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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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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토크] '고속도로 가족' 기우역 정일우 "노숙인 변신 위해 외모부터 과감히 망가졌다"
"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러는데 이만 원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기우네 가족은 오늘도 휴게소 방문객이 건네준 돈으로 어렵게 끼니를 해결한다. 여행객들이 잠시 들러서 먹는 휴게소 음식이 바로 이들의 주식이다. 가족은 언제나 하나로 똘똘 뭉쳐 살아야 한다고 믿는 기우는 아내 지숙(김슬기), 두 아이 은이(서이수), 택(박다온)과 함께 5년째 거리 위의 삶을 살고 있다. 남루하고 척박한 삶이지만 항상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 이상한 가족, 영화 '고속도로 가족'은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이들 가족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다. 영화 '내 사랑'(2007) 이후 15년 만에 관객 앞에 선 배우 정일우가 기우를 연기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로 스크린 복귀를 원했던 그에게 딱 부합하는 역할인 셈이다. 정일우는 낙천적이고 능글맞아 보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색다른 긴장감을 형성하는 기우에게 단번에 매료됐다. "영혼을 갈아 넣으며 촬영했다"고 표현했을 만큼 흠뻑 빠졌다. 대신 감정의 낙차가 큰 기우를 소화하기 위해 이제껏 보여준 적 없는 얼굴까지 꺼내 보이며 철저히 준비에 임했다. 기존의 '꽃미남' 이미지에 반하는 외적 변신은 물론 극단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놀라운 연기 스펙트럼이 그렇게 완성됐다. 보다 다채롭게 펼쳐질 그의 이후 행보를 주목해 본다.배역의 내면과 행동 납득하기 위해 깊이 고심다큐멘터리 보면서 분장팀과 외형모습 상의양치질·세수만 하고 수염 두달간 다듬지 않아 ▶영화에선 기존에 맡았던 역할과 결이 다른 캐릭터로 만나고 싶다고 말했는데 '고속도로 가족'은 어떤 점에서 부합했나."이미지 변신을 위한 변신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사실적이면서도 새로운 것들이 필요했다. 그 점에서 '고속도로 가족'은 독특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가 주는 힘이 있는 한편으로 파격적인 캐릭터라 잘 해내지 못하면 두 번 다시 영화를 찍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절로 의지가 불타오르더라. 그래서 더 치열하게 준비했던 것 같다. 다행히 영선 역의 라미란 선배가 나와 다른 축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고 계셨기 때문에 밸런스적인 부분에서 안정적이었다. 덕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에 띄는 이미지 변신과 극단을 오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임신 중인 아내와 취학 연령의 아이들에겐 무엇보다 안정적인 보금자리가 필요한데, 기우는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거리의 생활을 포기하지 못한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인물이다."매 작품 스스로 분석한 캐릭터의 전사(前事)를 노트에 적는다. 내가 먼저 그를 이해해야만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우도 처음에는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해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믿고 의지했던 형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고, 이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됐다. 그런 기우에게 유일하게 남은 건 가족이다. 남들이 볼 때는 어떨지 몰라도 노숙 생활을 하면서 점차 그 생활에 적응하게 되고, 그 속에서 작은 행복을 추구하면서 오늘만 살아간다. 두 달 정도 감독님을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자료도 찾아보면서 준비했다. 아이들과도 자주 만나고 (김)슬기씨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하다 보니, 어느 순간 기우가 돼 있었다."▶정일우 배우의 의견이 반영된 설정도 있었나."있다. 기우는 영선의 가족 때문에 자신의 공동체가 붕괴되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또다시 버림받는다는 것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고, 이 때문에 극단적인 반응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비이성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 하나하나에 이유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또 기우가 휴게소 방문객들에게 다가가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2만원을 빌리면, 잠시 후 아이들이 가세한다. 그 지점이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여서 변화가 필요해 보였다. 그런 행위조차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종의 놀이로 생각하게끔 만들고 싶었다. 기우가 빌런처럼 보이지 않길 바랐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가족을 너무 사랑했기에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고, 또 그게 가족을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답을 구했다.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데'라는 극 중 기우의 대사를 통해 행동의 당위성도 만들어줬다."▶뛰고 구르고 흙칠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겠더라."육체적으로 힘든 건 기꺼이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캐릭터의 상처와 아픔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이번만큼 감독님과 소통을 깊게 자주 했던 적은 없었다. 기우는 감정 기복이 힘들고 조금만 다르게 표현해도 최종적으로는 큰 차이가 나는 인물이다. 나를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역할이고, 나 역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역할이라 나의 끝은 어디일지 그 끝을 찾고 싶었다. 앞서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영혼을 갈아 넣겠나 그냥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나는 끼가 많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열심히 준비한다. 그렇게 파야만 그 캐릭터가 된다고 생각한다."▶외적 변신도 눈길을 끈다. "솔직히 더 가려고 했다. 초반 멀쩡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기우가 사람들에게 돈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노숙인처럼 하고 있으면 돈을 안 빌려줄 것 같고, 처가에 갔다 오는 길이라고 하면서 돈을 빌리기 때문에 앞부분에서는 조금 조절했다. 그 이후부터는 더 망가져도 된다고 생각했다. 분장팀과 맞춰보고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참고했다. 머리나 수염은 두 달 가량 건드리지 않았다. 눈뜨면 간단하게 양치질과 세수만 하고 촬영장에 나갔다. 그래선지 휴게소에서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더라. 덕분에 기우처럼 아무데나 널브러져 있고 편하게 앉아 있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가졌다. 한번은 우연히 유아인 형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일우야, 너 왜 이러고 다니냐'고 걱정하더라."(웃음)▶영화를 찍으면서 스스로 발견한 본인의 새로운 얼굴이 있었나. "10여 년 만에 영화를 찍었는데, 이 영화를 찍기까지 대중이 갖고 있는 정일우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는 갈망이 오랫동안 쌓여왔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할 때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이 작품을, 캐릭터를 끝까지 끌고 가려고 노력했다. 그런 마음이 장면 장면에 다 들어가 있지 않을까 싶다. 흥행 여부를 떠나 대중이나 관계자들에게 정일우의 이미지가 바뀌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뿐이다."▶이미지가 바뀌면 좋겠다는 것은 제안받는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일까."그렇다. 재벌 집 아들이나 꽃미남, 이런 역할들이 많이 들어온다. 내 나름대로 여러 변화를 준다고 줬는데, 워낙 '거침없이 하이킥' 윤호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다. 그것을 벗어나고 싶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 배우가 안주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는구나 알아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크다."▶언급한 것처럼 데뷔작 '거침없이 하이킥'(2006)은 배우 정일우의 필모그래피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동시에 계속해서 따라붙는 꼬리표가 될 것도 같다. "배우에게 대표작이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 작품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기 때문에 나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이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활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을 지울 순 없다. 또 그 작품은 이미 레전드가 됐기 때문에 지울 수도 없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보고 이야기하더라. 벌써 16년이나 지난 작품인데 아직도 사랑해 주시는 게 정말 감사하고 신기하다. 솔직히 더 오래오래 회자됐으면 좋겠다."캐릭터 집중 위해 휴게소에서 자주 널브러져우연히 만나게 된 유아인 형도 놀라서 걱정해 찌질남·악역 통해 연기 스펙트럼 더 넓히고파▶그때 배우 정일우의 초심은 무엇이었고, 지금 마음가짐은 어떻게 달라졌나. "연기의 '연' 자도 모르고 할 때라 순수함이 그립긴 하다. 하지만 초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끼 많은 배우들이 많은데 나는 그런 분들에 비하면 미비하다고 생각한다. 워낙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어디 가서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던 아이였기 때문에 그걸 깨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작품 할 때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또 진심으로 하지 않으면 티가 난다. 내가 봐도 그럴 때가 있다. 그 마음도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간절함도 여전하다. 아니 간절함은 더 생긴 것 같다."▶어느덧 데뷔 17년 차다. 앞으로는 어떻게 채워나가고 싶나."매 작품을 통해 나 스스로는 조금씩 성장해 왔다고 생각한다. 나 나름대로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남들은 잘 모르는 것 같더라. 여전히 기존 (꽃미남)이미지에 딱 갇혀 있었다. 대중들의 생각이 나와 같을 수는 없기에 혼자만의 만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작품은 정말 궁금했다. 다행히 보신 분들이 이 작품을 선택한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초반에는 정말 정일우인지 몰랐다는 반응과 함께 따뜻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임팩트도 세고 충격적이었다며 하길 잘했다고 해주셔서 뿌듯했다. 용기가 생겼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앞으로 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찌질한 역할도 해보고 싶고 악역도 해보고 싶다. 조금 더 유연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제이원 인터내셔널컴퍼니·9아토엔터테인먼트
상상력 자극하는 오디오무비…소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오디오 콘텐츠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소리로만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범람하는 OTT 시리즈와 숏폼 콘텐츠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팟캐스트와 오디오북을 넘어 오디오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오디오무비 얘기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선명하게 보이는 듯한 기묘하고 독특한 체험을 통해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상상력을 청취자에게 제공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를 보지 않고 듣는다는 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상상력이 배가되는 압도적 몰입감네이버는 지난해 12월 음원 스트리밍 앱인 바이브(VIBE)에 다양한 형식의 오디오 콘텐츠를 선보이는 '오디오 탭'을 신설했다.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음을 주목한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바이브의 신규 설치자와 오디오 콘텐츠 이용자 수가 2배 이상 급증했다. 바이브는 한발 더 나아가 오디오무비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목소리를 듣고 각자 떠오르는 대로 캐릭터를 이미지화하며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고 재밌는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며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오디오무비는 내러티브 전달 면에서 다른 오디오 콘텐츠와 완전히 다른 방식을 취한다. 우선 제공 시간이 상이하다. 가령 책 한 권을 낭독하는 오디오북이 일반적으로 완독까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5~6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면 오디오무비의 회당 러닝타임은 10분 정도다. 이는 소비자의 달라진 청취 패턴과도 연계된다. '국내 이용자의 78%가 자동차나 대중교통에서 오디오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한 시장 조사업체의 설문조사 결과처럼 이동하거나 휴식을 취하며 콘텐츠를 접하는 이용자의 멀티태스킹 형태에 부합한다. 성우가 아닌 배우가 출연해 목소리 연기를 펼치고, 그래픽과 자막 등 화면 지원을 통해 극 중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것도 차별화된 요소다.네이버, 바이브에 '오디오 탭' 신설바이브 신규 설치자 등 2배 이상 급증청취 패턴 변화 연계 러닝타임 10분돌비 협업…방향·속도 생생히 전달현장감 넘치는 소리로 몰입도 극대화바이브는 돌비 래버러토리스와 협업을 통해 돌비 애트모스 공간 음향 기술을 오디오무비 '극동'에 처음 적용했다. 제작 과정서부터 돌비 애트모스를 활용해 특정 소리가 발생하는 위치를 배치하고 제어한 연출로, 이용자는 오디오만으로도 총알이 날아오는 방향이나 자동차의 속도감을 생생하게 느끼며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다. 현장감 넘치는 오디오만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듣기' 체험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제작자들도 이러한 오디오무비의 장점과 확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기존 영화보다 제작비와 제작 시간이 적게 들고, 음향 및 음악만 잘 제작해 둔다면 수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네이버 오디오서비스 반경자 리더는 "현재 많은 사용자가 오디오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경험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며 "그들이 주저 없이 소비할 좋은 오디오 콘텐츠가 증가한다면 오디오무비를 포함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보다 다채롭게 확장되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소리로만 존재하는 사건의 단서에 귀 기울여라오는 18일 바이브에서 공개되는 오디오무비 '리버스'는 의문의 별장 폭발 사고의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징과 사운드에 몰입할수록 재미를 더하는 주인공의 기억 찾기라는 소재가 오디오무비라는 형식에 최적화되어 기대를 더한다. 연출을 맡은 임건중 감독은 "주인공 묘진(이선빈)의 기억 찾기라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 이용자들이 마치 묘진이 된 것처럼 그녀의 귓가에 자꾸 맴도는 바닷가와 폭발 현장 소리를 따라 오디오무비 속으로 점점 몰입될 수 있게 작품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공개된 오디오무비 '층'은 공개된 후 재생 수가 450만회를 돌파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이용자들은 "뛰어난 음향 효과 덕분에 오디오무비 속 장면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새로운 문화를 접한 것 같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층'은 오직 소리를 통해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리해 가는 차별화된 감흥을 선사한다. 알 수 없는 층간소음이 계속되는 빌라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파헤쳐 가는 이 작품은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에 CG, 자막, 음향, 음악이 더해져 소리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특별한 체험의 순간을 제공한다. 극 중 프로파일러 김강호를 연기한 배우 이제훈은 "꼭 참여하고 싶었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며 "이야기를 목소리만으로 전해주는 방식이 새롭게 다가왔고, 관객에게도 상상을 하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았다"며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소감을 전했다.바이브가 '층'에 이어 지난달 27일 선보인 '극동' 역시 공개된 이후 한 달 만에 재생 수 144만회를 돌파했다. '극동'은 막대한 액수의 비자금을 두고 추격전을 펼치는 액션 스릴러로 '친구' '극비수사'의 곽경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곽 감독은 "오디오 무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리이기 때문에 최대한 음성으로 이해를 도우려 했다. 청각을 이용해서 최대한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시기를 바란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연예가] 액션 스릴러 '크리스마스 캐럴'…1인2역 맡은 박진영 파격 변신
배우 박진영<사진>이 1인 2역부터 리얼 액션까지 파격적인 변신을 예고한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스스로 소년원에 들어간 형 일우가 펼치는 액션 스릴러 '크리스마스 캐럴'을 통해서다. 박진영은 2014년 아이돌 그룹 '갓세븐'으로 데뷔한 이후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 '악마판사' '야차' 등의 작품 활동을 통해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보여왔다. 이번 작품에선 무자비한 폭력에 휘말린 쌍둥이 형제로 분해 폭발하는 분노와 몸을 사리지 않는 강렬한 액션을 소화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구해줘2',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으로 믿고 보는 배우로 각인된 김영민이 소년원의 상담교사 조순우 역으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로 깊은 인상을 남긴 김동휘가 소년원생 손환 역으로 힘을 보탰다. 오는 12월 개봉 예정.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연예가] 영화 '페르소나 이상한 여자'…박호산의 연기 입지 굳힐 작품
영화 '페르소나 이상한 여자'는 극단의 대표인 해영과 여자 단원 혜리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 속에서 마주하는 진실과 거짓의 모호한 경계를 따라간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나의 아저씨' 등을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배우 박호산<사진>이 해영 역을 맡았다.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며 이번에도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굳힐 것으로 기대된다. 방은희가 후배들에게 묵묵히 힘이 되어주는 선배 은정 역할로, 전혜연이 졸업 후 극단에 들어와 다양한 시선에 둘러싸이는 혜리 역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2018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대상을 받은 정형석 감독의 신작으로 지난달 24일 크랭크인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놓치면 후회!] 영화 '초선'...연방 하원의원 선거 동시도전 5명의 한인 동포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은 2020년, 미국 정치 역사상 최초로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동시에 도전한 5명의 한인 동포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민자로서 어떻게 성장했고, 미국 정치계에 왜 뛰어들었는지 그리고 1992년 LA 폭동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담았다. 특히 '초선'의 주인공인 변호사 출신의 정치 신인 데이비드 김 후보는 '풀뿌리 선거'라 자칭하며 직접 발로 뛰는 치열한 미국 선거 현장을 생생하게 드러내 공감과 응원을 끌어낸다. 그는 오는 8일 치러질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또 영화에 함께 출연한 메릴린 스트릭랜드, 앤디 김, 영 김, 미셸 박 스틸 후보들 또한 재선의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개봉했다.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연예가] 로맨틱 무비 '창밖은 겨울' …한선화 180도 이미지 변신
영화 '창밖은 겨울'은 고향으로 내려와 버스기사가 된 석우(곽민규 분)와 유실물 보관소를 담당하는 영애가 만들어가는 로맨틱 무비이다. 한선화<사진>가 현실의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보통의 인물 영애를 연기했다. 세 친구의 우정과 성장기를 담은 '술꾼도시여자들'에서 해맑고 청순하지만 반전 매력을 품은 한지연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안긴 그다. 이번 작품에선 '술도녀'로 각인된 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적한 소도시 풍경을 무대로 한층 더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다. 최근 제8회 2022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에서 OTT 여자 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화제성을 입증한 한선화는 '술꾼도시여자들2'의 컴백 소식까지 전했다. '창밖은 겨울'은 11월 개봉한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연예가] 10억 납치극 드라마 '거래' …유승호, 이정곤 감독과 호흡
웨이브(Wavve) 새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가제)에 배우 유승호<사진>, 김동휘, 유수빈이 캐스팅됐다. '거래'는 우발적으로 동창을 납치한 두 20대 청년의 10억 납치극을 다룬다. 인질로 잡힌 동창을 포함한 세 친구의 허술한 납치극이 걷잡을 수 없는 길로 빠져드는 이야기로 영화 '낫아웃'으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3관왕을 차지한 이정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유승호는 이준성 역이다. 고교시절 축구 유망주로 주목받던 준성은 동창생 납치극에 휘말려 크나큰 감정의 진폭을 겪게 된다. 김동휘는 납치 사건의 주동자이자 의대생인 송재효로 분했다. 의대 생활 중 맞닥뜨린 위기를 벗어나려다 충동적으로 납치극을 벌이는 핵심 인물이다. 또 10억 납치극의 희생양 박민우 역은 유수빈이 맡아 끊임없이 변수를 던지며 극에 긴장감을 더할 예정이다.윤용섭기자
O'PEN, 신인 작가 등용문을 열다…IP 히트 콘텐츠 제조기 오펜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오펜 작가들이 집필한 IP가 히트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오펜은 드라마·영화 창작 생태계 활성화와 신인 작가의 데뷔를 지원하는 CJ ENM의 신인 창작자 발굴·육성 프로젝트다. 첫 방송 2회 만에 수도권 최고 시청률 11.8%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tvN '슈룹'과 지난달 26일 공개된 디즈니+ '형사록'을 포함, '갯마을 차차차' '블랙독' 등이 모두 오펜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다. 넷플릭스의 등장 이후 가속화된 플랫폼 전쟁에서 시장의 성패는 콘텐츠에 달려 있고, 전세계 크리에이터들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오펜이 있다.◆크리에이터와 IP 확보 전쟁콘텐츠의 기초는 좋은 이야기를 발굴하는 일이다. 국내에도 좋은 이야기를 창작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취지의 시나리오 공모전들이 꽤 있다. 다만 시나리오와 소재 찾기에만 주력해 인재를 육성하는 데는 다소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오펜은 바로 이러한 필요에 의해 출발했다. CJ ENM은 2017년부터 tvN '드라마 스테이지'를 통해 신인 창작자 발굴·육성을 위한 오펜(O'PEN) 공모전을 진행하며 신인 작가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매년 걸출한 신인 작가들을 배출해 반향을 일으켰고, 참신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와 감각적인 작품의 영상화를 스튜디오드래곤과 함께 기획·개발해 tvN '드라마 스테이지'로 방영했다.오펜은 매년 약 50명의 창작자를 선발하고 창작에 필요한 여러 프로그램·교육과정·시스템 등을 지원한다. 여타 공모전과는 달리 보다 많은 예비 창작자들을 선발하고 지원해 K-콘텐츠 저변을 확대하고자 함이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의 저작권은 작가 본인에게 귀속돼 신진 창작자들이 프로페셔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 오펜 스토리텔러 6기로 선발된 최송은 작가는 "창작자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 과정 때문에 많은 예비 창작자들이 오펜에 참여하고 싶어한다"며 "개인자격으로 견학하기 힘든 교도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현장 방문과 시리즈물 집필 교육을 가장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슈룹'은 오펜 교육기간 중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슈룹'을 단독 집필한 오펜 3기 박바라 작가는 2019년 오펜 교육에서 진행했던 창덕궁 견학 및 역사학자 초빙 교육의 도움을 받아 '슈룹'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 작가는 견학을 다녀온 뒤 "사극을 준비하며 관련 정보를 책이나 인터넷으로 찾을 수밖에 없었는데 직접 궁에 와서 전문가 강의를 들으니 혼자 준비할 때와 보이는 것 자체가 다르다"며 소감을 전했다.생생한 현장 취재와 전문가 강의를 바탕으로 집필된 대본은 '슈룹' 출연진의 신뢰로 이어졌다. 극 중 화령 역을 맡은 김혜수는 "'슈룹'은 일단 대본이 너무나 재밌었고, 캐릭터가 매력적이었고, 톤 앤 매너가 신선했다"며 "처음 대본을 볼 때부터 몰입감이 대단했다. 안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작품이었고, 시청자분들도 안 볼 이유가 전혀 없는 작품이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오펜 2기 임창세 작가가 집필한 '형사록' 또한 오펜 교육기간 중 탄생했다.지난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열풍을 일으켰던 '갯마을 차차차'는 오펜 1기 신하은 작가의 단독 집필작이고, 지난달 종영한 tvN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집필에 참여한 이봄 작가는 오펜 4기 출신이다. 병의 원인을 뿌리 뽑고자 발 벗고 나서는 의사의 캐릭터를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2023년 1월 시즌2로 시청자를 다시 찾는다.◆국제 시상식에서도 작품성 인정오펜 공모전을 통해 영상화된 작품들은 시상식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개최된 2022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APAN)에서 '덕구 이즈 백'이 단편 드라마상을 수상했다. 8회를 맞이한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는 대한민국의 모든 드라마 콘텐츠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올해는 OTT 수상 부문도 신설됐다. 특히 오펜은 단편 드라마 부문 후보에 오른 총 5작품 가운데 '덕구 이즈 백'을 포함, '오피스에서 뭐하Share?' 'XX+XY' 등 3개 작품을 후보에 올리는 독보적인 성과를 얻었다.앞서 여러 국제 시상식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해 '대리인간'은 '스톡홀름 필름&TV페스티벌' Best Feature Film 부문과 Best Actress 부문에서 수상을, '파리 필름 페스티벌' Best Drama 부문과 Best VFX 부문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9년 '파고'는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물비늘'은 휴스턴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남궁종 CJ ENM 오펜사업국장은 "오펜은 K-콘텐츠 열풍 지속을 위해 창작자 지원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초 창작 지원금을 증액한 데 이어 최근에는 창작자들의 편의를 제공하고자 오펜 졸업 기수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개인 집필실을 40% 증설했다"며 "내년에 오펜의 새로운 가족이 될 신인 창작자들을 맞이할 준비도 마친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탁 안동 콘서트 등 연예계도 공연 잇달아 취소
연예계도 이태원 참사에 예정된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거나 취소하며 애도를 표했다. 방송계는 지난 30일 방송 예정이던 KBS1 '전국노래자랑'을 비롯해 '1박2일' '열린음악회', MBC '복면가왕' '구해줘! 홈즈', SBS '런닝맨' '싱포골드', JTBC '뭉쳐야 찬다2'를 비롯해 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등의 편성을 취소했다. tvN도 이날 방송 예정이었던 '코미디 빅리그'와 '출장 십오야2' 스페셜편을 결방했고, 31일 예정된 강하늘·하지연 주연의 KBS 드라마 '커튼콜' 온라인 제작발표회를 취소했다.가요계도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공연을 취소하고 컴백을 미뤘다. 가수 영탁은 지난 30일 공식 팬카페를 통해 '2022 영탁 단독 콘서트 TAK SHOW - 안동' 공연 취소 소식을 전했다. 영탁 또한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어제 이태원 참사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오늘 예정이었던 안동 콘서트를 현시점에서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취소 소식을 알렸다. 이어 "다시 한번 깊은 애도와 함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날 예정됐던 가수 장윤정 콘서트를 비롯해 SM엔터테인먼트 핼러윈 파티, 4만 명이 운집하는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등도 취소됐다. 영화계도 극장 무대 인사와 제작보고회 등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분위기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히며 30일 예정된 영화 '자백' 무대 인사 일정 취소를 공지했다. 마동석 주연 새 영화 '압꾸정'은 31일 예정돼 있던 제작보고회를 연기했다. 배급사 쇼박스는 "비극적 사고로 국가적 애도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행사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영탁 이미지 자료제공-밀라그로SM엔터테인먼트, '핼러윈' 파티 취소
[금주의 영화] 자백…'밀실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 사업가' 사건의 진실은?
IT업계 유망 사업가 유민호(소지섭)는 괴한의 습격을 받고 의식을 잃는다.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내연 관계인 김세희(나나)와 함께 호텔에 머무르던 중이다. 잠시 뒤 깨어난 민호는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세희를 발견한다. 그녀는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죽어 있고, 괴한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사라졌다. 때마침 들이닥친 경찰에게 결백을 주장하는 민호. 그러나 밀실에서 일어난 사건이기에 그는 유일한 용의자가 된다.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민호는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를 선임한다. 산속 별장에 머무르고 있는 민호를 찾아온 신애는 완벽한 진술을 위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날의 상황을 진술하는 민호의 말에는 뭔가 의심쩍은 구석이 있다. 신애는 자신에게 모든 진실을 얘기해야 재판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민호를 설득하고, 결국 숨겨진 진실이 그의 입을 통해 서서히 밝혀진다.영화 '자백'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범인이 현장에서 사라진 미스터리한 사건을 놓고, 퍼즐의 조각을 맞추듯 민호와 신애의 대화를 통해 재구성되는 밀실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스페인 감독 오리올 파울루의 '인비저블 게스트'(2016)를 리메이크했지만 촘촘한 짜임새와 한층 한층 미스터리를 쌓아가는 장르적 구성은 원작을 능가한다. 화려한 장치나 기교 대신 캐릭터의 심리에 천착한 치밀한 복선과 서사가 지루할 틈 없이 효율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를 완성했다.영화가 시작되면 관객은 민호의 누명을 함께 벗겨주고픈 변호사의 입장이 된다. 하지만 신애의 시선을 빌려 사건에 개입하던 관객은 민호가 신애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비밀이 존재한다는 사실 앞에 혼란스러워진다. 민호와 신애의 대화 과정에서 과거 진술과 사건은 계속 바뀌고 재구성되는데, 이야기가 달라질 때마다 드러나는 비밀과 반전의 연쇄구조가 흥미진진하다. 원작을 이미 본 관객의 입장에서도 말이다.섬세한 심리묘사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는 영화의 결을 풍성하게 만드는 기제로 작용했다. 이를 동력 삼아 결말에 이르기까지 결코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범인은 누구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탄탄한 서사에 완성도를 더한 배우들의 힘이 컸다. 김윤진, 소지섭, 나나는 특정 감정을 명확히 지시하는 단호함보다는 무언가 일어나기 직전의 조짐을 형성하는, 미스터리 장르에 요구되는 연기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장르:미스터리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금주의 영화] 리멤버…가족을 죽인 친일파 척살 '80대 노인의 핏빛 복수극'
뇌종양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한필주(이성민)는 은퇴 후 십 년 넘게 일해오던 패밀리 레스토랑 일을 그만두기로 한다. 일제강점기에 자신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았던 이들을 척살하기 위해서다. 필주의 부모와 형, 누이는 모두 친일파들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당시 소년이었던 필주는 무력하게 그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 노쇠한 육체와 마찬가지로 기억력마저 쇠퇴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음을 느낀다. 복수를 실행하기 위해 손가락마다 처단해야 할 이름을 새기고, 숨겨 놓았던 권총을 다시 꺼낸 그는 마지막으로 레스토랑에서 친분을 쌓은 평범한 20대 알바생 인규(남주혁)에게 운전을 부탁한다. 딱 일주일만 운전을 도와주면 알바비를 넉넉하게 챙겨주겠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영문도 모른 채 필주를 따라나선 인규는 첫 복수 현장의 CCTV에 노출돼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고, 의도치 않게 필주의 복수극에 휘말린다.영화 '리멤버'는 홀로코스트로 가족을 잃은 노인의 복수를 다룬 캐나다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2015)를 리메이크했다. 노인의 복수라는 콘셉트 빼고는 원작과 완전히 다른 결의 영화로 완성됐는데, 우리 사회가 암암리에 면죄부를 부여한 친일파들을 향한 단죄를 현대 시점으로 끌어왔다. 오래전부터 이 일을 계획해왔던 필주는 장성한 자식들이 각자 가정을 이루고,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금이 복수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가장의 책임에선 자유로워졌지만 살아온 세월이 오롯이 육체에 새겨지듯 과거의 기억들도 계속 망각 속으로 침잠해지자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 마지막 기억은 복수여야 해"라고 되뇌며 소멸해가는 육체의 마지막 힘을 다해 걸음을 옮긴 그는, 그렇게 조금씩 더 힘겨운 시간 속으로 향한다.영화는 20대 청년 인규가 그를 돕는다는 설정을 새롭게 추가했다. 연출을 맡은 이일형 감독은 전작 '검사외전'(2015)에서 황정민과 강동원의 브로맨스를 이번엔 세대 차이를 넘어선 필주와 인규의 독특한 케미가 빚어낸 화끈한 버디 무비로 탈바꿈시켰다. 물론 80대 노인의 복수극이라는 한계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친일파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척살하는 과정에서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액션은 제법 박진감이 넘친다. 거창한 역사적 관점의 제시와 이데올로기라는 교과서적 주입 대신 살아남은 이의 기억을 통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품어봤을 분노에 포커스를 맞춘 점 역시 주효했다. 이일형 감독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다시 말하는 것을 넘어 지금 세대가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필요하다"며 "친일에 대한 문제, 현대 사회에 남아있는 잔재라는 측면을 넘어서서 과연 옳고 그르다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고 전했다.(장르:액션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개봉작] 도그
감독:레이드 캐롤린 출연:채닝 테이텀 장르:코미디 등급:12세 이상 관람가줄거리:이라크 파병 후유증을 앓고 있는 미군 특수부대 출신 잭슨. 사망한 동료의 군견 룰루를 2천400㎞ 떨어진 그의 장례식장에 데려가면 복직을 추천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이를 수락한 잭슨이 사고뭉치 룰루와 긴 여정을 떠난다.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개봉작] ss9999 아인보: 아마존의 전설
감독:호세 젤라다·리처드 클라우스 장르:애니메이션 등급:전체 관람가줄거리:자연의 아름다움이 넘치던 아마존 마을 칸다모가 악마의 저주로 위험에 빠진다. 소녀 아인보는 아마존을 구하기 위해 정글의 수호자를 찾아 나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생명의 땅을 되돌릴 선택받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개봉작]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감독:박송열 출연:박송열·원향라 장르:드라마 등급:12세 이상 관람가줄거리:실직한 후 하루살이 인생을 살아가는 부부 영태와 정희. 정희의 모친 생일날이 다가오고, 저마다 선물을 준비해온 형제들과 달리 빈손으로 온 부부는 현타를 느끼고 급기야 서로의 탓을 하기 시작한다.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개봉작] 카사블랑카
감독:마이클 커티즈 출연:험프리 보가트·잉그리드 버그만 장르:드라마 등급:12세 이상 관람가줄거리:모로코의 항구 카사블랑카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릭에게 옛 애인 일자가 나타난다. 나치에게 쫓기던 그녀와 남편은 미국행 비자가 필요했고, 릭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두 사람의 탈출을 도와준다.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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