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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6주년 사람과 지역의 가치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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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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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콩가루 집안
"콩을 삶는데 콩대를 베어 때니, 솥 안에 있는 콩이 눈물을 흘리네. 본디 콩과 콩대는 한 몸인데, 어찌 그리 모질게도 삶아대는가." 조식이 지은 칠보시(七步詩)다. 일곱 걸음 걷는 동안에 짓는 시를 의미한다.조식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의 셋째 아들로, 예의가 바르고 총명해서 조조의 귀여움을 받았다. 조조 사후 그의 형인 조비가 왕에 올랐다. 하지만 늘 조식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조식이 연회에 지각한 것을 트집 잡아 칠보시를 짓게 했다. 시를 짓지 못하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식이 칠보시를 짓자 살려 줬다. ‘콩가루 집안’의 유래에 얽힌 일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골육상잔은 흔했다.최근 이 용어가 정치권에 등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K 최고위원이 이준석 대표와 경선 주자 간에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빗대면서 썼다. 그러자 경선 주자들은 K 최고위원에게 이간질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가히 콩가루 집안을 방불케 한다. 문재인정권 4년 동안 잘한 것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제1야당인데 딱하다 못해 한심하다. 얼마나 못났으면 영입 인사들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달리는가. 과반이 넘는 정권 교체 여론만 믿고 깝죽대는 것 아닌가.최근 초등학교 학예회 수준보다 못한 경선 주자들의 비전발표회도 조롱의 대상이 됐다. 임차인 발언으로 일약 ‘정치권 신데렐라 ’로 올라섰던 윤희숙 의원의 권익위 부동산 투기 의혹도 한몫했다. 그의 처신은 ‘방귀 뀐 놈이 성낸다’식에 다름없다. 후속 해명 자리를 만들었지만 스타일만 구겼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수사에 따르면 되는데 소란을 피웠다. 세상에 가장 쓸데없는 걱정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정치인과 재벌(건물주)에 대한 걱정, 그리고 연예인·스포츠 스타에 대한 걱정이다. 코로나19로 제 앞가림조차 힘든 국민이 정치 걱정 등을 하도록 해서야 되겠나. 좋게 보면 이런 국민의 이타심이 대한민국을 G7에 들게 한 원동력이다. 아무튼 국민 빼고는 모두 정상이 아니다. 장용택 논설위원
[월요칼럼] 老稚園(노치원)
최근 경북 문경에 있는 절친의 부친 상가에 간 적이 있다. 시중은행 고위 간부를 지냈지만 문상객 숫자보다 조화가 더 많았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우울한 변화다. 몇 달 전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돌아가셨다. 코로나 방역 지침 탓에 마지막 임종조차 지켜보지 못했다고 했다. 연로하면 치매가 찾아온다. 주간요양시설을 거쳐 요양병원에서 운명하신다.얼마 전 대구 동구 팔공산 자락에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유치원이 폐업했다. 700여 가구의 대단지로, 시내를 오가는 셔틀버스도 있었다. 학령인구가 줄다 보니 유치원이 주간 요양원으로 업종 변경을 했다. 노치원(老稚園)이 된 거다. 30여 전만 해도 인근 초등 교실을 증설할 정도였다. 노령 인구가 늘고 출생률이 감소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인구 관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인구는 조사 시점인 2017년 5천136만명에서 50년이 지난 2067년에는 3천689만명, 100년 뒤인 2117년에는 1천510만명으로 준다고 했다. 100년 후면 100년 전 인구수로 감소된다. 대구의 경우 2017년 246만 명에서 100년 후엔 54만 명, 경북은 268만 명에서 70만 명으로 각각 급감한다. 정작 숫자를 받아드니 눈앞이 캄캄하다. 60~70대 나이면 대학·고교졸업 당시인 40~50년 전의 일을 또렷이 기억한다. 베이비붐 시대엔 한 해 90만 명 넘게 태어났다. 대입예비고사에 재수생 포함, 100여만 명이 응시했다. 이 당시 젊은 주부가 갓난아이는 등에 업고 양손에 두 아이 손을 잡고 버스를 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를 보고 버스 운전기사는 "애는 되게 많이 낳았네"라고 핀잔주는 광경이 흔했다.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출생아 수는 27만2천300명이다. 암울하다. 대책 없이 방방곡곡 뚫어놓은 도로를 비롯한 각종 인프라는 어쩌나.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공설운동장과 청사를 건립했지만 세금 먹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대구섬유회관 인근은 한때 대구의 중심지였다. 이곳 주 도로변 1층 가게 앞과 보도블록 사이에 풀이 돋아있는 모습을 본다. 을씨년스럽다. 조만간 흉물이 된다는 전조(前兆)다. 변두리의 경우 코로나 이전에도 밤 10시만 되면 적막강산이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15년간 무려 200조 원 넘는 예산을 퍼부었지만 헛심만 썼다. ‘지방분권’은 정권을 잡기 위해 내건 화두였지만 늘 공염불(空念佛)이 됐다. 집권자의 눈엔 수도권 일극주의(一極主義)만 있다. 좋은 일자리가 있는 수도권 대학으로 인재가 몰린다. 주택공급이 부족하니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불장’이 됐다. 수입이 빤하다 보니 혼인적령기에선 비혼(非婚)과 만혼(晩婚)이 대세다. 경제 위기 연구분야에서 국내 권위자인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교육·주거 문제 해결 없이는 저성장 위기를 피하기 힘들다"고 일갈했다. 지원금으로 출산율을 결코 높일 수 없으며, 유아·초등교육에 과감하게 투자하라고 했다. △3~5세 아이에게 의무교육제도 실행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국가가 책임지고 돌보기 △보육교사 초등교사 수준으로 대우 △보육 시설도 초등학교와 공동 사용 △초등교육도 6세부터 시작해서 조기에 사회로 진출 등을 제시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생기는 재원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귀에 쏙 들어오는 제언이다. 덧붙여 공교육이 사교육 영역을 흡수함으로써 사교육비를 없애고, 대학등록금도 무료로 했으면 한다. 국가가 책임지고 아이를 맡아야 한다. 주거 문제는 과잉공급된 빈집으로도 해결된다.장용택 논설위원장용택 논설위원
[부고] 민원기(전 수협은행 대구경북본부장)씨 19일 부친상
▲민원기(전 수협은행 대구경북본부장)·창기·기남씨 19일 부친상=발인, 21일 오전 7시 문경 제일병원 영안실. 장지, 문경시 동로면 선영. 010-6517-4277
[자유성] 카포에라
브라질엔 '카포에라'라는 무술이 있다. 손을 땅에 짚은 채로 내지르는 발차기는 상대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준다. 카포에라는 무술에다 댄스와 아크로바틱은 물론 놀이적 요소도 가미된 브라질 전통문화다. 16세기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키 낮은 수풀 속에서 몸을 극도로 낮춘 채 현란한 발차기를 익혔다. 노예로서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한이 서린 운동이 댄스 등과 어울려 브라질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요즘 MMA 선수들은 킥복싱이나 무에타이는 물론이고 주짓수나 레슬링 등 그라운드 기술을 베이스로 익힌다. 나아가 카포에라 발차기를 장착해 극강이 된 선수도 많다.이런 카포에라가 최근 대한민국에 소환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얼마 전 아들의 인턴 활동 지도를 맡았던 서울대 법대 A교수와 법정에서 카포에라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조 전 장관은 "A교수가 카포에라에 조예가 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은 인턴 활동 기록이 조작이 아니라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증거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여러 재판에서 보인 그의 행동은 쪼잔하기 이를 데 없다.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고 있다는 억울함이 들 테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부정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법관을 장삼이사(張三李四)로 취급하는 것에 다름없다. 후임 장관을 지냈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조국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했다. 법학 전공자들의 태도가 철딱서니 없다.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말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치다. 그런데 측근들 때문에 조기 파장(罷場)위기에 처했다. 아니 난장판이 됐다. 광복 76주년을 맞아 카자흐스탄에 묻혀 있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게 넘어가는 시점이다. 아프간 대통령은 돈 보따리를 활주로에 흘리면서 줄행랑쳤다. 우리도 이런 적이 있었다. 요즘 입만 갖고 애국자인 양 처신하거나 심지어 대통령이 되려고 난리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초개(草芥)와 같이 버렸던 애국지사들을 더 이상 정치판에 소환하지 말라. 국민은 무지렁이가 아니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심쿵
‘앤젤리나 졸리가 현재 여러분에게 프러포즈를 한다면’. 세계 남성 누구나 ‘심쿵’했을 것이다. 심쿵은 ‘신조어’로 심장이 '쿵'할 정도로 놀람을 의미한다. ‘1등짜리 복권에 당첨됐다면’. 아마 심쿵을 넘어 심장마비가 올 수 있겠다.윈스턴 처칠은 명연설가다. 20대 초반 하원의원으로 당선됐지만 매우 소심했고, 말더듬증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밤이면 텅 빈 영국의사당에 가서 부인을 의석에 앉혀 놓은 채 혼자 연설을 했다. 그는 울렁증을 극복하고 심금을 울리는 연설로 애국심에 호소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 승리의 주역이 됐다. 대개 큰 시험 첫 시간이나 면접 등을 볼 때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를 자각할 수 있다. 머리가 혼미해지고 이러다 무슨 일 생기는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힌 경험이 있을 터이다.예천의 아들 김제덕이 도쿄 올림픽 양궁 2관왕에 올랐다.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인 남녀 혼성에서 안산과 함께 대한민국 첫 금메달을 안겼다. 안산은 대한민국 하계 올림픽 최초 3관왕이자, 양궁 종목에서 첫 3관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미래차 R&D 기술을 접목하면 선수단의 기량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심장박동수 측정 장비, 고정밀 슈팅 머신, 점수 자동 기록 장치,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 선수 맞춤형 그립을 비롯한 5개 분야에 기술을 지원했다. 양궁 종목 중계에서 슈팅 때마다 선수의 심장박동수가 구현돼 시청자들의 흥미를 배가시켰다. 강심장이 금메달 싹쓸이의 비결임을 입증했다. 최근 경기도 군포시 한 편의점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아르바이트생이 심장마비로 쓰러진 50대 여성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냈다. 심정지 발생 후 4~6분이 지나면 뇌에 혈액 공급이 끊기면서 뇌 손상이 급격히 진행된다.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심정지 환자 가운데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건진 경우는 전체의 10%나 된다. 고압 전류를 극히 단시간에 통하게 함으로써 정상 맥박으로 회복시키는 제세동기 작동법도 익히면 도움이 된다. 이웃과 가족의 생명을 구하는 길이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과도한 사교육비
1985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서 시험관 아기로 출생한 여아가 34세가 된 2019년 정상분만으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이 여성이 국내 첫 시험관 아기로, 당시 아시아에서 싱가포르·일본·대만에 이어 네 번째 사례였다. 서울대병원 측은 시험관 수정으로 태어난 세대도 건강한 생식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참으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다. 기자가 난임 전공의를 만난 것은 1990년대 초반이었다. 서울대 산부인과에서 난임을 전공한 A원장은 고향인 대구에서 개원했다. 지역에선 사실상 최초였다. 불임과 난임에 관해 많은 얘기를 들었다. 기자도 덕분에 반 의사(?)가 됐다. 그는 수많은 난임 부부에게 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사례는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로 등굣길에 하나뿐인 중 1년 아들을 잃은 부부의 사연이다. 부부는 사건 발생 후 A원장을 찾았다. 부부 모두 40대 중반으로 자연임신이 어려운 상태였다. 몇 번의 시험관 아기 시술 끝에 남아 쌍둥이를 품에 안았다.의료담당 기자는 의료 필진 10여명의 칼럼을 관리해야 한다. 매주 1회씩 의료 판에 전문가 칼럼을 고정 게재하기 때문이다. 필진이 관련 학회 참석 등으로 빠질 때가 있어서 재고 확보는 필수였다. A원장은 당시에 귀했던 노트북을 잘 다뤘다. 칼럼이 필요해서 요청하면 노트북에 저장했던 칼럼을 곧바로 팩스로 보내왔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실패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능력 부족이란 자괴감에 사로잡혀 잠을 설칠 때도 많다고 한다. 그의 별명은 '삼신 할배'다. 미국 주류사회 부부도 찾고 있을 정도다.최근에 제 속으로 낳은 아이나 입양아를 학대하는 사례가 잦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합계출산율 세계 최저다. 초고령화 속도마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다. 이러다간 대한민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질 게 뻔하다. 국가가 아이를 키워야 할 때가 왔다. 부부가 자녀를 갖지 않는 주된 이유는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때문이란다. 중국은 사교육비 규제에 돌입했다. 사회주의국가이니 가능하겠다. 장용택 논설위원
[월요칼럼] 인연
피가 튄다. 안면 근육이 뒤틀린다. 마우스피스가 튕겨서 날아간다. 맥없이 고꾸라진 상대를 향해 다가가 연타를 날린다. 무의식상태에서 저항하는 선수를 보호해야 하는 조치는 아예 없다. 심판은 넋 놓고 보고만 있다. 룰은 있으나 마나 하다. UFC 경기가 아니다. 바로 20대 대통령 선거를 향한 주자 간 이전투구 양상이다. 광기로 가득 찼다. 죄다 치유가 힘든 대통령병(病)에 걸렸다. 생전에 이런 형국은 처음이다. 여당을 보자. 최근 1위로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부동의 1위였다가 추락한 뒤 추격양상을 보이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각축이 피를 튀긴다. ‘명락대전’으로 불릴 만큼 치열하다. 이 도지사의 형수 막말 파문 재등장과 이 전 대표의 노무현 탄핵반대표 행사 여부를 비롯한 비방전이 이미 선을 넘었다. 당원들조차 무엇이 폭로될지 가슴이 조마조마할 정도라고 한다. 야권 부동의 1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잡기 위해 즉 ‘꿩 잡는 매’를 자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가세도 판을 혼탁하게 만든다. 야당도 형편은 같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행보에 여야 모두 직격탄을 날린다. 대통령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1개월 남짓 경과한 윤 전 총장과 진작에 국민의힘 품에 안긴 최 전 감사원장도 이젠 밑천이 드러나고 있다.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면서 맷집도 예상보다 약하고 기본적인 소양에서 부족한 면이 보인다. 국민의힘 마크를 단 당내 주자들의 지지율이 ‘꽝’이니. 아마 오세훈 서울시장이 등판해야 할 가능성조차 점쳐진다. 상대방 비난전은 단골 메뉴다.이 대목에서 과거의 예를 보자. 과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내 후보 경선도 과열 양상을 넘었다. ‘다스가 누구 겁니까. 여러분!’이나 ‘박근혜 후보의 추문’ 등으로 살기등등했다. 죽기살기식의 폭로 후유증은 여태껏 진행 중이다. 안타깝게 두 분 모두 교정시설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숙식을 해결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리스크가 많다. 참 어정쩡하다.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도 임기 내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이 정부도 임기 중에 부동산투기 해결과 청년실업 해소에 손들고 말았다. 외교에서도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다만 정적들이나 반대파를 손보는 기간으론 제격이다. 과거 정권들이 해왔듯이 등장인물만 바꿔 넣으면 바로 써먹을 만큼 특화된 시나리오가 있다. 이러니 주야장천 ‘정적 교도소 보내기 운동’만 국민에게 보여준다. 야당에선 정권만 잡으면 집권 세력에게 "교도소 갈 준비하라"고 눈을 부라리고 있으니.인연을 얘기할 때 ‘겁(劫)’이라는 불교 용어를 사용한다. 우주의 시간을 재는 단위로, 세계·우주가 개벽한 때부터 다음에 개벽할 때까지의 시간이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유순(由旬·왕이 하루에 행군하는 길의 길이로, 9.6㎞ 혹은 12㎞) 규모의 쇠로 된 성안에 겨자씨로 가득 채운 뒤 100년마다 한 알씩 꺼내는 방법으로 겨자씨를 모두 다 꺼내도 겁은 아직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측정이 불가한 긴 시간이다. ‘옷깃을 스치는 인연’이란 의미의 일기일회(一期一會)도 500겁(생)의 인연이 있다고 했다. 같은 민족으로 태어난 것도 4천겁의 인연이다. 대선 주자 간 인연은 참으로 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을 사형수로 몰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용서했다. 임기 중에 박 전 대통령 추모사업과 기념관 건립에 힘썼다. 용서와 화해는 인류 보편적 가치다. 대선 주자들도 참고했으면 한다.장용택 논설위원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쓰봉과 바지
박정희 정권 시절 경북도지사를 지냈고 행정관료에 이어 국회의원으로 승승장구했던 지역 원로정치인 K씨 일화다. 1971년 여름, 폭염이 내습해서 한반도가 용광로가 됐다. 어느 날 자정이 넘은 시각에 K도지사 숙소로 전화가 왔다. 당시엔 비상 전화가 숙소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전화를 받으니 "임자 뭐 하노. 자는가?"라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닙니다. 각하 전화를 받는 중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박 대통령이 가뭄 걱정에 밤새워 뒤척이다가 K도지사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K도지사는 한마디 더 했다. "각하 잠시만요. ‘쓰봉 ’입고 다시 전화 받겠습니다"라고 했단다. ‘쓰봉’은 양복바지의 비표준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얼마나 기특했겠는가. 실제로 바지를 새로 입고 통화했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다.요즘 바지가 화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컷오프 토론회에서 형수 욕설 건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배우 김부선과의 교제설을 묻는 정세균 후보에게 답변 대신 "바지를 내릴까요?"라고 했다. 그것도 웃음기 띤 표정으로. 생중계되는 판국에 국민을 상대로 우롱하는 것이다. 선출직 정치인으로서 태도가 아니다. 바지 벗는 액션은 가황 나훈아면 족하다. 억울하다면 좋아하는 법 놔두고 뭐 하는가. 명예훼손 혐의로 김씨를 고소하면 될 것 아닌가.추미애 후보는 바지폭과 치마폭 차이를 인용했다. "치마폭이 바지폭보다 넓다"라면서 자신이 편협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 번 양보해서 직장에서 "바지를 내릴까요?"라거나 "치마폭이 바지폭보다 넓다"라는 말을 했다면 듣기에 따라 성추행에 해당된다. 민주당 컷오프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어떤 정책으로 다퉜는지 기억조차 없다. '바지 타령'만 뇌리에 남았다. 내년 대선은 국정 5년을 책임지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국민은 이죽거리거나 비아냥대는 정치인들의 태도를 가장 싫어한다. 두고두고 짐이 될 터이다. 참을 수 없는 경박함이 어째 좀 거시기하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口業(구업)
지난달 23일(한국시각)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경기. 0-1로 뒤지던 애리조나는 6회 초 2사 1·2루 상황에서 오마르 나바에즈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2루 주자였던 다니엘 보겔백은 커다란 덩치를 이끌고 전력 질주를 하다 3루 베이스를 밟은 직후 왼쪽 발을 접질렀다. 이미 가속도가 붙어 있던 상태여서 그는 홈이 아닌 3루 덕 아웃 쪽으로 밀리면서 뒤뚱거렸다. 2루 베이스 근처에서 볼을 받은 닉 아메드는 공을 잡은 채 절룩거리며 홈을 밟는 보겔백을 그냥 바라만 봤다. 만약 보겔백이 주루 도중 다치지 않았다면 무사히 홈까지 올 수 있었다. 보겔백이 발을 다쳐 제대로 뛰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메드가 홈으로 바로 공을 던졌다면 충분히 아웃이 가능했다. 보겔백은 홈을 밟은 뒤 주저앉았다. 결국 교체됐고 이튿날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날 경기에서 애리조나가 단 한 점도 내지 못한 채 0-5로 패했다. 전날 17연패를 당했던 처지였지만 ‘지더라도 치사하게 질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반칙을 일삼는 악동이 많다. 룰을 준수하는 척하면서도 교묘하게 사용한다. 이들을 ‘쓰레기’나 ‘양아치’로 치부한다. 몇 번은 통하지만 종국엔 임자 만나서 비참하게 퇴출된다. 인생사도 마찬가지다.바야흐로 정치 시즌이 왔다. 내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선거와 6월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수마발이 죄다 나올 태세다. 지난 번 선거에서 졌던 이들도 글러브를 낀채 출전 채비를 마쳤다. 와신상담(臥薪嘗膽)했다지만 얼마나 실력을 쌓았는지 가늠이 힘들다. 다만 입이 거친 것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불교에서 입으로 짓는 업(業)을 구업(口業)이라고 했다. 구업 가운데 첫째는 거짓말이요, 둘째는 이간질하는 것이며, 셋째는 남을 괴롭히는 나쁜 말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교묘하게 말을 꾸며내는 것이라고 했다. 입으로 먹고사는 직업이 바로 정치인이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명분 있는 패배에 오히려 큰 박수를 보낼 만큼 성숙하게 변했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호미
도시민들은 손바닥만 한 공간이라도 있으면 상추를 비롯한 제철 푸성귀를 심고 수확한다. 하루만 지나도 쑥쑥 자라는 채소를 보면 신기하다고 한다. 흡사 반려동물 돌보는 것에 버금가는 즐거움이 있다고 한다. 텃밭을 가꾸는 데 호미가 없으면 곤란하다. 나무 손잡이에 곡선으로 꺾어지는 목과 그 끝에 비대칭 삼각형 꼴의 삽날이 달렸다. 잡초 뽑기는 물론, 씨앗 심기, 옮겨심기, 북돋기를 비롯해 만능연장이다. 북부지방에서 날이 평평한 호미가 쓰였고, 중부 이남 지역에선 날이 더욱 날씬하고 날카로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 어촌에선 조개나 굴을 채취할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호미가 살상용 무기로도 사용됐다고 전해진다.작은 땅에서 최대한 토지를 활용해야 하는 한반도에선 제격이다. 근력이 약한 여성은 물론 어린아이까지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지금의 형태를 갖춘 호미가 출현한 시기는 고려 초로 본다. 그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농기구가 발굴되고 있으니 한민족과 오랜 세월 함께한 연장이다. 그래선지 호미는 우리나라에만 있다.최근에는 영주 대장간에서 자동차용 스프링강을 화덕에서 가열한 뒤 공압 해머와 망치로 두들겨서 모양을 만들고, 튼튼한 손잡이용 목재를 끼우는 방식으로 호미를 만든다. 국산 호미 한 개를 쓸 때 외국산은 서너 개를 써야 한다. 나무로 된 손잡이만 교체하면 호미 날은 평생 사용할 정도로 내구성이 있다. 이런 국산 호미가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소지하기 쉬운 데다 내구성도 뛰어나고 다용도 농기구이다 보니 엄지척할 만하다. 아마존이나 구글에선 ‘Homi’ 또는 ‘Easy Digger’로 소개된다. 국내보다 서너 배 비싸게 팔리는 히트 상품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했다. 빈 대학 식물원을 찾은 김정숙 여사가 선물로 국산 호미를 건넸다고 한다. 직원들이 무척이나 좋아했던 모양이다. 호미가 국위 선양을 하는 ‘K-농기구’로 자리매김했다. 호미처럼 서민의 삶을 북돋워주는 정치가 그립다. 정권 말이 되니 생뚱맞게도 이런 생각이 든다. 장용택 논설위원
[월요칼럼] 이준석의 시간
지난 5월 초다. 지인들끼리 점심을 먹다가 화제가 국민의힘 당 대표가 누가 될지로 옮겨갔다. 기자는 이준석이라고 예상했다. "오버 하는 것 아니냐?"라는 핀잔도 들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이준석은 나경원 후보와 주호영 후보, 이른바 ‘나·주’에 밀려 3위였다. ‘0선’에 ‘30대’인 이준석 후보가 당 대표가 된 지 열흘이 됐다. 정치판 아니 세상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국민의힘 당원의 30%를 점하고 있는 보수의 성지 대구가 그렇다. TK를 대표하는 5선의 주호영 의원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이 후보와 팔공산 등반과 서울 수락산 등산으로 치고받았다. 본전조차 건지지 못했다. 나·주 후보 간 단일화도 원천 봉쇄당했다. 이 결과가 대구경북에 주는 메시지는 뭔가.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오랜 실망이 투표에 투영됐다는 점이다. 주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이례적으로 지역 원내 인사들이 최고위원 출마까지 포기했다. ‘TK당심과 민심이 밀어주겠지’라며 마음 놓다가 된통 당했다. TK도 이젠 만만한 집토끼가 아니다. 전략적 투표를 한 것이다.이 대표 길들이기도 이미 시작됐다. 그 흔한 허니문 기간도 없다. MZ 세대 마음을 잡지 못하면 폭망이라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여당이 날리는 견제구야 이해가 된다. 당내에서의 공격은 의외다. 이 대표야말로 귀하게 얻은 원석(原石)이다. 국민과 당심이 보낸 옥동자다.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가공하고 다듬어서 귀한 보석으로 키우는 역할은 당내 중진들이 해야 한다. 그런데도 구상유취(口尙乳臭)라는 투로 비아냥대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자당 정치인 자질 테스트와 토론 배틀에 대해선 결사반대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 정치인 자질 테스트에 대해 찬성이 60%를 상회했다.이준석 효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1위를 달리고 있고, 호남에서의 입당 러시가 그것이다. 일부 당내 중진들은 눈물이 날 정도라고 했다. 전당대회 나흘 전 대구에서 "저를 발탁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고맙다. 하나 탄핵은 정당했다"라고 했다. 예상과 달리 당 대표 선거에서 먹혔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인 ‘탄핵의 강’을 넘었다.이 대표 말 한마디 한마디는 명쾌하다. 안철수 대표에게 합당 촉구를 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입당을 권유했다. 설득력이 있다. ‘간 보는 정치’는 세대교체를 바라는 국민에겐 구태다. 당내에서 이 대표 뒷다리 잡기마저 통하지 않자 "비전과 정치철학이 없다"면서 구시렁거린다. 경력과 경륜이 있다던 중진들이 내면 될 것 아닌가. 그게 싫으면 정치판을 떠나라. 장강(長江)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고 했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자고로 어린 손주한테도 배울 게 있다고 했다"는 속담도 잊었는가. 국민의힘이 잘한 게 뭐가 있는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조국의 시간’에서 비롯된 내로남불 때문 아닌가.지난 4·7재보궐선거 참패 후 죽비를 맞았다던 더불어민주당은 변할 기미조차 없다. 맨 먼저 이제 유통기한이 지난 ‘운동권적 사고방식’을 버려라. 먹으면 배탈 나는 요리다. 고깝더라도 귀담아들을 건 들어야 한다. 공정과 정의를 내팽개친 업보(業報)가 바로 ‘이준석 탄생’이란 점을 왜 모르는가. 집권 여당이 살 길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최근 인터뷰에 있다. 4년간의 참회록이다. 그가 누군가. 멀리 갈 것도 없다. 2년 전 총선에서 집권 여당에 180여 석을 안겨준 인물이다.장용택 논설위원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따까리
‘따까리’란 말이 있다.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맡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단어다. 보병 제6사단 소속 모 대대 취사병이 지난 5일 "대대 고위 간부들이 메인 테이블에서 밥을 먹은 뒤 식기를 그대로 두는 것은 물론 심지어 코 푼 휴지를 남겨 둔 채 그냥 간다. 취사병이 치워야 한다. 취사병이 따까리냐"라고 군 제보 채널에 올렸다. 영창이나 군기교육대를 가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40년 전 이 사단에 근무했던 기자로선 아연실색했다. 무엇보다 취사병의 용기에 놀랐다. 세월이 지나도 간부들의 식당 갑질은 그대로란 점이 부끄럽다.푸른 별이 부대 마크여서 ‘청성(靑星)부대’로 불리는 6사단은 현재 중부전선 방어를 맡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동부전선을 잘 지켰으며, 서울 함락 당시 작전상 후퇴했다가 38선 돌파의 선봉으로 나섰다. 압록강에 가장 먼저 도착한 뒤 강물을 수통에 담아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냈다. 인민군과의 전투에서 궤멸됐다가 나중에 재편된 사단이 대다수였지만 6사단은 초기 편성 그대로 운영될 만큼 용감했다. 인민군 10만여 명을 사살한 전과도 빛난다. 때문에 이 부대를 거쳤던 장병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6사단 지휘부는 취사병의 폭로가 있자마자 대대장도 자기 식판을 닦도록 조치했다. 미군의 경우 장성조차 병사들과 함께 줄 서서 식사차례를 기다린다. 6사단 취사병의 배식 갑질 폭로가 군의 폐습을 바꿀 신호탄인가 싶더니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어 군대 각종 비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런 적이 없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기구를 설치하라고 두 번씩이나 지시했다. 만시지탄이다. 군에서 장교와 부사관, 사병의 역할이 각기 다르다. 하나 역할이 신분으로 굳어진 군대 내 그릇된 인식이 각종 비리의 원인이다. 군사법원 폐지를 비롯한 군 관련 대통령 선거 공약을 점검해서 임기 중에 해결해야 한다. 군 개혁을 바라는 여론이 심상치 않다.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중고차 유감
20년 전쯤이다. 동생이 회사 앞으로 중형승용차를 몰고 와서 키를 건넸다. 국내 D사 제품이었다. 출고된 지 2년 됐지만 새 차나 다름없었다. 가격도 출고가의 절반 이하였다. 기관장들이 애용하는 관용차와 동일 모델이었다. 후륜 구동인 데다 당시 타고 다니던 준중형에 견줘 실내 크기나 승차감에서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운전대를 끝까지 돌리니 덜거덕거렸다. 등속조인트를 비롯한 각종 조향장치 고장이었다. 비가 온 뒤 아침에 차 문을 여니 뒷좌석에 물이 흥건했다. 기가 막혔다. 카센터에 가서 점검을 하니 하부를 잘라낸 뒤 용접한 자국이 보였다. 차량 외부의 물이 이음매 틈새로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주행 중 시동 꺼짐은 다반사였다.수리 비용은 중고차 구입비 이상 들어갔다. 폐차해야 할 승용차를 되판 것이다. 동생이 사준 차여서 속만 끓였다. 중고차 매매상은 동생의 지인이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동생은 그와 인연을 끊었다. 인생살이에서 개인 주치의만큼이나 중요한 사람을 들라면 중고차 매매 전문가와 카센터 사장이다. 호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로선 중고차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침수됐거나 대파된 차량을 구매해선 곤란하다. 얼마 전 인천에선 중고차를 샀던 6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조사 결과 미등록 중고차 판매업체 직원이 차를 싸게 판다며 속인 뒤 시가 200만원짜리 차량을 무려 700만원에 강매했다고 한다. 온몸에 문신한 판매업체 직원이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협박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이 자주 쓰는 수법은 인터넷에 값싼 미끼 매물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찾아온 고객에게 "이미 팔렸다"고 발뺌하고는 다른 차량을 고가로 강매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협박과 폭력을 일삼는 것은 다반사라고 한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중고차 매매시장에 진입하려고 했다. 정부에선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라며 막고 있다. 중고차 구매 고객을 보호하고 양심적인 중고차 매매상의 업권(業權)도 보장하는 묘수는 없을까. 장용택 논설위원
[자유성] F-22
‘천조국 (千兆國)’이란 단어가 있다. 국방 예산이 ‘1천조 원’이라는 뜻이다. 엄청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방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미국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인터넷상에서 자주 사용한다. 실제로 미국 군사비 지출액은 2016년 기준으로 1천조 원에 못 미치는 691조 원수준이었다. 하나 세계 최대 국방비 지출국가다.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품이 있다면. 바로 F-22(랩터)다. 찰스 브라운 미국 공군 참모총장이 지난 12일 "보유 중인 전투기 7개 기종 대신 향후 F-35를 주춧돌로 하고, F-15EX와 F-16 등이 F-22를 대체할 차세대 전투기"라고 발표했다. 탱크 킬러 A-10 공격기는 2030년까지 운용키로 했다고 덧붙였다.왜 랩터를 배제했을까. 현존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로, 기존 4세대 전투기와의 모의 전투에서 1대가 100대 이상 격추하는 성과를 보인 천하무적인데. 대당 3천700억 원이나 되는 높은 도입 가격 때문이다. 순금으로 환산하면 5.5t이나 된다. 이 가격은 현존 최대 여객기 A380의 가격과 비슷하다. 미 공군이 750대까지 보유키로 했으나 현재 보유 기체는 186대에 그친다.우리가 4.5세대 전투기 KF-21을 자체 개발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미국처럼 스텔스기인 F-35가 선제타격하면서 적진의 정보를 보내면 F-15K와 업그레이드 중인 KF-16은 물론 곧 양산될 4.5세대 전투기인 KF-21이 장거리 폭격에 나서는 작전을 구사할 수 있다. 얼마 전 KF-21을 만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최근 공군의 수송기와 해상초계기 개발 계획을 정부에 제안했다. 2045년이면 현재 운용 중인 30여 대의 수송기나 해상초계기 의 수명 주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란다. 최소 2040년대 초반까지 전력화해야 한다. 전투기 개발만큼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 기종은 중형여객기를 베이스로 한다. 따라서 민수용 중형여객기 개발도 가능하다. 가능하다면 무기 체계는 자체 개발이 여러모로 국익에 도움 된다. 장용택 논설위원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병원 떠났던 대구 수련병원 전공의 700여 명, 복귀 시점 마지날에도 '요지부동'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탄력받는 정부의 의료 개혁…남은 숙제는 전공의 복귀와 의사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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