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 평리동에 위치한 빈집. 오랜 시간 관리 되지 않은 탓에 악취와 벌레 등이 들끓는다. 영남일보 독자 제공 |
대구경북이 늘어가는 빈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정작 빈집 관리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빈집의 대표적인 관리 방법은 '빈집정비사업'이다.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철거해 주차장, 쌈지공원 등 공공용지로 만들거나 리모델링 후 임대를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사업에 속도가 붙기란 힘들다. 대구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총 396호에 대한 빈집정비사업이 이뤄졌다. 1년에 평균 39호에 대해서만 정비사업이 이뤄진 셈이다.
일단 빈집은 '사유재산'이다. 소유자가 있는 만큼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반드시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소유자는 빈집을 굳이 철거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시골에 있는 빈집들은 대체로 부동산 가치가 낮고 인구 유입이 되지 않는 지역에 위치, 집을 처분하더라도 금전적으로 큰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수리·정비나 철거 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더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빈집을 물려받은 자녀가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묵히면서 관리가 소홀해지는 경우도 많다.
도심 빈집의 경우엔 재건축·재개발 등의 소문이 들리면 소유자들이 빈집정비사업에 동참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 계약 기간 후 재동의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빈집정비사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오래된 폐가는 소유자를 찾을 수 없어 허락을 받기 어려운 점도 있다.
관련 법 규정은 형식적인 것에 그친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상 지자체는 빈집 소유자에게 안전조치, 철거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고, 특별한 사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직권'으로 철거할 수 있다. 또 명령을 따르지 않는 빈집 주인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절차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되고, 소유자와 분쟁이 발생하면 결국 철거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직권 철거 명령을 해본 적 없는 지자체도 있다.
예산상 문제도 발생한다. 지자체는 예산을 투입해 빈집정비사업을 실행하고 있는데, 청도군의 경우 매년 빈집 철거 사업을 군비 100%로 진행한다. 이런 탓에 예산액을 크게 배정하는 것엔 무리가 따른다. 올해 24명이 신청했지만 15명을 선정했으며, 호당 200만원을 지원했다. 빈집을 완전히 철거하기엔 모자란 금액이다.
대구 한 지자체 공무원 A씨는 "빈집정비사업을 실행하기 어려운 다양한 이유가 있다. 소유주들을 찾고 동의받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개인 소유다 보니 이행강제금 등 강제집행을 하는데도 무리가 있다"면서 "빈집 활용하는 방안도 문제다.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 있는 빈집의 경우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들은 도시재생뉴딜사업이나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 사업 등에 나서는 방식으로 빈집으로 낙후된 마을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고 있다.
청도군은 2020년부터 고수7리 뒷마지구에 도시새뜰마을사업을 벌이고 있다. 공·폐가를 비롯한 주택정비, 안전 및 생활위생 인프라 개선 등이 주요 내용이다. 다만, 보상 등 문제로 답보 상태다. 당초 올해까지 마무리짓기로 예정했지만,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빈집 통계가 기관마다 제각각이라서 통일성 있는 빈집 정책 추진이 현실적으로 힘들었던 점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도시와 농어촌 빈집 제도가 별도로 규정돼 있어 지자체가 빈집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통계청에서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한 추정치로 도출한 빈집 수(조사 시점에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으로 신축·매매·미분양 등 일시적 빈집도 포함)와도 차이가 발생해 혼선이 빚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는 지난 6월 빈집실태조사의 세부 추진절차와 지자체의 빈집관리 전담조직 지정 등을 명시한 '전국 빈집실태조사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했다. 또 빈집실태조사를 통해 파악된 빈집 정보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을 한국부동산원에 구축하고 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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