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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오늘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막…'미래'를 위해 싸워라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오늘 0시를 기해 막이 올랐다.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없지만, 이번 총선은 국내외 위기 앞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택하는 선거다. 그런데 총선을 지배하는 의제가 심히 유감이다. 오직 '심판'뿐이다. 국민의힘은 '거야 심판',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내걸고 있다. '심판'은 과거와의 싸움이다. 모두 자랑스럽지 않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심판'의 특징은 네거티브다. 네거티브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공식 선거일 하루 전 각 당 출사표는 '심판'에 매몰돼 있다. 국민의힘은 '4월10일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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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화 물꼬 튼 醫政…서로 양보하면 대타협 가능하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여당이 먼저 대화의 손을 내민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정갈등 중재를 자처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잠정 보류를 내각에 지시했다. 그리고 지난 24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의료계에 대화 촉구 메시지를 보내며 "내년 의료 예산을 함께 논의하자"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했다. 하지만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행렬은 멈출 기미가 없다. 의대 2천명 증원 결정 철회 없인 정부와 대화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제자들을 설득해야..
[사설] 기동순찰대가 바쁠수록 시민 안전지수는 높아진다
최근 들어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공포심마저 불러온다. 당연히 치안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예방을 위한 경찰의 적극적인 활동이 절실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치안대책의 하나로 지난 2월 말 전국 시·도 경찰 단위에 기동순찰대를 신설, 검거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첫발을 내디뎠다.97명으로 구성된 대구경찰청 범죄예방대응과 기동순찰대가 출범 한 달 동안 거둔 성과..
이슈칼럼영남일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다
박규완
우광훈
진 식
박진관
노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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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찔끔' 손질 끝? 개혁하려면 제대로 하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지난 11일 공론화위원회 의제 숙의단 워크숍을 통해 확정한 2개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1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명목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것이고, 2안은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명목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번 개혁안에는 지난해 정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제시한 유력안(보험료율 15% 인상에 소득대체율 40% 유지)이 빠졌다. 국민 반발을 의식해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의 후퇴를 선택한 것이다. 그동안의 길었던 논의 과정에 비해 미흡한 결과물이다.연금특위는 다음 달 중순 시민대표 500명이 참여하는 생방송 토론회를 거친 뒤 5월29일까지 최종 단일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 전에 본회의에 상정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민의 수용 가능성이 낮다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설사 통과된다고 해도 문제다. 1, 2안 중 어느 것을 채택해도 기존 연금 고갈 예상 시점(2055년)보다 7~8년 늦춰질 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을 '찔끔' 손질하는 미봉책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연금개혁안을 부실하게 만들어놓고 정부와 정치권이 폭탄 돌리기 하듯 책임을 떠넘기면 미래 세대의 부담만 커지게 된다. 시간이 더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근본적인 연금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동의를 최대한 얻을 수 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안한 국민연금 이원화(구연금-신연금) 방안이 주목된다. 적지 않은 국비 투입이 전제돼야 하지만 보험료 고갈 우려를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각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돌직구 핵직구]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청년의 눈빛을 보면 그 사회의 미래가 보인다. 꿈과 도전의식에 가득 차 있으면 희망이 있고, 반면 피로와 절망으로 찌들어 있으면 쇠퇴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청년들은 어떤 눈빛을 보이고 있나? 청년 세대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미래를 향한 도전보다는 마음의 위안을 위해 '니체' '소펜하우어'의 염세 철학에 젖어 들고 있다. '헬조선'의 또 다른 버전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불평·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대학생·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다. 그냥 취업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 취업이다. 쉽게 말해서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직을 원한다. 그게 쉽지가 않다. 괜찮은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20%에 불과하다. 청년 취업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제대로 된 직장을 잡고, 나머지 네 명은 비정규직에 프리랜서이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1.4%에 그쳤으니 올해 2월 대졸자 약 44만명 중 10만명 정도만 좋은 일자리에 취업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누적 청년 미취업자가 126만명에 이른다. 취업이 어려우니 연애와 결혼은 엄두도 못 낸다. 청년 사회의 졸업·취업·결혼·출산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졌다. 초저출산과 인구 감소, 대한민국의 존립 문제도 청년 문제에서 출발한다. 두 문제는 동전의 앞뒷면이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면 저출산 문제도 해결된다. 작년에 합계출산율이 0.72로 떨어졌다. 출생아의 숫자는 23만명에 불과하다. 2020년 5천184만명을 기점으로 총인구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 이후 38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는데 출산율은 더 떨어지고 있다. 인구 절벽으로 대한민국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이미 문 닫는 학교가 속출하고, 노동력 부족으로 경제가 추락하고, 사회복지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지방 인구 감소를 넘어 소멸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노동·연금의 3대 개혁 과제도 결국 인구 감소로 생긴 문제이다.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청년 개인의 노력이 부족하고 성실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사회 구조적인 문제 때문일까? 원인 규명에 따라 대책이 달라진다. 청년의 문제에 대한 종합적 대책을 세우기 위해 2020년 '청년기본법'이 제정되었다. 국무총리실에서 '청년 정책 기본 계획'을 작성하고 총괄·조정하고 있다.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자산 형성 등 종합대책을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체감도와 만족도는 낮다. 그 이유는 개인적인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청년 문제는 경제·사회적 원인에서 기인한다.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크고, 월급 받아 아파트 구입하기가 어렵고, 자녀를 낳아 기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백화점식 분산된 정책으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 청년·인구 문제를 총괄할 '청년미래부'(가칭) 신설을 제안한다. 청년과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할 과감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국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청년의 3대 장벽인 일자리 창출, 주택 공급, 교육비 지원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덧붙여 인구 변화에 따른 미래사회 대응 방안도 만들어야 한다. 과학기술, 산업, 교육, 국방, 조세, 연금, 지방 발전에 관한 시나리오별 전략이 필요하다.청년 자살, N포 세대, 고립과 은둔 청년, 청년 빈곤, 열정 페이, 이대남과 삼대녀, 헬조선 등등. 부정을 긍정으로 바꿔야 한다. 청년의 삶을 이해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대한민국의 희망과 미래가 청년들에게 달려 있다.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동대구로에서] 대구 경제계 '합의추대' 프레임서 탈피를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요즘 대구상공회의소 차기 회장 선거 분위기가 그렇다. 회장을 선출하는 임시총회는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대구를 대표하는 경제단체 수장이 누가 될지는 지역의 큰 관심사다. 대한상의 부회장도 겸하기 때문에 그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더욱이 경기불안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이른바 '다중 위기' 속에서 공존 해법을 찾을 새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2명이 회장 선거 출사표를 던졌지만 적극 나서지 않고 눈치만 본다.왜 그럴까. 일찌감치 '단일후보 합의추대'라는 프레임에 가둬놔서다. 경선을 하면 마치 난리가 날 것 같은 분위기를 형성해놓은 것. '경선'이란 말은 사실상 금기어(禁忌語)에 가깝다. 다른 지역 상의선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특정 후보자 지지선언도 없다. 아마 지금도 2명 후보자를 대상으로 물밑 설득작업이 한창일 것이다. 그 원인을 찾으려면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0년 4월 제17대 회장 선거 때 채병하(전 대하통상 회장)·권성기(전 태왕그룹 회장) 후보가 상의회장 자리를 놓고 제대로 붙었다. 16대에 이어 리턴매치였다. 선거구도는 치열했다. 두 후보는 경선 때 자신에게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기업인을 상공의원으로 대거 가입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결국 사달이 났다. 기업인들이 패가 갈려 상대편을 힐난했다. 채 회장(16대 회장)이 또 수장에 올랐지만 반목과 갈등의 정도는 치유불능상태였다. 채 회장은 새 임기(3년)를 시작한 지 8개월만인 2000년 12월 말 자진 하차했다. 사업장 부도, 대구시와의 불화도 있지만 역시나 경선을 치르면서 불거진 기업인 간 갈등이 뼈아팠다. 이 일은 지금도 큰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후부터 대구상의 회장 선거에선 오롯이 '단일후보 합의추대'만 허락됐다. 갈등이 잉태될 여지를 원천차단하고 조용히 선거를 치르는 게 '아름다운 전통'처럼 인식됐다. 이제 '묻지마 합의추대' 방식에 태클을 걸 때가 왔다.기업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당시 '정치적 부대낌'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섬유와 건설 등 전통업종도 지금은 많지 않다. 2차전지, 반도체, 디지털헬스케어, 로봇, UAM 등 신산업이 승승장구하면서 경제지형도가 바뀌었다. 고학력과 합리적 사고가 통하는 2세, 3세 경영인이 많아졌다. 제조업에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시도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고금리, 공급망 불안 등 대내외적 악재 속에도 대구지역 투자는 늘고 있다. 민선 8기 출범 후 20개월 만에 대구 투자액 규모는 8조원을 넘어섰다. 이 기세가 꺾이지 않아야 한다. 대구 시민은 여전히 '경제적 허기'를 느낀다. 미래지향적인 마인드가 확보되면서도 생산적이고 행동하는 기업인들의 등장을 학수고대한다. 대구상의 회장이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새 경제리더를 제대로 뽑도록 선택의 장(場)이 열려야 한다. 정책 비전 제시는 당연히 해야 하고, 업종의 지역 대표성, 수출 및 연구개발 활성화 의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대구시와의 공조 의지 등 따져볼 게 많다. 하나같이 지역 기업인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부분이다. 합의추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바뀐 기업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탈만 내세우다 보면 미래는 없다. 경쟁 없는 조직은 도태되기 십상이다.최수경 정경부장최수경 기자
[시선과 창] AI와의 공존보다 중요한 것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로 시작된 'AI 전쟁'은 여러 거대 테크 기업들의 참전으로 더욱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미국의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차세대 AI 모델 '클로드3(Claude 3-Opus)'를 발표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필자가 직접 클로드3를 사용해본 결과, 기존의 챗GPT와 유사하면서도 GPT-4를 능가하는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었다. 실제 대규모 벤치마크 테스트(MMLU)에서도 클로드3는 GPT-4를 압도하는 점수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마치 클로드3가 인간과 같은 지각과 의식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이었다. 자신만의 관점과 의견을 피력하고, 심지어는 스스로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이는 비단 필자의 경험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AI 업계에서도 '클로드3가 강한 자기 인식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속속 나오고 있다. 'AI의 의식'에 대한 논의가 불 지펴지는 양상이다. 물론, 현재의 기술로 AI가 의식을 가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이 '의식'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AI의 의식'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정말 AI에게 의식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약간의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해보자. 적어도 지금처럼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취급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인격체에 준하는 대우를 해야 하거나 AI가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며 인간 사회에 적극 관여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AI가 예술과 창작의 영역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데, 감정과 교감의 영역마저 대체하게 된다면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의식을 가진 AI와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인간이 AI에 예속되고 말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하지만 'AI와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 그 자체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는 인간 사회의 성숙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뛰어난 AI 기술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가치관과 윤리의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AI와의 공존'보다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인류 구성원 간의 공존'이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다양한 분열과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 간, 민족 간, 계층 간, 세대 간 다양한 차원의 반목과 대립, 전쟁과 테러, 차별과 혐오, 불평등과 양극화…. 이 상황에서 고도의 지능을 가진 AI가 등장하면, 인간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이 AI에 그대로 투영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AI 시대를 준비하는 동시에 인간 대 인간의 관계 회복이라는 근본적 과제에도 힘써야 한다. 상호 이해와 존중, 배려와 협력의 가치를 되살리고, 연대와 공감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어쩌면 AI라는 신인류의 출현을 눈앞에 두고 있을지도 모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낙관이나 비관이 아니라 인류애와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민주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결국 AI에 대한 논의 역시 '인간에 대한 논의'를 기반으로 꽃피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AI 시대를 계기로 우리 모두가 서로를 돌아보고, 또 한층 성숙하고 행복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서승완 유메타랩 대표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기고] 시골 찾아가는 병원버스
합계출산율 0.65명.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역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진입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2023년 출산율인 0.7보다 낮은 수치다.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지방소멸의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인구감소는 지방에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줄어드는 인구만큼 경제, 사회, 의료, 문화 인프라도 함께 붕괴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특히 고령화 비율이 높은 지방의 경우 의료 인프라 확충은 필수 과제로 손꼽힌다. 그러나 경제성이 없어 시장 논리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군위, 영천, 청송 등 경북 곳곳은 인구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들 지역은 자식을 도시로 떠나보낸 노인들이 홀로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들은 대개 병원이 없어 환자들은 병이 생겨도 쉽게 진찰과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몸이 아파도 병원이 있는 도시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므로 노인 혼자 움직이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K-water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시골 마을로 찾아가는 병원 버스 운영에 시동을 걸었다. 병원 버스에는 다양한 의료 장비가 설치되고, 전문 의료인이 탑승해 진료를 펼친다. 대상은 댐 인근 지역에서 사는 어르신들이다. 이동형 마을병원 버스는 4월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이번 찾아가는 병원 버스 운영 사업(K-water 의료 사랑방)은 그동안 추진해 온 '댐 주변 지원 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전환점으로 의미가 크다. K-water 낙동강유역본부는 군위댐, 성덕댐, 보현산댐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댐 주변 지원 사업'을 지속해 추진해 왔다. 그동안 댐별로 각각의 사업을 시행한 이유로 의료지원 등 비용이 드는 사업은 쉽게 추진할 수 없었다.어르신 의료 공백 해소는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K-water는 그동안 개별사업을 통합해 의료 장비가 갖춰진 병원 버스를 마련했다. 찾아가는 병원 버스는 의료취약지역 주민 1천500여 명에게 주 2회 방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 버스는 의료전문 기관에서 위탁 운영한다. 이 버스에는 의사, 간호사가 탑승해 시골 마을 어르신의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것은 K-water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동형 의료버스 지원 사업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키는 보루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세진 (K-water 낙동강유역본부장)김세진 (K-water 낙동강유역본부장)
[사설] 역대급 조용한 텃밭 본선, 'TK공약 실종' 우려한다
국민의힘 텃밭 대구경북의 공천이 마무리되고 있다. 현역 의원이 70%에 가까운 생존율을 보였다. 공천=당선이 유력한 이곳에선 '조용한 공천'은 '조용한 본선'으로 이어진다. 박빙 대결로 주목할 선거구가 거의 없다. 되풀이한 현상이지만 이번의 적막감은 가히 역대급이다. '민주주의 최고의 잔치' 선거판에 TK는 주인공은커녕 늘 구경꾼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경꾼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선거에서 관심 밖에 놓이면 그 지역의 '공약'은 홀대받는다. 반복된 TK 고민이 또 현실화하고 있다.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에 송언석·양금희·김병욱 의원 등 TK 의원이 다수 포함돼 기대했던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이 가운데 송 의원만 공천받았다. 김 의원은 일찌감치 탈락했고, 양 의원은 '국민추천제'라는 좁은 문을 두드리고 있다. TK 공약의 생성과 우선순위 확보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여당 공천 반발 △이준석 신당 TK 흥행 △민주당 존재감 등의 3무(無)가 빚은 결과이기도 하다. 여전히 TK 발전의 밑그림은 보이지 않는다. 여당은 '다 잡은 물고기' 취급한다. 한동훈 위원장이 수도권·충청권·부산 등을 다니거나 찾을 예정이지만, TK는 빠져 있다.△TK신공항 철도 예타 문제 △신공항 특수목적법인 구성 △기업은행 유치 등에 침묵하는 건 가덕신공항 철도망 예타 면제, 산업은행 이전,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 추진 등 쏟아지는 부산 공약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격전지 수도권과 부산에는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면서 집토끼 TK 현안에는 관심 없다. 정치적 독점은 경쟁 부재를 낳고, 경쟁 부재는 공약 실종을 낳는다. 텃밭이라 과도해도 안 되지만 역차별 당해서도 안 된다.
[안도현의 그단새] 식물에게 배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여름방학 숙제에 식물채집이 있었다. 식물의 뿌리까지 캐낸 다음에 깨끗이 씻어 말린 뒤 흰 종이 위에 붙여 제출하는 숙제 말이다. 해마다 열 종류쯤 되었던 것 같다. 그중에 아직까지 그 이름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식물이 '방동사니'다. 길쭉하고 반질반질한 잎사귀 사이로 꽃대가 올라오던, 잎사귀를 뒤로 젖혀 묶으면 왕관 모양이 되던 식물. 질경이가 아주 쓴 풀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그 이후 나는 식물을 잊어먹고 살았다. 식물보다는 동물원에서 만나는 동물들이 훨씬 신기했다. 식물은 그저 풍경의 배경이 되거나 자연물 중에서 미미한 조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를 쓰면서 물고기들이 저마다 이름이 있다는 것을 무슨 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알게 되었다. 그때 봄날 밭둑에 드문드문 흐드러지는 하얀 꽃이 조팝나무 꽃이라는 것을 알았고,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에 나오는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 마타리를 알게 되었다. 식물을 찾아다니고 식물도감을 펼쳐보는 시간이 억새잎처럼 쭉쭉 늘어났다.데이비드 애튼버러의 '식물의 사생활' 서문은 나를 식물 가까이 바짝 끌어당긴 책이다. 식물은 볼 수 있고, 계산을 하고,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시간을 잴 수 있고, 수를 셀 수도 있다는 유명한 몇 문장 때문이었다. 이것은 과장도 아니고 비유도 아니었다. 비록 얼치기이지만 지금은 식물에 관해 말해 보라면 몇 가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첫째, 식물도 사랑을 나눈다는 것. 동물의 암수처럼 식물도 암수가 있어서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종족 번식을 위해 애를 태운다. 실제로 식물의 수분 과정을 현미경으로 보면 올챙이 형상의 수정체가 암술의 씨방으로 접근하는 모습은 동물의 수정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고 한다. 걷지 못한다고 해서 식물이 하등생물인 것은 아니다.둘째, 식물도 시계를 차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 산에 많이 자라는 참나무류는 다른 나무에 비해 마른 잎을 늦게까지 떨어뜨리지 않는다. 새순이 돋을 때까지 잎을 달고 있는 감태나무는 겨울에 그 잎이 더 매끄럽게 느껴진다. 시계 덕분에 잎을 지상에 내려놓아야 할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셋째, 식물도 서로 경쟁하면서 서로 돕는다는 것. 나뭇가지가 하늘을 가리는 무성한 숲에서는 어디를 둘러봐도 고사리류와 이끼류가 보인다. 이들이 살아가도록 주변의 식물들이 습도를 조절해 주었기 때문이다. 또 높은 산에 사는 함박꽃나무는 키가 큰 나무들이 반그늘을 만들어 주어야 생육이 왕성하다.넷째, 식물도 자신의 나이를 안다는 것. 식물은 자신의 나이테를 몸속에 새겨두고 잊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키가 큰 경기도 용문사 은행나무의 나이가 1천18살로 추정된다는 뉴스를 보았다. 우리는 1천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이 은행나무의 나이를 겨우 알았을 뿐이다.이 밖에도 식물은 재채기도 할 것 같고, 서로 대화도 할 것 같고, 화를 내기도 할 것 같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할 것 같다. 슬프면 우는 식물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인간이라고 해서 식물 앞에서 으스대거나 까불거나 잘난 체하면 안 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 갖다버릴 때가 되었다.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시인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시인
[사설] 악성 민원에 신음하는 공직…정부 특단 대책 서둘러라
무차별적이고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공무원들이 고통받고 있다. 최근 김포시 한 공무원이 악의적 민원과 온라인 마녀사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대구지역에서도 사건화된 악성 민원 사례가 해마다 500건 이상(행정안전부 자료)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무실에 불을 지르겠다는 등 무시무시한 협박을 하는가 하면, 시쳇말로 '십원짜리 욕설'은 물론 폭행을 가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공무원들이 언제까지 이런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야 하나. 그저 안타까워만 해선 안 될 일이다.지난해 공무원 악성 민원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 7천61명 가운데 84%가 최근 5년 새 악성 민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 달 평균 1~3차례가 42.3%로 가장 많았다. 악성 민원에 시달린 공무원 가운데 상당수는 '퇴근 이후 불편한 감정 지속' '업무 집중력 저하' '민원인 공포증'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는 최근 MZ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피해가 발생해도 소속 기관이 주민 여론을 의식해 고소·고발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직원 개인이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정부가 김포시 사건과 관련해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무원 사이에선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말로만 '재발 방지'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책이 절실하다. 악성 민원에 특화된, 누구나 쉽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말이다. 악성 민원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두말할 나위 없다. 여하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사설] 퇴임하는 김태오 DGB금융 회장, 기억하는 이들 많을 것
DGB금융지주 김태오(69) 회장이 6년의 재임기간을 뒤로 하고 이달 말 퇴임한다. 2018년 5월 외부 영입 케이스로 지주 회장에 발탁된 그는 DGB 금융그룹을 한 차원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 주축인 대구은행은 오래전부터 대구를 대표하는 기업이자 독보적인 지역 금융기관이었지만, 근년 들어 금융그룹의 격에 맞게 패러다임을 바꾼 데는 김 회장의 리더십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 정평이다. 그는 취임 직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고, 산하 계열사인 자산운용 및 캐피털사의 양적 질적 팽창을 주도하면서 은행 중심의 DGB그룹을 국내 최고의 지방 금융그룹이란 반석에 올려놓았다. 디지털화에도 앞장서 'IM뱅크'란 걸출한 금융 앱도 탄생시켰다.물론 산고(産苦)가 없지는 않았다. 지역민의 절대적 신뢰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을 비롯해 금융 소외집단에서는 지역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높이라는 요구가 상존했고, 그룹 내부적으로는 해외진출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그런 도전들을 헤쳐나가면서 그룹의 대표사인 대구은행은 이제 역대 지방은행 최초로 전국구 은행인 '시중은행'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수도권이 경제를 장악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볼 때 대구에 발판을 둔 기업의 전국적 진출이란 관점에서 보면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경이로운 장면인 셈이다. 그 배경에 김태오 회장의 비전과 역할을 배척할 수는 없을 것이다.김 회장은 영남일보 인터뷰(11일자)에서 "결국 조직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성"이라고 했다. 기업을 비롯, 어떠한 조직체든 리더의 비전과 철학은 그 조직이 갈 목표를 정하고 그게 조직의 사활을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숱한 중소기업들이 포진한 대구경북의 산업계에도 울림을 주는 지적이다. 그의 아름다운 퇴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진우의 시대정신] 가짜 뉴스와 '가짜 현실'
선거철만 되면 온갖 소문과 음모, 선전과 선동이 거품처럼 일어나 현실을 뒤덮는다. 세계의 지정학적 질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미국 대선과 우리 미래의 풍경을 바꿔놓을 총선이 겹친 올해, 우리는 가짜 뉴스의 구렁텅이에 빠질 위험에 맞서야 한다. 우리는 과연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올바른 정치적 지도자를 제대로 선택할 수 있을까? 정치적으로 두 동강이로 갈라져 서로 적대시하는 극단적 분열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진영에 따라 자신만 옳고 상대방은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하는데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게 가능하기나 하겠는가? 진실은 증발하여 사라져 버리고, 가짜 뉴스만 활개를 칠 것이 틀림없다.우리가 모두 진리에 관심이 없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떻게 될까? 정치인들은 서로에게 무지와 무능과 부패의 낙인을 찍으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비난한다. 그것이 정권 심판이든 아니면 운동권 청산이든 그들은 자신들만이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진짜 현실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인가? 무엇이 우리의 구체적 현실인가? 우리는 이미 진짜와 가짜 현실을 구별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토끼굴 효과'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토끼굴은 놀랍도록 또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초현실적인 상태나 상황에 빠지는 것에 대한 은유이다. 이 비유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유래한다. 첫 장에서 앨리스는 흰 토끼를 따라 굴로 들어가 이상한 나라의 초현실적인 세계로 이동한다. 토끼굴은 기괴하고 비합리적인 경험을 상징한다. 마치 인기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우리는 우리를 무지하게 만드는 파란 알약 대신에 진실을 보여주는 빨간 알약을 먹고 '우리가 얼마나 깊은 토끼굴에 빠졌는지' 알아볼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이미 토끼굴 같은 '가짜 현실'(페이크 리얼리티)에 빠졌다면 그리고 우리에겐 진짜 현실을 알 수 있는 빨간 알약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현실을 알 수 있을까? 우리는 과연 현실을 알 수 있는 것인가?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세 가지 시대적 경향은 이 물음을 더욱 긴박하게 만든다. 하나는 익히 알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며, 다른 두 가지는 이 시대를 특징짓는 기술적 흐름이다. 유튜브, 트위터, 틱톡과 같은 '소셜 미디어'와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공지능'이 결합하면 우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챗GPT 제작자인 오픈AI는 최근 짧은 명령으로 현실보다 더 현실같이 보이는 사실적 이미지와 영화를 빠르게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소라(Sora)'를 출시했다. 우리는 지금 '딥페이크(deepfake)'가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의 '딥 러닝'과 '가짜(페이크)'의 합성어인 딥페이크는 원본과 똑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미지와 캐릭터를 창조한다. 챗GPT를 사용하듯 원하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인공지능 소라는 고화질 영상을 신속하게 만들어낸다. 이러한 정교함과 신속성을 기반으로 원본보다 더 많은 이미지가 생성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을까? 최근 논란이 된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 연설' 영상은 그 자체로 딥페이크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저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 보복은 있어도 민생은 없습니다"라는 연설 내용은 이미 이 영상이 가짜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어 의도한 효과가 실현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딥페이크의 문제점은 그대로 남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이 딥페이크였는지 아니었는지는 문제 되지 않는다. 해당 영상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실제 존재하지 않은 장면을 새롭게 생성한 딥페이크가 아니라 원본 영상을 짜깁기한 것이라는 국가수사본부의 보고는 핵심을 비껴간다. 영상 자체가 진짜라고 해서 짜깁기로 만들어낸 내용이 가짜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댓글에 숨어 있다. "진짜인 줄 알았네." "가짜가 진짜보다 보기 좋다." 진짜인 줄 알게 만드는 딥페이크 기술이 정말 사용된다면, 어떻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것인가?딥페이크의 문제점은 그것을 탐지하기 이전에 이미 소비되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진짜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가짜로 판명되더라도 그것으로 영향받은 우리의 견해와 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거짓과 허위의 토양에서 자라난 편견이라는 잡초를 쉽게 제거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짜를 하나하나 솎아내기보다는 가짜가 자랄 수 없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가짜 뉴스'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가짜 뉴스'는 '가짜(페이크)'와 '뉴스'의 합성어이다. 무엇이 뉴스인가? 뉴스는 최근의 사건에 관한 보고로서 전통적인 언론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중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가짜 뉴스를 일종의 '허위 보도'로 이해하지만, 가짜 뉴스가 언제나 거짓인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유튜브에 올라온 '이강인 가짜 뉴스'를 보자. 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 선수 사이에 말다툼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달고 있는 영상들은 이 사실을 왜곡한다. 가짜 뉴스는 전혀 사실이 아닌 현실을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사실을 바탕으로 현실을 왜곡하여 보도한다. 간단히 말해서 가짜 뉴스는 우리를 잘못된 현실로 오도한다.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람의 진짜 목적은 결국 공중을 속이고 기만하는 것이다.가짜 뉴스는 언제나 진짜 뉴스와 대비된다. 진짜 뉴스는 진실을 알리고, 가짜 뉴스는 허위를 보도한다. 가짜 뉴스로 우리를 기만하려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진실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진짜가 없다면 가짜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 진짜와 진실에 관심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지 아닌지에 관심이 없이 그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늘어놓는 주장을 영어로 '불싯(Bullshit)'이라 한다. '개소리' 또는 '헛소리'이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이 진실에 대한 욕구마저 죽인다면, 의미 없는 헛소리만 만연한다. 가짜 뉴스가 만들어내는 가짜 현실이 두렵다면, 우리 공중이 가짜 뉴스가 자라지 못할 문화적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총선의 결과로 드러날 것이다.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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