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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정부·지자체의 식품안전성 보증 무려 21種 “도대체 뭐가 뭔지…”
지구상에 유통되는 상품은 은하수처럼 널려있다. 상품은 저마다 자기 것이 우주에서 가장 좋다고 말한다. 상품에는 세 가지 양심이 담겨져 있다. 제조적 양심·유통적 양심·광고적 양심이다. 가령 사과의 경우 어떤 토양과 재배환경에서 자랐는지는 그걸 재배한 생산자만 안다. 그 과정에 기준치를 넘는 화학비료와 맹독성 농약을 쳤다면 거기에는 악덕 상혼이 숨어 있다. 제조적 양심이 순수했다고 해도 유통과정에서 왜곡될 수 있으며, 마지막엔 광고 마케팅 과정에 변질될 수도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농수축산물의 양심을 손금처럼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등장한 게 ‘친환경 식품 인증 마크’다. 정부가 식품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제도에는‘친환경 인증제도’외에도‘농산물 품질인증제도’와‘우수농산물 관리제도(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가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2001년부터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각처에서 시행하는 인증 마크는 종류도 많고 일반인들이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현행 농수산식품인증제도 하에서 안동 간고등어의 경우 무려 6종(수산물 품질인증·지리적표시인증·수산물이력인증·가공식품인증·HACCP 인증·안동시 인증마크), 사과의 경우에도 최대 5종(우수농산물인증·친환경농산물인증·지리적표시인증·농산물이력추적인증·지역 G마크)의 인증마크를 붙일 수 있다. 농식품부가 관리ㆍ감독하는 ‘농수산식품인증제도’는 14가지에 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인증제도는 7가지에 이른다. ‘짝퉁 공화국’이란 오명을 못 씻고 있는 우리의 경우 비슷한 모양의 가짜 마크가 많다. 관리원이 인증하는 마크에는 생산자명과 전화번호, 인증번호, 품목, 산지 등이 모두 적혀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사 마크에 천연, 자연, 무공해, 저공해, 내추럴 등의 문구를 추가 첨부한 농산물이 많아졌다. 물론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인증하지 않는 것이다. 구입 전 대형마트 친환경 농산물 매장, 친환경 농산물 전문매장의 전용 단말기에서 인증마크의 인증번호를 확인하면 안전하게 구입할 수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www.naqs.go.kr)이나 친환경농산물 정보시스템(www.enviagro.go.kr) 홈페이지를 이용해도 된다. 요즘에는 토양 정보까지 소비자들에게 제공된다. 한국토양정보시스템(www.asis.rda.go.kr)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전국의 토질을 분석해 정보를 제공한다. ◆ 전통식품 품질 인증제 전통식품의 품질 향상과 생산 장려를 위해 도입한 인증제도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인정하며 한과, 약주, 메주, 청국장, 조청 등의 전통식품이 대상이다. 전통식품 품질 인증 신청서를 작성하면 인증위원회에서 제품을 심사하고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 평가사항은 공장입지, 작업장 설비와 위생상태, 포장재의 적합성, 포장재 입·출고 관리의 적정성 등이다. 품질 인증을 받은 제품에는 연 2회 시판품 조사와 연 1회 현장조사를 실시해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전통식품 품질인증은 2010년 2월 기준 42개 품목, 404개 공장이 인증 취득했다. ◆유기 가공식품 인증제도 유기 표시의 신뢰도를 높임으로써 유기가공식품의 부정유통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며, 농식품부의 지정을 받은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인증한다. 가공식품에 100% 유기 농산물을 사용하면 ‘유기 100퍼센트(%)’라는 용어를 제품명에 사용할 수 있고, 인증 표시와 로고를 넣을 수 있다. 95% 이상 사용하면 ‘유기’라는 용어를 제품명에 쓸 수 있으며, 인증 표시와 로고 등을 표시할 수 있다. 70% 이상, 95% 미만 사용 시에는 ‘유기’라는 용어 앞에 70% 이상에 해당되는 원재료명과 그 함량을 함께 표시한다. 예를 들면 ‘75% 유기 유자로 만든 유자절임’ 식이다. 이때 인증 표시는 사용할 수 없다. 유기 농산물을 70% 미만 사용했을 때는 원재료명 및 함량표시란에만 ‘유기’를 사용할 수 있고 인증 표시와 로고는 사용할 수 없다. 2010년 2월 기준 199개 업체(해외업체 60개 포함)에서 670여 제품이 인증 취득.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HACCP(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는 식품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식품의 원재료, 제조, 가공, 보존, 유통, 조리 단계를 확인·평가해 관리하는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식품안전관리 체계로 인정받고 있다. HA 요건은 뭘까? 식품 제조·가공업소, 집단 급식소, 식품 판매업소 등 각 유형에 따라 인증 기준이 다르다. 식품 제조·가공업소의 인증 기준은 건물바닥·벽·천장·작업장 등에 오염물질이나 해충 등의 유입을 차단하는 구조, 청결구역과 일반구역의 분리, 갈라진 틈이 없는 바닥 등이 주요 검사 대상이 된다. 작업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마른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식품의 제조·가공·포장 등의 온도와 습도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하며, 냉장시설은 내부 온도를 5℃ 이하, 냉동시설은 -18℃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공정단계에서 미생물, 대장균, 곰팡이 등의 생물학적 위해요소와 제품에 내재하는 중금속, 농약, 항균물질 사용 등의 화학적 위해요소를 분석한 뒤 항목별로 나눠 0~3점을 부여한다. 모든 항목에서 총점 200점 중 170점 이상이면 적합하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 농산물과 축산물로 분류하며 유기 농산물, 무농약 농산물, 저농약 농산물 유기 농·축산물, 무항생제 축산물의 마크를 부여한다. 농산물은 경영관리, 재배방법, 생산물의 품질관리가 기준이다. 축산물은 사육장과 사육조건, 자급사료기반, 가축의 출처 및 입식, 사료 및 영양관리 등을 철저히 심사한다. 인증을 신청하면 심사계획을 수립하고 심사반을 편성해 심사에 들어간다. 유기 농·축산물은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유기 축산물은 유기 축산물 인증 기준에 맞게 재배·생산된 유기사료를 먹이면서 인증기준을 지켜 생산한다. 무농약 농·축산물은 유기합성농약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량의 3분의 1 이내에서 사용한다. 무항생제 축산물은 항생·항균제 등이 첨가되지 않은 일반 사료를 주면서 인증기준을 지켜 생산한 축산물이다. 저농약 농·축산물은 화학비료는 권장량의 2분의 1 이내에서 사용하고, 농약 살포 횟수는 농약 안전사용 기준의 2분의 1 이하로 사용한다. 사용 시기는 안전사용 기준 시기의 2배수를 적용한다. 제초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잔류 농약은 식약청장이 고시한 농산물의 농약잔류 허용 기준의 2분의 1 이하여야 한다. ◆ 어린이 기호식품 인증제 어린이 기호식품은 어린이가 알아보기 쉽게 열량, 포화지방, 당류, 나트륨, 단백질 등 제품에 함유된 영양성분 함량을 표시한다. 개별 제품의 용기와 포장, 또는 영업장 내 게시판·메뉴판·푯말 등에 표시하는 것이 의무다. 과자류, 빙과류, 빵류, 아이스크림류 등 간식류는 열량이 1회 제공량당 250㎉ 이하이며, 포화지방은 1회 제공량당 4g 이하, 당류는 1회 제공량당 17g 이하여야 한다. 면류,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 식사대용 식품의 인증기준은 열량 1회 제공량당 500㎉ 이하, 포화지방 1회 제공량당 4g 이하, 나트륨 1회 제공량당 600㎎ 이하여야 한다.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도 충족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식용색소, 질산칼륨, 면류에는 L-글루타민산타트륨 등 화학적 합성품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이어야 이 마크를 넣을 수 있다. ☞ 우수 식품 정보시스템 클릭해보세요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우수 식품 정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기가공식품, 전통식품, KS식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정 제품의 인증 여부, 생산업체, 제품명과 일련번호, 인증기관, 성분·함량 등 인증 제품의 모든 정보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유기식품에는 원료인 농산물의 유기 인증 여부 및 첨가물의 유기 함량 비율을 확인할 수 있다. www.goodfood.go.kr로 들어가면 된다.
2011.05.27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화학조미료
사람들은 그 음식이 맛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감칠맛이 있다’고 되뇐다. 하지만 그 감칠맛의 정체가 구체적으로 뭔지는 잘 모른다. 조금 속내를 아는 이는 ‘다시마를 넣어서 그렇나’ 하고 짐작한다. 이번 주에는 그 감칠맛의 주인공인 MSG를 해부해본다.◆ 현대밥상의 폭군 MSG의 숨겨진 이야기 감칠맛의 종주국은 일본이다. 때는 1908년. 독일에서 유학을 다녀온 이케다 기쿠나에(池田菊苗) , 그는 동경제국대 화학자였다. 우연히 두부전골 육수의 맛이 왜 감칠맛이 나는지 의문을 갖는다. 또한 신체가 허약한 일본인들에게 식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양념을 개발하고 싶었다. 연구한 결과 전골에 섞인 다시마가 맛의 원천이라는 걸 알아낸다. 다시마 40㎏에서 글루탐산 30g을 추출하는데 성공한다. 그해 4월24일이었다. MSG를 처음 개발했던 이케다 박사가 처음 사용했던 ‘우마미‘(감칠맛)’는 해일을 뜻하는 ‘쓰나미’와 함께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전문 과학용어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글루탐산은 여러 천연식품에 섞여 들어가 있다. 글루탐산은 20여가지 아미노산 중 하나로 다시마 100● 당 3천200㎎, 버섯은 140㎎, 토마토는 140㎎, 닭고기는 44㎎, 쇠고기는 33㎎ 정도 포함돼 있다. 이런 식품이 들어간 음식은 감칠맛이 난다. 물론 다시마가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나타낸다. 이케다 박사는 이 클루탐산을 추출해 화학조미료를 만들기 시작한다. 사실 글루탐산 자체는 아무런 맛이 없다. 음식으로 만들 때 맛이 난다. 글루탐산은 불안정한 분자다. 대체로 맛 없는 것들과 엉키려한다. 그래서 이케다 박사는 나트륨(Na·sodium)을 결합시켜 안정적인 염을 만든 게 바로 화학조미료의 원조 MSG였다. MSG는 L-글루탐산나트륨(Monosodium L-Glutamate)의 약자다. 여기에는 글루탐산이 88%, 나트륨은 12% 들어가 있다. 한때 MSG가 석유에서 추출된다는 루머도 나돌았다. 초창기에는 탈지대두의 단백질을 원료로 해서 염산으로 가수분해를 시켰고, 거기서 글루탐산을 얻었으며, 다시 수산화나트륨으로 중화시킨 뒤 MSG를 만들었다. 일본의 경우 1909년 아지노모도(味の素)가 출시된다. 일제 때 MSG가 국내로 들어온다. 냉면집과 불고기에 엄청나게 투하된다. 1926년 신문 광고에 이런 문구까지 등장한다. ‘우리집 동치미 맛은 일등, 아지노모도를 쳤으니 맛이 좋지요.’ 육수 맛을 내는 데 이것만큼 단시간에 효과를 내는 게 없었다. 설렁탕 국물은 물론, 각종 육수 빚는데 엄청 들어간다. 초창기 조리사들에겐 ‘신비의 백색가루’로 불려진다. 심지어 식사 중에 밥에 조미료를 듬뿍 뿌린 뒤 밥을 먹는 이도 생겨났다. 한국 화학조미료의 역사는 56년부터 시작된다. 현 대상의 전신인 동아화성공업이 아지노모도사로부터 미원을 수입했다. 미원의 독점시대에 제동을 건 것은 64년 등장한 제일제당이 민 미풍이었다. 하지만 미원은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하지만 미풍은 우회작전을 동원한다. 70년대로 접어들면서 미원이 유해물질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이를 역이용한 것이다. 75년 제일제당이 천연 조미료, 다시다 시대를 연다. 한편, 중국도 화학조미료에 강력하게 매달린다. 중국에서는 화학조미료를 ‘웨이징(味精)’이라 한다. ◆ 중국음식 증후군과 반 MSG 바람 68년 MSG의 발목을 잡는 사건이 발생한다. 중국계 미국인 의사 곽호만(로버트박)은 평소 먹던 중식을 먹고난뒤 머리가 아프고 목이 뻐근해지고 멀미 증세가 나는 이유를 알기 위해 역학조사를 했다. 그는 ‘중국음식증후군(CRS·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란 이름으로 의학잡지에 기고하며 원인을 중국음식에 과다사용된 MSG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89년 호주에서 한 여고생이 중국음식점에서 식사한 뒤 발작을 일으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호주의 언론에서는 이 여학생의 사인을 두고‘화학조미료의 영향이 90%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MSG가 중국음식점증후군의 원인이라던 곽호만의 주장도 근거가 불확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음식이 지나치게 짠 것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사탕수수 찌꺼기와 같은 당밀(糖蜜)을 코리네박테리움과 같은 미생물로 발효시켜 생산한다. 대상측에 따르면 MSG는 우리가 전통식품으로 자랑하는 된장이나 김치와 똑같은 발효 식품을 정제한 천연농축 조미료라 주장한다. 95년의 미국실험생물학회연합(FASEB) 패널조사 방식에 따라 확립된 기준에 의거해 맹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제로 MSG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MSG를 먹으면 알레르기가 악화된다는 주장 역시 지난 수십년간의 과학적 실험 결과 명확한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 식품신호등제 실시하자 한편, 미국 내에서 ‘MSG 무첨가’라고 표기하는 것은 불법이다. 기술적으로 MSG는 식품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로 존재하는 글루탐산염(Free Glutamate)들 중 단지 하나일 뿐인데 소비자들은 글루탐산염 모두를 의미할 때 MSG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FDA에서는 MSG 무첨가라는 표기가 여러 가지로 존재하는 글루탐산염 모두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로 오인할 수 있으므로 규제하고 있다. 2006년 시행된 식품완전표시제에 따르면, 개별 화학첨가물은 식품 뒷면에 전부 표기해야 하지만 두 가지 이상을 섞은 복합원재료는 일일이 표기할 의무가 없다. ××시즈닝, ××양념, ××조미분 등으로 표기돼 있다면 ‘복합원재료’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식품 뒷면에 글루타민산나트륨이라는 표기가 없다고 해도 MSG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오히려 다른 화학첨가물과 결합해 몇 배나 더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시민모임 측은 “영국처럼 식품 신호등제를 실시하자"고 제안한다. 첨가물을 암호 같은 성분명으로 적는 데 그치지 말고, 위험도에 따라 녹색, 주황색, 빨간색으로 표시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MSG 유해 논란
2011.05.20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맛에 대한 오해와 진실
‘맛있는 음식이 좋은 음식일까.’ 너무 포식해서 배 터지기 직전일 때 조리사가 다가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내밀면. 물론 ‘무조건 NO’. 그런데 아사 직전일 때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음식을 들이대면 물론 ‘무조건 YES’. 우린 가장 맛있는 음식과 가장 맛없는 음식 사이를 오가다가 임종을 맞는다. 과연 맛을 측정하는 ‘맛도계’가 있을까. 아쉽게도 짜고 맵고, 시고, 단맛을 재는 측정기는 있지만 맛도계는 없다. 우린 지금 혀의 즐거움을 위해 맛에 탐닉하는 사람들과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나눠지는 분기점에 있다. 한쪽은 패스트푸드족, 다른 한쪽은 슬로푸드족이라 해도 좋을 듯 싶다. 누군가는 ‘가장 맛있는 음식은 가장 맛없는 음식’이라고 했다. 이 말은 화식(火食)이 아니라 ‘생식(生食)’을 의미한다. 예전 도사와 선사들은 여느 사람들이 먹는 화식을 멀리했다. 생기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오곡을 직접 갈아, 거기에 말린 해초류를 섞어 먹었다. 지금 음식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나름 자기 맛을 갖고 있다. 그것을 다 맛보려는 것은 지구상 와인을 다 마시려는 행위와 같다. 불가능하다.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가 현재 섭취하고 있는 상당수 음식은 거의 원재료 맛이 아니다. 맛이 굴절되고 변형된 것이다. 물론 과일류는 그대로 섭취하지만 그 외 농축수산물은 조미료 맛에 힘입어 식탁에 오르고 있다. 가령 대구탕, 복어탕, 해물탕, 매운탕은 자기 맛의 스펙트럼이 있다. 그런데 시중에서 먹으면 그맛이 그맛이다. 제철 생물이라면 육수도 만들 필요가 없다. 그냥, 맹물 넣고 좋은 천일염과 이런저런 채소만 넣어도 된다. 강변 천렵꾼의 매운탕, 어부의 선상 즉석 물회는 자연 그대로의 맛을 간직하고 있다. 과연 이 버전이 도심 대형 매장에서 가능할까? 단번에 클레임이 걸린다. “국맛이 왜 이렇냐”는 불만이 쏟아질 것이다. 다시말해 ‘감칠맛이 없다’는 뜻이다. 그들은 화학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것이다. 그런데 더 이율배반적인 것은 그들에게 “이 육수에 화학조미료를 수북하게 부었다”고 하면 기겁을 하고 그 음식을 외면한다. 현대인들은 화학조미료와 관련해 이런 이중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말라면서 실제로는 조미료 들어간 맛을 원한다. 셰프들도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다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면서도 실은 은근슬쩍 조미료에 기댄다. 조미료를 포기하면 식당이 쉽게 무너질 수도 있지만 조미료에 의존하면 대박은 아니라도 최소한 문은 닫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통념인 것 같다. 대구가 전국 여러 도시 중에서 가장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원재료 맛만을 내려는 미래파 셰프들은 늘 울상을 짖는다. 좋은 재료를 내놓아도 조미료 들어간 걸 더 선호하니 그러고 싶을 것이다. ◆ 맛이란 무엇인가 기자에게 ‘대구에서 가장 맛있는 식당’을 찾는 이들이 많다. ‘가장 맛있다’는 말이 참 암담하게 느껴진다. 갑자기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미식가들은 그런 질문을 잘 안한다. 맛있는 것보다 멋있고 ‘특별한 메뉴’에 더 목 맨다. 가장 맛있는 것보다 제대로 된 음식이 정답이 아닐까 싶다. 맛을 분해하면 두 종류로 나눠진다. 맛(taste)과 풍미(flavor). 맛은 혀의 미뢰(tastebud)가 감지하는데 다섯 가지, 단맛·신맛·짠맛·쓴맛·우마미(umami·감칠맛)가 있다. 신맛은 음식이 상한 걸 경계하려고, 쓴맛은 독성이 있는 음식을 못먹게 하려는 생명체의 자구책인 것이다. 혀의 표면에 좁쌀알 같이 도톨도톨 돋아나 있는 게 바로 ‘유두’이다. 유두의 옆에 장미꽃 봉오리 모양의 맛세포인 미뢰가 있다. 음식이 입 속에서 침에 녹으면 미뢰를 통해 미세포와 접촉한다. 그리고 미세포의 표면단백질과 전기변화를 일으켜 화학신호로 뇌를 자극하는 것이다. 어쩜 음식은 혀가 먹는 게 아니고 뇌가 먹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풍미는 코의 후각기관이 감지한다. 고기 굽는 냄새의 위력을 우리는 잘 안다. 흥미로운 사실은 ‘맛있다’고 하는 총체적 경험은 맛보다 풍미가 훨씬 더 자극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를 스테이크 요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요리 직전의 쇠고기 안심. 그게 불과 소금 등을 만나면서 맛이 달라진다. 열을 가하면 고기 표면에서 수분이 제거되고 뜨거워지면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 일어난다. 갈색으로 변한다고 해서 ‘브라우닝 반응(browning reac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과정에 탄소가 질소·산소 따위와 결합하고 이런 화학적 결합물질들이 풀, 양파, 향신료, 꽃 등의 향을 발산한다. 그런데 맵고 떫은맛은 순수한 맛이 아니고 일종의 통증으로 엄격히 말해 ‘신경’이 느끼는 것이다. 매운맛 역시, 미각이 아니라 통각이다. 뇌는 매운맛을 통증 세포를 통해 느낀다. 매운 음식을 먹으며 시원하고 맛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뇌가 통증에 대응하기 위해 자연 진통제인 엔도르핀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 얼얼한 혀의 통증을 잊고 확 깨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식품과학자들이 분석해 본 결과 맛의 종류는 200여가지. 식품공전이 인정한 화학첨가제는 무려 2천여종이 넘는다. 100% 천연재료 운운하지만 음료수 등의 식품성분표를 보면 놀랄 것이다. 히알루론산, 덱스트린, 합성착향료, 필라타노스, 구연산, 펙틴, 타우린 등이 빼곡히 둘러싸고 있다. 상표가 붙은 건 다 이런 첨가제를 법적으로 넣어야 된다는 사실을 일반 소비자들은 잘 모른다. ◆ 맛 지도 인간의 가청 주파수 대역이 있듯이 맛도 세포가 인지할 수 있는 범주가 있다. 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순수한 맛은 그동안 네 가지(단맛ㆍ짠맛ㆍ신맛ㆍ쓴맛)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제5의 맛’인 우마미가 최근에 식품의학자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우마미를 발견한 이는 1908년 다시마에서 글루타민산나트륨(MSG)을 발견한 일본 도쿄대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 예전 생물학 교과서에 나오는 ‘혀 지도’도 오류가 있다. 통상, 단맛은 혀끝, 신맛은 혀 양쪽, 쓴맛은 혀 뒤, 짠맛은 혀 가장자리에서 느낀다고 했다. 그런데 미국 마운트시나이 의대 로버트 마골스키 교수는 이론을 제기한다. 그에 따르면 ‘교과서에 나온 혀 지도는 19세기 말의 연구를 잘못 해석해 실은 결과로 사실 모든 맛은 부위에 상관없이 혀의 어느 부분에서라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각도 하나의 민족성을 갖고 있다. 물론 인종마다 느끼는 정도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사카린이 설탕처럼 달다고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쓰다고 느낀다. 이유는 유전자의 결핍 때문이다. 고기라고 하면 중국에선 돼지고기를 의미한다. 물론 국내의 경우도 제주도에서 돼지고기를 진짜 고기로 인정한다. 유전자의 결핍 차이는 미뢰 숫자의 차이를 낳는다. 맛을 감지하는 부분인 미뢰의 숫자, 즉 밀도의 차이에 따라 사람마다 맛의 느낌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맛을 느끼는 3천~1만개 미뢰의 미세포는 45세를 전후해 감소하고 퇴화하면서 미각이 둔해진다. 물론 여기에 흡연, 과도한 음주가 더해지면서 맛세포는 더욱 둔감해진다. 남녀의 미뢰 분포수도 다르다. 여성은 남성보다 미각에 훨씬 민감하다. 특이한 점은 여성은 쓴맛에 민감한 반면 남성은 단맛에 민감하다는 사실. 여성이 쓴맛에 민감한 이유는 뭘까. 대개의 독성 성분이 쓴맛을 가지므로 임신 중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이를 기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1.05.13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지방
지방은 선인가 악인가. 이번 기사를 위해 국내 첫 식품의학 전문기자인 중앙일보 정책사회부 박태균씨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공중보건학 박사학위를 가진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도 출입을 하고 있다. 그에게 대뜸 “돼지와 쇠고기를 먹으면 그 속에 함유된 지방이 즉시 혈관에 축적되니 그걸 가능한 먹지 않는 게 상책인가”라고 질문을 했다. 그는 “그게 맞다느니 틀리다느니 누구도 말할 수 없다”면서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은 모두 몸에 필요하며 너무 식물로 기울어도 너무 동물로 기울어도 좋지 않은데 가장 균형된 식사는 동물과 식물을 2대 8 정도로 섭취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국내 일부 의사들은 ‘채식주의 동맹’을 맺고 이 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박 기자는 또 중요한 식품의학 정보 사이트를 알려줬다. 미국 메요클리닉의 홈페이지(www.mayoclinic.com)였다. 이 사이트의 검색란에 글루텐 같은 특정 식품 성분명을 입력하면 특정 식품과 그것과 관련된 여러 효능에 대한 의학적 평가가 일괄적으로 제시된다. 평가는 마치 대학의 학점처럼 A·B·C·D·F 등으로 등급화된다. 글루코사민은 가볍거나 중간 정도의 무릎 관절염에 대한 효과 A, 류머티즘성 관절염에 대한 효과 C, 고콜레스테롤에 대한 효과는 D로 평가돼 있다. A는 강력한(strong) 과학적인 증거가 있다, B는 좋은(good) 과학적인 증거가 있다, C는 과학적인 증거가 불분명하다, D는 해당 효과가 없다는 과학적 증거가 존재한다를 각각 의미한다. 아무튼, 지금 우리는 ‘지방과의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우린 지방하면 조건반사적으로 몸에 나쁘다는 생각부터 한다. 하지만 지방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 몸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에너지원인 동시에 세포막의 구성성분이 된다. 또 호르몬의 원료가 되고 지용성 비타민의 운반체가 되는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그런데 최근에 국내에서 출간된 일본 교린예방의학 연구소 야마다 도요후미(山田豊文)의 ‘당신도 모르는 기름의 진실’에 따르면 최악의 기름으로 찍힌 게 바로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마가린’. 그럼 최고의 기름은 ‘오메가-3 지방’이 포함된 아마인유와 들기름으로 드러났다. ◆ 오메가3 지방과 오메가6 지방 오메가3 지방과 오메가6 지방은 몸에서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된다. 그런데 우리는 ‘오메가’란 말만 들어도 좋은 기름인 줄 안다. 지방은 다 같다고 여기기 쉽지만 각기 다른 지방산으로 구성된다. 탄소 분자의 결합 구조에 따라 어떤 지방은 포화지방, 또 다른 지방은 불포화지방 등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오메가3 지방은 생선과 해산물류, 푸른 잎 채소, 아마인유, 들기름, 호두에 많으며 일단 체내에 들어가면 생화학 반응에 의해 EPA와 DHA로 전환된다. 이게 두뇌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그러나 오메가6은 사정이 좀 다르다. 필요도 하지만 현대인들이 이 지방에 너무 편중된다는 게 문제다. 체내에서 오메가6이 많아지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염증성 화학물질, 에이코사노이드가 늘어난다는 사실. 그로 인해 인체가 염증성 질환에 취약하게 된다. 이런 오메가6을 가장 많이 함유한 식품은 뭘까. 흔히 말하는 유탕제품 등 가공식품류이다. 프라이드치킨이나 과자류 등이 대부분 중요한 오메가6의 공급이다. ◆ 그런데 최근 충격적인 연구 하나 ‘오메가3 지방이 전립선에는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허친슨 암연구소 암예방프로그램의 시어도어 브래스키 박사는 ‘오메가3 지방산 주성분 중 하나인 도코사헥사엔산(DHA)의 혈중수치가 높은 남성의 경우 공격적 전립선암 위험도가 상당히 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건강에 가장 나쁜 지방으로 전해진 트랜스지방의 혈중 수치가 제일 높은 그룹은 오히려 공격성 전립선암 위험이 50%나 낮았다. 식물 기름에 많이 함유된 오메가-6지방산 경우 전립선암 발병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었다. 이 연구내용은 의학지 ‘역학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최신호에 게재됐다. ◆중요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균형식 영양학자들은 구석기 식단이 인류 최고의 식단이었다고 추정한다. 오메가 3와 6이 1대 1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다. 식물성 기름에는 오메가 3· 6· 9 등의 불포화 지방산이 함유돼 있다. 오메가 9 지방산은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위산과다 분비를 억제하며 변비 해소에 도움이 된다. 올리브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씨유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오메가 6 지방산은 알레르기와 염증, 혈전을 촉진시키고, 혈액을 응고시키는 역할을 한다. 홍화씨유, 옥수수유, 참기름 등에 들어 있다. 오메가 3 지방산은 오메가 6 지방산과는 반대되는 역할로 알레르기, 염증, 혈전을 억제하고, 혈관을 확장시킨다. 들기름, 아마인유, 등푸른 생선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오메가 6 지방산이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혈전을 만들며 오메가 3 지방산이 이를 막는 것이다. 오메가 6 지방산도 고지혈증을 예방하는 기능이 있지만,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성인병과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강조하건대 양이 아니라 비율이다. 두 기름을 적정 비율로 먹었을 경우 건강에 이롭다. 보통 우리가 먹는 식단을 살펴보면 오메가 6 지방산은 과다하게 섭취하는 반면 오메가 3 지방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옥수수기름은 오메가 3과 6의 비율이 1대 59, 올리브유는 1대 8, 홍화씨유는 1대 75로 오메가 6 비율이 훨씬 높다. 오메가 3 지방산의 섭취를 늘리기 위해서는 주 2회 등푸른 생선과 신선한 들기름, 아마인유로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이 좋다. 들기름의 경우 오메가 3 비율이 70%를 넘는다. 들기름이 들어간 산촌 제철 산나물 무침의 위력을 확신하지 않을 수 없다. ◆ 식물성 스테롤을 아시는가 식물성 기름에는 오메가 3·6·9 외에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식물성 스테롤’이라는 성분이 있다. 동물성 기름에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다면, 식물성 기름에는 콜레스테롤과 구조가 비슷한 식물성 스테롤이 있다. 식물성 스테롤은 인체에 유해한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암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해바라기씨유, 참기름, 들기름, 콩기름, 옥수수유에 많이 들어 있으며, 견과류에도 함유돼 있다. 식약청에서는 공식적으로 하루에 800㎎~3g을 섭취하면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인정했다. 반면 동물성과 달리 식물성 식품에 많은 불포화지방은 몸에 좋은 지방이다. 예를 들어 올레인산과 리놀레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동맥경화의 촉진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그렇다면 식물성 기름은 많이 먹어도 괜찮을까. 한때 장수식으로 알려진 지중해식 식사에서 올리브오일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에서는 매일 한 스푼 정도의 올리브오일을 먹는 건강법이 유행한 적도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적당히 먹어야 한다. 많이 먹으면 혈중 지질이 상승하고 1g에 9㎉의 높은 열량을 내는 만큼 고지혈증, 비만 등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적당한 지방 섭취량은 성인의 경우 총열량의 15~25% 정도. 불포화지방과 포화지방의 섭취비율은 2대 1이 알맞다. 알맞게 먹는다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그 ‘알맞음’이 어느 정도인지를 신(神)인들 알 수 있을까. ▷도움말=이무용 동국대 일산병원 심장혈관센터장·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학전문기자
2011.05.06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소금의 비밀
소금은 천사이면서 악마적인 속성이 공존한다. 성서에서 인류의 생명을 지키는 식품으로 인정한 소금, 로마시대 군인들은 봉급 일부로 소금 화폐인 ‘살라리움’을 받았다. 솔저(soldier)·샐러리(salary)라는 말은 라틴어 솔트(salt·소금)에 어원을 두고 있다. 특히 공장에서 제조된 거의 모든 식품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소금(표기상으로는 나트륨)이 첨가돼 있다. 현대인들은 자기도 모르게 소금에 많이 노출돼 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류가 지켜야 될 하루 소금 권장량은 2천㎎. 소금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1979년 핀란드가 국가 정책으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유통되는 소금의 95%는 공업용이며, 식용은 5% 정도밖에 안된다. ◆ 게랑드 소금과 한국의 천일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소금은 프랑스산 게랑드이다. 1㎏에 8만원선. 국내 천일염 1번지 신안군 염전 소금의 경우 1㎏에 장판염은 400원선, 토판염은 4천~5천원선. 일반인들은 장판과 토판염 차이를 잘 모른다. 장판염은 천일염 결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갯벌 바닥 위에 검은색 PVC 장판을 깐다. 하지만 토판염은 천연 갯벌 위에서 소금을 만든 것이어서 더 비싸다. 육안으로 구별이 가는데 갯벌산이다 보니 좀 더 검은 게 특징이다. 오랫동안 신안군 염전 사업자들은 맘고생을 엄청 많이 했다. 천일염이 식염이 아니라 광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젠 천일염은 식용이다. 2007년 12월28일 이전까지 국내 천일염은 천덕꾸리기 신세였으며, 관심도 없이 그냥 광물로 분류됐다. 자연 일반 식품제조에 사용할 수 없었으며, 단지 김장용 포기김치 전처리 과정에만 사용이 허가됐다. 신안군이 화학소금(현재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이 어필된 인조소금인 ‘꽃소금’으로 불린다)의 유해성, 중국산 소금의 국내산 둔갑 문제, 천일염 식품자원화 당위성 등을 외친 덕분에 천일염은 2008년 3월부터 식품으로 유통된다. 2008년 2월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전남 신안군청에 새로운 과가 개설된다. 천일염산업과다. 현재 국내 최고의 염전은 인천의 주안염전, 신안군의 경우 증도의 태평염전이 가장 대규모이며, 유명하다. 태평염전 입구에 국내 최초의 돌로 된 석조염창이 있다. 그 옆에 태평소금이 관리하는 소금박물관이 있다. 목포대 함경수 교수(식품영양학과)는 천일염 권위자로 목포대 천일염 생명과학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성분 분석을 해보니 우리나라의 천일염이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미네랄이 더 풍부했다. 통상 소금에는 80여가지의 각종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 칼슘, 칼륨, 마그네슘의 경우 게랑드보다 무려 3∼9배 탁월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연 장판염은 안전할까. 식약청에서 조사한 결과 유해한 DEHP 성분이 검출됐지만 인체에는 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안군은 올해부터 문제의 장판염을 친환경바닥재로 교체할 방침이다. ◆ 전통 자염 바닷물을 자연에서 증발시켜 만드는 천일염 생산방식은 1907년 인천 주안염전이 시초다. 염전은 기온이 25℃ 이하로 내려가는 10월말이면 작업이 중단된다. 옛날에는 어떻게 소금을 만들었을까. 바닷물을 끓여서 채취했다. 써레질한 갯벌 흙을 바닷물로 걸러 만든 소금물을 솥으로 옮겨 10시간 정도 끓인다. 그래서 ‘자염(煮鹽)’이라 했다. 천일염 전 우리나라 소금은 모두 자염이었다. 자취를 감췄던 자염은 10여 년 전부터 태안지역에서 다시 생산되고 있다. 천일염 외에도 몇 가지 소금이 있다. 암염은 돌처럼 굳어진 돌소금으로, 중국이나 미국 등지 암염광산을 통해 생산된다. 정제염은 바닷물을 공장에서 전기 분해해 소금의 화학명인 염화나트륨(NaCl)으로 만든 것이다. ◆ 토판염전 전남 해남군 문내면 세광염전 김막동씨는 20여년째 토판염을 생산한다.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은 토판염의 간수성분이 장판염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해 쓴맛이 덜하고 맛도 좋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맛의 비결이 뭘까. 김씨는 “갯벌 때문이다. 거기에는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유기물질이지만 장판에서는 이런 게 안 나온다”고 강조한다. 토판염전은 70년대 말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당연히 토판염도 희귀해졌다. 염부들은 이때부터 등장한 장판을 선호했다. 장판을 깔면 바닥 온도가 빨리 올라가 볕이 좋으면 2∼3일 만에 소금을 낼 수 있다. 토판염전은 빨라야 4일, 길면 7일까지 걸린다. 그나마 날씨가 좋지 않으면 소금을 못 낸다. 지금 천연 갯벌을 이용한 토판염전은 국내 천일염전의 1%선. 토판염 생산량은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1∼2%밖에 안 된다. ◆ 소금과 나트륨의 유해 논쟁 미국도 지난해부터 짜게 먹어서는 안된다면서 ‘나트륨 저감 정책’을 채택한다. 그런데 요즘 식품의학자와 천일염 전문가 사이에 난삽한 논쟁이 일고 있다. 천일염측은 “천일염이 다른 소금보다 더 좋다”고 말하고 반대측은 천일염도 일반 소금이나 다 똑 같다고 맞선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소비자들은 학자보다 업자 얘기에 더 솔깃한 게 현실이다. 중재할 세력도 없는 것 같다. 나트륨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용역조사를 이행한 동국대 일산병원 이무용 심장혈관센터장은 “동일 양 기준,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나트륨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것만 갖고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좋다고 확신해선 안된다”고 천일염 맹신문화에 일침을 가한다. 현재 식약청 영양정책과는 소금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단지 나트륨의 유해성에 대해서만 공식 입장을 밝힐 뿐이다. 전문가들은 “어쨌든 소금은 필수 미네랄 성분이지만 많이 섭취할 경우 고혈압, 심장병 등을 유발한다는 게 세계 의학계의 공인된 연구결과”라고 강조한다. 나트륨이 과도해지면 수분 섭취가 많아지고 혈액량이 많아진다. 그래서 고혈압이 발생한다는 논리. 물론 소금 속에 나트륨 성분만 있는 게 아니다. 식품의학자들도 나트륨이 위험하니 소금도 위험하다고 말 못한다. 의학계도 고작 소금 성분 중 나트륨과 건강과의 상관 관계를 밝혔을 뿐이다. 그럼, 소금은 과연 좋은가 나쁜가. 답은 없다. 1년 단위로 예산을 지급하는 현 상황에서 대동여지도의 김정호 같은 학자가 자기 사비를 들여 임상실험을 30년 정도 진행해보지 않는 이상 소금의 가치에 대해 그 어떤 확언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1.04.29
“제대로 된 양식당 조리사 없어…미식가·VIP 만족시킬 인프라 구축 시급"
“갈수록 대구에서 국제행사가 많이 치러질 건데 제대로 된 조리사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지역에서 가장 국제 행사 요리 경험이 많은 셰프인 호텔인터불고 대구 차현식 총주방장(49). 그는 한식당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세계적 미식가와 VIP가 와도 만족할 만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양식당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시급한 때라고 강조한다. 요즘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와 선수촌 식당 등 주요 식당을 커버해야 하기 위해 300명의 조리사를 긴급편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인력이 없어 애를 태운다. “큰 행사를 감당하려면 허리급 조리사들이 있어야 하는데 대구의 양식 조리사의 경우 머리와 다리만 있는 형국이죠. 예전 우리는 조리를 하나의 꿈으로 알고 열정적으로 덤볐는데 요즘 젊은 조리사들은 하나의 직업으로 봅니다. 그래서 조금만 경력 쌓으면 대기업 소속 푸드회사 등으로 가버립니다." 가는 그들을 나무랄 수만은 없단다. 현실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는 호텔 양식당 음식값이 일반 양식당에 비해 그렇게 비싸지 않다고 강조한다. “일반 시내 레스토랑에서 기본 육수를 뽑기 위해 왜 보름이나 공을 들일까요. 호텔 양식당은 최고의 손님을 위해 교과서적인 음식을 내야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공력, 더 고급 서비스를 공급합니다. 또한 건사한 호텔 로비와 시설물 등 그게 모두 가격에 포함되죠. 시민들이 호텔 레스토랑을 사랑하지 않으면 고급 메뉴를 다룰 줄 아는 명셰프가 서울로 갈 것이며, 그러면 외국인들도 제대로 된 호텔 양식당 없는 대구를 과연 국제도시로 인정할 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손님도 음식 지적만 하지 말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 그게 명품요리를 만드는 에너지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
2011.04.15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호텔 레스토랑
호텔은 공항처럼 한때 '있는 자’의 공간이었다. 없는 자들은 궁궐처럼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던,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었다. 특히 호텔 레스토랑은 당대 최고의 정찬을 맛 볼 수 있고, 거기서는 최고의 격조와 품위, 매너, 에티켓 등이 총망라됐다. 그가 어느 정도의 교양미를 가졌는지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거기서 최고의 셰프와 최고의 음식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럴까. 90년대로 접어들면서 호텔이 결혼식장화되고, 각종 콘퍼런스급 행사 공간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무궁화 다섯 개 특1급호텔의 경우 한·중·일·양식이 엄존했다. 하지만 대중적인 행사가 너무 많다보니 호텔식을 선호하던 미식가들이 호텔 밖 전문레스토랑으로 발길을 돌려버렸다. 이젠 뷔페식이 주메뉴가 된 것 같다. ◆ 현재 호텔 한식당은 거의 고사상태 90년대초 한식당이 없으면 특급호텔로 등급을 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양식당을 없앤 뒤 한식당을 만드는 호텔들이 많았으며, 곧 한식 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00년대 초, 불황과 경쟁 속에서 호텔 식음업장도 수익사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수익성 낮은 호텔 한식당은 대량 구조조정을 당한다. 2004년 더욱 가속화되어 인터컨티넨탈 서울의 '한가위’, 조선호텔의 '셔블’, 호텔신라 '서라벌’은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차례로 문을 닫았다. 현재 특 1급의 경우 롯데호텔의 '무궁화’, 르네상스 서울 호텔의 '사비루’, 메이필드호텔 & 리조트의 '봉래정’,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온달’ 네 곳만이 운영 중이며, 특 2급에서도 제대로된 한식당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유는 뭘까? 한식이 갖는 치명적 제약조건 때문이다. 한식당은 반찬 수가 많은 만큼 필요한 재료의 종류가 많고,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음식이 많다. 자연 인건비와 재료비 부분이 양식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 외국 요리의 경우 식재료가 완제품 또는 반제품으로 들여와 즉석에서 조리가 가능하지만 한식의 경우 식재료를 처음부터 다듬고 씻는 등 사전작업이 길고 수작업이 많아 타 레스토랑보다 인력이 2~3배나 더 필요하다. 게다가 일반 한식당과 비교해도 그곳에서 열명의 인원이 필요하다면 호텔은 호텔 서비스 특성상 그 배의 인원이 필요하며 근무시간도 8시간으로 제한되어있으니 인건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요즘 워낙 괜찮은 한식당이 시내에 많이 생겨 그들과 경쟁력에서도 뒤지고 있는 탓도 있다. 고객은 외국인이 많을 것 같지만 실상은 아니다. 가족 행사, 비즈니스 접대, 오랜 단골들이 한식당의 주요 내국인 고객이다. 패키지 외국 관광객은 주로 외부에서 식사를 하고, 호텔 한식당을 이용하는 외국인은 내국인이 비즈니스를 위해 데려온 접대성 고객, 또는 한번 정도 호기심에서 이용해 보려는 고객뿐이다. 대부분 외국인 투숙객들은 보다 전문화되고 고급화된, 하지만 호텔 한식당보다 저렴한 외부 한식당을 이용한다. 또는 한식이 맵고 짜다는 인식때문에 호텔 내 한식당 보다는 일식당을 접대 장소로 선호한다. 젊은 요리사들도 한식 전공 자체를 기피한다. 국내 100여개 요리 관련 학교 중 한식 관련 전문대학은 고작 4곳 정도다. ◆ 지역 호텔 양식당도 힘들어 대구에는 현재 무궁화 다섯 개 특1급호텔은 3개(인터불고 대구, 인터불고 엑스코, 그랜드). 부산은 모두 6개(조선호텔부산, 파라다이스, 해운대그랜드, 부산 롯데, 노보텔 엠배서더, 호텔 농심)이다. 대구 특급호텔의 경우 거의 인터불고가 큰 행사를 커버한다. 인터불고 양식당 마드리드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지만 일반인들은 그걸 잘 모른다. 일반 손님은 상대적으로 적다. 국제행사 관계자나 기관장이 주 손님이다. 한식당은 일식당 운해에서 일식과 함께 취급을 한다. 그랜드호텔의 경우 그나마 식당 구색을 맞추고 있다. 한식당 포석정, 일식당 어주탁, 중식당 봉성을 갖고 있지만 정통 양식당은 없고 펍레스토랑으로 대체했다. 부산 조선호텔도 사정은 마찬가지. 양식당 '나인스 게이트’는 오래전 문을 닫았고 현재는 세미 양식당인 '옥팀스’ 만 유지하고 있다. 대구 호텔 레스토랑이 힘겨운 이유는 뭘까? 일단 손님들의 마인드에 반(反)양식문화가 숨어 있다. 상당수 손님들은 호텔 양식이 비싸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또한 언제부턴가 호텔 양식은 일반 레스토랑과 달리 결혼식, 동창회 등 모임이 있을 때 먹을 수 있는 '기념음식’이란 인식이 팽배해져 있다. 또한 다양한 양식메뉴 수요가 전멸한 상태다. 결혼식 때도 손님의 90% 이상이 안심스테이크만 선호한다. 등심, 아이립, 생선 등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지만 외면을 당하기 일쑤다. 주문을 할 때도 스테이크를 어느 정도 구워야하는 지도 구체적으로 주문하지 못한 채 그냥 알아서 달라고 한다. 외국의 경우 주문을 받는데만 10분 이상이지만, 대구는 통째로 ' 알아서 가져오라는 식’이다. 그러니 수준높은 유학파 조리사가 있어도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다. 신기술을 사용할 겨를조차 없다. 자꾸만 기술이 퇴보한다. 매너리즘에 빠져있다 보니 가끔 미식가가 새로운 버전의 주문을 할 경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클레임이 걸리기도 한다. 상당수 손님들은 양식을 한식으로 취급한다. 이 대목에서 조리사들은 절망한다. 이미 간이 다 된 수프에 소금과 후추를 친다. 또한 한꺼번에 스테이크를 다 잘라놓고, 거기에 김치를 올려 먹기도 한다. 이걸 '대구식 양식문화’로 존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피니언 리더에 대한 양식문화 활성화 운동을 벌여야 할 시점이다. 호텔 레스토랑 퇴조가 양질의 조리사 '탈대구 러시’와 무관하지 않다. 호텔 레스토랑 초봉이 서울과 부산 등에 비해 좋지 않기 때문에 조리사들이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갖지 못한다. 새내기 조리사들도 예전에는 열정과 경력, 경험 등을 중시했지만 지금은 급여에 목숨을 건다. 조금만 경력을 쌓으면 대구에 있지 않고 서울로 빠져나간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양반 밥상
◆ 반가음식의 원류가 된 김장생의 가례집람 반가(班家)는 예(禮)에서 시작해 예로 끝난 삶을 살았다. '접빈객 봉제사(接賓客 奉祭祀)' 가 삶의 화두였다. 그들의 행신범절에 대한 치밀한 매뉴얼 북까지 개발된다. 그중 하나가 주자가례(朱子家禮). 그것이 조선에 들어와 현실에 맞게 고쳐졌는데 대표적인 게 1599년(선조 32) 사계 김장생이 펴낸 '가례집람(家禮輯覽)'이다. 권10에 제례음식 진설법이 잘 정리돼 있다. 홍동백서(紅東白西), 좌포우혜(左脯右醯), 어동육서(魚東肉西) 등등. 지방 명문 사대부의 동선은 거의 서울과 닿아 있었다. 그들 음식은 임금을 위한 수라상 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수라상 진설법은 흡사 '미적분 방정식' 해법 찾기를 방불케 한다. 나주에서 올라온 나주반에 차린 12첩 반상을 놓는 위치도 정해져 있다. 반드시 왕과 왕비가 같은 온돌방에서 받고, 동편에는 왕, 서편에 왕비가 좌정한다. 겸상은 없고 시중드는 수라 상궁도 각각 3명씩 대령하고, 수라상도 원반·곁반·책상반 등 3개가 들어왔다. 1719년부터 1910년까지 임금이 먹을 수 있는 국의 종류만 64가지. 진찬의궤에 상세하게 그 매뉴얼이 적혀 있는 궁중음식이 어떻게 반가음식에 스며들어갔을까. 그 흐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봉송(封送)'문화다. 이건 임금이 음식을 다들고 '퇴선(退膳)'하고 나면 여러 신하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는 것이다. 반가음식이 궁중음식을 닮은 것도 이같은 이유다. 하지만 궁중음식은 일반 음식과 차별을 뒀다. 양반이라도 차릴 수 있는 상을 9첩 이하로 제한하고 12첩 반상은 궁중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전통음식 연구가 김상보 교수(대전보건대 전통요리과)는 "임금의 상은 궁중연회상과 달리 늘 소박함을 유지했으며 12첩상 반상은 한말의 예외적인 경우"라고 주장한다. ◆ 반가음식은 결코 풍성하지도 호화롭지도 않았다 우리가 반가음식과 관련해 착각하는 대목이 있다. 춘향전에 등장하는 '변사또 밥상'과 비슷할 거라고 믿는 것이다. 그건 절대 아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마인드가 출중한 꼬장한 선비들, 그들은 자신의 입으로 음식의 맛을 논하는 것 자체를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음식을 탐하는 이와는 허교도 하지 않았다. 상당수 양반들은 3첩 반상, 국과 밥·김치와 된장·나물 한 점 정도만 있어도 맛있게 먹었다. 특히 호남과 달리 경상도 지방은 물산이 그렇게 풍부하지 못했다. 그래서 잔칫날이나 명절 등 때만 쌀밥과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제사만은 풍성하게 치장했다. 자기는 굶어도 조상 제사 음식은 정성을 다해 챙겼던 것이다. ◆ 양상수척(讓床瘦瘠) 예로부터 '양반은 대추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요기한다'고 했다. 항상 신독하고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는 걸 미덕으로 삼았던 선비. 그들은 다른 식구들을 의식하면서 밥을 들었다. 맛있는 걸 맛있게 먹지 않고 가능한 수하가 많이 먹을 수 있도록 '밥상물림'을 한다. 양반가 식문화의 가장 독특한 점이 바로 밥상물림이고 그걸 존수하다보면 몸이 많이 축나게 된다. 이걸 '양상수척(讓床瘦瘠)'이라 해서 덕의 상징으로 여겼다. 안동 등 경북 북부지방 양반가에선 어른이 밥을 남기는 걸 '체면한다'고 했다. 자연 종부는 주발에 넉넉하게 남을 정도의 고봉밥을 퍼 담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문중도 있다. 도산면 퇴계 종가에서는 먹을 만큼 만 밥을 담는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워낙 접빈객이 많아서 가계도 축나고 해서 밥을 적게 담은 것이다. ◆ 지엄한 밥상법도 양반은 밥상에서도 지엄하다. '상전무언(床前無言)', 양반은 밥을 먹을 때 절대 소리를 내면 안됐다. 또한 식사할 때 처음부터 밥을 떠먹어도 흉이 됐다. 식사 순서는 먼저 정좌한 뒤 삼고례(三告禮)를 올린다. 젓가락으로 밥상을 세 번 두드린다. 이것은 천지인(天地人)에게 예를 올리는 것이다. 이때 '인'은 개인이 아니라 조상과 종묘사직을 의미한다. 이후 종지에 담긴 지렁(조선간장)부터 조금 떠먹고 동치미 국물을 먹은 뒤 밥을 떴다. 이러면 혀의 미뢰가 초롱하게 눈을 뜬다. 혀가 중립기어에 놓여야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밥 떠먹는 방향도 정해졌다. 통상 왼쪽에서 오른쪽, 7시 방향에서 1시 방향으로 이동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지구 자전축 각도와 비슷하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45도 각도로 가지런하게 퍼내려간다. 요즘과 달리 예전에는 밥을 남기는 게 미덕이다. 옛 어른들은 오른쪽 모서리에 밥을 조금 남겼는데 그 모양이 꼭 초승달 같아 '초승밥'이라 부른다. 상가에서 황천에서 오는 저승사자를 위해 마련한 '사잣밥'과 비슷하달까. 그건 아랫사람을 위한 각별한 정(情)이었다. 또 식전 반주도 곁들이는데 보통 석 잔을 넘지 않는다. 양반들은 된장 국물이나 김치 등을 밥 위에 올려놓고 먹지 않는다. 밥이 더렵혀지는 걸 경망스럽게 본 것이다. 국에 밥을 말아먹지도 않고, 된장과 나물을 넣고 비벼먹는다거나 밥에 국을 말아 비벼먹지도 않는다. 밥상은 늘 독상이었다. 여성은 어른과 함께 식사를 하지 못했다. 일단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면 그때서야 수하도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어른이 아직 식사를 마치지 못하면 아랫사람은 수저를 놓고 기다려야 했다. 양반은 절대 점심 때 남의 집을 방문하지 않았다. 너나없이 가난하던 때였기 때문이다. 일찍 와도 때가 되면 먼저 자리를 뜨는 게 예의였다. 붙잡는다고 해서 바로 식사에 응해서도 안 된다. 또 종부는 명령만 내리지 절대 부엌 출입도 않는다. 그래서 한복 윗저고리 옷 끝단에 흰 덧천을 댄다. 신분의 상징인 것이다. 상을 나르는 건 남자 노비들의 몫이었다. 장에 가서 제수 마련해 오는 것은 남자의 몫이었다. #퇴계 불천제위 상, 적(炙)은 날것 올리고 탕은 다섯 가지…간고등어는 안 써 제사 중에서도 차사(茶祀)보다 기제사(忌祭祀)가 중시됐고, 기제사보다 국불천위(國不遷位) 제사를 더 중시했다. 불천위란 나라나 지역 향교에서 망자의 덕망을 기리기 위해 사당에서 영구히 제사를 봉행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불천위 제사음식에 대한 권위자는 윤숙경 안동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다. 그럼, 퇴계 이황의 불천제위 음식을 엿보자. 적(炙)은 '군자혈식(君子血食)'이라 해서 모두 날 것으로 올린다. 탕도 기제사에는 통상 세가지만 올려도 되지만 여기선 다섯가지, 즉 쇠고기·명태·전복·조개·상어 등이다. 적으로는 닭고기, 쇠고기, 쇠머리, 소 껍질 수육, 문어, 청어, 홍어, 상어, 방어 등이 들어가지만 안동의 명물 안동 간고등어는 올리지 않았다. 탕과 적에는 '우모린(羽毛鱗)'이란 룰이 적용된다. 깃이 달린 닭, 털이 있는 고기, 비늘이 있는 생선을 포함시켜야 한다. 적을 괼 때 생선 류는 밑에 , 고기류는 그 다음, 맨 위에는 닭을 괸다. 채는 고사리, 시금치, 토란, 도라지, 무, 박나물 등 제철채소면 되고 전부 한 그릇에 담아야 한다. 퇴계는 유언을 통해 만들기 번거로운 유과와 약과 같은 사치스러운 음식은 올리지 말라고 했다. 김치는 백김치, 건포는 대구포, 술의 경우 예전에는 청주를 담갔는데 이젠 정종으로 대신한다.
2011.04.01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스토리텔링 밥상 (하)
◆ 경상도 음식 & 전라도 음식 '전주 음식전문가들도 경상도를 부러워하는 게 있다.' 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다. 음식이라면 전라도인데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법도 하다. 아직 수면 아래에 숨어있다시피한 경상도 명문 종택의 기품있는'반가(班家)음식'과 특히 안동과 영양이 갖고 있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고조리서 두 권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사실 경상도 반가에선 전라도 음식을 너무 허드러져'술안주상 스타일'로 폄훼한 것도 사실이다. 전라도는 음식자랑을 해도 경상도는 그러지 않았다. 이때문에 전라도가 욱일승천할 수 있었지만 이젠 상황이 좀 달라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안동의 '수운잡방(需雲雜方)'과 영양의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 대한 방송 다큐물, 신문·잡지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일본 미식가들조차 군침을 흘린다. 연이어 안동시와 영양군이 앞장서 레시피에 의거해 원형을 재현하고 있다. 올 연말쯤 대중화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외국에서 온 국빈이 가장 한국적인 지역과 음식을 먹고싶어할 경우, '전주 한옥마을로 갈까. 안동 하회마을로 갈까.' 사실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무게추가 전주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안동 하회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됨에 따라 안동을 낀 '경북 북부유교문화권'을 더 주시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먹을 게 많고 음식 차림새도 남달랐다. 전주를 '묻지마 전통음식메카'로 정했다. 이젠 생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상차림인 남도 한정식으로 말하자면 전주보다 강진을 더 쳐준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남도먹거리 1번지'를 강진 한정식으로 꼽는다. 남도 한정식은 바다 갯벌을 끼고 앉아 있는 하구의 고장이어야 제격이다. 전라도 음식이 '가야금' 같다면, 경상도 반가음식은 '거문고' 같다. 별로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양념과 소스도 극도로 줄인다. 그래서 무척 맑고 심플하다. 전라도 음식이 '봄 꽃밭' 같다면 경상도 반가음식은 '겨울 계곡' 같다고 할까. ◆ 한국의 고조리서 '현재 한국 전통음식사에 비교적 정통한 학자들은 누굴까.' 한국 고요리서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국내 식품사학계의 수장격인 고(故) 이성우 교수다. 그 다음은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65년 '음식디미방'을 발견하고, 73년 한희순 상궁에 이어 제2대 조선왕조 궁중음식(무형문화재 제38호) 기능보유자가 된 황혜성 여사(작고). 그녀는 76년 한국요리백과사전을 펴낸다. 그를 잇는 사람은 수운잡방을 발굴해 번역한, 안동 불천위제사음식의 권위자인 안동대 식품영양학과 윤숙경 명예교수, 한국궁중음식문화협회 김상보 이사장(대전보건대 전통조리과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 이연자 한배달 우리차문화연구원장, 정혜경 한국식생활문화학회 부회장(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등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된 고요리 전문서는 뭘까. 1400년대 중반 '의방유취'를 지은 당시 의관 겸 식품학자였던 전순의(全循義)가 지은 '산가요록(山家要錄)'. 여기에는 술 빚는 방법 63가지를 포함 모두 230여 종류의 음식 레시피가 수록돼 있다. 김치의 경우 나박김치, 생강김치, 송이김치, 동아김치, 동치미, 토란김치 등 무려 38종류를 소개하고 있다. 식품학자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대목은 바로 채소류의 경우 '온상재배의 필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그 다음은 수운잡방(需雲雜方)이다. 조선 초기 1540년경에 안동에서 거주한 탁청공 김유(金綏·1481~1552) 에 의해 저술된 요리책이다. '수운(需雲)'은 격조를 지닌 음식문화를 뜻하며, '잡방(雜方)'은 여러 가지 방법을 뜻한다. 즉 풍류를 아는 사람들에게 걸맞은 요리법을 의미한다. 상하권 두 권에 술빚기 등 경상북도 안동 지방의 121가지 음식 조리법을 담고 있다. 한글로 된 가장 오래 된 조리서는 단연 정부인 안동장씨(장계향)의 음식디미방(1670년). 국내에 한권밖에 없는 음식디미방 원본은 현재 경북대 고문서 보관실에 있다. 원래 장씨부인의 셋째 아들 갈암 이현일(李玄逸)의 후손이 보관하다가 도난을 우려해 60년 경북대 도서관 고서실에 영구기증했다. 이 책의 존재를 맨 처음 알린 사람은 경북대 김사엽 박사. 그는 60년 '고병간 박사 기념논총'에서 '규곤시의방과 장씨부인의 아들 존재 이휘일의 전가팔곡(田家八曲)'이란 논문을 발표한다. 이어 김형수 박사, 66년 손정자 교수, 99년에는 안동대 윤숙경 교수가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조선중기 음식법에 대한 조리학적 고찰에 대한 논평'을 정부인 안동 장씨 추모학술대회 발표 논문집에 실었다. 황혜성의 딸 한복려, 한복선, 한복진은 '다시보고 배우는 음식디미방', 한복진은 다시 그해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조선시대 중기 음식법에 대한 조리학적 고찰'을 펴낸다. 2006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백두현 교수는 당시 어원을 거의 정확하게 추적한 끝에 '음식디미방 주해'(글누림 刊)'를 낸다. 경북도는 한국 전통음식 조리책인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1.03.04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스토리텔링 밥상 (상)
'스토리텔링밥상을 만들어라!' 요즘 전국 지자체장들이 가장 눈독들이는 아이템 중 하나다. 타 지역 사람들을 자기 고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멋진 '미끼'로 본 것이다. 볼거리에 맞먹는 먹을거리가 없다면 더 이상 관광인프라의 성장동력을 얻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에서 기인한다. 전주비빔밥은 그동안 한국 한식 시장을 주도한 것도 사실이다. 세몰이는 하고 있지만 엄격하게 말해 그 메뉴는 스토리텔링밥상의 범주에는 들지 못한다. 일종의 음식 그 자체의 레시피만 특화해 성공시킨 경우다. 스토리텔링밥상이란 특정 지역의 위인급 인물이나 덴마크의 인어상 정도의 랜드마크를 역이용한 일종의 문화관광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 음식이 이순신과 무슨 연관이 있냐고 따지고 들면 관계자들도 딱히 할 말이 없다. 현재 이순신밥상이 가장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경남도 뿐만 아니다. 이순신과 연관이 있는 전남 여수, 이순신의 고향인 충남 아산도 비슷한 밥상을 제시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갈등으로 보도했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이순신밥상의 춘추전국시대'로 긍정적인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순신 밥상에 대해 따지고 들면 궁색한 변명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그냥 이순신과 연고지 특산물을 설득력있게 구성한 한식이라 보면 된다. 전남 강진에서 다산 정약용 밥상이 존재할 수 있으며, 충남 뿐만 아니라 9년여간 유배지였던 제주도에서도 추사밥상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 이순신밥상 3파전 경남 -'이순신', 전남 -'충무공', 충남 -'현충밥상' 내놔 장군 식단자료 전무한 상태…특산물 웰빙이라 비슷비슷 ◆ 경남도 1호점 '통선재'오픈 전국에서 가장 먼저 스토리텔링밥상으로 주목받은 건 영양의 음식디미방과 안동의 수운잡방 밥상이다. '음식디미방'은 안동에서 태어나 영양으로 시집간 정부인 안동장씨(장계향)가 1670년에 지은 국내 최초의 한글 조리서(요리 146종)이고 '수운잡방'은 안동 군자마을의 김유 선생이 지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 된 한자 고조리서로 불린다. 최근 영양과 안동이 관련음식을 재현해 내고 있다. 이런 흐름에 예의주시한 경남도가 지난해 4월9일 경남 통영시 용남면 화삼리에서 오픈한 '이순신 밥상' 1호점인 통선재(055-645-6336)를 통해 음식을 팔고 있다. 이곳은 1592년 한산대첩이 벌어졌던 한산도 견내량이 내려다보이는 포인트다. 이순신 장군이 즐기던 장국밥, 방풍탕평채·태면·대합구이 등으로 차려지는 이순신밥상, 통영 향토 나물 및 해조류를 이용한 통영골동반, 대구껍질누루미·연포탕·수어찜 등 코스 요리인 통제사 밥상 등 4종류. 이순신밥상은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에 의뢰해 난중일기에 나오는 여러 음식 재료들과 덕수 이씨 종가음식, 음식디미방, 난중일기 등 조선 중기의 음식문헌 등을 토대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7종 77가지 음식이 태어났다. 통선재 입구에는 음식모형도 전시돼 있다. 이순신밥상의 가장 큰 특징은 뭘까.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모든 음식에 고추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적 사료의 철저한 고증에 따른 결과로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는 고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순신장군의 애환이 깃든 메뉴가 나오는 데 그게 바로 좁쌀죽이다. 장군은 진중에서 자주 곽란(급성위장병)을 겪었다. 이는 임진왜란과 백의종군 과정을 겪으면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서 생긴 병이다. 통선재에는 네가지 메뉴가 있다. 이순신밥상, 통제사밥상, 장국밥, 통영골동반. 이순신밥상은 수군이 훈련할 때 먹던 음식과 백의종군할 때 먹었던 음식,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모친상을 당한 후 소상을 근거로 차려진다. 통제사밥상은 삼도수군통제사가 접빈을 위해 차려냈던 상으로 여기에는 통제사밥상과 접빈상, 그리고 해전 승리 후 먹던 음식의 장단점을 조화시켜 상을 차려낸다. 물론 고증음식들이다. 통제사 밥상은 최소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장국밥은 덕수 이씨 종가에서 내려오는 음식으로, 이순신 장군이 즐기던 음식이다. 장국밥은 주식과 부식을 한 그릇에 담아 한 끼 식사로 만들어 내는 일품요리다. 통영골동반은 제사를 지낸 뒤 제사음식을 비벼먹는 통영의 관습을 그대로 살린 비빔밥으로 통영골동반에는 숙주·시래기·무나물· 시금치·고사리·도라지 뿐만 아니라 통영에서 나는 홍합, 새우, 김, 파래, 까시리 등 해산물이 들어가있다. 이순신밥상은 1인 기준 2만원, 통제사밥상은 1인 기준 5만원이며, 일품요리인 장국밥과 통영골동반은 각각 1만원이다. ◆ 여수와 아산의 반격 전남 여수시도 만만치 않은 반격을 시작했다. 여수시는 학동 선소(거북선을 처음 만든 곳) 등 네곳의 식당에서 충무공 밥상, 수군 밥상, 전라좌수사밥상 등 네가지 메뉴를 개발했다. 여수시 보건위생과는 난중일기는 물론, 주보산림경제,규합총서 등 조선시대에 집필된 조리서 등을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밥상을 복원했다. 여수시는 '이순신과 거북선'이란 주제로, 여수 스토리텔링 1차사업이 진행됐다. 벌통수박은 '이순신 벌통수박'으로 내년에 특허출원해 2011년부터 본격 판매할 계획인데, 화양면 창무리에서 생산되는 수박을 이용하기로 했다. 여수의 돌산갓김치에 이은 대표적인 농산물로 만들 것이란다. 해초 주먹밥은 '이순신 통쇠밥통' 해초 주먹밥'이란 이름으로, 흥국사 산사 프로그램에 넣는다는 복안이다. 우슬차는 이순신 우슬차와 이순신 우슬주로 상품화된다. 하지만 상표등록은 어려울 전망이다. 특허청 상표심사정책과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이순신이라는 이름은 특허청 상표심사 때 고려하는 저명한 고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특정한 개인·단체·기관에 독점권을 부여하기 어렵고, 따라서 '이순신'이라는 상표 자체는 어느 누가 써도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순신 장군이 어릴 적 성장했던 충남측도 연고권을 주장한다. 충남농업기술원은 2010년 3월 이순신 장군을 앞세운 '현충밥상'을 비롯해 다섯 가지 푸드스토리텔링 밥상(이순신, 김정희, 무령왕, 심훈, 안견) 프로젝트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현충밥상은 난중일기에 나타난 이른바 '전쟁식단'을 토대로 한 것. 오곡밥, 귀류탕, 적어총법, 설하멱방, 아주까리나물, 추로수, 설기 등 옛 문헌에 등장하는 전통재료들을 중심으로 상차림을 재현했다는 것이다. 충남도는 이 현충밥상을 대중적인 세트메뉴로 개발 중이다. 현충밥상을 보자. 이순신 장군이 직접 쓴 난중일기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텍스트에 충실한 콘텐츠를 발굴하고자 노력하였다. 여기에는 충남을 대표하는 특산물인 자라와 이순신 장군이 무과 시험 당시 낙마 스토리에 연관된 버드나무, 그리고 전통보양식 재료인 잉어를 함께 끓인 음식인 '귀류탕'은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과 가장 이미지가 흡사하며, 보양식 위주의 식단으로 용맹스러운 장군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먹었음직한 설하멱방과 적어총법, 난중일기에 자주 등장하는 추로수와 설기떡으로 메뉴를 정한 명품밥상이다. 주메뉴는 오곡밥, 귀류탕, 설하멱방, 적어총법, 아주까리나물, 시래기나물, 호박고지나물, 동지, 추로수, 설기(호박, 쑥, 밤). ■ 추사·대장경 밥상도 등장 충남 예산 추사밥상, 은어와 올갱이 요리가 주축 합천 팔만대장경 밥상은 오신채 없는 사찰 음식 ◆ 충남의 추사밥상 충남농업기술원은 추사 김정희 한시 작품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음식 하나 하나를 스토리텔링해 냈다. 추사(김정희)밥상은 예당저수지 등의 저수지나 강에서 산출되는 올갱이와 은어 등의 재료를 활용한 것을 주메뉴로 한다. 여기에다 예산 주변 곳곳에 있는 덕숭산, 가야산, 도고산 등의 높은 산에서 산출되는 더덕, 고사리, 취나물, 표고버섯 등의 향긋한 산나물들로 가을을 표현함으로써 예산지역의 향토색과 계절색을 가미시켰다. 조선시대 당시에는 매우 귀한 음식으로 양반가 혹은 일부 사찰에서나 먹을 수 있던 두부로 만든 추사전골은 명문가의 고급스러움이 배인 충남 명품음식이라 할 수 있다. 추사 역시 '대팽두부과갱채(좋은 반찬이란 두부, 오이, 생강, 나물)'라 하여 두부를 좋은 음식의 첫 번째로 손꼽았다. 주메뉴는 율무밥, 올갱이부추국, 추사전골, 멧돼지적, 은어구이, 세모승냉채, 취나물된장무침, 더덕직화구이, 표고버섯전, 고사리나물, 호박고지나물, 호박죽, 배추김치, 국화동동주. ◆ 경남 합천의 대장경밥상 경남 합천군은 팔만대장경을 겨냥, '대장경밥상'을 선보였다. 합천군은 대장경밥상 개발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갖고 군 대표 먹을거리로 대장경밥상을 확정했다. 군은 오는 9월 열리는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축전기간 중 합천을 방문하는 국내외 내방객에게 특화된 지역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대장경밥상을 개발했다. 이 밥상은 도토리비빔밥, 채식위주의 나물밥상, 대장경한정식 등 세가지로 구성됐다. 도토리비빔밥은 외국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한국 대표음식인 비빔밥을 도토리묵과 버섯, 달래부추 장으로 재구성한 식단으로 별도의 음식을 추가하면 손님접대에도 손색이 없는 비빔밥세트 메뉴도 선보일 예정이다. 채식위주의 나물밥상은 오신채·육류를 사용하지 않고 해인사 일원에서 생산되는 산채, 버섯, 장아찌로 이루어진 메뉴다. 성인병에 노출된 현대인의 몸을 개운하게 만드는 웰빙 밥상이다. 대장경한정식은 향긋한 자연산 송이버섯으로 만든 신선로와 쇠고기육전, 칡물로 찐 흑돼지 수육의 풍미를 살린 밥상으로 영양 면에서 손색이 없는 풍성한 한정식이다. 군은 어린이를 위한 쇠고기덮밥과 파프리카볶음밥도 개발할 예정이다.
2011.02.25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 대표 밥상
◆전주비빔밥 마케팅 유감 '대표음식.' 좀 전체주의적이고 포퓰리즘적인 느낌이 감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지인들은 특정 국가나 지방을 방문하면 대표 음식이 뭔가를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묻는다. 죽은 마이클잭슨이 서울에 왔을 때 비빔밥을 먹고 감동받았다거나,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안동에 와서 생일상을 받으면서 한국 비빔밥과 안동 밥상이 단번에 국제적 관심을 끌기도 한다. 한국에 전주비빔밥만 있다고 몰고가면 결국 전주도 죽고 나머지 비빔밥도 죽는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전주에서는 가족회관, 갑기회관, 선미당, 한국관 등 명품 비빔밥집들이 전주를 위해 힘을 합쳤다. 그래서 수출용 비빔밥 표준 레시피까지 합의해서 비빔밥 공장을 지어 일본 등지로 1회용 비빔밥까지 수출하고 있다. 전국 브랜드로 치고나온 후발주자 고궁은 1천인분 비빔밥 이벤트 행사까지 구사한다. 전주비빔밥 조리명인으로 지정된 김년임씨(74). 1979년에 전주 중앙동에 '가족회관'이라는 전문음식점을 개업, 전주비빔밥을 세계에 알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산증인이다. 2008년에는 전라북도 지방무형문화재 전주비빔밥 기능보유자로 지정돼 현재 한식세계화 민관합동 추진단에서 비빔밥전문가 대표자격으로 위원에 참여하고 있다. 전주비빔밥은 어떻게 전국 랭킹 1위가 됐을까. 서울로 올라간 오너셰프 중 호남 출신이 절대적 파워를 구사한 측면도 있고, 더군다나 90년대초 국내 외식사상 처음으로 대한항공 기내식으로 비빔밥이 채택되면서부터 힘을 얻게 됐다. 또한 전주시가 주도적으로 비빔밥을 띄우기 위해 집중과 선택 전략을 구사했다. 2002년에는 전국 팔도 비빔밥을 한 곳에 끌어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전주비빔밥 역사는 진주 천황식당과 울산의 함양집 비빔밥에 비하면 일천하다. 전주는 60~70년대 형성됐으며, 천황과 함양집은 80년 역사를 넘겼다. 천황은 3대, 함양집은 4대째 대가 이어진다. 함양집에 들어서면 벽면에 걸어 둔 역대 사장 등 4명의 얼굴 사진이 눈에 띈다. 1대 강분남 할머니(13년 전에 104세로 작고)가 80년 전 경남 함양에서 울산으로 이주해서 문을 열었으며, 며느리 안숙희 할머니(작고)에 이어 황화선 할머니(63), 윤희씨한테로 손맛 계보가 이어진다. 한번 가보시라. 천황식당은 (055)741-2646, 함양집은 (052)275-694 ◆ 대구의 대표밥상을 찾아서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은 찾아냈다. 대구십미(따로국밥, 찜갈비, 막창, 누름국수, 뭉티기, 복불고기, 야끼우동, 논메기매운탕, 무침회, 납작만두)이다. 2009년부터는 대구 음식 맛 브랜드를 찾았다. 바로 '대찬맛'이다. 2010년 3월에는 대구음식 맛지킴이인 대구식객단(329명)을 구성했으며, 이들은 대구음식 홈페이지(www.daegufood.go.kr)도 가동됐다. 현재 2기 식객단 18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7개월간 '맛의 고장, 대구 대찬맛'이란 글씨가 적힌 대찬맛 홍보탑이 서울역에 도착한 승객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에 세워졌다. 또한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4개(따로국밥, 찜갈비, 막창, 떡볶이) 음식을 집중 관리하기 시작했다. 용역을 줘서 따로국밥과 찜갈비의 표준레시피를 개발했으며, 동인동 찜갈비의 경우 외국인들에게 흉물스럽게 보인다는 지적에 따라 양은냄비를 대체할 만한 소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구의 음식 파워는 전국에서 후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유는 뭘까. 음식 맛때문일까. 절대 아니다. 이제 전주와 대구의 음식 맛은 거의 비슷해졌다. 문제는 음식의 인지도다. 전주는 대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그러니 대구보다 더 맛있다고 믿는 것이다. 시쳇말로 단번에 뜨려고 하면 '강호동의 1박2일'에 언급되면 그 파장은 일파만파다. 강원도 속초 아바이 순대의 명가 단천식당도 그 프로에 나간 뒤 동네 전체가 스타마을로 둔갑했다. 또한 배용준이나 아이돌스타 아이유가 주말마다 동인동 찜갈비를 먹기 위해 내려온다는 소문이 퍼지면 10~20대들은 맛과 상관없이 대구음식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소속 프로덕션이나 매니저들이 바보가 아니다. 대구시의 유혹에 쉽게 혹하지 않는다. 여수 출신인 식객 허영만은 대구시 음식홍보대사 역할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빅 브랜드를 움직이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대구시는 현재 대구 홍보대사인 은퇴한 삼성야구단의 양준혁을 음식 홍보대사로 적극 기용할 태세다. 문제는 외국의 VIP들이 대구에 와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었을 때인데, 딱히 마땅한 답거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몇년전 동남아 라이온스 대회 때 대구십미를 외국인들에게 뷔페식으로 내놨지만 '바로 이게 대구'라는 변별성이 없었다. 그냥 '잡화점 음식' 같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었다. 음식을 둘러 싼 스토리와 디자인이 부족했다. 고민한 끝에 지난해 결성된 대구경북미식가위원회(회장 이수동)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외국인과 외지인들을 위한 '대구음식 정찬메뉴'를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이미 미식가들을 통해 시식회를 가졌다. 납작만두를 이용한 샐러드, 팔공산 자연송이 콩소메, 동해안 생선요리, 청도홍시 셔벗, 선지와 후주로 맛을 낸 한우안심스테이크, 감포 멸치젓으로 맛을 낸 시저 샐러드, 사과를 곁들인 요구르트 샤롯데, 커피와 떡 등 모두 여덟가지 코스 메뉴를 개발했다. 인터불고 차현식 조리부장 등 지역의 호텔 수석 셰프들이 동참을 해서 개발한 것이다. 위원회는 대구시에 건의서를 통해 이 정찬이 채택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시는 고민중이다. 기자의 생각은 이렇다. 대구의 대표밥상 논의는 정말 중요한 사안이다. 단번에 끝낼 사안이 아니다. 이미 2002년 한일월드컵과 대구유니버시아드 어름에 이 문제를 공론화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행사가 너무 임박했지만 일단 이를 계기로 대구정찬의 가능성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거쳐봐야 될 것 같다. 대구정찬 요리경기대회를 2011 대구국제음식관광박람회에 연계할 수도 있다. 또한 대구십미별 퓨전요리 경연대회를 열고, 그 다음에는 그 재료를 갖고 한식·양식·중식·일식 등으로 변화시켜 보는 것이다. 이때 서울과 지역의 유수 셰프를 참가시켜야 한다. 때로는 경기도 양평 산당의 오너셰프이자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산당 임지호씨 같은 조리사를 불러 와 대구십미를 갖고 새로운 버전 음식을 국제감각에 맞게 개발해볼 수도 있다. 또한 푸드스타일리스트, 식기 전문가, 테이블 전문가, 조명 전문가 등도 동원해야 한다. 그걸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트디렉터를 통해 토털 디자인 작업을 해야 한다. 이것을 지역 언론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받아주고 서울의 오피니언 리더를 움직여야 한다. 이 테크닉은 원소스멀티유저(One source multi user) 마케터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건 공화국 하나 만드는 것 이상의 열정이 필요하다. 단발 자문회의, 단발 용역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대구시장이 배수진을 쳐야 된다. 대구음식 세계화에 대한 대선언을 해야 되고, 전담 음식홍보전문대사와 홍보마케팅 전문 대행사도 장기적으로 몰고가야 한다. '맛의 고장 대구 대찬맛' 같은 문구는 너무 아날로그적이다. '매운 맛 보러 대구 올래?'와 같은 쿨하고 기억에 남는 헤드카피 정도는 '난초 꽃 피다' 같은 명 카피를 만든 지역 홍보대행사인 '밝은사람들'의 카피라이터 정도면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다. 능히 대구시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2011.02.18
[이춘호기자의 푸드 블로그] '행복한 막창' 꽁지머리 장용화씨
당신은 막창파인가 곱창파인가. 조사한 팩트는 아니지만 기자의 감으로 곱창파들이 소주에 더 강하다고 본다. 막창은 잘 씹히고, 의외로 단면적이 좁은 곱창은 상대적으로 더 쫄깃하면서 오래 씹힌다. 그래서 중독성도 더 하고 술도 더 당긴다. 서울권은 곱창, 대구는 막창이 더 강세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내장요리는 대구권이 메카였다. 타도시로는 별로 번져가지 못했다. 불결한 음식으로 받아들인 탓이다. 대구서도 대중적으로 번진 것은 90년대 들면서부터. 부유한 층에서는 막곱창보다 소양 요리를 더 즐겼다. 내장요리는 삼겹살이 본격화되기 전 일용직 근로자들의 위안 중 하나였다. 대구는 소스에 청양고추가 팍팍 들어가야만 제격이다. 그런데 요즘 그런 대구발 막곱창이 서울 중심부를 점차 가열시키고 있다. 서울에서는 흥미롭게도 된장이 들어간 양념장 대신 콩가루에 찍어먹는다. 얼얼한 소스를 맛보기 위해 수도권 막곱창 순례객들이 '성지순례'하듯이 대구로 오고 있다. 과연 이 음식은 불결한 걸까. 그건 잡내를 잡기 위해 무지막지하게 하이타이와 같은 공업용 세척제를 사용한다는 편견 때문이다. 이는 와전된 것이다. 그런 세척제로는 막곱창 불패신화를 일궈낼 수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밀가루와 왕소금만 갖고도 얼마든지 말끔하게 세척이 가능하다. 밀가루가 고강력 세척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밀가루, 멀리서보면 꼭 분말세척제로 보인다. 그래서 하이타이 투입설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과연 지금도 그런 집이 있을까. 글쎄, 기자는 단 한 집도 없다고 본다. 보는 눈이 몇 개인데. 경북대 북문 근처 복현동오거리, 서구 내당동 네당네거리, 서부정류장, 서구 원대동 복개천, 중리동 퀸스로드, 수성구 두산동, 남구 안지랑시장, 달서구 상인동 상화로 일대…. 대구 곳곳에 막곱창 골목이 10군데가 넘는다. 골목 안까지 합치면 부산의 돼지국밥만큼 많이 퍼져있을 것이다. 이들 중 안지랑시장과 중리시장은 곱창요리가 더 강세를 보이며, 나머지는 막창군이다. 양념이 가미될 경우 막창보다 곱창이 더욱 먹음직스러워진다. 아직 대구는 막창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막창 대중화의 선두주자는 (주)달구지 푸드다. 93년 달서구 백조아파트 근처에서 시작한 대동막창을 모태로 2002년 전국 150개 가맹점을 확보하는 등 비약적 발전을 도모했다. 훈제 막창은 물론, 즉석에서 구워먹을 수 있게 진공포장용 막창도 유통했다. 2008년에는 전국 브랜드 만원의 행복도 내놨다. 대구 막창의 첫단추로 불리는 영남이공대 맞은편 황금막창은 지금도 연탄불만 고집한다. 뒤이은 상동 소막창, 서울막창, 아리조나, 마루, 최근에는 반야월 막창이 거세게 세몰이를 하고 있다. 10년전 황금네거리 근처에서 태어난 부자막창은 불탄 걸 싫어하는 젊은이를 위해 5년전부터 TBC 대구방송 뒤편으로 이전해 불에 타지 않는 수정불판까지 출시했다. 현재 대구의 막곱창 흐름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그걸 확인하기 위해 달서구 진천동에서 2008년'행복한 막창'이란 브랜드로 급부상중인 꽁지머리 장용화씨를 들안길 점(2009년 오픈)에서 만났다. 현재 8개 직영·가맹점이 있다. ■장용화씨 일문일답 ◆막창과 행복이 만났다 -막창과 행복이란 결합이 재밌어 보인다. "막창을 먹으면서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에 상호에 '행복'이란 단어를 넣었다." -원래 시민운동 등에 관심이 많은 분인 줄 아는데 어떻게 이쪽으로 오게 됐는가. "난 대구가 고향이 아니다.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나와 서울의 외식업체에 근무하다가 15년전에 대구로 내려와 들안길 봉창이 칼국수의 총매니저로 일했다. 그런데 대구의 칼국수가 이제는 한계에 도달한 것 같았다. 그래서 모든 계층이 다 좋아하는 막창 요리에 승부를 걸었다." -막창집,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맛보다 마케팅전략, 서비스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다. 대구가 막창에 사족을 못쓰고 있지만 성공하기도 그만큼 어려울 것 같다. "맛은 거의 차이가 없다. 관건 중 하나는 '막창 부드럽게 하기'인데 현재로서는 키위즙이 가장 좋은 연육제인 것 같다." -진천동 본점의 성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5년 계약으로 들어왔는데, 막창업을 하고 있는 집주인도 외면한 장소였다. 다들 6개월 내에 망한다고 전망했다. 나도 3억원 이상 투자를 했는데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막창집에 등장한 테라스과 별실 -타 업소와 다른 게 뭔가 있었을 것 같다. "있다. 일단 다른 업소에 비해 규모가 크다. 396㎡(120평)에 테이블 수가 45개, 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별실을 각각 만들었다. 또한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테라스 공간도 특화시켰다. 입구에 들어오면 테이블 15개가 있는 테라스가 손님을 유혹한다. 여름에는 다들 번호표 들고 그 자리를 노린다. 나는 막창을 위해 꽁지머리 스타일을 연출했고, 텁수룩한 이미지를 캐리커처화 해서 상표화했다. 무엇보다 연기없는 레스토랑 같은 막창집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대화에 방해되는 집연기를 없애고 대신 막창이 타서 연기를 피우지 않는, 특허받은 50여만원 상당의 무연불판을 도입했다. 일반 불판은 문제가 있다. 겉과 속이 비슷한 속도로 익지 않는다. 겉이 타기 시작해도 속은 익지 않았다. 그런 건 대개 질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물이 대류되는 무연불판을 도입했다. 개업식도 없앴으며, 전단도 돌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첫날부터 사람이 바글거렸다. 복인지 내 능력이었는지 아직은 판단이 안 선다." -주 고객층은 어떤가. "본점의 경우 여성 고객이 절대적으로 많고 가족손님층도 두텁다. 새로운 흐름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요즘 막창집은 젊은이와 여성들이 들끓어야만 흥한다." -고기는 어떻게 장만하는가. "주인이 모든 걸 다 장만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고 본다. 가공업체들을 활용하면 된다. 나는 소스와 막창을 OEM 방식으로 받아 쓴다. 소스의 경우 일반 업소와 달리, 쌈장을 사용한다. 소스는 전자저울로 표준화 해서 사용한다." -요즘 '막창세태'를 말해줄 수 있는가. "진천동 본점의 경우 낮 12시에 오픈하자마자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들이 주고객이며 남편이 퇴근하기 바로 직전까지 소주를 곁들여 먹는다. 여성파워가 이렇게 세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20~30대는 남편 흉을 덜 보는데 40~50대는 남편 흉이 막창보다 더 맛있는(?) 안주인 것 같더라." ◆막창집 주인의 근성은 -막창집 주인에게 필요한 근성이 있을 것 같다. "요즘 대구 경제가 바닥을 쳤다고 하는데 이 일을 하다보면 정말 절감한다.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하고, 명퇴 직후의 사업에 실패하고, 이혼하고, 친구한테 배신이나 사기를 당하고, 자식한테 푸대접 받은 이들에게 막창은 최대의 위안인 것 같더라. 혼자 와서 구석에서 고개 숙이고 막창 먹는 손님이 계시면 슬그머니 다가가 대작도 하면서 술친구가 돼준다. 그때는 세상 사는 맛을 좀 느낀다고나 할까." -왜 1급지 네거리 모퉁이에는 막창집이 없는가. "아직 상당수 막창집은 영세하다. 사업의 성패는 일단은 길목에서 날 것 같다. 최근 동성로 야시골목 네거리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66㎡짜리인데 권리금 1억원, 월 임차료가 260만원이라서 두말없이 손을 번쩍 들었다. 처음은 대규모로 가려고 있는데 이젠 소형 점포를 공략하려고 한다." 장씨는 요즘 웰빙막창문화를 위해 발효음식과 효소를 배우고 있다. 한양대와 경북대 외식경영자과정을 나왔다. 허락이 된다면 통념을 깨는, 정말 깨끗한 자장면집도 만들어 볼 심산이다. 아직 상당수 서울 사람들은 대구의 막창 소스를 '수프'인 줄 안다. 대구는 현재 포화상태다. 대구발 막곱창 브랜드가 수도권을 확실하게 공략했으면 하는 바람이 많다.
2011.02.11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한강 이남 최고 음식 포털사이트 '오푸드(www.ofood.co.kr)'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은 식당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음식 포털 사이트는 1999년 생긴 서울의 메뉴판과 그리고 그 이듬해 생긴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오푸드(www.ofood.co.kr)이다. 현재 전국 45만여개의 식당 정보가 파일업되어 있다. 하루에 많게는 방문자수가 10여만명에 이른다. 성당동 사무실을 방문했다. 최재우 대표가 QR코드가 박힌 명함을 내민다. 내부 직원은 모두 7명. 얼마전 들안길 100여개 업소 정보가 담긴 홈페이지도 제작했으며, 스마트폰과 연계된 모바일(m.ofood.co.kr)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오푸드는 2000년 대구·경북지역의 외식정보사이트로 출발해 2002년에는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여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현재 음식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맛집검색, 맛지도, 할인쿠폰, 예약, 방문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2년 전국서비스로 확대하면서 서울과 전라, 충청권으로 지사를 설립했다. 최재우 대표를 통해 현재 온라인 푸드포털사이트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 한강 이남 최대 음식포털사이트 오푸드 -음식 포털사이트가 10년 이상 롱런한다는 건 참 어렵다. "맞다. 현재 대구·경북 방문객이 50% 이상이다. 한국의 모든 온라인 문화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텐츠의 양과 수익성면에서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해서 살아남기가 쉽지않은 상황이다. 매년 음식점 관련 사이트들이 생겨났다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수익성만을 좇는 광고성 음식점 홍보사이트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유료업체수는 어느 정도 되는가. "아직 1천업체가 안 된다. 하지만 유료업체들만 소개가 된다면 정보사이트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방문객이 있을 수가 없는 이유다. 인터넷 사이트는 방문객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는 다른 사이트와 달리 정보에 중점을 둔다. 어떤 음식점이라도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음식점 전화번호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서 출발한다. 비록 무료등록업소라 하더라도 전화번호나 주소라도 찾을 수 있어야만 정보사이트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를 찾는 것이지 홍보판을 보기위해 사이트를 찾지 않는다." -10년 역사가 넘었는데 초창기 식당과 요즘 식당문화의 차이점이라면. "외형적인 변화라고 한다면 프랜차이즈를 빼놓고 이야기 하기 힘들어진 외식문화라고 보여진다. 외국 프랜차이즈의 국내 진출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규모의 무수한 프랜차이즈의 전쟁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난 10년간 프랜차이즈 시장은 외형적으로 많은 성장을 해왔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예전 업주들은 돈만 벌면 된다는 의식이 강했는데 이제는 배워야 살 수 있다는 마인드가 형성된 것 같다. 대학과 관련기관을 위주로 외식경영자 교육과정이 개설되어 체계화된 외식관련교육을 받게 됨으로 인해 외식산업전반에 질적 향상을 가져 왔다고 본다. 2000년 당시는 인터넷이 대중화되는 시기였다. 인터넷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한 업체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업주들이 인터넷을 잘 모른다는 것을 악용한 영업사례들도 많았고 피해를 보신분도 많다. 10년 동안 인터넷은 식당을 외식업체 수준으로 진화시켰다." ◇ 성공한 식당 & 실패한 식당 -그 사이에 대구에서 떠올랐던 식당과 사라진 식당의 흐름도 정리해달라. "삼겹살, 막·곱창, 국밥, 돼지갈비, 칼국수 등은 대구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음식들인데, 이제는 그 육수와 식재료를 웰빙스타일로 바꿔서 퓨전스타일로 론칭해 성공한 업체들도 많다. 해물과 육류를 섞는 방식의 이종메뉴퓨전 형식도 반짝 히트를 치는 것 같다. 하지만 경쟁은 너무 치열하다. 라이프사이클이 너무나 짧다. 길게 보지 못하게 한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에 외식시장에서는 50% 이상의 변화가 생긴다. 문을 닫는 업체와 새로 오픈하는 업체, 간판이 바뀌고 업종과 메뉴가 바뀌는 곳이 하루에도 수도 없다." -라이프사이클이 엄청 짧아지고 베끼기 메뉴가 붐을 일으키는 것 같다. "괜찮다 싶으면 짧은 시간 내에 곧바로 프랜차이즈화 되어진다. 한때, 전국적으로 불어온 안동찜닭의 열풍으로 수백개의 프랜차이즈가 동시에 생겼다가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고기뷔페, 시푸드 등도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것 같다. 무한리필 참치, 저가 치킨·피자 열풍, 오징어회 전문점, 감자탕 체인점, 3000대포(평균 안주값이 3천원), 무한리필 막조무(막창, 조개, 무침회 세트메뉴) 등이 선두다툼을 치열하게 벌인다." -현재 대구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음식군은. "2009년부터 불어온 막걸리 바람이 지난해에도 나름대로 재미를 본 듯 하다. 지난 해는 상권을 가리지 않고 '짬뽕전문점'이 눈에 띄게 많이 생긴다. 앞으로는 건강식과 다이어트 등을 고려한 웰빙식의 파급이 어느 정도까지 성과를 올리게 될 것 같다. 현재 당면한 구제역 사태로 인해 육류의 원가상승 및 판매가격이 오르게 되어 음식업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 대구음식의 문제점 -대구 음식의 문제점은. "가장 큰 문제는 '접객'이라 본다. 고객은 단지 싸고 맛있다고 해서 점포를 선택하진 않는다. 고객이 주차장에 들어설 때부터 접객은 시작된다. 주차하다가 기분 잡치면 벌써 50점 까먹는다. 실제 서빙을 보고 있는 종업원들 상당수가 접객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지만 기법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받질 못했다. 업주는 교육을 시도하나 종업원의 이탈과 구인난에 허덕이며, 일회성 아르바이트 아주머니에게 교육할 여건도 안 되는 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워 블로거들의 위상이 대단해진 것 같다. "10년전에는 블로그(blog)나 블로거(bloger)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다. 2008년 한국인터넷진흥원 자료로는 국내인터넷 사용자의 40%가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한다. 블로그는 단순한 1인 미디어가 아닌 주류미디어가 됐다. 오푸드에도 많은 블로거들이 참여해서 맛집방문후기, 숨은맛집소개, 음식점 정보갱신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의도적으로 홍보에 이용하는 경우가 발생, 신뢰성에 의심을 받기도 한다. 서로 입맛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블로거끼리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오푸드가 요즘 주력하고 있는 사업을 소개해 달라. "올해는 모바일이 세상의 중심에 서는 원년(元年)이 될 것이다. 지난해 스마트폰 사용자가 700만명을 돌파하고 2011년에는 2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오픈한 오푸드 모바일서비스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앱, 소셜커머스, QR코드를 통한 음식점 정보 제공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소셜커머스의 경우 그 자체를 통해 큰 돈을 벌려고 하지마라. 대신, 신메뉴 홍보 수단 등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올해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개최되는 대구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본다. 관광문화 콘텐츠에서 빠질 수 없는 외식정보서비스를 대구시에 제공하고 싶다."
2011.01.28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해외유학파 셰프를 찾아서 (8·끝) 시리즈를 마치며…
사람들은 대구에 '해외유학파 오너셰프 문화'가 형성되기 힘들다고 했다. 그건 대구음식을 은근히 '촌티버전'으로 폄훼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설령 그런 조리사가 있다고 하면 모두 서울로 갈 것이다'라는 메시지도 함축돼 있다. 그동안 모두 7명의 해외유학파 오너셰프가 지면에 소개됐다. 6명은 이탈리아, 1명은 일본에서 요리를 배우고 돌아왔다. 10명을 채우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 10년간 이탈리아에 있다가 들어온 수성구 상동 '빠빠베로(PAPAVERO·양귀비꽃)'의 박소진씨, 이탈리아로 성악 공부하러 갔다가 성대결절로 요리사의 길로 접어든 수성구 지산동'까를로'의 김학진씨, 이탈리아로 작곡 공부를 하러 갔다가 남구 대명동 파스타 전문점 '파스타민'을 차린 변창민씨, 계명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가서 파르마 아리고 보이토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달서구 성서 계명대 동문 건너편 골목에 자리한 '오 솔레'의 대표이자 테너인 임제진씨, 한때 잡지 기자 하다가 환멸을 느껴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를 수료한 뒤 토리노, 시칠리아, 로마 등 이탈리아 전역을 나그네처럼 돌다 현재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 꼼마'에 정착한 파스타의 전도사 박찬일씨, 일본 오사카에서 방송프로듀서 길을 걷다가 돌연 일본요리사로 변신했고 현재 KBS대구방송총국 근처에 이자카야 '마이도야'를 운영하는 강영하씨, 대구가톨릭대 아탈리아어과를 나온 뒤 이탈리아 밀라노 직업전문학교 CAPAC를 거친 뒤 현재 대구은행 본점 VIP라운지 내 레스토랑 '그린나래'에서 요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홍세진씨. 이 중에서 가장 환영 받은 셰프는 박소진씨다. 박씨는 그린나래의 홍세진씨처럼 대구가톨릭대 이탈리아어과를 나왔는데 2001년 뻬루쟈 국립대 교환학생으로 이탈리아로 가서 어머니로부터 셰프를 권유받는다. 이탈리아 피렌체 꼬르동 블루를 거쳐, 이탈리아 와인 소믈리에 협회 와인 과정도 거치고, 10년을 이탈리아에 있다가 귀국, 지난해 7월에는 경의대 한식 스타셰프 과정도 다녔다. 이 과정에 대구에서 이탈리아 가정식 스타일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유학기를 정리한 책 출간 계획을 짤 정도로 열정적이고 치밀하게 살아가며 현재의 박씨를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모친의 '마더파워(Motherpower)'가 대단하다. 현재는 어머니와 함께 영남사이버대 호텔외식창업경영학과에 재학중이다. 기사가 나가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박씨는 요리하기가 더 겁난다고 했다. 식전에 나오는 스틱 브레드, 시금치빵, 오징어 먹물 빵, 포카챠 등 이탈리아 현지 빵 등 현지 스타일의 메뉴를 직접 맛볼 수 있어 지역 마니아들을 기분좋게 만들었다. 까를로의 김학진씨는 적자를 감수하고도 매달 지역 성악가를 불러 살롱음악회를 꾸려가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비싸고 폼나는 이탈리아 음식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저렴하면서도 제대로 된 이탈리아 음식을 선보일 거란다. 오 솔레의 임제진씨는 참 놀라웠다. 현역 테너이면서 직접 주방에서 일을 한다는 자체가 경이롭기까지 했다. 주방에서 발생하는 기름연기는 성악가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고, 그게 어쩜 자살행위와도 같은데 그는 그게 인생이라고 믿으면서 갈 때까지 간다는 입장이다. 그에게 한 표를 던진다. 마이도야의 강영하씨는 요즘 대구에 부는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居酒屋) 문화를 제대로 전파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는 그냥 이자카야 음식이 술안주 음식으로 폄훼하는 걸 용서할 수 없단다. 직접 일본식 다시(육수) 뽑는 모습도 그렇고 종업원에게 시키지 않고 직접 화장실 청소하는 대목이 감동스럽다. 요리도 하나의 작곡으로 보는 파스타민의 변창민씨, 그는 요즘 단골층을 매우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다 뚝배기 스타일의 파스타는 물론,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까르보나라 등 '대구식 파스타'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남들은 그게 정통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는 게의치 않는다. 그린나래의 홍씨는 아주 겸손하고 착해 보였고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면서 미국 뉴욕으로 가서 세계 음식의 다양한 흐름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수성구 범어동 아트리움, 수성구 들안길 이자카야 스타일의 일식당 덴바치(天橋) 등에도 유학파가 있었지만 아직 더 연마해야 될 시기라서 후일을 기약했다. 상당수 지역의 식당 관계자들은 대구에도 해외유학파 셰프가 포진해 있다는 사실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들이 거의 이탈리아에 다녀온 것이 '옥에 티'로 남았다. 중국 현지에서 요리를 배워 온 지역 출신의 중식당 셰프는 찾을 수 없었다. ◇ 해외유학파 셰프들에게 한 마디 비록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충분히 대구음식의 미래가 '청신호'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이 문제가 아니다. 대구의 '보수적 혀'가 문제다. 그 보수적 혀는 실험적인 요리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전도양양한 천재적 셰프들은 대구에서 버티지 못하고 서울 등지로 축출되는 것이다. 현재 대구에서 그들의 요리를 이해하고 격려해 줄 수 있는 층은 5~10% 정도 될까 모르겠다. 그들이 대구 음식의 미래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명 셰프들에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자극을 줘야 한다. 김상환 일신학원 이사장은 직접 집에서 이탈리아 풀코스 요리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손님들에게 대접할 정도의 미식가. 그는 본 시리즈에 큰 의의를 두면서 셰프들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언론에서 계속 힘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외국에서 배운 양식을 베이스로 한식당을 꾸려가는 셰프가 있었으면 했는데, 경계를 넘어서는 사람은 지역에선 눈에 띄지 않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무릎을 치게 하는 경이로움을 연출하는 단계에는 못 온 것 같았다. 기자는 경기도 양평에서 '산당'이라는 한식당을 경영하는 방랑식객 임지호, 그리고 군에서는 취사병이었다가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미국 뉴욕에 있는 CIA를 졸업하고 세계 각국의 요리를 경험한 뒤 200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정식당'을 차려 '강남 음식계의 아이돌'로 급부상한 임정식(32), 그리고 무림의 고수가 되려다가 요리를 갖고 동서양 레시피를 현란하게 조롱하고 있는 포스 넘치는 요리강사 겸 신사동 '테이스티블루바드' 대표인 최현석의 행보를 지역의 해외유학파 셰프들이 세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임정식은 '프렌치 & 이탈리안 스타일의 한식당'을 지향하고 있다. 식재료를 갖고 마술하는 것 같다. 그걸 싫어하는 이도 있지만 언론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식당 낸 지 1년 남짓만에 스타가 된 것. 머루를 이용한 푸아그라(거위간), 당귀 아이스크림 등과 같이 국내산 식재료를 주면 그의 상상력은 빛의 속도로 돌아가면서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레시피를 창조해낸다. 너무 정갈해 꼭 '분자음식' 같다는 평가도 받는다. 기자는 조만간 그를 단독 인터뷰 해서 그의 음식적 상상력의 본질이 뭔가를 해부해 볼 심산이다. 그는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지구상에 가장 복잡하고 다양한 음식군을 갖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외국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식재료의 중심부에 한국이 만두소처럼 자리해야 하고 그걸 감싸는 형식을 외국으로 하면 충분히 특정 국가를 감동시킬 수 있다는 전략이다. ◇ TIP 혹, 주변에 해외유학파 셰프가 있으면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강호 고수급 조리사, 희한한 요리를 개발한 식당이 있으면 (053)757-5296로 연락을 주면 즉각 현장에 출동합니다.
2011.01.21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소셜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금산 삼계탕
◇ 금산 삼계탕의 무한 도전 대구의 대표 삼계탕 브랜드인 금산. 식당이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변신을 해야 되는 지를 몸소 보여줬다. 지난 20여년간 충격파를 남긴 변신 횟수만 13차례나 된다. 들안길에 궁전 같은 대리석 건물을 신축한 것도 그렇지만 최근에는 김창민 대표(52)가 또 뉴 트렌드를 흡입한다.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은 식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최근 창업한 수성구 중동의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 아이원'과 손을 잡았다. 그도 그 업체에 간여하고 있는데 젊은 소비자들에게 기존 가격의 반값에 음식을 제공하면 그들도 정상가격으론 쉽게 먹을 수 없는 양질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이 경험이 토대가 돼 머잖아 대구에서 새로운 외식수요를 일으킬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2010년 5월부터 미국 그루폰을 모토로 한 소셜미디어(트위터, 페이스북 등)와 스마트폰 등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하는 일종의 전자상거래라고 볼 수 있는 소셜커머스(이하 SC) 시장에 뛰어 든 김 대표를 만났다. -SC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뭔가. "이제 식당간 경쟁은 한계에 왔다. 특히 젊은층을 사로잡는 식당이 강력한 승자가 될 수 있는 데 이들 대다수는 오프라인보다 스마트폰,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식당을 찾아가기 때문에 그들을 잡기 위해 오는 17일부터 인증번호를 받은 회원에 한해 50% 할인된 가격(5천500원)에 삼계탕을 공급할 거다. 스마트폰 가입자수가 작년 600만명에서 올해 1천100만명으로 보기 때문에 소셜커머스는 대세인 것 같다. 나도 변하는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젊은 친구들과 일을 벌이고 있다. 이 일이 잘 되면 금산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다." -기존 업체들이 많이 따라 올 것이라고 보는가. "이제 신문에 끼어 들어오는 전단지로 식당을 홍보하는 시절은 지나갔다. 또한 예전에는 불특정 다수 홍보물을 보고 식당을 정했지만 이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식당을 찾아가면서 이용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러니 SC를 부정할 수 없다." -티켓아이원은 기존 SC업체와 다른 점이 있는가. "고객에게 24시간 즉, 하루 동안 한 가지 상품만을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홈페이지, 모바일, 앱을 통해 상품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고객들은 구매한 티켓을 문자메시지나 e메일로 전송받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SC 업체들 난립 중이고 광고수입을 올리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식당을 마구잡이로 회원사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 같다. "나도 3개월간 식당 사장을 만나 설득했다. 물론 우리가 잡은 식당 40개는 대구의 파워블로거들이 인정하고 이미 한번 검증된 업소들이라 다른 업체와는 차이가 있다. 또한 하루에 할인해주는 식당을 딱 한 곳만 정할 것이다. 더욱 폭발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하루에 한 식당만 밀어준다 -하루에 한 곳만 밀어주는 이유는. "많은 업체들이 상품을 판매할 경우 광고의 효과가 미비해진다. 너무 많은 상품을 판매할 경우 고객들이 기억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하루에 딱 한 가지 상품만 집중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업체의 홍보 효과도 더욱 커질 게 아닌가. " -일반 손님들이 반값 할인 손님을 보면 자기도 SC멤버가 되고 싶어할 것 같다. "우리는 그걸 원한다. 결국 손님은 저렴한 가격에 최고로 만족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우리는 박리다매로 전보다 더 수익을 올리면 고객과 식당이 윈윈하는 것이다." -일부 업소에서는 주말 바쁜 시간대에 SC멤버보다 정상가격을 내는 일반 손님들을 더 우대하면 결국 SC제도가 불신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SC로 식당이 성공하기 위해선 일반 손님과 SC멤버를 차별해선 안 된다. 일부 업소에서 차별하기도 하는데 우린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 금산의 놀라운 변신 시리즈 ▶1탄=금산은 90년대초 들안길에 문을 열 때 10분 이상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닭갈비를 에피타이저로 내 히트를 쳤다. ▶2탄=주인이 직접 손님의 신발을 낮 12~오후2시 에 닦아줬다. 김 대표는 실제 15살 때 구두닦이를 한 경험이 있다. ▶3탄=95년쯤 단체 손님이 매상 20만원을 올려주면 국내 어디라도 35인승 4천400만원짜리 관광버스를 내주는 파격적 서비스를 한다. 실제 자신이 몰기도 했다. 손님들로서는 어차피 들어가야 될 비용을 주고 공짜 관광차를 탈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그래서 예약이 줄을 이었다. ▶4탄=전유성의 광고였다. 96년쯤 김 대표는 무턱대고 서울 인사동 전유성이 운영하는 카페 '학교종이 땡땡땡'을 찾아 광고제의를 한다. 두번 다 거절당한다. 어느날 동화사 근처에서 포장된 금산 삼계탕을 먹어본 뒤 그 정도면 믿을 수 있다면서 광고를 허락한다. 둘이 상의해 만든 카피는 대박이었다. '가슴에는 사랑가득 삼계탕에는 영양 가득 삼계탕도 자장면처럼 배달되는 금산 삼계탕 깍두기도 따라갑니다. 동생도 좀 밀어주십시오. 잘 생겼어요 형님보다'. 동생 창희씨는 현재 달서구 모다아울렛점을 운영하고 있다. ▶5탄=96년에 전국 식당 중에서는 처음으로 홈페이지를 가동한다. 그때 도메인을 'keumsan.co.kr'로 정했는데 금산군이 뒤늦게 금산을 포기하라면서 읍소하기도 했다. ▶6탄=구미에서 제2의 페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식수 파동이 일 걸 미리 감지하고 5천만원짜리 금산 전용 생수차량을 운행했다. 삼계탕에 수돗물이 아닌 생수를 사용한다고 자랑했다. ▶7탄=배달시스템을 도입한다. 97년 쯤 배달은 자장면에 국한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삼계탕 배달시스템을 가동해 현재 수성구와 달서구 전역을 배달권으로 만들었다. 조만간 대구 전역 1시간 내 배달권으로 만들 거란다. ▶8탄=2002년 일본에 가서 소형차량에 맞먹는 혼다 오토바이를 구입해 온다. 배달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금산을 알렸다. 아무리 달려도 시속 60㎞. ▶9탄=4년전부터 웰빙바람을 보고 삼계탕 특화 작전에 돌입. 상황버섯·흑마늘·해물·한방·송이·전복·산삼배양근 삼계탕, 닭죽 등 모두 8가지 변형 삼계탕을 선보인다. 앞으로 대리운전기사와 새벽 영업용택시기사를 위한 3천원짜리 닭개장과 닭죽도 출시할 계획. ▶10탄=지난해 1만2천원짜리 고급 짬뽕을 냈지만 참패를 당한다. 가격설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는다. ▶11탄=지난해 9월 억대의 이동식 밥차를 도입한다. 야유회, 동기회, 등산모임 등 야외행사 특수를 잡기 위해 20만원 매상만 올려주면 직접 야외로 달려가서 도시락에 질린 사람들에게 즉석에서 따뜻하고 신선한 식사를 제공한다. ▶12탄=SC 시대 개막. ▶13탄=곧 4인 이상 손님에게는 2만5천원 상당의 케이크를 선물로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생일을 맞은 부모한테는 손님 수와 관계없이 케이크를 준다. 그걸 만들 기계를 이미 구입했고 자체 제빵부도 가동할 방침이다.
201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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