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군 청도읍 고수7리의 빈집. 방치된 지 한참 돼 건물 한쪽이 무너져내렸지만, 다행히 철거 공사를 앞두고 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끊겼다는 것을 가장 먼저 대변하는 건 대문이었다. 녹슬고 삭은 철제 대문은 사람이 드나드는 통로의 기능을 잃었다. 잡초와 식물들이 성인 무릎 높이보다 더 높고 무성하게 자라 길을 가로막고 있다. 담쟁이덩굴이 돌담을 넘어 바닥까지 뻗친 집도 있었다. 집 안 나무 천장과 슬레이트 지붕은 내려앉았고 나무 칠은 벗겨져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쓰레기 더미와 나뭇가지들, 여기 저기 뒤엉킨 거미줄은 스산한 분위기를 더했다.
'막걸리 할매' 집이었다던 도로변 집 대문도 굳게 닫혔다. 20년 전쯤 동네 사람들이 모여 밤늦게까지 왁자지껄했을 테지만 이제는 사람의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방치된 흉가로 변했다. 박표곤(45) 고수7리 이장은 "예전에는 학생들 학교 보내기 위해 여기 세를 살기 위해 많이 왔었는데 이제는 조용하다"고 쓸쓸하게 말했다.
경북 영천 서부동의 한 빈집. 낡은 지붕이 폭우, 태풍 등에 취약한 상황이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
영천시와 청도군의 빈집은 각각 680여 채, 570여 채에 이른다. 영천시와 청도군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규모인데, 훨씬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빈집비율은 청도가 19.8%로 경북 시·군 중 가장 높았다. 영천도 경북 전체 평균(11.8%)을 웃도는 13.5% 수준이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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