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형도 변화의 바람] (2) 주요기관-교통시설 서대구에 '脫수성 신호탄'

  • 박종문,손동욱,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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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10 20:06  |  수정 2021-08-19 15:34  |  발행일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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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탈(脫) 수성의 시그널이 포착되고 있다. 주요 시설이 비 수성구에 포진할 예정이고, 대구 전역에서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다. 북구의 공공주택지구인 연경지구(왼쪽)와 대구예술발전소·수창청춘맨숀이 위치해 폐허에서 예술공간으로 거듭난 중구 수창동 일대. 손동욱·윤관식기자

대구 수성구가 동구에서 분구돼 신설된 지 41년째. 반세기가 채 지나지 않아 대구는 '수성구'와 '비(非) 수성구'로 나뉘었다. 대구 인구의 '17.4%'가 살고 있는 수성구에 교육·교통·생활 인프라가 쏠려 있다. 82.6%의 비(非) 수성구 대구시민으로선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비 수성구에서 수성구로 이사 가는 것을 '입성(入城)'이라고 표현한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원하던 곳으로 진출(?)하게 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셈이다.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수성구 입성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비 수성구에 속속 들어설 예정이어서 균형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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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범어도 일대(영남일보 DB)

◆ 대구 주요 기관 수성구에 밀집
"여건이 된다면 수성구 본가에서 독립해서도 수성구에 뿌리내리고 싶네요. 나중에 아이를 낳더라도 좀 더 좋은 교육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요" 교육업에 종사하는 강민아(여·28·대구 수성구 고산동)씨의 말이다. 강씨와 같이 수성구민의 주거 만족도는 높은 수준이다. 2019년 대구시 사회조사에 따르면, 현 거주지로 이사를 권유하겠냐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한 수성구 주민이 73%에 달했다. 서구(35.4%)보다 2배 이상 높다. 대구시 8개 구·군 평균은 58%이다.

  

관공서 및 주요 기관도 수성구에 몰려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9년 수성구에 위치한 관공서 및 주요 기관은 155개로, 대구시 8개 구·군 중 가장 많았다. 특히 법원·검찰청, 교육청, 경찰청 등 주민들이 선호하는 '굵직한' 기관이 많다. 금융기관은 달서구(83개) 다음으로 많은 69개, 병·의원(올해 7월 기준)은 782개로 역시 달서구(822개) 다음으로 많다. 달서구의 인구를 감안하면 수성구에 얼마나 많은 기관이 들어서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달서구의 인구는 56만8천481명(23.2%)으로 수성구(42만5천987명·17.4%)보다14만2천여명 많다.


현재 범어동에 있는 법원·검찰청사는 오는 2025년을 전후해 수성구 연호동 새 법조타운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현재 법원·검찰청 후적지 개발 방안에 대한 용역이 진행되고 있지만, 새로운 공공시설이 들어서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은 고공행진이고, 수성구와 비 수성구의 격차도 크다. 한국부동산원에서 집계한 지난 5월 수성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6억 4천100만 원으로, 부산 해운대구(5억900만 원), 대전 유성구(5억800만 원)보다 높았다. 수성구와 대구시 평균 아파트 가격 격차는 2억7천900만 원에 이른다.

◆ 탈(脫)수성의 시그널
'수성구 중심의 대구'에 최근 변화의 신호탄이 쏘아졌다. 주요 기관과 교통시설이 서대구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대구시는 오는 2027년까지 달서구로 신청사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올 연말 개통하는 서대구 KTX 역사, '도시철도 오지' 서구를 관통하는 트램 건설 계획도 변화의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삶의 질'에서도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문화기반시설(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 등)은 중구(11.6개)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남구 5.4개, 서구 4.6개, 동구 3.5개, 북구 3.4개, 수성구 3.3개, 달서구 2.8개, 달성군 2.7개 순이었다. 대구시 사회조사(2018년)에서 8개 구·군 주민들은 지역의 문화예술시설 만족도를 최소 6.7점(달성군), 최대 7.6점(남구)으로 평가했다. 문화시설과 그 만족도가 비교적 평준화된 모양새이다. 문화예술 인프라가 잘 구축된 남구에선 문화재단 설립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시 8개 구·군 중 문화재단이 가장 먼저 생긴 곳은 수성구(2010년 7월)이지만, 이후 남구와 서구를 제외한 다른 구·군에도 순차로 생겨났다.


수성구 높은 집값 때문에 젊은 층이 수성구가 아닌 대구 각지로 흩어져 터를 잡으면서 나름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달성군 다사읍에 사는 정모(43)씨는 "두 아이 교육을 위해 수성구로 가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달성군으로 왔다. 생활여건과 도시 인프라는 이 정도면 만족한다. 학군이 조금 아쉽지만, 이곳 학부모들도 자녀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곤 한다"고 했다.


대구 전역에 조성되고 있는 '신도시'도 균형발전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주택지구의 경우 수성구 연호지구 외에도 북구 연경지구, 도남지구가 추진 중이고, 동구 신서지구, 달성군 옥포지구, 달서구 대곡2지구는 이미 준공됐다.


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대구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 2020 대구시 주택통계연감에 따르면, 수성구에서 추진되고 있거나 준공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39개로 가장 많았지만, 비 수성구도 이에 못지 않다. 남구 38개, 달서구 31개, 서구 28개, 중구·동구 25개, 북구 20개, 달성군 7개 등이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대구 수성구는 서울 강남 3구와 비견될 수 있다. 강남과 달리 비강남은 공적 차원에서 아무리 애를 쓰고 지원을 해도 발전이 힘들었다"라며 "그런데 최근 뜨고 있는 '마용성'(마포구, 용산구, 성동구)을 보면 다르다. 재개발이 적극 이뤄져 생활 환경과 여건이 많이 달라졌고, 교통도 개선됐다. 사람들이 유입되니 지방세가 많이 걷히고, 이는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이 이뤄지고 있다. 대구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다.


대구 지형도 변화의 시작은 도시의 공동 번영에 있어서도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수성구 혼자만의 힘으로는 (수성구도) 발전할 수 없다. 연대에 의해 함께 성장해야 하고, 이를 통해 동반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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