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끝나지 않은 전쟁] 지울 수 없는 사회적 낙인…"저는 확진자가 아니라 완치자 입니다"

  • 최영현,유시용,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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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8 07:45  |  수정 2021-02-18 08:33  |  발행일 2021-02-18 제10면
확진판정 후 주변 비난 큰 고통…완치돼도 눈총 계속돼
일상복귀 두려움 직장동료·이웃 따뜻한 환영 덕에 극복

코로나19 최종 음성 판정 이후 일상으로 복귀한 완치자들은 하나 같이 "질병보다 더 무서운 건 전염병에 대한 따가운 눈총"이라고 말했다. 몸은 코로나19를 이겼지만 확진 판정 이후 지어진 사회적 굴레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상처였던 것이다.

지난해 12월 확진판정을 받고 7·9세짜리 두 자녀와 함께 2주간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던 이모(여·42)씨. 이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받은 일상 공개와 주변의 시선 등 사회적 낙인이 더 큰 고통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완치자 김모(48)씨도 "퇴원 후 생업에 열중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운영하는 업소라는 사실이 이미 알려졌기 때문에 더욱 방역·소독을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들에게는 심리적 고통이 더 컸다. 확진자를 바라보는 시선, 일상이 공개된 상황에서 쏟아진 비난 등은 이들을 위축시켰다.

이씨는 "완치 판정 이후 1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느낀 점은 코로나19가 마음의 병을 키운다는 것이다. 백신·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의 강력한 조치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은 매우 컸다"고 했다. 일부 완치자들은 완치 후 지난 시간을 묻는 질문에 "그때의 기억을 다시 회상하면 좁은 지역사회에서 이웃들의 비판, 생업 지장 등의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기도 했다.

완치자들은 하나 같이 코로나19는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경북에서 하루 수백 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던 지난해 2월20일 확진판정을 받은 최모(53)씨는 "병실이 없어 집에서 나흘 동안 머무르며 40℃가 넘는 고열로 죽음보다 더 심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며 "평소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관리하면 일반 감기처럼 지나가는 질병"이라고 했다. 이씨도 "편도가 심하게 부은 것 외에는 감기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의 따뜻한 시선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완치 후에도 다시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다행히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있었고 직장에 다시 출근했을 때 동료들이 위로와 함께 따뜻하게 대해줘서 고마웠다"고 속내를 나타냈다.

후유증이나 재발에 대한 우려는 정부나 지자체 등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김씨는 "피로감이 빨리 찾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코로나19에 재감염될 지 걱정되기도 한다"고 했다. 최씨는 "퇴원 후 체중이 무려 10㎏이나 빠졌다. 열흘 정도는 몸을 제대로 가누기조차 힘들었다"고 했다. 정부에서 보다 체계적인 완치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경북도는 코로나19 완치자의 심리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회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완치자 대상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피로감 호소와 우울증·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신경정신과적 장애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각 시설은 트라우마 교육과 불안 완화 신체활동·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기적 추적검사와 사후관리도 진행한다.

최영현기자 kscyhj@yeongnam.com
유시용기자 ysy@yeongnam.com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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