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피하려…추석연휴 눈치보며 열공한 '취업준비생'들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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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4  |  수정 2023-10-03 14:26  |  발행일 2023-10-04 제2면
청년들 "양질의 일자리 필요해"

청년 고용률 위축…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고용률 떨어져
잔소리 피하려…추석연휴 눈치보며 열공한 취업준비생들
긴 추석 연휴에 귀성을 피하고 공부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취업준비생 임모(여·26·대구 북구)씨는 이번 추석에 큰 집을 가지 않기로 했다. 며칠 전 한 중소기업을 퇴사한 임씨는 친척들의 '취업' '결혼' 등 각종 잔소리를 피하고 싶어 귀성하지 않고 공부하는 것을 선택했다.

임씨는 "취업에 대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생각이 양극화되면서 친척 어른들을 만나면 '요즘 애들은 쉬운 일만 찾는다'는 말씀을 한 두번 들은 게 아니다"며 "긴 연휴 간 괜히 스트레스 받을 바엔 공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역대 최악의 고용률과 경기침체로 긴 추석 연휴에도 귀성을 피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특히 긴 추석 연휴 동안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취업준비생' 청년들도 상당수였다.

지난 28일 오후 3시쯤 대구 북구의 한 스터디카페. 긴 연휴로 들뜬 시민들을 뒤로 하고 공부하려는 청년들로 스터디카페는 북적였다. 각종 자격증 뿐만 아니라 시험 등을 대비하기 위해 마련한 책들로 책상이 빼곡했다. 80여 석의 좌석은 공부하려는 청년들로 어느새 만석이 됐다.

이날 이곳에서 공부하던 김모(30·대구 중구)씨는 "해양경찰 시험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일주일 치 스터디카페 이용권을 결제했다. 고향에 갈까 고민했지만 친척들에게 왜 취업을 못했는지 설명하기가 민망해 귀성을 포기했다"며 "올해는 꼭 취업에 성공해 다음 명절에는 친척들에게 '취업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한숨쉬었다.

이처럼 경기 불황이 심한 가운데 올해 청년 고용이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취업자 수는 2천867만8천 명이다. 전 년보다 26만8천 명 늘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1%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982년 월간 통계 작성 이래 8월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 연령대에서 고용률이 떨어진 것은 청년층이 유일했다. 15~29세 청년 취업자와 실업자는 각각 10만3천 명, 4만4천 명씩 줄었다. 청년층의 경제 활동 참가율 역시 49.2%로 감소했다. 청년 고용률도 1년 전보다 0.3%포인트 하락한 47%였다.

특히 여성과 노인, 서비스업 취업자는 늘어난 반면 남성과 청년, 제조업 취업자 감소세는 지속되면서 고용시장에서 청년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년 고용의 질 저하가 우려되면서,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일자리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준비생 이모(28·대구 달서구)씨는 "많은 기업들이 구인을 하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적은 임금을 제공하면서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각종 수당을 제공하지 않거나 휴게시간 등을 제공하지 않는 기업들이 태반이다. 특히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들은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하다"며 "이로 인해 청년층들의 기피 현상이 심화되어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는데에 한 몫한다고 생각한다. 시대에 맞는 처우를 제공하는 기업의 채용이 보다 증가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글·사진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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