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규의 수류화개(水流花開)] 창원 천주산(2) 정상서 맞이한 진달래 군락지…숲 사이로 펼쳐진 꽃밭에 탄성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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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2   |  발행일 2022-04-22 제34면   |  수정 2022-04-22 08:24
이달 초순 전후로 전국 산 곳곳서 개화
나무줄기 색과 조화 오묘한 빛의 향연
발 딛는 곳마다 달라지는 풍경에 감탄
동요 '고향의 봄'이 탄생한 실제 무대
분홍빛 춤추는 봄바다엔 꽃반 사람반
비슬산은 가장 늦은 4월 중하순 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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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산을 찾은 사람들이 전망대에 올라 정상 주변 진달래 군락을 즐기고 있다.(2022년 4월10일)

지난 5일 본 천주산 진달래 풍경도 좋았지만, 꽃들이 더 많이 핀 모습을 함께 소개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 번 더 천주산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 풍광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더없는 선물이 될 것 같기도 했다.

근처 진동에서 자고 지난 10일 일요일 아침에 천주산으로 향했다. 전날 진동의 봄바다를 보며 숯불구이 붕장어·곰장어를 먹었다. 그렇게 맛있는 장어는 처음이었다. 최고의 맛이었다.

진동을 출발해 오전 10시쯤 천주산 아래 도착했다. 그런데 달천계곡 쪽으로는 아예 진입을 차단하고 있었다. 계속 국도를 따라 가며 차 세울 곳을 찾다가, 결국 북창원 IC로 진입하게 돼 그 입구 길가에 주차했다. 달천계곡 진입로 주변 10리 정도의 차도 양쪽에는 주차해놓은 승용차들로 가득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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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산 정상 아래쪽에서 동쪽으로 보이는 진달래 군락 풍경.(2022년 4월5일)

달천계곡을 향해 걸어갔다. 멀리 천주산 정상 주변을 비롯해 능선 아래 몇 군데 진달래 군락지가 분홍빛으로 물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산 능선 곳곳이 불타고 있는 것 같았다. 진입을 통제하던 도로에 들어서 조금 가니, 왕복 2차선 도로가 들어가고 나오는 차량이 엇갈리며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달천계곡 주자창에 가까워지자 산을 올라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길가 주차 차량 사이로 줄을 잇고 있었다. 주차장은 오전 6시에 벌써 만차가 되었다고 했다.

인파를 따라 더위와 먼지 속에 일행과 함께 발걸음을 내디뎠다. 5일과는 반대 코스로 올랐다. '만남의 광장'을 지나서는 진달래 꽃길과 진달래군락지가 보이는 숲길이 펼쳐져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숲길을 계속 걸었다. 마침내 정상 주변 최대 진달래 군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눈에 들어왔다. 숲 사이로 불타는 듯한 진달래 꽃밭이 펼쳐졌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전망대에 올랐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말을 잊게 하는 풍광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느긋하고 한가하게 즐길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사람들이 계속 밀려 들어왔다. 잠시 둘러본 후 뒤로 물러 나왔다.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감동의 탄성을 지르며 전망대에 올라갔다.

아직 진달래 전체가 만개한 상태는 아니었다. 당분간은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분홍빛은 더욱 짙어질 것 같았다. 이렇게 규모가 크고 멋진 진달래 군락을 볼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었다. 이곳 진달래 군락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런 진달래 군락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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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산 진달래 풍경. '만남의 광장'을 지나 정상(용지봉)으로 오르다 보이는 모습인데,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용지봉이다.(2022년 4월10일)

누구나 많이 불러봤을 동요인 '고향의 봄'(작곡 홍난파)이다.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이 작사한 동요인데, 이 동요 속 진달래의 무대가 바로 창원 천주산(해발 639m)이라고 한다. 산 아래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원수(1911~1981)는 천주산과 그 일대에서 피어난 봄꽃들을 보면서 '고향의 봄'이란 동시를 지어, 1926년 잡지 '어린이'에 발표했다.

◆유명 진달래 군락지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한 산으로는 창원 천주산을 비롯해 여수 영취산, 거제 대금산, 밀양 종남산, 창녕 화왕산, 대구 비슬산, 강화 고려산 등이 있다.

비슬산(琵瑟山·1천83m)은 수려한 산세와 어우러지는 대표적 진달래 명산이다. 비슬산은 정상부를 거대한 수직 암벽이 받치고 있는 듯하다. 이 모습이 신선이 내려와 비파를 타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비슬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고 한다. 산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정상부가 웅장하다.

정상에서 북쪽으로는 능선이 앞산으로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조화봉과 대견사지로 이어진다. 능선에 키가 큰 나무가 별로 없어 초원 같이 시야가 탁 트이며 장쾌하다. 이 능선에 가을이면 억새, 봄이면 진달래가 만발한다.

비슬산 정상부에 진달래 군락이 펼쳐진다. 대견사에서 988봉에 이르는 산자락 30여만 평에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988봉 부근 능선 오른쪽은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진달래가 밀집해 있다.

비슬산 진달래 군락은 다른 산들의 진달래 군락지보다 고지에 있어, 진달래 명산 중 가장 늦게 핀다. 보통 4월 중·하순부터 피기 시작한다. 올해는 이제 절정을 지났지만, 지금도 막바지 절경을 선사하고 있다.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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