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개봉된 한국영화 '기적'의 무대는 1980년대 경북 봉화군의 작은 마을이다. 기차는 다니지만 기차역이 없어 마을주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철길로 다니는 이곳에 민자역을 만든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40년전에도 오지였던 봉화군은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8월 기준 인구 2만8천371명, 60세 이상 인구가 1만6천291명으로 전체 57.4%다. 석포제련소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공장도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규모나 인구 등 여러 가지 지표에서 지방소멸 위기 최전선에 내몰린 봉화군이 자신들의 특색을 살린 농촌생존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봉화군의 생존키워드는 '다문화'와 '외국인'이다. 봉화군 봉성면은 베트남 리(Ly)왕조 후손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베트남 국민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농사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군은 이들을 위한 기숙사를 조성하는 등 지역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의 농촌살리기나 천편일률적인 귀농귀촌이 아닌 봉화군만의 색깔을 살려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도 위기 극복의 성공 여부는 마을이 가진 장점을 얼마나 특색 있고 조화롭게 활용했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고 있다. 베트남 후손과 연계된 'K-베트남 밸리'는 베트남과 우리나라를 연결하는 문화·관광 가교는 물론 봉화군 경제구조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계절근로자 역시 단순 노동자가 아닌 교육을 통한 정착으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인구증가도 꾀할 수 있다. 이제 첫발을 내딛는 정책이기에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지방소멸을 기다리지 않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봉화군의 노력이 결실을 맺길 바란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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