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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TK 상생의지 담긴 의성 화물터미널 설치는 마땅하다
대구경북신공항이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대구경북의 새로운 발전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밑그림이 하나둘씩 진행 중이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의성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됐던 화물전용 터미널의 무산 우려가 확산되면서 의성은 물론, 경북지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물류의 시대를 맞아 화물터미널 건설은 미래를 대비하는 일인 데다, 대구와 경북이 상생을 위해 합의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물류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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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준위法 21대 꼭 처리" 떠나는 윤재옥 마지막 호소 공감
그저께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마지막 일성'이 인상적이다. 그는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시급한 법안"이라면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특별법'을 지목했다. 국회 계류 중인 360건의 각종 법안과 안건 중 이 하나를 콕 집었다. 21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과연 가능할지가 의문이지만, 그의 퇴임 호소는 여야 모두 경청할 만하다.윤 원내대표는 "고준위법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국민이 2030년부터 치명적인 환경 위협을 받게 된다"고 했다. 고준위법은 원전 내 임시로 저장된..
[사설] 윤 대통령 기자회견, 숱한 이슈와 도전의 망각을 일깨워
윤석열 대통령의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나라를 진중하게 걱정하는 이들이 아니라도 회견 내용을 잠시라도 들여다보면 작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숱한 어젠다와 도전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눈치챌 수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들은 '부인 김건희 여사 및 채 상병 특검법'에서부터 의사 수 증원, 국민연금 개혁, 저출생과 미래세대, 민생물가, 반도체 전쟁,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거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정 현안에 걸쳐 있고, 그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 없을 정도다. 상당수 이슈는 어쩌면 총선이란 정치적 대결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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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혁신의 새 지평을 여는 국산 의료용 로봇
의료용 로봇. 일반 시민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이미 한국 의료계에선 자리 잡았다. 장점은 정밀한 수술과 작은 절개 및 회복 기간 단축, 의료진 노동 감소, 환자 안전성 향상 등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높은 비용과 기술적 제약, 학습 곡선, 의존성, 접근성 제한 등이 존재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경험에 따라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중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이 개발 중인 의료용 로봇은 대다수 재활·요양용이다. 수술용 로봇과 비교해 시장 규모가 작다. 수술용 로봇이 의료 현장에 쓰이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시장이 개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품이 있다. 바로 미국 의료기기 기업인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의료용 로봇 '다빈치'다. 그동안 수술용 로봇 시장은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독무대였다. 이 회사의 '다빈치' 로봇은 수술용 로봇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능한 의료진과 첨단 의료 설비를 갖춘 병원들이 앞다퉈 다빈치 로봇 수술 실적을 자신의 의료 수준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여길 정도로 다빈치 지명도가 높다. 다빈치 로봇을 처음으로 개발한 미국의 대표적인 비영리 연구개발기관인 'SRI인터내셔널'은 미국 국립보건원으로부터 모금 받았고,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은 전쟁터에서 다친 군인 치료에 대한 수술용 로봇의 필요성을 인정해 로봇 개발을 적극 후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발된 다빈치 로봇은 세계적으로 수천 대가량이 보급됐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유수 병원들이 거액에도 다빈치 로봇을 구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만큼 로봇 수술의 유용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산업용 로봇 사용률 1위인 한국 입장에선 자존심이 조금 구겨지는 대목이다.2주 전 구병원은 국산 1호 복강경 수술용 협동 로봇을 활용한 '담낭 절제술'을 성공했다. 당시 수술실에서 지켜본 이 로봇은 다빈치 모델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어 보였다. 오히려 기능이 더 좋아 보였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협동 로봇에 내시경 카메라를 탑재한 복강경 수술 보조 솔루션이 수술 현장에 직접 투입된 것은 처음일 정도로 의료계에선 이목이 쏠렸다. 대당 가격도 8천만~1억원 사이로, 보통 수십억 원에 달하는 다빈치 모델에 비해 많이 저렴하다. 앞으로 대장암 등 고난도 수술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새로운 의료 로봇 기술과 글로벌 가격 경쟁은 국내 수술용 로봇 업체들이 돌파해야만 하는 중요한 관문이다. 오랜 시간과 자본을 투입해 개발한 국산 수술용 로봇이 세계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개발 업체만의 힘만 가지고는 힘들 수 있다. 게다가 이웃 중국도 수술용 로봇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성장 엔진 부재로 다소 혼란스러운 한국이 의료용 로봇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 분야는 제도적인 규제가 많은 분야인 만큼 그 어떤 분야보다도 정부와 공공기관 후원이 절실하다. 각별한 관심만 가진다면, 분명 국내 의료기술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 개발된 혁신적인 의료 로봇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적으로 주도할 수 있단 의미다. 국내 의료 산업 성장과 함께 한국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 기술 발전은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이제 의료용 로봇 강국을 꿈꿔 보자. 강승규 사회부 차장강승규 사회부 차장
[사설] KTX승객 2억명 돌파 동대구역…'교통 허브' 위상 굳혔다
동대구역을 이용한 KTX승객 누계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억3천만명을 넘었다. 서울역에 이어 전국 2위다. 부산역보다 60만명 정도가 많은 수준이다. 2004년 KTX가 승객을 태우고 동대구역을 처음 출발한 지 20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운행횟수는 하루 88회에서 172회로 100% 가까이 늘었고 이용객 역시 2만3천여 명에서 3만5천여 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6년 철도를 비롯, 고속버스·시외버스·지하철까지 아우르는 동대구복합환승센터와 대구 신세계백화점 결합 이후에는 새로운 랜드마크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1966년 역사 착공에 이어, 69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동대구역의 성장은 대구 발전과 궤를 같이했다. 78년 역 광장 육교 가설은 동대구역의 외관과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대구 관문을 화려하고 돋보이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전혀 낯설지 않은 신세계백화점은 동대구역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하루 평균 수십만 명에 이르는 환승센터 일대 유동인구의 힘은 대구를 대표하는 교통·유통·문화의 거점으로 우뚝 서게 했다.동대구역의 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올 연말쯤으로 예정된 구미~경산 대구권 광역철도 개통으로 명실상부한 광역교통 허브가 된다. 이와 함께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동해선 포항~삼척 단선 전철과 중앙선 도담~영천 복선 전철이 본격 운영되면 또 하나의 날개를 달게 된다. 향후 예상 소요시간은 삼척까지 55분, 단양까지 54분이다. 경북권·강원권·충청권으로의 이동과 여행 및 교류가 한결 수월해진다는 의미다. 동대구역의 활기와 발전은 활력이 절실한 대구에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사설] 울릉도가 경제와 환경의 섬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울릉도를 '동양의 하와이' '제2의 싱가포르'로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울릉 글로벌 그린 아일랜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추진된다. 경북도와 울릉군 그리고 한동대, 싱가포르 난양공대 변환경제연구센터, 캐나다 하이드라 에너지 등 11개 국내외 기관단체가 25일 이와 관련한 협약을 맺었다. 이들 기관단체는 울릉도에서 교육기반 구축, 친환경 사업 착수 등 각자 역할을 수행해 울릉도를 '경제 섬' '친환경 섬' '관광 섬'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번 울릉 프로젝트는 이전과 달리 가시적인 결과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작년 말에 국회를 통과한 '울릉도·흑산도 등 국토 외곽 먼 섬 지원 특별법' 으로 울릉도 발전 계획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별법은 올해 1월16일 공포돼 내년 1월17일 시행된다. 시행 전에 울릉군 종합발전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경북도는 올해 말까지 울릉군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행정안전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내년 예산에 울릉도 프로젝트 예산이 포함되려면 상반기 중으로 개략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종합발전계획을 세울 때는 흑산도 등 다른 섬도 특별법의 지원 대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른 섬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릉군민의 의견 수렴을 빠트려서는 안 된다. 특별법에 울릉군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빠진 것에 대한 불만이 있는 만큼 군민들의 의견이 최대한 많이 담긴 계획안을 만들어야 한다. 특별법은 5년마다 울릉도의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울릉도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
[사설] 줄 잇는 中企 파산 신청…숨통 틔워줄 처방 급하다
대출이라는 '산소호흡기'로 힘겹게 연명해 온 대구지역 중소기업의 파산 신청이 끝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 원자잿값 상승,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해서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2월 대구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은 모두 2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4% 늘었다. 2021년(53건)·2022년(50건)에 이어 지난해엔 무려 205건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 때 어려움을 겪은 중소기업들이 팬데믹 이후에도 회복은커녕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이다. 향후 경기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아 파산 신청이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같은 이유로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월 대구지역 폐업 관련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은 모두 1천8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3% 늘었다. 노란우산 공제는 자영업자가 보험료처럼 매월 일정 금액을 낸 뒤 폐업 등 이유로 생계가 어려울 때 목돈으로 돌려받는 제도다. 근데 끝 모를 불황 속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공제 가입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중도 해약도 급증하고 있다. 여간 딱한 일이 아니다.정부는 한계에 다다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워줄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금융·세금 부담 경감과 불합리한 영업 규제 개선은 물론 맞춤형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까지, 가용한 모든 지원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과거 후보 시절 '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리기'를 대표 공약으로 제시하지 않았나. 정치권도 총선을 핑계로 이들의 곤경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강준만의 易地思之] '제왕적 정당 대표'의 귀환인가
왜 양심적이고 정의롭고 균형 감각을 갖춘 사람이 정치에 입문한 뒤 금배지만 달고 나면 극단적 언행에 앞장서거나 강성 지지층의 극단적 행태에 침묵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이 질문에 대해 경향신문이 지난 2월2일 특집기사를 통해 전 의원 A의 입을 빌려 답을 내놓았다. A는 "특히 선거가 다가올수록 의원이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소위 말하는 강성 당원들에게 찍히면 경선에서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렇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자신을 지지하는 강성 팬덤 당원들을 많이 거느린 정치 지도자는 정당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어찌 저런 일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어떤가? 최근 민주당에서 벌어진 공천 파동의 대표적 사건인 '박용진 탄압'을 음미하면서 생각해보기로 하자.2월20일 민주당 의원 박용진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어제 민주당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에 포함되었음을 통보받았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고 오늘 민주당이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박용진뿐만이 아니었다. '비명횡사·친명횡재 공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공천의 기준은 오직 이재명에 대한 충성도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이와 관련, 이재명은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은 "문제는 하필 '비명의 가죽'만 집중적으로 벗기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 가죽으로 찐명의 가죽잠바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어떤 변화가 있었길래 그런 일이 가능했단 말인가?과거엔 각 의원실이 제출한 활동 자료와 동료 의원의 다면평가, 지역구 여론조사를 기계적으로 합산했지만, 이재명의 '시스템 공천'은 평가위원의 '정성평가' 항목을 22%로 늘렸으며, '하위 평가자'는 경선 득표수의 최대 30%까지 감산하도록 해 불이익을 강화했다. 과거엔 '하위 명단'에 비주류만 일방적으로 포함된 적이 없었다. 정량평가로 하면 특정 그룹에만 페널티를 주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성평가 항목의 평가 근거는 비밀이었다. 박용진은 재심신청서에서 다면평가·정성평가 기준을 명확히 밝혀 달라고 요구했지만, 당 공관위는 회의도 열지 않은 채 기각했다. 이재명에겐 또 하나의 '시스템'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막강한 팬덤 권리당원이다. 그는 '팬덤정치의 달인'이 아닌가. 이재명 팬덤은 대거 권리당원으로 참여해 민주당 여론을 장악했고, 이재명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 이들은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 번호를 미리 공유하고 "수박을 박살 내자"고 서로 독려했다. 이게 바로 각 지역구에서 '비명 현역'과 '친명 원외'가 맞붙을 때마다 ARS 여론조사 응답률이 치솟은 이유다.(중앙일보 3월13일자)민주당 후보 경선은 권리당원 50%, 여론조사 50%를 반영한다. 박용진은 정봉주와 맞붙은 경선에서 둘 다 정봉주를 이겼지만 자신에게 적용된 30% 감산으로 인해 패하고 말았다. 정봉주가 '막말'로 후보직을 사퇴했지만, 후보직은 박용진에게 승계되지 않았다. 박용진의 이전 경선 성적에 비추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민주당 지도부는 박용진의 30% 감산 페널티를 계속 고수하면서 두 가지 꼼수를 추가했다. 서울 강북을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음에도 정치 신인과 여성 후보자로서 25%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후보(조수진)를 내세웠고, 강북을 권리당원의 비중을 30%로 하면서 전국 권리당원의 비중을 70%로 한 '당원 100%' 온라인 투표'로 룰을 바꾼 것이다.드라마나 코미디에 등장하더라도 '막장'이라고 욕먹을 해괴한 방식이었지만, 박용진은 '바보'가 되겠다며 이 경선마저 수용했다. 물론 조수진이 이겼지만, 그마저 성폭력 '2차 가해'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퇴했다. 이젠 시간적 여유도 없어 박용진에게 공천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이재명의 선택은 친명 대변인 한민수였다.한겨레는 '공천 참사'라고 했고, 동아일보는 "이쯤이면 '폭력'"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공천 참사'의 사례들은 무수히 많았다. 이재명 부부,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등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 5명이 민주당 우세 지역에 줄줄이 공천된 건 어떤가. 민주당 사람들은 그 부당성에 대해 침묵하면서 모두 이재명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3김 시대 '제왕적 정당 대표'의 귀환인가? '총재' 또는 '당수'로 불렸던 3김은 오랜 세월에 걸쳐 경륜과 카리스마를 갖춘 정당 창업자였다. 반면 이재명은 늘 민주당의 변방에 머물던 아웃사이더였지만 팬덤의 힘으로 채 10년도 안 된 짧은 기간에 민주당을 장악한 기적의 사나이다. 자신의 서러움과 원한을 풀고 남을 정도로 복수는 화끈했다. 지지자들은 이런 인간 승리 서사에 더욱 열광한다.과거에도 열성 지지자들은 있었지만, 지도자가 직접 개입해 그들을 조직하면서 직접적인 소통을 한 적은 없었다. 여기에 더하여 디지털혁명 시대의 '정치군수업자들'을 적극적인 관리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언론으로 이용한 사람도 없었다. 자신의 존재를 전국적으로 알린 "박근혜의 무덤을 파서 박정희의 유해 곁으로 보내주자"는 2016년의 과격 발언이 시사하듯이, 이재명만큼 대중의 피를 끓게 만드는 증오·혐오를 선동한 지도자도 없었다.이재명은 그런 새로운 유형의 정치를 선보여 성공시킨 천재일 수 있지만, 그가 이룬 모든 걸 역사적 진보라고 할 수 있을까? 역사적 퇴행은 아닌가? "이쯤이면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반민주적 정치행태에 대한 대중의 묵인 그리고 열혈 지지자들의 종교적인 추종은 증오·혐오의 선동에 의존하고 있잖은가. 그럼에도 이 모든 걸 만든 장본인은 그간 증오·혐오의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해 온 대통령 윤석열이다. 그가 대통령이 된 8할의 책임이 문재인 정권에 있듯이, 그는 현재의 이재명을 만드는 데에 8할의 기여를 했다. 이재명은 또 누구를 위한 8할의 기여를 할 것인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자해(自害) 악순환이 안타깝다. 전북대 명예교수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3040칼럼] 오타니의 슬럼프
'9천억 사나이'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15일 한국을 방문했다. 메이저리그 최초 한 시즌 10승 40홈런 기록, 만장일치 MVP, 일본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 세계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 계약까지. 강속구 투수이면서 동시에 홈런 타자인 오타니는 잘생긴 외모와 성실한 인성까지 갖추고 있어 유니콘, 만찢남 등 별명을 갖고 있다. MLB 서울 시리즈로 오타니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그는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이런 오타니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고 깊은 바닥을 헤맨 적이 있다고 한다. 오타니는 2018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는데 팔꿈치와 무릎 수술로 2년 넘게 침체기를 보냈다. 2018년 빅리그 데뷔 후 첫 시즌 10경기에 등판한 뒤 팔꿈치에 이상을 느꼈고 결국 수술대에 오르며 2019년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20년 마운드에 복귀했지만 일본 프로 무대에서 보여주었던 슈퍼스타로서의 기량은 볼 수 없었다. 팔꿈치 부상으로 투수 등판을 포기한 데 이어 옆구리 부상까지 입어 2021년 완전히 시즌 아웃 했다. 오타니의 로커룸이 깨끗이 비워져 있어 그가 시즌 아웃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난 후였다. 오타니는 "나는 의구심을 품은 수많은 사람들을 늘 상대해 왔다. 그 압박감이 나를 삼키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투수와 타자 겸업에 대해 사람들은 의구심을 가졌고 일본에서 프로 데뷔 당시 조금만 삐끗하면 "역시 무리"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그는 침체기 동안 휴식, 운동, 수면 관리, 식습관 관리, 데이터를 통한 피로도 측정, 과학적 분석을 통한 동작 교정 등 조용하지만 단단한 시간을 보냈다. 재활에 성공하고 선수 생활을 재기할 수 있을까 어제는 용기가 났는데 오늘은 불안한 날들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오타니 옆에 그를 믿고 격려해 주는 감독과 가족, 친구들이 있었다.운동선수의 부상처럼 우리 인생의 위기나 어려움은 다양한 모양으로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가족과의 이별, 사업 위기, 취업 시험 낙방, 예상치 못했던 퇴직, 갑작스러운 질병 등. 그러한 때에는 그 시기에 맞는 새로운 루틴과 훈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이라고 느껴질 때,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극복의 첫 출발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인데' '나는 큰딸인데' '남들은 이보다 더한 일도 이겨내는데' '빨리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 깊은 생채기를 내지 않기를 바란다. 마음껏 주저앉아 있기를, 무기력하게 쓰러져 있기를, 지금의 상황을 정면으로 직시하여 받아들이고 또 소화하기를. 그러고 나면 엉킨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통째로 잘라내고 새로운 실을 뽑아야 할지 자연스럽게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수술받은 환자가 처음에는 수액으로 영양 공급을 받다가 어느새 죽 먹고 밥 먹고 일어나 회복하듯, 때가 되면 새롭게 다져진 단단한 길을 걷고 있을 자신을 믿어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그 상황을 당장 벗어나려고 허둥지둥 발버둥치다 탈진하게 되면 회복은 더뎌진다.어제는 용기가 났는데 오늘은 불안한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아본다. 세상 풍파와 인생의 위기, 슬럼프를 먼저 경험한 선배들의 발자국을 내가 총총 뒤따라가고 있는 중인 것도 같다. 부상과 슬럼프를 극복하고 세계 최정상의 야구 스타가 된 오타니 쇼헤이처럼 우리 또한 각자 인생의 MVP가 되기를 염원한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사설] 글로컬 대학 선정 시동…대구권 지난해 전면 탈락 치욕 씻나
교육부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 2기 공모 접수가 지난주 마감된 가운데 대구 7·경북 12개 대학이 신청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프로젝트는 비수도권 대학의 혁신 역량을 평가해 선정한 학교에 5년간 1천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교육부는 다음 달 예비지정 결과를, 7월 본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전면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절치부심해 온 대구권 대학들의 재도전 결과가 어떻게 날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올해부턴 대학 공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합 모델' 신청이 가능해졌다. 경북에선 영남대·금오공대, 경일대·대구가톨릭대가 연합 신청을 했다. 문경대·호산대 등 4개 전문대도 연합 모델로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 안동대·경북도립대, 부산대·부산교대 등이 아예 학교 통합을 앞세워 선정된 학습효과의 영향이리라. 반면 대구에선 연합 신청이 전무하다. 계명대·계명문화대만이 통합 신청을 한 가운데 나머지 5곳 모두 단독 신청이다. 이 같은 점이 향후 심사에서 어떻게 평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느 대학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경북대다. 지난해 예비지정조차 받지 못해 거점 국립대로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타 대학과의 통합 논의가 불발된 데다 총장 '비례대표' 파동을 겪고 있는 점은 적잖은 불안 요소다. 온전히 대학의 연구 역량만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처지다. 글로컬 대학을 신청한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은 각자 나름의 혁신 전략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신청은 내용의 임팩트와 진정성을 어필하고, 연합 및 통합은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구체적으로 설파해야 할 것이다. 올핸 이 지역의 많은 대학이 선정의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사설] TK 발전 공약 실종된 총선…국힘의 '집토끼' 홀대 언제까지
대구경북(TK)은 지난 수십 년간 한결같은 보수의 텃밭이었다. 매번 선거 때마다 보수 정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왔다. 이 같은 흐름은 제 22대 총선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게 TK는 가장 든든한 '집토끼'인 셈이다. 하지만 과거 선거에서 그랬듯이 이번 총선에서도 TK의 미래 발전을 담보할 뚜렷한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과 부산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푸짐한 선물 보따리를 푸는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총선에서 TK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탓이다.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TK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지역 발전에는 무관심한 듯하다. 제대로 된 미래 먹거리 비전과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국민의힘 TK 핵심 공약은 대부분 도로, 철도 등 SOC 건설로 채워져 있다. 대구의 1번 공약인 '신남부 광역경제권 구축'만 하더라도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달빛철도 특별법을 단순히 소개하고 있다. 그나마 IBK기업은행 본점 대구 유치 공약이 눈에 띄는 정도다. 경북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1번 공약인 신공항 교통망 활성화는 이미 경북도에서 추진 중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TK 공약이 기존에 거론됐거나 추진 중인 사업을 짜깁기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존 정책들을 재탕하는 건 TK지역 야당도 마찬가지다.여당이 선거 때조차도 TK가 필요로 하는 정책 어젠다를 도외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 이상 국민의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가 되레 홀대받는 이유가 돼선 안 된다. 지역의 민생 정책 개발에 뒷짐 져온 지역 정치권도 각성해야 한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대구경북 지자체들도 숙원 사업이 공약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사설] 醫·政, 대화 하나 안 하나…지방 목소리를 경청하라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시한이 오늘이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하라"고 한 그저께만 해도 기대감이 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전국의대교수협 관계자들을 만난 뒤 '유연 처리'를 건의한 것을 수용하는 모양새도 갖췄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정부와의 대화는 필요하지 않다"며 다시 문을 닫았다. 전의교협과 전국의대교수 비대위도 어제 '교수 사직'과 '진료 시간 축소'를 강행했다. "입학 정원과 배정은 논의 대상도 아니며, (한 위원장과) 대화하지도 않았다"는 전의교협의 주장은 혼란만 키웠다. 손 내민 정부가 먼저 진정성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대화하겠다며 이에 걸맞은 상황 관리를 못 한 건 전적으로 정부 탓이다. 선거용 '대화 국면' 전환은 상대를 더 화나게 할 뿐이다.의정 갈등만 부각되니 의대 증원 마스터플랜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미비하다. 그중 하나가 '지역의료'다. 정부의 제안은 '계약형 필수 의사제'다. '의무 근무' 조건이 빠졌다. '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는 의대 증원의 효과가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당연히 '지역 의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매년 지역 정원제로 정원을 늘리는 일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80개 의대 중 71개 대학이 지역 정원제를 채택한다. 이 전형으로 입학하면 최소 6년에서 9년 이상 지역 의료기관에 의무 종사해야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의대 증원 발표 직후 대구·경북 5대 대학에 '의과대학 지역인재 전형 선발 비율'을 정원의 80% 이상으로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늬만 지역 의대'로 만들어선 안 된다.
[자유성] 계란 투척
이란투석(以卵投石).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라는 뜻이다. 약자가 강자에 맞서는 행위를 은유하는 사자성어다. 실현 불가능한 일을 일컬을 때도 쓴다. 약자와 강자 사이 말고도 반대와 불만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정치인·스포츠 스타 등 셀럽을 향해서도 계란 투척이 벌어진다. 김영삼 대통령은 퇴임 후 공항에서 한 시민이 던진 빨간색 페인트 계란에 정통으로 맞았다. IMF 환란을 자초했다는 이유에서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국농민대회에서 갑자기 날아든 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한 남성으로부터 "BBK 사건 전모를 밝히라"는 소리를 들으며 계란을 맞았다. 비운의 정치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후보 시절 계란 봉변을 피하지 못했다. 전례에 비춰 정치인에게 '계란 세례'는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동정 여론 확산과 지지층 결집 등 반등의 계기가 될 수도 있어서다. 일종의 '수난(受難) 스펙'인 셈이다. 선거를 앞두고 "달걀 좀 맞으러 갈까"라는 말이 나도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노무현은 쿨했다. 계란을 맞고 난 뒤 "달걀을 맞아 일이 잘 풀리면 얼마든 맞겠다"며 "정치인들이 한 번씩 맞아줘야 국민들 화가 좀 안 풀리겠나"라는 어록을 남겼다. 최근 미국프로야구(MLB) 개막 경기를 위해 입국한 LA다저스 선수단에게 20대 남성이 날계란을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구단 측은 "다행히 맞지 않았다.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구단 측이 아량을 베풀었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계란이 몸에 맞은 경우는 물론 몸에 맞지 않은 경우에도 형법상 폭행죄로 처벌을 받는다. 계란 투척 자체가 정신적 위해(危害)를 가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창호 논설위원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정부, 법원에 49건 의대 증원 자료 제출…다음주 결정 나와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 때 외국 의사 의료행위 허용…대구 의료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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