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다시 생각하는 대구와 구미의 상생협력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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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07   |  발행일 2022-04-07 제23면   |  수정 2022-04-0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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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중부지역본부장

지난달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입주한 이후 구미에서는 2명의 '박 대통령'을 연계시키는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사저를 보러 오는 지지자들이 많을 것인데, 이들을 구미의 박정희 생가로 유입하려는 의도다. 두 전직 대통령을 연계시키는 프로그램에서 대구와 구미는 협력할 수 있다.

대구와 구미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는 대구와 구미를 같은 삶의 터전으로 삼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구에서 구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2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구미시는 추정하고 있다. 교통망이나 문화시설 구축에 대구와 구미가 협력해야 할 근거가 된다.

대구와 구미는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으로도 연결돼 있다. 대구는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가 출범한 곳으로, 대구에는 삼성상회 건물이 복원돼 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동상도 같은 공간에 있다. 구미에는 삼성전자 공장이 있다. 구미의 사업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삼성의 과거와 현재를 대구와 구미에서 볼 수 있다. 삼성을 매개로 대구와 구미가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요즘 대구와 구미의 상생협력이 절실한 현안은 대구의 취수원을 구미 해평으로 이전하는 것과 KTX 구미역을 신설하는 것이다.

지난 4일 국무조정실·환경부·대구시·경북도·구미시·한국수자원공사가 해평취수장의 대구경북 공동이용을 골자로 하는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약식'을 체결함으로써 안전한 식수원을 확보하려는 대구의 30년 묶은 숙원사업은 첫 단추를 뀄다.

하지만 이날 협약에 대한 구미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과 시민단체의 반대는 여전히 드세 이들의 반대를 협조로 바꾸지 않으면 향후 일정이 순탄치 않다. 구미와 대구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구미의 숙원사업인 KTX 구미역 신설은 대구의 협조가 필요한 사업이다. KTX 구미역은 대구 승객 입장에서는 돌아가는 역이 하나 생겨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불편을 주는 것이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대구의 동의가 필요하다.

KTX 구미역 신설은 김천의 반대에도 부딪힐 것이다. 이미 그런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구미역이 신설되면 현재의 김천구미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구미역 신설에 투입되는 막대한 재정적인 부담이 있는 상태에서, 김천의 반대 속에서 대구의 동의까지 얻지 못한다면 구미역 신설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구와 구미의 상생협력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의지는 매우 중요하다. 4일 열린 협약식에 참석했던 권영진 대구시장과 장세용 구미시장의 취수원 이전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권 시장은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소속의 장 시장은 재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대구시장과 구미시장의 의지와 역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와 구미의 협력을 위해 차기 시장이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 우선 행정구역보다는 시민의 편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두 번째는 광역단체장인 대구시장이 기초단체장인 구미시장을 동반자로 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양 도시의 협력이 예전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가 됐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덕목을 갖춘 시장이 선출돼 향후 더 많은 분야에서 대구와 구미가 협력하길 고대한다.
김진욱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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