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막장 드라마 선거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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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1   |  발행일 2022-04-11 제27면   |  수정 2022-04-1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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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논설위원

대구시장 선거가 막장 드라마로 변질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알 수 없지만 마음 편히 보기 어렵게 됐다. 시장이 되겠다고 나선 국민의힘 후보는 8명이다.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대구는 국민의힘 텃밭 아닌가.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하면 사실상 시장이 되는 게 현실이다. 대구의 정치 성향에 대해 새삼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겠다. 정서의 문제라 따지기 어렵다. 호남도 마찬가지다. 대구와 정반대 성향이긴 하지만, 역시 일극주의다. 더불어민주당이 꽉 잡고 있다. 대선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대구시민은 압도적으로 윤석열 당선인을 밀어줬다. 정권교체를 통한 대한민국과 대구 발전에 한 표를 던졌다. 정권교체의 주역인 대구가 지금 막장 드라마의 무대가 됐다.

우선 스토리 전개가 비상식적이다. 선거에서 후보가 비전을 제시하고 시민의 선택을 받는 게 상식이다.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공약도 내놔야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비전을 볼 수 없다. 모두 변화만을 부르짖고 있다. 체인지, 리모델링, 혁명이라는 말이 떠돈다. 좋다. 대구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맞다. 문제는 대구를 변화시켜 어떤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인지가 잘 보이지 않는 데 있다. 글로벌 세계 도시, 3대 도시, 시민 행복, 미래 번영 등 장밋빛 단어만 나열되고 있다. 예전에도 무수히 나왔던 단어들이다. 이런 단어가 다시 나왔다는 것은 결국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비전에는 '시대정신'이 담겨야 한다. 달콤한 단어로 시민을 유혹하기보다 대한민국과 대구의 도약을 위한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먼저다.

오락가락 행보로 논란을 자초한 후보도 있다. 홍준표 후보는 대구시청 이전과 관련, 원점 재검토 발언을 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잘못 전달됐다"며 슬며시 발을 뺐다. 경솔한 발언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홍 후보는 '못된 질문'이라는 표현도 했다. "대구시정에 대해 잘 모르고 계신데 어떤 부분을 개혁을 하겠다고 계속 말씀하시는 건지"라는 기자의 질문에 "참 못된 질문이네"라고 했다. 정의당 한민정 대구시장 예비후보의 지적처럼 '참 못된 답변'이다. 홍 후보의 거침없는 표현은 막말 논란을 연상시킨다. 홍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TV토론에서 당시 하태경 후보에게 "이런 못됐게'라고 했다, "막말 도졌다"는 핀잔을 들었다. 홍 후보가 유력 후보라 더 우려스럽다. 대구의 품격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파도 등장했다. 대구 달성에 내려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영하 예비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다 이루지 못하였지만, 못다 한 이러한 꿈들을 저의 고향이자 유영하 후보의 고향인 이곳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하여 이루어 줄 것으로 저는 믿고 있다"라고 했다. 대구시민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비상식적 신파다. 대구시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대구시민이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한 것은 친박 세력의 부활을 위해서가 아니다. 대구시장 선거에서의 '박근혜 마케팅'은 볼썽사납기 짝이 없다.

막장 드라마는 '욕을 하면서 보는 드라마'다. '원래 선거가 이런 거지'라고 여긴다면 막장 드라마는 계속된다. 정치권이 대구시민의 수준을 낮게 보고 무시하는 것인지, 실제 무시해도 될 만큼 수준이 낮은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막장 드라마를 그만 보고 싶다면 준엄한 경고장을 날려야 한다.
조진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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