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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교수 "공간이 아닌 시간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비수도권에 기회"
"운동장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게 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은 더 심화할 밖에 없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공간적 기준으로는 절대 해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공간 개념이 아니라 시간을 기준으로 바꾸면 물리적 거리 제한이 사라져 비수도권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박한우 영남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위드코로나 시대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 해소 방안에 대해 "현재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공간에 기반한 것인데, 위드 코로나 시대에 시간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비수도권인 단점과 한계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말이 태어나면 제주도로,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라는 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코로나19로 화상회의, 재택근무, 사이버 쇼핑 등을 경험한 세대들은 정보의 접근과 기회가 평등하다면 물리적 위치가 활동의 제약요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를 확인한 만큼 자신의 물리적 위치가 굳이 수도권이 아니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지금 큰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 실용적인 것만 맞으면 유목민처럼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다"면서 "판교에서 톱클래스에 들어가는 이들이 대구 수성의료지구에 내려와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다. 비대면 강화가 비수도권에게 주는 기회이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대의 변화를 젊은 세대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과 테슬라는 70년대생,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80년생, '이더리움과 트론'은 90년생이 만들었고, 이런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서 "비대면 시대가 불러온 기술혁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대들이 이런 변화를 주도해나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혁신을 이뤄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또 "지자체가 나서서 젊은 세대를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지능정보 기본법'이 마련돼 있는 만큼 정보격차 해소 및 지능정보서비스 과의존(중독) 예방 등을 위해 대구시와 경북도가 조례 제정을 통해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영남대 박한우 교수.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2021.10.10
[창간76주년 기획] "위드 코로나 시대 지방이 떨고 있다"...의료 등 수도권 쏠림 심화로 격차 더 커질 것
2019년 코로나19가 덮친 이후 곳곳에서 '힘들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다행히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면서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라는 공통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치고 있지만, 결국은 각자가 서바이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양극화 심화'이다.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코로나19 이후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 요구가 커지면서 막대한 자금과 우수한 인프라, 인적자원이 몰려 있는 수도권 불랙홀은 더 거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대면 경제 전환 거센 물결 본격적 디지털 시대 진입 예고 소비 지역적 경계 파괴 가속화 모든 분야서 비대면 요구 확산 원격진료 도입 여론도 커질 듯 ◆ 커지는 비대면 요구국회미래연구원은 '세계적 감염병과 사회변화-코로나19 이후 세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이후 본격적인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가 오기 이전에 "온라인으로 해야할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굳이 만나서 해야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묻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예견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하루의 대부분을 물리적 세계가 아닌 사이버 세계에서 보내게 된다. 출근하면 각종 소셜네트워크와 메신저, 이메일로 소통한다. 아예 재택 근무로 사무실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퇴근 후에는 넷플릭스나 왓챠에 들어가 영화를 보거나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온라인 세상인 이곳에서 친구도 만나고 여가를 즐긴다. 음식은 배달앱이나 밀키트로 집안에서 해결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서비스의 요구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원격진료에 대한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가 시작된 지난해 2월 24일부터 올해 8월까지 진료 건수는 총 264만7천967건이었다. 진료비는 409억원에 달했다. 비대면 진료를 진행한 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 7만969곳 중 1만1687곳(16.5%)으로, 의료기관 6곳 중 1곳 정도이다. 수요가 확인된 만큼 원격진료에 대한 요구도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올해 초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비대면 의료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2019년 612억달러에서 오는 2027년 5천59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 블랙홀' 무한 확장온라인 인프라·자금 서울 집중대면 산업 비중 높은 대구경북경제 충격·지역 격차 확대 우려"독과점 규제처럼 균형정책 절실"◆ 기울어진 운동장 더 기울어져비대면 강화는 고착화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를 지금보다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본과 우수한 인적자원, 풍부한 인프라를 갖춘 수도권에서 진행하는 비대면, 원격서비스로 몰리게 되고, 비수도권의 관련 산업 들은 위축할 수 밖에 없다. 의료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탄희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지방환자의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료기관 이용 인원은 297만 7천명으로 2015년 268만3천명보다 29만 4천명, 10%이상 증가했다. 대구 환자 중 수도권 의료기관을 이용한 경우는 12만3천명에서 15만7천명으로 11.3%, 경북의 경우 26만2천명에서 28만8천명으로 9.9%이상 늘어났다. 또 대구 환자가 수도권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지출한 진료비는 2015년 119억원에서 2019년 194억원, 경북은 338억원에서 532억원으로 5년간 각각 63%와 57% 늘어났다.<그래프 참조> 대구·경북의 경우 수도권 진료를 위해 2시간 가량 이동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매년 진료 인원과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격진료가 본격화하면 거리제약이 없어져 수도권 쏠림 현상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대구시의사회 민복기 부회장은 "아무런 준비없이 원격진료를 허용하게 되면 의료 수요가 수도권을 몰릴 것이다. 비수도권은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다"라며 "진료의 기본 원칙은 대면 진료이고,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정부가 환자 편의성과 경제성을 내세우며 비대면 진료를 추진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경제적 충격도 커질 전망코로나19로 대구 등 비수도권이 받은 경제적 충격이 가뜩이나 큰 상황인데,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면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이 올해 1분기까지 지역내 총생산(GRDP) 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대구 GRDP성장률은 -5.2%를 기록한 반면 서울과 경기는 각각 -1.9%와 -0.6%를 기록했다. GRDP성장률이 감소한 것은 지역별 코로나 발병률과는 상관관계가 매우 낮았다. 오히려 산업구조 차이, 즉 코로나19로 충격을 많이 받게 되는 대면 서비스과 상관이 있었다. 대면 서비스 산업의 지역별 경상GRDP 내 비중을 보면, 대구는 10.4%로, 서울(8.9%)과 경기(7.8%)보다 높았다. 비대면이 확산하면 대구가 받을 충격이 서울과 경기보다 더 큰 구조인 셈이다. 권업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는 "대면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지역을 찾게 되는 경우가 생기지만, 비대면사회가 되면 아예 안 올 수도 있어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다. 포털이나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선점해 우위를 가진 것처럼, 기득권을 가진 서울 등 수도권이 전체를 다 가져가는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독과점 기업에 대해 규제를 하는 것처럼, 비대면 시대에 맞게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정상적인 경쟁이 가능하도록 중앙정부가 정책 균형감각을 갖추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지난 10일 오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가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대구경북 대선공약 시민이 나선다 .1] "수도권 권력다툼만 혈안...외면당한 비수도권 이대론 안돼"
"4차산업혁명 조류 활용, 지역혁신-발전의 기폭제 삼아야" "지방침체-위기극복 밑그림 제시 '게임제인저' 만들 기회" 6·10항쟁을 거쳐 헌법개정을 이루어 내고 국민들의 직접 투표로 대통령 선거를 선출했을 때 국민들은 행복한 미래,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현실화될 것으로 생각했다. 해방 후 국가형성기를 거쳐 산업화를 이루고 마지막 남은 과제였던 민주화를 성취함으로써 건전하고 행복한 사회가 형성돼 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많은 진전을 이뤘다. 권위적인 국가공권력 행사는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며, 정치권력의 분산과 지방자치제가 진행됐다. 불필요한 사회적 규제가 차츰 자취를 감추고 일상생활에서 국민들은 한층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부당한 차별도 하나둘씩 개선되면서 다수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느꼈다. 민주사회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보험과 국민건강보험 확대로 본격적인 복지국가의 기틀도 잡아가기 시작했다. 산업화와 민주화로 급성장한 중산층은 대한민국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끄는 중추적인 힘이 됐다. 그러나 민주화 30여년이 지난 지금, 장밋빛 전망은 색이 많이 바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화의 상징인 대통령 직선제가 결과적으로 지방침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으면 그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이루고, 건전한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펴고,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키고, 사회적 차별이 없어지는 행복한 사회로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5년 마다 정치권력이 교체되면서 여야 간 권력투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국민들을 권력투쟁의 도구화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정치적 이득(권력장악)을 위해 국민통합이 아닌 국론분열에 국민들은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정치권력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면서 권력분산을 통한 권력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은 무너졌고, 정치권력은 점점 더 큰 권력을 탐하는 상황이 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권력 다툼이 벌어지면서 정치권력의 지방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그만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관심도 형식에 그치고 있다. ◆지방침체 가속민주화 이후 일곱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렀지만 지방은 더 침체됐다. 민주나 반민주, 지역갈등 구도 등의 프레임에 갖혀 투표를 한 결과다. 대통령 후보가 내세우는 지역공약이 얼마나 실현가능하고 지역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꼼곰히 따져봐야 되는 데 그렇지 못했다. 지역사회에서 후보 면면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실제 지역발전을 위한 실현가능한 공약을 개발하고 이를 후보가 채택하도록 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지역 인사가 특정 캠프에서 활동하면서도 지역공약 발굴을 주변 몇몇 전문가에게 의존하거나 개인적인 관심사를 반영하기도 해 지역발전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있었다. 한마디로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지만 전국적 프레임에 말려들어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발굴과 이를 대선 공약화 하는데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매번 대통령 선거를 이렇게 치른 탓에 대통령 선거에서 지방 공약은 형식적이거나 액세서리에 정도에 그친 것이다. 지역민들이 자기 지역의 공약에 큰 관심을 두지 않으니 대선 후보는 지역공약은 대충대충하고 인기있는 말만하면 됐다. 대통령 후보에게는 선거과정이 지방을 방문하고 지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이를 지역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정서적으로 가까운 후보에게 이유불문 지지표를 보내고 당선되면 '알아서 하겠지'라는 기대감을 가졌으나 결과는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구조적 모순의 확대다. 민주화의 과실을 골고루 나눠가져야 하는데 지방은 철저히 소외되면서 점점 어려운 환경이 돼가고 있다. ◆ 수도권 일극주의더 큰 문제는 불평등의 가속화다. 대한민국 건전성의 상징이었던 중산층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으며, 불평등은 심화 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확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심화, 개인 간 소득격차가 확대되면서 중산층의 몰락과 빈부격차의 가속화 등 경제사회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민주화 이후 많은 분야에서 격차가 확대되고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수도권 집중이 큰 요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초기 절대적으로 부족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특정지역, 특정산업에 편중된 지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지역이 바로 수도권이다. 그러나 보니 모든 게 서울로 집중됐다. 서울공화국의 탄생배경이다. 지금은 서울공화국을 넘어 경기와 인천을 아우르는 수도권공화국이 됐다. 수도권은 모든 것을 다 가졌다. 국민의 50% 이상이 몰려있고, 1천대 대기업 가운데 753개 기업 본사가 서울에 있다. 수도권이 우리나라 신용카드 사용액의 72.1%를 차지하고 있다. 1천대 기업 매출의 86.3%가 수도권에서 발생한다. 비수도권을 다 합쳐도 수도권 보다 땅이 넓은 것 외에 비중이 높은 것은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나머지는 지방'이라는 양극화 국가가 돼버린 것이다. 그 요인은 무늬에 그친 분권 때문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와 수도권은 여전히 막강한 자원배분권을 가지고 수도권에 우선 배분한 뒤 나머지를 지방에 시혜를 주듯 나누어 주고 있다. 민주화와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자원배분 권한은 여전히 수도권·중앙권력이 잡고 있는 것이다. 선거를 통한 공약이 실질적으로 자원배분 정책으로 나타나는 데 민주화 이후에도 압도적으로 많은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 지방침체의 근본 원인인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역에서는 이런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마련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역 연고를 가진 대통령을 많이 배출했지만 그 이후 돌아온 과실은 크지 않았다. 막연히 '알아서 잘 해주겠지'라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과실을 얻지는 못했다. 갈수록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 체인저-4차 산업혁명대전환의 시대다. 혁신의 시대다. 디지털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물결이 인류의 삶을 근본부터 바꾸어갈 태세다. 전통적인 산업발전 방식은 허물고지고 있다. 기술발전은 지구촌의 물리적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지구 한 모퉁이의 사건이 인류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을 만큼 지구촌은 이제 단일 생활권이 됐다. 기술적 진보는 현실세계와 가상공간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 시대의 문턱에서 대구경북은 이런 전혀 낮선 미래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내년 선거는 역대 대통령 선거처럼 과거청산에 머물러 있거나 진영싸움으로 흘려보낼 선거가 아닌 것이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미래를 그리고 그 미래를 구체화하기 위한 설계(정책)의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중요한 선거인 것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지역이 머리를 맞대고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지역혁신을 위한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침체와 여러 부작용을 4차 산업혁명 조류를 활용해 지역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내년 대선을 지역발전의 기폭제로 삼기 위한 전략적 고민을 해야할 시기인 것이다. 시도민들도 후보들의 우리지역 공약을 찬찬히 살펴보고 후보를 택하는 성숙성을 보여야 할 때다.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지난 2017년 대선 때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열린 '2017 대선 주권자대구행동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적폐청산과 국가기구 개혁, 새로운 대구 건설을 위한 시민들의 요구를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영남일보DB
[창간 76주년 기획] 안동,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 바이오산업 새로운 캐시카우 된 대마
대마는 그동안 '마약류'란 인식때문에 활용이 극도로 제한돼왔다. 앞으론 대마 대신 '헴프(Hemp)'란 말이 더 입에 착착 붙을 것 같다. 경북도가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캐시카우 (Cash Cow·수익창출원)로 점찍고, 집중 육성하기로 해서다. 정부도 안동을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 관련 산업화의 길을 열어줬다. ◆70년간 법으로 제한, 활용 억제돼 온 헴프가 꿈틀 대마는 칸나비디올 (CBD) 와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성분 함유량에 따라 '헴프'와 '마리화나'로 구분된다. 헴프는 환각성분이 있는 THC함유량이 0.3% 이하인 것을 일컫는다. 헴프에서 비 환각성 성분인 CBD를 추출하는 게 핵심 공정이다. CBD는 인간의 정신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거의 없어 의료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고순도의 CBD는 근육경련 완화, 폐 및 호흡 능력 향상, 희귀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 자연히 해외에선 기능성 의약품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 자가치료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수입이 허용된 에피디올렉스(간질 치료제)는 이미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고가(100㎖ 1병 당 160만 원)에 수입하는 실정이다. 수입대체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 대표적인 대마 산지인 경북(안동)은 헴프를 신(新) 바이오 소재로 전환하면 활용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도 그럴것이 국내에선 의료·학술연구 목적의 대마 수입 및 매매만 허용한다. 여태껏 의약품 원료가 되는 헴프 잎 및 미수정 암꽃은 모두 소각했다. 자연히 헴프를 재배해서 여기서 의약품 원료가 되는 CBD를 추출, 대마의 의료적 목적이 합법화된 해외국가에 수출하는 길이 막혀 있다. 70년 넘게 마약류관리법에서 활용을 금지해온 헴프를 의료용 목적으로 합법화시키는 작업이 시급하다. 미국·캐나다·독일·우루과이 등 세계 56개국에서 CBD 성분이 든 의약품 활용을 합법화하고 있다. ◆헴프 관련 법 개정·산업화 키(Key) 동시 확보를 안동이 헴프를 의료 산업용으로 발전시키는 걸림돌을 제거하면 도시 위상은 확 달라질 수 있다. 절호의 기회는 왔다. 안동은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안동시 임하면· 풍산읍 일대 등 6개 구역 37만㎡(11만 평)에서 2024년까지 22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헴프 산업화를 실증사업(사업비 380억 원)이 대대적으로 진행된다. △CBD 추출목적의 대마 재배 (스마트 팜 형태)△ 헴프 잎 또는 미수정 암꽃의 폐기대상 제외△원료의약품 및 의료목적 제품 제조·매매·수출 허용 △블록체인 기반의 전(全)주기 이력 관리가 핵심 실증분야다. 이와 관련 한국콜마<주>·<주>유한건강생활·교촌에프앤비·동국제약 등 유력 기업들이 특구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이 기술적 제언을 전담한다. 관건은 특구 사업 기간 내 실증사업이 실효를 거둬 법 개정으로 빨리 이어지게 해야 한다. 다양한 성과를 내 대마를 무조건 마약으로 인식하는 국민의식부터 바꿔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규제자유특구 사업 종료 후 원하는 '특화산업단지' 조성 및 해외 수출길이 활짝 열린다. CBD의약품 글로벌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다. 2018년 134억 달러에서 2024년엔 444억 달러까지 시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최근엔 과자·식용유 등 식품업계까지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헴프를 통해 농업에 새 돌파구 찾기도 의식해야 하는 경북은 책임이 막중하다. 자칫 헴프 실증사업이 순탄치 않으면 CBD의약품 관련 세계시장 진출도 늦어진다. 우리나라가 중국·이스라엘 등 해외시장에 종속될 우려도 있다. 실제 중국의 경우 윈난성 일대에 대규모 대마 특구로 운영 중이다. 중국은 CBD 추출기술을 포함해 대마 관련 세계 특허의 50%를 갖고 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에 조성된 헴프 재배단지 전경.
[창간 76주년 기획] 안동서 내년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 생산, 백신산업 메카로 우뚝 선다
지방소멸 위기속에서 그나마 대구·경북이 백년대계를 기약하며 미래 도시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선 역시나 특화된 신산업 경쟁력 확보가 그 구심이 될 수밖에 없다. 활용가능한 기존 자원을 잘 발굴해 수익 창출과 연결하는 고리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구는 서비스 로봇과 물 분야를 신산업 분야로 점찍었다. 경북은 헴프·백신·스마트 그린 물류·차세대 배터리·소형모듈원자로(SMR)'식용곤충 분야를 집중 육성할 신산업 목록에 포함시켰다. 정부도 관심을 갖고 지원할 태세다. 일종의 신산업 육성 선점권을 준 셈이다. 지역사회에서 이 기회를 잘 활용,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도시 위상 제고 및 인구 유입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이에 영남일보는 시리즈를 통해 지역 신산업의 가능성과 경쟁력을 살펴본다. 코로나 19사태로 큰 고초를 겪은 경북이 전화위복(轉禍爲福)차원에서 백신산업 육성 쪽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글로벌 백신기업인 SK 바이오 사이언스가 안동에 굳건히 무게 중심을 잡고 있고, 내년부터 국립 백신 산업 전문인력 양성센터·국가 백신은행도 구축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등 대규모 감염병 확산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추면서 확실한 바이오 산업 엔진을 장착하게 됐다. ◆백신 산업 안착 주춧돌 SK바이오 사이언스 바이오산업 불모지인 경북이 백신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2년 12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북 바이오산업단지(안동)에 둥지를 트면서부터다. 안동공장에는 임직원 600여 명이 근무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2천 285억 원. 경북도가 백신산업 육성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것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 19사태와 관련,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등 코로나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생산하면서다. 지난 6월 21일에는 바이오 2산단에 오는 2024년까지 9만9천여 ㎡(3만 평) 부지에 1천500억 원 상당의 백신공장(L하우스)을 증설하기로 했다. 세포 및 세균 배양·유전자 재조합·단백 접합 등 백신관련 설비를 추가로 확보하기로 한 것. mRNA·차세대 세포 유전자 치료제 핵심원료(Viral vector)등 신규 플랫폼 시설도 갖춘다. 늘어난 백신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내년 상반기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투자를 받아 국내 1호 코로나 백신(GBP 510)도 내놓는다. 안동이 백신 생산기지로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우스갯소리지만 SK바이오 사이언스 안동공장에 안동과학대 등 지역인재들이 대거 입사하면서 인근 도청 신도시 경기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풍부한 인프라를 통한 백신산업 클러스터 형성 안동 등을 중심으로 백신 관련 추가 인프라도 점점 풍성해지고 있다. 내년에 안동에는 굵직한 2개의 백신 관련 국가시설이 새로 들어선다. 먼저 국립 백신산업 전문인력 양성센터가 구축된다. 코로나 등 신종감염병 대응 수요가 늘어나면서 현장·실무형 백신생산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북도가 요청했고, 정부가 수용했다. 이 센터는 백신 임상용 시료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안동에 건립된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1천29억 원)안에 구축한다. 국비 105억 원을 포함, 총사업비는 240억 원이다. 교육시설, 생활관, 산·학·연 연계 인턴십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매년 120명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국가 백신은행(바이오 산단 내·164억원 )도 세워진다.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비상용 백신 비축 시스템이 안동에 들어서는 것이다. 백신 긴급 생산 및 비축을 위한 연구개발 시설, 기술적 경험 공유 및 인적교류 등 관련 인프라가 안동에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SK바이오 사이언스·SK플라즈마·국제백신연구소(IVI) 안동분원 (2016년 개원) 등이 대표적인 기존 백신 인프라다. 도는 여세를 몰아 장기과제로 '바이오 백신 벤처캠퍼스'도 조성할 계획이다. 백신관련 창업기업을 직접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벤처기업 입주공간, 공동 연구 및 실험실, 청년 주택 등의 인프라를 마련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해놨다. 내년 9월 준공 예정인 백신상용화기술지원센터(안동 바이오 산단 내·278억원 )도 든든한 지원시설이다. 임상 전(前) 단계까지의 연구개발 및 기술을 백신기업에 지원하기 위한 시설이다. 의성군(의성읍 철파리 일원)은 바이오밸리 산단을 조성해 세포 배양관련 기업들을 대거 집적시킬 계획이다. 경북도는 이미 관련 기업들을 지원할 센터(90억원)건립에 착수했다. 현재 전량 해외수입하고 있는 배양액 시장 선점도 조만간 가시권에 들어올 전망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안동바이오산단에 위치한 글로벌 백신산업 관련 앵커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창간 76주년 기획] 구상, 장덕조,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6.25전쟁의 포화 속에 영남일보와 함께한 사람들
펜으로 뜻을 펼쳐낼 분출구가 많지 않았던 시절, 영남일보는 뜻과 재능을 갖춘 지식인들의 둥지였다. 한국문단의 거목 시인 구상은 주필 겸 편집국장을 지냈고, 여성 종군기자 장덕조는 문화부장으로 일했다.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등 청록파 시인들과 김동리, 정비석 등 소설가들도 영남일보와 인연을 맺고 한 시대를 기록했다. ▶구상(주필 겸 편집국장)국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프랑스에서 선정한 '세계 200대 문인'에 뽑혔고 1999년과 2000년에는 노벨문학상 본심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 시단에서 그의 족적은 지금도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시인이기 전에 그는 강직한 언론인이었다. 6·25전쟁 때는 국방부 기관지 승리일보의 주간으로 일하며 종군작가단을 이끌었다. 특히 그가 1·4후퇴 직후, 피란보따리를 푼 곳이 영남일보였다. 당시 그는 고현잡화(考現雜話), 각설일필(却說一筆) 등 영남일보의 고정 칼럼난에 기명기사를 쓰며 시대의 참상을 증언했다. 이후 영남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맡아, 독재성을 드러낸 이승만 정권에 대한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기관원들이 그의 집에 난입해 권총을 겨누며 압박하기도 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1953년에는 영남일보에 쓴 원고를 엮어 발간한 사 회평론집 '민주고발'로 인해 필화(筆禍)를 겪어야 했고, 결국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장덕조(문화부장)경북 최초의 여기자이자, 6·25전쟁을 취재한 유일한 여성 종군기자다. 장덕조가 영남일보와 인연을 맺은 것은 6·25전쟁 때문이었다. 전쟁이 일어나자 홀로 어린 7남매를 이끌고 대구로 내려왔다. 그가 대구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영남일보는 '장덕조를 찾는다'는 광고를 내 수소문했다. 변변한 옷 한 벌이 없던 장덕조는 소설가 최정희에게 새 저고리를 빌려 입고 영남일보로 향했다. 당시 사장이었던 김영보는 문화부장 자리를 맡겼다. 영남일보 기자가 된 장덕조는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1인 5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문화부장이면서 사회면 기사도 썼다. 사설도 썼다. 지방신문의 사 투리를 바로잡겠다면서 정치면과 사회면의 교정까지 보았다. 장덕조는 훗날 회고록에서 "나는 영남일보 시절을 한평생 잊을 수 없다. 그 좋은 인심, 그 같은 세상이 다시 이 지상에 구현될 날이 있을까"라며 솟구치는 그리움을 고백했다. ▶청록파 시인 등 한국문단의 거목들영남일보는 6·25전쟁 중 대구에 둥지를 튼 문인들의 사랑방이었다. 청록파 시인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을 비롯해 정비석, 마해송, 김팔봉, 김소운, 최정희, 최인욱, 최태응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신문사에 북적였다. 영남일보는 문인들에게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을 아낌없이 제공했다. 당시 영남일보는 전쟁 중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발행된 전국유일의 신문이었다. 마땅히 작품을 발표할 매체가 없었던 문인들에게는 오아시스나 다름없었다. 수많은 작품이 이 시절 쏟아졌고, 전선문학은 영남일보를 통해 전성기를 맞았다. 청록파 시인들은 시는 물론 수필과 비평을 수시로 지면에 발표했고, 소설가 김동리는 '스딸린의 노쇠(老衰)'를 연재하기도 했다. 육군종군작가단으로 활동하던 정비석이 영남일보에 연재한 '여성전선(女性戰線)'은 연재 도중 영화화하기로 결정되었고, 전쟁 이후인 1957년 김기영 감독에 의해 실제 영화로 제작됐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구상장덕조박목월조지훈박두진김동리
2021.10.09
[창간 76주년 기획] 광복의 환희 담긴 창간, '4·19' 민주정신 담긴 복간..."사람과 지역의 가치 드높이는 영남일보가 되겠습니다"
광복 직후 대구·경북은 제대로된 우리 신문이 없었다. 당시 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은 일본인에 의한 일본어 신문인 '대구일일신문'이 전부였다. 신문 발행에 필요한 우리말 활자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45년 9월 조선상공신문 경북지사장이던 한응렬은 '우리' 신문 창간에 나섰다. 마침내 그해 10월11일 13명의 동인은 아트지에 인쇄된 타블로이드판 2면짜리 창간호 300부를 발행했다. 우리말로 된 우리 신문, 바로 '영남일보'였다. '신문다운 신문을 발행하겠다'는 간절한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영남일보는 광복의 결실이었다. 광복을 기다리는 뜨거운 목마름은 영남일보를 탄생시킨 배경이었다. 서구 열강의 개입과 좌·우 이념의 대립이 극심하던 시절, '우리 힘으로 만든 우리 고장 신문'이었다. 한응렬을 비롯한 13명의 동인이 뜻을 모아 창간한 '광복 이후 지역 최초의 순수 민간지'였다. 창간 이래 영남일보는 환희와 질곡의 역사를 거치며 독자와 함께했다. 신군부에 의한 강제폐간과 가슴 떨리는 복간을 순간을 거치기도 했다. 영욕의 76년, 그 숱한 세월 동안 독자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올곧게 지켜온 '영남일보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창간사에 깃든 영남일보 정신'일본제국주의 압정하에 충식(蟲息)의 생명을 계속하려고(중략) 익찬총독정치 (翼贊總督政治)에 주구적(走狗的) 행동과 함께 필첨(筆尖)으로서 동포대중을 위만(僞瞞)하며...' 1945년 10월11자 영남일보 창간사는 '통렬한 고백과 반성'이었다. 기실 영남일보 창간 주역들은 일제강점기를 거친 언론인이었다. 그들에게 광복은 '우리 말로 된 우리신문'을 만들 수 있다는 간절한 꿈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일제 치하의 기자'였던 과거 행적은 치욕스럽고 죄스러웠다. 서슬 퍼런 검열 앞에 총독정치의 입이 되어 동포를 거짓으로 속인 것이 한스러웠다. 고백해야 했다.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드러내 속죄해야 했다. 영남일보 창간사는 그렇게 통렬한 고백으로 시작됐다. 창간 주역들은 '아름다운 우리 동포의 민족성을 해독(害毒)으로서, 전파(傳播)식힌, 미균제조자(微菌製造者)의 일역(一役)을 감히 행한' 그들의 잘못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일제강점기의 과거 행적을 고백하며 창간한 신문은 당시 영남일보가 거의 유일했다. 대다수가 과거의 행적을 숨기고 변명하며 더러는 미화하기에 급급했다. 민족지를 표방하며 창간한 여타 신문들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영남일보 창간사는 독자 앞에 속죄하며 바로 서겠다는 '양심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통렬한 고백 이후에는 '눈물의 반성'으로 이어졌다.'우리 과거 신문인(新聞人)의 죄상(罪狀)은 양심적으로 삼천만동포 앞에 업대여 엇뜨한 규탄(糾彈)과, 질책(叱責)을 바들 용의가 잇슴을 여기에서 참홰의 눈물을 머금고 새삼스럽게 맹서하야 두는 바임이다.' 그러면서 '진실한 보도전사'로 거듭 날 것을 독자 앞에 다짐했다.'당파와 알력을 초월하고, 삼천만동포에게 진실한 보도전사(報道戰士)가, 되려고 하는 바임이다.' 창간사를 가득 채운 '고백과 반성'. 그것은 결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영남일보의 영원한 정신이다. 76년 역사를 이어 온 영남일보의 근간이기도 하다. 6·25전쟁 중 전국에서 유일하게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을 발행한 원동력이었고, 1976년 1월13일 지방지 최초로 지령 1만 호를 발행하며 한국 언론사에 새로운 역사를 남길 수 있었던 힘이었다.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영남일보의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과오와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에 극히 인색한 이 시대의 대한민국 언론에 던지는 화두이다. ◆ 복간사에 담은 영남일보 정신창간 이래 영남일보는 광복의 희열과 전쟁의 참상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촛불혁명까지, 환희와 질곡의 역사를 담담히 기록하며 독자와 함께했다. 하지만 그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가혹한 시대와 맞서야 했고, 독재와 폭거의 시대를 헤쳐나와야 했다. 무엇보다 절필의 순간을 감내해야 했다. 영남일보는 1980년 11월25일 신군부의 폭거에 의해 강제폐간되고 말았다. 하지만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복간의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마침내 1989년 4월19일, 영남일보는 복간호를 내며 독자 곁으로 돌아왔다. 복간일을 '4월19일'로 정한 이유는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드높인 '4·19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였다. 복간사에서 영남일보는 '우리시대사의 민족적 민주적 자각과 부활의 한 출발점이었던 4·19를 기해 재탄생한다'고 천명하며 '민주화의 완전 실현'을 거듭 다짐했다. 창간 이래 지역과 민족, 그리고 민주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았던 영남일보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의미였다.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권력에 대해서는 추상같은 회초리를 들겠다는 영남일보의 선언이기도 했다. 특히 복간사에서 '순수하고 올바른 향토신문으로서 향토공동체와 민주·통일·지방화를 위한 공기로서 당당하고 친근하며, 그래서 위대하고 순정한 영남일보를 만들어 갈 것'을 독자들에게 엄숙하게 밝혔다. 민주와 자유의 가치를 드높인 '4·19정신'은 '영남일보의 복간 정신'이면서, 76년간 여전히 쉬지 않고 달려온 영남일보의 지향점이다. ◆ 다시한번 고백과 반성을 하며…영남일보는 창간 76주년을 맞으며 다시 한번 '고백하고 반성'한다. 뜨거웠던 가슴은 식고, 초심이 바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독자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오만함이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인식과 사고에 이끼가 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잘못도 시인한다. 언론 환경이 급변하면서 신문의 정체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책임도 무겁게 받아들인다. 영남일보가 조금 더 잘하고 열심히 했다면 지방시대가 더 빨리 우리 곁에 왔을 것인데, 그렇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 창간 76주년을 맞은 오늘, 영남일보는 다시 한번 창간과 복간사에 새긴 정신을 되새긴다. 무디어진 펜을 날카롭게 벼리고, 사람과 지역의 가치를 드높이는 영남일보가 될 것을 독자께 약속드린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영남일보 창간호영남일보 복간호
[창간 76주년 기획-영남일보 희망인재 프로젝트] 키다리 아저씨가 선물한 해외여행...대구경북 인재들 '희망의 나래'
희망인재 장학생-대학생 멘토 활동 우수자에 해외탐방 기회항공-숙박 모든 경비 익명후원미국 유럽 다녀온 후 꿈 품게 돼올해 코로나 위로하는 활동도 영남일보가 사회공헌 사업인 '희망인재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인재 양성에 다시한번 박차를 가한다. 2013년부터 운영 중인 희망인재 프로젝트를 통해 '나눔의 선순환 구조'라는 핵심 목표를 실현한 데 이어 지역 인재를 세계와 연결하는 '희망나래'를 통해 또 다른 나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 희망나래란…희망인재 프로젝트 속 활동영남일보는 희망인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구·경북 지역 출신 대학생 멘토 및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 탐방 프로그램인 '희망나래'를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희망나래는 프로젝트의 활동 우수자들을 선발, 해외 활동의 기회를 주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단순 문화탐방이 아닌 해외 속 대구·경북 기업 현장 방문 및 해외 유수 탐방, 현지 대학생·외교관·언론인 만남 등으로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희망나래는 희망인재 프로젝트의 가치를 이어받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대한 열정이 높은 지역 인재들을 지원하는 희망인재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희망나래도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으나 대부분 '해외 방문'이라는 기회 자체를 갖지 못했던 학생들이 대거 선발됐다. 실제로 20여명의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해외여행 경험이 전무해 신규로 여권을 발급 받아야 했다. 희망나래는 영남일보와 익명의 기부자인 '키다리아저씨'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즉,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지역 인재들을 지원하고 그 길을 영남일보가 여는 것이다. 실제로 희망나래의 항공료와 숙박·체류비 등 모든 경비는 익명의 키다리아저씨의 후원으로 이뤄진다.지난 기수 모두 의사·변호사·서문시장 상인 등 대구지역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키다리아저씨들이 십시일반 경비를 지원했다. 한 경북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는 매년 영남일보에 연락을 해 후원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한 의사단체는 화환 대신 모은 성금을 여행경비로 내놓기도 했다. 또 한 기업인은 학생들을 위한 단체복을 지원했고, 서울의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로고 제작 및 현수막을 제작해 매년 전달하고 있다. ◆5번 동안 세계 각국 다닌 희망나래…학생들도 변화하는 모습 보여영남일보가 꾸준히 이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참여자들의 변화 때문이다. 대학생 멘토들과 장학생들에게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참여자들이 우수한 성과를 낸 것이다. 교사를 꿈꿨던 경북대의 한 학생은 실제로 대학생 멘토단으로 참가해 미국을 방문 후 유학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됐다. 이후 헝가리와 미국 등에서 '교환학생'을 다녀와 지금은 해외 취업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유럽을 다녀온 한 고등학생의 경우 희망나래 해외 대학 탐방이 계기가 돼 보다 적극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으며, 중위권 성적을 극복하고 서울 명문대 입학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희망나래를 다녀온 후 로스쿨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최근 후원처를 찾고 있던 기업과 희망인재 프로젝트를 연결해 5천만원 상당의 생리대 후원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역 사회의 지원을 통해 성장한 참가자들이 이를 기억하고 다시 지역에 나눔을 행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희망나래는 희망인재 프로젝트가 나아가야 할 길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동안 1기는 중국 산업현장 탐방, 2기는 아이비리그 대학 및 미국 대선 취재, 3~4기는 유럽 각국에서 참가자들의 꿈을 위한 여정에 목표를 뒀다. 5기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이 같은 과정들을 통해 희망나래는 희망인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기폭제가 됐다. ◆코로나를 극복하고 세계로 나가는 희망나래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는 희망인재 프로젝트 대부분 활동이 비대면으로 이뤄졌고, 희망나래는 진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희망나래는 2021년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활동 재개를 목표로 '6기' 활동을 준비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탐방 보다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 즉 '선순환 실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 우려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해외 봉사와 같은 활동을 지역 대학생들이 대신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역 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은 학생들이 세계로 나가 나눔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때문에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높은 의지로 참여 학생 선발도 완료했으며 이들은 백신 접종 및 활동 준비를 마치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들이 준비하는 것이 지역 사회를 위한 것이어서 더욱 뜻 깊다. 최근 이뤄지고 있는 지역 및 국가에 대한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참전용사 지원' 등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이를 위해 유력 시민단체 및 기관과의 협력도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5기와 마찬가지로 유튜브 활동을 통해 별도의 콘텐츠도 제작할 예정이다. 6기의 한 참여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모든 대외 활동이 멈췄는데 희망나래 활동으로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것 같이 반가웠다"며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 지역 사회의 도움으로 진행되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것"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영남일보 '희망나래 2기' 학생들이 미국에서 현지인 취재를 하고 있다. 영남일보DB영남일보 '희망인재 프로젝트' 로고와 '희망나래' 로고. 영남일보DB영남일보 희망나래 5기 유튜브 영상 포스터영남일보 희망나래 3기 학생들이 인천공항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DB
[창간 76주년 기획]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뉴스다' 시민들이 만드는 지면 '동네뉴스' 지역뉴스의 나아갈 길 제시
창간 76주년을 맞은 영남일보는 그동안 지역사회 혁신을 위해 앞장서 왔다. 대구경북 시·도민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지역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76년이라는 짧지 않은 여정에서 늘 언론혁신에 앞장서 왔으며 언론의 지역사회공헌 역할도 충실히 이행해 왔다. 그 가운데에서도 동네기자와 시민기자를 통한 지역밀착형 기사발굴은 영남일보가 우리나라 언론사 최초로 도입한 혁신적이 제도이다. 기자들이 출입처 중심의 취재 관행을 과감히 탈피해 지역민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와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발품을 판 기사를 시·도민들과 공유하면서 지역 사랑과 지역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언론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영남일보 동네기자제와 시민기자제는 지역 언론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전국 일간지 최초 동네기자제도 수도권 일극주의(一克主義)가 가속화 되고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지방신문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수도권 집중은 상대적으로 지방에 대한 침체로 이어지고 있으며,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종이신문의 종말을 예고하는 성급한 전망도 힘을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흐름을 일찌감치 주시한 영남일보는 지역밀착 강화가 지역신문의 미래라는 판단을 내리고 2006년 12월 전국 일간지 최초로 동네기자제를 도입했다. 동네기자는 기자들이 기존 본연의 임무(취재·사진·편집)를 수행하면서 대구지역 8개 구·군의 몇 개 동네를 추가적인 출입처로 해서 취재와 보도를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대구시청 출입기자가 대구 중구에 있는 몇 개 동네에서 일어나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 동네 단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일들을 취재·보도하는 것이다. 동네기자제 도입은 당시 자금력을 앞세운 중앙지의 무차별적인 지방공략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취재시스템으로 지역민들에게 영남일보의 가치를 알리고 지방지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한 역사적인 전환점이 됐다. 기자들 또한 낮은 자세로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한 층 성숙한 기자로 발전해 가는 계기가 됐다. 출범 당시 약 20명의 편집국 기자가 동네기자로 활동했으며, 출범 2개월 후인 2007년 2월28일 동네기자들이 만든 지면인 '동네늬우스'가 역사적인 첫 선을 보였다. 친숙하고 촌스러워야 독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지면 헤드를 '동네늬우스'(현재 동네뉴스)로 정했다. 당초 격주 1회 발행하다가 현재는 매주 1회 광고없는 전면 발행으로 확대됐다. 편집국 기자가 추가 취재 활동 '동네 늬우스'로 첫 지면 선보여 9개월 후 16명의 시민기자 출범 구석구석 누비며 휴먼스토리 발굴 발품 판 기사 시도민과 공유하며 지역사랑 실천…언론혁신 노력 ◆ 혁신적인 시민기자제도신문기사는 편집국 기자만이 쓸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무너트린 영남일보 시민기자제는 2007년 9월 도입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터넷 신문 등에서 시민기자제를 도입하고 있었지만 기존 종이 신문사가 이런 제도를 도입한 것은 한국 언론사에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2007년9월19일 모두 16명의 시민이 제1기 영남일보 시민기자로 출발했다. 이들은 '영남일보 시민기자'라는 명함을 갖고 취재한 기사를 신문 지면에 보도했다. 당시 1기 시민기자들은 주부, NIE강사, 대학 직원, 공무원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2021년 10월 현재 시민기자는 모두 28명으로 구성돼 있다. 15년전 1기부터 최근에 시민기자가 된 신입까지 젊은층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연령대 폭이 넓고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어 취재영역이 매우 넓은 것이 특징이다. 영남일보 시민기자는 지역사회와 지역언론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쌍방향 뉴스 제작 실현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지역 공동체 복원과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상호작용적 공공저널리즘을 구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멘토와 멘티약 9개월간의 차이를 두고 탄생한 동네기자와 시민기자는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성격을 지닌다. 편집국 기자와 시민기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지역 주민의 휴먼 스토리와 동네뉴스를 취재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역할을 한다. 영남일보는 동네기자와 시민기자 간 역할을 조정해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멘토(동네기자)-멘티(시민기자) 관계를 구축했다. 시민기자들은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쳐 전문교육기관에서 바람직한 시민기자의 역할, 취재 및 기사작성법 등을 배웠지만 짧은 시간에 취재와 기사작성을 익히기는 어려운만큼 멘토 기자들이 1대 1로 시민기자를 전담해 개인지도 하고 있다. 멘토 동네기자는 취재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취재 대상 섭외, 취재 예의, 취재 기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시민기자에게 도움을 주고 기사가 작성되면 첫 데스킹을 해서 지면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시민기자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세미나 등을 통해 뉴미디어 등장에 따른 지방신문의 역할 모색, 지역현안 공유, 스마트폰 활용법, 유튜브 제작 기법 등을 주제로 교육과 토론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시민기자와 동네기자들은 또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시민기자들이 멘토기자에게 매번 도움만 받는 것은 아니다. 영남일보가 주도적으로 제기해 성사된 대구공항(K-2공군부대) 이전 문제는 동네기자가 멘티 시민기자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단초가 됐다. 영남일보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K-2이전 문제가 대선공약으로 채택되고, 궁극적으로 지난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입지가 선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동네뉴스면 정착영남일보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상호작용과 쌍방향성 공론의 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동네기자 및 시민기자제도는 우리나라 언론계 발전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007년 2월 28일 전국 일간지 최초로 동네기자 기사로 한 면을 채운 '동네늬우스' 1호가 선보이후 '동네뉴스'는 지금까지 매주 수요일 어김없이 독자를 찾아가고 있다. 초기 동네기자 기사가 중심을 이루던 동네늬우스 지면은 시민기자가 참여하면서 동네기자와 시민기자가 함께 꾸미는 지면으로 발전했다. 이후 시민기자들의 역량이 좋아지면서 지금은 시민기자들 기사만으로 지면을 구성하고 있다. 매주 광고없는 전면 1면을 발행하는 데 편집국 기자들이 소홀하거나 커버하기 어려운 영역을 잘 매워주고 있다. 동네뉴스면은 시민기자들이 동네와 이웃들의 삶 속으로 취재에 나서면서 독자친화형, 지역밀착형 뉴스 개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신문으로서 지역밀착형 기사 비중을 높이는 데 시민기자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15년 이라는 짧지않은 기간 동안 동네뉴스가 자리잡으면서 동네뉴스만의 고정 독자층이 생겨날 정도로 동네뉴스는 영남일보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시민기자들의 역량이 축적되면서 시민기자들의 기사는 이제 동네뉴스면에 한정되지 않는다. 취재역량과 기사작성 솜씨가 일반 기자 못지 않을 정도로 향상되면서 시민기자의 글이 1면 톱을 장식하고, 시민기자가 찍은 사진이 1면 주요 사진으로 배치되기도 했다. 심도있는 다양한 시민기자의 기사가 한정된 동네뉴스면을 벗어나 주요 지면에 실릴 정도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2008년 9월 19일에는 영남일보 '동네기자 및 시민기자 운영'사례가 '2008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으며, 문순덕 시민기자와 조경희 시민기자도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2007년 2월28일 전국 일간지 최초로 동네기자 기사로 한 면을 채운 '동네늬우스' 1호 지면(위쪽)과 2009년 6월6일 경북 상주 성주산에서 열린 '영남일보 시민기자 및 동네기자 등반대회'에 참가한 배성로 사장을 비롯한 시민기자 및 동네기자들이 성주봉 정상에 오른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영남일보 DB영남일보 김기억 2사회부장이 '2008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동네기자와 시민기자 운영'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창간 76주년 기획] 서홍명 시민기자회 회장 "우리이웃의 휴먼스토리와 어려운 사정 잘 전달하면서 시민기자 위상 자리잡아"
서홍명(69) 영남일보 시민기자회 회장(현 통합신공항대구시민추진단 집행위원장)은 영남일보 시민기자회의 산증인이다. 2007년 9월 시민기자회를 조직하고 지금까지 회장을 맡으면서 영남일보와 시민기자들 간의 가교역을 충실히 해 시민기자제를 지금의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특히, 서 회장은 K-2 이전문제를 영남일보가 공론화하고 대선공약으로 채택돼 이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시대는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영남일보 동네기자의 추천을 받고 제1기 시민기자가 됐습니다. 당시 대구 동구주민자치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었는 데 시민기자를 하면 동구의 여러 현안 문제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참여했습니다." 서 회장은 시민기자제가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자체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민기자회를 결성했다. "어떤 것이 취재할만한 것인지, 취재는 어떻게 하는 지, 기사는 어떻게 써야하 는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임원들은 수시로 만나고 매월 정기모임을 가지면서 우리 스스로 전문가가 되도록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서 회장은 영남일보에 건의해 시민기자 기량 발전을 위한 교육을 건의하고 직업이나 성장환경이 각기 다른 시민기자들이이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모임을 이끌었다. "시민기자 모두가 의욕은 많지만 실제 취재현장에서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시민기자는 영남일보에서 처음 도입한 제도라 취재를 하면서 설명해도 이해를 잘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시민기자들이 취재해간 자신들의 이야기가 실제 신문에 실리니까 주변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서 회장은 "지금의 시민기자들은 취재나 사진, 기사 작성 능력이 전문가 수준"이라면서 "우리 이웃의 휴먼스토리와 어려운 사정을 시민들에게 잘 전달하면서 시민기자의 위상이 자리잡았다"고 강조했다. "처음 동네뉴스가 일주일에 한 면인데 힘들지만 그럭저럭 채워나갔습니다만 아마 지금까지 2번 지면 구성을 못한 적이 있습니다. 기사가 없어서 지면을 꾸리지 못했습니다. 상당한 위기였습니다." 서 회장은 "이 후 영남일보 편집국과 논의해 '스마트폰 세상보기''추억의 포토''시민기자 세상일기' 등 지면구성을 다양화하고 소제도 발굴해 위기를 넘겼다"고 뒤돌아 봤다. "시민기자들이 영남일보에 대한 열정은 대단합니다. 영남일보 마라톤대회나 아줌마축제 등 행사 참여는 물론 신문 독자 확장에도 모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서 회장은 "시민기자들이 그 오랜 역사만큼 연륜과 경험이 풍부한 점은 큰 장점"이라면서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하는 것들도 있다"면서 미래지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시민기자제가 정착됐지만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시대적 요구에 시민기자들도 발맞추어야 할 시기입니다. 영상 제작, 유튜브 활용 등 현재의 트랜드에 맞춘 시민기자 활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 15년을 뒤돌아 본 서 회장은 "영남일보 시민기자 모임은 여느 모임과는 달리 긴밀하고 결속력 강한 유대가 있다"면서 "희로애락을 함께한 시민기자들이라 앞으로 더 발전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며 열심히 활동해준 시민기자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서홍명 영남일보 시민기자회 회장
[창간 76주년 기획] 대구경북 MZ세대 "지역 보수성 탈피, 이슈 신중하게 살펴 투표"
MZ세대의 정치적 색깔은 뚜렷하지 않다. 특정 정당에 맹목적인 지지를 보이지 않는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MZ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배경이다. MZ세대의 정치적 특성은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정당지지도를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청년으로 통하는 MZ세대에서 무당층이 가장 많았다. 18~29세 가운데 지지하는 정당을 정하지 못한 무당층이 50%에 달했고, 30대는 25%를 기록했다. 반면 40대(15%)와 50대(12%), 60대 이상(19%)의 무당층은 20%에 미치지 않았다. 대구경북 MZ세대 역시 다르지 않다. 지역의 보수성에서 탈피해 자신들의 권리를 대변해주는 인물, 정당을 선택하기 위해 신중하게 투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 정의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시각에서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신뢰할 수 없는 정당이다. 박모(24·대구 동구)씨는 "실업, 부동산 등 청년들이 살기 힘들어지다보니 어떤 후보, 어느 정당이 합리적인지 지켜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기성세대의 정당 지지율은 거의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만약 이들이 비슷한 비율로 보수, 진보 정당을 지지한다면 청년 세대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내년 선거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했다. 취업준비생 심모(여·25)씨는 "성인이 된 후 보수, 진보 정당의 대통령을 모두 겪어봤지만 누구룰 뽑아도 생활이 더 어려워졌을 뿐 힘든 상황은 똑같아 이제 누구를 뽑아야할지 혼란스럽다"며 "새로운 인물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아직까지 그런 후보가 보이지 않아서 좀 더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 직장인 홍모(36)씨는 "대구에서 자라서 그런지 보수 정당 후보자에게 더 눈길이 가는건 사실이지만 이슈별로 세심하게 살펴보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2021.10.08
[창간 76주년 기획] 획일화 거부하는 MZ세대(상) - 기업·정치권 3040·1020 마케팅 분주
'MZ세대를 잡아라.' MZ세대를 향한 구애가 뜨겁다. 기업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큰 데다 독특한 문화로 무장한 MZ세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새로운 세대가 출현할 때마다, 기업과 정치권은 바빠진다. 이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수요에 맞는 콘텐츠를 내놓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현재 MZ 세대를 겨냥한 정책, 마케팅이 쏟아지면서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가 반복 재생산되고 있다. ◆ 획일화 거부 통계청에 따르면 MZ세대에 해당하는 인구는 1천895만3천468명으로 전체 인구의 36.5%를 차지한다. 2021년 기준 밀레니얼(M)세대는 3040세대로 성장해 사회활동의 주축이 됐고, 1020세대에 해당하는 Z세대는 미래의 트렌드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정치권은 '청년'을 상징하는 용어로 MZ세대를 사용한다. '스윙보터(부동층)'로 보고 표심을 잡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이라는 젊은 대표의 등장으로 MZ세대 마케팅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지지하는 정당을 바꾸는 일이 드문 기성세대와 달리 MZ 세대 상당수는 고정적인 정치적 성향을 지니지 않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공정, 개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김모(23)씨는 "이제는 지역, 정당에 따라 투표하는 시대는 지났다. 인물의 행적이나 정책을 보고 선택을 하고 싶다. 나쁘게 보면 줏대없이 이리저리 흔들린다고 볼 수 있지만, 그건 아니다. 시대 변화를 빠르게 수용하고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업 역시 MZ세대가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MZ세대를 위한 기업문화를 마련하고 있다. 업무 평가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성과에 맞는 보상을 주는 식이다. 직장인 이모(30)씨는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운영이 되더라도 조직이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면 계속 근무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변화조차 없다면 업무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이직을 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MZ세대 '고객'을 위한 상품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MZ세대의 감성과 추억을 자극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데 주력한다. MZ세대를 세분화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려는 노력도 전개되고 있다. 대구지역 기업의 한 홍보 담당자는 "마케팅 전략을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면 MZ세대 안에서 몇살 차이나지 않아도 생각과 가치의 차이로 요구가 달라지는 것으로 파악했다. 의견을 보다 많이 수렴하고 세분화시켜 적절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청년들을 MZ세대라는 프레임으로 설정하면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거나 마케팅 전략을 구성하는데 편리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MZ세대 내에 포함된 세대별 생각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들을 공통적으로 묶기 쉽지 않다"며 "세대별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용어를 세분화하기 위한 논의를 거치는 것도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자극적인 콘텐츠 줄이어최근 MZ세대의 이목을 사로잡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헤어진 커플이 다시 만나 지나간 사랑을 되짚는 '환승연애', 이별한 세 커플이 서로 연인을 바꿔가며 데이트를 하는 설정의 '체인지데이즈' 등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연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환승연애'는 유튜브와 네이버TV 누적 조회수 2천만 뷰를 돌파했고, '체인지 데이즈'는 누적 조회수 4천300만을 돌파하며 시즌2 출연자를 모집하고 있다. 2030세대는 '사랑에 서툰 현실적인 모습'을 보며 공감하고 있다. 서모(여·33)씨는 "처음에는 다른 프로그램들에 비해 소재가 신선하고 제목에 대한 호기심으로 프로그램을 봤다. 이제는 '내가 그 사람이라면'하는 몰입감때문에 열광하는 것 같다"며 "기성세대가 '사랑과 전쟁', '애로부부' 같은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찾듯이, 청년세대들도 현실에 많이 있고 겪어봤을 법한 연애라 감정이입이 잘된다"고 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자극적인 연애, 결혼 콘텐츠 등 청년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은 이미 많이 나왔고, 현재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OTT서비스가 확장되면서 유행을 끌고 가는 추세"라며 "연애에 대한 청년들의 '쿨'한 생각을 엿볼 수 있고 달라진 연애관 등 다양한 양상을 볼 수 있는 게 재미 요소가 될 수 있겠다"고 풀이했다. 자극적인 콘텐츠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홍모(36)씨는 "가끔씩 보긴 하지만 가정을 이룬 입장에서는 윤리적으로 맞는 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주위에서는 재밌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이 나와 불편할 때가 있다 "고 했다. 또 박모(여·27)씨는 "자칫 우리 세대는 가볍게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는 잘못된 고정 관념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진솔한 것도 좋지만 경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카페에서 과제를 하고 있는 20대 학생과 아이와 산책을 하는 30대 부부는 같은 MZ세대이다.(왼쪽사진: 이자인기자, 오른쪽 사진: 독자제공)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대구경북권 의대 신입생 중 '지역 학생' 인원 현재보다 2배 늘듯
내년 의대증원 규모 '대구경북 575명' 전국 1천489∼1천509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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