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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脫농촌 속 학생 수 '역주행'…폐교 위기 학교 생존모델 영덕 창수초등
지방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생 수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농어촌지역의 경우 입학생이 없어 폐교되는 학교들의 소식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지방소멸 시대를 맞아 영덕군 창수면에 위치한 창수초등은 학생 수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창수초등의 경우 창수면 신기리에 위치한 본교와 창수면 인천리에 위치한 인천분교장이 운영 중이다. 창수초등에 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2018년 임종식 경북도 교육감의 공약인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자유학구제'가 시행된 덕분이다. 자유학구제란 주소를 옮기지 않아도 도심의 큰 학교에서 지방의 작은 학교로 전입학이 가능한 제도다. 자유학구제가 시행되면서 영덕군 영해면 학생들의 전입학이 가능해졌다. 2019년 2명, 2020년 5명, 2021년 3명, 지난해 5명, 올해 3명 등 모두 18명의 학생 유입이 이뤄졌다. 인천분교장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18명의 학생이 유입됐다.정책과 함께 창수초등만의 특성화된 프로그램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현재 '창수문화예술축제' '예술꽃 씨앗학교' '분교장 방문의 날' '승마-스케이트주간 운영' 등의 독특한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창수문화예술축제의 경우 학생·교직원·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축제다. 연극발표, 비보이 공연, 북 페스티벌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전교생이 연극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코딩교실' '드론교실' '3D펜 교실' 등의 특색 있는 수업도 진행된다.교사들의 열정도 호평이다. 노병년 창수초등 교장은 "특색 있는 프로그램과 더불어 선생님들의 학생 일대일 '케어'가 학생 유입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교사들이 학생들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면서 "선생님들과 함께 우리 학교에서만 특별하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윤기자
2023.07.20
영남일보 기자 의성 1년6개월 살아보니…전입주민 대우 '극진'…광역 대중교통 '극악'
"전입자에 대한 극진한 대접이 최대 강점이지만, 대중교통은 취약합니다."경북의 대표적인 소멸지역인 의성군에 살았던 기자의 소감이다. 기자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6개월간 의성에 신혼집을 마련하고 대구와 안동을 출퇴근했다. 의성읍사무소에 전입 신고를 하던 날 느꼈던 첫 이미지는 '사람을 귀하게 대하는 지자체'였다. 대도시에선 상상하기도 어려운 10만원 상당의 전입 정착금은 물론 자동차세 환급, 체육시설이용권(6개월)을 전입 3개월 이후 무상 제공했다. 올해 4월 기준 경북 의성군 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58.7세에 달한다. 물론 단점도 존재했다. 경북의 중앙부에 위치함에도 교통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했다. 대구와 의성을 오가는 대중교통은 무궁화호와 시외버스뿐인데 배차 시간이 '극악' 수준이었다. 동대구로 향하는 무궁화호의 경우 오후에나 첫 열차가 의성역에 도착해 출근 시간에 이용할 수 없었다. 퇴근 시간에는 오후 6시 동대구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나 오후 8시 대구 북부시외버스터미널 안동행 시외버스 막차를 놓치면 의성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하릴없이 승용차를 타고 출근할 때가 많았는데, 차가 없는 날에는 버스를 놓칠까 봐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지난해 10월 의성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5회 의성 슈퍼푸드 마늘축제 모습. 의성군 제공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 대구경북 소멸보고서 "경제활동 보장 없는데 농촌 오겠나" 영덕 달산·창수의 한숨
"지난해 출생신고는 단 한 명입니다. 지난해 영덕군 달산면에 출생신고를 한 아기는 '한 명'에 불과했다. 영덕군 달산면의 경우 계속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0년 달산면의 인구는 1천124명, 2021년 1천113명, 지난해 1천97명으로 감소했다. 마을 주민들은 1970년대 말부터 인구 유출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대구, 부산, 서울 등 대도시로 나갔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도 다시 돌아오는 사람이 없다 보니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다. 유입되는 인구가 없다 보니 마을 구성원 대부분이 고령층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1천74명 가운데 599명으로 55.8%를 차지하고 있다. 유입인구가 없는 상황이 계속 진행된다면, 자연감소 인구만 꾸준히 늘어나 결국 소멸에 이를 수밖에 없다. 달산면에 유입 인구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 활동'이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농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17년 전 귀농했다는 달산면 주응2리 김만식 이장은 "경제 활동 문제가 가장 크다. 귀농·귀촌 시 노후보장이 안 되다 보니 인구 유입이 미미하다"면서 "영덕에 생산성이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외지 사람들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 각종 규제 사항을 타파해 기업이 영덕에 들어와야 청년들이 머물 수 있다"고 했다. 인근의 창수면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곳은 지난해 단 4명이 출생신고를 했다. 창수면의 경우 영해면과 인접해 있고, 과거 집성촌이 존재한 덕분에 달산면보다 현재 거주하는 인구는 많지만 계속 줄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1천688명, 2021년 1천634명, 지난해 1천557명으로 감소했다. 창수면 역시 '농업'이 주된 경제 활동이다. 주요 작물은 담배다. 그러나 농사만으로는 생계가 어렵다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농기계 등 비용은 오르면서 먹고살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창수면 수리마을 김택근 이장은 "대구, 부산, 서울 등 대도시로 나가면 다양한 직업이 있다. 도시에선 한 명이 200만원을 벌 수 있다. 이곳에서는 모든 가족이 함께 농사 활동을 해도 200만원 수익을 내는 게 어렵다"면서 "결국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주민들이 떠나고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영덕군 달산면이나 창수면 주민들은 유입 인구를 늘리기 위해 생활 인프라보다 경제 활동 해결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공공시설 등 생활 인프라는 과거와 비교할 때 좋아졌다고 한다. 실제 달산면과 창수면의 경우 인근에 농협, 경찰서, 하나로마트 등이 위치해 있고, 119 요청 시에도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근 요양병원에서 응급실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김 이장은 "농촌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농촌으로 귀향을 해도 경제적으로 안전하다는 안심을 심어줘야 외부에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다"면서 "농작물을 소비해주는 등 다양한 방안으로 농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경북 영덕군 창수면에 위치한 파출소. 지역 주민들은 생활 인프라는 과거보다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안동 도산면 올해 출생 1명뿐…마을 청년회 65세가 막내 격
"올해 도산면에 1명 출생신고 됐는데 작년에 어르신 50명이 돌아가셨어." "1명이 있는 것도 용하지." 안동시 도산면 시골 마을의 이장과 노인회장이 나눈 대화다.안동 시내에서 차를 타고 30여 분 걸리는 거리에 있는 도산면. 주민들은 '선비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산다. 도산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고, 퇴계 이황 선생이 태어난 퇴계태실, 선비 순례길 등 명소들이 즐비하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역인 셈이다. 관광객들이 보는 도산면은 일부에 불과하다. 한 발짝 깊숙이 들어가면 전형적인 농촌의 풍경이 펼쳐진다. 주민들은 벼농사부터 콩, 담배, 고추, 무, 배추 농사 등을 짓는다. 특수작물로 수박이 재배되기도 한다.겉으로는 관광도시, 평화로운 농촌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곪아가고 있다. 도산면은 안동시 24개 읍면동 중 최근 10년 인구 감소 폭이 가장 큰 지역이다. 2013년 1천957명이었던 인구는 지난 6월 기준 1천476명으로 24.6%나 줄었다. 올 들어 6월까지 출생 신고된 아이는 단 한 명. 반면 세상을 떠난 사람은 17명에 달한다. 지난 3월엔 온혜초 병설 유치원이 휴원 상태로 전환됐다. 유치원을 운영하려면 원아가 최소 2명은 돼야 하는데, 그 기준마저 유지가 안 된 탓이다. 지난 11일 도산면 온혜1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박재규(65)씨는 8년 차 이장이자 청년회 회원이다. 노인복지법이 정하는 '노인' 기준 나이는 만 65세이지만, 전체 주민 67명 중 70세 이하가 10명이어서 막내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노인회 평균 연령은 77세 정도이다. 마을 행사 동력은 청년회이기 때문에 박씨는 청년회원 10명과 영원히 청년회를 함께 하기로 결의(?)했다. 박씨는 "이장을 맡은 이후 어르신 열두 분이 돌아가셨다"며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어르신이 거의 안 계실 텐데 마을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온혜1리 노인회장 이수정(80)씨는 인구 유입이 없는 현재 상황에 고민이 많다. "노인들이 기계를 못 만지니까 힘이 없어지니까 들 넓은 데 가면…. 황폐해질까 봐 걱정이지. 부녀회장 조동화(68)씨는 "젊은 사람은 아무래도 힘이 있어서 빠르고, 일손을 도와가며 할 수 있는데 어르신들은 자기 텃밭 정도 일하신다"고 거들었다.동네가 고령화되면서 병원 접근성의 중요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도로 사정은 관광지가 인접해 나쁘지 않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내로 나가는 과정은 꽤 험난하다. 어르신들이 동네 정류소에서 안동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까지 가려면 일일 배차 간격이 3차례인 버스를 이용해 시내로 나가서 환승해야 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30여 ㎞에 40분 정도 거리다.온혜1리 주민들은 지금의 방식으로는 지방소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청년회장 권영연(59)씨는 "농사지어서 생활을 유지할 정도가 되려면 최소 1만평(3만3천57.9㎡) 이상 돼야 한다. 농기계도 있어야 한다"며 "이런 기본적인 여력이 있으면 사실 촌에 안 온다. 현실적으로 귀농 인구를 늘리기는 힘들다"고 짚었다. 또 "귀촌 역시나 땅 사야 하고 건물을 지어야 하니 최소 3억원은 들어간다. 웬만한 도시에서 생활할 수 있는 자금"이라며 "결국 빈집을 수리해서 저렴한 값에 쓸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주거 조건을 만들어줘서 귀향 인구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박재규 이장도 "'이쪽 시·군 인구 뺏어 저쪽 시·군 인구 메꾸는 식'으로는 절대 시골 인구가 늘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 대구경북 소멸 보고서] 1년에 한 명 태어날까 말까…아기울음 귀한 경북 시골마을
"한 명도 용하지." 안동시 도산면 온혜1리 이수정(80) 노인회장의 말이다. 안타까움과 다행스러움이 섞여 있다. '한 명'은 올해 도산면 전체에서 출생신고 된 아기다. 안동은 경북도청이 자리한 행정중심도시이지만,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도산면은 소멸의 중심에 있다. 도산면은 안동시 24개 읍면동 가운데 최근 10년 인구 감소 폭이 가장 큰 지역이다. 올 들어 6월 현재, 출생신고 된 아이는 단 한 명인데, 17명이 사망했다. 65세인 도산면 온혜1리의 이장 박재규씨는 청년회 회원이다. 온혜1리 전체 주민 67명 가운데 70세 이하가 10명에 불과하다. 박씨는 "10년 뒤 마을이 사라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경북의 시골 마을 곳곳이 이런 형편이다. 대한민국 지방의 서글픈 현실이기도 하다. 산촌인 영양과 어촌인 영덕도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양은 '3무(無)' 지역으로 통한다. 철도와 고속도로, 교차로가 없다. 영양군 석보면 화매 2리에는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마트가 아예 없다. 방치된 빈집도 많다.화매 2리 인구는 4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반의 반으로 줄었고, 일할 사람조차 없다. 농번기에 베트남 등지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전체 일의 90%를 담당하고 있다.영덕군 달산면에선 지난해 출생신고 된 아기는 한 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아기 울음소리가 아예 끊겼다. 일자리를 찾아 마을을 떠난 청년들이 세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서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유입되는 인구가 없다.지방의 인프라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인구가 줄면 자연스럽게 생활 인프라가 사라지고, 더 많은 인구가 도시로 나간다. 지방의 '소멸 방정식'이다. '먹고살기 힘들다' '낙후 지역'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소멸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대구에서 인구감소 지역으로 선정된 서구와 남구가 그렇다. 지난 4월 성신여대 데이터사이언스센터와 케이스탯 공공사회정책연구소,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가 전국 184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사회안전지수(Korea Security Index 2023)'를 평가한 결과 서구가 가장 살기 나쁜 지역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남구는 157위로 하위 30개 지역에 포함됐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 대구경북 소멸 보고서] 골다공증걸린 대한민국, 지방이 살길이다
아이 울음 소리가 끊긴 지 오래다. 청년은 떠나고 노인만 남은 마을이 부지기수다. 농산어촌마다 빈집이 즐비하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의 풍경이다. 최근에는 지방 대도시 일부 지역마저 소멸 위기 진단을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이 '국토 골다공증'에 걸렸다는 소리도 나온다. 골밀도가 줄어들어 뼈 곳곳에 구멍이 생기는 것처럼 지방 곳곳이 텅 비어간다는 의미다. '지방 식민지론'도 일찌감치 나왔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모든 것이 집중되면서 지방은 '수도권 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24%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절반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청년층(20~39세)의 경우, 수도권 거주 비율이 54.5%로 가장 높다. 대구경북 역시 지방소멸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 가운데 소멸위기 지역은 59곳으로 나타났다. 경북 울릉, 봉화, 청송, 영양군은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고 청도, 영덕, 울진, 의성, 군위는 소멸 우려 지역에 포함됐다. 또 지난 2021년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 지역에 경북 16개 시·군이 들어갔다. 전남과 함께 가장 많다. 대구의 서구와 남구도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됐다. '550만 대구경북 시대'는 이제 옛말이 됐다. 지금 대구와 경북을 합친 인구는 50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북은 300만 명에서 250만 명, 대구는 250만 명에서 230만 명으로 줄었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이다. 국토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것을 넘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윤석열 정부는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표방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라 지방시대위원회도 곧 출범한다. 영남일보는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를 주제로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대구경북 소멸 보고서'라는 부제를 달았다. 특별취재팀을 꾸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지방소멸 문제를 살펴보고 정부 정책을 진단한다. 정부는 지난 30년 여간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펴왔지만, 지방소멸이라는 현실에서 알 수 있듯 실패했다. 중앙부처 주도의 균형발전 정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지방이 주도권을 가져야 대한민국이 바뀔 수 있다. 특별취재팀과 함께 자문위원단도 구성했다. 지방소멸 관련 전문가들이다. 대한민국신문협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공동 수행 프로젝트에도 선정됐다. 지방소멸을 극복한 해외 선진 사례를 소개해 대구경북이 가야 할 방향도 살펴볼 예정이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서울뿐인 대한민국?'.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정책을 꼬집는 광고천재 이제석씨의 공익광고다. 2023년 오늘, 대한민국의 중차대한 화두는 지방소멸이다. 청년은 서울로 떠나고, 저출산과 맞물려 지방의 인구절벽은 가속화 되고 있다. 이대로면 대구경북은 물론 비수도권은 자칫 대한민국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끔찍한 전망이 나온다. 해법은 '지방'에 있다. 지방의 발전 없이는 국가발전도 없다. '지방시대'는 이제 대한민국 대전환의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다름없다.
2023.07.02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 대구경북 소멸 보고서] 대구에도 지방소멸이 현실화 된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과연 살아있는 동안 대구에 '소멸' 위기가 닥칠까요?"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한 30대 청년의 말이다. 위기가 현실화 된 농어촌 지역 소규모 시·군과 달리, 광역도시인 대구에서 지방소멸은 거리가 먼 이야기로 들린다는 것이다. 최근 공개되는 연구 결과와 통계들은 달리 말한다. 대구 인구 순유출은 꾸준히 일어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고령인구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구는 이른바 '인구조로'(人口早老) 현상에 직면해있다. 취약한 인구구조는 지역 차원의 경쟁력과 생산력을 크게 저하시킨다. 지역 경제 성장은 인구구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결국, 대구 역시 해법을 찾지 않는다면, 시기만 차이날 뿐 지방소멸의 마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작년 대구 순유출 1만1500명7700여명이 20대의 수도권행5월 기준 고령인구 비율 18.8%가파른 증가 속 전국평균 상회 지역 내 생활·교육환경 등 격차서·남구민 他구·군 전출도 지속 ◆ 줄어드는 대구 인구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대구지역 주민등록 인구수는 지난 2012년 250만5천644명, 2017년 247만5천231명, 지난해 236만3천 691명으로 집계됐다. 5월 기준 인구는 235만7천32명이다. 유출인구를 살피면 상황은 심각하다. '순유출'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순유출이란 전입보다 전출이 많은 전출 초과상태를 뜻한다. 지난 4월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대구가 광역시로 승격된 1995년 대구 순유출자는 3천279명이었는데, 지난해엔 1만1천519명으로 약 2.5배 (8천240명) 증가했다. 순유출은 20대 이상 대부분 연령층에서 발생하는데, 특히 청년층 순유출이 두드러진다. 특히 20대의 수도권 순유출자는 1995년(4천919명) 대비 지난해 7천725명으로 57%(2천806명) 증가했다. 30대는 1995년 대비 1천362명이 증가했다. 고령자 비중은 점점 늘어난다. 지난 5월 전국의 평균 고령인구 비율은 18.4%였는데, 대구는 18.8%로 평균치를 넘어섰다. 통상 경기도를 제외한 도(道) 지역을 중심으로 고령자 비율이 현저히 높은 특성을 보이지만, 대구와 부산(22.0%) 만큼은 예외였다. 전국 수준보다 빠르게 소멸이 진행되고 있는 '유이'한 도시 지역인 셈이다. 통계청의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 도달 연수(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14%→20%)는 고작 7년이었다. 오스트리아(53년), 영국(50년)에 비해 7배 이상 차이 났고, 미국(15년), 일본(10년)보다도 짧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의 고령인구 비중이 2030년 27%, 2040년 36.7%, 2050년 42.1%로 늘어날 것으로 보는 통계청의 예측 결과도 발표돼 눈길을 끈다. 학계에서는 대도시 역시 지방소멸 위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일찌감치 이야기 해왔다. 지난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지방소멸 시대의 인구 감소 위기 극복방안: 지역경제 선순환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들 지역(대구, 부산)은 현재 지방소멸의 상당 부분이 진행됐다"면서 "다른 지역과 달리 변화 속도도 빨라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지역이다"고 밝혔다. 또 "비수도권의 많은 지역이 초고령화로 인해 이미 지방소멸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더해 수도권 및 광역시도 빠른 속도로 지방소멸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지방소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라고 짚었다. ◆ 인구감소지역, 대구 서구와 남구대구시 내부적으로도 소멸은 진행 중이다. 지난 2021년 대구 서구와 남구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인구감소 지역의 경우 △ 연평균 인구증감률 △ 인구밀도 △ 청년 순이동률 △ 주간인구 △ 고령화 비율 △ 유소년비율 △ 조출생률 △ 재정자립도 등 8개의 인구감소지수를 바탕으로 지정된다. 인구감소지역 지정 시 지방소멸대응기금 차등배분, 국고보조사업 공모 우대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낙후 도시'라고 한 번 달린 꼬리표를 떼기란 쉽지 않다. 최근 3년간 서구와 남구에는 꾸준하게 전출인원이 발생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서구를 떠난 인구는 1만7천894명, 2021년 2만1천955명, 지난 2020년은 2만4천344명이다. 남구의 경우 지난해 2만986명, 2021년 2만3천756명, 지난 2020년 2만5천897명이었다. '2030세대'의 이동의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서구를 떠난 2030세대는 7천317명으로 전체 전출 인구(1만7천894명)의 59.1%를 차지했다. 지난해 남구를 떠난 젊은 층은 9천736명으로 전체 전출 인구의 53.6%다. 이러한 인구 유출의 원인은 생활, 교육환경 등인 것으로 보인다. '2021 대구 사회지표' 구군별 생활·교육환경 만족 격차 발생에 따르면, 주택·기반시설·주차장·보행환경에 대한 만족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서구였으며 다음으로는 남구인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 환경 부분에서도 서구와 남구가 만족도가 낮은 지역에 포함됐다. 공교육·평생교육 등 분야에서 서구와 남구가 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21년 서구 내당동에서 수성구 범어동으로 거주지를 옮긴 이모(38)씨는 "교통·마트 등 생활 인프라가 서구보다 수성구가 우수하다는 점이 이사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면서 "향후 서구의 정주 여건이 괜찮아진다고 해도 서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했다. 또 지난 2022년 남구 봉덕동에서 달서구 이곡동으로 이사한 김모(여·43)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서 남구를 떠나게 됐다. 달서구의 경우 남구보다 학원가 형성이 잘 돼 있다"면서 "남구는 낙후된 이미지가 강해 현재로는 이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 대구 인구 계속 감소하나2020년 대구시가 공표한 '대구시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대구 인구는 2030년 219만 7천348명으로 줄어든다. 2035년에는 211만 857명, 2040년에는 202만 271명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는 대구 서구와 남구도 인구 감소 상황을 벗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통계에 의하면 2023년 서구는 15만4천851명, 남구는 13만 7천790명이다. 7년 뒤인 2030년에는 서구는 13만 1천443명으로 약 15.1% 인구가, 남구는 12만 5천 330명으로 약 9%의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해가 갈수록 인구는 줄어들어 2040년 서구 인구는 11만4천429명, 남구 인구는 11만4천745명이 될 것으로 예고됐다. 인구 감소세를 한동안이라도 피할 수 있는 대구 기초 지자체는 달성군이 유일하다. 현재 26만8천8명인 달성군 인구는 2030년 28만1천360명, 2035년 28만1천975명으로 증가세를 유지하다가 2040년 소폭 줄어든 27만6천7명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 대구경북 소멸 보고서] '250만' 시대 돌입한 경북도, 그많던 도민은 어디로 사라졌나
경북은 올 들어 하루에 45명꼴로 인구가 사라지고 있다. 27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의 인구는 5월 말 기준 259만 726명이다. 1월의 주민등록상 인구수가 259만7천527명이었단 점을 고려하면 최근 5개월 사이 7천 명 가까운 인구가 빠진 것이다. 경북은 대구와 분리된 1981년 인구수 319만 명을 찍은 이후 인구 감소세가 지속하고 있다. 2016년까지 인구수 270만명대를 유지하던 경북은 지난 2017년 1월 269만8천803명을 기록하며 '270만' 선(線)이 무너졌고, 올해 1월에는 '260만'선 마저 깨졌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인구의 지역 간 이동 특성을 고려해 개발한 'K-지방소멸지수'를 토대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인구 변화를 조사한 결과, 지방소멸 위험도가 높은 소멸 위기 지역은 총 59곳으로 나타났다. 경북은 9곳으로 전남(13곳)·강원(10곳) 다음으로 소멸 위기 지역 분포도가 높았다. 소멸위기지역은 소멸지수에 따라 '소멸위험지역'(0.5 이하·9곳)과 '소멸우려지역'(0.5 이상~0.7 이하·50곳)으로 구분되는데 경북에선 울릉·봉화·청송·영양군이 소멸위험지역에 분류됐다. 전국에서 소멸 위험 지수가 가장 높은 9곳 중 4곳이 경북이었다. 산업연구원은 경북 소멸위험지역의 경우 고령 인구 비중은 높은 반면 청년들이 일하고 활동할 수 있는 교통 및 산업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그리는 경북 인구지도도대체 그 많던 경북 도민은 어디로 떠난 것일까. 경북도가 집계한 2022년 인구이동통계 따르면 지난해 경북의 총인구수는 260만492명으로 2021년(262만6천609명)과 비교해 2만6천117명이 감소했다. 지자체 인구 감소는 통상 출생·사망과 같은 자연적 요인과 더불어 전입·전출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경북에선 해당 기간 사망자는 늘어난 반면, 전·출입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북에선 총 26만3천156명이 전입했고, 27만 822명이 전출을 해 7천666명이 순유출됐다. 전출자는 주로 직업과 교육, 주택, 주거환경 등을 이유로 경북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출생자는 1만1천300명 신고됐지만, 사망자는 2만 7천800명이 집계되는 등 자연 감소도 한몫했다. 만성적인 청년 유출도 경북의 '인구절벽' 현상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경북 청년(19세 이상 39세 미만) 전입자는 10만8천833명인 반면 전출자는 12만616명으로 집계됐다. 전출 청년들의 절반 이상은 경북(5만8천263명) 내에서 이동하거나 대구(1만8천948명)로 떠났지만, 서울(9천741명)·경기(9천720명)·인천(1천834명) 등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비율 역시 17.6%에 육박했다. 청년이 지역을 등지면서 대구경북 지방거점국립대인 경북대조차 학생들의 중도이탈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경북대의 재학생의 중도 자퇴율은 지난 2021년 기준 전국 9개 지방거점국립대 중 전북대(25.6%), 경상국립대(20.3%), 강원대(19.4%)에 이어 4번째로 높았다. 경북대 자퇴생은 수도권 등 타 대학 진학을 염두하고 대학을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역소멸의 위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단면이다. 경북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 수도권 회사로 취직한 김모(30) 씨는 "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가 많으니까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주변 친구들을 봐도 규모가 큰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몰려든다"라며 "교통, 인프라,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수도권 생활이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지역 내 청년 인구 감소는 산업 생산성 감소로 전이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중위) 추계에 따르면 경북의 생산연령(15~64세) 인구 비율은 2021년 67.3%에서 2040년 50%, 2050년 44.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기준 경북의 65세 이상 인구는 23.78%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인구 소멸, 더 이상 지방만의 문제 아니다.지난 2021년 감사원은 보고서를 통해 "2047년이 되면 전국 시·군·구의 약 70%에 해당하는 157개 시·군·구가 소멸위험 고위험 단계에 들어간다"고 경고했다. 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진 2018년도 합계 출산율(0.98명)이 지속한다는 가정하에 미래 지역 소멸을 예측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지방의 위기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당장 작년 한국의 작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당시 감사원은 청년의 수도권 집중과 출산율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청년층이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했지만, 과도한 경쟁과 미래 불안 등으로 비혼이나 만혼을 선택함에 따라 전체 출산율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의 합계 출산율은 0.59로 국내 출산율 저하를 이끌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가 지방 소멸은 물론 국내 생산성 감소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방증이다.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선 실질적인 균형발전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에 대폭 넘겨야 한다. 더 큰 '대한민국'을 그리려면 지방에 힘이 실려야 한다. 최근 안동에서 2023년 지방분권 강화 정책 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방에 행정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연방제 수준의 분권을 통해 국가의 경쟁력이 지방에서 창출될 때 진정한 지방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곧 출범한 지방시대위원회와 관련, " 자치권을 확대하고, 지방의 자립적 역량은 강화하는 분권형 국가경영시스템을 설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인재 양성, 청년 유입이 활발한 지역 경제를 꿈꾼다"라며 "지역의 현안인 지방소멸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 이 지면은 대한민국신문협의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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