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쓰레기만 가득' 흉가로 변한 청도, 영천의 빈집

  • 서민지,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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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30 21:05  |  수정 2023-11-09 15:20  |  발행일 2023-07-31 제4면
청도읍내와 가까운 고수7리에만 빈집 19채
청도 빈집 비율 19.8%로 경북에서 가장 높아
영천시에도 곳곳이 빈집, 곧 무너질 듯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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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군 청도읍 고수7리의 빈집. 방치된 지 한참 돼 건물 한쪽이 무너져내렸지만, 다행히 철거 공사를 앞두고 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지난 25일 오후 2시쯤 청도군 청도읍 고수7리.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이 마을 도롯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청도중·고부터 읍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청도역에서 울리는 안내 방송이 마을까지 울릴 만큼 역사가 아주 가까운 거리였고, 읍내 너머로는 대구부산고속도로가 놓여 있었다. '초역세권'이나 다름없다. 전국의 비슷한 군 단위 지역과 비교해봐도 교통의 요지인 데다 생활 편의성도 갖춘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뒷마지구'라고 불리는 이 마을은 청도군 내에서 빈집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다. 경부선 철로로 인해 오랫동안 개발사업에서 소외되고 시설이 노후화하면서다. 고수리의 빈집은 38채, 이 가운데 고수7리에 절반(19채)이 있다. 마을회관이 위치한 언덕 중턱에서부터 동네 한 바퀴를 돌았는데, 열 걸음을 뗄 때마다 빈집이 목격됐다. 빈집은 주로 골목 안을 중심으로 마치 전염된 듯 다닥다닥 밀집해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끊겼다는 것을 가장 먼저 대변하는 건 대문이었다. 녹슬고 삭은 철제 대문은 사람이 드나드는 통로의 기능을 잃었다. 잡초와 식물들이 성인 무릎 높이보다 더 높고 무성하게 자라 길을 가로막고 있다. 담쟁이덩굴이 돌담을 넘어 바닥까지 뻗친 집도 있었다. 집 안 나무 천장과 슬레이트 지붕은 내려앉았고 나무 칠은 벗겨져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쓰레기 더미와 나뭇가지들, 여기 저기 뒤엉킨 거미줄은 스산한 분위기를 더했다.


'막걸리 할매' 집이었다던 도로변 집 대문도 굳게 닫혔다. 20년 전쯤 동네 사람들이 모여 밤늦게까지 왁자지껄했을 테지만 이제는 사람의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방치된 흉가로 변했다. 박표곤(45) 고수7리 이장은 "예전에는 학생들 학교 보내기 위해 여기 세를 살기 위해 많이 왔었는데 이제는 조용하다"고 쓸쓸하게 말했다.

 

영천 빈집
경북 영천 서부동의 한 빈집. 낡은 지붕이 폭우, 태풍 등에 취약한 상황이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경북의 다른 지역 형편도 비슷하다. 지난 25일 영천시 서부동에 위치한 한 빈집은 나무판자로 문을 막아놓은 상황이었다. 문 앞에는 의류·종량제봉투 수거함, 쓰레기봉투 등이 놓여 있어 불쾌한 냄새가 났다.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빈집. 대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대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쓰레기 등이 쌓여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붕이 낡아 폭우가 내리거나 태풍이 불면 곧 무너질 것처럼 위험해 보였다.

 

영천시와 청도군의 빈집은 각각 680여 채, 570여 채에 이른다. 영천시와 청도군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규모인데, 훨씬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빈집비율은 청도가 19.8%로 경북 시·군 중 가장 높았다. 영천도 경북 전체 평균(11.8%)을 웃도는 13.5% 수준이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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