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와 함께한 진달래, 한라산~백두산까지 물들이는 '민족의 꽃'…산불 난 곳에서도 잘 살아남고 군것질거리가 되기도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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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2   |  발행일 2022-04-22 제34면   |  수정 2022-04-22 08:25

진달래1

봄이 되면 한라산에서 백두산에 이르기 까지 한반도의 산을 연분홍·진분홍으로 물들이는 꽃이 진달래다. 신록이 산을 본격적으로 물들이기 전, 잎보다 먼저 꽃을 피워 산 곳곳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는 오랜 세월을 두고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 해온 민족의 꽃이다.

진달래는 '두견화(杜鵑花)'라고도 하고, '참꽃'이라고도 한다. 두견화라는 것은 중국 이름으로, 두견새가 울 때에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 촉나라 망제가 쫓겨나 이리저리 떠돌면서 나라를 그리워하다가 죽었는데, 그 넋이 두견새가 되어 밤새 목에 피가 나도록 울었다고 한다. 이때 두견새가 토한 피가 진달래 꽃잎을 붉게 물들여서 '두견화'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라 한다.

또 진달래를 참꽃이라 한 데 비해, 철쭉은 개꽃이라고 불렀다. '개'는 개꿈, 개소리, 개떡 등의 경우와 같이 흔히 참된 것이나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접두어로 사용되었는데, 여기서는 참꽃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사용된 것이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고 철쭉은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참꽃과 개꽃으로 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진달래와 철쭉은 보통 사람은 구분하기 어렵다. 진달래는 꽃피는 시기가 철쭉보다 이르고, 철쭉과 달리 꽃이 지고 난 다음 잎이 돋아난다. 철쭉은 잎이 먼저 나오고 꽃이 피거나, 꽃과 잎이 같이 핀다. 진달래나무 가지는 매끈하고 연한 갈색이며 가늘다.

진달래꽃이 만개하는 시기는 새순이 돋아나 산이 신록으로 물들기 전이다. 덕분에 그다지 키가 크지 않은데도 꽃이 피면, 잎이 나지 않은 다른 나무의 가지들 사이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눈길을 끈다. 먼 곳에서 산을 바라봐도 분홍빛을 띤 꽃무리가 잘 보인다.

진달래는 척박한 산성 토양에도 잘 자란다. 그래서 산불이 난 산에서 잘 살아남아 분홍 천지를 만들어낸다. 먹을거리가 없던 50~70년대에는 시골 사람들의 군것질거리가 되기도 했다. 흔하고 식용으로도 쓰인 민중의 꽃이었다.

진달래를 이용한 요리로는 화전이 가장 유명하다. 화채나 비빔밥 재료로도 활용되었다. 꽃 자체가 크게 맛이 있는 것은 아니다. 꽃잎을 먹는데, 약간 새콤하고 씁쓸한 맛이 난다. 화전을 부치면 그냥 전병만 부치는 것보다 훨씬 예쁘고 봄 정취가 살아난다.

술로 담가 먹어도 맛이 나쁘지 않은 편인데, 이 술을 두견주라고 한다. '규합총서'에 진달래꽃으로 두견주 담그는 방법이 자세히 적혀 있다. 백미와 누룩, 찹쌀에 꽃술을 제거한 진달래꽃을 넣어 만들었다.

충남 당진의 면천두견주가 옛 명맥을 이어 무형문화재로 보호받고 있다. 당진 지역에는 이 두견주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고려의 개국 공신 복지겸이 병이 들어 몸져눕게 된다. 어떤 명약을 써도 차도가 없었다. 효성이 지극한 딸은 매일 아버지를 위해 기도를 드렸다. 마침내 산신령이 병 나을 방도를 전해주는데, 진달래와 찹쌀로 빚은 술을 마시면 씻은 듯이 낫는다는 것이었다. 복지겸은 두견주를 마시고 병이 나았고, 이때부터 이 지역에서는 두견주를 빚어 마셨다고 한다.

김소월의 유명한 시 '진달래꽃'은 진달래를 더욱 사랑받게 만들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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