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직격탄...빈 차로 달리는 대구 대중교통수단 '종사자의 한숨'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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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7 19:55  |  수정 2020-02-28 08:52  |  발행일 2020-02-28 제6면
터미널
27일 오전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의 대부분 상점은 문 닫았고, 기다리는 사람도 몇 없다.


터미널2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버스 승차장의 모습. 벽면엔 "결행된 시간이 많으니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종이가 붙여져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교통수단 종사자들이 울고 있다. 승객들이 대폭줄었지만 운행을 계속할 수도, 그렇다고 중단할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27일 오전 11시 20분쯤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평소엔 평일에도 타지로 나가기 위해 대기하는 승객들로 북적였던 이곳이지만, 이날은 대기석에 드문드문 사람이 앉아있었다. 서울에서 이곳으로 도착한 버스에선 2명 내렸고, 10분 뒤쯤 출발한 울산행 버스는 단 한 명만을 싣고 갔다. 터미널 곳곳엔 "코로나19로 인해 결행된 시간이 많으니 매표실에서 운행시간을 반드시 확인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식당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편의점 등 열려있는 몇 안 되는 가게들도 찾는 손님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였다.

4층 버스 승차장에서 만난 고속버스 기사 박종명씨(44)는 "춘천~동대구행을 운행하고 있는데 이 노선은 주말엔 항상 만석이고, 평일에도 의 반 정도는 찼다"라며 "하지만 이젠 최악이다. 7대였던 버스는 1대로 줄었고, 그마저도 사람이 안 타거나 많으면 1~2명 탄다"고 울상지었다. 포항과 경주 등 대구 근교로 나가는 시외버스 기사 최익호씨(58)는 "오늘 운전한 포항~경주 노선에서도 1명, 경주~대구노선에서도 1명이 탔다. 회사 차가 105대 정돈데, 이 중 지금 운행하는 건 40%가 채 안 된다. 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도 죄다 빈차거나 승객 한두명이다"며 "우리는 하루벌어 하루 사는 사람인데, 회사에서 3월엔 열흘 밖에 일할 수 없다고 한다. 한 달 아예 쉴 사람을 지원받는 버스 회사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씨에 따르면, 평소 10~15분 간격으로 운행하던 대구발 포항·경주행 시외버스는, 현재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중이다.

코레일
27일 오후 12시12분쯤, 서울에서 출발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가 동대구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평소 사람으로 붐볐던 열차 플랫폼이지만, 이날 탑승객은 몇 없었다.


공항
그야말로 텅텅 빈 대구국제공항의 오후 12시 37분쯤 모습.

이날 정오쯤부터 오후 1시쯤까지 동대구역과 대구국제공항 상황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동대구역 열차 플랫폼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이날 첫 열차였던 오후 12시 12분 부산행 무궁화호에는 10여명이 탑승했고, 타 지역에서 출발해 이미 열차에 탑승해있던 몇몇 승객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창문 밖 '소문의 대구'를 내려다봤다. 동대구역 한 직원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큰 역에서, 이처럼 승객이 없는 모습은 보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24일 동대구역 승하차 인원 수는 총 9천685명으로, 1주일 전인 17일(3만7천360명)보다 거의 4분의 1토막이 났다. 공항엔 국제선, 국내선 대부분이 죄다 끊겨버린 탓에, 이날 오후 스케줄은 제주행 티웨이 항공 노선 2편이 전부였다. 공항 내부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공항 관계자였다.

영업용 택시업계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김기웅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 조직정책지원국장은 "승객도 너무 없고, (바이러스 감염 우려 때문에) 무섭기까지해서 힘들다는 택시기사들이 많다"며 "법인택시 6천500대 중 10%밖에 운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차피 공차로 다니는데 연료비만 든다는 판단에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택시기사는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데 절박할 수밖에 없다"며 "회사는 회사대로 당장 기사들의 수입이 없으니, 당장 이달의 자동차 할부비나 보험비도 부담되는 상황으로, 다음달엔 부도나는 회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전했다.

이날 취재진이 탑승한 시내버스와 도시철도는 거의 빈 차로 운행했다. 이번 주 중(24~26일) 도시철도의 탑승객 수는 평균 12만9천360명으로, 1주일 전(17~19일) 평균 37만3천780명에 비해서도 3분의 1정도 수준이었다. 평일 평균 37만여명 수준도, 지난 달보다 많게는 10만여명 정도 줄어든 수치다. 버스 역시나 24~25일 평균 탑승객은 22만3천500명 정도로, 한 주 전(17~18일) 평균 55만9천명에 비해 절반 이상 대폭 줄어버렸다.

시내버스와 도시철도는 당장 감차 계획은 없는 상태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버스 감차 계획이 세워진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버스 회사에서 '상황이 급박하므로, 이미 짜여진 방학·명절·휴일 시간표 등을 활용해 감차에 들어가겠다'고 하면 검토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당장 운행 열차를 줄일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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