981년을 기점으로 석유파동의 후유증을 극복하면서 중산층의 비율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1986년부터 1989년에 이르기까지 '3저 현상'(저금리, 저유가, 저환율)의 영향으로 경제 성장과 수출 증가가 이어졌다. 대학 졸업자들의 대기업 취업은 '누워서 떡먹기'였다. 당시 공무원은 박봉의 직종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요즘과는 달리 그렇게 인기직종이 아니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이기덕 대구 수성구자원봉사센터장 (2)에서 계속됩니다.4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자원봉사센터장으로 제2의 인생을 걸어가고 있는 이기덕 대구 수성구자원봉사센터장.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뉴욕州, 양육 어려움 겪는 조부모에 필요한 지원 알려주고 실제로 받고 있는지 확인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부모가 돌보지 못할 경우 친족에 의한 돌봄이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가 더 이상 자신의 자녀들을 돌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 조부모 등 친족이 양육을 맡게 되면 위탁가정에서 지내는 것보다 자녀들의 안정과 행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모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아동에게 안정된 양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조부모 등 대체 양육자에게 아동 양육에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조손가정 등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마련·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기존 지원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적절한 지원을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연방정부=친족 양육 가정의 복지 서비스 접근성 강화를 목적으로 친족 내비게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04년 워싱턴주에서 최초로 시행됐다. 2003년 워싱턴주 의회에서 '친족 돌봄법안'이 통과되면서 친족 아동을 돌보고 있는 양육자에 대한 추가 지원 정책의 필요성이 인지됐고 친족 양육자를 지원하는 내비게이터 프로그램이 시범사업으로 운영됐다.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은 2008년에 시작됐다. '위탁보호연계와 입양확대법'에 의해 마련된 자유재량 기금이 친족 내비게이터 프로그램 운영에 사용되고 있다. 2009년에는 13개 프로그램, 2012~2015년의 기간 동안에는 7개 기관이 재정 지원을 받았다.연방정부는 2018년 법 제정을 통해 내비게이터 프로그램의 사회서비스 재정을 확대했다. '양당예산법'에 의해 제정된 '가족우선예방서비스법'은 위기가족 아동들이 가족해체 시 위탁양육에 맡겨지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 의회는 가정에서 이탈돼 위탁양육에 맡겨진 이후에야 아동을 지원하는 연방정부의 아동보호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률 제정을 통해 아동의 위탁양육을 사전에 예방하고 친족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가족우선예방서비스법'을 통해 친족 내비게이터 프로그램이 연방정부의 지원 하에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뉴욕주=민간단체와의 협력으로 내비게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뉴욕주 아동 및 가족서비스 국의 재정 지원으로 가톨릭가족 센터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뉴욕주 전역 62개 카운티에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뉴욕주의 내비게이터는 조손가정 등에 경제적 지원, 법률 정보 제공 및 각종 서비스 연계 등으로 조손가정 등이 아동을 양육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필요한 지원을 안내해 준다. 프로그램에서 제공되는 실제 사례를 보면 '대상 가족의 필요를 파악→사례 계획의 수립→현금 및 의료급여 등 복지제도 신청 지원→지역 서비스 지원기관으로 연계→필요한 서비스를 지원 받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다른 어려움을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주기적인 연락'이다. 조손가정 포함 친족의 자녀를 부모 대신 양육하고 있는 가정이 모두 서비스 대상이 된다. 뉴욕주의 친족 내비게이터 프로그램은 지역 사회복지서비스 기관과 직접 협력하여 대상자를 발굴한다.빈곤가정 일시부조업무 직원 또는 아동복지사가 친족 양육 가정을 접촉하게 되면 친족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안내받을 것인지에 대한 의향을 확인한 후, 동의할 경우 프로그램 담당자가 2일 이내에 해당 가족에게 연락하도록 조치한다.◆플로리다주=플로리다 주 법령 Title V Chapter 39는 친족 내비게이터 프로그램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동 법률은 친족 내비게이터 프로그램의 목적을 친족 양육자가 제공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 등을 안내하고 있다. 무료 긴급전화의 설치·운영, 친족 양육 가정 발굴을 위한 구호지원활동, 공공기관과 민간기관과의 협력 증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플로리다주에서는 기관 협력 및 지역 마을 행사를 통해 친족 양육 가정을 발굴하고 있다. 대표 상담전화를 통해 조손가정이 직접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거나 아동복지기관,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단체 등으로부터 지원 대상 가정을 추천받고 있다. 조부모의 날, 프로그램 홍보 행사 개최, 지역 내 홍보를 통해 친족 내비게이터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친족 양육 가정을 발굴한다. 조손가정의 다양한 필요에 부응하는 복지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고 연계한다. 법률 지원, 식료품, 의료, 상담 등을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를 찾아 연계해 주고, 현금급여, 식료품할인구매권, 의료복지서비스 신청을 지원한다.◆조지아주=조지아주에서는 주 정부가 내비게이터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조지아주의 지역 아동 및 가족 서비스부서에 의해 총괄 책임자 및 내비게이터가 배치된다. 조지아주 복지부의 웹사이트에서 내비게이터 서비스를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친족 양육자가 신청하거나 민간단체 등 서비스 기관 종사자가 내비게이터 프로그램이 필요한 친족 양육 가정을 서비스에 연계해 줄 수 있으며 정부는 신청을 받은 이후 48시간 내에 응답하도록 설계돼 있다. 또 웹사이트에 내비게이터의 이름, 활동 지역, 사무실 위치, 사무실 전화번호 및 휴대폰 번호, 그리고 e메일 주소가 공개되어 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도움말=국회입법조사처 양육환경 개선 보고서 시리즈 '조손가정 지원을 위한 미국의 내비게이터 프로그램 운영사례 및 시사점'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조손가정 (3)...성장기 상처받고 방치된 아이, 마음의 병 앓아…실태조사는 10년째 제자리
◆정서·행동 장애로 고통대구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존속살인 혐의로 고교 3학년 A(18)군과 학교에 다니지 않는 B(16)군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0시10분께 서구 비산동 한 주택에서 흉기로 할머니(77)의 얼굴과 머리, 어깨, 팔 등 전신을 마구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현장을 할아버지(92)가 목격한 뒤 "손자가 흉기로 아내를 여러 번 찔렀고, 아내 옆에 못 가게 한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119구급대가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할머니를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형제는 다음날인 31일 구속됐으며 경찰은 지난 6일 이들 형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 형제는 각각 7세와 5세였던 2009년 부모가 이혼하면서부터 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조부모가 손자들을 극진히 보살폈지만 손자들은 삐뚤어졌고, 심리 및 인지치료까지 받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A군은 중학생 때부터 정서·행동 장애로 아동발달센터에서 심리치료를 받아왔다. B군은 지난달 교사와 학생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퇴학당했다. B군은 중학생 때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손자녀들 정신적 건강 적신호비극 맞이한 대구 조손가정 형제사춘기부터 정서·행동장애 겪어 심리적 박탈, 사회적 반감 되기도세대차로 인한 갈등 우려도 높아실태파악 후 지원정책 마련 시급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이 성장기 나이에 올 수 있는 정신적 충격과 방치로 건강에 적신호과 켜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장기 아이들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분별력이 형성되는 시기지만, 노부모와 어렵게 사는 아이들의 경우 이러한 성향이 다소 저하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성 발달에도 영향을 미쳐 상대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되고 정서적 공감이 발달치 못해 항상 위축돼 있게 만들 수 있다. 지역의 정신과 전문의는 "대부분 양육자가 조부모가 되는 경우 아이들에게 수용적이고 다소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데 아이와의 관계에서 권위 체계가 동등한 관계가 돼버리면 아이는 조부모를 군림하려는 성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아이들이 적당한 양육적 훈계를 받지 못함에 있어 다소 공격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다는데 있다. 기력이 쇠한 노부모일 경우 아이들에게 부모만큼의 양육 및 훈계 지침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감정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고, 나아가 아이들 성장기에 사회적 반감이 생기며 가정에 대한 가치관 형성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지역 한 복지센터 관계자는 "조손가정에서 불우하게 자란 아이들 가운데 정서적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제대로 된 대책마련 절실해"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조손가정에 대한 지원체계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조사가 요구된다. '아동종합실태조사' 등에서 한부모 및 조손가정 아동들이 일반가구에 비해 열악한 가정환경 및 그와 관련된 정서·심리적 박탈감 및 소외감을 겪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조손가정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정기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실태조사를 근거로 조손가정의 필요에 부응하는 정책과 복지 서비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가족필요척도(Family Needs Scale)를 적용하는 등 서비스 대상 발굴과 연계해 서비스 수요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조손가정의 취약성을 충분히 고려한 복지 서비스 전달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손가정은 고령의 조부모와 부모가 부재한 미성년 손자녀로 구성된 가구로 조부모의 부양능력 부족, 질병, 장애 등에 의해 아동이 성장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양육 환경일 우려가 크다보니 조손가정은 신청주의 원칙에 따라 복지서비스가 분배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이와 함께 조손가정 발굴에서부터 서비스 수요 조사, 이미 마련된 서비스와의 연계 등을 위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특히 청소년 손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조손가정은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 발생의 우려가 높고 사춘기에 접어든 손자녀의 욕구 등을 충족시키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으므로 청소년 프로그램 등에 대한 안내 및 복지 서비스 연계가 마련돼야 한다.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은 "국내에서는 2010년 이후 조손가정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조손가정 규모 및 수급 현황 이외의 사항이나 부모를 대신해 아동을 돌보고 있는 친족 양육 가정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파악이 어렵다"며 "'아동종합실태조사' 등에서 한부모 및 조손가정 아동들이 일반가구에 비해 열악한 가정환경 및 그와 관련된 정서·심리적 박탈감 및 소외감을 겪고 있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조손가정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정기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조손가정 실태조사를 근거로 조손가정의 필요에 부응하는 정책과 복지 서비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인 조부모의 부양능력 부족, 질병, 장애 등에 의해 아동이 성장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양육 환경일 우려가 크고 사춘기에 접어든 손자녀의 욕구 등을 충족시키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조손가정의 취약성을 충분히 고려한 복지 서비스 안내 및 연계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지난달 30일 대구 서구의 한 조손가정에서 10대 형제가 자신들을 키워준 친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사건이 발생한 주택의 빨랫줄에 할머니가 깨끗하게 빨아둔 교복이 걸려 있다. 〈뉴스1 제공〉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조손가정 (2)...조손가정 50%(2018년 기준) 연소득 3천만원도 안돼…5.3%만 기초생계급여 수급
2010년 여성가족부 '2010년 조손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손가정이 형성된 가장 큰 이유는 '친부모의 이혼 및 재혼'(53.2%)이었으며 '친부모의 가출 및 실종'(14.7%) '친부모의 질병 및 사망'(11.4%) '친부모의 실직 및 파산'(7.6%) '친부모의 맞벌이 취업'(6.7%) 등 다양한 이유로 조손가정이 형성됐다. 조손가정의 월 평균 소득은 59만원 정도로 대부분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었으며 친부 및 친모와 연락하며 만나는 경우는 각각 약 50%(친부)와 약 35%(친모)밖에 되지 않았고 친부 및 친모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각각 약 15%(친부)와 약 32%(친모)나 됐다. 이혼율이 증가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다면 조손가정은 앞으로 더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조손가정 아동은 일반가정 아동에 비해 경제적 곤란, 심리적 위축, 영양 결핍, 정서적 곤란 등 부정적 영향에 노출돼 있다. 주 양육자인 고연령 조부모의 건강 악화, 양육·교육 정보 습득의 어려움, 세대 차로 인해 손자녀와 적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 등이 일상화되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경제적·정신적 결핍친부모의 이혼·사망·파산 등 원인아동 박탈감 점수 5.11…평균의 3배월세·보증부월세 거주비율도 높아경제적곤란·영양결핍·심리위축 등성장기 부정적 영향에 노출돼 있어◆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손가정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 손자녀와 살고 있는 박모(70) 할머니는 최근 수년간 다니던 봉제공장을 그만뒀다. 계속된 불황으로 인해 사업주가 사업을 접었다. 월 180만원 정도 되는 급여로 생활비와 손자녀들의 교육비를 감당했는데 앞으로 막막하다. 4대 보험을 들지 않은 탓에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주변의 조언대로 행정기관에 조손가정 생계급여 수급자 신청을 할 계획이다. 수급자가 되면 3인 가구 기준으로 월 98만여원의 생계비와 40만원의 양육비를 받을 수 있어 다시 취직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박 할머니는 "부모가 돌보지 않는 애들이라고 손가락질 받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수급자 신청을 미뤘는데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게 됐다. '가난은 염치를 없게 만든다'는 말을 실감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말했다.조손가정이 생계 급여 수급자로 지정되면 1인 가구의 경우 최고 월 54만8천여원, 2인 가구 92만4천여원, 3인 119만5천여원, 4인 가구 146만2천여원, 5인 가구 172만7천여원의 돈을 지자체로부터 받을 수 있다. 손자녀 한 명당 월 20만원 양육수당이 보태진다. 그러나 가구주가 재산이나 소득이 있거나 수령하는 각종 연금이 있다면 그만큼 수급액에서 차감된다. 법적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를 부양할 직계 비속(부양의무자)이 있으면 수령액이 또 줄어든다. 조손가정은 일반가정의 아동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손가정의 월 근로소득은 221만5천원으로 일반가정(413만7천원)의 절반가량에 그쳤다. 조손가정의 70.2%의 연 소득(2018년 기준)은 1천만∼5천만원이고 1천만원 미만인 조손가정도 9.2%에 달한다. 전체 조손가정의 79.4%가량이 연 소득 5천만원 미만인 셈이다. 일반 아동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총 260만원인 것으로 조사된 반면 조손가정의 경우 이보다 낮은 164만여원인 것으로 나타났다.아동의 결핍지수에 대한 조사에서 조손가정의 결핍지수는 52.9%로 일반가정 29.9%에 비해 23%포인트 높았다. 결핍지수는 '하루에 세 끼를 먹는다' '학교나 보육기관에서 주최하는 행사 또는 현장학습에 참가하기 위한 돈을 지불할 수 있다'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물려받지 않은 새 옷이 있다' '적어도 두 켤레의 신발을 가지고 있다'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등 17개의 결핍문항 중 2개 이상 결핍으로 응답한 아동의 비율을 말한다.주거환경에 있어 일반가정은 약 8%가 월세 혹은 보증부 월세에 거주하고 있지만 조손가정은 42% 이상이 월세 혹은 보증부 월세에 거주하고 있고 월세 부담이 23만원으로 다른 빈곤저소득 계층보다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물질적·사회적 박탈상태에 대한 조사에서 조손가정은 평균 박탈점수인 1.58점을 훨씬 상회하는 5.11점을 기록해 이들 가구에 속한 아동이 상당한 수준의 박탈감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아동빈곤율은 14.5%로 OECD 35개국 중 26위를 기록해 아동빈곤율이 비교적 높은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아동빈곤율이란 아동(0~17세) 중 '중위소득 50% 미만 소득 가정'의 아동 비율을 말하며 아동 빈곤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핀란드로 아동빈곤율이 3.6%에 그치고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 아동들은 평균적으로 행복 및 삶의 만족을 느끼는 반면 특정가구의 아동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여기에 조손가정 아동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코로나로 어려움 가중중2·고1 손자녀 양육 중인 할머니최근 사업주 폐업으로 일자리 잃어컴퓨터 없어 원격수업 참여 힘들고식비 등 생활비 지출 부담도 늘어◆복지사각지대에 내몰린 조손가정…"코로나19 어려움 가중시켜" 최모(76) 할머니는 2명의 초등학생과 1명의 중학생 등 3명의 손자를 홀로 양육하고 있다. 최근 노인 일자리 사업마저 끊기면서 생활고를 겪고 있다. 평소라면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아이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는 날이 많아 식비나 공과금 등 생활비 지출은 배로 늘었지만 수입은 줄어들었다. 최 할머니는 지난해 동 행정복지센터에 생계급여 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등본 등 서류에 손자녀들의 부모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주거와 교육 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으나 아직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기준엔 남았다. 최 할머니는 "10년 전에 이혼하고 아이들을 맡긴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연락이 없는 부모인데 서류상 존재한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기초생계급여를 받는 조손가정 수는 6천9세대다. 2018년 기준 전체 조손가정 수의 5.3%만 기초생계급여를 지급받고 있는 것이다. 양육비 지원 비율도 낮다.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지원 사업 에 따르면 지원 대상자는 '조부 또는 조모 중 1인이 만 18세 미만 손자녀를 양육할 경우이며 조부와 조모가 함께 손자녀를 양육하는 경우에는 조부와 조모 중 1인이 심신장애·질병으로 장기간 근로능력을 상실하거나 조부 또는 조모 중 1인이 65세 이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의 조건을 충족하는 중위소득 52% 이하의 조손가정에 아동양육비 월 20만원을 지급하며 5세 이하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가정에는 추가 아동양육비 5만원을 지급한다. 문제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조손가정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2018년 기준 전체 조손가정 미성년 손자녀 5만9천183명 중 0.23%인 135명이 아동양육비를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까다로운 지자체 지원 조건3인가구 생계급여 최고 119만5천원서류상 부양의무자 있으면 못 받아"10년간 연락 한번 없었던 자식인데…"복지서비스 신청 접근성 향상 시급이처럼 조손가정이 복지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는 건 우리나라 조손가정의 실태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탓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조손가정 실태조사는 2010년 이후 실시되지 않아 조손가정 규모 및 수급 현황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조부모 외 친족이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친족 양육 가정에 대한 현황 자료는 친인척 위탁가정 파악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부모를 대신해 아동을 돌보고 있는 친족 양육 가정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조손가정에 대한 지원 정책이 미미하다.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지원사업, 보건복지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저소득층 지원정책이 대표적인 조손가정 지원정책이며 조손가정을 위한 별도의 정책은 부족한 형편이다.조손가정에서 신청 가능한 다양한 복지 서비스가 해당 가정에 정확하게 안내되는 전달체계 등이 갖추어져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이들 가정을 복지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 복지 관련 정보 습득 및 접근 경로에 능숙하지 않은 조손가정이 가용한 복지제도를 스스로 찾아 신청한다는 걸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고연령 조부모 및 저연령 손자녀로 구성된 조손가정은 복지 제도에 대한 정보 습득 및 접근성, 온라인 신청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구지역 한 청소년 돌봄센터 관계자는 "복지 서비스 신청에 있어 행정 편의성이 우선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조손가정의 제도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할머니, 13세 남동생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김미연(15)양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원격수업을 하면서부터 학습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집에는 5~6년 전에 정부 지원을 받았던 컴퓨터 한 대가 있지만 종이 오래되고 카메라도 없어 원격 화상프로그램 '줌(zoom)'을 이용한 실시간 수업에는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 컴퓨터가 없어 집에서는 아예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동생은 친구 집에 가서 수업을 듣고 오기도 했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은 조손가정 구성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한 '조부모가정 코로나19 영향 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조부모들은 '경제적 어려움'(44%)을 가장 많이 선택했고, '외부활동 제약'(42%), '손자녀 학습활동 관리'(35%), '손자녀 미디어 사용 관리'(26%) 순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조손가정 (3)에서 계속됩니다조손가정은 일반가정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손가정의 월 평균 근로소득은 221만5천원으로 일반가정(413만7천원)의 절반가량에 그쳤다.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조손가정 (1) 할머니의 무거운 어깨, 덜어줄 방법은 없을까요
조손가정은 65세 이상인 조부모와 만 18세 이하인 손자녀로 구성된 가정을 말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1월 기준 18세 미만 아동 및 청소년과 조부모로 구성된 조손가정은 5만2천951가구 15만1천588명이다. 연령별로 5∼9세 아동이 1만8천76명으로 가장 많고, 10∼14세 1만5천715명, 0∼4세 1만4천216명, 15∼17세 1만1천176명 순이다. 대구의 경우 행정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복지지원 대상 조손가정은 129가구다. 정부와 대구시 등이 조사한 조손가정 자료가 정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정부와 각 자치단체가 주민등본상 각각의 가구를 검토해야 정확한 조손가정 가구 수를 파악할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정부의 통계가 일부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조사기관마다 통계가 다를 수도 있다. 인구주택총조사가 좋은 예다. 이에 따르면 조손가정은 1995년 3만5천194가구, 2000년 4만5천224가구, 2005년 5만8천101가구, 2010년 6만9천175가구다. 이 통계에서는 벌써 2010년 통계청 자료 '2018년 조손가정 가구 수'를 초과한다. 정부는 2010년 여성가족부의 조손가족 실태조사 이후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조손가정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이 사실상 어렵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조손가정 (2)에서 계속됩니다▨알림=다음주(9월24일) 위클리포유 쉽니다김미정(가명) 할머니가 손녀 지은(가명)양과 함께 단칸방에 딸린 마당에서 빨래를 널고 있다. "지은이가 커갈수록 어려움도 많아져 간다"는 김 할머니는 "생계 걱정이라도 덜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영남일보 DB〉
[추석 선물 70년 변천사]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전하고픈 마음은 그대로
며칠 후면 추석이다.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의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뭐니뭐니 해도 추석은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이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이 일부 개정됨에 따라 지난해 고향을 찾지 못했던 이들의 고향방문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 특수를 노린 성수용품 가격은 요동치고 대목을 보려는 유통업계는 고객 유혹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가 고삐를 잡기 위해 안간힘이다. 한편에서는 추석의 넉넉함을 느끼지 못한 이들이 속내를 숨긴 채 명절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1950년대부터 2020년대 초까지 우리의 추석 풍속은 어떻게 변했을까.추석연휴를 맞아 조상의 음덕을 기리면서 차례 지내고 성묘하고 친지들이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인들 간에 마음을 전하는 선물도 추석 명절의 중요한 이벤트다.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1950~60년대 선물은 당시 먹거리가 귀했던 시대상을 반영한 '생필품'이었다. 쌀이나 계란, 돼지고기는 물론 과일 등 식품이 인기를 끌었으며 당시만 해도 수입량이 적어 귀했던 설탕이 최고의 선물로 꼽혔다. 또한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비누나 조미료 등도 인기가 높았다.지금과 같은 '추석선물'의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로 접어든 1970년대 이후다. 공산품 생산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때부터 추석 선물은 먹거리나 생필품보다는 기호품으로 바뀌었으며, 그중에서도 '커피세트'가 가장 인기 있는 품목으로 떠올랐다. 경제 수준이 크게 상승하던 1980년대에는 규격화되고 다양한 선물이 한꺼번에 담긴 '종합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었다. 또한 고급스러운 포장지나 고가의 한우세트가 나오기 시작했다.1990년대에는 선물세트의 유행은 계속됐지만 1994년 이후 한동안 발행이 금지됐던 상품권이 재발행되면서 명절 기간 중 가장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주는 사람은 상품 선택의 고민하지 않아도 되며, 받는 이 역시 본인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1990년대에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수백만원대 고가제품과 중저가선물세트가 나란히 인기를 모았다. 추석 선물 문화가 사회 계층을 떠나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백화점들은 100만원대 수입양주 세트와 영광굴비 세트 등을 추석 선물로 내놓았다. 백화점이 늘어나면서 백화점 상품권도 인기였다. 당시 한 언론은 이를 "백화점 상품권의 등장으로 정성보다 금전만능식의 편리성을 추구한다" "거품경기의 극을 엿보게 한다"며 꼬집기도 했다.2000년대에 들어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추석 선물에도 '웰빙' 바람이 불었다. 비타민이나 오메가3 등 건강식품으로 트렌드가 바뀐 것이다. 이후 2005년에는 와인이 인기품목 1위를 차지했다. 2010년 이후엔 추석 선물이 다양화된 것이 특징이다. 홍삼과 한우, 과일 등 기존에 인기있던 선물에 고급 디저트, 랍스타 등 다소 이색적인 선물이 더해졌다. 2016년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된 이후로는 5만원 이하의 '실속' '알뜰' 선물 세트가 주를 이뤘으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김과 멸치, 건어물 세트 등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그전까지 주요 백화점들의 5만원 이하 선물 세트 비중은 전체의 5%에 불과했다. 코로나19에 시달렸던 지난해와 올해는 '고가' '건강 관련' '비대면' 선물이 대세다. 유통업계에선 이번 추석 김영란법이 한시적으로 완화된 점과 직접 찾아뵙지 못하는 미안함 때문에 값비싼 선물이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본다. 한우와 홍삼, 온라인 상품권 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부터 KF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이 추석 선물로 등장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1950년~60년대 추석 즈음 한 신문에 난 설탕광고. 설탕은 당시 최고의 인기 선물이었다. 〈영남일보 DB〉1980년대 인기였던 생활용품 선물세트. 〈영남일보 DB〉코로나 시대에 등장한 위생용품 선물세트. 〈영남일보 DB〉
실마리 안 보이는 의대 증원 갈등
의대 지역인재전형 95%는 '수능 최저' 충족해야…의대 입시 '변수'
"대한의사협회, 대구 등 전국 6곳서 촛불집회 열고 의대 증원 강행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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