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시대' 대구경북 자동차 부품업계 살 길은?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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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4 16:39  |  수정 2020-09-25 07:45  |  발행일 2020-09-25
"대구경북은 기계·전기 인프라가 우수한 만큼
융합 산업 결정체인 전기자동차 시대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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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자동차에서 전기차로 변화하면 파워트레인이 '엔진·변속기'에서 '배터리·모터'로 변화한다. 이에 따라 6천900개의 엔진 부품은 전기모터 전환에 따라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출처 현대자동차

미국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 22일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낮으면서 성능은 더 우수한 원통형 배터리 '4680'을 공개했다.  

  

전기자동차 가격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 세계 전기자동차 보급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활성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고, 자동차 선진국 독일 또한 2030년까지 휘발유와 경유차 판매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가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100만대로 늘리고 2030년에는 내연기관 신차출시 중단을 선언하는 등 전기차 회사로의 전환을 공표한 상태다. 전기자동차시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해 영남일보 취재진이 대학과 기업을 방문, 대구경북 자동차 부품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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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환시 엔진 부품은 100%, 전장품은 70% 이상 사라진다. <출처 IBK 경제연구소>
◆대구경북 자동차 부품업계, 전기차 시대 맞는 체질 개선 시급  

 

"엔진이 모터로 변화하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계명대에서 미래자동차 기술 연구를 하고 있는 강동우 교수(전자전기공학부)는 대구경북 자동차 부품업계가 다가올 '전기자동차 시대'에 맞게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기자동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면 엔진에 들어가는 부속품들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6천900개의 엔진 부품은 전기 모터 전환에 따라 100% 사라질 것이라고 IBK경제연구소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엔진오일, 필터, 구동벨트, 엔진 냉각수의 역할 또한 없어진다.
 

강 교수는 전기차 전환에 따라 기존 자동차부품 산업의 위축을 불가피하나 모터 및 전력 변환 관련 부품 산업의 확대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기자동차 파워트레인의 핵심 부품은 전기모터, 기어박스(감속기), 전력 변환 장치를 꼽을 수 있다"며 "엔진이 없어짐에 따라 모터 및 부속 부품들의 열을 관리하는 장치의 활용성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전기자동차 파워트레인 도입에 따른 기회 요소를 빼놓지 않았다. 강 교수는 전기자동차 보급 확산에 따른 전기 모터 수요 증가로 영구자석 등 자성 소재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또한 400볼트에서 720볼트로 움직이는 전지자동차의 전압을 낮춰 전장 부품에 전달하는 인버터 및 컨버터의 역할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완성차 시장의 판도 변화로 부품 업계는 일정 시간 과도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위기 속에는 언제나 기회가 있다"며 "대구경북은 기계·전기 인프라가 우수한 만큼, 융합 산업의 결정체인 전기자동차 시대를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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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모터스의 기어박스(감속기) 생산라인. 삼보모터스는 연간 1만 대 분량의 기어박스를 생산하고 있다. <삼보모터스 제공>
◆삼보모터스 "전기차 이어 수소차 부품도 도전"


대구의 자동차부품 빅3 중 하나인 삼보모터스는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기어박스(감속기)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지역 선도기업이다. 


삼보모터스는 연간 전기자동차 1만 대 분량의 기어박스를 생산하고 있다. 구동모터의 회전력을 기어비 만큼 증대시켜 차량 견인력을 향상 시키는 기어박스는 전기자동차 파워트레인의 핵심부품으로 꼽힌다.
 

삼보모터스는 기어박스에 대해 5년 전부터 해외업체에 수출할 정도로 독자적인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모터 및 부속 부품의 열을 냉각하는 쿨링 모듈(Cooling Module), 기계를 동작시키는 구동 장치인 액추에이터(Actuator) 등 전기자동차 필수 부품들을 연구·생산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활성화에 따라 향후 자동차 동력 패러다임이 전환되면 해당 부품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삼보모터스는 전망했다.
 

박준영 삼보모터스 R&D센터 연구소장은 "현재는 연간 1만 대의 자동차 부품 수요를 충족하고 있지만 국내외 시장이 더욱 확대되면 7~10만 대로 분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생산량이 증가하면 전기차 부품 주력 생산공장인 대구공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삼보모터스는 협력업체에 전기자동차 단위 부품에 대한 제작을 의뢰하는 등 지역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 대구의 자동차부품 업체는 약 1천100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보모터스는 전기자동차 부품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수소자동차 부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박 소장은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가 반응한 전기를 쓰는 개념이라 엄밀히 따지면 전기차와 동일한 동작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구동계 부품과 수소차의 수소연료전지 스택 부품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개발해 시대적 변화에 앞장서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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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세계 1위 기업인 LG화학이 내년 6월 착공할 구미국가5산업단지 내 2차전지 양극재 공장 부지. 구미시 제공
◆경북은 전기차 배터리산업 활성화 전망 

 

경북에서는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배터리 산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배터리 세계 1위' LG화학이 구미국가5산업단지 내에 2차전지 양극재 공장을 내년 6월 착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구미산단에 들어설 LG화학 양극재 공장은 연간 6만t 규모를 생산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LG화학 청주공장 연생산량 2만 5천t의 두 배가 넘는 분량이다.
 

LG화학 2차전지 양극재 공장이 들어서면 '구미형 일자리 사업'과 관련, 협력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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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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