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 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눈물을 빛으로'…세상 속에서 세상 너머 향한 시적 순례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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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16  |  수정 2024-08-16 08:27  |  발행일 2024-08-16 제16면
올해로 시력 40년에 육박하는

전동균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더이상 묻지 말자// 기도하지

도 말자, 더 외로워질 뿐이니…'

단독자의 고독 껴안는 시편들

관념 아닌 일상서 정제된 시어

'身'과 '神', 그의 시 통해 교차

[신간] 한 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눈물을 빛으로…세상 속에서 세상 너머 향한 시적 순례
여섯 번째 시집 '한 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을 펴낸 전동균 시인. <영남일보 DB>
[신간] 한 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눈물을 빛으로…세상 속에서 세상 너머 향한 시적 순례
전동균 지음/문학동네/120쪽/1만2천원

1986년 등단해 40년 가까이 시를 써 온 전동균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신(身)'과 '신(神)'이다. 종교적 색채가 짙은 이유다. 시인은 "인간의 육체와 현실(身), 세계의 원천이자 궁극적 실재(神)는 이분법으로 뚜렷이 구분되기도 하지만, 함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신학은 인간학이며, 만약 신이 있다면 그는 우리 집 뒤뜰에도 있다는 말처럼…"이라고 말한다.

시인은 인간의 삶과 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관념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부딪치며 정제된 시어로 담아낸다. 그러면서 "20여 년 전 부친의 죽음과 은사 구상 선생님의 장례미사를 계기로 가톨릭을 만났는데, 그 일을 통해 개인적 삶과 문학의 변화가 있었다. 그후 부산의 학교로 이직해 혼자 생활을 하면서, 또 한동안은 육체와 정신의 혼돈을 겪으면서 종교라는 창을 통해 삶과 존재의 근원 같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시집의 제목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은 시인의 그런 시 세계가 담겨있다. 지극히 인간적인 손길을 그리면서도, 신의 숨결을 언뜻 느끼기도 하는 단독자의 고독을 껴안는, 그러면서 신(身)과 신(神)은 시인의 시를 통해 교차한다.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촛불 같고 서리 같은 그 손이 누구 것인지/더이상 묻지 말자//기도하지도 말자, 더 외로워질 뿐이니//잊고 잊히는 일은 유정한 일이어서/나는 날마다/사라지는 별의 꼬리에 매달려 춤추는 꿈을 꾸고/아침마다 낯선 곳에 와 있고"('아침마다 낯선 곳에' 부분)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눈물을 빛으로 바꾸기' 위한 순례의 여정이나 다름없다. '나'의 내면에서 시작해 '나의 방'으로 이어진 후 '방 밖'으로 나갔다 다시금 '나'로 회귀하는 시적 순례. 그런 시인의 진면모는 2부의 시편들에서 도드라진다.

"바닥에서 잠을 잡니다//마음이란 게 없었으면/기억들이 다 사라졌으면//구멍 같은 거울에 입김을 불어넣습니다//나의 적들은 나를 통해 싸우고/나는 죄를 통해 날마다 새로워지고"('비어 있는 침대' 부분)

3부 '첫 고백인 듯 마지막 약속인 듯'에서는 원룸을 떠나 바깥세상에서 마주한 사람과 사물, 삶을 통해 써내려 간 시편을 모았다. "내게도 나는 두렵고 크고 작고 가난한 것"('눈')이지만, "세상이 아픈 자들, 대속(代贖)의 맨발들"('소나기')을 마주할 때면 "왜 세상 모든 곳은/ 무덤이며 성전인지"('해가 지면 다시')를 이번 시집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조대한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이 시집의 어떤 아름다움은 신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에 다가가기 위한 절망과 기쁨을 그려낸 유려한 언어 그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미를 알 수 없이 피투 된 이곳에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며 일렁이는 시인의 고투에서 신앙과 종교 이전에 치열하고 충실한 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고 평한다.

1962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전동균 시인은 중앙대 문예창작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6년 '소설문학'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거룩한 허기' '우리처럼 낯선' 등이 있다. 백석문학상과 윤동주서시문학상을 받았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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