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관광단지' APEC과 함께 글로벌 도시 스포트라이트

  •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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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05  |  수정 2025-03-05 07:58  |  발행일 2025-03-05 제13면
경주 보문관광단지 50년, 이제 미래 50년 준비한다

국내 1호 관광단지 APEC과 함께 글로벌 도시 스포트라이트
올해 경주 보문관광단지가 지정 50주년을 맞은 가운데, 10월 개최되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을 통해 글로벌 MICE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산업)도시로의 탈바꿈을 시작했다. 경주 보문관광단지와 육부촌 전경. <경북문화관광공사 제공>

대한민국 최초 계획형 관광단지인 경주 보문관광단지가 올해 지정 50주년을 맞이했다. 1975년 국내 1호 관광단지로 지정된 보문관광단지는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성장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왔다. 특히 오는 10월 말, 202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리면서 보문관광단지는 다시 한번 국제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전망이다.

관광→컨벤션 도시 목표
MICE산업 전략 마련 중
육부촌을 거점으로 삼아
코모도호텔·포철과 연계
관광콘텐츠도 개발 계획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보문관광단지 50년

1970년대 대한민국은 관광산업을 본격 육성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을 추진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가 주요 목표였고, 그 결과물이 바로 1975년 국내 최초 관광단지로 지정된 경주 보문관광단지다. 당시 정부는 세계은행(IBRD)과 차관협정을 체결해 2천200만 달러(약 232억원)의 자금을 확보, 호텔·리조트·골프장·국제회의장 등을 집약한 복합관광단지 개념을 구현했다. 1979년 개장과 함께 보문관광단지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획기적인 사례가 됐다. 같은 해 열린 제28차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총회 워크숍에서는 세계 40여 개국, 2천여 명의 대표단을 맞이해 대한민국이 국제 컨벤션 산업의 문을 여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후 보문관광단지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국제학술대회, 전통문화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유치하며 관광·문화·컨벤션이 결합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보문관광단지는 대한민국 최초로 관광을 국가적 산업으로 육성하는 모델이었으며, 이후 설악산·한려수도·무주리조트 등 전국 각지에 관광단지가 개발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또한 관광산업이 단순한 유원지 개념을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하는 기틀을 마련한 상징적인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산업유산 가치와 보존

보문관광단지 중심부에 위치한 '육부촌(六部村)'은 신라 6촌장이 모여 나라를 세운 역사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1979년 개장과 함께 조성된 곳이다. 단순한 상징성을 넘어,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 컨벤션 센터로서 의미가 깊다. 당시 육부촌에서 열린 PATA 워크숍을 통해 경주는 국제회의 도시로 발돋움했으며, 대한민국 컨벤션 산업의 발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육부촌은 철근콘크리트(RC) 구조에 전통 한옥 양식을 결합한 이른바 '콘크리트 한옥'으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건축물이었다. 건축학적으로도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시도한 사례로 손꼽히며, 한국 전통건축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대표적인 건축물로 평가된다. 현재도 육부촌은 준공 당시의 모습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내부에는 배만실 작가의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 장식작품, 김원 작가의 문무대왕릉 회화작품, 신라 금관을 모티브로 만든 샹들리에가 남아 있으며, 건축 구조 역시 초기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산업유산 관광자원화 추진위원회'를 출범해 육부촌을 경북 산업유산 트레일의 거점으로 삼고, 기존 코모도호텔·포항제철소 역사관 등과 연계해 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까지 추진해, 육부촌이 지닌 역사·건축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알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또 육부촌을 VR·AR 콘텐츠와 결합해 과거 신라의 건축양식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며, 야간 경관 조성 및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한 새로운 볼거리 개발도 진행 중이다.

국내 1호 관광단지 APEC과 함께 글로벌 도시 스포트라이트
1975년 당시 경주관광개발공사 설립 현판식 모습. <경북문화관광공사 제공>

◆글로벌 컨벤션 도시로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는 보문관광단지가 쌓아온 관광·컨벤션 자산을 다시금 조명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APEC 정상회의는 개최국의 외교·경제·문화 역량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보문관광단지가 글로벌 회의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APEC 이후에는 2026년 PATA 연차총회 경주 유치를 추진해 국제회의 지속 유치도 계획하고 있다. APEC을 계기로 보문관광단지는 '관광도시'에서 '컨벤션 도시'로의 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MICE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산업) 특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 컨벤션 센터 구축, 글로벌 관광 인프라 확장, 친환경 관광 정책 도입 등이 중장기 계획에 포함돼 있으며, 이를 통해 보문관광단지가 '대한민국 관광 100년'을 여는 중심지가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1975년 지정 후 반세기를 지켜온 보문관광단지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국내외 학술대회, 전통문화 공연 등으로 대한민국 관광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스마트 관광, 야간경관, 문화유산 연계 등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며 앞으로의 50년을 준비 중이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올가을, 세계의 이목이 다시 한번 경주 보문관광단지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컨벤션 랜드마크로 비상할 이 공간에서,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새로운 도약이 펼쳐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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