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디터의 눈] 대기업 빅2의 ‘오월동주’…관세장벽 정면 돌파 승부수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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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21  |  수정 2025-04-21 20:57  |  발행일 2025-04-22 제3면
생존 몸부림 대기업으로 확대
각자도생 기조 벗고 의기투합
철강·배터리 시너지효과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이 그동안 대결 구도를 통해 '각자도생' 기조로 일관했던 국내 대기업들의 의기투합을 이끌어 내는 모양새다. 국내 철강 1·2위 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차 핵심 멤버들은 21일 서울 현대차 사옥에서 만나 미국 현지 신규 제철소 건설 공동투자 등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트럼프 관세에 맞서 의기투합한 것이다. 파장은 적지 않아 보인다.

포스코와 현대차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글로벌 3위 완성차 그룹이자 국내 2위 철강사 현대제철을 산하에 두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국내 철강 1위 포스코그룹과 철강은 물론 배터리 동맹까지 맺기로 했다. 대한민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미국발(發) 관세 리스크를 정면 돌파할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가 미국 관세 공포에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글로벌 공급 과잉, 통상 압력, 친환경 전환 도전 등 복합 위기를 한꺼번에 직면하면서 전품목에 걸친 기업들의 '오월동주(吳越同舟·적대적인 세력이 서로 협력함)'가 본격화 할 태세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당장 이달 수출부터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1일부터 20일까지 주요 10개 수출 품목 중 9개 품목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1·2위를 다투는 철강 수출은 8.7%나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90일간 유예한 25% 관세가 부과되기도 전 10%의 기본 관세에 두 대기업 손을 들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수입 자동차에 부과되는 25% 관세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는 현대제철의 투자자를 확보했고, 포스코그룹은 25% 관세를 피할 수 있는 미국 생산 거점을 확보한 셈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GM, 도요타, 포드에 이어 2년 연속 4위를 차지할 정도로 현지 판매 규모가 큰 만큼, 포스코그룹 입장에선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하게 됐다.

이번 동맹으로 미래차의 핵심인 배터리 분야에서도 시너지가 커질 전망이다. 포스코그룹이 전 세계에서 확보한 리튬과 포스코퓨처엠이 생산하는 양극재, 음극재 등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생산에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삼성과의 '기술 동맹'을 통해 삼성이 만든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을 현대차가 생산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등 미래 핵심 기술에 접목시키기로 했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부른 기업 간 연대는 합종연횡이나 동맹 구축 형식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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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편집국에서 경제‧산업 분야 총괄하는 경제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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