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본 경북지역 사투 현장] 청도 대남병원...정신병동 폐쇄 중, 병원 종사자 트라우마 시달려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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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8 07:28  |  수정 2021-02-18 08:34  |  발행일 2021-02-18 제3면

"그날의 이야기 꺼내지도 말라"
집단감염 상흔 잊으려 안간힘
신천지 의혹에 주민도 생채기
郡 '심리회복센터' 운영 방침


코로나19 1차 대유행 시기, 가장 먼저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경북 청도 대남병원(청도군 화양읍 범곡리).

대남병원의 악몽은 지난해 2월19일 밤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50대 남성 2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고, 다음날에는 60대 남성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사망자였다.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입원환자, 종사자 등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것. 최초 확진자 발생 사흘만인 2월22일, 확진자가 발생한 정신병동은 격리치료병동으로 전환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호트(동일 집단)격리가 이뤄졌으며, 범정부 대책지원단이 대남병원 앞에 설치됐다. 전 세계 이목도 조용한 시골마을로 쏠렸다. 외신기자들도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곳을 취재하는 데 열을 올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청도군을 방문해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사태수습을 진두 지휘했다.

1년이 지나 다시 찾은 대남병원은 그때의 상흔을 잊어버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평온한 분위기 속 환자를 맞이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간 것 같은 그곳에서도 코로나19 집단 발병의 근원지였던 5층 정신병동만은 완전히 비워진 채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여전히 1년 전의 그때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병원 측 관계자는 "그 당시의 충격으로 인해 정신병동 운영을 재개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의료진 포함 확진자 총 116명이 발생했던 대남병원은 확진판정을 받지 않은 정신병동 입원 환자들이 국립정신건강센터 등 타 병원으로 이송된 3월5일부터 가까스로 수습됐다. 병원 운영은 지난해 4월20일부터 부분적으로 정상화됐다. 당시 입원환자들은 모두 병원을 떠났지만, 남아 있는 종사자들은 아직도 당시의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었다. 종사자들에게는 생계의 터전이 일순간 예기치 못한 사태로 인해 전국적 비난의 중심지로 떠오른 상황이 여전히 가슴에 깊이 남아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그날의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며 손사래쳤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대남병원의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이다. 일부에선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친형 장례식이 집단감염 발병 전 청도에 있었던 것에 착안해 연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무성한 소문만 남긴 채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병원 종사자뿐 아니라 청도 주민들에게도 큰 상처만 남긴 셈이다.

청도군은 지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우선 대남병원과 같은 건물에 위치했던 청도군보건소 이전 작업을 서두르는 한편, 의료진 등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심리 회복 지원센터 운영에도 나설 방침이다.

지난 16일 병원에서 만난 A(70)씨의 말은, 처음 경험해 본 코로나19로 상처 받은 그간의 과정이 다 담겨있는 것 같았다. 그는 "확진자가 처음 나왔을 당시 병원 근처에는 얼씬도 못했다. 어디에서든 대남병원과 관련한 이야기만 나왔을 정도였다"면서도 "하지만 이곳이 없으면 지역에서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의료시설은 전무하다. 지난 아픔을 보듬고 다시는 그때와 같은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박성우기자 parks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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