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천성산(922m)~경남 양산시…하늘이 열리듯 사방이 탁 트인 억새군락지…천성산 화엄늪에 무리지어 핀 야생화도 손짓
홍룡사엔 20m 높이 거대한 '홍룡폭포' '무지개 타고 올라간 천룡' 전설 유래 경내서 빠져나와 능선 따라 오르면 백합 등 무릎 높이의 어린나무 즐비 도롱뇽 서식 습지로 유명한 화엄늪 정상 아래 숲길엔 흰 모싯대 활짝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시원한 물줄기 소리만큼 청량감을 주는 소리가 또 있을까. 계곡도 좋고, 폭포도 좋고 나름의 방법으로 피서지를 찾는다. 나만 알 것 같은 조용한 장소가 여럿 있지만, 막상 무더위가 시작되면 사람들이 귀신같이 찾아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마치 도둑맞은 것같이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 산행계획은 능선에 올라서면 그늘이라고는 전혀 없는 코스를 잡았으니 여기까지 붐비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길을 나선다.
홍룡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 채비 중인데 주변이 숲이어서 그런지 윙윙거리는 모기가 극성이다. 서둘러 습한 주차장을 빠져나와 일주문을 지나 홍룡사 입구에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작은 폭포가 보인다. 아래쪽에서 보아서는 2단으로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정도의 밋밋한 폭포로 보이지만, 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관음전 바로 앞에 약 20m 높이의 거대한 홍룡폭포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세찬 물줄기를 쏟아낸다. 아래에서 보았던 2단의 폭포와 3단으로 연결된 폭포는, 폭포 아래에 살던 천룡(天龍)이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어 무지개 빛깔의 홍룡(虹龍)이 되었고, 절 이름 또한 홍룡사가 되었다고 한다.햇살이 비치면 무지개가 피어난다는데 하루 중 언제인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오전 시간에 측면에서 살짝 비치는 햇살에는 무지개를 볼 수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단을 되돌아 내려와 수정문을 지나니 홍룡사 대웅전 앞이다. 전각을 돌아보다 대웅전 뒤 천수천안관세음보살상이 모셔진 무설전과 요사채가 가로로 늘어선 가람의 배치다.홍룡사 경내를 둘러보고 왼쪽 해우소 방향의 숲 사이로 들어서면 능선으로 올라서는 길이 있다. 따로 등산로 이정표가 없지만 길은 선명하다. 잠시 올라서면 임도처럼 넓은 길을 만나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인데 최근에 조림한 나무인 듯 무릎 높이 정도의 어린나무가 심긴 길이다. 수종도 다양한데 잎이 캐나다 국기 모양의 백합나무, 편백이 많이 심겨 있다. 새벽까지 비가 내린 후여서 바닥은 미끄럽고 습도가 높아 잠시 걸었을 뿐인데 땀으로 흠뻑 젖는다. 침목으로 만든 계단을 만나면서 보통의 등산로 폭으로 바뀌는데, 길 양쪽에서 늘어진 억새며 풀잎에 맺힌 물방울 때문에 스틱으로 툭툭 털어내면서 오르다 보니 걸음이 더디다.고도가 높아지면서 안개가 피어오르는 사이사이로 양산시 상북면 일대 시가지와 공단이 내려다보인다. 참나무가 주를 이루는 능선을 따라 쉬엄쉬엄 한 시간쯤 오르니, 하늘이 열리듯이 사방이 탁 트인 드넓은 억새군락지다. 화엄늪, 화엄벌로 불리는 습지보호지역이다.화엄늪 안내판에는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1천여 명의 승려에게 화엄경을 설법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1천명의 승려가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천성산이라는 산 이름을 얻게 되었다. 또 부산에서 신경주역 사이를 지나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터널이 설계되면서 이곳 화엄늪에 서식하는 도롱뇽을 보호하기 위한 시위를 벌인 일명 '도롱뇽 스님'인 천성산 내원사 지율스님으로 더 유명해진 산지 습지다.습지 보호를 위한 울타리 왼쪽에 감시초소가 있고, 오른쪽으로 '천성산 제1봉 1.9㎞' 이정표 방향 정면 멀리 천성산 정상이 보인다. 가슴 높이까지 자란 억새군락 사이로 길이 나 있는데 12만4천㎡의 면적으로 해발 약 800m 능선을 가득 메우고 있다. 20분 정도 억새밭을 걷는 동안 철쭉나무, 꿩의다리, 잔대, 산오이풀 같은 야생화가 무리 지어 피어있다. 억새밭이 끝나고 정상을 향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 이정표와 나란히 '경고 접근금지. 지뢰제거 작전'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당초 계획은 2020년 3월부터 2021년 6월 말까지 완료 계획이었으나 폭우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작업이 늦어져 연장되었단다.정상을 올랐다가 원효암으로 갈 계획이 틀어졌다. 오른쪽 억새밭 방향으로 '원효암 1.3㎞' 이정표 따라 곧장 원효암으로 방향을 튼다.잠시 억새밭이다가 정상 아래 산허리를 따라 난 길을 따라 숲길로 들어선다. 능선에서 온몸으로 햇볕을 받은 터라 숲이 반갑다. 작은 골짜기를 두어 번 가로지르는데 흰 모싯대가 활짝 피었다. 모싯대는 대체로 보라색의 꽃을 피우지만, 흰색의 모싯대는 흔치 않은 식물이다.모싯대를 만나 잠시 휴식하고 30분쯤 더 걸으니 능선 위에서 삼거리를 만난다. '원효암 0.3㎞, 천성산 정상 1.9㎞'의 이정표인데 원효암을 들렀다가 정상을 오르기로 한다.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을 오르니 원효암 대웅전 앞이다. 원효암 마당을 지나 넓은 길로 나가다 왼쪽에 등산로 표시가 있다. 숲길로 올라서니 예전에 군부대로 통하는 도로를 만나고, 도로를 따라 10분쯤 오르니 여기에도 정상을 오르는 길이 막혀있다. 천성산 2봉 방향으로 400m쯤 가면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하나 더 있으니, 반신반의하며 산허리를 돌아나간다. 15분 만에 도착한 입구에도 역시나 막혀있다. 친절하게도 2022년 12월 완공이라는 현수막이 하나 걸려있다. 아쉽게도 정상을 오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 원효암까지 되돌아 내려온다. 원효암 대웅전 뒤 3단으로 흐르는 수곽에서 물 한잔 들이켜고는 삼거리 갈림목까지 되돌아 내려와 홍룡사 1.4㎞ 이정표 따라 능선을 따른다. 별다른 조망이 없는 숲길을 따라 40분쯤 내려서니 오전에 들렀던 홍룡폭포의 물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폭포를 오르지 않고 2단으로 연결된 하류의 폭포만 감상해도 눈과 귀가 즐겁다. 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길잡이홍룡사 -(6분)- 능선갈림길 -(60분)- 화엄늪 -(20분)- 원효암 갈림길 -(45분)- 원효암 -(15분)- 정상 입구 -(30분)- 원효암 -(40분)- 홍룡사 천성산 정상은 원효봉으로 불리던 곳으로, 정상부에 군사시설이 있어 오르지 못하고 제2봉을 정상으로 불렀다. 군사시설 철수로 일부구간을 통해 정상을 오를 수 있었는데, 최근에 지뢰제거작업을 하면서 다시 오르지 못하는 봉우리가 되었다. 봄에는 철쭉, 가을이면 화엄늪 일대의 억새군락이 많은 산객을 불러 모으는 인기 있는 산으로,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에 속한다.정상을 오르지 못하는 대신 원효암을 거쳐 한 바퀴 되돌아 내려오면 약 8km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교통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JC에서 함양울산고속도로를 따르다, 서울주JTC에서 경부고속도로를 갈아탄 다음 양산IC까지 간다. 삼거리에서 홍룡사 방향으로 우회전으로 고려제강교차로까지 간 다음, 양산대로 홍룡사 방향으로 약 700m 지점에서 우회전으로 덕운육교를 건넌다. 마을길을 따라 약 3.5㎞를 가면 홍룡사 입구 주차장이 나온다.☞주소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홍룡로 372(홍룡사 주차장)천성산 화엄늪 억새군락. 멀리 정상이 보인다.홍룡사 관음전과 홍룡폭포원효암흰 모싯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