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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TK 상생의지 담긴 의성 화물터미널 설치는 마땅하다
대구경북신공항이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대구경북의 새로운 발전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밑그림이 하나둘씩 진행 중이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의성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됐던 화물전용 터미널의 무산 우려가 확산되면서 의성은 물론, 경북지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물류의 시대를 맞아 화물터미널 건설은 미래를 대비하는 일인 데다, 대구와 경북이 상생을 위해 합의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물류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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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준위法 21대 꼭 처리" 떠나는 윤재옥 마지막 호소 공감
그저께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마지막 일성'이 인상적이다. 그는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시급한 법안"이라면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특별법'을 지목했다. 국회 계류 중인 360건의 각종 법안과 안건 중 이 하나를 콕 집었다. 21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과연 가능할지가 의문이지만, 그의 퇴임 호소는 여야 모두 경청할 만하다.윤 원내대표는 "고준위법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국민이 2030년부터 치명적인 환경 위협을 받게 된다"고 했다. 고준위법은 원전 내 임시로 저장된..
[사설] 윤 대통령 기자회견, 숱한 이슈와 도전의 망각을 일깨워
윤석열 대통령의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나라를 진중하게 걱정하는 이들이 아니라도 회견 내용을 잠시라도 들여다보면 작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숱한 어젠다와 도전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눈치챌 수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들은 '부인 김건희 여사 및 채 상병 특검법'에서부터 의사 수 증원, 국민연금 개혁, 저출생과 미래세대, 민생물가, 반도체 전쟁,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거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정 현안에 걸쳐 있고, 그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 없을 정도다. 상당수 이슈는 어쩌면 총선이란 정치적 대결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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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선거판 피싱
보이스피싱 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린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560여억 원이나 됐다. 같은 해 1월(257억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발생 건수는 1천813건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올해 들어서도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선뜻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 보이스피싱이 출현한 지는 꽤 오래됐다. 웬만한 사람은 범죄 수법을 잘 알 법도 하다. 실제로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널린 게 보이스피싱 대처법이다. 또 경찰도 전담반을 꾸려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이 한 수 위인 듯하다.보이스피싱의 둔갑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목소리를 통한 사칭 사기만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요즘은 문자나 카카오톡을 이용한 스미싱 범죄가 더욱 활개를 친다. 카드 발급, 택배 배송, 교통위반 과태료 통지서 따위를 확인하라며 피해자를 낚는다. 가족이나 친구, 지인을 사칭한 청첩장, 부고장을 보내는 것도 주된 수법이다. 무심코 클릭했다간 개인정보가 털리고 범죄의 먹잇감이 된다. 이외에도 SNS를 통한 유명인 사칭 투자 사기, 로맨스 스캠 등 별의별 피싱 범죄가 난무한다. 선거판에선 표를 노린 거짓 공약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이번 총선에선 정도가 더 심하다. 피싱 사기와 크게 다를 게 없다. 당장 사람들의 돈을 털어가지는 않지만 사회에 미치는 해악은 결코 적지 않다. 유권자가 깨어 있는 수밖에 없다. 허황된 거짓말에 속아 주권을 사기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허석윤 논설위원
[월요칼럼] 51.7㎝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할까, 말까.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는데 이번 꽃은 정말 지지리도 못생겼다. 정치 후진국인 우리나라에서 그 꽃이 예뻐 보였던 기억도 없지만, 제22대 총선은 선거제도와 구도 자체에 심한 회의감까지 들게 만든다. 지역구 의원을 뽑는데 지역 현안은 겉돌고 존재감도 별로 없다. 천체물리에 등장해야 어색하지 않은 '위성'이 정당과 결합해 표를 달라고 떼를 쓴다. 법을 주무르는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으니 닥치고 따르라'는 겁박과 다름없다. 후보자의 능력과 포부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미래보다는 현재와 과거에 포위된 정치판은 수십 년째 견고하다. 자기 눈에 있는 대들보는 애써 감춘 채, 남 눈의 티끌만 찾아내서 갈라치기를 하는 정치가 그렇다.선거제도는 갈수록 난해하다. '정치공학' '선거공학'이란 신조어가 낯설지 않을 정도다. 비례 위성정당은 뭔가. 외형은 거대정당들이 유불리를 철저하고 치밀하게 따진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속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호위무사' 기능에 충실할 것 같은 인물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위성정당은 의원들을 빌려주는 윤리적 문제를 비롯, 거액의 국가 보조금과 그들만의 대표성 등으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가 크다. 역대 최장인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 51.7㎝가 유권자들의 착잡하고 못마땅한 심경을 상징하는 듯하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정당을 바라보는 시각도 귀태(鬼胎)와 구원(救援) 사이일 정도로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분열의 또 다른 기폭제가 될 조짐이 일고 있다.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총선은 지역과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할 의지와 자신이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자기 분수와 능력을 알고 체면이 있는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당연하지만 현실은 항상 이론을 비웃는다. 능력 있고 사람이 참하다 해도 절대 권력을 가진 지도자의 구미에 맞지 않거나 색깔이 일치하지 않으면 거의 꽝이다. 경상도에서는 흔히 쓰는 말이지만, 1992년 발생한 초원복국 사건을 계기로 지금껏 회자되는 레전드가 있다. '우리가 남이가.' 혈연·학연·지연을 아우르는 이 문구는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정치판 자체를 수렁으로 몰고 가는 데 일조했다. 굳이 분칠을 하자면 단합과 화합이고, 빨강 파랑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정치인들이 필요할 때마다 아주 유용하게 써먹는 카드이기도 하다.지난 5~6일 실시된 사전투표가 역대 총선 최고치를 찍은 가운데 본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들은 병역·입시 비리에 연루됐거나 지저분한 구설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병적으로 싫어한다. 소중하고 유의미한 집단지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정서도 팬덤정치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체면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다. '우리가 남이가'의 확장판이다. 재판 중이거나 심지어 수감 중인 정치인이 보란 듯이 복수·탄핵·혐오·학살 등 막말을 쏟아내며 지지를 호소하는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누가 보면 오랑캐와 왜구에 맞섰던 의병이고, 독립운동하다가 핍박받은 애국지사인 줄 착각하겠다. 예로부터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랬다. 망국적인 양극단의 정치가 득세하면서 나라 걱정은 중도층만 한다는 이야기가 확 와닿는다. 좋든 싫든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투표밖에 없다. 장준영 논설위원장준영 논설위원
[하재근의 시대공감] 눈물의 여왕, 또다시 K드라마 신드롬
그동안 부진했던 tvN 드라마가 이번에 대박을 쳤다. 바로 박지은 작가의 신작 '눈물의 여왕'이다. 1회 방영 후 계속 상승하더니 8회 만에 시청률 16.1%를 찍으며 20%선까지 넘보고 있다. 한국갤럽이 3월19일부터 21일까지 조사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방송영상 프로그램' 순위에서 방송 2주 만에 1위에 오르기도 했다.해외에서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지난 3일에 발표된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시리즈(비영어)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서비스 플릭스패트롤의 차트에선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인도, 그리스,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68개국에서 10위권에 진입했다. 또 다른 K드라마 열풍의 가능성이 엿보인다.박지은 작가와 김수현의 만남이다. 이 둘은 2013년 작 '별에서 온 그대'로 국제적 신드롬을 일으켰었다. 그 드라마로 인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치맥'이 공식 등재되기까지 했다. 옥스퍼드 사전 측은 치맥을 '맥주와 영어 단어에서 빌려온 튀긴 닭을 뜻하는 치킨의 합성어 … 프라이드 치킨과 맥주의 조합은 K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한국 밖에서 대중화됐다'고 설명했다.이 둘은 2015년 작 '프로듀사'로 다시 만났다. 이 작품은 드라마국이 아닌 예능국에서 제작한 시트콤 느낌의 드라마였는데도, 그해 KBS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 중 최고 히트작이 됐고 김수현은 연기대상까지 받았다.그렇게 성공가도를 달렸던 두 사람이 9년 만에 함께한 '눈물의 여왕'으로 또다시 국제 신드롬을 일으킬 분위기다. 이 작품에선 박지은 작가의 장기가 절묘하게 발휘됐다. 바로 관습을 적당히 뒤집는 감각이다. 기존 로맨스 드라마 장르의 관습을 뒤집기는 하는데, 모두 뒤집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선을 정확히 잡아 딱 적당하게만 뒤집는다.보통 로맨스 드라마에선 결혼이 끝이다. 주인공들이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하면 '사랑의 영원한 완성'으로 간주되며 이야기가 끝난다. 반면에 '눈물의 여왕'에선 결혼 3년 차 권태기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남주인공의 소원이 이혼이다. 이런 로맨스물은 지금까지 없었다.보통 남주인공이 재벌3세 백마 탄 왕자인데 이 드라마에선 여주인공이 재벌3세다. 백마의 대체물인 헬기를 타고 상대를 만나러 오는 것도, 키스를 먼저 하는 것도, 미래를 약속하며 '나만 믿으라'고 상대를 안심시키는 것도 여주인공의 몫이다. 남주인공은 데릴사위로 처월드 눈칫밥을 먹으며, 독박 제사음식 준비로 신세한탄을 한다.이런 전복적 설정에 대해 미국 타임지는 "'눈물의 여왕'은 우리가 K드라마에서 흔히 기대하는 것을 비틀고 신선하게 접근한 드라마"라고 썼다. 포브스도 "많은 K드라마들이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만, '눈물의 여왕'은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라고 썼다.그런데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모든 관습을 다 뒤집지는 않았다. 여주인공만을 사랑하는 뛰어난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지켜준다는 관습은 그대로 구현했다. 이래서 '딱 적당히만' 신선한 작품이 된 것이다. 적당히 신선한 설정을 만들어내는 게 박지은 작가의 장기이면서 K드라마의 성공비결이기도 하다. 타임지가 "'눈물의 여왕'은 익숙한 요소와 참신한 요소를 결합"했다고 썼는데, 그렇게 익숙하면서도 참신하게 느껴지도록 장르의 관습을 적절한 선까지만 비트는 감각을 계속 보여준다면 K드라마 신드롬의 수명이 더욱 연장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평론가하재근 문화평론가
[미디어 핫 토픽] '반추하는 아름다움'의 미학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국민 애송시로 유명한 나태주의 '풀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예술 작품을 오래 반추할 시간이 없다. 예민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바쁘고 날카롭다. 내 일상을 안온하게 지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지친다. 이런 상황에서 작품에 숨겨진 속뜻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사유하는 건 피로도만 높일 뿐이다.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은 '빠르게 더 빠르게'를 외친다. 이런 모습을 두고 인터넷 세상 속에서는 국제 전화의 한국 국가번호에 빗대어 '+82(빨리)의 민족'이라고 자조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릴스나 틱톡과 같은 짧은 형태의 영상 콘텐츠인 '쇼트폼'의 시대가 도래한 현대사회는 짧고 자극적인 것만을 찾게 한다. 길어야 10분 이내인 영상에 익숙해지고, 집중력도 함께 짧아진다. 또 도파민 분비를 폭발하게 하는 '고자극 콘텐츠'는 소비·감상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게 만든다. 결국 악순환의 반복이다.예술 작품의 속뜻과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은 결국 겉모습과 기술적인 부분만 보고 판단한다. 잭슨 폴록의 'No. 5'나 마르셀 뒤샹의 '샘'을 보고 "저 정도는 나도 하겠다. 예술 하기 쉽네"라는 말을 하는 것은 작품을 곱씹어 보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만 받아들인 결과일 것이다.통계청의 '문화예술 시설 수'와 '문화예술 및 스포츠 관람 횟수'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이 성행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로 시설 수는 '상향곡선', 관람 횟수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예술 작품의 접근성은 보다 좋아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미술관이나 공연장보다는 방 안에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더 선호하게 됐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자극적이고 단순한, 짧은 콘텐츠는 소비자로 하여금 '일차원적 쾌락'에 머물게 한다. 이러한 쾌락에 대한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지나치게 매몰되면 이성보다는 본능에 지배받는 삶을 살게 된다. 사유하고 성취하는 등 성취감과 사회적 인정에서 오는 고차원적인 수준의 쾌락은 더 깊고 지속적인 만족감을 제공한다.뇌는 새로운 생각을 할 때마다 새로운 뇌 신경 체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하기가 '습관화'돼 있지 않다면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숙한 인격체가 되기 위해서 '생각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주진오의 한국현재사]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지키려면
"어떤 사람들은 늘 '이미 지나간 일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고 미래를 봐야 한다'고, '독재시대 통치자의 시비와 공과는 역사에 맡겨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경제가 훨씬 더 중요한데 왜 과거청산을 해야 하느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과거청산은 정치투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물론 경제도 중요하지만 정의도 아주 중요합니다. 발전과 정의가 함께 존재하는 나라가 마땅히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과거청산은 투쟁이 아닌 화해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것도 정부가 단호히 지켜야 하는 원칙입니다. 과거청산은 국민 여러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온 국민이 과거를 당당하게 직면할 수 있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게 됩니다."위의 내용은 2017년 타이베이에서 열렸던 2·28 사건의 70주년 기념사에서 타이완의 차이잉원 총통이 했던 기념사의 일부인데요. 현장에서 연설을 직접 들으면서 타이완과 우리의 현실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 사회에도 경제를 내세우며 과거청산을 반대하고 독재자의 잘못을 은폐하고 오히려 찬양하는 논리도 있으니까요. 대륙에서 마오쩌둥에게 쫓겨 타이완으로 피신했던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 정부는 일당독재 정권을 오랫동안 유지했습니다. 수많은 타이완 주민을 학살했던 1947년의 2·28 사건 이후, 계엄령을 실시하여 정치적 움직임을 원천 봉쇄했어요. 국민당 정부에 반대하는 민주인사들은 멀리 뤼다오라는 섬으로 보내어 인권을 유린했습니다. 1979년 타이완의 민주화 운동가들이 '메이리다오(美麗島)'라는 잡지사를 만들었어요. 그들은 처음으로 계엄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나 무력으로 진압당하고, 관련자들이 군사재판을 받고 투옥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관련자들과 그들의 변호인들이 대만 민주화 세력의 구심점이 되었고 이들이 1986년 민진당을 창당했어요. 1987년 마침내 계엄령이 해제되었고 총통 직선제가 도입되었습니다. 2000년에 치러진 선거에서 민진당의 천수이볜이 당선되어 처음으로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게 되었어요. 이후 다시 국민당으로 정권이 넘어갔다가 2016년부터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다시 집권하고 재선에 성공하여 이번 5월로 8년 동안의 모든 임기를 마치게 됩니다. 우리는 단교하기 전까지 중국을 중공이라 부르는 대신 타이완을 자유중국이라고 불렀지요. 그러나 그 시절 자유중국에 자유는 없었고 사실은 일당독재 국가였습니다. 과거 우리의 독재자들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외쳤지요. 하지만 그들의 자유는 종신독재로 귀결되었고, 반공을 내세워 자유와 민주주의를 압살했던 것입니다. 흔히 영남을 보수적인 지역이라고 하는데요. 보수란 전통과 원칙을 중시하고 도덕과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나라를 위해 책임 있게 행동하는 집단을 일컫는 것입니다. 영남의 선비들이 의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 부당한 권력에 맞섰으며, 국권을 빼앗은 일본에 대해 자결과 의병으로 맞섰던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수의 면모라고 할 수 있지요. 권력에 굴종하거나 부정부패와 독재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은 사실 보수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영남은 가장 많은 항일지사를 배출했고, 독재를 무너뜨린 4·19 혁명의 도화선이었던 2·28 민주운동의 고장입니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보수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기념관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러한 자세를 이어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
[이재윤 칼럼] 투표율 50·70%가 만드는 전혀 다른 세상
#'D-30 다섯 장면'의 결말=4주 전 'D-30 다섯 장면'이란 글에서 투표일 30일 전 주목할 다섯 장면을 소개했다. 결말은 이렇다. 당시 민주당 공천 잡음에 힘 잃은 '정권 심판론'(1장면)은 완벽히 부활했다. 스스로 걸어 나와 정권 심판론에 불붙인 건 대통령이다. 이종섭·황상무 악재에도 마이웨이를 고집한 게 역전의 빌미를 줬다. 사퇴로 봉합을 시도했지만 제궤의혈(堤潰蟻穴), 개미굴이 둑을 무너뜨린 뒤였다. '민주당 분열'(2장면)이 대형 악재가 되리란 예상은 진보의 기우로 끝났다. 이낙연도, 조응천·김영주도 위협적 존재가 되지 못했다. '조국 신당'(3장면)은 최대 돌발 변수가 됐다. 윤석열도 이재명도 싫어 망설이던 유권자들이 목을 적실 시원한 우물이 돼 부동층을 가두고 있다. 피의자 조국의 부활은 양가적(兩價的)이지만, 그가 지지율을 다 까먹던 민주당에 기사회생의 일등 공신이 된 건 전적으로 '세렌디피티(serendipity·뜻밖의 행운)'의 요행이다. '조국 현상'은 조국의 공(功)이기보다 윤 정부에 대한 응축된 실망과 분노의 결과다.한때 국정 지지율 도약의 제1 지렛대였던 '의대 증원'(4장면)은 '의·정 갈등'으로 프레임 전환돼 여당에 부메랑 되어 돌아왔다. 대통령의 느닷없는 대국민 담화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보수 일각에서 '존재하는지조차 애매한 중도층'(5장면)이라 폄훼한 건 완전 오판이다. 여론조사에서 4%포인트 내 접전지가 전국 16곳(조선일보), 박빙 경합지가 49(민주당)~55곳(국민의힘)이나 된다. 4년 전에도 5% 내 승패가 난 게 40곳, 10% 내로 넓히면 79곳이었다. 야당에 경도된 중도층의 존재를 부인하고 싶겠지만, 살얼음판의 캐스팅보터는 늘 그들이었다.#D-5 마지막 변수=모든 변수가 소진된 지금, 남은 건 '투표율'이다. '반드시 투표'(77.7%), '가급적 투표'(17.3%·미디어토마토·4월2일 발표)를 합쳐 무려 95%가 투표 의향을 가졌다는 건 현실적이진 않다. 다만 그 열기만큼은 심상찮다. 가장 높았던 21대 투표율(66.2%)은 깨질까. 오늘, 내일의 사전투표율이 30%(21대 26.7%)를 넘기면 70% 초반도 넘볼 수 있다고 한다. '샤이 보수'가 많은 건 위기에 처한 보수의 기회 요인이다. '간절함'이 승패를 가른다.민주당이 승리한 2004년(투표율 60.6%·152석), 2016년(58.0%·123석), 2020년(66.2%·180석) 모두 60% 안팎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보수 정당이 이긴 2008년(46.1%·153석), 2012년(54.2%·152석)은 50% 안팎에 머물렀다. 민주당은 매직넘버를 '65%'로 잡았다. '투표율이 63∼65% 나오면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고, 53% 안팎에 그치면 여당 의석이 늘어날 것'(이강윤 전 KSOI 소장)이라 한다. '투표율 68% 넘으면 여당 100석 아래로 떨어진다'(김준일 시사평론가)는 근거가 궁금한 논평도 등장한다. 반론이 만만찮다. 마음 못 정한 유보층 비율의 경우 교차투표에 익숙한 2030이 다른 연령층보다 2~5배 많다. 여당이 만회할 유일한 변수는 '60대 이상의 아주 높은 투표율이다.'(김진·보수 패널) 2030 유권자를 합친 것보다 60대 이상 유권자 수가 더 많아진 첫 선거. 단순 투표율보다 세대별 투표율에 더 주목할 이유다.논설위원논설위원
[자유성] 식목일의 재해석
오늘(5일)은 제79회 식목일. 올해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나무 심지 않는 식목일을 보낸다. 지구 온난화로 식목일에 나무 심기에는 기온이 너무 높아, 대구를 비롯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미 3월에 나무 심는 행사를 가졌다. '식목일을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복되는 질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1946년 제정된 식목일은 일제 침탈로 황폐화된 우리나라 산림을 다시 가꾸려는 목적이 분명했다. 게다가 4월5일은 조선 시대 성종이 직접 논을 경작한 날이어서 역사적 의미도 있다. 날씨 또한 1946년 4월 초는 묘목 심기에 적합했다. 그래서 2006년 기념일로 변경되기 전까지는 공휴일로 지정돼, 나무 심기가 전 국민적인 행사로 치러졌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4월5일은 더 이상 나무 심기에 적합하지 않은 날이 됐다. 2~3월이 묘목 시장의 성수기가 된 지 오래다. 자연스럽게 식목일을 변경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UN이 정한 '세계 산림의 날'인 3월21일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3월21일을 '온난화 식목일'로 지정해 행사를 갖는 환경단체도 있다. 식목일을 3월21일로 변경하자는 산림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으나, 법안 소위에 상정되지는 못했다.식목일 변경만큼 의미 있는 주장은 식목일의 의미를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다.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려는 식목일의 당초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 나무는 탄소를 줄여 지구 온도를 낮추는 기능을 한다. 탄소 중립 실현과 지구 온난화 방지에 중요한 방책이 나무 심기다. 식목일은 나무심기로 기후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김진욱 논설위원
[사설] 오늘부터 총선 사전 투표…유권자가 낡은 정치 심판해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오늘(5일)부터 내일까지 이틀간 실시된다. 투표소는 대구(150곳)·경북(323곳)을 비롯해 전국 읍·면·동마다 1곳씩 마련돼 있다. 유권자는 전국 어디든 투표하기 편한 곳에 들러 한 표를 행사하면 된다. 사전투표제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됐다. 당시 11.5%이던 사전 투표율은 4년 전인 21대 총선에서 26.69%, 2년 전 대선에선 36.9%까지 치솟았다. 사전투표가 선거의 결정적 변수가 될 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다. 적극적 지지층이 몰릴 것으로 보이는 사전투표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공산이 크다.2024년 총선의 전반적 수준을 평가하자면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국가와 지역 미래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고 상대 흠집내기와 포퓰리즘 공약만 난무하고 있다. 또 정의를 부르짖는 범죄 피의자를 비롯해 막말과 부동산 투기로 국민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부도덕한 후보들도 적지 않다. 이는 정치 혐오와 선거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은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길 것으로 점쳐진다.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여야의 사활 건 싸움에 지지층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결집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실시된 재외국민투표에서도 역대 최고의 투표율(62.8%·등록유권자 대비)을 기록했다.여야는 서로를 심판하겠다지만 진짜 심판해야 하는 건 구닥다리 불량 정치다. 4년마다 실시되는 총선이 가장 좋은 기회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책무이기도 하다. 유권자도 3류 정치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바른 주권행사가 없으면 낡은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
[사설] 대구신공항 이전 성공하려면, 국제노선 축적이 병행돼야
군위·의성에 입지할 대구경북신공항을 향한 절차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이어 K2기지 이전 및 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을 전담할 특수목적법인(SPC) 설립도 가시화되고 있다. 신공항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하드웨어 작업도 중요하지만, 공항의 소프트웨어인 노선 확보 또한 핵심 과제이다.현 대구국제공항은 코로나 팬데믹 직전까지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100만명대에 머물던 연간 공항이용객은 2019년 467만명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지역 중추공항 수준에 근접했다. 반면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국제노선이 폐쇄되면서 위기에 휩싸였다. 지난해 329만명으로 회복됐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 사이 경쟁공항이라 할 부산 김해공항은 지난해 이용객이 1천300만명을 돌파했고, 충청권 청주공항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국제노선 경쟁에서 대구국제공항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확정한 올 하계시즌(3월31일~10월26일) 국제선 정기편에서도 대구공항은 일본 태국 타이베이 등 고작 6개국, 9개 노선에 불과하다. 노선은 지난 동계시즌보다 오히려 2개 줄었고, 전체 편수도 주 182편(왕복)에서 171편으로 축소됐다. 코로나 이후 노선 회복률도 42%로 전국 평균 98%에 비해 크게 열세다.세계 각국의 국제공항은 노선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활주로와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노선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대구국제공항은 최대한 국제노선을 많이 축적한 상황에서 신공항으로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 한번 확보된 노선은 하늘길이 되고 이용객들의 통행 습관으로 정착된다. 국제공항은 다양한 루트와 시간대, 정시성이 생명이다. 이 점을 대구시도 유념하길 바란다.
[사설] 사이버 도박에 빠진 청소년, 원천 차단할 안전장치 절실
청소년들이 불법 사이버 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이버 도박은 청소년에게 마약·음주 못지않게 심신에 큰 해를 끼친다. 대구경찰청은 청소년 대상 불법 사이버 도박을 집중 단속해 모두 111명을 검거, 3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구속된 피의자 가운데 도박사이트 총판 역할과 도박 수익금 전달에 관여한 청소년(1명)도 있었다니 망연자실케 한다. 청소년들이 사이버 도박에 빠져 있는 현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안타깝고 위험천만하다.청소년이 사이버 도박에 빠지는 경로는 대개 친구와 인터넷 광고다. 성인에 비해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단순한 호기심에 관련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자제력을 잃고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도박 중독의 부작용은 실로 크다. 학업에 지장을 주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청소년기 인성을 제대로 함양할 수 없다. 나아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 등 다른 범죄의 길로 빠질 수도 있다. 심지어 디지털 성범죄·보이스피싱·마약 등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그 폐해는 걷잡을 수 없다.청소년 사이버 도박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허물 수 있는 행위다. 가정·학교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서 뿌리 뽑아야 한다. 때마침 대구경찰은 대구시교육청과 함께 청소년 사이버 도박 근절을 위해 가정통신문·홍보영상물 배포 등에 나섰다. 부모와 교사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보다 효과적이고 강력한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사이버 도박에 원천적으로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책은 아무리 강화해도 지나침이 없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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