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 이전 터, 지역산업 생태계 견인할 '도심융합특구'로
대구시가 12일 경북도청 후적지(북구 산격동)를 지역산업 생태계를 견인할 '도심융합특구'로 개발하기로 확정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특히 건립과 이전 시기가 불투명해진 대구시 신청사 건립이 난제로 손꼽힌다.
◆대구시의 계획당초 대구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은 원도심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비(非)수도권 판교테크노밸리' 구현이 본래 취지였다. 대구 도심에 기업과 인재가 모일 수 있도록 산업·주거·문화 등 복합 인프라가 갖춰진 고밀도 혁신공간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이 때문에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원도심의 기능 회복, 더 나아가 경상권 메가시티의 핵심거점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도심융합특구 조성은 향후 대구 발전의 허브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대구시는 이날 대구 미래를 이끌어갈 미래차·도심항공모빌리티(UAM)·스마트로봇 등 미래산업 관련 앵커기업(주력 선도기업)과 혁신기업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이곳에 2차 이전 공공기관을 유치해 앵커기업과 혁신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 도심융합특구에 입성하게 될 2차 이전 공공기관을 앵커·혁신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한국벤처투자 등 기업지원 관련 공공기관으로 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넘어야 할 산들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선행돼야 할 조건이 많다. 일단 대구시 신청사 건립 사업은 잠정 중단된 지 4개월째다. 대구시는 두류정수장 터의 절반가량을 민간에 팔아 얻는 수익금으로 청사 건립비용을 충당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신청사가 들어설 달서구 주민이 '원안 추진'을 요구하며 반발했고, 대구시의회도 대구시의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달서구 출신의 대구시의원을 중심으로 이 계획에 반대하면서 대구시는 신청사 설계비를 전액 삭감했다. 결국 청사 건립 계획은 잠정 중단됐고 산격청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종헌 대구시 정책총괄단장은 "사실 도심융합특구는 시청사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융합특구 조성의 근거와 지원 방안 등을 담은 도심융합특구 특별법 제정도 넘어야 할 산이다. 특별법이 발의된 지 2년이 넘도록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법안 발의 2년 만인 지난달 처음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다른 법안에 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대구시는 도심융합특구로 함께 지정된 광주·대전·부산·울산시와 공동 대응하고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양금희 의원을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과의 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도심융합특구의 핵심인 '앵커기업'의 유치 가능성도 짚어봐야 한다. 대구시가 밝힌 대로 도심융합특구가 산업·주거·문화가 어우러진 고밀도 산업혁신거점지 역할을 하려면 지역 산업 생태계를 견인할 앵커기업 유치는 필수적이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과 관련된 기업은 제2차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달성 화원·옥포읍 일대에 대거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2차국가산단 내 기업유치 전략과 겹치지 않도록 앵커기업을 도심융합특구로 끌어와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또 다른 관심사대구시는 도청 후적지와 인접한 산격1동 재개발 예정지역(32만㎡)을 지구단위계획으로 통째 개발하겠다는 방안도 언급했다. 도심융합특구와 연계한 미래세대를 위한 신주거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침체된 경북도청 후적지 주변지역의 상권 활성화를 자연스레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앵커기업 유치 등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속도를 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앵커기업 유치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부 진전은 있다. 당장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기보다는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앵커기업이든 혁신기업이든 원스톱기업투자센터에서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가 경북도청 후적지에 2차 이전 공공기관을 유치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어떤 기관들이 물망에 오를지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까지 대구산업진흥군, 헬스케어군, 환경·에너지군, 전략유치군 등 4개분야에서 유치 공공기관을 물색해 왔다. 세부적으로는 IBK기업은행, 한국벤처투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 20여 곳을 추려놓은 상태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12일 대구시청 2층 브리핑룸에서 이종헌 정책총괄단장이 옛 경북도청 후적지를 '도심융합특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