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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 동네뉴스]
[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호소하는 문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
최근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이필옥에게 서자인 진윤기가 부모가 되고 보니 자신의 존재 자체가 당신에게 매순간 얼마나 큰 상처였을지 알게 되었다며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머니"라는 말로 진심을 전한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그 말 한 마디에 이필옥은 눈물을 쏟는다.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상담자가 가져야 할 자질 중 우선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공감이라 배웠다. 그 어떤 상담이론에도 상담의 시작이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라는 사실은 다르지 않았다. 진실함이 담긴 공감은 내담자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러한 공감이 이필옥에게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한 것이라 생각한다.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다음 날 아침 기사를 읽으며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목숨을 잃은 대다수가 10~ 20대의 젊은이들로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딸이라는 사실에 더욱 가슴이 아려왔다. 어처구니없이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 어떨지 필자는 안다. 그 고통은 날이 가면 갈수록 더해질 것이고 일상은 그리움과 슬픔으로 채워져 반복될 것이다.지난 12월 16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떠나보내는 49재날, 윤석열 대통령이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 힘'에서는 역대 대통령들 역시 49재에 참석한 적이 없다는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에게 3년상이라도 치르라는 것인가"라며 반문했다.그들의 입장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전 최소한 유족들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는 태도라도 보였으면 이러한 논란이 일지는 않았을 텐데 안타깝기만 하다. 이승을 떠나는 자식의 영혼이라도 붙잡고 싶었을 49재날, 함박웃음을 지으며 크리스마스 트리의 점등 버튼을 꼭 눌렀어야 했는지 묻고 싶다.유학에서는 임금을 '백성의 부모'라 하지 않나. 나라의 지도자가 부모 된 마음으로 유족의 슬픔을 공감하고 헤아려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한영화 시민기자
2022.12.20
[동네뉴스] 글쓰기로 만났다...'쓰며:쉬며'의 두 번째 수필집 '작가세요?'
지난 14일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수필집을 펴 낸 5명의 작가를 만났다. 마침 이날은 출판사에서 그들의 두 번째 수필집 '매일 같은 일상에 찾아온 질문, 작가세요?'(이하 '작가세요?')를 배부받은 날이었다.30·40대 주부들로 이루어진 이들은 살림과 육아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돌파구를 찾다가 온라인 카페에서 글쓰기 모임 회원으로 만나 출발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온라인으로 서로가 쓴 글을 읽어주고 합평도 하며 모임을 이어왔다. 2020년 '쓰며: 쉬며'라는 팀명으로 재탄생됐고 2021년 그들의 팀명을 딴 첫 수필집 '쓰며:쉬며'를 펴냈다. 연이어 펴 낸 두 번째 수필집 '작가세요?'에는 쓰며, 쉬며 삶을 돌아보는 여정을 함께 한 닮은 듯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웹소설가, 번역가, 국어 강사, 하브루타 강사 등 각자 하는 일은 달라도 글쓰기를 통해 숨고르기를 한다는 공통점을 가졌다.'작가세요?'에는 '주홍글C를 생각하며' '구름에 주파수를 맞추면' '다시 갈지도- 산티아고 여행담' '꽃이 된 할머니' '그녀의 쫀드기와 그의 라흐마니노프' '둥지를 떠나 날아오르다- 내 아이의 첫 공개수업' '알 깨고 나온 여자' '누수의 추억' '유월의 아트페어' 'D동에는 후야맘이 산다' 등 그들이 만나는 모든 일상이 글감이 되어 그들만의 감성으로 풀어낸 총 40편의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독서 모임은 흔해도 글쓰는 모임은 흔하지 않다. 삶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을 공통분모로 만나 서로의 글을 읽어주며 웃고 울고 기뻐하는 이들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일까."글쓰기를 통해 내 삶에 쌓이는 묵은 먼지들을 털어낸다"(신혜영, 달서구 대천동)"남들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생각해 내는 힘을 키우는 나를 되돌아보는 도구다"(서현정, 달서구 용산동)"글쓰기는 희미해진 나 자신을 알아봐 줄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도구다"(강정선, 달서구 용산동)"나는 글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긴다"(최수진, 달서구 상인동)"아이를 키우며 쓰는 글이 나를 키웠다"(박연주, 달서구 월성동)서로가 쓴 글을 읽어 주며 교감을 해 온 이들은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벗이자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이다. 이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근황 톡'에서도 키워드를 찾아내어 한편의 글을 완성 시킨다. '한 줄 글을 쓰면 한줄 만큼 가벼워 진다'는 그들의 소소한 글쓰기가 두 해 연속 책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였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의 글들이 책으로 출판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을 법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색다른 경험' 이었다.한편 '작가세요?'의 다섯 작가들은 오는 26일에 방송될 성서공동체 FM '우리는 마을에 산다' 프로그램의 '마을초대석' 출연도 앞두고 있다. 이번 책 출간은 달서구 마을공동체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글·사진=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쓰며:쉬며' 회원들이 대구 달서구의 한 카페에서 그들이 발간한 책 '작가세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진정림 시민기자
[동네뉴스-인터뷰] 하모니시스트 유강우씨 "내 삶에 들어온 하모니카 선율"
시베리아급 한파가 전국을 몰아친 지난 12월 13일 오후 하모니시스트 유강우(24)씨를 만나기 위해 대구시 중구 <사>한국하모니카리더스 사무실을 찾았다. 칼날같은 겨울바람 소리를 뚫고도 부드럽고 맑은 하모니카 선율이 흘러나왔고, 유씨와 그의 스승인 박혜진 하모니시스트(여 ·27·비바체 하모니카 앙상블)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유 하모니시스트와의 첫 만남은 지난 4일 전통찻집 '다향'에서 열린 '장애인 자녀, 부모들의 사랑가득 토크쇼'의 특별공연 무대에서였다. 하모니카 3대로 'You raise me up', 'Piano Man', '사랑은 늘 도망가' 등을 연주하던 유 하모니시스트의 표정은 행복 그 자체였다. 나이보다 앳띤 얼굴에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은 그는 앵콜공연을 기대한 듯 무대의 대미를 장식했다. 복지카드에 지적장애 2급이라 적혀있는 그의 하모니카 사랑비결이 궁금해져 인터뷰 약속을 받아냈고, 그렇게 이날의 만남이 이뤄졌다.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그는 "남산제빵소 직원 5년차, 장애인식 개선강사 2년차로 활동 중입니다. 지금은 하모니시스트로 불리고 싶습니다"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난히 숫자 기억을 잘한다는 그는 "2021년 10월 5일 박혜진 스승님과 처음 만났습니다. 혼자 연습한 '고맙소''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 등 2곡의 동영상을 먼저 보내드렸습니다. 궁금하고 호기심이 생겨 만나도록 제가 만들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매일 3~4시간 이상 연습벌레 그에 대해 스승 박씨는 "남다른 끈기, 하모니카에 대한 뜨거운 열정, 음감은 타고난 것 같아요. 매주 1시간 강습받으면, 제 영상을 보고 만족스러울 때까지 입모양과 소리를 듣고 맹연습을 한다고 해요. 제 입모양을 가장 많이 보고 연구한 사람이 바로 강우군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남들은 3년 이상 공부한 분들이 강사반에 도전하는데, 강우군은 오선보 악보보기, 트레몰로, 옥타브 주법 등 이론과 실기의 어려운 부분도 척척 잘 배워 나가고 있어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승의 칭찬에 신난 유 하모니시스트는 "대구시 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중구지부 동아리 하모니카반에서 노봉남 선생님께서 하모니카를 지도 해주셨습니다. 강사자격증 따서 맑은소리 앙상블 연주단과 합주도 하고, 코드하모니카연주가 능숙해지면 입단도 하고 싶습니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하모니시스트 유강우씨(오른쪽)와 그의 스승인 박혜진씨가 악기를 들고 환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2.19
[동네뉴스-스마트폰 세상보기] 성큼 찾아온 추위…경북 김천시 삼락동 덕담오리집 처마에 꽁꽁 얼어붙은 고드름
지난 14일 김천의 아침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가운데 밤사이 내린 눈으로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다. 경북 김천시 삼락동 덕담오리집의 처마에는 꽁꽁 얼어붙은 고드름이 길게 매달려 성큼 찾아온 추위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파란 하늘과 처마의 고드름 그리고 정원의 잔설은 자연이 만들어 낸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1950~60년대 태어난 사람들은 고드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있다. 시골집 처마 밑에 달려 있던 고드름을 따며 놀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겨울철 최고의 장난감이었던 고드름은 도심 건물에서는 무서운 흉기가 되어 지상을 향해 내려다보고 있다. 고드름은 겨울철에서 따뜻한 봄이 되는 해빙기에 녹아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기물을 파손하는 등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매년 전국적으로 수백 건이 넘는 신고로 소방대원들이 고드름을 깨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경북 김천 삼락동 덕담오리집 처마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이명식씨 제공
[동네뉴스] 경북 군위 '허브마켓'에서 '미리 크리스마스' 즐기세요
지난달 27일 찾은 경북 군위 소보면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리 잡은 허브농원.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990㎡(300평) 규모의 대형 하우스 안과 밖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농촌에서는 보기 드문 허브마켓이 열리고 있었던 것. 신선한 허브와 다양한 농산물, 그리고 무·배추가 테이블 위에 예술품처럼 진열돼 있다. 참기름·생들기름·신선버섯·호박죽·김부각·수제맥주·수제공예품 등이 어울려 장을 이룬다. 판매자(여기선 '셀러'로 통한다)는 허브로치·홍스바베큐(장홍량)·동네아짐(김해수)·노을공방·세호스키친·단골식당·키친아다지오·호피홀리데이·청화산골뫼·연호버섯농장·고향집·팟차리·딴짓하는타로쟁이·소보마실 등 다양했다. 판매품 대부분은 산지에서 직접 지은 농산물이다. 동네 아주머니가 부친 5천원짜리 배추전, 할머니 할아버지가 얼큰하게 끓여주는 500원짜리 가래떡 든 어묵 등도 인기 품목이다. 군위 청년농부 이세호·찬호씨 형제와 어머니 박신주씨가 매달 열고 있는 허브마켓은 도심에서 진행되는 마켓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고기 굽는 청년 홍스바베큐는 즉석에서 화로에 구운 고기를 판다. 청년농부 이세호씨가 판매하는 '빠에야'는 카레와 해산물 향이 짙게 밴 밥에 새우·꽃게 등을 푸짐하게 올려 만든 스페인 '들밥'이다. 대형 팬에서 조리되는 과정도 직접 볼 수 있어 방문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날 마켓에서는 동네에서 배추를 기증받아 즉석에서 양념을 버무려 김치를 팔았다. 팔고 남은 김치는 첨가한 셀러들에게 수육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이처럼 허브마켓은 물건을 사고파는 것 외에도 정겨운 시골풍경, 맛있는 음식, 멋진 공예품, 즐거운 공연까지 즐길 수 있다. 특히 대형하우스 허브농장에는 작은 트랙터와 장난감 삽이 준비돼 있어 아이와 함께 자연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박신주 대표는 "자기 손으로 예술을 만드는 분들과 함께해서 감사하다. 서로 시너지 효과가 있으면 좋겠고 함께 성장하는 허브마켓 공동체가 되도록 하겠다"며 "오는 18일 올해 마지막 허브마켓이 '미리 크리스마스'라는 주제로 열린다. 많은 사람이 찾아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재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 중인 박 대표는 언젠가는 '제로웨이스트 장터'를 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허브마켓(군위 소보면 위성 2길 12)은 대구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다. 글·사진=조경희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경북 군위 소보면에 자리 잡은 허브농원 '허브로치'의 대형하우스에서 허브마켓이 열리고 있다.'허브로치'가 마련한 허브마켓에서 반찬가게 셀러가 팔고 남은 김장김치를 나누기 위해 박신주 대표가 봉지에 담고 있다.
2022.12.14
[추억의 포토] 성탄절 맞은 대구 캠프워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괜스레 마음이 들뜬다. 예전에는 연말을 맞아 뒤숭숭한 마음이 교회 종소리를 들으면 차분해졌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음을 느꼈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자정이 지나면 거리에 인적이 끊겼다. 다니다가 경찰한테 붙잡히면 파출소 신세를 져야 했다. 크리스마스 날은 통금해제로 학생들이 통금시간에 길거리를 돌면서 성탄 노래를 부르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들었다.1980년 크리스마스 전야에 까까머리에 학생 모자를 쓴 학생들이 대구 캠프워커앞에서 초소 헌병이 지켜보는 가운데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십자가가 그려진 등을 들고 학생들은 찬송가를 부르면서 길거리를 다녔다.옷은 사복인데 모자는 왜 썼을까? 까까머리가 추워서 썼나? 궁금하네요. 날씨가 추웠을 텐데 코트가 귀한 시절이라서 티셔츠만 걸친 모습이 짠하게 느껴진다. 글=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사진=이종룡 <사>한국사진작가협회 대구지회 자문위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1980년 성탄절 전야에 학생들이 대구 캠프워크 앞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동네뉴스] 최영주 연출가 "죽음을 한층 더 다양한 각도에서 맛볼 수 있도록 준비"
"각자에게 던지는 질문이에요.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잖아요. 죽음을 너무 묵직하게 다루지 않고 각자의 시선으로 각자의 정답을 찾을 수 있도록 관객들에게 열려 있어요."창작 뮤지컬 '굿바이,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공연이 오는 12월 21~25일 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에 있는 소극장 함세상에서 열린다.'굿바이,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은 실제 노인 요양병원 의사인 노태맹 작가의 산문집을 원작으로 '보누스아트컴퍼니'가 제작했다. 지난 2020년 '아르스 모리엔디'라는 이름으로 초연돼 죽음과 늙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큰 공감과 위로를 줬다. 이번에는 초연 당시 빠진 원작의 인물을 등장시켜 현실과 사후세계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극의 세계관도 한층 확장됐고 전개도 역동적이다. 지난 11일 남구 대명동에서 '굿바이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을 연출한 최영주 연출가를 만났다. 그는 "이번 작품은 요양병원에서 상주하고 있는 의사와 환자들의 삶을 이야기하는데, 저승사자라는 인물이 새롭게 들어가면서 뮤지컬을 한층 더 다양한 각도에서 맛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최 연출가는 골목실험극장 대표이자 연기상을 다섯 차례 수상한 베테랑 연기자다. 연기자이면서 연출을 맡은 이번 작품에 대해서 "모두가 주인공이다. 죽음을 다루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게 현실의 삶을 이끌어주는 의사, 죽음을 인도하는 저승사자, 정신을 놓은 할머니, 평생 가장 노릇 하며 가정을 일으켰지만 몸이 힘든 할머니 등 소박하고 평범한 삶에서 웃고 우는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다"며 "열심히 내가 원하는 대로 잘 살다 보면 죽음조차도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미도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30대의 연기자들이 70~80대를 연기하는데 처음에는 힘들어했다. 게다가 애를 낳고, 안 낳고의 차이가 아주 컸다. 우리 부모세대의 고민을 체화하며 진실되게 접근하려는 배우들의 노력이 또 다른 에너지로 표현되어 보는 재미가 있다"고 덧붙였다.최 연출가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동안 "그냥 버텼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순간 '코로나가 있어서 어려웠나' '늘 어려울 때도 좋을 때도 있었다' '크게 구애받을 필요가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연극인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2020년 하반기부터는 무작정 예전처럼 일했다. 이제 극복하는 방법도 생기고 관객과 만나는 접점을 확장하는 노하우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어려운 환경은 최 연출가에게 오히려 터닝 포인트가 됐다. 코로나를 계기로 공연의 현장성과 가상세계와의 접목에 부쩍 관심이 생긴 것이다. 그는 "공연의 현장성을 온라인에서 구현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제페토와 같은 가상공간에서의 공연 혹은 그 반대로 홀로그램기법을 공연장에서 사용하는 것 등이다. 앞으로 더 큰 힘을 갖고 헤쳐나 갈 수 있을 같다"고 말했다. 이명주 시민기자 impsee@hanmail.net<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최영주 연출가창작 뮤지컬 '굿바이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이 오는 21~25일 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에 있는 소극장 함세상에서 열린다.
2022.12.13
[동네뉴스-스마트폰 세상보기] 어려운 이웃에 온기를…대구 동대구역 코레일 기관사들 모임 아람회 연탄 배달 봉사
좁은 골목길 한쪽에서 연탄을 나르는 손길이 분주하다. 손에서 손을 거친 수백 장의 연탄이 어느새 창고를 빼곡히 채웠다.지난 12월 6일 오후 3시 대구 동대구역 코레일 기관사들의 모임인 아람회(회장 황보 석)봉사단 20명이 대구 동구 불로동 일대 저소득 주민 가구 등에 연탄과 겨울 난방용품 전달을 위해 모였다. 회원들은 산타클로스 모자를 착용하고 한파 속에서도 소중한 이웃사랑의 온기도 함께 전했다. 이들은 연탄 사용 가구가 줄어들긴 하지만 여전히 다른 난방 기구로 대처하지 못하고 연탄으로 난방하는 취약계층 14가구에 연탄 4천200장, 5가구에는 등유 1천ℓ를 전달했다. 아람회는 2017년부터 <사>동구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7년째 소외된 이웃에 난방용품을 지원하고 있다.연탄을 지원받은 한 어르신은 "겨울 추위만큼 꽁꽁 얼어붙은 경제에 난방비 걱정으로 마음이 불안했는데 쌓인 연탄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고 기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아람회 봉사단이 지난 6일 대구 동구 불로동 일대 저소득 가구에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아람회 봉사단이 지난 12월 6일 대구 동구 불로동 일대 저소득 가구에 연탄과 겨울 난방 용품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장애인·가족에게 필요한 것 지각하는 일이 절실"
함께 꿈꾸는 것은 모두가 어느 한 방향을 보며 가기 전에 모든 존재에 대한 존중과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라 생각한다.지난 12월 4일 대구 중구 한 카페에서 '장애 자녀·부모들을 위한 사랑 가득 토크쇼-우리가 함께 꾸는 꿈'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김미숙 대구 중국문화원 유경예술단 단장의 도움으로 기획·진행됐다.윤필희 전 대구 광명학교 교장, 김수용 대구 장애인권익협회 교육팀장, 유강우 남산제빵소 사원, 김용복 대구부광교회 집사가 게스트로 참여했다.윤 전 교장은 색소폰을, 유씨는 하모니카를, 김 집사는 기타를 연주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또 김 팀장은 알찬 이야기를 풀며 토크쇼가 무르익었다.유 씨는 '모꼬지(전공과 출신 동아리)' 중·동구지부 협회 하모니카반에서 노봉남 선생님의 지도를 받았다. 그는 "이번 연주가 첫 개인연주"라고 밝혔다. 유 씨의 부모는 "일하며 연습하는 모습이 참 대견했다"고 전했다.김 팀장은 "어머니의 믿음이 큰 동력이 됐다"면서 "어느 존재든 믿음과 장애 속 가능성을 발견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전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행사 중간에 불우이웃을 위한 모금에 20만 원이 모여 사랑의열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대구지부에 기부했다.장애인 복지 기관에서 진행하는 여러 송년 행사에 참여했다. 잘 갖춘 뷔페 음식, 장기자랑과 공연, 연말만 되면 반복되는 연례행사가 씁쓸했다. 한 해가 마무리되고 또 순탄하지 않을 해를 맞이하는 장애인 가족에게 절실한 사회 서비스는 하루만 하는 반짝 행사가 아니다.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가족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각하는 일이 필요하다.특히 장애인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미지를 떨치고 싶었다. 비록 몸가짐이 느리고 엉성해도 그대로 살아내는 게 부모님과 선생님에 대한 마땅한 도리라고 여긴다.이번 행사를 계기로 장애 예술인과 유랑공연을 떠나는 일이 이번 생에 중요한 숙제로 느껴진다.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토크쇼 '우리가 함께 꾸는 꿈'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준희 시민기자
[동네뉴스] "유년시절 친구와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장화주씨그림책 '소중한 보물'
"엄마에게는 보물처럼 빛나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어린시절 서로의 즐거움과 고민을 나누었던아주 소중한 친구와의 이야기란다인생에서 친구란소중한 보물과도 같은거야희주도 소중한 보물을 만나길 바래"장화주(52·달성군 서재리)씨가 지난 달 펴낸 '소중한 보물'이라는 그림책 첫 장에 적힌 글이다. 그는 2년 전 품앗이 육아를 하는 부모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과 재미를 찾아 그림책 제작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그는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 유년시절 친구와의 가슴 따뜻한 추억을 소재로 그림책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했고 딸이 태어나기 전까지 음악학원을 운영했던 그에게 그림책 제작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글 내용에 맞는 이미지를 찾기 위해 수많은 그림책과 삽화 등을 참고해 흉내 내어 그리기를 반복하고 채색하느라 결코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 딸이 꼭 나와 같이 소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그림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어린시절의 자신을 수없이 소환했고 가슴 한 켠에 간직한 친구를 향한 그리움도 치유가 되는 신기한 체험까지 하게 됐다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하교 길에 친구와 헤어지기가 아쉬워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각자의 집을 서로 바래다 준다는 핑계로 왔다 갔다 하기를 수십 번. 어느덧 서로의 집과는 너무 먼 곳까지 가버렸고 사방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날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려다 본 밤하늘에는 자신의 충만한 마음을 대변하듯 별들이 쏟아질 듯이 많았다고 한다. 그 친구와의 우정은 여고시절까지 이어졌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그의 성격도 활발한 성격으로 점차 바꼈다고 한다.그림책 마지막 부분에는 그가 쓴 노랫말에 곡까지 붙인 '푸른하늘 저 산 아래 '라는 노래의 악보도 그려져 있는데 친구가 그리울 때 자주 불렀던 노래라고 한다."생각해보니 단 한사람이지만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어려움을 나눌 상대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인 것 같다" 면서 "미디어가 너무 많이 발달한 요즘은 아이들이 친구와 깊은 우정을 나누는데 오히려 방해가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우리 엄마가 그림책을 만들어서 너무 신기했어요"라고 말하는 윤희주( 서동초등학교 3학년)양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이 뭐냐고 물었더니 "나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은 바로 우리 가족입니다. 가족은 돈으로도 살 수 없으니까요"라고 또박또박 대답했다.글·사진=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장화주씨가 자신이 펴낸 '소중한 보물' 그림책을 들고 딸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정림 시민기자'소중한 보물' 그림책 속 한 장면. 장화주씨 제공
[동네뉴스] 대구 동구 주민살피미 회원들, 대구 옻골마을 다녀와
대구 동구 주민 살피미 회원 32명이 지난달 30일 산업시찰을 위해 대구 동구 옻골 마을을 찾았다. 2010년 시작한 주민살피미 제도는 동구청이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불편사항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운영 중인 제도다. 이번 산업시찰은 살피미 회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운영 내실화를 위한 동기 부여를 위해 마련됐다.마을 초입 비보 숲의 느티나무와 수호신인 듯 오랜 세월 굳건히 마을을 지키고 있는 회화나무(최동집나무)가 제일 먼저 이들을 반겼다. 400년의 긴 이야기를 간직한 옻골마을 반가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었다. 이날 마을 탐방은 최중돈 명품옻골1616협동조합 대표의 안내와 해설로 진행됐다. 현재 2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이곳은 마을 전체가 역사이며 볼거리다.고즈넉한 돌담길을 걸으며 어느새 도시의 삭막함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에서 편안함을 느낄 때쯤 머그컵 체험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살피미 회원들은 옻골마을 삽화가 들어간 특수종이를 활용한 '나만의 머그컵'을 만들었다. 정환철 살피미 회장은 "그림을 오려내고 풀로 붙이면서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갔다. 현재의 내가 아닌 동심의 내가 해맑게 웃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체험이 끝난 후 돌담이 끝나는 마을 가장 안쪽으로 이동했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살림집으로 손꼽히는 경주최씨 종가인 백불고택(白弗古宅)이 자리하고 있었다. 휴식이 필요할 때쯤 보자기 포장 체험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선 수국꽃 모양을 한 선물 포장을 하는 체험이 진행됐다.정숙희(59·대구 동구 방촌동)씨는 "알차고 유익한 일정에 매우 만족했다. 추위는 봄눈 녹듯 사라지고 행복으로 가득 채워진 하루였다"고 말했다.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대구 동구 주민 살피미 회원들이 옻골 홍보관 위인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구 동구 주민살피미 회원들이 머그컵 체험장에서 그림을 오려 붙이고 있다.
2022.12.06
[동네뉴스] 시골 청도서 불꽃 튀는 토론…독서모임에 빠진 사람들
"독서와 토론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연마합니다. 문학기행을 통해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만나고 글쓰기로 창작의 열정도 채워나갑니다." 지난달 30일 도향독서회가 청도도서관 강당에서 도향작품집 30호를 발간하고 작은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북토크와 함께 오카리나·클라리넷 연주, 합창, 한국무용, 서예 퍼포먼스 등 회원들이 가진 다양한 재능을 선보여 축제의 장이 됐다. 1991년 주부독서회로 시작해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도향독서회는 짧지 않은 연륜만큼이나 그동안 회원들의 얼굴도 많이 바뀌었다. 매달 셋째 수요일 청도도서관에 모여 독서토론을 하는 회원은 현재 이정선·박신득·김시동·장성수·이진숙·박강수·설창환·지영미·강상원·고미석·김학부·정희자씨 등 20여명에 이른다. 처음 시작할 때는 주부뿐이었지만 지금은 남성회원이 많이 가입해 있다. 40~70대로 연령대가 다양한 만큼이나 귀농부부, 자영업자, 목사, 전직 교사, 직장인, 주부 등 회원의 직업도 다양하다. 특히 이 모임에는 부부가 함께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귀농 후 남편 김학부씨와 함께 독서회에 참가하고 있는 정희자 회원은 "독서회 모임이 청도에서 사는 기쁨 중 하나다. 회원들이 모두 열정적이고 의욕이 넘친다. 치열하게 토론하다 보면 나이도 잊게 된다. 그래서 일하고 피곤한 데도 모임에 빠질 수 없다"고 했다.인문학 서적을 주로 읽는 회원들은 매년 독서 감상문과 시·수필 등 작품을 모아 도향지를 발행하고, 1년에 한두 차례 문학기행도 다녀온다. 올해 읽은 책은 '책만 보는 바보' '오만과 편견'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편' '사람 장소 환대' '조선의 살림하는 남자들' '케이팝 인문학' '내 영혼을 다독이는 관계 심리학' '어디서 살 것인가?' '남아있는 나날' '메타버스비긴즈'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등이다.회원 추천으로 읽을 책을 선정하고 추천한 회원이 그날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회원들은 무엇보다도 같은 책을 함께 읽고, 다른 생각을 나누는 데 희열을 느낀다.이정선 회장은 "한 권 한 권이 쌓여 지식이 되고, 마음의 양식을 얻어 더욱 단단해 지고 있다. 이웃과 이웃이 만나 지식뿐만 아니라 정도 쌓고 있다"며 "책을 사랑하는 주민이면 누구나 가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설창환 회원은 "올해는 재미있는 출판기념회를 위해 합창을 하기로 하고 여러 번 모여 함께 연습을 했다. '홀로 아리랑'과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도향의 어느 멋진 날'로 개사해 불렀는데 모두 연습도 열심이었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지난달 30일 경북 청도도서관에서 도향독서회 회원들이 출판기념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지난달 30일 경북 청도도서관에서 도향독서회 회원들이 '도향의 어느 멋진 날'을 합창하고 있다.도향작품집 30호 출판기념회에서 도향독서회 회원들이 축하 케익을 자르고 있다.도향독서회 회원들이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2022.12.05
[동네뉴스] 백혈병 이겨내고 시집 세 권 낸 박남규 시인...다양한 봉사활동도
시인 박남규씨(70, 대구 달서구 본동)는 아픔 속에서 세 송이 국화꽃(세 권의 시집)을 피웠다.박 시인은 10남매 중 여섯째로 위로 누님 다섯, 아버지 나이 50세에 첫아들로 태어났다. 귀한 아들로 태어났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25세 되던 해에 건설회사에 취업해 15년간 건설업에 종사하였다. 배움이 짧아 건설회사에서 잡일부터 시작했다. 남다른 성실함으로 작업반장이 되고, 얼마 후 소장이 됐다. 더 열심히 일해 이사까지 되었다. 하지만 IMF 때 회사가 어려워져 정리해고되면서 택시 운전을 했다. 어느 날 손님과 IMF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손님이 내리면서 명함을 건네주며 같이 일할 마음이 있으면 명함 주소로 이력서를 내보라고 했다. 2~3일 후 이력서를 제출하고 그분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분은 재력가로 제주도에 10만 평 땅을 가지고 있었다. 건설회사에서 익힌 현장기술과 조경기술로 그분의 조경농장 일을 하게 되었다. 첫 월급 80만 원을 받았다. 성실함이 인정되어 3년 후 열 배가 넘는 연봉을 받게 되었다. 60대 초반까지 조경농장 월급 사장을 하다가 62세에 건강이 좋지 않아 대구로 왔다. 2015년 7월 30일 서울 S 병원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치료 약은 없습니다. 언제 어떤 병이 나타날지 모릅니다, 합병증을 치료하며 연장해가는 것이 최선입니다"고 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누나 따라 교회를 다녔는데 기도하던 중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남은 시간을 남을 위해 쓰기로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나와 가족을 위해 보냈다면 마지막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는 모르지만, 이웃을 위해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진단받고 3일 후 봉사단체를 찾아갔다. 어울림 무료급식소에서 허드렛일을 시작하여 한주에 2일 봉사를 했다. 죽음의 시간이 가까워진다는 조급한 생각이 들자 한주에 4일을 봉사했다. 장 보는 일, 밥 푸는 일을 하였다. 8개월 봉사를 하던 중 쓰러져서 응급실에 갔다. 의사는 골수 검사를 한 후 백혈병으로 6개월 정도 길면 1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항암치료는 거부했다. 다른 의사에게 협진하게 되었는데 골수이식을 권했다. 그 교수는 백혈병으로 골수이식을 받고 복직한 의사였다. 2017년 2월에 기증자를 찾았고, 그해 6월에 골수 기증자를 만났고, 6월 20일 골수이식을 받았다. 무균실에서 한 달 동안 투병 생활을 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는 새벽이면 일어나 오늘도 아무 탈 없이 지나게 해 달라고 기도드린다. 이식 후 6개월쯤 되었을 때 몸은 살았지만 얼마를 더 살지 모르는 불안함이 따라다녔다. 뭔가 남기고 가야 할 것 같아 "책 한 권 내고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어릴 때부터 써 둔 글로 시집을 엮기로 맘을 먹었다. 아픔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것들을 담아서 2018년 3월에 '아프지 않아도 사랑하게 해 주세요'라는 첫 시집을 출간하고 보고 싶은 사람들을 모시고 출판 기념회를 했다. 2019년 10월에는 낮아지고 둥글어져 가고 있는 삶을 이야기한 두 번째 시집 '몽돌'을 출간했다. 올해 칠순을 맞아 '구들목' 세 번째 시집 출간을 했다. 아랫목과 위아래가 없어진 현대사회, 예절과 도덕이 뭉개지고 투박한 광목 이불이 필요 없는 요즘 '구들목'이 고향처럼 구수한 책으로 친구가 되고, 따뜻한 온기가 도는 '구들목'이 되기를 바라는 뜻으로 책을 펴냈다. '구들목' 시가 인터넷으로 소개된 후 옛 향수에 젖게 하는 시로 미국 한인들한테 인기가 높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2016년 대한문학세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대구 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봉사하면서 느낀 소감을 적은 글이 '대구시 자원봉사 사례 수기 공모 최우수상'과 '전국 도동 시 낭송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건강을 추스르면서 봉사를 하다 보니 밥 푸는 일도 힘에 부쳐서 그만두고, 어울림 봉사단 홍보이사로 후원하고 있다. 시 낭송 재능기부로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좋은 시를 낭송하며, 본동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글쓰기와 시화 그리기 봉사를 하고 있다. 그림은 코로나19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그림 그리기 유튜브로 독학으로 배웠다. 3년 동안 연습한 그림 솜씨가 장난이 아니었다. 박 시인은 마지막 생을 다하는 날까지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면서 후회 없는 삶, 사랑을 나누며 아름다운 시처럼 열심히 살아가기를 소망하고 있다. 글=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사진=박남규 시인 제공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2021년 논개 시 낭송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박남규 시인.
2022.12.04
[동네뉴스] "영남 가사문학, 세계로 뻗어가길"
대구 수성구립 용학도서관에서 지난 11월 19일 2022 영남 가사문학 어울마당이 펼쳐졌다. 이번 어울마당은 '한국문화 세계로'라는 주제로 열렸다.가사문학은 우리 고유의 민요적 율격 위에 향가, 고려가요, 한시 등 내용적 영향을 더해 새로 형성됐다. 한국인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시가 장르다.이날 어울마당에는 행사 주체인 영남 내방가사 연구회 회원들과 용학도서관 관계자, 주민 등 80여명이 참석했다.내방가사 연구회 회원들이 준비한 평시조 '청산은 어찌하여' 합창으로 시작된 행사는 수십 년간 짧은 형식에 정확히 응축시킨 회원들의 삶들을 엿볼 수 있었다.조선시대 양반 집안의 부녀자들이 짓고 부르던 내방가사는 가사의 총칭으로 조선 여류문학의 한 전형이다. 안동, 경주, 성주 등 영남지역에서 성행했다. 조선 가사문학에서 내방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전해지는 가사를 보면 출가하는 딸에게 예절과 몸가짐을 가르친 계녀가(誡女歌)·봉친가(奉親歌), 출가한 딸이 부모와 고향을 그리는 사친가(思親歌)·사향가(思鄕歌), 형제·친구와의 이별을 슬퍼한 형제이별가·붕우이별가, 시절과 풍경을 노래한 시절가(時節歌)·풍경가, 그 밖에 사실고사(事實故事)와 놀이·기행(紀行)을 읊는 등 인간의 희노애락을 노래한다.이날 행사에는 명심보감과 영남 내방가사 연구회 회원들이 직접 지은 '신(新) 대구 10경'을 낭송해 청중들에게 대구를 새롭게 알려줬다.이어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서 귀화한 김충선 장군 이야기를 낭독극으로 엮어갔다. 김충선 장군 후손인 김인숙 회원이 극본 쓰고 회원들이 낭독극을 펼침으로써 역사 속 숨은 영웅 김충선 장군이 재조명돼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이홍자(73·대구 수성구)회장은 "부르기 쉬운 3-4 또는 4-4조로 리듬을 붙여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자식, 손자들에게 바른 정신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가부장제 문화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만큼 가사 문학의 주제도 여성들의 희생적인 삶보다는 희망을 노래해 청년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덧붙였다.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2022 영남 가사 문학 어울마당이 개최됐다.
2022.12.03
[동네뉴스] '카메라로 세상과 소통하다' 평리트라이전 청소년 작가들과의 만남
지난 19일 애은성당(대구 서구 평리1동)에서 꿈꾸는 카메라 '평리트라이전' 청소년 작가와의 만남이 열렸다. 주인공은 평리초등·중학교에 다니는 5명의 청소년이다. 청소년 작가들은 동네 골목길, 옥상에서 본 하늘, 낡은 오토바이와 할머니 등 다양한 인물과 풍경을 40여 점의 사진 속에 담았다.김도훈(평리중 2학년) 학생은 "수업도 재미있고 사진 찍을 때마다 제가 작가가 된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유일한 초등학생 작가인 김영훈(평리초등 6학년) 학생은 "카메라 하나라도 행복해질 수 있고 열정이 있으면 모든 것을 다 배울 수 있다"며 "나중에 작가의 꿈도 꾸고 있다"고 말했다.4개월 동안 사진을 배우는 과정과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매주 안동에서 달려와 교육과 사진전을 기획한 박기은 사진작가는 "좀 고독했던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첫 수업 때 사진이 뭔지, 이걸 왜 하는지도 모르는 그런 표정들이었다. 날이 갈수록 아이들의 사진이 성장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실히 특별해지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 친구마다 개성 있게 자기만의 스타일을 잘 보여줘서 감사하다"며 "올해는 세상을 관찰하는 법을 배웠다면, 내년은 본인의 마음속에 있는 주제를 끄집어내어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이번 청소년 작가들의 꿈꾸는 카메라 '평리트라이전'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의 '2022 좋은 변화실험실 사업'의 일환으로 위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진행했다. 전시는 지난 7~28일까지 열렸으며, 판매 수익금 전액은 청소년 작가들에게 전달됐다.정민철 위드의료사협협동조합 이사장은 "우리 아이들 기 살려주려고 했는데 기는 살아 있더라"라며 "멋진 작품으로 전시회를 하게 된 것에 대해 감격스럽고 고맙다"라고 말했다. 글·사진=이명주 시민기자 impsee@hanmail.net<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평리트라이전 작품 사진 앞에서 청소년 작가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김도훈학생이 자신이 찍은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2022.11.29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더 미루기 힘들어"…계명대·영남대 의대, 13일부터 임상실습 수업
대구경북권 의대 신입생 중 '지역 학생' 인원 현재보다 2배 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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