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눈] 아마추어 국정 리더십이 부른 대참사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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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09  |  수정 2024-12-09 07:35  |  발행일 2024-12-09 제6면
탄핵 불발에도 '식물 대통령'

시민 저항 달랠 정국 수습책

야당 수용할 만한 비책 필요

임기단축 개헌도 고민해봐야

대한민국호(號)가 8년만에 다시 깊은 수렁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밤에 기습선포한 비상계엄은 스스로를 '탄핵 단두대'에 올려놓고 말았다. 지난 7일 열린 탄핵안 투표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불성립'됐지만 후폭풍은 가히 메가톤급이다.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또 새기고 말았다.

윤 대통령과 집권 여당 국민의힘은 일단 1차 방어엔 성공했다. 윤 대통령의 2분짜리 짧은 사과 담화문을 통해 자신의 거취를 당에 일임한 것이 다소 시간을 벌어준 모양새다. 탄핵 단두대에서 잠시 내려온 윤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 자명하다.

세력이 강건할 땐 아첨하며 따르던 세력들이 앞다퉈 등을 돌렸다. 염량세태(炎凉世態), 고립무원(孤立無援)이란 말이 새삼 실감난다. 임기를 2년 6개월이나 남겨둔 윤 대통령이 자초했다. 야당이 장악한 국회의 '입법폭주'로 수세에 몰리자, 극도로 조심해야 할 '비상계엄'선포로 맞대응하며 힘 자랑을 한 댓가다. 제 발등을 찍었다. 진중해야 할 국정 리더십이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게 백일하에 드러났다.

일단 탄핵카드는 불발됐지만 정국 불안모드엔 제대로 불을 댕겼다. 국민 분노 게이지는 하늘을 찌른다. 거리에 집결해 즉각적 퇴진을 목놓아 외치는 시민들의 저항강도는 더 거세질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는 속도를 낼 것이고, 부글부글 끓는 시민 여론을 등에 업은 야당의 2차·3차 탄핵안 발의는 계속 이어질 태세다. 국가신뢰도 추락 , 수출 및 투자유치 고전 등이 지속되면 경제인들마저 시국선언에 동참할지 모른다.

추락한 국격과 무너진 국민 자존감을 세울 수 있는 정국 수습책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윤 대통령의 운명은 현재 한동훈 대표 손에 달렸다. 한 대표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때 체포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인물이다.

한 대표는 앞으로 윤 대통령의 사실상 업무배제 ,책임 총리 임명, 야당 인사까지 포함한 거국 중립 내각 구성 등 '질서있는 조기 퇴진' 절차를 밟을 것 같다. 진정성있게만 추진하면 중도층의 흥분한 민심을 어느정도 달랠 수 있다.

여기서 한발짝 더 나가야 한다. 시민사회를 대동하며 초지일관 '대통령의 즉각적 직무정지' 를 외치며, 파상공세를 펼칠 더불어민주당도 수용할 만한 비책도 내놔야 한다. 끊어진 소통 사다리를 다시 잇는 일이다. 내심 내년 3월 벚꽃 조기 대선까지 염두에 둔 민주당과 탄핵외 정국 수습책을 협의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대표는 자기 희생적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무조건 지키려고만 하면 민심과의 괴리감이 커져 모든 걸 잃을 수 있다.

이성적 사고가 작동할 정도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개헌도 진중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윤 대통령 임기 단축이 그 명분이 될 수 있다. 이참에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제 실시도 고려해볼 만하다. 헌법개정 시계는 1987년 10월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9차 개헌이후 멈춰있다. 소통불능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잉태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37년째 헌법은 개정되지 않고 있다. 정국 안정의 키를 쥐게 된 한 대표의 앞날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납득할 만한 정국 수습책 마련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지체될 수록 보수의 가치가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진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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