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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대구두류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15회 아줌마 대축제' 개막식에서 내빈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제15회 아줌마 대축제'는 14일 오후 3시에 열린 개막식 이전부터 지역민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다. 축제장은 신선한 경북 농·특산물을 한가득 담아온 후한 인심의 '경북 아줌마'들과 이들의 정성이 스며있는 농·특산물을 양 손에 잔뜩 들고 있는 '대구 아줌마'로 넘쳤다. 대구 달성군과 경북 23개 시·군 농·특산물 판매 부스는 다양한 판매 이벤트도 마련해 행사장을 찾는 이들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경북도 공식 농·특산물 쇼핑몰인 '사이소몰' 홍보부스에서는 돌림판 경품 이벤트 등을 마련해 긴 줄이 이어졌다.
◆새로운 트렌드 '전통주' '가공식품' 눈길
경북 영주시 부스에서 어르신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홍삼젤리'였다. 전국에서 가장 맛과 품질이 좋은 영주의 인삼으로 생산한 '홍삼젤리'는 시식을 마친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기에 충분했다. 홍삼젤리를 시식하던 어르신들은 연신 "맛있다"를 외쳤다. 판매자들은 쏟아지는 주문에 홍삼젤리를 비닐봉지에 담아주기 바빴다.
젤리를 구매한 송모(여·68)씨는 "시식해 보니 생각보다 맛있어서 구매했다. 홍삼이 들어갔으니 당연히 건강에 좋을 것이고 선물로도 제격이어서 여러 개를 샀다. 친구들에게 선물하려 한다"고 했다.
경산시 부스에서는 2019년 경북도민체전 건배주로도 쓰였던 경산시 최초의 지역 특산주 옥향 막걸리와 약주 세트 등이 인기였다. 각종 감미료 및 방부제를 넣지 않고 쌀과 누룩으로만 빚어낸 약주와 막걸리는 금세 완판됐다. 판매자인 최경옥(여·57·경북 경산)씨는 "이전에도 아줌마 대축제에 참가했었다. 코로나 때문에 아줌마축제가 오랜만에 열려 많은 분이 오셨다. 준비한 상품을 모두 팔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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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씨를 보인 휴일인 16일 '제15회 아줌마 대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각 지역의 특산물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어느새 '아열대 작물'이 대세
올해 아줌마 대축제에서는 기존에 주로 판매되던 사과·포도·표고버섯 외에 잘 보기 힘들었던 농·특산품들이 많아 장 보는 재미를 더했다.
아열대 작물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성금화 비단꽃농원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자신이 키운 제품을 아줌마 대축제에 선보였다. 성 대표는 "차요테, 동과, 카사바나나 등 5가지의 약용작물이 우리 부스의 주력 제품이다. 김천에서 무농약으로 키운 제품은 저마다 효능 있는 작물이라 많은 손님이 관심을 가졌다"며 "열매마는 위, 장에 좋고 차요테는 철분, 칼슘, 비타민C가 많은 채소 과일이라 잘 팔렸다. 아열대 작물을 조금 낯설어하는 고객도 있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일반 샤인머스캣과 달리 붉은 빛을 띠는 '레드샤인머스캣'도 구매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서경원 김천시 로컬푸드 연합회 대표는 "일반 샤인머스캣은 열매 색깔만으로 맛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레드샤인머스캣은 색깔로 품질이 보증된다. 일반 샤인머스캣이 달짝지근한 망고 맛이라면 레드샤인머스캣은 상큼한 사과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라며 "처음에는 레드샤인머스캣을 낯설어하던 손님들도 한번 맛보고는 곧바로 구매해 갔다"고 설명했다.
◆경북하면 역시 '사과' '마늘' '고추'
이색적 농산물이 구매자의 이목을 끌어도 경북 농·특산품의 전통적 강자인 '청송 사과' '영양 고추' '의성 마늘' 등 농산물은 올해도 큰 위력을 발휘했다. 아줌마 대축제의 가장 큰 매력인 '넉넉한 인심'도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끌어들이는데 한몫했다.
영양 고추를 구매한 윤정희(여·68·대구 수성구)씨는 "마침 고추가 필요했는데 유명한 영양 고추가 저렴한 가격에 나왔길래 얼른 구매했다. 올해 처음 와봤는데 제품이 다양해서 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며 "주말까지 운영되니 가족들과 한 번 더 들러보려 한다"고 말했다.
아줌마 대축제에서 청송 사과를 샀다는 오모(74·대구 서구)씨는 "스무 개 정도의 사과를 1만원에 구매했다. 약간 흠이 있지만 이만한 가격에 이 정도 품질의 사과를 구매할 수 없다. 아무래도 아줌마 대축제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과 넉넉한 인심이 아닐까 싶다. 온 김에 필요한 농산물을 좀 더 사야겠다"며 서둘러 발길을 재촉했다.
◆청년·여성 농업인에 좋은 기회
우리 농업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청년 농업인'에게 아줌마 대축제는 좋은 기회였다.
고강한(27·청송)씨는 "청송군에서 요청해 참가했는데 오기를 정말 잘했다 싶다. 귀농 2년 차로, 꿀을 홍보하러 왔다. 사과, 단풍나무 꿀 등 다른 지역에 없는 꿀들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이날 청송군 부스에서 자신이 직접 수확한 꿀을 판매했다. 방문객들에게 밤·단풍나무·아카시아 꿀 등 다양한 맛의 꿀을 선보이며 각각의 꿀에 대한 효능을 알려주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
축제장에서는 여성 농업인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한국여성농업인봉화군연합회는 연합회를 상징하는 빨간 조끼에 맞춰 "한 번 보시고 가이소, 싸게 드립니다"를 연신 외치며 축제 참가자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여성농업인들이 직접 기른 표고버섯·감자·고구마 등을 판매했다. 부스를 찾은 고객들은 "보기만 해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아지매들이 캔 작물들이라 더 믿고 살 수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박정선 한국여성농업인봉화군연합회장은 "아줌마 대축제에 걸맞게 아줌마들이 직접 기른 상품을 가져왔다. 싱싱한 농산물을 팔기 위해 이틀 전에 작업했다.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판매할 좋은 기회이다. 앞으로 계속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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