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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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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방티장사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A후보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을 회고했다. 매일 새벽 어머니가 경산에 가서 농산물을 떼다가 머리에 이고 대구 동구 신암동에 있는 시장에 와서 팔았다고 했다. 길에서 좌판에다 상품을 올려 놓고 파는 '방티(방퉁이)장사'를 한 것이다. 어린 시절 그의 친구가 방티장사를 하는 아주머니를 가리키면서 "너거 엄마 맞제?"라고 묻길래 "우리 엄마 아이다"라고 했단다. 1960~70년대엔 방티장사를 하는 어머니를 둔 친구들이 꽤 있었다. 필자도 그의 고백처럼 방티장사를 하는 엄마를 부끄러워했던 적이 있었다.이렇듯 당시 대부분의 가정이 찢어지게 가난했다. 어머니는 끼니 굶기를 밥 먹듯 하면서도 자식 뒷바라지에 헌신했다. 당시 어머니들의 삶은 억척 그 자체였다. 산업화를 이룬 원동력이 됐다. 모정(母情)은 위대하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바위도 번쩍 든다고 하질 않는가.얼마 전 인도의 한 마을에서 원숭이들이 벌인 복수극이 주목받았다. 견원지간(犬猿之間)을 실감케 할 정도였다. 발단은 떠돌이 개무리가 마을에 서식하는 원숭이의 새끼를 물어 죽였기 때문이다. 화가 난 원숭이들이 복수에 나섰다. 강아지나 작은 개들을 납치한 뒤 높은 곳에서 떨어뜨렸다. 무려 250마리가 희생됐다. 최근 젖먹이를 학대해 숨지게 하거나 신생아를 유기하는 패륜이 잦다. 지난해 12월엔 탯줄도 안 뗀 갓난아기를 의류수거함에 버려 숨지게 한 20대 친모가 붙잡혔다. 자신이 낳은 두 아들을 학대해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니. 과거엔 입에 풀칠하기 힘들면 아기를 보자기에 싸서 부잣집 대문 앞에 두기도 했다. 부잣집에선 대부분 아이를 거둬서 키웠다. 현재 합계 출산율이 세계 최저이지만 해외입양을 가장 많이 보낸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어려운 작금의 상황이 모정 상실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반려동물보다 못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를 향해 애완 동물 보살피는 대신 아이를 키우라고 일갈했다. 가슴이 뜨끔하다. 차기 정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영역이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폴더 인사
늘 생글생글 웃는 후배가 있다. 명랑해서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다. 폴더인사도 곧잘 한다. 고개를 거의 90도로 숙인다. 연예인들과 정치인들도 폴더 인사를 많이 한다. 공손해서 나쁠 게 없다. 아랍 속담에 "필요한 경우에는 개에게도 깍듯이 인사하라"라고 했다. 바야흐로 정치판에 큰 장(場)이 섰다. 내년 3월9일에 20대 대통령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6월1일에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국회의원들은 2년 후에 제편 들어줄 지자체장을 간택할 권한이 있다.너무 깍듯이 인사도 잘하고 사과도 너무 잦아서 점수를 잃는 경우도 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다. 과거 '대장동 청문회'를 방불케 했던 경기도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을 향해 '으흐흐'라며 비웃었던 것과는 딴판이다. 표변하니 신뢰가 안 간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하는 데다 적확한 표현을 하는 데 서툴다. 비난이 일면 늘 주워 담고 부연설명하기 바쁘다. 꼭 필요할 때 해명은커녕 사과조차 없다. 벽창호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캠프내에서 후보 본인이 직접 해명하라고 요구하겠는가. 여유 부릴 만큼 한가한가. 바빌론 속담에는 "신은 짧디 짧은 인생에서 낚시로 보낸 시간을 빼주지 않는다"라고 했다.빅텐트를 치다 보니 여기저기서 싸운다. 이준석 당대표가 선거지원에 발을 뺐다. 두 번째다. 아프리카 속담에는 "코끼리 두 마리가 싸울 때 언제나 다치는 쪽은 풀이다"라고 했다.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듣는 국민의힘 당직자와 캠프에는 설명이 필요하겠다. '풀'은 풀이 아니고, 국민의힘 지지층과 국민을 의미한다.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근 사면 복권됐다. 해석이 구구하다. 윤 후보를 압박할 결정적인 카드다. 내년 2월까지 병원에 있을 모양이다. 아직도 측근의 배신에 치를 떤다고 한다. 인도 속담에 "코끼리가 곤경에 처하면 개구리조차 코끼리를 걷어차 버리려고 한다"고 했다. 이게 세상 인심이거늘. 이탈리아 속담에 "체스 게임이 끝나면 왕도 졸도 모두 체스통에 담겨진다"라고 했다. 인생사 죄다 부질없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고쳐 쓸 권리
최근 책상이 부서졌다. 책상다리가 상판 무게를 버티지 못했다. 상판은 멀쩡했다. 아내가 기어코 상판만 떼서 다른 책상 발판으로 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세상천지에 아내 이길 가장 있나. 낑낑거리며 분해를 하고 나니 등에 땀이 흥건했다.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듬해인 1998년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고 나섰던 국민운동이 있었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의 첫 글자를 떼 '아나바다' 운동이라고 불렀다. '금모으기운동' 못지않게 들불처럼 번졌다. 이 운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벼룩시장도 등장했다. 그 후 흐지부지됐다. IMF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경기가 회복되자 신축 아파트에선 입주 전에 멀쩡한 내장재를 뜯어내고 리모델링을 하는 게 유행이었다. 가정은 물론 산업분야 도처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량이 엄청났다.최근에는 코로나19로 배달이 늘면서 일회용 폐기물이 쏟아진다. 개인적으론 2006년과 2008년식 승용차를 탄다. 주행거리가 30만㎞를 넘는다. 폐차해야 되지만 그래도 잘 달린다. 부품 교체할 때 재생품을 사용하니 가격도 절반 이하이고, 부품 구하기도 쉽다. 가끔 새 차를 구입하자는 가족과 다툼도 생긴다. 여름이면 20년 넘은 재킷을 걸친다. 구두도 10년째 신는다.최근 유럽에서 정부와 기업에 '고쳐 쓸 권리'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높은 수리비가 부담이거나 부품 단종으로 멀쩡한 제품을 조기에 폐기 처분하는 것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전자제품에 한하지만 영역을 더 넓힐 태세다. 유럽 17개국에서 80여 개 조직이 이미 참여 중이다. 유럽에선 해마다 1인당 16㎏의 전자폐기물이 나오며, 재활용이 어려운 탓에 이 가운데 60%가 버려진다고 한다. 우리도 이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버린 폐기물이 먹이사슬을 거쳐 결국 우리 입으로 들어온다. 지구가 아프다는 신음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들린다. 하나뿐인 지구를 홀대하면 인류는 신생대를 벗어나지 못한 채 화석으로 남는 신세가 된다. 장용택 논설위원
[월요칼럼] 속에서 천불이 난다
지난 11월 말 칼럼을 쓰면서 '역겹다'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있다. 대선후보들의 표리부동한 태도에 실망한 국민의 심정을 에둘러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쓸까 말까 한참 고민했다. 국어사전에는 '속이 메슥메슥하고 구역질이 날 만큼 거슬리는 듯하다'라는 뜻이다. 기실 이 단어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한테나 사용한다. 일상생활에선 금기어다. 법에 앞서 개인 간 결투가 허용되는 시대였다면 '역겹다'라는 말을 들은 이는 목숨을 걸고 상대에게 결투 신청을 할 만큼 치욕적이다. 감히 써서는 안 될 말이다.지난 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지겹도록 역겨운 위선 정권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가 정부 비판할 때 '역겹다'라는 단어를 썼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 말로 상대를 공격할 경우 자신은 깨끗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제3자가 봤을 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윤 후보에게 대선 걸림돌은 '본(본인)·부(부인)·장(장모)' 리스크라고 했다. 여야 가리지 않고 지적했다. 그런데 선거 80여 일 앞둔 최근에 부인 리스크가 삐져나왔다. 허위 경력기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윤 후보 측이 늘 했던 말처럼 영향력 없는 매체가 김씨에 대해 촬영을 하자 줄행랑쳤다. 흡사 중죄인을 방불케 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조차 이 모습에 혀를 찼다. 물론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를 두둔하다가 사흘 만에 마지못해 사과했다. 하나 윤 후보나 김씨의 해명 태도는 상식에 맞지 않았다. 부아가 치밀어오를 정도였다. 높은 정권교체율이 국민의힘을 먹여 살린다고 한다. 캠프관계자들이 밤마다 축배를 들다 못해 침대축구해도 이긴다고 한다니. 국민의힘 선대위 인사나 윤 후보 측근들은 최근 표를 갉아 먹는 불미스러운 행동도 잦다. 윤 후보의 미숙함은 오히려 사치일 정도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마찬가지다. 우선 본인 리스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잘 달리던 마라토너가 오버페이스한 나머지 결승선을 앞두고 제다리에 걸려서 스스로 넘어지려 하고 있다.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다가 비판 받으면 '국민이 원하면 안 한다'는 핑계를 대고 철회했다. 무게감도 떨어지고 신념조차 없는 이른바 '표를 위한 정치'를 한다. 현 정부와 차별화하고 싶지만,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대선후보인 자신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서 타개책이 없으니 이해는 간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장남의 도박 및 성매수 의혹에 그로기 일보 직전이다.이번 대선에서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대선은 난생 처음이다. 두 후보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접전이지만 비호감도가 호감도를 훨씬 웃돈다. 두 후보 모두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뜻이다. 국민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하거나 아니면 기권을 할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다. 각 당 예비후보 경선에서 2위한 후보들이 대선캠프 참여에 미온적인 이유가 짐작이 간다.최근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를 뽑았다.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비유다.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로 선택했다는 교수들도 있었다. "누가 덜 썩었는가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거나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 때문이라고 했다. 내년 3월9일까지 코로나19 5차 대유행과 함께 역겨운 대선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 임기 내내 '대통령 및 가족 리스크'가 잠복했다가 언제든 다시 나타나서 국민을 괴롭힐 게 분명하다. 속에서 천불이 난다.장용택 논설위원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醜女(추녀)
지난달 29일 걸프뉴스는 아내의 민낯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이집트 남편이 결혼 한 달 만에 이혼을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남편은 페이스북에서 아내를 처음 만나 결혼했다. 결혼 전에 데이트는 몇 번 했지만, 민낯은 본 적 없다는 게 남편의 설명이다. 2016년 아랍에미리트의 한 남편은 아내의 민낯을 처음 보고 6개월 만에 이혼했다. 아랍에미리트 휴양 도시 샤르자의 한 해변으로 놀러 갔다가 바닷물에 화장이 지워진 아내의 얼굴을 본 34세 남편은 그 길로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다.민낯 때문에 이혼 위기에 처한 이들 부부처럼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 연인은 오프라인에서 만난 연인보다 이별도 속전속결이다. 2014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공동연구팀이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한 결과 교제 후 1년 안에 이별한 경우는 온라인을 통해 처음 만난 연인이 오프라인에서 첫 만남을 가진 연인보다 28% 더 많았다. 온라인을 통해 만나 결혼까지 한 부부의 이혼율은 반대의 경우보다 무려 3배나 높았다. 온라인이 만남의 창구 역할은 하지만 튼튼한 관계로 이어질 확률은 오프라인을 통한 만남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우리라고 다를 게 있겠는가.아일랜드 속담에는 "마음이 끌린다는 것만으로 결혼하지 말라. 누가 보더라도 이 여자(남자)라면 할 정도라야 한다"라고 했다. 교제 기간을 길게 갖고 상대방을 제대로 파악하라는 충고다. 이스라엘 속담에 "미인은 보는 것이지 결혼 상대는 아니다"라고 했다. 인도 속담에도 "미녀는 이 세상의 것이고, 추녀는 그대만의 것"이라고 했다.우리 속담과 비슷한 게 불가리아에도 있다. "신부 될 여성의 어머니를 잘 보고 구혼하라"라고 했다. "결혼의 쇠사슬은 매우 무겁다. 때로는 남녀 두 사람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운반해야 한다"라고 유대 격언은 말한다. 패스트 푸드 주문하듯이 해서는 파경(破鏡)이란 경고다. "사랑은 달콤하다. 빵이 수반될 경우에만 그렇다"라는 충고도 있다. 스코틀랜드 속담에는 "아내를 주인처럼 모셔야 한다"라고 했다. 결혼은 어렵고도 오묘하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일등병 유해의 총구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해는 27일 화장된 뒤 자택에 안치됐다. 한 달 전 세상을 뜬 노태우 전 대통령도 같은 신세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강제 진압했던 신군부의 핵심 인물들이 사후 누울 자리조차 없다니. 사상 초유의 일로 말로(末路)가 비참하다. 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41년 만에 가족의 대리 사과도 있었다. 광주 민주화 운동 피해자들과 국민에게 와닿지 않았다. 안 하느니만 못했다. 11대 대통령부터 16대 노무현 대통령까지 모두 세상을 떠났다. 취임 역순으로 고인이 됐다. 아이러니하다. 게다가 17·18대를 지낸 두 전직 대통령은 수감 중이다. 이승만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 관련 흑역사는 진행 중이다.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이다. 이런 와중에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있었다. 여야 유력 후보들의 심정은 어떨까. 선거 유세를 보면 그저 나들이 나온 필부(匹夫)의 모습이다. 대통령으로 입후보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얘기다.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하다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체념도 나온다. 하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얼마나 엄중한가. 우선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로 인해 언제든지 전쟁상황으로 갈 수 있다. 누가 전장에 나가는가. 20~30대(MZ)가 총을 들어야 한다.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은 지하 벙커에서 입으로 지휘만 하면 되지만, 젊은이들은 목숨을 내놔야 한다.두 후보나 캠프의 태도를 보면 국민을 그저 졸로 여길 따름이다. 특히 대선 향배를 좌우하는 민지 세대를 '표'로만 여길 따름이다. 구역질 날 정도다. 산업화 이후 가장 불행한 계층이 이들이다. 차기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젊은이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최근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인 백마고지 참호에서 일등병의 유해가 발굴됐다. 구멍 뚫린 방탄모를 쓰고 실탄을 몸에 두른 채 적을 향해 총을 겨누던 자세 그대로였다. ‘정신 차려’라는 꾸짖음으로 읽힌다. 장용택 논설위원
[제28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심사평…책의 핵심, 경험으로 풀어내는 능력 탁월
독서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지만 영남일보의 책읽기 상 독서감상문 모집에는 많은 응모자들이 독후감을 보내주었다. 독서감상문 공모전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에 감사드린다.<대학·일반부 심사평>대학 일반부는 여러 작품 중 '숲은 고요하지 않다'라는 책을 읽고 '통해야 산다'는 주제로 독후감을 쓴 조재근(경북 경산시 대학로 16길 32)씨를 최우수로 선정했다. 조씨는 숲속 방대한 생물종이 나누는 소통방식에 대한 감탄과 놀라움을 잘 표현하고 정리해냈다. 이런 숲속 소통 방식을 소통이 중요한 현 시대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조직 생활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이 갔다. 자신도 '복돌이'라는 이름의 푸들을 8년간 키운 경험이 있다고 소개하고 그 반려견과 가족 간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해 이해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자연과 인간의 소통 차이점을 지적했다. 꽃과 꿀벌의 공생관계처럼 자연의 소통은 뛰어나고 서로 도움을 주지만 정작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끼리의 소통은 때로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우수작에는 곽종상씨와 채선희씨 작품을 선정했다. 80대 후반인 곽씨는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라는 도서를 읽고 '내 하고픈 거 언제 할까?'를 주제로 자신의 경험담과 자신의 상황에 걸맞은 글을 썼다. "내 생각대로 살아 봐야지"하는 생각은 늘 하면서도 아내의 반대, 모자라는 돈 등의 여건들이 맞지 않아 실천하지 못했다고 반성하면서 친구들과 동부인으로 2박3일 동해안 여행을 다녀 온 경험담을 사실감 있게 전했다. 역시 우수작으로 선정된 채선희씨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읽고 감상문을 썼다. 채씨는 이 책에 대해 한마디로 "SF소설에 걸맞은 참신한 소재에 작가의 오차 없는 수학적 계산이 가미된 진짜 소설"이라는 극찬을 했다. 책의 서술방식이 아주 체계적인 데 감탄했고, 어떻게 허구의 것을 현실적으로 그렇게 잘 나타낼 수 있었는지 놀랍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씨는 책 속 내용에 나오는 인간과 다른 종족과의 따뜻한 우정에 대해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응모작품들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서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주어 동사 간 주술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비문이나 오·탈자 문장도 여전했다. 중고교생도 아닌 대학 일반부 응모작에서 단어 철자가 틀리고 오탈자가 나온다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작품 내용이 아무리 참신해도 오탈자가 나온다면 그 작품은 수상작으로 넣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중·고등부 심사평>본선에 오른 중·고등부 응모작품 수준이 매우 뛰어나서 우열을 가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추천 도서를 읽고 거기서 받은 감명을 자신의 경우와 대비해서 소감을 밝히는 능력이 뛰어났다.응모작 가운데 최우수상으로 각각 박지찬(카자흐스탄 악토베 19번 학교·중 2학년 과정)군과 조영관(영천 금호중 3년)군을 뽑았다. 박군은 부모의 선택으로 카자흐스탄으로 가게 됐고, 이역만리 낯선 곳에서의 정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감상문에 절절하게 서술했다. 추천 도서 '처음이에요. 가족이지만'을 읽으면서 부모님의 고생하는 모습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면서 "부모님 몰래 슬퍼서 우는 자식들의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가족은 부족한 존재들로 이뤄진 곳으로, 가족 간 갈등도 있지만,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끝맺음했다.조군은 '체험학습으로 만나는 제주 신화'를 읽고 독후감을 썼다. 그리스 신화에 버금가는 1만8천편의 신화 및 설화를 갖고 있는 제주의 기후 등이 신화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면서 "어릴 때부터 그리스 로마신화를 접했지만 이에 못지않은 제주 신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우리 고유의 신화를 소재로 한 웹툰 창작물이 많이 만들어지길 빈다"라고 했다. 독서 감상문을 넘어 기성세대가 새겨들을 만한 어젠다를 제시했다.이번 심사에서 중·고생의 수준에 맞는 어휘와 문장을 구사한 응모작에 높은 점수를 줬다. 주의할 점을 하나 덧붙이자면 과도한 첨삭 등은 지양했으면 한다. 오히려 글쓰기를 멀리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초등부 심사평>전체적으로 응모작의 수준이 높은 편이었지만 단번에 최우수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전체 글의 흐름이 안정적이면서 책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낸 네 편의 작품을 우선 뽑은 뒤 몇 차례 읽고 최우수작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약간 어설퍼 보일 수 있지만, 나이에 맞게 솔직하고 창의적으로 쓴 글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줬다.최우수작 2편은 모두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이라는 책에 대한 독후감이었다. 책을 읽은 뒤 자신이 경험했던 일과 비교해가며 생각을 잘 표현했다. 김민정(대구 다사초등 4년) 학생은 초등학교 1년 때 전학 온 뒤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와 '투명인간'처럼 지냈던 상황을 주인공 릴리의 행동을 통해 되돌아보며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김하은(수원 효천초등 6년) 학생은 자신이 싫어하는 모습을 가진 릴리의 행동을 보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져나가는 글로 눈길을 끌었다.초등부 전체의 독후감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성의있게 쓴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수준차가 컸다. 주어와 동사의 연결이 안 되는 비문, 어색한 어휘 사용, 책의 내용만 빽빽하게 적어놓은 글 등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오자와 탈자도 제법 많았다. 부모님이나 형·누나 등 가족이 도와준 글 같은 응모작들도 가끔 보여 아쉬웠다. 그래도 예년과 비교해 독후감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책 읽은 느낌을 제대로 담아 내려 한 글이 많았다.■ 심사위원: 영남일보 이재윤·원도혁·장용택·김수영 논설위원
[자유성] 정치인의 無識(무식)
지난 10일 사과 차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방명록 글귀가 입방아에 올랐다.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는 방명록 글귀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 "한글도 모르느냐"며 표기 오류를 주장하고 나섰다. 야권은 오류가 아니라며 티격태격하고 있다. 한글맞춤법 제57항에 따르면 '반드시'는 '틀림없이 꼭', '반듯이'는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않고 바르게'라는 뜻으로 구별하여 적도록 규정하고 있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해 2월 서울 현충원 방문록에서 탈이 났다. ‘코로나19’를 ‘코로나20’으로, ‘굳건히’를 ‘굳건이’로 각각 표기했다. 홍준표 대표도 2017년 한국당 대선후보 시절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에 ‘멸사봉공(滅私奉公)’을 적으면서 ‘私’자 대신 ‘死’자를 넣어 빈축을 샀다.군 관련 해프닝도 제법 있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다음 날인 2010년 11월25일 당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포격 당한 민가에서 철제 통 두 개를 발견했다.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이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황진하 의원이 "작은 통은 76.1㎜, 큰 것은 122㎜ 방사포탄으로 보인다"라고 한술 더 떴다. 그 뒤 보온병으로 밝혀졌다. 군 면제를 받은 안 대표야 이해가 되나 육군 중장으로 예편한 황 의원은 또 어떤가. 육사 출신으로 육군 5군단 포병여단장을 거친 육군 내 엘리트가. 그래도 별 탈 없이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이명박 전대통령이 취임 초 모 부대를 찾아 분대 지원화기인 K-3 기관총 사격 시범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깨에 견착하는 개머리판을 가늠자로 보고 조준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도 군 미필이었다. 현재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군문(軍門)에 몸담지 못했다. 군부대 방문 전에 예행연습이라도 하시라. 또 어려운 소방 계급 숙지는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군대 계급이나 경찰 계급 정도는 외우길 바란다. 정치인의 변신은 무죄다. 정치인의 무식함도 마찬가지다. 도량이 넓은 국민에게 가끔 웃음마저 선사하니 말이다. 장용택 논설위원
[월요칼럼] 유통기한 지난 편의점 음식
지난 10일 대구고법은 뇌졸중으로 사지가 마비된 자신의 아버지를 1년 가까이 돌보다 방치해 숨지게 한 22세 청년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의 항소는 기각했다. 아내 없이 아들 A씨와 10여년간 함께 살았던 B씨는 공장노동자로 근무하다 지난해 9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스스로 음식물 섭취는커녕 대소변마저 가릴 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2천만원이 넘은 치료비를 혼자 8개월 동안 감당했다. 월세와 가스비는 밀렸고, 근무하던 편의점에서 유통기한 지난 음식들로 끼니를 해결했다. 수중에 쌀 살 돈 2만원조차 없었다.B씨는 지난 5월 초 아들을 불러 "미안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거 하며 잘 살아라. 그리고 내 방에는 들어오지 마라"라고 당부했다. A씨는 자신의 방으로 가서 닷새를 울면서 보냈다. 곡기를 끊은 B씨는 지난 5월8일 숨졌고, 사망 당시 체중이 39㎏에 불과했다. 법원은 아들 A씨에게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봤다. 아버지와 아들은 그 닷새 동안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시시각각 죽음을 향하는 아버지의 마음, 옆 방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아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판결 하루 뒤인 지난 11일 ‘아들 50억원 퇴직금’으로 물의를 빚은 대구의 모 국회의원의 사직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주자는 경선 과정에서 20~30대, 즉 ’MZ세대’를 ‘민지 세대’라고 불렀다. 참 위트 있는 표현이었다. 정작 젊은 층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어쨌든 민지 세대는 대한민국 계층 가운데 가장 위기상황에 있다. 우선 4명 중 1명꼴로 실업이나 반실업 상태다. 취업했더라도 1년 후 50% 이상 퇴사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니 공무원시험으로 몰린다. 공시족이 무려 30여 만명이다. 문재인 정권의 붕괴 요인 가운데 가장 큰 이유는 누가 뭐래도 조국 사태다. 부모 찬스를 통해 제 자식에게 혜택을 줬다는 게 핵심이다. 민지세대를 포함한 국민은 ‘내로남불’로 점철된 문재인 정권의 이중성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안타깝게도 뇌졸중 부자와 같은 처지에 놓인 위기 가정은 전체 10가구 가운데 두세 군데꼴이다. 한 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에서 특히 더하다. 이런 민지 세대가 왜 홍준표 전 후보에게 열광했을까. 절망에 빠진 젊은이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하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모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부활을 비롯해 부러진 희망의 사다리를 놔줄 묘책까지 제시했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라는 속담을 실현시킬 적임자로 봤다. 민지 세대를 구하는 길은 바로 일자리 창출과 부동산 문제 해결이다. 유승민 전 후보는 대구 경선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되면 지역 청년실업 해소와 지역을 살리는 해법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영호남에 짓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윤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유 후보의 주제에 현실감 없는 동문서답을 하고 말았다. 홍·유 후보의 공약들은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지금도 유효하다. 요즘 국민의힘은 희희낙락하고 있다. 지금껏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중국발 요소수 대란까지 터졌으니. 마치 정권을 잡은 듯 거들먹거린다. 홍 후보에게 열광했던 민지 세대를 ‘꿔준표’라고 폄훼했다. 유치하게도 제갈량의 비단 주머니 퍼포먼스도 하고 있다. ‘도로 자유한국당·웰빙정당’의 모습만 있다. 이 와중에 민지 세대가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판을 뒤흔들 세력으로 등장할 태세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대구의 부자 사연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만 SNS를 통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냈다.장용택 논설위원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마누라 고쟁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생사는 비슷한 모양이다. 세계 각국의 속담이나 격언을 보면 비유만 다를 뿐 맥락은 유사하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이 아닐까. 오늘 오후에 정권교체지수가 높은 국민의힘 대권 주자가 가려진다. 그동안 후보끼리 피 터지는 각축전을 벌였다. 내년에는 20대 대선과 지방선거가 3개월 간격을 두고 치러진다. 국내 정치 시즌에 적용됨직한 각국의 속담이나 격언이 꽤 많다.우선 베트남 속담에는 "덩치가 큰 사람 100명보다 간 큰 사람 한 명이 낫다"라고 했다. 무릎을 칠 만하다. 어느 대선 후보 캠프에 유력 인사가 많이 몰려있느냐로 당선 가능성을 예측한다. 하나 오합지졸이 될 수 있다. 브라질 속담에선 다르게 설파한다. "사냥개가 없다면 고양이를 데리고라도 사냥하러 가라"라고 했다. 용인술을 강조한 속담을 보자. 아랍 속담에는 "간밤에 산이 움직였다면 믿되, 사람이 변했다면 믿지 마라"라고 했다.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게 ‘인성’이라는 것을 꼬집었다.유대인들의 격언에 "큰 부자에겐 아들은 없다. 다만 상속인만 있을 따름이다"라고 했다. 대권을 쥐거나 지방선거에 당선되면 입에 든 혀처럼 굴던 측근이 표변해서 논공행상만 기다린다. 손톱만큼이라도 손해다 싶으면 주군을 향해 죽일 듯이 달려든다. 베트남 속담엔 "‘두리안’에 미치면 집도 팔고 마누라까지 판다"라고 했다. 두리안은 열대 과일의 왕으로 손꼽힌다. 내기를 좋아하는 국민성 탓에 ‘두리안’ 대신 ‘도박’이라는 단어를 넣어도 의미는 통한다. 우리 속담에 ‘노름(정치)에 빠지면 마누라 속 고쟁이까지 내다 판다"와 상통한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선 "구두 신고 축구한다"는 속담이 있다. 여야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런 주자들이 꽤 있었다. 상대를 얕잡아보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경고다. 베트남 속담에 "코끼리를 피한다는 것은 결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해결 방법이 없으면 승복하라는 의미다. 정치판에서 ‘코끼리’는 ‘민심’일 수 있다. 머리맡에 두고 되새겨야 하는 경구(警句)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조지아 교과서
옛 소련의 연방이었던 조지아(그루지야)는 코카서스(깝까즈) 산맥과 흑해에 면한 나라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이루다보니 유럽 문명과 아시아 문명이 공존한다. 인종 구성 또한 복잡하다. 옛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고향이다. 트레킹 마니아가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나라다.최근 이곳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주조지아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조지아 중학교 3학년이 배우는 세계사 교과서에 ‘북한과 민족 간 전쟁을 치른 나라’라는 기존 내용 대신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뤄낸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성공한 국가 중 하나'로 바뀌었다는 것. 상·하권 총 367쪽 가운데 6쪽에 걸쳐 한국 현대사가 상세히 기술됐다고 한다.심지어 인공위성이 밤중에 촬영한 한반도 사진을 싣고 '이 위성사진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토론 과제도 제시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6천억달러로, 국토 면적이 170배나 넓은 러시아와 비견할 수준이라고 기술했다고 한다. 삼성을 비롯한 세계 초일류 대기업을 소개하면서 한국을 ‘조지아 발전의 모델국가’로 삼아야 한다고 소개했다.가슴 뿌듯한 일로 G7에 드는 우리의 국력을 실감하는 사례다. 주조지아 한국대사관의 활약이 컸다. 대사를 당장 외교부 장관에 임명해도 될 법한 공을 세웠다. 한국의 눈부신 성장 과정을 자국 교과서에 실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를 계기로 각국 교과서에 실린 한국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는 데 매진해야 한다. 나아가 개고기 식용과 관련한 SNS상의 거짓 정보와 ‘독도가 일본 땅’으로 표기된 오류 정정에도 나서라. BTS를 비롯한 예술인들의 활약으로 한국어 배우기 열풍 또한 거세다. 세계 표준어인 영어가 만들 수 있는 조합명령어가 3천 개인데 반해 한글은 무려 378억 개나 된다. 인류가 창조한 언어 가운데 가장 과학적인 언어가 한글이다. 내친김에 대통령 직속으로 교과서 오류 수정과 한글 보급 확대를 책임질 전담부서를 신설했으면 한다. 한민족 5천년 역사상 요즘 같은 융성기가 있었을까. 가슴 뿌듯하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개고기 식용
50대 공무원의 일화다. 간부여서 피치 못할 술자리가 잦다. 아내는 늘 늦다고 도끼눈이다. 하루는 새벽에 까치발로 걸어서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니 세 식구 모두 꿀잠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비숑 프리제가 반겨주더란다. 너무 이쁜 나머지 지갑에서 5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과자값으로 건넸다. 그런데 지폐를 물고는 냉큼 안방으로 들어가서 아내 머리맡에 두고 오더란다. 헛헛한 에피소드다.중년 부부의 소원한 관계를 풀어주는 재롱둥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재임 시절 여비서와 염문설로 영부인에게 구박을 당할 즈음 외동딸이 대학에 진학했다. 딸 바보였던 그는 그때부터 반려견을 키우며 허전한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필자도 아주 어릴 적 저먼 세퍼드와 지냈다. 그래서인지 개나 고양이를 보면 늘 손을 내민다. 아내는 질색이다. 원래 동물을 싫어하는 데다 식구 가운데 동물털 알레르기가 있으니.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고기 식용 금지 발언으로 이와 관련해 찬반논쟁이 촉발됐다. 외신은 이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마치 개고기 식용이 일상인 것처럼 악의적인 내용 일색이다. SNS를 비롯한 온라인에 떠도는 거짓에 가까운 내용을 확인 없이 베껴 쓰고 있다. 한해에 개고기 식용 국가 1위인 중국은 1천만 마리, 2위 베트남은 500만 마리를 도살한다. 이런데도 유독 우리만 거명하며 못살게 군다.각국엔 엽기적인 식문화가 많다. 서양의 푸아그라 요리와 원숭이 식용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에선 100년 전까지 개를 잡아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데도 남의 나라 식문화에 대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다니. 우리는 애완견 1천만 마리 시대에 산다. 보신탕 애호가가 크게 줄었다. 개고기 식용은 한식의 세계화에 걸림돌이다. 하지만 외국의 등쌀에 못 이겨 개고기 식용 금지법을 제정해선 안 된다. 자존심 상하는 문제다. 맨유에서 활약했던 박지성 선수가 최근 응원가 '개고기 송'을 부르지 말 것을 요청했다. 법 제정에 앞서 SNS나 웹사이트에 떠도는 출처 불명의 개고기 식용 관련 오류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다. 장용택 논설위원
[월요칼럼]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는 심정
과거에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늘 대통령 측근 비리가 판을 쳤다. 이번에는 단골 메뉴는 사라지고 여야 대선 후보 1위가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다. 전례가 없는 상황이다. 유력 후보가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고 있는 셈이다. 한 뼘 남짓한 교도소 담벼락 위에서 자칫 교도소 바깥으로 떨어지면 무죄이고, 안으로 떨어지면 그야말로 수갑을 찬다.이번 여당과 제1야당 경선 과정을 보면 참으로 실망스럽다. 오로지 유력 후보를 대상으로 나머지 후보들의 의혹 제기 및 흠집 내기에 매달렸다. 하지만 이 의혹 상당 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보자.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키맨이자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가 구속됐다. 또 오늘 전직 법조기자 출신으로 법조인을 구워삶은 의혹을 받는 김만배가 검찰에 출두한다. 이 도지사는 줄곧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환수사업’이라고 대응했다. 그런데 이 도지사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를 비롯한 민간업체 자산을 즉각 동결 조치하고, 개발 이익금 추가 배당 중단과 부당이득 환수 조처를 강구하라고 성남시에 권고했다. 180도 입장 선회다.초조한 모습이 감지된다. 이미 관련자들끼리 수익 배분을 놓고 다퉜다. 산통 깨지는 파열음 관련 녹취가 검찰 손에 들어갔다. 또 경찰은 유동규가 버린 휴대폰을 찾았다. 수사는 초스피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주변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검찰총장 재직 시 있었던 고발 사주(使嗾) 의혹이 첫 장애물이다. 부인 김건희씨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미 관련자 2명이 구속됐고, 김씨조차 소환을 앞두고 있는 것도 불편하다.검경과 공수처의 칼끝은 이 도지사와 윤 전 총장을 겨누고 있다. 두 후보 모두 피의자 신분이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옥중출마하는 상황도 예견된다. 최근 청와대의 태도를 보면 이런 점이 읽힌다. 특히 대장동 비리에 대해 모종의 결심이 선 듯하다.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라는 의견을 최근 두 번이나 피력했다. 검찰의 수사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인데도 지지율이 무려 40%를 넘나든다. 아직 힘이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지우고 싶은 정권의 오점이다. 이 와중에 대장동 게이트가 큰 부담이다. 방치하면 정권 재창출은커녕 당이 붕괴할 위기에 내몰린다. 국민도 향배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8일 발표한 갤럽 여론조사에선 대선후보에 지지자 의견표시를 하지 않은 응답자가 무려 23%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보겠다는 유권자의 비율이다. 거짓말쟁이가 지도자가 돼선 안 된다는 의지 표현이다. 하자와 흠결이 있더라도 경제만 살리면 괜찮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보수진영 대통령들의 처지를 보라. 개인적으론 두 후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면 한다. 혹여 의혹이 드러나면 무죄 추정 원칙만 주장하면서 갈 데까지 가지 말았으면 한다. 그렇지만 두 후보 성정(性情) 상 현실적으론 기대난망이다. 코로나19로 국민은 심신이 병들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 "‘최선’ 대신 ‘차악’을 뽑는 게 선거 아니냐"며 겁박하는 형국이다. 대선 후보 면면을 봐선 대통령감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퇴임한 메르켈 전 독일 총리를 20대 대통령으로 영입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아예 공석으로 두자고도 한다. 실제론 헌법에 위배된다. 참 답답한 노릇이다.장용택 논설위원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자식 농사
10대 고교생 형제가 9년간 자신들을 애지중지했던 70대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지난 9월23일 함께 구속됐다. 범행 현장인 대구시 서구 비산동 단독주택 빨래걸이에는 여름 교복이 걸려 있었다. 범행 전날 등교할 손자를 위해 빨아뒀던 교복이다. 심지어 범행을 목격한 90대 친할아버지까지 살해하려 했고, 동생은 흉기에 찔린 친할머니의 비명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게 창문을 닫았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범행 동기는 평소 휴대전화 게임을 하지 말라고 꾸짖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어린 자식을 형편이 어려운 노부모에게 맡기고 떠난 이들 형제의 부모는 어디 있는지. 가난한 조손가정의 민낯이 드러났다. 기자 생활하면서 이런 끔찍한 사건은 처음이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또 ‘얼러 키운 효자 없다’라는 속담도 생각난다. ‘오냐 오냐’ 하면서 어리광을 받아주면 버릇없이 커서 불효를 저지른다는 의미다. 훈육하다 잘못되면 법의 제재를 받으니 이도 저도 어렵다. 오죽하면 서양에선 ‘훌륭한 자식은 신의 축복’이라고 했을까. ‘자식 농사 마음대로 안 된다’라는 말은 동서고금을 관통한다.국민의힘에서 입이 거칠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장제원 국회의원은 잦은 음주운전과 폭행을 저지르는 연예인 아들 때문에 최근 구설에 올랐다. 여론이 악화하자 "자식 잘못 키운 건 아비의 죄"라며 야권 유력 대선후보 진영 종합상황실장에서 물러났다. 같은 당 곽상도 전 국회의원은 성남시 대장동 재개발 관련 법인 직원이었던 자식이 고액 퇴직금 문제로 물의를 빚자 지난 2일 의원직을 내려놨다. 곽 전 의원은 대통령 자녀의 비리를 파헤치는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자식 키우는 사람 막말 못한다’라는 속담이 오버랩 된다.자식 둔 부모에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이렇듯 효도는 인간사에서 으뜸이다. ‘효성이 지극하면 돌 위에 풀이 난다’라고 했다. ‘효자 집안에 효자 난다’라고도 했다. 부모가 효도를 실천해야 자식들도 배우고 따라 한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상갓집 개
‘상갓집 개’란 말이 있다. ‘상가지구’(喪家之狗)라고도 한다. 사전적인 의미는 ‘돌봐 줄 주인을 잃은 상갓집 개와 같은 처지’라는 뜻으로, 여기저기서 천대를 받으면서도 비굴하게 얻어먹으러 기어드는 가련한 꼴을 의미한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로 보수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의원이 지난달 27일 상갓집 개를 들고 나왔다. 홍 의원은 이날 김종필 전 국무총리 묘역을 참배하면서 "김 총리는 평생 박정희 대통령을 배신하지 않았다"면서 "박영옥 여사가 돌아가셨을 때 기르던 개가 식음을 전폐하고 죽자, 개 무덤을 묘소 옆에 만들었는데 사람이 그렇게 처신을 해서는 되겠나"라고 했다. 현 정권에서 발탁되고 중용됐던 인사들의 진영 바꿈을 꼬집은 것이다.문자 속은 기특하지만 비유가 2% 부족하다. 상갓집 개는 물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먹고살아야 하니 비천한 취급을 받더라도 결코 사람에게 달려들지 않는다. 그런데 홍 의원이 꼬집고자 했던 염량세태(炎凉世態)의 대상은 배신해서 은인을 물어뜯는 자들을 의미한다. 적확한 표현은 ‘상갓집 개보다 못하다’라고 해야 맞다. 얼마 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모 방송의 생방송 토론에 불참했다. "결방이 되면 ‘동물의 왕국’을 틀면 되지"라고 했다고 한다. 이유 불문하고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또 동물의 왕국이란 용어를 차용한 것도 민망하다. 국민의힘이 동물의 왕국이 되고 있다는 것으로도 들린다. 지난달 25일 치매를 앓는 90대 할머니가 빗속에서 실종됐다. 실종 신고 90시간 만에 농로에서 구조됐다. 구조 당시 반려견이 저체온증에 빠진 할머니 곁에서 온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3년 전 대형 견에게 물려 사경을 헤매던 유기견이 이번엔 은혜를 갚았다.국민의힘에 패배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선거를 앞두고 동물 얘기 나오면 늘 졌기 때문이다. 진보진영보다 쥐꼬리만큼 높은 정권심판론만 믿고 한가하게 ‘침대 축구’만 하고 있으니. 백구의 교훈을 알아차려라. 보은(報恩)해야 할 대상이 누군지를.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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