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오징어게임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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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5   |  발행일 2021-10-05 제23면   |  수정 2021-10-05 07:17

그야말로 '오징어게임'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한국드라마 최초로 전 세계 넷플릭스 TV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영화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이정재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극한의 게임을 다뤘다. 일본 콘텐츠와의 유사성, 여성 혐오 논란 등이 불거졌지만 전 세계에 부는 돌풍이 대단하다.

노래·게임에 비하면 문화적 장벽이 높은 게 드라마지만 K-드라마는 이미 2002년 '겨울연가'로 한류 붐을 일으키면서 인정받았다.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넷플릭스의 과감한 콘텐츠 투자가 K-드라마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세계에 갓 붐을 일으킨 좀비드라마 '킹덤'을 시작으로 탈영병 잡는 헌병 이야기를 다룬 '디피(D.P.)', 오징어게임까지 연타석 대형 홈런이다. 오죽하면 '미드(미국 드라마) 보려고 넷플릭스 가입했는데 한드(한국 드라마)만 보네'라는 말이 나왔을까.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자금이다. 넷플릭스가 연초 국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금액은 5천500억 원이다. 오징어게임에 넷플릭스가 지원한 자금은 200억 원. 9부작인 점을 감안하면 한 편당 22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디피도 6부작에 200억 원의 자금이 들어갔다. 국내 텐트폴(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만든 대작)의 제작비가 16부작 기준 150억~200억 원 수준인 것과 대비된다. 소위 말하는 대박 터뜨리는 작품,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넉넉한 제작비가 담보돼야 한다.

비단 드라마만이 아니다. 공연·전시도 마찬가지다. 여러 필요조건이 있지만 마음껏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그중 중요한 게 자금이다. 오징어게임이 지역문화계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늘 적은 예산으로 공연·전시를 기획해야 하는 대구시립예술단, 대구미술관·대구문화예술회관 등 시 산하 문화예술기관의 어려움이 크다. 대구시의 통 큰 투자가 지역예술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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