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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스마트폰 세상보기]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 손녀와 얼음 지치기
지난 11일 경북 경산시 자인면의 어느 조그만 저수지. 박기환(64)씨는 손녀 연서(3)를 '시게또'(썰매)에 태워 얼음지치기를 즐겼다.박씨는 집 앞 꽁꽁 얼음이 언 저수지를 보자 코로나로 집안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손녀와 놀아주고 싶은 생각이 났다. 손녀를 위한 썰매를 만들면서 그 옛날 아들을 위해 손수 썰매를 만들어 주셨던 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겨울방학이 되면 아버지께서 만들어준 썰매는 최고의 놀이기구가 된다. 벼 밴 자국이 바둑판처럼 줄 선 물 고인 논바닥엔 간밤에 떨어진 영하의 기온으로 빙판이 된다. 동네 꼬맹이들은 마루 밑에 두었던 썰매를 둘러메고 하나둘 모여든다.누가 빨리 달리나 시합도 하고 길게 한 줄로 서서 기차놀이도 하며 추운 겨울을 보냈다. 얼음이 깨어져 발이라도 빠지면 모닥불 피워서 젖은 양말 말리려다 양말까지 태워 어머니께 혼난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다.세월은 유수같이 빠르고 바람에 흩어지는 뭉게구름 같았다. 썰매 타던 아이였던 박씨는 썰매가 뭔지도 모르는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 아들이 성장하여 도시의 장년으로 아버지가 되고 박 씨는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겨울이 오면 박 씨의 가슴엔 언제까지나 기억될 추억이 있어 좋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손녀에게 추억이 담긴 썰매의 전설을 들려주고 싶어졌다. 박 씨가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처럼 손녀에게도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할아버지다. 얼음판 위에서 신이 나서 깔깔거리는 손녀의 웃음소리는 파문처럼 허공으로 퍼진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11일 경북 경산 자인면의 한 저수지에서 박기환씨가 손녀 연서의 썰매를 끌어주고 있다. 박기환씨 제공
2021.01.19
[동네뉴스]대구 수성구 범물중 교내 밴드 '엘포드' 유튜브 연주 영상 '뜨거운 반응'
지난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집콕 생활에 위로가 된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OST '캐논변주곡' 이 지난 14일 '중학생들의 슬기로운 음악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라왔다.허동균(일렉기타), 임지효(어쿠스틱기타), 이제홍(베이스기타), 도진환(도진환), 박아현(드럼)은 범물중학교 2학년으로 교내 밴드 '엘포드(L.F.O.D-looking for our dream)' 동아리 회원들이다.밴드를 이끌고 있는 오종수(41) 선생님은 코로나로 인해 학교 축제 등 모든 행사가 취소 돼 실망한 학생들에게 유튜브 영상 제작을 제안했다고 한다.학생들은 각자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색다른 경험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방역 수칙을 지키며 연습과 녹음을 개별로 하다 보니 영상은 무려 4개월 만에 완성됐다. 등장하는 아이들의 옷차림이 반팔, 긴팔, 패딩 등 가지각색인 이유가 그 때문이다.연주는 연습실 옥상에서 주로 촬영했고 가까운 동네를 돌며 예쁘다 싶은 곳에서도 몇 장면을 남겼는데 완성된 영상은 웬만한 뮤직비디오 못지 않아 반응이 뜨거웠다.임지효(16)양은 "친구들과 음악으로 가까워져서 더욱 좋고 그로 인해 학교생활도 즐거워졌다"며 "친구들과 함께 연주하니 실력도 훨씬 더 빨리 느는 것 같다"고 했다. 또 같은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하는 박아현(16)양도 "공연이나 곡을 목표로 두고 연습하니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뿌듯함도 크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코로나로 한참 동안 만나지 못하던 친지나 친구들에게 영상으로 안부를 전할 수 있어 좋았는데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멋진 영상으로 손자·손녀들을 만나며 기특해 했다고 한다.음악이라는 공통사로 모인 친구들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주인공들처럼 성인이 돼서도 함께 밴드 활동하기를 꿈꾸며 그들이 드라마에서 연주한 '캐논변주곡'을 선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우리마을 교육 나눔행사·학교축제 등 다양한 무대에 서고, 카페를 빌려 선배들과 작은 콘서트를 열기도 할 만큼 학생들의 실력도 수준급이다. 지효양의 엄마 양지윤(44)씨는 "무엇인가에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지효를 보며 내 아이를 다시 보게 됐다"며 "학업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이겨내는 걸 보면서 밴드 활동을 응원해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영화 시민기사 ysbd418@hanmail.net범물중 교내 밴드 '엘포드' 회원들이 만든 '중학생들의 슬기로운 음악생활' 유튜브 영상 모습. 양지윤씨 제공
[동네뉴스] 450년 내력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치마거랑 마을'을 아십니까?
대구시 달성군 유가읍과 현풍읍 경계에 '쌍계리' 혹은 '치마거랑'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다. 정확한 마을 역사는 알 수 없지만, 도동서원 전신인 쌍계서원이 1568년 이 마을에 처음 창건되었으니 그로부터 계산해도 450년 내력을 지닌 마을이다. 2010년을 전후해 이 마을에 큰 변화가 있었다. 마을 북쪽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남쪽에 달성테크노폴리스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것. 이때부터 쌍계리는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다. 쌍계리 주민은 세상이 이렇게 바뀔 것을 미리 알았던 것일까? 1990년대 후반부터 마을 역사를 정리하고, 마을에 산재한 유적을 대상으로 정화사업을 시작했다. 마을주민이 주축이 된 이 사업에는 달성군과 달성문화원장을 지낸 향토사학자 고 채수목 선생 등이 참여했다. 구천과 초곡천 두 물줄기가 합류해 쌍계리, 달리는 말(치마)과 도랑(거랑)을 합쳐 치마거랑이라 했다는 마을유래비와 도랑가에 방치되어 있던 순찰사 김명진 선정비를 마을 입구에 옮겨 세웠다. 초곡천 바위절벽, 풍영대 바위글씨 앞에도 표지석을 세웠다. 풍영대는 1634년 당시 현풍현감 김세렴이 지역 선비들과 시 모임을 열었던 장소로, 현재 풍영대 바위에는 김세렴을 비롯한 13인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달성 도동서원도 본래 이곳 쌍계리에 있었다. 초곡천변 쌍계서원이 그것인데, 정유재란 때 왜적에 의해 소실된 후 지금의 자리로 옮겨 다시 세운 것이 도동서원이다. 쌍계서원이 있었던 자리에도 표지석을 세웠다. 일제 강점기 때 쌍계리 정기를 끊기 위해 일제가 잘랐던 마을 뒷산 장군만댕이와 당산등 사이 치마혈도 복원했다. 또 마을 수호신인 당산나무를 모시고 동제를 지내는 당산등도 새롭게 조성했다. 이 외에도 옛 금화사, 정자 조한정, 너럭바위 영귀암, 정월대보름 달불놀이 터 등도 찾아내 표지석을 세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0년에는 554쪽 분량 '쌍계마을지'도 펴냈다. 마을 역사, 자연, 전설, 민속, 민요, 유적, 인물 등 쌍계리에 대한 거의 모든 내용이 총 망라됐다. 20여 년 전 쌍계마을 역사정리와 정화사업을 주도했던 주민 상당수는 이제 고인이 됐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과 손때가 묻은 마을지와 표지석 등은 지금껏 살아남아 과거 화려했던 쌍계리의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지난 1998년 5월 20일 풍영대 복원 고유제를 마치고 당산등에 모인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주민들의 모습. (사진출처 쌍계마을지)
[동네뉴스] 코로나19시대 경북 경산 용성초등의 특별한 졸업식
"코로나19로 여러가지 제약이 있는 가운데 졸업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교직원들이 지혜를 모으고 적극적으로 동참해 준비했습니다." 경북 경산 용성초등학교가 지난 14일 교내 운동장에서 제95회 졸업식을 시차를 둔 개별 졸업식으로 진행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10분 단위로 한 명씩 등교해 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고 축하의 인사를 나누는 특별한 졸업식이었다. 선생님과 학생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진행했다. 시국 형편을 고려한 졸업식이었지만 6학년 졸업생의 감회는 남달랐다.한 졸업생은 "이렇게 야외에서 멋진 졸업식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참 감사하다. 친구들과 함께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으로 선생님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인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양화숙 교장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철저히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알찬 교육 활동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해줘 고맙다. 졸업생의 미래를 축복하며 배려와 존중의 정신으로 세상을 밝고 따뜻하게 만드는 주역이 되어 달라"고 졸업생들을 격려했다.하루 앞서 13일 실시한 용성초등 병설유치원 졸업식도 같은 방식으로 실시됐다. 천윤자시민기자kscyj83@hanmail.net지난14일 경북 경산 용성초등 운동장에서 열린 개별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졸업장을 받고 있다. 용성초등 제공
[동네뉴스-스마트폰 세상보기] 연탄불에 생선 구워 먹던 그 시절…
대구 북구 대구역 뒤편 골목에서 연탄재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어릴 때 연탄가스에 중독돼 어지러워하니까 가족들이 놀라서 물김치를 마시게 해서 정신을 차린 기억이 되살아났다. 결혼해서도 몇 년 동안 연탄불 갈이에 고생했던 일이 떠올랐다. 조절을 잘못해서 불을 꺼뜨릴까 봐 노심초사 밤잠을 설쳤던 일, 고향 다녀오면 집안은 온기 하나 없이 싸늘해 연탄불을 지펴 방마다 불길이 들어갈 때까지 옷을 두껍게 입고 기다려야만 했던 일, 연탄 화덕에 석쇠를 올려놓고 생선을 노릇노릇 구워 먹던 시절 등 버려진 연탄재를 보는 순간 기억의 창고에서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났다. 글·사진=문순덕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대구 북구 대구역 부근 골목에 버려진 연탄재.
2021.01.12
[동네뉴스] .마당에 바위가 있는 오지마을...구순의 주인 할머니는 "이 집만큼 편한 데가 없다"
"밥상이 되기도 하고 곡식을 건조하는 멍석이 되었다가 잠을 자는 방이 되기도 했지요." 구순의 할머니는 마당 한가운데 있는 널찍한 바위를 가리키며 빙그레 웃었다.경북 성주군 가천면 들리미 마을은 가야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칠불봉 자락의 산골 마을이다. 해발 600m인 이곳에는 산과 어우러져 하나의 경치가 된 집, 산이 조각한 모습 그대로를 살려 지은 옛집이 있다. 눈길 두는 곳마다 온통 첩첩산중. 깊고 고요한 골짜기에서 시끄러운 세상사 잊고 옛집을 지키는 할머니를 만났다.17살에 경남 밀양에서 시집와 73년째 이 집에서 사는 서모(90)할머니. 꼭두새벽에 집을 나서 걸어서 한밤중에 도착한 시집을 보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며 시집오던 날을 회상했다. 그 당시에는 25가구가 살고 있었으나 도회지로 나가고 지금은 서너 집이 고향을 지킨다. 집터와 농작물을 심었던 땅은 묵혀서 야산으로 변하고 할머니의 집은 가야산 칠불봉과 가장 가까운 집이 되었다.마당에 놓인 자연 바위는 평상이 없던 시절 다용도로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부엌에 있는 샘은 땅 밑에서 솟아나는 천연 식수로 자연이 준 선물과 같다.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 이 물을 먹고 살았다. 사람들이 떠나고 생활이 편리해지면서 지금은 샘물 대신 개울물을 연결한 수도를 사용한다.위채는 비워두고 아래채의 지붕을 기와로 바꾸고 외양간은 창고로 사용하고 외양간에 딸린 디딜방앗간은 방으로 개조해 할머니가 사용 중이다.할머니는 "자식들이 함께 살자는 성화에도 이 집 만큼 편한 데가 없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 집이라도 혼자 사는 내 집만큼 편하지 않다"고 했다. 겨울에는 군불 지피면 밤새도록 따뜻한 온돌방이 되고 여름에는 바위 위에 이불 깔고 누우면 한여름에도 이불을 덮어야 될 정도다. 100년도 더 된 낡고 오래된 집은 할머니의 삶과도 닮았다.이곳은 5개의 자연마을로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다. 김천, 거창, 합천 사람들은 장터에 가는 도중 들리는 주막터가 있었던 마을이라 '들리미'란 이름이 붙여졌다.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었던 들리미. 가야산 고갯길은 옛사람들이 걸어온 삶이다.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성주군 가천면 들리미 마을의 한 가정집 마당에 있는 바위.
2021.01.11
[동네뉴스] 대구 향토사학자 1세대, 전 대구시 녹지과장 이정웅씨 "향토사 연구가 활성화되었으면...."
"오늘 박물관에 잘 왔어요. 테마 전시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의성군 단밀현지 증보판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역시 향토사는 발품을 팔아야 돼요."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9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향토사학자 이정웅(77·대구시 북구 태전동)선생을 만났다. 한파도 고령의 나이도 그의 향토사 연구에 대한 열정은 막지 못했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 출신인 그는 1969년 농림직 공무원으로 대구와 첫 인연을 맺었다. 34년 공직생활을 줄곧 농산·산림 분야에서 보냈던 그는 2003년 대구시 녹지과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쳤다. 대구를 숲의 도시로 변신케 한 '푸른대구가꾸기사업'과 2002년 완공된 '대구수목원'이 그의 작품이다.평소 향토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퇴직 후 본격적으로 향토사 연구에 매진했다. 당시만 해도 향토사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고 선행연구나 선행향토사학자들도 없었다. 그의 향토사 연구 시작에 첫 나침반 역할을 한 것은 1977년 대구시에서 발간한 '달구벌'이라는 책자였다.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를 계기로 몇몇 향토사에 관심 있는 이들과 함께 '달구벌 얼 찾기 모임'을 결성했다. 대구가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하려면 대구 역사와 정체성을 먼저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게 모임 결성의 목적이었다. 모임은 제일중 정원에 있는 연구산 거북바위 방향을 옛 기록에 의거 본래대로 되돌리고, 일제가 박아놓은 팔공산 정상 쇠말뚝도 제거했다.그가 향토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계기가 있었다. 산림공무원으로 있을 때 산불 발생 시 진화요원의 투입로 확보와 방화수 공급처로 사용할 저수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틈만 나면 대구지역 산을 오르내렸다. 이 과정에서 마을마다 유물·유적·전설 같은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많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정리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대구향토사를 주제로 여러 권의 저서를 냈다. '나의 사랑 나의 자랑 대구', '대구가 자랑스러운 12가지 이유', '달성의 나무기행', '푸른 대구이야기', '대구 수목원' 등이다. 그는 바람이 있다. '경산학', '대구학', '현풍학' 같이 지역 향토문화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향토사 연구가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것. 그가 대구 북구 칠곡지역 향토문화를 연구하는 '팔거역사문화연구회' 초대회장을 지낸 것도 그 때문이다. 동시에 지역별로 활동하고 있는 대구 향토사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현재 그는 대구지역 향토사학자들과 함께 가칭 '대구향토문화연구회' 결성을 준비 중이다."대구에는 지자체별로 역량이 뛰어난 향토사학자들이 많아요. 그들을 한 데 아우를 수 있다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향토사학자들은 늘 야전에서 발품을 팔기 때문에 연구소나 문헌 자료에서 만날 수 없는 소중한 자료들을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지난 9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만난 향토사학자 이정웅 선생이 향토사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미스트롯 아홉 살의 '단장의 미아리고개'
지난해부터 온 나라가 트로트 열풍이다. 한 방송사에서 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방송사마다 비슷한 프로그램을 다투듯 방송하고 있다. 내일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트롯신이 떳다, 트롯 전국체전, 트롯의 민족, 보이스 트롯, 트롯 어워즈…. 방송사마다 경쟁이라도 하는 듯하다. 본방송뿐만 아니라 채널만 돌리면 재방송이 계속된다. 유명가수들뿐만 아니라 중고생, 초등생까지 출연자들의 연령도 다양하다. 분단과 전쟁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노래한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부르는 아홉 살 여아의 애절한 노래를 들을 때는 가슴이 먹먹했다. 한국전쟁 당시 어린 딸을 잃은 작사자의 경험이 창작 배경인 것으로 알려진 이 노래는 1950년대 중후반에 발표된 수많은 전쟁 관련 대중가요 가운데 하나다. 베이비붐 세대인 필자도 그 상황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가사를 저 아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단장(斷腸)이나 북풍한설(北風寒雪)같은 단어의 뜻을 알기는 할까 싶었다."여보 당신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계세요/ 어린 용구는 오늘 밤도 아빠를 그리다가 이제 막 잠이 들었어요/ 동지섣달 기나긴 밤 북풍한설 몰아칠 때 당신은 감옥살이에 얼마나 고생을 하세요/ 십 년이 가도 백 년이 가도 부디 살아만 돌아오세요/ 네 여보 여보"간주 부분에 나오는 대사를 목놓아 외치는 아이의 애절함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애잔하게 바라봤다. 가사에서 풍기는 정서적 내용은 마치 신파성을 지닌 연극 같다. 전후의 트로트 가사들을 보면 대개 세상이나 타인과의 갈등에 대해 체념하며 자기연민의 태도와 감정으로 매우 애절한 슬픔을 담고 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행복해질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 고향을 떠나 정착하지 못하는 나그네의 고통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세상살이의 고단함을 두루 겪은 어른들의 노래이지 꿈과 희망이 가득한 아이들의 노래는 분명 아니다. 이런 무거운 슬픔의 노래를 아홉 살 어린이의 육성으로 듣는 것이 불편한 것은 필자만의 감상일까. 마치 어린아이를 무대에 세워서 울려놓고 어른들이 박수하며 즐기는 것 같아 미안해진다. 물론 모든 노래가 슬프고 비장한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 국민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집콕하는 동안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노래로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았고, 가수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설 무대를 마련해 주는 등 순기능 또한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은 제 엄마 아빠 앞에서 재롱이나 부릴 아이들에게 동요가 아닌 트로트를 부르게 하는 것이 내심 불편하다. 중고생들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타고난 재능을 계발해 주고 저마다의 소질대로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어른이 할 일이지만 그때는 그때의 할 일이 있다. 필자는 아홉 살 어린이에게서 '단장의 미아리고개'가 아닌 '파란 마음 하얀 마음' 같은 동요를 듣고 싶다. 천윤자시민기자kscyj83@hanmail.net
[동네뉴스] 방호복 입은 '간호사의 연하장'…대학병원 간호사, 앱으로 제작
신축년인 2021년, 특별한 연하장을 받았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25세 간호사의 연하장이다.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 앱으로 직접 제작한 연하장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우주복을 닮은 의료용 방호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몫이 아니길 바랐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었을 것이다. 기온이 낮은 동절기에 바이러스 활동이 활발하고 방역대책의 미흡이 더해져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3차 대유행이 진행 중이다. 불평 없이 사명감 하나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하는 간호사이지만 코로나19가 빨리 제압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엿보인다. 누구 할 것 없이 전 국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우리의 젊은 아들과 딸들이 나라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보건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함과 안쓰러움이 교차한다.언제쯤이면 우리의 아들과 딸들에게 의무봉사와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고 충분한 보상을 하는 날이 올까? 그들이 젊은 날들을 오롯이 자신의 성장에 집중하는 날들이 올까? 그날들이 올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글·사진=황국향 시민기자 jaeyenvv@naver.com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25세 간호사의 앱 연하장.
2021.01.06
[동네뉴스] 다음 달 대구 동구, 서구, 남구, 수성구에 마을방송국 정식 출범
"마을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함께 할 '꺼리'를 찾고 있었다" "세대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소통을 통한 스토리텔링이다. 이러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조합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했다" "관계의 확장, 인식의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었다""마을에서의 재미난 이야기들이 휘발되어 지는 것이 안타까웠다"지난달 26일 대구 남구 대명로에 있는 공간위드에서 열린 '대구마을미디어매니저양성교육'에 참가한 마을 활동가들이 '우리 마을에 방송국이 생기면' 이라는 주제로 즐거운 상상을 했다. 이 즐거운 상상은 곧 현실이 된다. 다음 달이면 동구, 서구, 남구, 수성구 총 4곳에 마을 방송국이 정식 출범하기 때문이다.마을방송국 사업은 '재난으로 멀어진 이웃을 잇는 마을단위 공공미디어플랫폼 구축사업' 이라는 사업명으로 작년 10월 시작, 같은 해 11월 '대구마을방송국사업 온라인설명회'와 5차례에 걸친 '찾아가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어 마을커뮤니티 공간이 조성되어 있고 이곳에서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 되어 온 4곳의 마을이 선정됐고, 다음달 이 4곳의 마을에 마을방송국이 탄생하게 되는 것. 이 마을방송국을 꾸려갈 미디어매니저는 4곳의 거점 지역에서 활동중인 마을활동가를 중심으로 선발됐다. 이들은 지역에서 마을방송국의 마중물 역할을 해 온 성서공동체FM에서의 방송제작 실무교육 과정을 남겨 두고 있다.성서공동체FM을 비롯한 대구영상미디어센터 등 '대구지역마을공동체미디어문화정책네트워크'에서는 수년전부터 대구에서 시민이 주도하는 시민밀착형 미디어 플렛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져 왔고, 다양한 형태로 여러 채널을 통해 '대구마을공동체 미디어활성화' 에 관한 중요성을 언급해 왔다. 뜻하지 않게 코로나가 일상이 되는 시대를 겪게 되면서 공동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함을 인식한 신한금융희망재단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의 지원으로 대구에서 마을 방송국 사업이 구체화 될 수 있었다.대구마을방송국지원단장을 맡은 '대구시민센터' 김영숙 이사는 " 마을 단위의 미디어가 방송국이라는 형태로 인프라가 구축되면 방송국을 통해 이웃과 관계를 맺는 중요한 축이 되고 그 자체가 사회적인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 미디어를 통해마을 안에서 개인으로 존재하는 주민이 공동체화되고, 방송국은 공동체를 연결하는 연결고리역할을 한다" 고 말했다. 그는 또 "동네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콘텐츠 라는 형태로 담겨서 마을에서 서로의 신뢰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비대면이 일상화 되는 시점에 중요한 신뢰의 시작" 이라면서 "(신뢰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미디어 활동에 관한 제도적인 뒷받침도 동시에 진행 되어야 한다" 고 지적했다.마을미디어매니저 교육을 담당한 마을방송국지원단 김은아 팀장은 "우리는 지난 봄 혐오와 공포의 시간을 다함께 겪었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매체가 절실했다.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전국에 있는 마을미디어들이 주류방송에서 해결하지 못한 동네소식을 빠르게 제공하며 서로의 안부를 챙기기도 했다. 이것은 지역의 점 조직과도 같은 공동체를 이어주는 선의 역할과도 같았다. 마을미디어가 자리를 잡으면 마을의 또 다른 재난 방제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인 미디어시대, 많은 뉴스들이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요즘이지만 정작 우리의 이야기를 할 곳은 별로 없었다. 마을의 다양한 주민들이 직접 방송에 참여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마을 방송국은 이웃과 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는 마을의 새로운 소통채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사진=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지난해 12월 26일 대구 남구 대명로 '공간위드'에서 열린 대구마을미디어매니저양성교육 과정에 참가한 마을주민들이 마을 방송국 개국에 필요한 교육을 듣고 있다.
2021.01.05
[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신축년 새해 “행복하소, 건강하소, 힘내소”
코로나로 한 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네 맘들과 단톡방에서 새해 인사를 나누던 중 "마스크 없이 다닌 날의 기억이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 모두가 동감하는 그 한 줄의 글이 어찌나 마음을 스산하게 하던지... ... 코로나가 금세 끝날 거라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올해까지 이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조용히 보내고 신년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각종 모임을 취소하고 집콕 중이다. 즐기던 운동과 취미생활, 퇴근 후 친구와의 만남 등 소소한 일상의 사라짐으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지만 코로나로 인해 보릿고개와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을 떠올리면 불평이 쑥 들어간다. 카페, 식당, 스포츠센터, 학원 등 피해를 가늠하기 힘든 자영업자들은 수입은커녕 월세조차 버거워 문을 닫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찌감치 창업에 뛰어든 20~30대 젊은이와 40~50대 가장까지 희망을 품고 시작한 사업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고통이 남일 같지 않은 건 그들이 멀지 않은 가족이나 친척, 친구, 이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IMF 외환위기 당시 유례없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이겨내고, '금 모으기 운동' 등으로 3년 8개월 만에 국가채무를 정리했는데 이는 당초 예정보다 3년 가까이 앞당긴 것이다. 조그만 땅덩어리의 대한민국이 지금에 오기까지 IMF 외 겪었던 위기는 나열하기 버거울 만큼이지만 거듭 극복해낸 힘은 단연코 '국민성'에 있다고 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 끝이 없을 것 같은 어둠의 시간도 결국 지나간다는 의미로 힘이 들 때마다 위로가 되는 말이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힘을 모아 위기를 견뎌내다 보면 코로나가 종식되는 날은 분명히 올 것이고 그 시기도 당겨질 거라 확신한다. 신축년 새해 "행복하소, 건강하소, 힘내소" 라는 말로 덕담을 전하며 소처럼 우직하게 이 힘든 시기를 한 마음으로 이겨내길 바란다. 우스갯소리로 소가 웃으면 '우하하하'라는데 소띠 해 큰소리로 '우하하하' 웃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면서~. 한영화 시민기사 ysbd418@hanmail.net한영화 시민기자
[동네뉴스] 대구에 아직도 상엿집이 있다고?...250년 역사 도원동 수밭골 상엿집
대구에 아직도 옛 상엿집이 하나 남아 있다. 달서구 도원동 월광수변공원 상류 수밭골 입구 야산자락에 있는 도원동 상엿집이다. 상엿집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옛 건축물 중 그 수가 극히 드문 예로 전국적으로도 몇 안 된다.전통 장례에선 망자의 시신을 장지까지 이송하기 위해 요즘의 영구차에 해당하는 상여를 사용했다. 상여는 조립과 해체를 할 수 있는 데 사용 후 해체된 상여를 보관하는 집이 상엿집이다. 도원동 상엿집은 본래 수밭마을 위쪽에 있던 것을 지금으로부터 250년 전쯤 현재의 자리로 옮긴 것이다. 예전에는 월배 지역에 상여 있는 마을이 드물어 상이 나면 수밭골 상여를 빌려 장사를 지냈다고 한다. 우리나라 장례문화는 1980~90년대 이후 매장에서 화장으로, 상여 대신 영구차를 사용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 더는 상여 멜 일이 없어지자 마을마다 있었던 상여와 상엿집은 관리 소홀로 흉물 취급을 받다가 결국 사라졌다. 이곳 상엿집도 수년 전까지 흉물로 방치되다가 2016년 달서구청에서 보수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수밭골에선 지금도 매년 동짓날이 되면 옛 상여계를 이은 <사>솔밭회를 중심으로 마을의 번영과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주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보수된 대구 달서구 도원동 상엿집.
2021.01.04
[동네뉴스] 사랑 한땀 뜨개 봉사단..60~70대 회원 50여명이 뜨게질 배워 3천600여개 수세미 기부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노인복지관이 휴관되거나 제한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노인들이 여가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에 대구강동어르신행복센터 직원들은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수렴했다. 방석 만들기 등 여러 가지 제안이 나왔고, 제안된 내용 중 이용 어르신들이 자택에서 할 수 있는 수세미 뜨기 봉사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지난해 10월 전화와 문자를 통해 홍보하고 선착순 50명을 신청받았는데, 금방 마감될 만큼 인기가 많았다. 연령대는 주로 60~70대 여성으로, 남성 회원도 2명 포함됐다. 재능기부 강사가 뜨개질하는 방법을 지도했고 방법을 익힌 사람은 뜨개실을 받아 집에서 수세미를 뜨기 시작했다. 남자 회원들은 생전 처음 하는 뜨개질에 풀었다가 짜다가를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동참했다.박모(65·대구 동구 신기동)할머니는 "맨 처음 완성된 수세미는 잘 뜨진 못했으나 갈수록 예뻤다. 형형색색 예쁜 수세미를 보니 부자가 된 듯 행복하다. 친환경 수세미라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연을 살리니 더욱더 보람 있다"고 말했다.정모(70·대구 동구 율하동)할머니는 "강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으나 수세미가 완성되어 신기하고 무엇보다도 내가 만든 수세미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활동 소감을 밝혔다.이 활동을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중순까지 50여 명의 회원이 3천600여개(720만원 상당)의 수세미를 완성했다. 완성된 수세미는 12월 18일 동구청을 통해 동구 지역 행정복지센터 및 유관 사회 복지시설 등에 배분됐다.이대주 관장은 "이번 나눔의 취지를 어르신들과 지역사회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복지관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에게 작지만 행복한 시간을 드릴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봉사활동을 통해 스스로 행복을 찾고 지역사회에 나눔을 실천한 어르신들. 예전처럼 활기차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 뜨개질한 수세미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대구강동어르신행복센터 사랑 한땀 뜨개 봉사단 소속 어르신을 대상으로 재능기부 강사가 뜨개질 지도를 하고 있다.
[동네뉴스] 각산동-쇠머리..."대구에도 소와 관련된 지명이 적지 않네요"
대구시 동구 각산동의 각산은 '소의 뿔을 닮은 마을'이라는 뜻이다. 각산동이 새겨진 마을 어귀 바위. 새해 신축년(辛丑年)은 소의 해다. 소는 느리지만 우직하고 성실해 그 결과를 꼭 이뤄내는 의지의 동물이다. 그러다 보니 전국적으로 소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대구에도 소와 관련된 지명들이 적지 않다. 우선 동구 각산동이다. 지금은 혁신도시에 포함된 마을로 '각산(角山)'이라는 말은 소의 뿔을 닮은 마을이라는 뜻이다. 혁신도시 마을지에 따르면 원래 '소바우' 또는 '우암동(牛岩洞)'이라고 불리다가 조선 말엽(1907년)에 당시 현감이 그의 조상 우암 송시열과 호가 같다고 해서 우(牛)의 각(角)과 암(岩)의 산(山)을 따서 각산(角山)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혁신도시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이곳엔 도로명이 우암1길·우암2길 등을 옛날 흔적을 보여준다. 또다른 대표적인 곳은 동구 신암2동에 있었던 '쇠머리'란 곳이다. 신암2동의 마을유래에 따르면 1975년 10월1일 행정구역 조정에 따라 신암2동 일부(신암로 북편)가 대현3동으로 되기 이전, 현 대현3동주민센터 뒤편 일대 경사지의 형상이 소의 모습을 닮았는데, 특히 소머리부분의 윤곽이 뚜렷해 쇠머리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때는 동촌·안심·공산 주민들이 대구 시내에 들어오려면 이곳 쇠머리 마을을 통과해야 되서 시내진입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달서구에도 소와 관련된 지명이 두 곳이 있다. 그 가운데 한 곳이 두류동에 소재한 '예전우시장'이라는 곳이다. 1900년대 초반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대구 우시장이 처음 들어섰던 지역을 기념하고 아직도 생고기·숯구이·식육점 들이 명맥을 이어온다. 또 한 곳은 달서구에 있었던 조암(영암)이란 곳이다. 달서구의 지명유래에 의하면 조암은 월암동의 바위이며 이 일대의 자연촌락이라고 규정했는데, 영험한 바위라 하여 영암(靈岩)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경상도 읍지에 의하면 이 바위가 넘어지면 마을에 소가 죽는 등 액운이 닥친다하여 마을 사람들이 다시 바위를 세웠다고 한다. 이렇게 4개소가 소와 관련된 대구지명들로 조사됐다. 이밖에 소와 관련된 내용으로 국민 동요인 '얼룩송아지'는 대구 계성학교 출신이며 계성학교에서 교사를 했던 박목월 시인이 작사를 했다. 팔공산 동화사에 가면 대웅전 외벽에 소를 찾는 그림 심우도(尋牛圖)가 있다. 소를 나의 본성에 비유한 내용의 그림들이다. 소의 해에 코로나로 인해 흔들리는 나의 마음을 찾아 심우를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떨까. 글·사진=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대구시 동구 각산동의 각산은 '소의 뿔을 닮은 마을'이라는 뜻이다. 각산동이 새겨진 마을 어귀 바위.
[동네뉴스]"닫힘 버튼이 아파요"
얼마 전 대구 중구에 위치한 유통시설의 엘리베이터 버튼 사진이다. 마치 "닫힘 버튼은 아파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리 삶이 이렇게나 바쁘고 여유 없는 일상일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시간은 4초가량이다. 열렸다 닫히는 시간 모두 합해도 약 8초에 지나지 않는다. 조바심과 조급증이 만사의 해악(害惡) 될 수도 있다.글·사진=심정일 시민기자 jeongil999@daum.net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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