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마누라 고쟁이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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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5   |  발행일 2021-11-05 제23면   |  수정 2021-11-05 07:13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생사는 비슷한 모양이다. 세계 각국의 속담이나 격언을 보면 비유만 다를 뿐 맥락은 유사하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이 아닐까. 오늘 오후에 정권교체지수가 높은 국민의힘 대권 주자가 가려진다. 그동안 후보끼리 피 터지는 각축전을 벌였다. 내년에는 20대 대선과 지방선거가 3개월 간격을 두고 치러진다. 국내 정치 시즌에 적용됨직한 각국의 속담이나 격언이 꽤 많다.

우선 베트남 속담에는 "덩치가 큰 사람 100명보다 간 큰 사람 한 명이 낫다"라고 했다. 무릎을 칠 만하다. 어느 대선 후보 캠프에 유력 인사가 많이 몰려있느냐로 당선 가능성을 예측한다. 하나 오합지졸이 될 수 있다. 브라질 속담에선 다르게 설파한다. "사냥개가 없다면 고양이를 데리고라도 사냥하러 가라"라고 했다. 용인술을 강조한 속담을 보자. 아랍 속담에는 "간밤에 산이 움직였다면 믿되, 사람이 변했다면 믿지 마라"라고 했다.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게 ‘인성’이라는 것을 꼬집었다.

유대인들의 격언에 "큰 부자에겐 아들은 없다. 다만 상속인만 있을 따름이다"라고 했다. 대권을 쥐거나 지방선거에 당선되면 입에 든 혀처럼 굴던 측근이 표변해서 논공행상만 기다린다. 손톱만큼이라도 손해다 싶으면 주군을 향해 죽일 듯이 달려든다. 베트남 속담엔 "‘두리안’에 미치면 집도 팔고 마누라까지 판다"라고 했다. 두리안은 열대 과일의 왕으로 손꼽힌다. 내기를 좋아하는 국민성 탓에 ‘두리안’ 대신 ‘도박’이라는 단어를 넣어도 의미는 통한다. 우리 속담에 ‘노름(정치)에 빠지면 마누라 속 고쟁이까지 내다 판다"와 상통한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선 "구두 신고 축구한다"는 속담이 있다. 여야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런 주자들이 꽤 있었다. 상대를 얕잡아보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경고다. 베트남 속담에 "코끼리를 피한다는 것은 결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해결 방법이 없으면 승복하라는 의미다. 정치판에서 ‘코끼리’는 ‘민심’일 수 있다. 머리맡에 두고 되새겨야 하는 경구(警句)다.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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