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음악으로 떠나는 대구경북 여행 (2) 구미 '카페바로크'
구미시 산동읍의 한 건물 5층, 그곳에는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카페가 있다. 이름은 '카페바로크'. 핸드메이드 오디오와 피아노가 비중 있게 자리하고 있는 청음을 위한 공간이다. 몇 해 전 문을 연 이곳은 팬데믹을 이겨내고 지금도 여전히 멋진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카페바로크의 대표 박환승씨는 원래 공대를 나와 평생 기계설계 등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젊은 시절 음악이 너무 좋아 음악감상실에서 DJ를 한 적도 있지만 잠시뿐이었다. 그 시절 그에게 음악은 사치였다. 박씨도 여느 또래들처럼 '당장 먹고살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박씨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음악 감상을 할 수 있고, 또 본인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카페바로크'다. 박씨를 만나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와 기자는 비록 세계적인 지휘자와 작가는 아니지만(책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는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터뷰집이다) 음악에 대한 애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자) 카페 이름이 '카페바로크'다. 왜 '바로크'인가.(박 대표) "오랫동안 활동한 오디오 관련 온라인 카페의 닉네임이 '바로크'였다. 개인적으로 바로크 시대 음악을 좋아한다. 17세기 전후 발달한 화려하고 웅장한 바로크 음악들에 끌렸다. 바로크 시대는 음악의 변화가 많았던 시기이다. 장조와 단조가 확립됐고 순수 기악음악이 발달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특히 좋아한다. 바흐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이지 않나. 카페 이름에 '바로크'가 들어가게 된 이유는 이 정도로 충분한 것 같다.(웃음)"핸드메이드 오디오 시스템제대로 된 소리로 감상하고 싶어독학 후 청계천서 부품 구입 조립음악이 있는 복합문화공간낮엔 클래식 저녁엔 다양한 장르아티스트들 이곳서 연주·공연도▶카페는 어떤 공간인가."손님들 입장에서는 음악을 들으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이자 음악감상실이다. 낮에는 주로 클래식을, 저녁에는 팝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을 틀고 있다. 같은 음악도 어디서 어떤 음향기기를 통해 듣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음악가들 입장에서는 이 카페가 직접 연주와 공연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이다. 그동안 이곳에서 여러 음악가들이 공연했고, 또 예정돼 있다."▶오디오 기기들을 직접 만든다고 들었다. 조립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그렇다. 카페에 있는 스피커, 턴테이블은 상당수 내가 만든 것이다. 처음 만든 오디오 등 의미 있는 기계들도 가져다 놓았다. 내가 어릴 땐 송골매나 산울림, 조용필의 노래를 듣기 위해선 라디오를 통해 듣거나 테이프에 녹음해서 듣는 방법밖에 없었다. 당시 LP 가격이 정품은 2천500원, 정품이 아닌 건(일명 '빽판') 500원 정도였는데, 그 500원짜리도 청계천 7가에서 한나절을 구부리고 앉아 신중히 골라 산 기억이 있다. 그땐 모두가 넉넉지 않은 시절이었으니까. 그러니 음질이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었겠나. 언젠가는 나를 매료시킨 노래와 음악을 제대로 된 좋은 소리로 원 없이 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젊은 시절에 청계천에서 부품을 사서 앰프 등의 조립을 시작했고, 이후 스피커도 직접 만들었다. 음악을 너무 좋아했고 그 음악들을 좋은 소리로 듣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에 거의 독학으로 그런 것들을 만들기 시작한 것 같다. 기계설계 일을 오래한 것이 핸드메이드 음향기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얼마 전 무라카미 하루키가 '콘서트'와 '레코드'에 대해 쓴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음악 애호가 중에는 콘서트 지상주의자도 있고, 또 반대로 레코드 지상주의자도 있는데 하루키 본인은 레코드나 생음악 둘 다 좋다는 것이다. 기자도 공감했다. 개인적으로 최고라 생각하는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의 '라 캄파넬라'를 연주회에서는 단 한 번 생생하게 들을 수 있겠지만 레코드로는 다닐이 연주한 그 곡을 100번도 반복해서 들을 수 있지 않나.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냐고 물으면 선택이 어려울 것 같다. 역시나 음악 애호가인 대표님도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봤을 것 같은데, 콘서트와 레코드 중 어느 쪽인가. "나 역시 오디오로 듣는 음악과 콘서트에서 듣는 음악은 각각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라이브 음악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하지만 오디오는 시간을 초월해 뛰어난 음악가의 연주·노래를 언제든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주자가 세상을 떠나 더 이상 라이브를 들을 수 없더라도 오디오를 통해서는 들을 수 있다. 음악을 듣는 방식에 우열을 매기기 어려운 것처럼 그건 음악 장르도 마찬가지다. 나는 클래식도 좋아하지만 재즈나 팝, 우리나라 가요, 판소리도 좋아한다. 음악은 모두 제각각의 매력이 있고, 다만 듣는 이의 취향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카페 안에 그랜드피아노와 첼로가 있는 게 눈에 띈다. 피아노와 첼로가 자리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개업을 했을 때 집에 있던 오래된 피아노 한 대를 가져다 놓았다. 처음에는 카페에서 연주회를 한다는 생각은 못 했다. 그런데 손님으로 가게를 방문한 한 소프라노가 직접 그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것을 듣게 됐다. 너무 아름다웠다. 더 좋은 피아노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 길로 서울에 가서 큰맘 먹고 저 그랜드 피아노를 샀다. 즉흥적인 결정이었지만 덕분에 한 번씩 카페에서 라이브로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저 그랜드 피아노가 아니었다면 겪지 못할 특별한 일도 있었다. 2년 전쯤이었나. 코로나19가 한창 심했던 시절에 가게를 찾은 한 청년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간 적이 있다. 긴 머리를 묶은 캐주얼한 옷차림의 청년이 여러 곡을 연주하는데 '피아노를 엄청 잘 친다'고만 생각했다. 알고 보니 그가 그 유명한 피아니스트 '최형록'(센다이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로, 구미가 고향이다)이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고향에 왔다가 우연히 친구들과 카페를 들렀고, 그러다 또 우연히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된 것 같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설렌다. 피아노 뒤의 저 첼로는 내가 배워보고 싶어서…. 첼로 소리를 워낙 좋아한다. 언젠가 한 곡 정도는 직접 첼로로 연주하고 싶은데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구미 '카페바로크'의 박환승 대표가 직접 만든 스피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카페바로크'의 턴테이블.'카페바로크'에서 열린 연주회를 찾은 관객들.'카페바로크'의 그랜드 피아노. 뒤로 첼로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