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미리 맛 본 열번째 대구음식관광박람회
솔직히 그동안 대구음식박람회는 특징이 없는 ‘무채식’이고 ‘갇힌 박람회’ 같았다.
예산은 적은 데도 콘텐츠를 입맛에 맞게 장만하려고 하니 행사 꾸리는 데 힘겨움이 많았다. 시쳇말로 예산은 ‘개미허리’ 정도인데 담당 공무원들은 정말 ‘코피 흘릴 정도’로 열심이었다. 외관상 관람객도 적잖게 들어 형식적으로는 늘 성공이었다.
하지만 항상 1% 부족했다. 대외적 인지도와 국제급 규모에 맞는 VVIP들의 참여가 극도로 저조했다. 전남 순천 낙양읍성에 열리는 남도음식축제는 전국적으로 들썩거린다. 그럼에 비해 대구는 대구안에서만 들썩거렸다.
하지만 대구음식박람회는 시작한 역사도 타 도시에 비해 앞섰으며, 계속 진화 중이기 때문에 시민은 물론, 관계자들의 관심이 식어서도 안된다.
지난 주 엑스코 전시팀관계자들이 홍보자료를 갖고 영남일보를 찾았다.
그런데 올해는 콘셉트 컬러가 훨씬 푸릇했다. 꼭 ‘기능성 박람회’ 같았다. 그리고 ‘아틱’한 구석도 엿보였다.
특이하게 음식과 문학을 매칭시켰다. 대구10미와 관련있는 문학 작품 속의 한 구절을 옆에 옮겨놨다. ‘푸드 스토리텔링 마인드’가 엿보였다. 따로국밥 곁에는 박미영 시인의 시집 ‘비열한 거리’에 수록된 시 ‘육식성’, 누름국수를 위해서는 김승희 시인의 시집 ‘냄비는 둥둥’에서 발췌한 시 ‘잔치국수’, 북어불고기 옆에는 소설가 윤대녕의 소설집 ‘어머니의 수저(웅진지식하우스 간)’ 막창은 한창현 시신의 시 ‘대구막창’을 불러놨다. ‘화실 앞 대구막창집에 가면 시린 가슴 석쇠에 올려놓고 긴 하루를 굽는 사람들이 연기 속에서 은밀함을 나눈다’로 시작되는 첫구절이 인상적이다.
그럼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박람회 속으로 걸어 들어가보자.
중국 치즈·인도 요구르트 캐냐 고량주 등 6개국 발효식품 체험 눈길 끌어
13∼16일 엑스코서 열려
스토리텔링 새로운 시도
영화·드라마속 메뉴재연
달성지역 사차름식 코너
韓中日 약선요리도 관심
자연이유식·아토피 등
어린이 메뉴 계절별 정리
◆ 세계 발효음식 총출동
올해 메인 주제는 ‘대구의 맛 한자리서 맛본다’다.
이번 박람회는 미래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향토 음식산업의 새로운 트렌드와 가치를 공유하면서 대구음식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눈으로 보는 세계 발효음식 코너’에서는 중국, 일본, 영국, 케냐, 인도, 스위스 등 세계 6개국 발효음식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발효조미식품인 ‘두시’의 경우 간장같은 함두시, 청국장 같은 담두시, 말리두시인 간두시, 장기숙성된 습두시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중국치즈’로 불리는 ‘쑤푸’, 발효시킨 메주콩에 고추를 넣고 갖은 양념을 해서 맵으면서도 구수하고 진한 맛이 특징인 ‘두반장’, 이밖에 굴소스, 오룡차 등이 나온다.
일본은 우리의 청국장같은 낫토, 소금뿌린 어육을 쌀밥에 버무려 자연 발효시킨 초밥의 원형으로 불리는 ‘나레즈시’, 일본식 젓갈인 ‘시오카라’, 영국은 영국 머싯주 남서부 체다 마을의 이름을 따서 만든 수분함량이 적은 천연치즈로 크림색의 온화한 산미와 단맛이 인상적인 ‘체다치즈’, 육류와 생선 요리에 사용되는 간장색의 소스인 ‘워시스터 소스’, 그리고 홍차 등을 볼 수 있다.
케냐는 고량주와 비슷한 맛을 가진 캄바족의 옥수수 발효주인 ‘창가(Changa)’, 옥수수 가루를 젖산 발효시킨 크림수프인 ‘우지(Uji)’, 서부 케냐의 루오, 마라고리, 아부루히야족들의 전통발효음식인 ‘부사(Bussa)’ 등을 선보인다. 인도는 인도식 요쿠르트 라시(Lassi), 남인도의 스낵인 도사(Dosa), 인도의 대표적 구운 발효빵인 난(Nan) 등 5가지 음식을 낸다. 스위스는 스위스의 대표적 치즈인 ‘에멘탈치즈’, 빵 등을 찍어먹는 녹인 치즈인 ‘퐁듀’ 등 3가지를 보여준다.
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달성군지부는 사찰음식 코너를 잡았다.
유가사, 용연사, 남지장사와 연계된 메뉴로 연자죽, 단배추 물김치, 비름나물, 녹차밀전병, 곰취무침, 마죽, 원추리나물, 가지나무, 씀바귀나물, 두릅전 등을 낸다. 파계사 근처 오방색의 원형을 볼 수 있는 궁중한정식 전문점 ‘다우산방’은 전통주(감홍로, 이강고, 죽력고), 사과·감·토마토·참외장아찌(된장, 고추장, 간장 버전), 그리고 전복·새우·과메기·홍합 장아찌(간장 버전) 등 색다른 저장식품을 전시한다.
요리연구가 김희숙는 색다른 전시품을 갖고 나왔다.
단순한 음식보다 문화와 버무려진 식문화 메뉴를 구현해 눈길을 끈다. 영화 ‘S다이어리’에 나오는 닭고기카레,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속 모양쿠키,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 속 월남쌈,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햄치즈 샌드위치, 드라마 ‘대장금’ 속 궁중떡볶이. 뿐만 아니라 동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에 나오는 팬케이크,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메밀전병, ‘태백산맥’ 속 꼬막무침,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속 꼬치구이, 만화의 경우 ‘미스터 초밥왕’ 속 연어완자초밥, ‘중화일미’에 소개된 후르츠칵테일과 탕수육, ‘카츠’에 나오는 오코노미야키, ‘맛의 달인’ 속 비프스테이크, ‘신의 물방울’에서는 모듬 카나페, 또한 국내 문학 작품 속 대구10미 대표 레시피도 공개한다.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대구 약령시의 저력을 새삼 일깨우는 약선요리 코너도 마련됐다.
대구한의대 약선세계화사업단장인 김미림 교수는 한·중·일 3개국 약선요리 비교전시회를 갖는다. 한국의 경우 백출천마죽, 구기자복령떡, 팔진두부 등 30가지 전통약선식, 중국은 역사속 양생가들의 약선을 화려한 야채조각과 함께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엮고, 일본은 일본의 전문 약선식당에서 제공하는 30가지 메뉴가 전시된다.
◆ 우리아이 12달 이유식
인기 요리북으로 출간된 ‘우리아이 12달 자연이유식(윤승일 저 살림라이프 간)’과 ‘아토피 사생활(이판제 저, 살림라이프 간)’에 나오는 메뉴를 사계절 별로 정리해서 요리를 냈다.
요즘 어린이들이 각종 아토피, 비염 등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힐링푸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행사장에 나오면 사철 레시피를 볼 수 있다. △봄 이유식으로 미역죽, 미역채소진밥, 미역주먹밥, 미역가자미찜, 양배추닭고기전, 양상추닭고기탕 △여름 이유식은 양파그라탱, 양파미니햄버그스테이크, 애호박소고기무른밥, 애호박쌀국수볶음, 브로콜리단호박죽, 브로콜리흰살생선탕 △가을 이유식은 새송이버섯죽, 표고버섯덮밥, 사과쌀수프, 사과파이, 연근쌀수프 △겨울 이유식은 흰살생선양송이버섯진밥, 흰살생선당근조림, 당근 정어리 주먹밥, 당근푸딩, 시금치오믈렛 등이다.
아토피를 앓는 이들을 위해 △봄철 식단으로 완두콩밥, 시금치두부무침, 죽순미나리된장무침, 청포묵미나리국, 오징어 양송이장조림, 꼬막채소전 등 사철 먹을거리를 챙길 수 있다.
대구막창-한창현
화실 앞 대구막창 집에 가면
시린 가슴 석쇠에 올려놓고
긴 하루를 굽는 사람들이
연기 속에서 은밀함을 나눈다
마음 좋은 박사장과 아줌마
돼지창자 속에 넣은 정들을
접시 위에 담아주면
막창을 마지막 안주 삼아
되새김하는 술꾼들이
어두운 도시를 씹어서 마신다
절름발이 나무 젓가락으로
석쇠 위에 덜 익은 언어들이
횡설수설 뒤집히고 일어선다
막창을 막장에 찍어 깻잎 위에
마늘과 고추의 볼륨을 보쌈하면
시들어버린 오늘이
얼큰한 사랑으로 흥분한다
가슴을 도둑질한 그대는
열쇠도 없이 마음의 문을 닫는다
술잔을 목구멍 속으로 밀어넣고
빈 바람으로 흔들리면서
도둑고양이에게 잔을 권한다
◆ 박람회 TIP
행사 기간은 13~16일.
엑스코 1층과 야외광장에서 펼쳐지며 50업체 200여개 부스가 차려진다.
건강 힐링식 코너도 활성화했다. 학교급식에 활용되는 키즈 건강식, 한국인의 10대 질병의 치료식으로 쓰이는 힐링푸드 특별관, 또한 산모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제철 이유식관와 아토피완화음식관도 볼 수 있다.
지역의 장수 식당도 보여준다. 국일따로국밥, 상주식당, 옛집식당, 현풍박소선할매곰탕, 강산면옥, 칠성동 할매콩국수, 광성복어 등이 나온다. 개인요리와 약선요리(개인과 단체), 제빵과 칵테일 등 4개 분야에서 요리경연대회도 열린다.
◆ 관람 TIP
오늘(7일)까지 온라인 사전등록을 마친 관람객에 한해 박람회 무료 입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입장료는 행사기간 중 전시장에서 어른(대학생 이상) 2천원, 초중고생 1천원. 홈페이지(www.colorfulfood.co.kr). ▨문의=(053)601-5052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2011.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