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레이더] 걱정하는 것보다 한국은 운이 좋은 나라일수도 …
경제 대외 상황이 녹록치 않다. 코로나 이후 강력한 재정, 통화정책과 공급망 불안정, 자산가격 급등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결국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불러왔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생하며 전 세계, 특히 유럽은 에너지 위기를 맞닥뜨렸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부담에 반도체 등 수출마저 걱정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으니 환율이 부담되는 상황이고, 금리도 글로벌 기조에 따라 오를 수 밖에 없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한국은행이 정책을 잘 통제해 주고 있어 다행이다. 이 와중에 대만-중국 간 갈등마저 불거지며 한국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은 그나마 운이 좋은 나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냉전 시대에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1990년 이후 탈냉전 시대에는 세계화 물결에 탑승하며, 특히 중국의 경제 성장 과정에서 수혜를 입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질 신냉전 시대에 '반도체 칩 4 동맹'의 일원으로 서방세계에서 첨단 제조업의 일부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갑자기 변화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독일처럼 대응을 잘 못하고 헤멜 수도 있었겠지만, 한국 산업은 어려움 속에서도 방향을 잘 잡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중 G2간 무역분쟁 사이에서 피해를 보고,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공급망을 정리하고 있던 중에 신냉전 국면이 발생해, 미국 프랜즈 쇼어링 정책의 수혜를 입고 있다. 한국은 이제 서방세계의 최전선에서 방위와 제조업에 일익을 담당하는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 인생의 일도 국가의 일도 모두 새옹지마 (塞翁之馬)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현대자동차 역사를 보면 이와 비슷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꾸준히 미국 시장을 두드리던 현대차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내에서 기회를 잡았다. 2010년대 초에는 중국의 경제 성장에 조응해 중국내 생산량을 늘렸다가 2016년을 정점으로 생산량을 축소했다. 이후 어려움을 겪던 현대차는 2020년대 들어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 그러했듯이 전기차(EV)의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을 구사해 한 단계 성공한 듯 보인다. 미국 설비투자도 2025년 이후 생산량 증가가 예정돼 있다. 한국의 기민한 대응과 현대차 역사는 그 궤를 같이 한다.위기 때마다 한국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세가지 요소는 첫째로 제조업 역량과 그를 뒷받침하는 인적 자원, 둘째로 글로벌 시장 접근성, 즉 지정학적 외교관계, 그리고 위기때마다 약해지는 원화가치를 들 수 있겠다. 글로벌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지금은 셋 다 우호적으로 작동하는 중이다. 한국의 제조업 역량이 부각받으면 영남지역에도 다시 기회가 올 수 있겠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가 악화되며 경쟁력의 한 축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지방에서 젊은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부담할 수 있는 부가가치 창출 여부가 중요하겠다. 올 여름 불거진 조선업 하청업체 파업 사태도, 결국은 인건비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