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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5 <끝>] 강영석 상주시장 인터뷰
호국(護國)의 도시이자 전통적 농업 도시인 상주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미래 산업을 주도할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를 발판삼아 첨단산업 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또 과학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의 저변 확대를 통해 국내 농업의 혁신 거점도시로 거듭난다는 목표도 세웠다. 영남일보는 이 같은 상주의 변화상을 조명한 '저력 있는 호국의 도시 상주' '무한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시리즈를 전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연재했다. 항몽·항일의 중심지였던 상주 호국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스마트팜·2차전지 등 상주 산업의 미래를 다뤘다. 또 천혜의 자연과 역사·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K-콘텐츠 도시'로의 성장 가능성도 엿봤다. 시리즈를 마치며 강영석 상주시장을 만나 지역 산업의 발전 방향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호국도시 걸맞게 군부대 유치 전력ICT 활용 미래농업 스마트팜 선도청년농업인 육성·정착도 적극 추진매년 20~30명 선발 최장 3년간 수당모자페스티벌·곶감축제 더 알차게"▶상주는 역사의 고비마다 나라를 지켜낸 전투가 있었던 곳이다. 호국 도시라는 자부심이 클 것 같다."상주에서 일어난 전투 중에서 화령장 전투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6·25전쟁 당시 수세에 몰리던 우리 국군이 화령장에서 대승을 거두며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 전투 덕분에 북한의 남침이 지연됐고, 한국군은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또 상주에는 임진왜란 때 조선 중앙군과 왜병의 선봉 주력부대가 최초로 싸운 임란북천전적지라는 곳이 있다. 당시 800여 명이 호국 영령으로 산화했고, 선조는 상주 전역에 복호(부역의 면제)를 내려 그 뜻을 기릴 정도였다."▶호국 정신을 바탕으로 추진 또는 구상 중인 사업들이 있는지."상주 호국의 역사는 지역을 찾는 이들에게 중요한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6·25전쟁 첫 승리의 역사적 공간은 화령장전투전승기념관으로 변모했고, 매년 9월 열리는 화령장전투기념행사도 올해 15회째를 맞았다. 특히 지난해부터 상주시는 군부대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상주는 호국 도시라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일 뿐만 아니라 사통팔달의 교통망, 넓은 면적, 다양한 지형 등은 군의 작전과 임무 수행에 최적지다. 대구 군부대가 상주에 온다면 인구 증가와 함께 지역 상권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군상생타운 조성을 통해 교육과 의료 등 상주의 주거여건도 크게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령화, 일손 부족, 기후위기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있다. 지역 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앞으로 농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농업으로 변화할 것이다. 상주도 이에 맞춰 농업의 미래를 준비 중이다. 이 중심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가 있다.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에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체계적인 스마트 농업이 선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전문성을 갖춘 청년 농업인 육성을 비롯해 스마트팜 관련 연구와 실증분석도 이뤄진다. 스마트팜은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과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농업의 미래다.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 내 청년창업보육센터에서는 매년 50명 정도의 청년 농업인이 교육을 받으며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실제 농사를 짓고 있다. 상주시는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에서 교육 받은 청년농업인이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각종 연계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청년 농업인의 교육, 주거, 창농이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우리의 역할을 해나가겠다."▶지역 정착을 위한 청년 정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상주시는 청년들이 지역에 들어와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창업형 후계농 및 영농정착 지원사업을 통해 매년 청년 농업인 20~30명을 선발해서 최장 3년간 80~1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해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있다. 또 최대 3억원의 융자 지원을 통해 농지와 시설하우스 등 영농기반시설 마련을 지원한다. 이뿐만 아니라 △청년농부 참여형 마을영농 육성사업 △청년농부 육성지원 △초보청년농부 멘토링지원 △청년농업CEO 농어촌진흥기금 지원 △청년농업인 커뮤니티 △청년농부 창농기반 지원 등을 통해 청년 농업인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상주시는 '청년의 상상이 실현되는 도시, 상주!'라는 비전 아래 청년 유입 증대, 청년 생활인구 확대, 청년 유출 방지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산업 다각화가 필요해 보이는데."상주시의 주요 시정 목표 중 하나가 '산업의 균형을 맞추는 경제상주'다. 비중이 높은 농업을 계속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2차, 3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상주시가 준비하는 미래 신산업은 전기차 등의 필수 부품인 2차전지다. 상주시는 2차전지 실리콘 음극재 제조기업인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이 입주한 청리일반산업단지와 그 주변인 공성면 용안리 및 평천리 일원을 묶어 2030년까지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200만㎡)를 조성할 계획이다. 2차전지 소재·부품·장비 관련 제조기업 집적은 물론, 산·학·연·관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는 2차전지 산업생태계를 모두 갖추는 것이 목표다."▶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앞으로 운영 계획이 있다면."지난 10월 처음 열린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은 축제기간 10만여 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모자'를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축제인 데다가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도 일찌감치 선정돼 사람들의 관심이 컸던 것 같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번 축제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내년에는 더 즐거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또 내년 1월12~14일에는 상주곶감축제가 북천시민공원에서 열린다. 곶감축제는 세계모자페스티벌에 버금가는 상주시의 대표축제다. 단순히 농·특산물 판매에 그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끝으로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지난 22일 상주시공공산후조리원이 문을 열었고, 내년에는 복합 상주시립도서관도 개관을 앞두고 있다. 어느 해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내년에도 대내외 상황이 어려울 것 같지만, 시민과 동행하며 어려움을 잘 돌파하겠다. 또 상주의 미래를 위한 중장기적 비전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소홀하지 않겠다. 다가오는 2024년 갑진년 여러분께 행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하며 함께 지혜를 모아갔으면 좋겠다."대담=박종진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정리=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 기자 zone5@yeongnam.com강영석 상주시장이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 활성화를 비롯한 지역 농업의 고도화와 더불어 2차전지 산업 육성 등 지역산업의 다각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12.27
[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11·〈끝〉] 오도창 영양군수 인터뷰 "영양, 낯설어서 끌리는 곳…알고 보면 더 매력적인 힐링 여행지로"
밤이면 별들이 쏟아지는 '별천지'. 영양군을 한마디로 수식하는 단어다. 자작나무숲, 송하계곡, 국제밤하늘보호 공원 등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청정함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어 '대한민국 청정 1번지'로 꼽히는 곳이 바로 영양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이 영양의 전부는 아니다. 빛깔 좋은 고추와 사과, 산나물, 고랭지 채소 등 영양이 자랑하는 특산물부터 민족의 얼이 담긴 수많은 역사·문화 유산까지 영양은 다채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에 영남일보는 '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시리즈를 통해 영양의 주요 역사문화자원과 관광명소, 축제 등을 집중 조명했다.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영양만의 특색있는 매력을 알리고, '문향의 고장'으로 불리게 된 배경 등 흥미로운 이야기도 덧붙였다. 시리즈를 마치며 오도창 영양군수를 만나 지역 문화·관광 정책의 성과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이번 시리즈를 간략하게 평가한다면."별과 이야기, 영양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최초 국제밤하늘공원으로 지정된 영양은 육지에서 밤하늘을 가장 밝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또 오일도·조지훈·이문열 등 걸출한 문인을 배출한 문향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런 영양의 이미지를 잘 표현한 내용으로 시리즈가 구성돼 있어 뜻깊었다."▶코로나19 이후 자연 친화적인 명소가 각광받고 있다. 영양군의 관광 정책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포스트 펜데믹 이후 관광 트렌드는 '생태관광 1번지'로 거듭나고자 하는 영양군의 정책 방향과 잘 맞아떨어진다. 영양은 야외 활동과 레저 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수요에 부합하는 맞춤 여행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MZ세대의 여행 트렌드에 맞는 친환경 힐링 여행지로 거듭나기 위해 영양군은 국내 최대 규모 '영양자작나무숲'의 명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은 낯선 곳, 그러나 낯설어서 끌리는 곳, 알고 보면 더욱 매력 넘치는 영양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영양의 다양한 축제도 하나의 관광 자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영양산나물축제는 지역을 넘어 국내 대표 산나물축제로서 매년 5월 일월산 및 영양읍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경북 최우수 축제로 선정될 만큼 성공한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은 매년 8월 말~9월 초에 열리는 국내 대표 고추 축제다. 70여 생산 단체와 농가의 엄선된 고추뿐만 아니라 다양한 농특산물을 선보이고 있다. 조지훈예술제는 청록파 시인인 조지훈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매년 5월 영양산나물축제 기간 시인의 생가가 있는 일월면 주실마을 일원에서 진행된다. 축제 시기에 맞춰 영양을 찾는다면 다양한 경험들로 여러분의 여행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영양은 원놀음 전승지이자 문학의 고장이기도 하다. 유무형 문화 자원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영양군은 원놀음의 보다 체계적인 계승, 발전을 위해 올해 원놀음전승위원회와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향후 목표는 원놀음의 경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등재다. 원놀음의 원형을 고증하고 복원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현재 운영 중인 지훈문학관을 리뉴얼 중에 있고, 오일도 문학관 조성 기본계획 용역을 통해 영양문학테마공원의 효과적인 활용 방안도 찾고 있다. 이외에도 장계향 선생이 남긴 조선시대 반가의 음식문화를 담은 음식디미방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체험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영양군은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다양한 문화재가 분포돼 있다. 일월산과 포도산 등에는 동학과 천주교와 관련한 역사적인 장소도 있고, 무속인들에게 성지처럼 여겨지는 일월산과 황씨부인당도 있다. 앞으로 일월산은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코스를 개발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포도산은 삼의계곡 야영장과 연결한 등산로를 만들어 캠핑족의 발길을 유도할 계획이다."▶지역 문화·관광 분야의 전반적인 현황과 앞으로 계획은."영양군에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비롯해 역사적 의미를 지닌 유적과 문화재 등이 산재해 있다. 또 앞서 이야기한 산나물축제, 영양고추 H.O.T페스티벌, 지훈예술제 등 다양한 축제도 열린다. 빅데이터와 공공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영양을 방문한 이들의 수가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방문자 평균 체류 시간이 422분으로 전국 기초단체 평균(206분)보다 두 배 이상 길었다. 검색 유형으로는 자연 관광 분야 비중이 31.1%였고, 소셜미디어 언급량은 영양자작나무숲이 가장 많았다. 최근 트렌드인 친환경 힐링 여행에 걸맞게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여행 편의를 향상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문화·관광 외에 앞으로 추진할 역점 사업에 대해 소개해 달라."민선 8기 2년 차를 맞은 현재 전체 공약사업 중 완료된 사업이 3.6%, 완료 후 추가목표를 세워 계속 추진 중이거나 반복되는 사업이 17.8%, 정상 추진 중인 사업이 78.6%로 대부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몇 가지 중요한 사업을 꼽으라면 우선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들 수 있다. 영양군은 올 한 해 양수발전소 유치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고, 이제 결과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외에도 국립 영양자작나무 숲체원 유치, 국립멸종위기종복원 교육관 건립은 물론 공군 관사 유치 등 인구 유입 정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두 번째는 '살맛 나는 부자 농촌 만들기'다.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해 홍고추 전국 최고 수매가 보장제를 실시하고, 부족한 농업일손 확보를 위해 외국인 계절 근로자 도입을 확대해 왔다. 셋째로는 원활한 교통망 확충이다. 군민의 숙원인 국도 31호선 선형개량사업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또한 통행량이 많거나 위험한 영양 내부 교통망 정비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끝으로 군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영양군은 고령화, 저출산 영향으로 그야말로 인구절벽에 내몰려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올 한 해 군민의 일치단결된 모습에서 희망을 찾았다. 양수발전소 유치라는 목표를 두고 전 군민이 하나 돼 뜻을 모으고 군정에 협력해 줬다. 위기 앞에서 함께 극복하고자 일어선 군민의 모습은 지속 가능한 영양군의 미래를 꿈꾸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가올 영양에 희망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지금처럼 군민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목표를 위해 의견을 나누며 앞으로도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말씀을 전한다. 희망찬 영양을 위한 행복한 변화, 군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을 때 꿈꾸던 미래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대담=박종진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정리=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오도창 영양군수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여행 편의 향상에 중점을 둔 지역 관광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12.21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16·(끝)] 윤경희 청송군수 인터뷰
경북 청송은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고장이다. '산소카페'란 도시 브랜드처럼 청정한 자연환경에 더해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도 갖추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국제슬로시티(Slow City) 인증을 받으면서 국립공원까지 갖춘 국내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하면서 힐링의 시간을 갖고 한발 더 나아가 삶의 조화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청송이다. 영남일보는 이 같은 청송의 숨은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시리즈를 연재했다. 주왕산, 주산지, 절골협곡, 노루용추계곡 등 청송의 자연을 다양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덧붙였다. 또 아이스클라이밍, 산악자전거 등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포츠 환경을 살펴보고, 지역에 산재해 있는 역사·문화 유산도 조명했다. 시리즈를 마치며 윤경희 청송군수에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역 문화·관광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이번 시리즈를 간략하게 평가한다면."청송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유구한 역사문화 자원을 갖고 있다. '제2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주왕산국립공원을 비롯해 4만2천평에 달하는 '산소카페 청송정원' 그리고 송소고택과 객주문학관, 항일의병기념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관광축제'로 지정한 청송사과축제도 빼놓을 수 없는 문화 자원이다. 이번 시리즈는 이 같은 청송의 역사·문화·관광 자원을 테마별로 분류·연재해 많은 이들이 '산소카페 청송'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청송의 다양한 콘텐츠를 재조명하고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지역에 산재해 있는 역사·문화 자원의 활용 방안은."청송군은 7~8년 전부터 지역 문화유산 등을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특히 생생문화재사업이나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사업 등을 통해 지역 학생들에게 귀중한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그 유산들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청송향교와 진보향교 등을 관리 운영하는 지역 유림들과 연계해 군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청송의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문화유산을 단순히 보존하고 관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찾아갈 수 있고, 누구나 둘러볼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문턱'을 낮추는 일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청송에는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주왕산, 신성리 공룡발자국, 청송 꽃돌을 비롯한 다양한 지질유산들이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국제적으로도 희귀한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5월 제주도를 제외하고 내륙에서는 첫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았다.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지질공원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4년마다 지질유산의 보존, 교육관광 프로그램 운영, 지질공원 교류활동 등 다양한 분야를 다시 평가해 재인증 여부를 결정한다. 청송군은 지난해 있었던 평가에서 지역 인구감소 완화와 기후변화 대처라는 명확한 목표와 방향성을 갖고 민·관이 함께 지질공원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지난 6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집행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만장일치로 재인증이 확정됐다."경북도 주관 공모사업 최종 선정이색숙박시설 사업비 100억 확보한옥스테이 활성화 등도 추진 중'꼭지 무절단' 청송사과로 차별화청년빌리지 조성 정주 여건 개선역노화 산업 등 미래 대응 정책도▶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체류형 관광 활성화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주왕산과 주산지의 독창적인 경관을 연계한 자연 관광을 비롯해 주산지 관광지 조성사업, 덕천·중평마을 한옥스테이 활성화 사업 추진 등 지역의 부족한 시설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아울러 경북도가 주관하는 '2023 경북형 이색숙박시설 조성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돼 사업비 100억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청송의 아름다운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숙박시설을 조성해 '머무는 청송여행'의 동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청송사과의 역사가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경쟁력 유지 방안이 있다면."청송군은 사과품질 보증제 도입, 껍질째 먹는 사과·황금사과 개발 등 선도적인 정책을 통해 다른 지역 사과와 차별화를 이뤄냈다. 현재도 사과꼭지 무절단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꼭지치기 작업에 많은 인건비가 투입되고 있다. 앞으로 더 우려되는 것은 수확기에 인력난 심화로 일손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과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고용 현실이다. 사과꼭지를 자른 뒤 자국 내에 유통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일단 지역 내 농협 등 계통 출하 조직부터 시작해서 시장과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전국으로 확산하자는 취지로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문화·관광산업 외에 추진 중인 중점 사업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2024년에는 체류 외국인들의 안정적인 보호와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외국인 임시 보호소 건립을 본격 추진할 생각이다. 또 지역에 긍정적인 경제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여성교도소 등 공공기관을 적극 유치해 보겠다. 대한민국 최고의 생명 공학을 연구하는 대구가톨릭대학과 협업해 'K-U시티 역노화 사업'과 같이 청송의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도 선제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청년들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청송 청년빌리지'도 조성 중인데 250여 세대를 건립해 청년들이 머물며 생활하는 청송으로 만들어 가겠다. '하나 되는 청송, 그 이상의 도약'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저를 비롯한 500여 명의 공직자, 그리고 2만4천여 명의 군민들이 모두 합심해 보다 더 살기 좋은 청송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끝으로 군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이번 시리즈 연재는 청송군의 여러 정책을 군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청송군의 발전과 군민들의 행복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더 많이 고민하겠다. 군민을 잘살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군수에게 부여된 의무이자 사명이다. 더 낮은 곳에서 더 열심히 뛰도록 하겠다." 정리=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윤경희 청송군수는 주산지 관광지 조성사업 등 시설 인프라 확충을 통해 '머무르는 관광'을 실현하겠다며 앞으로 문화·관광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2023.12.13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15] 주왕산관광단지 민예촌과 도예촌 그리고 솔빛정원
주왕산 가는 길, 나지막한 산자락 아래 크고 작은 기와집과 초가집들이 고즈넉한 운치로 펼쳐져 있다. 당장에 창문 앞에서 어른거리는 달빛을 떠올린다. 지글지글 끓는 아랫목에서 가만가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소복소복 쌓이는 눈과 대청마루를 어루만지는 바람도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저 집은 송소고택의 안주인이 살던 집이다. 옛날 의병이었던 선비의 정자도 보이고 농부의 집과 도공의 움막도 있다. 커다란 기와집은 청송을 대표하는 백자와 꽃돌을 만날 수 있는 곳이고, 또 저 큰 기와집은 심수관가의 놀라운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토담 길이 집과 집을 잇고, 산자락을 따라 정원과 산책로가 이어지고, 고개를 들면 주왕산이 멀리 보인다. 이곳은 주왕산 관광단지다. 옛집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민예촌이 있고, 작품을 보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도예촌이 있고, 계절마다 새로워지는 솔빛정원이 한 곳에 있다. 봄날이면 붉은 개양귀비가 하늘거리는 곳, 가을날이면 색색의 코스모스가 넘치는 곳, 그곳 맞다.◆ 청송한옥 민예촌청송에는 수백 년을 내려온 아름다운 고택이 많다. 한옥의 멋을 놓치지 않으면서 깨끗한 화장실과 욕실 등 현대적인 시설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 주왕산관광단지 안에 자리한 청송한옥 민예촌이다. 청송에 산재한 고택을 재현한 공간으로 8개 동 28여 개의 방에서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다. 디딜방아가 있는 영감댁, 송소고택의 안채를 누려 볼 수 있는 정승댁, 누마루가 멋진 훈장댁, 외양간이 있는 교수댁, 도공의 집, 주막 등 저마다 개성이 우러난다. 방 안에는 머릿장, 반닫이 등 고가구를 배치해 예스러움을 더했다. 취사가 가능한 집도 있고 불가능한 방도 있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대감댁은 송소고택이 있는 파천면 덕천마을의 가옥 중 초전댁을 재현한 것으로 상류층 양반집 형태를 감상할 수 있다. 솟을대문을 지나 들어가면 마당이 나오고, 사랑채 문을 통과하면 'ㅁ'자형 안마당에 이른다. 안채와 사랑채, 대문채까지 방이 여러 개 있고 각 채마다 화장실이 있다. 안채 방과 방 사이에는 넓은 대청마루가 있어 요즘 같은 계절엔 이불을 뒤집어쓰고 별 보기 좋겠고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낮잠 자기 좋겠다. 부엌에는 부뚜막과 가마솥, 맷돌, 소반, 찬장 등이 옛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다. 영감댁은 'ㄱ'자형 건물로 안방과 사랑방, 자녀 방이 한 건물에 배치돼 있다. 마루로 연결돼 쉽게 오갈 수 있다. 영감댁의 특징은 디딜방아가 있다는 것. 쿵덕쿵덕 방아 찧는 흉내도 내 볼 만하다. 정승댁은 덕천마을 송소고택의 안채를 재현한 것으로 가운데 대청을 중심으로 방이 대칭으로 배치됐다. 대청마루에는 문이 달려 방처럼 사용할 수도 있고, 문을 들어 올려 처마에 걸면 탁 트인 마루가 된다. 뒷문까지 열면 바람이 통해 여름철에 시원하게 머물기 좋다. 마당이 넓어 다양한 놀이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훈장댁은 진보면에 있는 송만정(松巒亭)을 재현한 집이다. 너른 대청마루와 두 개의 누마루를 가진 정자는 보는 순간 탄성이 터진다. 참봉댁과 생원댁은 농민이나 서민의 가옥 구조를 보여주는 집으로 방, 마루, 방, 부엌의 구조다. 교수댁은 청송읍 청운리에 있었던 고수성 가옥을 재현한 주택으로 전형적인 '□'자형 집이다. 그리고 별관이 있다. 청송백자를 빚는 도공들과 막일꾼들이 기거하던 집을 재현했는데 백자를 사러 온 상인들도 도공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한다. 집마다 생김이 다르고 개성이 있어 한 집 한 집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부분 기와집인데, 생원댁과 주막 등은 이엉을 정성스레 올린 초가라 정감이 간다. 청송을 대표하는 작가 김주영의 '객주'에 나올 법한 마당 넓은 주막도 있다. 아이들은 마당에 나가 투호 같은 전통 놀이를 하거나, 책을 꺼내 들거나, 동네를 뛰어다닌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토담을 따라 걷는 골목길이 운치 있다. 송소고택 안채·덕천마을 초전댁 등청송한옥 8개동 현대적 시설로 재현심수관가 도예 작품·청송백자 전시일반인 백자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민예촌 뒷산 '솔빛정원' 주왕산 조망◆ 청송백자 도예촌민예촌 옆에 자리한 도예촌에는 심수관도예전시관, 청송백자전시관, 전통 가마, 도예 공방이 한데 모여 있다. 심수관도예전시관은 임진왜란 때 남원성에서 일본으로 잡혀가 사쓰마 도기로 명성을 얻은 심수관가의 역사와 도자기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도자 기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보선향로', 아이가 접시를 양손으로 받들며 앉아 있는 '당자상', 연꽃과 나비가 난무하는 큰 접시, 부채 모양의 향합, 사슴의 털까지 표현되어 있는 '부부 단풍 사슴상' 등 인간의 손으로 빚은 섬세한 아름다움에 놀라게 된다. 백자전시관은 조선 후기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생활 자기였던 청송백자의 역사와 변천과정을 알 수 있는 곳이다. 또한 20세기 초반의 유물과 청송백자 기능보유자인 고만경옹의 재현작품 총 42점이 전시되어있어 청송백자의 단아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청송의 수석과 꽃돌을 전시해 좋은 박물관도 있다. 수석계의 선구자 청강 남정락 선생이 평생을 모아 기증한 수석과 청송 꽃돌을 선별해 전시하고 있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수석의 고요한 아름다움과 생성의 비밀을 간직한 신비의 꽃돌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청송백자전시관 주변으로 사기움, 사기굴, 광산사무실과 주막까지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이곳에서 백자 체험이 이루어진다. 일반인은 물론 작가들로부터 청송백자를 제작하는 과정을 배우거나 전수 받기 원하는 수요가 늘어나 청송백자전시관 주변에 별도로 지은 체험 시설이다. 청송백자도자체험은 흙을 이용해 도자기를 만들고 그늘에 말렸다가 가마에 구워 작품이 나오는 전 단계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흙의 숨소리를 듣고 자연과 사람이 한 몸이 되는 체험이다. 특히 움집형태의 원형구조인 사기움은 원료의 분쇄에서 성형, 시유까지의 모든 공정을 완료할 수 있는 효율성과 경제성이 높은 청송지역만의 독특한 구조로 옛 정송 사기장의 지혜가 담긴 소중한 청송의 문화유산이다. 주막은 등짐장수들이 청송백자를 먼저 확보하기 위하여 가마 앞에서 숙식을 하면서 기다리던 곳이다. 지금은 청송백자 거주 작가들의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 청송 솔빛정원민예촌과 도예촌 뒷산은 청송 솔빛정원이다. 청송의 사계절과 선비정신, 도자문화예술 등 청송 고유의 세계가 깃들어있는 곳으로 청송마당, 예술의 뜰, 두메누리원, 향설원, 꽃마루원, 오월원 등 여섯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청송마당'은 정원의 시작을 알리는 만남의 장이다. 야외무대가 있는 '예술의 뜰'은 도자예술과 문화프로그램이 있는 정원이다. '예술의 뜰'에서 너른 언덕을 구불구불 오르면 '두메누리원'이다. 청송의 투박함과 자연성을 담은 정원으로 옆에는 작은 연못인 '물향기 마당'이 펼쳐진다. 이곳의 물이 너른 언덕 옆을 흘러 예술의 뜰로 간다. '향설원'은 청송의 너덜돌 등 자연소재와 다양한 수목이 어우러진 정원이다. '꽃마루원'에는 온실이 있고 '소요의 뜰, 오월원'은 선비의 사색과 풍류를 상징한다. 서편 주차장 옆 청송마당을 기점으로 원점회귀해도 좋고, 민예촌 안내센터 쪽에서 오르거나 도예촌 사기굴 옆으로도 오를 수도 있다. 2021년에 조성되어 아직은 조금 휑한가 싶지만 눈 닿는 곳마다 소나무가 늠름하다. 따뜻한 계절에는 해당화와 인동초가 꽃을 피우고 망초도 지천으로 피어난다. 산책하다 힘들면 잠시 쉬어가라는 정자도 있고, 고요히 흔들릴 수 있는 그네벤치도 있고, 신나게 점령할 수 있는 원두막도 있다. '청송의진'의 진중일기인 '적원일기'를 소개한 비석도 있다. "오랑캐의 괴수가 감히 천지에 떨치니/ 의리는 해와 달처럼 밝네." 대장 심성지의 시를 읊으면 솔빛정원에 내려앉은 초승달이 뜨겁게 느껴진다. 주왕산관광단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멀리 주왕산도 조망된다. 민예촌의 어느 방에서 잠든 이른 아침, 바람이 문풍지를 흔들어 당신을 깨운다면 곧장 일어나 솔빛정원에 오르는 게 좋겠다. 그러면 저 멀리 운무에 싸인 주왕산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주왕산 관광단지에 위치한 청송한옥 민예촌은 지역의 고택을 재현한 공간으로 대감·영감·정승·훈장댁, 주막 등 다양한 형태의 전통 가옥 숙박 체험이 가능하다.민예촌 옆에 자리한 도예촌에는 심수관도예전시관, 청송백자전시관 외에도 전통 가마, 도예 공방이 한데 모여 있어 청송백자도자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화려하고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 주를 이루는 심수관도예전시관 내부 모습.청송 솔빛정원은 청송마당, 예술의 뜰, 두메누리원 등 여섯 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다.
2023.11.22
[경산 뉴 파노라마 .9·(끝)] 조현일 경산시장 인터뷰 "ICT융복합·첨단소재부품·의료·화장품산업 미래 성장동력 속도"
1980년대 주거지구 개발을 통해 대구의 베드타운 역할을 수행해 온 경산이 이젠 어엿한 모도시(母都市)로 성장하고 있다. 인구는 꾸준히 늘어 경북에서 셋째로 큰 도시가 됐고, 다양한 인프라 확충은 물론 주거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영남일보는 이 같은 경산의 변화상을 조명한 '경산 뉴 파노라마' 시리즈를 8차례에 걸쳐 연재했다. 경산의 정주 환경과 산업 생태계를 살펴보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미래 먹거리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또 경산의 문화·예술·관광 분야도 심도 있게 다뤘다. 시리즈를 마치며 조현일 경산시장을 만나 앞으로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들어봤다. ▶이번 시리즈를 간략하게 평가한다면."장장 4개월에 걸쳐 경산의 사회·산업·경제·문화·관광 등 각 분야를 자세하게 다뤄 꼼꼼히 챙겨봤다. 이처럼 깊이 있게 경산의 전반을 다룬 기사는 없었던 것 같다. 영감을 많이 받았다. 언론의 책임과 역할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준 시리즈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특히 경산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 부분도 좋았다. "▶경산지식산업지구 등이 들어서며 산업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미래 산업 방향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경산은 지금까지 섬유와 자동차 부품 산업에 의지해 왔다. 20년, 30년 후에는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할까. 투 트랙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하나는 전통 주력산업의 첨단고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다. 특히 자동차 부품 산업의 경우 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또 하나는 산업구조를 첨단 신산업으로 바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경산은 창의와 혁신 환경이 어느 도시보다 뛰어나다. 경산에는 10개 대학, 170개의 학교 부설 연구소를 비롯한 연구기관이 집중돼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ICT융복합, 첨단소재부품, 메디컬, 화장품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경북 최대의 면적을 자랑하는 경산지식산업지구, 화장품 특화단지 등에 관련 첨단기업을 적극 유치할 것이다."무선충전 규제자유특구 지정 주력산업 첨단화 경쟁력 확보대학·연구소 창의 혁신 인프라 혁신벤처 중추役 유니콘파크이노베이션 아카데미와 시너지▶경산 유니콘 파크와 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활용 방안은."2025년 준공될 임당유니콘파크는 한국의 실리콘 밸리를 꿈꾸는 벤처창업도시 경산의 야심 찬 도전이다. 지식산업센터와 창업 공간이 함께 있는 복합공간으로 스타트업 기업부터 경쟁력을 갖춘 성장 벤처기업까지 혁신벤처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대한민국 ICT 벤처창업의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다. 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혁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교육프로그램이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기관인 프랑스 '에꼴42'의 경산 캠퍼스다. 국내에서는 서울에 이어 2번째이며, 전 세계에서는 50번째다. 청년 인재를 대상으로 교육생을 선발하여 첨단분야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키우게 된다. 경산시는 이를 통해 청년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을 원하는 경우 임당 유니콘파크와 연계하여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인재와 교육의 도시 경산의 명품 아카데미로 만들도록 하겠다."▶경산 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농업 분야의 경쟁력과 앞으로 추진 방향은."경산은 금호강과 비옥하면서도 너른 들이 있어 예로부터 농업이 발달했다. 특히 대추는 국내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면서 맛과 품질면에서도 전국 으뜸이다. 종묘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경산은 전국 묘목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전국 최대 종묘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복숭아와 포도 역시 생산량이 전국 2위를 차지할 정도다. 경산은 대도시에 인접해 있고, 전국 각지로 이어진 교통망이 형성돼 있어 농산물 판매와 수송에도 유리하다. 시민 28만여 명 중 8%를 차지하는 2만2천여 명이 농업에 종사한다. 따라서 산업도시로의 도약 못지않게 농업 발전을 위한 정책도 중요하다. 농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경산종묘산업특구 구축, 농산물안전분석센터 건립, 청년 농업인 육성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추·종묘 등 농업발전 다각화 수도권 제외, 인구 증가 도시도시철 연장·종축 고속화 도로대도시+전원 삶 누리는 교통망4차산업혁명 시대 먹거리 대비 ▶산업 발전 외에 정주 환경 개선 노력도 중요해 보이는데. "경산은 도심 속 정원 같은 도시다.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역사와 문화, 수려한 자연을 한꺼번에 보고 느낄 수 있다. 아파트에서 문을 열면 풍요로운 녹색 들판이 펼쳐진다. 대도시와 전원의 삶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 경산이다.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발달해 접근성도 뛰어나다. 옥산, 임당, 사동, 대임 등 대규모 주택지구가 있고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대구와 경산을 연결하는 중산지구가 대표적이다. 편의시설과 같은 생활 인프라는 대도시 못지않으며, 깨끗한 환경과 쾌적함까지 갖추고 있다. 그렇다 보니 수도권을 제외하면 인구가 늘어나는 몇 안 되는 도시 중의 하나다. 경산시는 살기 좋은 도시, 살고 싶어 하는 명품 도시를 만드는 데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대구 도시철도의 연장, 경산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종축 고속화도로 건설을 조기 완공해 접근성을 더욱 높일 것이다. 또 남천, 남매지, 중산지 등 도심공원에 시민 힐링 공간을 확충하고, 안전 인프라 확충과 문화도시 경산의 품격을 끌어올리는 사업도 적극 추진할 것이다."▶끝으로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경산의 발전을 위한 구상과 준비, 미래 방향 설정은 끝났다. 이제부터 본격 속도를 내야 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첨단 신산업을 키워야 하고, 벤처창업을 꽃피워 경산을 또 다른 약속과 기회의 도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전통산업의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 인구 증가에 따른 도시 인프라 확충도 빼놓을 수 없다. 1년간 경산의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가능성을 봤다. 시민을 섬기며, 시민이 행복한 경산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다. 가슴이 설레는 도시, 시민이 행복한 도시 경산을 꼭 이루도록 하겠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대담=박종진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정리=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조현일 경산시장이 지역 벤처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유니콘 파크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활용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2023.11.21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14] 소헌공원과 찬경루
청송읍 앞으로 은빛 모래밭을 거느린 용전천(龍纏川)이 유유히 흐른다. 뒤로는 방광산(放光山)이 단단한 형세로 드리워져 있다. 지형이 곧 성(城)인 이 땅에 오래전 관아 건물들이 흩어져 있었고 지금은 청송의 주요 공적 건물들이 집중해 있다. 그 한가운데에 옛 객사와 누각 하나가 순정한 권위와 위엄으로 남아 있다. 이 일대를 '소헌공원'이라 부른다. 항상 개방되어 있는 주민들의 휴식 장소이자 각종 행사가 열리는 청송 군민의 문화공간이다. '소헌'은 조선의 제4대 왕 세종의 비 청송심씨 소헌왕후(昭憲王后)를 일컫는다. 객사와 누각을 짓도록 한 것은 세종이었다고 전한다.소헌공원 명칭 세종 비 시호서 따와전시회·음악회 등 청송문화 중심지1896년 운봉관서 청송의진 첫 창의찬경루, 소헌왕후·심씨 시조 기려◆ 소헌공원태종의 아들 충녕(忠寧)과 청송심씨 심온(沈溫)의 딸이 가례를 올린 것은 1408년이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418년 왕세자에 책봉된 충녕대군은 같은 해 태종으로부터 왕위를 양위 받아 즉위하고 심온의 딸은 왕비가 되었으니 바로 세종과 소헌왕후다. 세종의 즉위와 함께 소헌왕후의 고향 청송은 현(縣)에서 군(郡)으로 승격되었고 심온은 영의정에 올랐다. 그해 심온은 세종의 즉위를 알리기 위해 명나라로 떠나게 된다. 그가 떠나는 날, 거리는 왕의 장인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수레와 말이 도성을 뒤덮었다고 한다. 이 소문을 들은 상왕 태종은 다시 외척이 득세할 것을 염려했다. 결국 심온은 명나라에서 돌아오자마자 체포된다. 그는 불경죄로 처형되었고 재산은 몰수되었으며 아내와 딸은 관비가 되었다. 태종은 소헌왕후마저 해하지는 않았다. 비(妃)로서 내조의 공이 크고 많은 자녀를 낳아 왕실을 안정시켰다는 공을 인정한 것이었다.1422년 태종이 세상을 떠났다. 세종의 시대가 되었으나 소헌왕후의 집안은 복권되지 못했다. 세종은 청송군수 하담(河擔)으로 하여금 청송객사와 누각을 세우게 했다. 그리고 세종 10년인 1428년 청송객사 운봉관(雲鳳館)과 누각 찬경루(讚慶樓)가 건립됐다. 이후 세조 5년인 1459년에는 청송군에서 '청송도호부'로 승격되었다. 소헌왕후의 내향(內鄕)이라는 이유였다. 이후 청송은 도호부의 위상을 437년간 지켜오다가 1895년 갑오개혁 때 다시 군이 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운봉관과 찬경루는 많은 일을 겪으며 중수와 중건을 거듭했다. 그들을 둘러싼 세계 역시 바뀌었지만 이 일대가 청송의 중심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청송군에서는 2004년 일대 부지에 대한 지표 조사와 발굴 조사를 하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운봉관과 찬경루의 복원과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0년 청송 군민과 출향인들을 대상으로 공원의 명칭을 공모했다. 그렇게 결정된 이름이 '소헌공원'이다.◆ 청송객사 운봉관'운봉'이란 '구름 속의 봉황'이라는 뜻으로 임금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객사는 조선 시대 조정에서 파견된 관리나 외국 사신들의 숙소였지만 중앙 정당은 왕의 전패를 모신 왕의 공간, 임금 그 자체였다. 그래서 객사는 어느 고을에서나 가장 중심된 곳에 가장 으뜸 되는 형식으로 지어졌는데, 정당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 익사(翼舍)를 펼쳤고 정당의 지붕은 익사의 지붕보다 높았다. 이러한 형식은 조선왕조 500년 동안 전국의 읍치에 동일하게 적용되었으며 길 떠나 아무리 낯선 고을에 닿아도 객사가 자리한 곳이 바로 그 땅의 중심임을 알았다. 운봉관 역시 그러한 기본을 따르고 있다. 운봉관은 잡석을 쌓은 기단 위에 올라있다. 정면 3칸의 정당은 측면과 배면을 벽으로 감싸고 맞배지붕을 올렸다. 좌우 익사는 정면 5칸, 측면 3칸에 팔작지붕을 올린 건물로 온돌방과 대청으로 구성되어 있다. 운봉관은 숙종 43년인 1717년, 순조 12년인 1812년에 중건되었고 고종 8년인 1871년에도 중수했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단발령이 내려지자 이듬해 초봄 분연히 일어난 청송의 유생들은 운봉관에 모여 청송의진(靑松義陣)을 창의했다. 이후 운봉관은 1918년경 일제에 의해 정당과 서익사가 강제로 철거되는 수난을 겪었다. 청송도호부의 관아 건물들 역시 모두 훼손되었다. 동익사만 화를 면해 운봉관 현판을 달고 보존되었으며 한동안 청송면사무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현재의 운봉관은 2008년에 발굴조사와 고증을 거쳐 복원한 것이다. 운봉관은 경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찬경루운봉관의 평평한 마당은 용전천을 향해 서서히 기울다가 뚝 떨어진다. 그 절벽의 가장자리에 찬경루가 서 있다. 천의 맞은편에는 현비암(賢妃岩)이라 불리는 용머리 형상의 기암절벽이 솟구쳤는데 '현비'는 '어진 왕비'라는 뜻으로 이 또한 소헌왕후를 기리는 이름이다. 현비암의 등 뒤에는 보광산(普光山)이 우뚝하다. 보통 객사에 부속된 누는 조정 사신의 연회나 유생들의 시문회 장소로 이용되지만 찬경루는 조금 다르다. 찬경루는 보광산을 바라보고 있다. 보광산에 청송심씨 시조인 심홍부의 묘가 있다. 당시 관찰사인 홍여방이 쓴 기문을 보면 '소헌왕후의 덕과 어머니로서의 의표와 금지옥엽인 그의 후손들은 우리 조선 억만 세의 끝없는 복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이 누에 올라 그 옛터를 바라보니 우러러 찬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찬경루라고 명명한다'고 했다. 즉 '찬경'은 소헌왕후를 배출한 경사와 그 뿌리인 청송심씨 시조를 우러러 찬미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용전천이 범람해 묘를 찾을 수 없을 때면 청송심씨들은 찬경루에 올라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찬경루는 정조 16년인 1792년 청송 군내에 큰불이 나 소실되었다가 이듬해 다시 세웠다. 지금의 찬경루는 그때 중건된 것으로 2008년에 중수하고 단청을 했다. 찬경루는 정면에서 보면 누각의 형태이고 뒤편에서 보면 단층에 가깝다. 정면 4칸, 측면 4칸에 팔작지붕 건물로 배면의 가운데 2칸은 온돌방이다. 방의 양측에 쌍여닫이 판문을 달았고 그 앞에 2단의 계단을 놓아 누상으로 오르게 했다. 나머지 14칸은 모두 우물마루를 깔고 정면과 측면에 계자난간을 이어 둘렀다. 온돌방의 기둥은 사각이며 나머지는 모두 둥근기둥을 세웠다. 세종의 여덟 아들이 어머니 소헌왕후를 위해 2칸씩 지었다고 전해진다. 누각 안에 '송백강릉(松柏岡陵)'이라 쓴 커다란 현판이 있다. 처음에는 소헌왕후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썼다고 전하며 화재 이후 청송도호부사였던 한광근의 아들 한철유가 안평대군의 글씨를 그대로 옮겨 썼다고 한다. 송백강릉은 '시경'에 나오는 '산과 같고 언덕과 같으며 산마루와 같고 구릉과 같다'는 구절에서 따온 말로 '송백'으로 표상되는 청송심씨의 지조와 후손들의 번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후 소헌왕후의 첫째아들은 문종이 되었고 둘째 아들은 세조가 되었다. 심온은 문종 때 복위되었고 소헌왕후의 동생인 심회는 세조 때 영의정에 올랐다. 이후로도 청송심씨 집안의 번영은 계속되었고 소헌왕후는 세상을 떠난 뒤 '선인제성소헌왕후(宣仁齊聖昭憲王后)'에 추상(追上)되었다. 조선의 내로라하는 명사들이 찬경루에 올라 시를 읊었다. 서거정, 김종직, 송시열 등의 시가 전해지며 이심원, 홍성미, 황효원, 한광근, 양극선, 신익선 등의 시편이 누마루에 걸려 있다. 소박한 익공에 단청이 화려하고 평방 부리마다 피어난 태평화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찬경루는 나라의 보물이고 '소헌'은 청송의 중심에 있다. 이곳 소헌공원에서 충효캠프, 문학의 밤, 청소년문화마당이 열린다. 청송의병 추모 공연, 사회복지 박람회, 사진 전시회, 서화 예술 전시회, 인문학 콘서트 등 각종 음악회와 전시회가 펼쳐진다. 부처님오신날에는 봉축탑 점등 법회가 열리고 성탄이 다가오면 트리에 불을 밝힌다. 안평대군의 '송백강릉'과 홍여방의 '찬경'은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셈이다. 오래된 중심의 힘은 지금도 공공을 위한 중심으로 누구에게나 언제나 열려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청송군 청송읍 용전천 변 소헌공원에는 세종의 명으로 지어진 객사 운봉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일제에 의해 크게 훼손됐으나 발굴조사와 고증을 거쳐 현재 모습으로 복원했다.세종의 여덟 아들이 어머니 소헌왕후를 위해 지은 찬경루.보광제각과 청송심씨사적비 뒤로 객사 운봉관이 보인다.소헌공원 한쪽에는 청송부사송덕비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2023.11.15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13] 항일의병기념공원
청송 부동면에서 주왕산면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화전등(花田嶝)'이라 부른다. 순우리말로는 '꽃밭고개'다. 봄이면 진달래가 흐드러져 고갯마루가 마치 꽃밭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과거 꽃 흐드러졌던 마루에 지금 항일의병기념공원이 들어서 있다. 청송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모든 의병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가장 안쪽에 사당이 자리한다. 독립유공자로 서훈이 추서된 전국의 의병 유공선열 2천701명 전원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입구에 탑이 높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수십만의 그들, 다만 '의병'이라는 이름으로 죽은 그들을 기리는 탑이다. 구한말 항일 의병 활동으로 희생된 분은 약 15만명으로 추산된다.보훈부 등록 청송의병 95명…기초지자체 중 최다1996년 '적원일기' 발견 계기로 각종 기념사업격전지 표지석 세우고 2011년 기념공원 만들어충의사엔 서훈추서 전국 선열 2701명 위패 모셔의병장 창의검·화승총·'불원복 태극기'도 전시◆항일의병기념공원서쪽의 안동과 의성, 남쪽의 영천, 동쪽의 영덕과 통하는 길이 화전등 아래에서 하나 되어 고개를 넘는다. 어느 길에서 고개를 오르더라도 가장 먼저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희디흰 '무명 의병용사 충혼탑'이다. 탑 너머로 의병의 깃발들이 휘날리고 한옥 형태의 여러 건물이 적요한 가운데 단정하게 들어서 있다. '의병기념관'은 항일의병의 효시인 임진왜란과 한말 갑오개혁으로부터 경술국치까지 의병사를 보여준다. 강당인 창의루(倡義樓)는 의병정신 선양을 위한 집회와 참관단체의 강의실로 쓰이고 있다. 동재는 인의예지재(仁義禮智齋), 서재는 효제충신재(孝弟忠信齋)로 의병 선열 유족회 사무실, 자료 연구실, 의병 관련 자료와 도서 열람실 등으로 사용되며 추모제 행사 시 대기실 등의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그리고 2개의 명각대(名刻臺)가 있다. 8폭의 까만 오석판에 의병들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사당은 충의사(忠義祠)다. 나란히 봉안된 2천701개의 하얀 위패 앞에서 말을 잊는다.국가보훈부 공훈록에 등록되어 있는 청송 의병은 95명, 전국의 기초 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인원이다. 청송의 의병 활동은 개인문집 등에 근거하여 많이 알려져 왔으나 오랫동안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1996년, '적원일기(赤猿日記)'라는 '청송의진'의 기록물이 발견되면서 당시 의병에 참여했던 선열들의 활동과 충의 정신이 비로소 공식적인 인정을 받게 된다. '청송의진'은 청송에서 가장 먼저 창의한 의진으로 1896년 3월12일에 결성, 16일에 창의를 천명했다. 참여 인원의 면모나 전력, 활동 면에서 볼 때 한말 청송지역을 대표하는 의병진이다. '적원일기'는 청송의진이 결성되기 직전인 1896년 3월2일부터 본진의 활동이 종료되는 5월25일까지 85일간의 활동을 일기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1896년은 병신(丙申)년이다. 병(丙)은 붉은색(赤)을 뜻하고 신(申)은 원숭이(猿)를 뜻하니 적원일기는 곧 병신년일기와 같은 말이다. 이를 '적원(赤猿)'이라 표현한 것은 기울어져 가는 국운을 보며 혹 이 일기가 후세에 전해지지 못할까 염려하여 비어(秘語)를 쓴 것으로 추측된다. '적원일기' 발굴을 계기로 1997년 9월 청송의병선열유족회가 구성되었고 청송군에서는 청송의병을 기리는 각종 기념사업을 추진해 나갔다. 2001년에는 화전등에, 2002년에는 감은리 등지에 항일 격전지 표지석이 세워졌다. 그리고 2011년 전국 항일 의병들을 추모하는 '항일의병기념공원'이 화전등에 세워졌다. ◆청송의진 최후의 격전지, 화전등1895년 일제는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그리고 친일정권을 사주해 단발령과 복제개혁을 추진하는 등 조선의 국권을 탈취하려는 침략정책을 가속화해 나갔다. 위기의 시대였고, 전국에서는 의병투쟁을 통해 국권을 회복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에 청송의 유림에서는 청송의진(靑松義陣)의 결성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청송향교에 모인 유림 200여 명은 의진 결성을 결의하고 의병장으로 심성지를 추대했다. 당시 66세의 고령이었던 심성지는 향중(鄕中)의 뜻에 따라 청송의병장을 수임했다. 참모진으로는 중군장에 김대락(金大洛), 우익장에 남두희(南斗凞), 소모장에 서효신(徐孝信), 사병도총(司兵都摠)에 남승철(南昇喆) 등을 임명해 진용을 갖췄다. 청송의진은 청송도호부 객사인 운봉관에 지휘부를 두었으며 객사 앞 용전천 백사장에서 훈련에 들어감과 동시에 모량도감(募粮都監)을 설치해 군량미를 모았다.청송의진은 창의 후 주변의 안동, 진보, 영양, 의성, 영덕 등의 의진, 그리고 경기도에서 남하한 김하락(金河洛)의 이천의진 등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정보를 교환하거나 연합부대를 편성해 활동했다. 특히 청송, 이천, 의성 등 3진 의병부대가 연합하여 청송 안덕면 감은리에서 북진하던 일본군을 무찌른 일명 '감은리(甘隱里) 전투'는 값진 승리였다. 이후 고종의 의병 해산령으로 많은 의병부대가 자진 해산하게 된다. 청송의진도 감은리 전투 이후인 5월25일 본진을 해산했지만 실제로는 의진을 소규모로 분산해 유사시 서로 조응하는 것을 계책으로 삼았고, 면군 체제하에서 활동을 지속해 나갔다. 그러던 중 7월 하순 이천의진을 돕기 위해 출전 중 마평(馬坪, 청송군 부동면 상평리)의 화전등에서 관군의 기습을 받고 패전하고 말았다. 일명 '화전등전투(花田嶝戰鬪)'다. 패전 후 관군의 추격을 받던 청송의진은 각처를 전전하다가 끝내 해산하고 말았다. ◆불원복, 머지않아 국권을 회복한다항일의병기념공원 전시관에 '불원복태극기'가 전시되어 있다. 전남 광양, 구례, 보성 일대에서 의병투쟁을 벌인 고광순(高光洵) 의병장이 실제로 만들어 사용한 태극기다. 태극기로 바탕 위쪽 중앙에 붉은색 실로 불원복(不遠復)이라 수 놓여 있다. '머지않아 국권을 회복한다'는 의미다. 그의 선언대로 우리는 국권을 회복했고, 전투가 벌어졌던 화전등에서 이제 그들이 남긴 것들을 본다. 청송의진의 대장이었던 소류선생이 자신을 위로하고 부하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마음에서 지은 '강병론(强兵論)'도 볼 수 있고, 안동의 김도현 의병장이 항상 지녔던 창의검(倡義劍)도 볼 수 있다. 의병들이 암호용으로 사용하던 신표와 1907년 1월부터 7월까지 전국의 의병활동 상황을 조사한 일제경찰의 조사표도 볼 수 있다. '화승총'은 산남의진의 후봉장 서종락이 사용하던 것이다. 경술국치 이후 청송 자택의 담 밑에 묻었다가 해방 후 파내었다고 한다. '정자관'은 1906년 각 고을에서 포수와 민병을 모아 산남의진(山南義陳)을 조성하고 후봉장으로 활동했던 서종탁 선생이 사용했던 것이다. '영야음'은 '밤에 병영(兵營)에서 시를 읊음'이라는 뜻이다. 비오는 봄밤에 대장 심성지와 도총 남승철, 찬획 이문영, 서기 정진도, 심능훈, 심의식, 서효격, 참모 홍병태, 심능렬, 신동호 등이 진영에 모여앉아 답답하고 애처로운 마음과 함께 각오를 다지는 시를 한 수 씩 지어 읊은 것이다. 서기 심능훈은 이렇게 읊었다.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으니 이긴 뒤에 이긴 것이오,/ 죽을 곳에 마땅히 죽으면 죽어도 산 것이로다.' 항일의병기념공원은 2022년 1월부터 경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서 위탁운영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2022년 8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새롭게 단장되어 3월14일 재개관했다. 전시관에서 화승권총을 직접 만져 볼 수 있다. 방아쇠를 당기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커다란 소리가 심장을 훑고 지나간다. 실감영상실도 있다. 깜깜한 공간 속에서 청송과 항일의병궐기와 항일의병공원의 이야기가 수많은 불빛으로 이어진다. 그 빛이 너무 많아 오히려 서늘하다. 공원 한쪽에는 전국 의병장들의 절명시가 전시되어 있다. 신돌석, 안중근 등 낯익은 이름들이 보인다. '탄환이 참으로 무정하도다/ 발목을 다쳐 나아갈 수가 없구나/ 차라리 심장에 맞았더라면/ 욕은 보지 않고 저 세상에 갈 것을.' 운강 이강년의 시다. 그는 국권회복을 보지 못한 채 1908년 교수형으로 순국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 그 첫째 날은 '의병의 날'이다.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음력 4월22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이라 한다. 청송 항일의병기념공원에서는 매년 6월 1일 의병의 날에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행사를 열고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청송 부동면에서 주왕산면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위치한 항일의병기념공원에는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충혼탑과 함께 항일의병기념관, 강당, 동·서재, 사당이 갖춰져 있다.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순국한 선열들을 기리는 무명 의병용사 충혼탑.바람에 펄럭이는 깃발 뒤로 항일의병기념관이 보인다.항일의병기념관 내부에는 불원복 태극기 등 의병이 사용한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2023.11.08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12] 야송미술관과 객주문학관
거대한 그림이 있다. 화가는 이 그림을 위해 수년간 산을 오르내렸고 6개월간 오체투지의 자세로 종이 위에 그 모습을 옮겼다. 그림이 완성되던 날 그는 감격하여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얼굴까지 던져 낙관했다. 그는 야송 이원좌다. 일평생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강산을 수묵화로 그리는 일에 매진한 한국화가다. 거대한 소설이 있다. 소설가는 수년간 거리를 떠돌며 사람들과 먹고 자며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였고 또 수년에 걸쳐 섬세하고도 뜨겁게 그들의 삶을 그려냈다. 평범한 백성들의 근력과 근성이 역사를 이끌어간다는 확고한 사관으로 글을 써온 작가, 그는 소설가 김주영이다. 이들의 세계를 담고 있는 공간이 청송에 있다. 야송미술관과 객주문학관이다.청송 군립 야송미술관2005년 개관한 경북 최초 공립미술관야송 소장 미술 작품 등 400여점 보유46m '청량대운도' 전시한 별도 건물도객주문학관폐교된 고교 건물 고쳐 2014년에 개관소설 '객주' 등 김주영 문학세계 담아문학관 내 집필실서 작가 작업 이어가◆청송 군립 야송미술관청송 진보면 신촌리에 '야송미술관'이 있다. 2000년 폐교가 된 신촌초등학교를 군에서 사들여 리모델링한 경북도 최초의 공립미술관이다. 2005년 개관한 미술관은 2층 규모로 이원좌 화백이 소장하고 있던 한국화 및 도예작품 등 350점, 국내외 유명 화가와 조각가들의 작품 5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야송이 수십 년간 수집한 미술 관련 서적과 희귀사료 1만5천여 점을 접할 수 있는 미술도서관도 있고 다양한 기획전시와 미술교육 강좌도 이뤄지고 있으며 운동장은 국내외 유명 조각가와 설치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야외조각공원이다. 미술관 옆에는 '청량대운도기념관'이 자리한다. 봉화의 청량산을 그린 '청량대운도'라는 단 하나의 그림을 위해 나라에서 지은 전시관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움찔한다. 높이 7m, 길이 46m의 그림이 전시관을 가득 채우고 있다. 멀리 문수지맥과 덕산지맥의 출렁임 사이로 낙동강이 굽이치는 가운데 청량산이 펼쳐진다. 강렬하면서도 세밀하고 질박한 세계가 전시관이라는 공간을 스스로 지우며 확장되는데 나는 더 높은 구름 속에서 세상을 완상하는 듯하다.야송 이원좌는 청송사람이다. 그는 1939년 청송 파천면에서 태어나 지경초등학교를 졸업했다. 7세 때 부친이 돌아가셨는데, 아들의 재능을 꿰뚫어 보았던 아버지는 부인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 아이는 그림에 특별난 재주가 보이네. 그러나 종이 수십 트럭을 쓴 뒤에야 그 재주가 피어나는 법인데, 아비 된 나는 이 아이에게 단 한 장의 종이도 사주지 못했네. 그게 한이네. 자네가 내 한을 풀어주시게. 이 아이가 종이를 요구하면 빚을 내서라도 소원을 들어주시게.' 이후 야송은 실제로 종이 걱정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야송은 중고등학교를 대구에서 다녔다. 판자촌에 살며 어머니는 국수 장사를 했고, 야송은 낮에는 우산공장에서 일을 하며 야간학교를 다녔다. 그러면서도 중학교 2년 동안 그린 수채화가 1천700장이나 된다니 그의 아버지도 그의 어머니도 소년 야송도 그저 놀랍다. 그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중학교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휴일이나 방학 때면 전국 각지의 강산을 여행하며 수묵산수화를 그렸다. 12년간 교직에 있던 그는 이후 그림에 집중하기 위해 교사직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산수화에 매달리게 된다. 산과 들, 바위와 폭포, 바다, 섬, 해운과 산운, 낙조, 달빛 흐르는 밤의 소나무, 가을 달밤의 소나무, 한겨울 바람 속의 소나무, 눈 내린 산, 물고기들, 자연 속의 사람들과 집들 등 그는 한국의 산천과 만물을 사랑하고 숭배했다.그의 산수화들은 대게 볼펜 스케치라는 선행 작업을 거친 것들이다. 전국을 다니며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명산들을 스케치한 양이 2만장 정도다. 스케치 옆에는 당시를 기억하기 위한 메모가 있다. '청량대운도'는 1992년에 완성한 실경산수화다. 야송은 1989년부터 3년간 청량산 12봉을 수시로 오르내리며 수백 장의 볼펜 스케치로 산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리고 봉화 읍내의 380평 널찍한 빈 창고를 빌려 바닥에 400장의 화선지를 펼치고 6개월 동안 두문불출했다. '청량대운도'는 1992년 10월22일 완성됐다. 야송은 감격한 나머지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얼굴까지 오체투지 낙관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1천700여 자로 적어 넣었다. 그때 야송의 나이는 54세, 머리카락과 수염은 덥수룩이 자라나 있었다. 그는 야송미술관의 개관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초대 관장을 지냈고 2019년 세상을 떠났다. '청량대운도'는 전시 공간을 만나지 못해 20년 넘게 수장고에 잠들어 있다가 2013년 전용전시관이 건립되면서 마침내 우뚝 섰다. 누군가 방명록에 이런 감상문을 남겼다. '청량은 본디 봉화에 머물러 있지만, 그 혼은 이곳 청송에 옮겨와 앉았다. 바야흐로 청량산은 두 군데가 되었으니 몸을 보았다면 이곳 청송에서 그 혼을 느껴봄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미술관에서는 그의 여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들은 주기적으로 교체하여 전시하고 있으며 스케치들과 메모들, 주왕산 일대를 담은 작품들, 20대 초반에 그렸던 서양화 등도 볼 수 있다. 그가 귀천한 이듬해인 2020년부터는 매년 청송야송미술대전이 열리고 있다.◆ 객주문학관청송 진보읍내를 500여m 앞둔 고갯마루에 '객주문학관'이 자리한다.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를 이름으로 내건 문학관으로 폐교된 진보 제일고등학교 건물을 고쳐 2014년 개관했다. 소설 '객주'는 19세기 말의 보부상들, 즉 장돌뱅이들의 이야기다. 1979년 6월부터 1984년 2월 말까지 4년 9개월 동안 1천465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되었고 1984년 9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13년 다시 연재가 시작되었고, 108회를 끝으로 총 10권의 '객주'가 완간되었다. 집필을 시작한 지 34년 만이었다. 문학관은 '객주'를 중심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담고 있고 소설도서관, 영상 교육실, 창작 스튜디오, 세미나실, 연수 시설 그리고 작가 집필실인 여송헌(與松軒)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제1 전시실은 '김주영 작가실'이다. 사람 좋은 얼굴로 천진하게 웃고 있는 작가의 사진 위에 '길 위의 작가, 김주영'이라 적혀 있다. 그는 '객주' 연재를 시작하기 전 5년 동안 전국 200여 개 시골 장터를 답사했다. 연재 기간에는 한 달에 20일 이상 장터를 찾아다니며 상인들과 막걸리를 나누고, 그들과 함께 먹고 자며 현장에서 글을 썼다. 그렇게 '객주'의 한 장 한 장은 '길 위에서' 완성되었다. '길 위의 작가'라는 애칭은 그의 행보에서 태어난 것이다. 전시실은 유리벽 속에 재현된 작가의 방을 중심으로 소년, 청년, 객주의 작가,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작가의 면면들로 채워져 있다. 지독히 가난했던 소년의 술회가 있고, 생계를 걱정해야 했던 청년의 사진이 있고, 소설을 위해 장돌뱅이처럼 전국을 돌아다니던 시절 그와 함께했던 카메라와 철필과 노트가 있다. 전시실 한쪽에서 작가가 직접 녹취한 장터사람들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그의 걸음으로 채집된 우리말 노트가 11권 분량이다. 노트는 깨알 같은, 정말 깨알만 한 글씨로 채워져 있다. 소설가 이문구는 그의 노트를 보고 '이것은 그의 피다. 피를 흘리는 김주영의 모세혈관'이라고 했다. 제2전시실인 '소설 객주실'에는 소설의 인물들과 보부상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조형물들과 그들 길 위의 삶과 함께했던 지게며 멍석, 저울, 사발, 목침 등이 전시되어 있다.청송의 진보면은 작가 김주영의 고향이다. 그는 진보면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달밭(月田)에서 태어났다. 이후 그는 진보장터 근처 '울타리 밖이 장터였고 울타리 안쪽은 우리 집 마당'인 집으로 이사했다. 지독히도 배고픈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는 장날마다 학교를 빼먹고 장터를 누볐다. 낯선 사람, 낯선 물건, 온갖 사투리, 작부와 사기꾼, 사이좋은 흥정과 육두문자에 멱살잡이를 보았다. 또 온갖 것들이 쏟아져 있는 난전 모서리에 앉아 도대체 이것은 어디에 소용되는 물건인지, 누가 왜 이 물건을 사 가는지를 생각했다. 진보면사무소 앞에 지금도 5일마다 장이 열리는 진보장터가 있다. 읍내 뒤로는 반변천이 흐른다. 반변천 갈밭 위로 떠오르는 태양과 흘러가는 여울 위로 내려앉는 노을은 그에게 가슴 시린 감동으로 기억된다. 이러한 무구한 감동과 순결한 경이와 땀 냄새가 배어나는 치열한 삶의 모습이 그가 잊지 못하는 고향이고 그의 소설은 이 모든 고향의 기억 속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지금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문학관의 한구석에 자리한 집필실 여송헌에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객주문학관은 지역민과 소통하고 지역 사회의 문화예술 환경 조성에 이바지하며 여러 장르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으로 폭넓게 운영되고 있다. 소통, 휴식, 어울림, 교육, 체험 등이 어우러지는 열린 공간이 그가 지향하는 청송 객주문학관이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이원좌 화백의 작품 수백 점을 소장한 청송야송미술관은 2000년 폐교된 신촌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경북도 최초의 공립미술관이다.소설가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를 이름으로 내건 객주문학관 역시 폐교된 진보 제일고등학교 건물을 고쳐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제4회 청송야송미술대전 수상 작품들이 청송야송미술관 곳곳에 전시돼 있다.전시실 외에도 교육실, 창작 스튜디오, 세미나실 등을 갖춘 객주문학관 내부 모습.
2023.11.01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10·(끝)] 이철우 경북도지사 인터뷰 "SMR·원자력수소 국가산단 제 모습 갖추면 경북 미래 100년 밝힐 것"
세계적으로 에너지 인플레이션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원자력이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도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원자력 발전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영남일보는 국내 원자력 발전 산업의 중심인 경북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한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시리즈를 9차례에 걸쳐 연재했다. 시리즈를 통해 국내 원자력 발전 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다뤘다. 또 경북에 들어서는 경주 소형모듈 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국가산업단지와 울진 원자력 수소 국가산업단지를 소개하고, 관련 기업 육성과 인재 양성 등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시리즈를 마치며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지역 원자력 발전 산업의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이번 시리즈를 간략하게 평가한다면."지난 3월부터 9회에 걸쳐 진행된 시리즈는 흥미 그 이상이었다. 원자력의 역사, 주요 인프라, 인력 양성, 원전 산업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여러 주제를 다뤄 아주 유익한 기사로 회자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올해 3월에 선정된 경주 SMR 국가산업단지와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의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내 도민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앞으로 원자력 관련 기업의 투자유치를 대폭 끌어내는데 좋은 자료로 활용되리라 기대한다."▶경북은 국내 원자력 발전 산업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역사가 깊다."경북의 첫 원전인 경주 월성 1호기의 상업 운전은 1983년 4월22일부터 시작됐다. 벌써 40년이다. 이후 1988년 9월 울진의 한울 1호기, 1989년 9월 한울 2호기가 가동되며 현재까지 모두 12기의 원전이 우리 경북에서 정상 가동 중이다. 또 원전을 설계하는 한국전력기술이 2015년 김천에, 건설과 운영을 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2016년 경주에, 폐기물을 관리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까지 2017년 경주에 자리를 잡았다. 이로써 경북은 원전의 설계, 건설과 운영, 폐기물 처리까지 원전 운영의 전주기 인프라를 갖춘 국내 최대 원자력 집적지가 됐다. 현재 발전설비용량 기준으로 경북이 전국에서 3위인 1만7천38㎿를 차지하고 있고, 원자력은 1만1천400㎿로 1위인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원자력 발전 산업에서 경북이 갖춘 경쟁력은 어떤 것들이 있나. "현재 전국의 가동 원전은 모두 25기다. 이 중 12기가 경북에 있다. 또 설계에서 건설·운영, 폐기물 처리를 담당하는 주요 공공기관이 경북 지역에 밀집해 있다. 특히 포스텍·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등에서 배출되는 우수 인력, 경주 문무대왕과학연구소 등의 우수한 연구 인프라, 한국전력기술·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의 원전 운영 노하우는 어느 지역도 따라올 수 없는 경북만의 특별한 경쟁력이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경주 SMR 국가산업단지와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가 정상 추진되어 제 모습을 갖춘다면 경북의 미래 100년이 밝아지고 후손들도 아무런 걱정 없이 지방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전쟁과 에너지 인플레이션, 급속한 기후변화 등 요인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는 472억달러였다. 가장 큰 원인은 원유, 가스 등 1천908억달러의 에너지 수입 때문이었다. 최선의 해결책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을 활용한 전력을 많이 생산해서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라는 국정과제를 도출했다. 우리 경북에 있어 가장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신한울 1호기가 준공되고, 최근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이 재개된 것은 원전생태계 복원의 신호탄이었다. 그 덕택에 우리나라와 지역의 원전 생태계는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으며 정상 궤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경주와 울진이 원자력 관련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지난 3월 SMR와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는 당시 전국 최다 국가산업단지 선정이라는 쾌거도 있지만,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확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더욱더 기쁘다. 함께 뜻을 모아주신 도민과 국회의원, 시장·군수, 도의원 등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먼저 전하고 싶다. 경주 SMR 국가산업단지는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SMR 기술개발과 연계해 제조·소부장 산업 육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는 미·중·러 등 강대국이 이끄는 630조원 규모의 세계 SMR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에서는 상용원전과 고온 가스로를 활용한 청정수소의 대량생산과 연구개발(R&D) 등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는 안정적인 수소 생산은 물론 공급 기반도 촘촘히 갖추게 되어 경북이 수소경제의 메카로 거듭날 것이라 믿는다. 이로써 원자력과 원자력수소 분야의 연구와 기업, 인재가 함께 어우러지는 대한민국 핵심 거점이 바로 경북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경북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이다. 특히 산업화에 꼭 필요한 안정적 전력 공급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겠다는 사명감으로 기피 시설인 원전과 관련 시설을 수용하는 등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왔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우리 도민들의 수용과 인내·협조가 있어 가능했다. 다시 한번 도민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원자력은 이제 국가 에너지 안보에 있어 아주 중요한 동력원이다. 세계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국내 원자력 산업 육성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노력을 펼쳐 나가겠다. 도민들께서도 여기에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정리=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 연구위원〉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주 소형모듈 원자로 국가산단과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이 지역의 새로운 경제 성장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남일보 DB〉
2023.10.26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11] 덕천마을 송소고택·송정고택·초전댁
벚나무 가로수 길에 푸른 그늘이 맑다. 길가 숲속에는 연못과 정자가 버드나무 몇 그루에 안겨 아늑하다. 가로수 길의 끄트머리에서 조산무더기를 지나면 환하게 마을이 열린다. 사방 산이다. 마을 앞으로 천이 흐르고 마을의 한가운데는 넉넉한 들이다. 기와를 인 집들은 낮은 산 아래에서 남쪽을 바라본다. 반듯한 흙돌담이 여유로운 골목길을 만들고, 크고 작은 텃밭마다 씻은 듯한 푸성귀들이 단정하다. 깨끗한 마당과 수아한 화단 너머 섬세한 문살이 성정을 드러내고 윤나는 마루에 어린 햇빛과 바람이 매화와 같은 운치를 그린다. 산처럼 오래된 나무들과 신성을 지키는 솟대들이 일러주기를, 이 마을에는 고려의 마지막 날 불사이군의 결의를 지키고자 두문동으로 들어간 악은(岳隱) 심원부(沈元符)의 후손들이 대대로 살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슬로시티 청송의 덕천마을, 청송심씨(靑松沈氏)의 본향이다.1880년 건립 송소고택 국가중요민속자료솟을대문에 오세창이 쓴 '송소고장' 현판숙박체험·고택음악회 공간으로도 활용이웃한 송정고택 1914년 심상광이 건립1806년 건축 초전댁 아담한 자태 친근감◆송소고택 마을의 중심에 아흔아홉 칸 옛집인 송소고택이 있다. 조선시대 만석꾼이란 호칭으로도 모자라 '이만석꾼'이라 불렸던 송소(松韶) 심호택(沈琥澤)이 1880년경 지은 집이다. 송소고택은 대문채, 안채, 별채, 큰 사랑채, 작은 사랑채, 방앗간채, 사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은 구분되어 있으며 건물마다 독립된 마당이 있다. 대문을 포함해 12개나 되는 문과 조르라니 줄지어 선 장독들, 세 개나 되는 우물이 집의 규모를 말해준다. 여인들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해 주는 헛담(내외담)과 여인들의 눈이 되어 준 구멍담, 그리고 기와로 장식한 아기자기 예쁜 담에서 유교사회 여인들의 삶을 슬쩍 느낀다. 고아한 화단에는 은행나무, 단풍나무, 옥매화, 향나무, 전나무 등의 잘생긴 나무들과 온갖 화초가 아취를 자아내고 팔각무늬 문과 빗살무늬 교창, 띠살문, 용자살문 등 다양한 형태의 문살에서 섬세한 솜씨를 가늠한다. 안채의 다락과 사랑의 반침은 언제나 궁금하다.심원부의 후손 중 영조 때 사람 심처대(沈處大)가 있다. 그는 선대가 살던 덕천마을에서 분가해 파천면 지경리 호박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가난했지만 성실했고 효성이 지극해 매일 덕천마을의 부모님께 문안인사를 거르지 않았다. 어느 날 문안 길에 그는 눈밭에 쓰러진 노스님을 구하게 된다. 이후 심처대 집안의 가세는 나날이 좋아져 만석에까지 이르렀고, 무려 9대에 걸쳐 만석의 부를 누렸다. 광복 이전까지만 해도 '청송에서 대구까지 가려면 심부자 땅을 밟지 않고는 못 간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심처대의 7대손이 송소 심호택이다. 그는 호박골에서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마을로 이거하면서 송소고택을 지었다. 13년간 수십 명의 인부가 집 앞 움막에서 먹고 자며 집을 지었고, 이 집 대문 여는 삐거덕 소리로 마을의 아침이 열렸다고 한다. 심호택을 99칸이나 되는 거대 주택을 지은 단순 거부로 여겨서는 안 된다. 심호택은 구한말 전국에서 벌어진 의병활동에 많은 군자금을 소문 없이 지원했고 1907년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을 때는 청송 일대에 취지서를 돌려 나라를 구하는 일에 모두 동참하자고 호소한 지사였다. 광복 이후 심호택의 아들 심상원과 그의 아들 심운섭은 가히 선구적이라 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소유하고 있던 땅의 대부분을 소작농들에게 분배함으로써 지역에서 최초로 자작농이 창설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이로써 심부자는 '부자'를 내려놓았다. 솟을대문에 송소고장(松韶古莊)이란 현판이 걸려 있다. 고장(古莊)은 고택(古宅)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한말의 독립 운동가로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이었던 서예가 오세창(吳世昌)의 글씨다. 집은 1979년부터 25년 정도 비워져 있었다고 한다. 그사이 도둑이 대청마루의 팔각무늬 문까지 뜯어 갔고 풀이 사람 키만큼 자랐다고 한다. 지금 송소고택에는 심처대의 11대손이 산다. 주인 내외가 매일 기름칠로 청소하는 집은 강건하고 윤기가 난다. 송소고택은 오늘날 전통문화 숙박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큰사랑채, 작은사랑채, 책방, 누마루방, 안사랑방, 찬모방, 별채, 행랑 등 13개의 객실이 있다. 고택에서는 연중 3, 4회 고택음악회가 열리며 떡메치기, 다도, 전통혼례, 청송사과따기 등의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송소고택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한국관광의 별 숙박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국가지정 중요 민속자료 250호로 지정되어 있다. ◆송정고택송소고택의 왼쪽에는 송정고택이 이웃한다. 심호택의 차남인 송정(松庭) 심상광(沈相光)의 집으로 1914년에 지어졌다. 심상광은 일제강점기 때 안동 도산서원장, 병산서원장, 청송향교 전교 등을 지낸 유학자로 지금도 매년 유생들이 송정학계를 열고 있다고 한다. 송정고택은 송소고택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협문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안채, 사랑채, 대문간채가 전체적으로 'ㅁ'자 형태를 보여 주는 조선 후기 상류층의 전통 가옥이다. 특히 순량한 정원과 양지바른 뒤뜰 우물가의 장독대와 멋진 향나무가 마음을 빼앗는다. 집안 곳곳에는 꽃이 그려진 고무신과 신비로운 청송 꽃돌로 조각한 두꺼비들이 앉아 있다. 방 안이나 마루에 놓여있는 오래된 가구들은 대부분 선조 때부터 실제로 사용해 오던 것들이라 한다. 마루에 오우당(五友堂) 편액이 걸려 있다. 의친왕의 글씨다. 사랑채에는 독립 운동가이자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던 철기(鐵驥) 이범석(李範奭) 장군이 종종 찾아와 머물렀다고 한다. 송정고택 뒤편 산으로 오르는 오솔길은 철기 장군이 거닐던 산책로다. 언덕바지의 큰 소나무에 기대어 내려다보면 송정고택과 덕천마을의 전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덕천마을의 고택들은 대부분 개방되어 있다. 대문이 아예 없는 집도 수두룩하다. 송정고택의 솟을대문도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 사람들이 와서 마당을 밟아 주면 땅이 다져져 풀이 안 난단다. 활짝 대문 열린 마당에 꾹, 꾹, 걸음을 보탠다. 착한 삽살개가 졸랑졸랑 이방인의 걸음을 쫓는다. 송정고택 또한 전통문화 숙박체험이 가능하며 경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초전댁덕천마을의 깊숙한 자리에 초전댁(草田宅)이 있다. 첫눈에 친근한 감정이 드는 집이다. 정면 출입문을 가운데 두고 오른쪽에 큰사랑, 왼쪽에 고방과 작은사랑, 외양간(현재 창고)이 연접해 있는데 안채가 '∩'자형으로 이어져 전체적으로 튼 'ㅁ'자형의 배치를 이루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 경북 북부 지방 양반 가옥의 평면 구성으로 청송지역 주거 건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큰사랑은 2칸의 사랑방과 2칸의 사랑마루로 구성되어 있고 마루 전면의 기둥이 당시 민가에서는 보기 드문 원주다. 건물의 남쪽과 동쪽으로 토담이 있고 담장을 따라 화단이 곱다. 건물 오른쪽에는 예부터 사용해온 오래된 우물이 남아 있고 집 앞에는 작은 논밭이 펼쳐져 있다. 저절로 피어난 어여쁜 꽃들도 정성으로 가꾸는 화초도 모두 소박하고 순정하다.초전댁은 1806년에 청송심씨 석촌공파(石村公派) 17세인 심덕활(沈德活)이 건립했다. 심덕활은 자신의 셋째 아들인 심헌문(沈憲文)을 요절한 아우 심덕종(沈德宗)의 집에 양자로 보냈는데 헌문의 네 번째 돌을 기념하여 이 집을 지었다고 한다. 이후 1900년에 21세인 심의해(沈宣海)가 고택을 보수했다. 안채 마루의 판문 속으로 보이는 뒤뜰은 그림 같고 사각의 작은 안마당에는 밤마다 우주가 내려앉는다. 처음 집을 지은 이의 마음과 대대로 보살펴온 마음이 더해져 애틋하다. 초전댁은 현재 전통문화 숙박 체험 시설로 활용되고 있으며 경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청송군 파천면 덕천마을 중심에 자리 잡은 송소고택의 풍경. 송소고택은 조선시대 '이만석꾼'이라 불렸던 송소 심호택이 1880년경 지은 집으로 대문채, 안채, 별채, 큰 사랑채, 작은 사랑채, 방앗간채, 사당 등으로 구성돼 있다.심호택 차남이 조성한 송정고택은 송소고택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초전댁은 청송지역 주거 건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손꼽힌다.
2023.10.25
[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2] K-콘텐츠 도시를 꿈꾸다
한국의 대표적인 농업도시로 유명한 상주는 오랜 농업의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역사문화 콘텐츠를 갖고 있다. 백두대간과 낙동강을 품고 있어 자연경관마저 수려하다. 지역 곳곳에 아름다운 비경을 숨겨놓은 곳이 바로 상주다. 상주는 천혜의 자연과 역사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K-콘텐츠 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모자'라는 콘텐츠를 활용해 대규모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2편에서는 농업도시를 넘어 K-콘텐츠 도시로 도약을 꿈꾸는 상주에 대해 소개한다.◆삼백의 고장서 열리는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각양각색의 모자를 쓴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무대 배경에 설치된 대형 미디어스크린에는 쉴 새 없이 화려한 이미지가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크레인에 매달려 공중에서 무대로 내려온 배우들은 불꽃을 내뿜고, 수많은 드론들은 가을밤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드론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하트·모자 등 모양을 그려내자 무대에서는 형형색색의 폭죽이 터지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지난 13일 저녁 상주 태평성대경상감영공원 일원에서 열린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 개막식 주제공연의 풍경이다.올해 처음 시작된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이 지난 13~15일 사흘간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첫 행사지만 포항국제불빛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등과도 견줄 만큼 대규모로 치러졌다. 국내에서 '모자'를 콘텐츠로 내세워 국제 행사를 연 것은 상주가 처음이다. 이색적인 이번 축제에는 무려 10만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축제 기간에는 '제11회 상주전국한우축제'도 같이 열려 즐거움을 더했다. 지난 13~15일 모자축제 10만명 다녀가…다양한 볼거리 큰 호응관광公 'K-컬처관광이벤트 100선' 선정 지속가능한 축제 기대천혜의 자연·풍부한 역사문화콘텐츠…'K-콘텐츠 도시' 급부상KBS·tvN 드라마 잇따라 촬영…관광명소·농특산물 널리 알려상주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라 불린다. 쌀, 목화, 누에고치의 주산지로 명성을 얻었다. 지금은 목화 대신 곶감이 삼백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주는 아직도 누에고치를 이용해 만드는 전통섬유인 명주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함창읍에 가면 함창명주테마파크와 함창명주박물관, 한국한복진흥원을 둘러보며 한국의 전통 복식문화를 한눈에 접할 수 있다. 한국인은 예부터 전통의복의 하나로 모자를 중요시해 왔다. 지금도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자를 생산하는 국가다. 이에 상주는 '모자'를 콘텐츠로 한 축제를 기획하게 됐다.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은 행사 전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 선정된 것.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외국인이 즐길 수 있는 K-컬처 중의 하나로 당당히 인정받은 셈이다.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은 경북도와 상주시가 함께 주최하고, 상주시축제추진위원회와 한국한복진흥원이 공동 주관했다. 특히 '모자축제로 초대 Hat'과 '모돌이 도전 Hat' '세계모자 프린지페스티벌' '올해의 모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폐막식 일정 중 '올해의 모자'도 관중 호응도가 높았다. 축제장 내 큰 모자, 예쁜 모자, 특별한 모자 그리고 올해의 모자를 관객들의 현장 투표로 선정해 수상작을 가렸다.윤재웅 상주시 축제추진위원장은 "국내 최초 모자축제를 통해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어가고자 했다"며 "내년에는 올해의 축제를 보완해 지속가능한 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농업 도시를 넘어 'K-콘텐츠' 도시로상주는 동쪽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서쪽에는 백두대간이 우뚝 솟아 있다. 명산과 큰 강을 품은 만큼 아름다운 명소도 많다. 낙동강을 따라서는 경천섬공원, 회상나루관광지, 경천대국민관광지 등 전망이 좋은 명소가 늘어서 있고,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과 상주자전거박물관 등도 위치해 주말이면 가족단위 여행객들로 붐빈다. 백두산에서 뻗어내린 산줄기는 소백산을 거쳐 상주에서 속리산에 이른다. 속리산이라고 하면 충북 보은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데, 주요 봉우리인 천왕봉(해발 1천58m), 비로봉(해발 1천32m), 문장대(해발 1천54m) 등은 모두 상주에 속해 있다. 충북 영동과 상주의 경계를 이루는 백화산(해발 933m)도 관광 명소로 빼놓을 수 없다. 높은 산과 골짜기는 수려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굽이치는 계곡과 폭포, 기암, 우거진 숲, 청량한 공기 등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상주는 유구한 농업의 역사만큼이나 많은 역사문화 콘텐츠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검지다. 공검지는 김제 벽골제와 밀양 수산제, 제천 의림지와 함께 삼한시대 4대 저수지로 알려져 있다. 또 고대 상주 함창읍에 존재했던 고령가야의 흔적도 전 고령가야왕릉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외에도 후삼국시대 견훤이 지었다는 견훤산성, 고려시대 몽골제국의 침입을 막아낸 금돌산성도 일부가 여전히 존재한다.상주 도심에는 조선시대 경상도 전체를 관할하던 경상감영도 복원돼 있다. 감영을 예전 모습 그대로 복원한 곳은 상주가 거의 유일하다.상주시는 이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 콘텐츠를 널리 알리면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드라마나 영화 산업과 연계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영상물의 촬영지로 거듭나 K-콘텐츠 도시로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성과로 올해 8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KBS 드라마가 상주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이 드라마에는 상주의 주요 관광지와 함께 농특산물이 등장한다.최근에는 상주에서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촬영도 마쳤다. 앞서 상주시는 지난 6월14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드라마 제작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앞서 2001년 10월부터 2002년 4월까지 50부작으로 방영된 MBC 드라마 '상도'도 낙동강회상나루관광지에서 주로 촬영됐다. 상도 촬영지에는 아직도 10여 개의 전통가옥이 남아있으며, 지난해 3월 드라마 세트장 일부는 상주주막으로 탈바꿈했다.상주는 K-콘텐츠 제작에 유리한 조건을 또 하나 갖추고 있다. 내륙 중심에 위치해 전국 어디에서도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서산영덕고속도로가 지나면서 나들목만 6곳에 달해 고속도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서울, 대전, 대구 등 주요 대도시와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됨에 따라 상주는 새로운 물류 거점 도시로도 성장하고 있다.강영석 상주시장은 "상주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주는 지역으로 각종 콘텐츠 제작에 좋은 장소"라며 "서울에서도 상주까지 2시간 이내 거리에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K-콘텐츠를 상주에서 제작하도록 유도해 전 세계에 상주의 명소와 농특산물을 알리도록 노력 하겠다"고 덧붙였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지난 13일 상주 태평성대경상감영공원 일원에서 열린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 개막식 주제 공연 모습. 사흘간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아 축제를 즐겼다.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한지 조형물과 한지등이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드라마 '상도' 촬영지인 회상나루관광지에는 아직도 전통가옥 세트장이 남아있다.회상나루관광지에는 여행객들이 하룻밤 묵을 수 있는 객주촌도 마련돼 있다.
2023.10.20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10] 청송사과축제
청송의 꽃은 사과꽃, 청송의 특산물은 사과다. 강이 흐르는 들녘과 기우뚱한 산지가 죄다 사과밭이다. 봄이면 연분홍을 머금은 사과꽃이 청송의 천지를 뒤덮고 찬바람이 불면 붉은 사과, 황금빛 사과가 청송의 산천을 뒤덮는다. 청송 사과는 정말 달다. 한입 베어 먹으면 풍부한 과즙에 눈이 똥그래지고 살짝 감도는 산미에 온 몸이 상쾌해진다. 사과가 가장 맛있고 풍성한 11월이면 청송에서는 사과축제가 열린다. 청송사과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대한민국 대표축제다.◆2023 제17회 청송사과축제2023년 청송사과축제가 11월1~5일 청송읍 용전천변 현비암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의 주제는 '청송사과, 찬란한 금빛 향연'이다. 금빛은 일등 사과를 상징하는 금메달을 뜻한다. 또한 달고 아삭한 청송사과 '황금진'의 황금빛도 담겨 있다.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11년 연속 대상에 빛나는 청송사과의 명성을 확고히 다지고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잔치를 열겠다는 포부다. 청송사과축제는 2004년부터 청송 사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2013년부터는 매년 빠지지 않고 '경북도 최우수 축제'에 선정됐으며 2020~202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돼 전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발돋움했다.지난해 3년 만에 열린 제16회 청송사과축제는 40여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대성황을 이뤘고 축제기간 5일 동안 161억원 이상의 직접 경제효과를 거뒀다. 특히 대면 축제에 앞서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축제를 먼저 열어 큰 관심을 끌었다. 축제에 대한 상세 정보와 관광 정보 등을 사전에 제공하고,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해 관심과 기대를 높이는 등 온라인 축제는 청송사과축제의 현장 관람객 유치를 확대하는 디딤돌이 됐다. 온라인축제에는 10만여 명이 참여했으며, 온·오프라인 축제의 연계 필요성과 시너지 등 대한민국 축제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올해 제17회 청송사과축제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의 면모에 걸맞게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새로운 시도로 호응을 얻었던 온라인 축제를 올해 역시 오프라인 축제와 병행해 개최한다. 온라인 축제에서는 축제에 대한 다양한 정보는 물론 대표적인 체험 프로그램인 '꿀잼-사과난타' '도전-사과선별로또' '청송퀴즈' '박 터뜨리기' 등을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비대면 소통의 중요성이 높아진 축제 트렌드를 반영하고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MZ세대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자 축제의 글로벌화를 위한 적극적인 시도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축제는 개막 5일 만에 8만여 명이 방문하고 3만명 이상이 참여한 상태다.오프라인 축제장에는 청송사과 전시 홍보관, 청송사과 및 농 특산물 판매, 청송사과 깜짝 경매, 청송관광사진 공모전 작품 전시 등 다양한 전시, 판매, 체험 부스가 설치된다. 드론 라이트 쇼를 통해 청송사과축제의 성대한 개막을 알리고 축하공연과 재능기부 파트 공연, 원산지 표시 위반자를 의금부로 압송하는 시현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청송사과 퍼레이드, 청송 꽃줄 엮기 전국대회, 청송사과 깜짝 경매, 사과 왕 선발대회 등 군민과 관광객이 하나 되는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외에도 하늘에서 풍선을 떨어뜨려 황금사과를 찾는 '만유인력-황금사과를 찾아라'와 만보기가 달린 방망이로 지퍼백 속의 사과를 두드려 잼을 만드는 '꿀잼-사과 난타' '도전-사과 선별 로또', 사과 방망이 체험, 사과 낚시 등 신나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연계 행사로는 청송문화제, 청송군민 노래자랑, 청송낙동정맥등반대회 등이 열린다. 특히 청송군은 최근 지역 축제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먹거리 관련 특별대책을 마련하고 무엇보다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잔치가 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계획이다.지난해 첫 시도한 '온라인축제' 현장 관람객 유치 확대 디딤돌 올해도 온·오프라인 병행 개최내달 1~5일 용전천변 현비암서청송 꽃줄 엮기·사과왕 선발 등 관광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청송사과청송 땅은 82%가 산림이다. 전역이 해발 250m 이상인 내륙 산간지역으로 비가 적고 일조량이 풍부하며 연평균 일교차가 13.4℃로 높다. 풍부한 일조량은 사과에 고운 빛깔을 입히고 잎의 활발한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열매에 당분을 저장하게 만든다. 높은 일교차는 사과의 육질을 단단하고 치밀하게 만들고 당도를 더욱 높여 가두고 색깔을 깨끗하게 한다. 토양은 대체로 척박한 편이지만 사과 재배에는 적합해 과즙이 풍부하고 저장성도 뛰어나다. 이러한 천혜의 조건을 바탕으로 청송사과는 이 지역의 주 작목으로 육성, 재배돼 왔다. 현재 청송사과는 부사 80%, 홍로 15%, 기타 품종 5% 정도가 재배되고 있으며 4천여 농가가 연간 6만여t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수요 창출과 신규 시장 공략을 위해 청송군이 2018년부터 특화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는 황금사과가 바로 '황금진'이다. 시나노 골드 품종인 황금진은 높은 당도와 풍부한 과즙 그리고 새콤달콤한 맛으로 젊은 층에 특히 인기다.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은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 브랜드를 가리는 시상식이다. 공정한 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파악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2006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올해 18회를 맞이한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 사과부문에서 청송사과는 대상을 차지했다. 11년째 연속 대상이다. 심사위원들은 소비자들이 청송사과를 최고 브랜드로 생각하는 이유를 사과 재배에 적합한 자연환경, 우수한 품질 관리, 앞선 재배 기술과 적극적인 판매 전략에서 찾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송사과는 자연환경에만 의지해 만들어진 브랜드가 아니다. 더 아삭하고 단맛이 나는 사과 재배를 위한 청송농민의 노력과 끊임없는 기술개발, 그리고 적극적인 홍보는 대한민국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대표 과일 자리에 청송사과를 올려놓았다. 청송군은 1994년 청송사과 상표등록, 2007년 청송사과 지리적 표시제 등록, 키 낮은 사과 묘목 도입, 친환경 저 농약 재배 기술, 과수 고품질 시설 현대화, 청송 황금사과 '황금진' 개발 등 상품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와 함께 대도시 시식 홍보행사, 직거래 판매지원, 청송사과 유통센터 운영, 청송사과 품질보증제 시행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의 높은 신뢰와 호응을 일으켰다.◆100여년 역사의 청송사과, 국내를 넘어 세계로청송군 현서면 덕계리 569. 청송에서 처음으로 사과가 열렸던 곳이다. 1924년 12월에 사과 묘목을 심었고, 어린나무는 자라 1931년 처음으로 사과 수확의 기쁨을 안겨 주었다. 사과나무를 심은 이는 독립 운동가이자 농촌계몽운동가였던 박치환 장로다. 1878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그는 1919년 만세운동을 벌이다 일본 경찰에 쫓겨 중국, 시베리아 일본 등지를 떠돌았다. 1924년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그는 일본에서 사과의 한 품종인 국광 10여 주를 들여와 고향 인근인 청송 현서면에 정착해 묘목을 심었다. 이후 그를 통해 사과를 맛본 사람들도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현서면을 넘어 현동, 안덕면 등지로 사과나무 군락지가 퍼져나갔다. 농촌계몽에도 힘쓴 그는 사과농사로 번 돈으로 동네 목욕탕을 지어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을 씻기고 머리를 깎아 주기도 했다고 한다. 박 장로 외에도 안덕면 복리에 살았던 신인수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일본에서 일하며 인근 사과농장을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과에 관심을 가지고 사과 재배 기술을 익혔던 그는 1927년 600여 주의 사과 묘목을 가지고 귀국했다. 그리고 안덕면 복1리 교회 터 인근에 5천평 규모의 사과밭을 조성했다고 전한다. 지금도 청송에는 사과나무 고목이 몇 그루 생존해 있으며 여전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내년이면 청송에 사과나무가 뿌리를 내린 지 100년이다. 청송사과는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로 나아간다. 청송군은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수출길을 열고 청송사과 300t 수출 쿼터에 5년간 사과주스 무제한 수출을 승인받았다. 올해 5월에는 필리핀 현지 유통업체와 협약을 체결하고 11t의 사과를 수출했다. 사과주스는 현재 필리핀과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하는 등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다. 청송군은 청송사과 수출량을 1만t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청송군 농산물 수출 촉진 지원 조례'를 만들어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해외수출용 포장재를 개발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지난해 청송읍 용전천변 현비암 일원에서 열린 제16회 청송사과축제 행사장 모습. 행사기간 40만여명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청송사과축제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축제를 병행해 '꿀잼-사과난타' '도전-사과선별로또' '청송퀴즈' 등을 게임으로도 즐길 수 있다.축제장 한쪽에 마련된 사과로 만든 조형물.방문객들이 각종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2023.10.18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9] 아이스클라이밍 메카 '청송 얼음골'
콱 찍고, 싹 걸고, 휙 날고, 탁 미끄러지고, 쓱 떨어진다. 빙벽을 타고 오르는 이는 저이인데 두근두근 내 몸에 힘이 바짝 든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기도 한다. 마침내 빙벽의 정상에 다다르면 환호의 아쉬움과 함께 모든 긴장이 한순간 풀리지만 짜릿한 흥분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그들은 빙벽을 '겨울 산의 꽃', 빙벽 등반을 '겨울 등반의 꽃'이라 부른다. 누군가는 얼어붙은 빙벽을 산이 써 내려간 한 편의 시(詩)라고 했다. 시를 음미하듯, 시를 쓰듯, 꽃을 탐하듯, 꽃을 피우듯, 빙벽을 오르는 일에는 서슬 퍼런 낭만이 있다.◆얼음골 아이스클라이밍 경기장 청송 주왕산의 남쪽, 영덕 바다로 향하는 산길을 달리면 비교적 느슨하던 산길이 내룡리를 지나면서 좁고 깊게 휘휘 돌아나간다. 그러다 갑자기 원을 그리듯 급하게 휘돌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거대한 암벽 하나가 길을 막아선다. 누구든 멈출 수밖에 없는 이곳은 청송 얼음골이다. 한여름 기온이 높아지면 얼음이 어는 기이한 골짜기, 얼음골은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 명소이기도 하다. 길 막은 암벽은 높이 62m로 탕건봉이라 불린다. 모양새가 말총을 길게 줄 세워 뜬 탕건과 닮았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1999년 5월 청송군은 탕건봉 수직 벽에 인공폭포를 설치했다. 이 폭포는 여름내 시원하게 쏟아지다가 겨울이면 거대한 빙폭이 된다. 그러면 모험과 스릴을 즐기려는 등반가들이 얼어붙은 폭포를 오르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든다. 빙벽 등반이란 등반 장비를 갖추고 얼음벽을 오르는 행위다. 자신이 오르는 곳이 곧 길이 된다. 빙벽은 한번 얼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날씨에 따라 날마다 해마다 다르게 녹고 얼기 때문에 빙벽을 오르는 것은 항상 새로운 일이기도 하다. 탕건봉에서 약 500m 떨어진 골짜기에도 거대한 빙벽이 있고 그 앞에는 특수 제작된 국제 규모의 아이스클라이밍 전용 경기장이 아찔한 높이로 서 있다. 겨울이면 이곳에서 전국 아이스클라이밍 선수권대회와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 선발전,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과 아시아선수권 대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산악부문 아이스클라이밍 경기 등이 열린다. 봄, 여름, 가을철에는 빙벽 등반 장비를 이용해 자연암벽과 인공 구조물을 혼합 등반하는 '드라이툴링'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경기장 앞에는 지상 3층 규모의 청송 아이스클라이밍센터가 자리한다. 내부에는 운영본부 사무실, 사진 전시장과 프레스센터, 4-D체험장, 로커룸, 샤워장, 화장실, 농산물 홍보 및 판매장, 특산물 전시장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실내외 관람석이 설치되어 관람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 멋진 빙벽을 두고 왜 인공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 얼음은 기후나 환경으로 인한 제한이 많고 선수들의 출전 순서에 따라 상태가 달라진다. 빙질의 차이는 순위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동일한 루트에서 진행할 경우 공정한 평가가 불가능하다. 청송 얼음골에 조성된 아이스클라이밍 경기장과 부대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얼음골 탕건봉 62m 높이 암벽스릴 즐기는 겨울 등반가 성지인근 클라이밍 전용 경기장은아시아 지역 최초 월드컵 열려세계대회 기준으로 꼽히기도◆국제산악연맹이 인정한 세계 최고의 대회스포츠 경기로서 아이스클라이밍의 시작은 1912년 이탈리아 쿠르마이어 지방의 브렌바 빙하에서다. 이후 러시아, 프랑스,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다가 2000년 이탈리아의 코르티나 대회에서 국제적인 월드컵 경기로 발전, 2002년부터 국제산악연맹(UIAA)이 주관해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대회는 2009년부터 프랑스의 쿠르슈벨과 이탈리아 코르티나, 오스트리아의 피츠탈, 러시아의 키로프 등 유럽의 4개 지역을 순회하면서 매년 열리고 있으며 아시아지역에서는 2011년 대한민국 청송 얼음골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은 세계랭킹에 올라있는 전 세계 유명 선수들이 참여하는 대회다. 2011년부터 5년간 청송 얼음골에서 매년 열린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대회는 세계인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었다. 이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재유치가 확정되었고 다시 2025년까지 재연장되면서 청송군은 명실상부한 빙벽 등반의 성지이자 산악 스포츠 메카로 자리 잡게 됐다. 지난 '2020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의 대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국제산악연맹(UIAA) 부회장 졸자르갈 반즈락크(Zoljargal Banzragch)는 인터뷰에서 "운영팀 조직이나 미디어 관리, 경기 진행 등의 수준이 매우 뛰어나다. UIAA는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전 세계 월드컵 대회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2023 청송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2023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지난 1월13일 금요일부터 15일 일요일까지 사흘간 열렸다. 현재 UIAA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은 국제산악연맹(UIAA)·아시아산악연맹(UAAA)·<사>대한산악연맹(KAF)이 공동 주최하고, 청송군과 경북도산악협회에서 공동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경북도·대한체육회·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서 후원하고 있다. 종별은 남자 일반부와 여자 일반부로 나뉘어 있고 종목으로는 아이스클라이밍 리드와 스피드 경기가 있다. 참가 자격은 매 시즌 UIAA 아이스클라이밍 라이선스를 취득한 만 16세 이상 각국의 남녀 선수들이다. 대회기간 중에는 청송꽃돌전시, 청송백자 전시, 관광 및 특산물 홍보와 청송사과 시식코너, AR기념사진촬영 이벤트 등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린다.독특한 환경과 장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먼저 인공 벽에 부착되어 있는 돌 모양의 장치는 '홀드'다.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서 예선전 홀드는 청색, 준결승에는 은색, 결승에는 금색 홀드를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다. 밧줄에 연결되어 늘어뜨려져 있는 클립 모양의 고리는 '퀵 드로우', 샌드백처럼 매달린 커다란 원통형의 얼음덩어리는 '아이스캔디'다. 선수들이 양손에 들고 있는 낫과 같은 장비는 아이스 클라이밍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스바일'이다. 신발은 바닥창이 구부러지지 않는 빙벽 등반 전용이어야 하며 신발에 부착하는 곰 발톱 같은 금속 장비는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것으로 '크램폰'이라 부른다. 크램폰의 앞쪽 날을 사용해 벽을 찍으며 이동하는 '키킹', 한쪽 다리를 반대쪽 다리에 올려 4자 모양으로 교차시키고 한쪽 팔을 홀드처럼 이용하는 '피겨 포', 한쪽 다리를 같은 쪽 팔 위에 올려 숫자 9 모양을 만드는 '피겨 나인' 등의 동작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대회 종목인 '리드'는 '난이도' 종목이라고도 하며 정해진 루트를 주어진 시간 안에 등반하는 경기다. 안전 장치인 로프를 설치된 퀵 드로우에 끼워가면서 세팅된 홀드를 아이스바일을 이용해 타고 올라가 완등 지점까지 클라이밍 한다. 미끄러운 아이스캔디도 리드 종목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고난 덩어리다. 한 번 떨어지면 다음 기회는 없다. '스피드' 종목은 말 그대로 육상처럼 스피드를 겨루는 경기다. 두 명의 선수가 똑같이 세팅된 두 개의 벽을 각각 타고 누가 더 빠른 시간 안에 완등하는가를 겨룬다. 등반 경기가 펼쳐지는 벽 뒤쪽에는 루트세팅 공간이 있다. 루트세터들은 선수들의 명단을 확인하고 루트 수를 결정한다. 선수들의 실력을 파악하고 있어야 공정한 루트를 만들 수 있다. 특히 특정인의 신체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루트를 만들지 않도록 홀드 간의 거리를 신중히 결정한다. 루트세터는 직접 등반을 하며 선수들의 안전과 적절한 경기를 위해 수차례에 걸쳐 홀드와 등반라인의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도 검증을 거친다. 월드컵 경기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기량을 가리기 때문에 고난도의 루트가 주를 이룬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가 경기 루트에서 흥미와 진지함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등반자의 긴장감은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온전히 전해지기 때문에 선수와 관중들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도 루트세터들의 일이다. 이러한 조율능력은 루트세터가 가져야 할 중요한 역량이며 다년간의 경험과 감각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루트세터들은 한국만의 루트 스타일을 발전시켰고 이는 조금씩 유럽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경기 첫날인 13일에는 선수등록과 테크니컬 미팅·개회식이 있었고, 이튿날 남녀 리드 예선과 준결선에 이어 15일에는 종목별 결선과 시상식 등 순으로 진행됐다.결승에 진출한 선수가 한 명 한 명 소개될 때마다 관중석을 꽉 채운 열기는 더욱 뜨거워진다. 선수의 등반이 시작되면 이내 경기장의 관중들도 몰입하여 선수의 한 동작 한 동작마다 호흡을 함께한다. 마지막 선수가 등반을 이어가면 경기장의 열기는 절정의 끝에 다다른다. 그는 톱 홀드에 아이스바일을 거는 순간 허공을 가르며 떨어진다. 탄성과 환호와 축하의 박수가 터진다. 2024년 겨울 산에 꽃 피는 날이 머지않았다.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청송 아이스클라이밍 경기장에서 'UIAA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가 아이스바일을 이용해 등반하고 있다. 청송은 2011년부터 매년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대회를 열고 있는 세계 빙벽 등반의 성지이자 산악 스포츠 메카다. 〈영남일보DB〉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전용 경기장의 모습. 〈청송군 제공〉
2023.10.11
[경산 뉴 파노라마 .8] 뛰어난 정주 여건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던 경산에 대규모 주거지역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90대부터다. 1992년 옥산1지구(51만㎡)를 필두로 옥산2지구(1993년·33만㎡), 임당지구(1998년·42만㎡), 사동1지구(2000년·60만㎡), 사동2지구(2008년·93만㎡), 신대·부적지구(2009년·45만㎡), 하양지구(2019년·48만㎡) 등이 잇따라 들어섰다. 대규모 주거지역 개발로 경산시 인구는 꾸준히 늘어 2018년 26만명을 돌파했다. 경북에서 셋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로 급성장한 것이다. 경산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살기 좋은 도시'를 꿈꾸고 있다. '경산 뉴 파노라마' 8편에서는 갈수록 개선되고 있는 경산의 정주여건에 대해 소개한다.◆쾌적한 환경을 갖춘 주택지구들대구도시철도 2호선 사월역 3번 출구를 나와 동쪽으로 300m만 걸어가면 오른편에 신도시가 나온다. 전체 면적이 축구장 11개 정도(24만여 평)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다. 높게 솟은 고층 아파트 사이로 병원과 식당, 대형마트 등 각종 편의시설을 비롯해 공원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깔끔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전형적인 신도시, '중산제1지구'의 모습이다.중산제1지구는 큰 저수지인 중산지를 가운데 두고 원형으로 조성 중에 있다. 중산지 주변은 근린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성암산(해발 472.3m) 자락에 위치해 매우 친환경적인 공간이다. 대형마트와 인접해 있고 소방서와 초등학교도 품고 있다. 앞으로 공공도서관과 학교들이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다. 중산제1지구는 전체 면적 중 주거용지는 2.29%에 불과하다. 준주거용지(26.19%)를 합쳐도 30%가 안 된다. 나머지 45.93%는 공원과 녹지, 광장, 주차장, 학교, 공공청사, 공공업무시설 등 공공시설용지다. 이 외에 문화 및 집회시설(0.80%)과 사회복지시설(1.31%)도 기타시설용지로 들어간다.위치적 조건도 뛰어나다. 서쪽에는 대구 사월지구, 동쪽으로는 경산 정평·중산지구와 경산 옥산2지구, 남쪽으로는 경산 옥산1지구가 인접해 있다. 즉 대구와 경산을 잇는 주거밀집지역의 중심지다. 그만큼 교통 편의성과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사월역, 정평역과 인접해 있고 남서쪽으로는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동쪽으로는 경부선 철도가 지난다. 교육, 환경, 교통, 시설 등 수준 높은 생활을 위한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중산제1지구 계획인구 2만1천여명공원·병원·학교·대형마트 들어서경산대임공공주택지구도 조성 추진2025년 완공되면 1만124가구 입주교통인프라 확충 등 정주여건 개선도시철 연결·종축고속화도로 추진경산 중산동 일원에 시가지조성사업으로 조성되고 있는 중산제1지구 사업은 전체 면적 80만5천759.4㎡, 총사업비 7천282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도시 개발 프로젝트다. 장래 계획인구만 2만1천342명(9천279가구), 경산 전체 인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중산제1지구는 1999년 12월 시가지조성사업 상세계획구역으로 결정되며 사업이 추진됐다. 이듬해 1월 시가지조성사업 상세계획이 마련됐고, 2005년 10월부터 순차적으로 공사가 하나둘 마무리되고 있다. 1단계 사업에 이어 2-Ⅰ단계, 2-Ⅱ 단계 사업도 각각 2017년, 2021년에 완공된 것. 마지막으로 남은 2-Ⅲ 단계 사업은 2028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경산의 대규모 주택지구 사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임당역 북쪽 경산 대평동과 임당동 일원에 '경산대임 공공주택지구'를 조성 중에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체 면적은 167만3천141㎡로 중산제1지구의 두 배에 달한다. 완공되면 1만124가구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갖게 된다. 경산대임 공공주택지구 개발 사업은 2025년 12월 마무리될 예정이다.◆경산시의 다양한 정주여건 개선 노력지난해 7월 취임한 조현일 경산시장은 5대 시정 목표 중 '살고 싶은 도시환경'을 첫째로 내세울 만큼 정주여건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관련 공약만 22가지다.그 가운데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교통 인프라 확대다. 실제 경산시는 '경산전철시대 조성'과 '종축고속화도로 건설'을 5대 핵심과제로 선정했다. 전철시대 조성은 대구도시철도 1, 2호선을 진량으로 연장해 두 노선을 순환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더불어 대구도시철도 3호선 경산 연장도 포함돼 있다.대구와 경산은 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 연결은 이를 더욱 가속화했다. 대구도시철도는 1998년 5월 1호선(진천~안심·24.9㎞), 20015년 10월 2호선(문양~사월·28.0㎞), 2015년 4월 3호선(칠곡경대병원~용지·23.95㎞)이 완전 개통됐다.대구도시철도가 경산까지 연장된 것은 2012년 9월이다. 2호선 경산 연장구간(사월~영남대·3.3㎞)이 개통되며 대구도시철도는 경산까지 운행에 돌입했다. 2호선에 이어 1호선도 경산 연장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12월 말이면 안심~하양 구간이 정식으로 개통된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안심~하양 연장은 안심역에서 경산 하양읍 하양역까지 8.89㎞를 잇는 사업이다. 전체 구간 중 0.7㎞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상으로 건설된다. 정거장은 대구 동구 사복동, 하양읍 부호리, 하양읍 금락리 등 3곳에 들어설 예정이다.사업이 완료되면 안심에서 하양까지 10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해진다. 경일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호산대 등에 다니는 학생들과 진량산단 등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교통 편의성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종축고속화도로 건설은 쉽게 말해 경산을 남북으로 잇는 도로망을 만드는 것이다. 경산시는 이 사업을 통해 △청통와촌IC 연결도로 △경산지식산업지구 진입도로 △국도 대체도로(남산~하양) △국도 대체도로(남천~남산) △남천 하이패스IC를 연결하는 도로를 건설해 지역 핵심 교통망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지역 내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물류산업 경쟁력도 한층 향상시킬 수 있다.이외에도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도 다채롭다. 대표적인 것이 남천 자연생태하천 조성과 경산향교 주변 도시숲 조성, 주민참여 도시재생사업 추진 등이다. 경산하수처리장 고농도 악취방지시설 구축, 탄소중립·친환경버스 도입,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기 설치, 가축 분뇨 배출 제로화 시스템 구축 등은 친환경적인 주거환경을 위한 정책이다.경산시는 또 반려동물 인구 1천만명 시대를 맞아 대구대 안에 유기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행복동물복지 치유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장동훈 경산시 도로철도과장은 "대구도시철도 2호선에 이어 1호선까지 경산 연장이 이뤄지면 주민들의 교통 편의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외에도 경산의 숙원사업인 대구도시철도 추가 연장과 종축 고속화도로 건설 등도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 기자 zone5@yeongnam.com경산 중산 제1근린공원 너머로 고층 아파트가 늘어선 '중산제1지구' 모습이 보인다. 대구와 경산을 잇는 주거밀집 지역의 중심지에 위치한 중산제1지구는 깔끔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다.중산제1지구에는 병원, 학원, 음식점 등 상업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중산제1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조성된 수생 비오톱(생태 정원).경산 중산 제2근린공원 내 거울연못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2023.10.10
[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1] 농업 혁신 거점도시
▶시리즈를 시작하며저력 있는 역사도시 상주가 시대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미래 산업을 주도할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를 발판삼아 첨단산업 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또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과학기술을 접목시킨 스마트 농업의 저변 확대를 통해 국내 농업 혁신 거점도시로 거듭난다는 목표도 세웠다. 양질의 일자리가 넘치는 청년들이 살고 싶은 도시, 지속 가능한 성장이 보장된 도시, 앞으로 상주시가 만들어나갈 미래 모습이다. 영남일보는 오늘부터 격주로 '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면적 42.7㏊ 스마트팜 2021년 완공청년창업보육센터·실증단지 등 갖춰교육·경영·창농·주거 원스톱 지원농업 인구 2만6천명 전국 일곱번째지난해 농특산물 30여개 나라 수출상주는 예로부터 한국 농업의 중심이었다. 일찍이 벼농사와 양잠업이 발달했고, 지금도 배와 포도 등 다양한 농특산물이 전 세계로 수출된다. 최근에는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조성되면서 국내 농업 혁신의 최전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리즈 첫 편에서는 상주 농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소개한다.◆ 농업 혁신의 중심 스마트팜 혁신밸리상주 동쪽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낙동강 사이 사벌국면 일원에는 한국 농업의 미래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면적만 42.7㏊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스마트팜이다. 상주시는 2018년 전북 김제, 전남 고흥, 경남 밀양과 함께 전국 4대 스마트팜 혁신밸리로 선정된 바 있다.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2021년 12월 준공됐다. 2021년 9월 청년창업보육센터를 시작으로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A동, 실증단지, 혁신밸리 지원센터,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B동, 청년농촌보금자리,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C동이 잇따라 완성됐다. 내년에는 문화거리 등이 추가로 들어선다. 국내 스마트팜 혁신밸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는 농업과 관련한 교육, 경영, 창농, 주거까지 농업인에게 필요한 지원이 원스톱(One-Stop)으로 이뤄진다. 그중에서도 스마트 농업 교육이 핵심을 이룬다. 첨단 기술과 정보통신을 활용한 농업 기술의 확대·보급을 위해서다. 최근 세계 농업은 각종 센서를 이용해 농축산물의 생장, 생육 단계부터 온도·습도·CO2 등의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병충해 등의 피해를 막는 것은 물론 네트워크, 분석 소프트웨어, 스마트기기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추세다. 노동집약형 산업이자 자연 환경에 의존성이 높은 한계를 극복 가능하기 때문이다.스마트팜 전문인력 육성은 청년창업보육센터가 도맡고 있다. 청년창업보육센터는 경영실습장(1.91㏊)과 이론실습장(0.17㏊) 등 2.27㏊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현장 위주의 실습을 통한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매년 만 18세 이상~39세 이하 청년 52명이 스마트 농업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첨단 농업기술은 이미 입소문이 났다. 미래 농업에 관심 있는 다양한 기관·단체들이 찾아와 견학 명소로 자리매김한 상태다.임대 경영도 혁신밸리의 주요 기능이다. 임대형 스마트팜의 온실 규모만 12.75㏊에 이른다. 5.75㏊는 청년을 위한 임대형 스마트팜이고, 나머지 7㏊는 기존 농업인에게 임대하고 있다. 임대형 스마트팜은 온실과 히트펌프, 양액시스템, 지열펌프, 축열조, 폐양액 회수저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임대기간은 최대 3년이다.스마트팜의 주요 재배작물은 딸기, 토마토, 멜론, 오이다. 이외에도 농업용 로봇, 병해충 연구, 플랜트 수출이 특화전략으로 설정돼 있다.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실증단지에는 시설재, 기계장치, 농업로봇, 병해충 진단 솔루션 등의 일을 하는 기업, 기관, 대학, 연구소 등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선 스마트팜 제품과 기술의 품질을 향상시켜 사업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스마트팜 재배 작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추적인 역할을 실증단지가 맡고 있는 셈이다.혁신밸리 지원센터도 주요 시설 중 하나다. 지원센터 1층에는 R&D 라운지, 오픈강의실, 실증장비실, 카페 및 식당이 위치한다. 2층은 빅데이터센터, R&D연구실, 공용제작실, 회의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에는 청년 농부를 위한 주거지원 시설도 갖춰져 있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만 18~39세 청년 가구에게는 '청년농촌보금자리' 입주 자격이 주어지는데 월 임대료가 8만원~24만원, 보증금은 500만원~2천200만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더욱이 청년농촌보금자리에는 공유형 주방과 북카페, 공동육아실 등이 있는 커뮤니티센터도 마련돼 있어 호응도가 높은 편이다. 거주기간은 2년 단위로 최대 6년. 상주 농업의 혁신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3월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근처인 상주시 모동면에 한국미래농업고등학교가 문을 연 데 이어 2026년 하반기에는 경북도농업기술원이 사벌국면으로 이전한다. 인재 양성과 농업 기술 향상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 국내 농업 혁신을 이끌고 있는 상주경북 서북쪽 내륙에 위치한 상주는 낙동강 상류를 끼고 있어 땅이 비옥하고 기후가 온난해 일찍부터 농경과 목축이 발달했다. 넓은 평야, 적당한 강우량, 풍부한 일조량 등은 상주 농업 발달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더욱이 백두대간의 도움으로 자연재해마저 적었다.천혜 환경을 바탕으로 상주는 농업의 고장으로 이름났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로 농업이 꽃피었다. 삼백은 본래 쌀, 목화, 누에고치를 뜻했는데 지금은 곶감이 목화를 대신하고 있다. 조선 전기 경상도 전체를 관할하던 경상감영(慶尙監營)이 위치해 있었던 것을 보면 당시 상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상주는 현재도 농가 수, 농업인구, 농지면적 등 모든 지표에서 전국 탑 10에 드는 농업도시다. 상주 전체 면적은 1천254.78㎢으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여섯 번째로 넓고, 농지면적 역시 2만4천849㏊로 전국에서 여섯 번째 규모다. 농가는 1만2천582가구로 전국에서 네 번째, 농업인구(2만6천146명)는 일곱 번째다. 상주의 감 생산량은 전국 1위며 쌀과 배, 시설오이, 양봉 등의 생산량은 경북 1위다. 현재 상주의 농특산물은 쌀, 곶감, 사과, 포도, 배, 복숭아, 오이 등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상주의 한 해 농업 총생산액만 1조원이 훌쩍 넘는다. 경북에서 농특산물 수출이 가장 많은 상주는 한국 농특산물 수출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베트남과 미국 등 30여 개 나라에 모두 372억원어치(4천564t)의 농특산물을 수출했다. 상주 농특산물 수출을 이끄는 품종은 포도(151억원·736t)와 배(111억원·3천73t)다.상주시는 농특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2017년부터 해외 주요 도시에 상주시 해외 홍보관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홍보관은 뉴질랜드, 대만, 베트남, 독일, 프랑스, 몽골, 홍콩 등 7개 국가의 10개 도시에 모두 12곳이 운영되고 있다.상주시는 2025년까지 '농산물 종합물류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각지에 흩어져있는 노후화된 도매시설을 모아 15만㎡ 규모의 자동화 종합물류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상주시는 농특산물 집하, 패키징, 공판 등 전통적인 공판장의 기능에 유통, 교육, 문화 기능까지 더할 예정이다.상주시는 매년 엄청난 규모의 농업·농촌 예산을 집행하며 농업을 지원한다. 올해 상주시의 농업·농촌 예산은 2천억원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부터 2026년까지 4년 동안 스마트 농업 육성, 농촌 소득작물 발굴, 청년농업 활성화 등에 모두 1조원이 넘는 농업·농촌 예산을 편성해 투입할 심산이다. 김영록 상주시 농업정책과장은 "기존 농업 분야별 지원사업을 보강하고 스마트 농업 등 첨단농업 육성사업을 적극 발굴해 청년 농부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농업 혁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 기자 zone5@yeongnam.com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창업보육센터 교육생들이 경영형 실습온실에서 딸기모종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면적만 42.7㏊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지능화 농장이다.실증단지와 유리온실 등을 갖춘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전경.스마트팜 혁신밸리 직원이 빅데이터관제실 상황판을 보고 있다.매년 가을이면 상주 곳곳에서 곶감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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