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야간에 아이가 아프다면…한밤중 '열경련' 부모 대처가 뇌손상 막는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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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6  |  수정 2022-07-26 07:31  |  발행일 2022-07-26 제17면
경련 발생하면 아이 눕히고 고개 돌려 질식 방지

5분이상 지속되고 호흡 부족땐 지체없이 응급실行

복통 10여분 이어지다 호전 반복땐 장중첩증 의심

[전문의에게 듣는다] 야간에 아이가 아프다면…한밤중 열경련 부모 대처가 뇌손상 막는다

직장인 김모(37)씨는 최근 정신없는 새벽을 보냈다. 응급실을 제외한 모든 병원이 문을 닫은 오전 2시쯤. 5세 큰딸의 체온이 38.5℃까지 올라가고 갑자기 구토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열제를 먹였지만, 열은 좀처럼 내리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외상이면 아이가 심하게 울어도 병원을 가야 할 정도인지 고민해 볼 수 있지만, 무엇 때문에 아픈 건지 알 수 없어 마음만 답답했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지만, 여기에 나와 있는 대응방법에 대한 확신은 서지 않았다. 김씨처럼 병원이 모두 문을 닫은 시간대 아이가 갑자기 아플 경우 부모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전문의들로부터 유아가 응급실을 찾게 되는 △고열 △경련 △구토 △복통 등이 생겼을 때 대처법에 대해 들어봤다.

◆해열제 복용 후 미온수 마사지

가장 흔하게 응급실에 오는 경우는 아이의 고열이다. 이럴 때 우선 옷을 최소한으로 입히고 실내 온도를 조금 시원하게 한 후 해열제를 먹여야 한다. 특히 38℃ 이상이면 해열제를 주는 것이 좋다. 해열제로 많이 사용하는 약물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이나 부루펜 계열이 있다. 6개월 이하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을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체온이 38℃가 넘을 때는 4시간 간격으로 해열제를 복용할 수 있다. 또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38℃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이 두 가지 계열의 해열제를 2시간 간격으로 각각 교차 복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해열제 복용 이후 보통 1시간 정도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곧바로 다른 약을 먹여서는 안 된다. 다만 1시간 정도 지난 뒤에도 이전 체온보다 오르거나 비슷한 경우에 추가로 해열제를 먹이는 것이 좋다.

해열제로도 열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미온수 마사지를 바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열이 날 때 곧바로 미온수 마사지를 하면 아기가 보챌 수 있고, 오한으로 오히려 체온이 안 떨어져 아이만 힘들게 할 수 있는 만큼 해열제를 먹이고 1시간 정도 경과를 살펴본 이후 열이 높으면 그때 미온수 마사지를 하는 것이 좋다. 미온수 마사지를 할 때는 아이의 옷, 기저귀를 모두 벗기고 30~33℃ 정도(보호자가 손을 넣었을 때 따뜻한 정도의 느낌)의 미지근한 물에 수건을 적셔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큰 혈관이 있는 부위를 먼저 닦아주고 이어 팔, 다리를 문지르며 마사지를 해준다. 단 마사지는 30분 이상 하지 않는 게 좋다.

열이 오르며 경련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뇌세포가 미성숙한 만 5세 이하의 소아에게서 고열로 인한 경련은 대개 체온이 갑자기 올라갈 때 발생한다. 온몸이 뻣뻣해지거나 팔다리를 규칙적으로 떠는 모습을 보인다. 열이나 가벼운 경련만으로는 뇌 손상까지 이어지지 않지만, 경련이 5분 이상 지속되면서 호흡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해 뇌에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으면 뇌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열성경련이 발생할 경우 우선 아이를 안전하고 편평한 곳에 눕힌 후 고개를 한쪽으로 돌려 질식을 방지하고 호흡을 편하게 해준 뒤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구토와 복통을 호소할 땐

우선 '구토'와 '게움'을 구분해야 한다. 음식물이 위나 식도에서 역류하며 게워내는 것은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아 구토는 바이러스 위장염이나 변비, 위식도역류, 음식 알레르기 등 위장과 관련된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일부 드물게 반복적인 구토를 보이는 선천성 비후성 유문협착증이나 장 이상 회전으로 인한 염전증, 혈변을 보이는 장중첩증 등 생명에 위협적인 질환일 수도 있어 감별이 중요하다. 식사와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구역, 구토가 24~48시간 정도 지속한다면 응급실이나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장염 증상을 보일 때는 절대적인 금식보다는 한 번에 먹는 양을 줄이고 천천히 자주 먹이는 것이 좋다.

또 아이가 응급실을 방문할 정도의 급성 복통을 호소할 경우 세균 감염성 위장염이나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한 장중첩증, 맹장염일 수도 있다. 아이가 얼굴을 찡그리고 숨을 잘 못 쉬거나 배를 움켜잡고 몸을 쭈그리며 보채고, 땀을 흘리며, 자다 깰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면 반드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특히 복통 양상이 특이적으로 10~15분 정도 지속되다가 다시 호전되기를 반복할 경우 장중첩증을 의심해야 한다. 장중첩증은 3개월에서 6세 사이에 주로 발생하는데 그중에서도 5~11개월에 가장 잘 발생한다. 말로 표현을 못 하는 시기인 탓에 아이가 울다가 울음을 멈췄다가를 수 분 간격으로 반복한다면 응급실로 가야 한다. 구토는 거의 모든 경우에 동반되며, 초반에 더 흔하게 나타난다. 혈변을 보기도 하는데, 특징적으로 건포도 젤리 모양처럼 혈액과 끈끈한 점액이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다. 24시간 내에 일찍 진단이 되고 아이의 상태가 나쁘지 않으면, 수술 없이 공기 또는 수압을 이용해 정복을 할 수 있고, 예후도 좋다. 하지만 수압으로 정복이 되지 않거나 24~28시간 이상으로 장기간 지났을 경우 장 괴사가 진행됐을 확률이 높아 수술로 장을 절제해야 할 수도 있다.

반드시 응급실을 급하게 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쌕쌕거리며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호흡이 가쁜 경우 △얼굴이나 입술이 푸르게 보이는 청색증 소견을 보이는 경우 △계속 처지거나 의식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 △가슴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 경우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경련 발작이 있는 경우 △자다가 깰 정도의 견디기 힘든 흉통이나 복통, 두통 등의 통증 △지속적인 고열, 심한 반복적 구토, 심한 소변감소나 소변을 못 보는 등의 탈수 증상이 있을 경우 등이다.

[전문의에게 듣는다] 야간에 아이가 아프다면…한밤중 열경련 부모 대처가 뇌손상 막는다
대구파티마병원 권은욱 과장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료센터 권은욱(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과장은 "소아응급실에서 소아 진료는 감기, 장염처럼 흔하고 가벼운 질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응급질환까지 폭넓은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서 "응급실에 가야 하는 응급증상이 발생하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로 가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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