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렴의 꽃은 좋은 거버넌스에서
어쩌다 30년! 마치 방금 일어난 것처럼 모든 게 생생한데 어느새 11,300개의 해가 저물었다. 갓 서른에 입사해 환갑까지 근무했다. 보잘 것 없는 Nobody에서 분명하고 확실한 Somebody로 탈바꿈했다. 이 보다 더 귀한 선물이 있을까. 농산물시장을 개방하는 우루과이라운드 영향으로 농민이 타격을 받자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농어촌지역에 연금제도를 시행했다. 정부가 보험료를 일부 지원하는 당근까지 제시해가며. 덕분에 갈 곳 없어 방황하던 내 청춘의 혼돈도 마감했다. 1995년 4월에. 숱한 세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건 축복. 가입자의 간절한 바람을 듣고 연금수령자의 고마움을 생생하게 봤다. 일등이 아닌 일류를 지향하며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끝없이 고민했다. 다양한 벤치마킹 사례에서 인사이트를 얻었다. 대다수 국민의 노후준비를 걱정했다. 가장 뿌듯한 경험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기금운용본부에서 보낸 일곱 해! 담대하게 설계한 미래 비전은 어느덧 현실이 됐고, 전면적인 혁신 이니셔티브는 아름다운 성과로 피어났다. 인력관리, 자금결제, 대체자산을 관리하는 부서장 자격으로 투자위원회에 참여하는 행운을 얻었고 '좋은 거버넌스(good governance)'가 미치는 파급효과를 온몸으로 느꼈다. 국민연금기금은 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책임준비금! 2025년 3월말 적립금은 1,226조원. 1988년 이후 수익률 6.8%, 수익금은 무려 738조원에 달한다. 특히 2024년도는 역대 최고 수익률 15%를 기록했다.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확대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계량실적보다 더 중요한 건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면서도 불미스런 사건이 단 한 건도 없다는 것. 다산 정약용이 공직자의 덕목이라고 한 '청렴'이 제대로 작동한 덕분이다. 청렴의 비결은? '좋은 거버넌스' 그리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충실히 수행한 임직원의 뼈를 깎는 노력. 거버넌스란 조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기 위한 의사결정 체계와 규칙과 과정이다. 국민연금기금의 거버넌스는 견제와 균형, 투명하고 공정한 투자집행, 다방면의 감시체계로 정리할 수 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 노동자, 사용자, 전문가 등이 참여해 장기적 안정을 유지하면서 운용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키는 정책을 결정한다. 리스크관리위원회는 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한다. 준법감시인은 독립적 지위에서 내부통제를 담당한다. 감사원과 국회는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이처럼 빈틈없는 다각적 감시체계가 작동하고 있으니 부패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국민연금은 든든한 노후 지킴이! 1,20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청렴할 때 모든 국민은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다. 글로벌 대형 연기금으로 성장한 기금운용본부의 청렴은 대다수 국민의 '안녕'과 직결된다. 필자는 감히 약속드릴 수 있다. '고객님의 자산은 영원히 안전합니다.' 나는 삶의 길 위에 서 있다. 삶은 여전히 내게 뭔가를 줄 것이고, 그게 어떤 결과로 끝맺음할지는 모른다. 나는 희망을 완성하기 위해 늘 깨어 있을 것이고, 결과 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며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낼 것이다. '여인숙'에서 루미가 말한 것처럼, 누가 오든 감사히 여길 것이다. 내게 오는 모든 손님은 저 너머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이재수 국민연금공단 서대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