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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TK 상생의지 담긴 의성 화물터미널 설치는 마땅하다
대구경북신공항이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대구경북의 새로운 발전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밑그림이 하나둘씩 진행 중이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의성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됐던 화물전용 터미널의 무산 우려가 확산되면서 의성은 물론, 경북지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물류의 시대를 맞아 화물터미널 건설은 미래를 대비하는 일인 데다, 대구와 경북이 상생을 위해 합의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물류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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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준위法 21대 꼭 처리" 떠나는 윤재옥 마지막 호소 공감
그저께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마지막 일성'이 인상적이다. 그는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시급한 법안"이라면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특별법'을 지목했다. 국회 계류 중인 360건의 각종 법안과 안건 중 이 하나를 콕 집었다. 21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과연 가능할지가 의문이지만, 그의 퇴임 호소는 여야 모두 경청할 만하다.윤 원내대표는 "고준위법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국민이 2030년부터 치명적인 환경 위협을 받게 된다"고 했다. 고준위법은 원전 내 임시로 저장된..
[사설] 윤 대통령 기자회견, 숱한 이슈와 도전의 망각을 일깨워
윤석열 대통령의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나라를 진중하게 걱정하는 이들이 아니라도 회견 내용을 잠시라도 들여다보면 작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숱한 어젠다와 도전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눈치챌 수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들은 '부인 김건희 여사 및 채 상병 특검법'에서부터 의사 수 증원, 국민연금 개혁, 저출생과 미래세대, 민생물가, 반도체 전쟁,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거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정 현안에 걸쳐 있고, 그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 없을 정도다. 상당수 이슈는 어쩌면 총선이란 정치적 대결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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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그단새] 새소리가 지천이다
매화와 살구꽃이 섬광처럼 피었다가 졌다. 바야흐로 벚꽃이 세상을 장악하고 있다. 산에는 골짜기마다 진달래가 지천이다. 꽃은 해가 떠야 눈에 들어오지만, 나는 요즘 해 뜨기 직전 귓속으로 들어오는 새소리에 푹 빠져 있다. 아침 5시30분에서 6시까지는 창을 열어 놓고 새소리를 듣는다. 이때 새소리는 방 안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온다. 이때 새소리는 고르고 선택해서 들을 수가 없다. 이때 새소리는 나 혼자 듣기에는 너무 아까운 소리다. 보통 새가 지저귀는 이유는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는 구애의 표현이라고 한다. 짝짓기를 통해 종족 번식을 완성하기 위해 지저귄다는 것이다. 그것은 동물의 본능적인 측면만을 강조한 것이다. 내 귀에는 아침에 들리는 새소리가 이렇게 들린다. 얼릉 일어나그라. 출근할 때 됐다카이. 오늘 벚꽃 보러 가시더. 아침밥 단디 챙겨 묵어래이. 식전부터 와 이리 잔소리가 많노. 니 사전 투표했나? 누구 찍었노? 새의 대화가 사람의 귀에는 울음소리나 노랫소리로 들릴 뿐이다.안타깝게도 각양각색의 새소리를 구별해서 들을 수 있는 귀가 내게는 없다. 치료가 불가능한 난청이거나 청각장애 수준이다. 한때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끼우고 새를 촬영하러 다녀볼까 궁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포부는 게으른 탓에 일찌감치 포기한 지 오래되었다. 그렇다고 무거워진 몸으로 나뭇가지 끝에 날아갈 수도 없었고.우리나라 최초의 서정시로 일컫는 고구려 유리왕의 '황조가'는 꾀꼬리 암수의 정다운 사랑과 꾀꼬리 소리에서 탄생한 시다. 나는 유리왕이 '꾀꼴꾀꼴'하고 단조롭게 우는 꾀꼬리 소리를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의성어는 소리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약점이 있다. 일찍이 권정생 선생님은 안동 지방에서 꾀꼬리가 '동 달아매용' 하고 운다고 동시에 썼다. 김용택 시인은 어머니의 말을 빌려 꾀꼬리가 '덕치 조서방 삼년 묵은 술값 내놔'라고 운다고 했다. 스토리텔링이 기가 막히다. 내 귀에는 느티나무 가지 끝에서 우는 꾀꼬리 소리가 멋지게 휘파람을 부는 소리 정도로 들리는데 말이다. 4월의 아침에 새소리에 자주 귀를 기울이다 보니 최근 들어 몇 가지 소리는 겨우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가슴이 붉은 휘장을 두른 딱새 수컷은 가창력이 대단하다. 나뭇가지 끝에 꽃등을 거는 소리 같다. 아침저녁으로 듣는 새소리 중에 가장 영롱한 것은 노랑턱멧새 소리다. 영특한 아이가 또랑또랑 책 읽는 소리 같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자기 몸만큼 울음소리가 작고, 요즘 부쩍 눈에 띄는 박새는 꽤 부지런하게 운다. 휘파람새의 휘파람 실력은 전국노래자랑 본선에 나갈 정도는 된다. 덩치 큰 새들일수록 소리가 과격하다. 직박구리 소리는 '찌익찌익' 무언가 훼방을 놓는 듯한 욕심이 깃들어 있고, 떼 지어 날아다니는 물까치는 선거판의 바람잡이처럼 막무가내다. 알록달록하게 생긴 어치는 대놓고 과격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후보 같다. 새소리를 표현하는 내 능력이 여전히 낮은 직유법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걸 안다.머지않아 벚꽃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출 것이다. 꽃이 진다고 아쉬워할 것 없다. 벚꽃 지고 나면 복사꽃 보면 되고, 복사꽃 지고 나면 찔레꽃 보면 된다. 그때쯤이면 산에서 소쩍새가 울고 뻐꾸기도 소리를 마을로 내려보내 줄 것이다. 주말에는 내성천에 나가 흰목물떼새 소리를 찾아봐야겠다.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시인안도현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시인)
[단체장의 생각:長考] 정부 인구정책에 따른 시너지 효과 창출
미용실과 약국 등 생활에 꼭 필요한 가게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60대가 제일 젊다는 말이 더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지방소멸이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예천군 역시 2015년 인구가 4만4천명으로 최저점을 찍으며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경북도청 유치로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드물게 인구가 증가하는 곳이 되었다. 그러나 신도시를 제외한 다른 곳은 여전히 저출생과 고령화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신도시 역시 1단계 개발 이후 인구 증가가 둔화되었다.이에 예천군은 보다 선제 대응으로 '아이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예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예천' 만들기를 우선 과제로 삼아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물론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인구감소의 문제가 한두 군데의 지자체 노력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지방소멸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지자체의 자구책들이 중앙정부의 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예천군이 저조한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하는 이유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출산 친화적인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출산 장려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예천군은 출산장려금을 확대 지급하고 있으며, 아이의 성장 과정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다양한 돌봄센터 역시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또 아이사랑안심케어센터나 복합커뮤니티센터 등 지역 거점 시설의 운영 역시 아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늘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가고 있다. 교육 인프라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인구 유출을 막고 장기적으로 출생률 상승으로 이어지도록 추진하고 있다.최근에는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지정'에 공모해 선정되었고, 안동대와 경북도립대가 공동으로 기획· 추진해 선정된 '글로컬대학 30 사업' 역시 교육 분야의 격차를 해소하며 청년층의 유입을 유도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공사 중인 경북형 클라우드데이터센터 건립에 발맞춰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하고 지식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예천지역 인구 유입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그리고 지역 발전의 원동력인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예천에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인구청년정책팀'을 신설해 일자리, 주거, 복지, 사회참여 등 4개 분야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엔 자발적인 청년회가 만들어지며 적극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인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경북도가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함에 따라 예천군 역시 저출생 극복 성금 모금 캠페인을 추진해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두 가지 사업의 성공에 의존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과 사업을 발굴해 갈 것이다. 다른 지역 역시 적극 행정으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길 바라며 모두의 노력으로 저출생과 인구감소의 위기를 극복하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당겨지길 기대한다. 김학동 예천군수김학동 예천군수
[단상지대] 시민참여형 캠페인에 관심을
찬 바람과 '밀당'하던 봄이 포근하게 일상에 스며드는 4월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지들은 연한 색으로 갈아입고 잘게 부서지는 햇살 아래 고운 빛으로 싱그러움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주말마다 꽃이 좋고 바람이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지금 누리고 있는 자연이 주는 축복을 다음 세대도 누리기 위해서 펼쳐지는 환경 캠페인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것을 권유한다.4월22일은 '지구의 날'이다. 1969년, 미국의 해상 원유 유출 사고를 계기로 미국에서 시작하였고 이후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서 전 세계가 기념하고 있다. 올해 대구에서도 지구의 날 대구위원회와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는 기후위기가 심각함에 따라 환경 이슈를 홍보하고 체험을 통해 시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플라스틱 없는 지구, 'NO Plastic is Fantastic' 'No plastic, No CO2' 'Say "NO" to plastic'을 주제로 오는 20일(토) 수성못 상화공원에서 대구시민생명축제를 진행한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걷기와 자전거 행진에 참여할 수도 있고 환경이슈별 전시관을 둘러보며 체험관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작년까지는 중앙로 일정 구간에 24시간 동안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였고 지구의 날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었다. 올해는 부득이하게 공간이 변경되어 벌써부터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지만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기를 기대한다. 지구의 날과 관련하여 자원순환은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과 재활용, 재사용을 통해 자원의 소모를 최소화하고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인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나바다운동이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YWCA가 1990년 바른 삶 실천운동의 한 영역으로 아껴쓰기, 나눠쓰기, 바꿔쓰기, 다시쓰기를 생활화하기 위하여 시작한 실천적 생활 운동이다. 아나바다운동은 교육적인 가치도 지니고 있는데 물건을 공유하고 함께 사용하면서 아이들은 협력과 공유의 중요성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물건을 재활용하고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장려함으로써 창의성과 혁신력을 키울 수 있으며, 자원의 다양한 활용 방법을 탐구할 수 있다.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다. 물품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가치를 배울 수 있다. 가격 협상, 예산 관리, 소비의 가치 등을 경험하며 경제 개념을 익힐 수 있다. 가족단위로 참여하는 자원순환의 장으로 '대구YWCA 카부츠 벼룩시장'을 소개한다. 이는 차량을 이용하여 주차장이나 공공장소에서 개인들이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다. 주로 가정용품, 의류, 도서, 장난감 등이 거래되며,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찾을 뿐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과 지역 사회 간의 연결을 촉진한다. 사람들이 모여 물건을 사고팔면서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활성화와 사회적 연대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경제 활동을 촉진하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볼 것도, 갈 곳도 많은 봄날, 초록별 지구가 주는 혜택을 다음 세대도 누릴 수 있도록 공유하고 협력하며 창의적인 활동이 가능한 환경캠페인에 참여해 시민의식이 높아지고 삶의 가치를 나누어 보는 4월이 되길 기대한다. 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노인과 황새
13년 전 튀르키예의 한 노인이 호수에서 그물을 올려 고기를 떼어내고 있었다. 그물이 부스럭거려 돌아봤더니 놀라워라, 하얀 깃털, 까만 끝동을 단 날개, 오렌지색 다리, 뾰족하고 긴 부리, 황새가 와 있지 않은가. 노인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손님이라 고기 한 마리 던져 줬더니 넙죽 받아 삼켰다. 또 줬더니 또 삼켰다. 노인은 그해 여러 번 이 새의 방문을 받고 식사를 대접하였다. 노인과 황새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 황새를 야렌이라고 불렀다. 야렌은 '아내' 나즐리가 있었다. 이들은 늦여름엔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그 이듬해 봄에 옛 보금자리와 노인의 배를 잊지 않고 찾아왔다. 황새는 일부일처제이나 남쪽으로 갈 땐 따로 간다. 그 이듬해 봄엔 정확히 옛 둥지로 돌아와 함께 새끼를 깐다.5년째 되는 해에 한 사진작가가 노인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올봄에 야렌이 13년째 찾아오니 지방방송은 야렌의 '귀향'을 크게 다루었다. 이들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동화를 만드니 이 노인은 유명인사가 됐다. 70세 노인과 17세 황새가 주연하는 영화까지 만들고 있다. 235명이 사는 이 조용한 마을이 관광지가 되었다. 올레 길을 내고 호수 옆에 카페를 열었다. 1980년대에는 41쌍이 둥지를 틀었으나 올해엔 네 쌍이 왔다. 야렌 부부의 보금자리는 노인 집 옆 전주 위에 있는데 지방정부에서 둥지 옆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24시간 일반시청자들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부부는 몸을 단장하고 목을 비틀고 부리로 딱딱 소리를 내고 둥지를 고쳐 짓고 사랑을 나눈다. 노인이 야렌! 하고 불러 부부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관광객들은 이 노인을 보면 반갑다고 놓아주지 않는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성현 생각] '사'랑을 '명'받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아기로 태어나면 엄마의 젖을 먹고 자라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갓 태어난 아기는 부모나 보호자의 지속적인 보살핌이 없이는 결코 생존할 수 없다. 그러기에 인간이 생존하는 데 가장 근본이자 필수적인 요소는 사랑이다.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마음처럼 진정한 사랑에는 조건이 없고, 사회 공동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으며 자라게 된다. 사랑으로 보호받고 사랑으로 성장한 우리에게 사랑은 사명이다. 도성현〈blog.naver.com/superdos〉
[아침을 열며] 벚꽃이 피고 지고 봄날은 짙어가고
계절은 완연한 봄으로 나아가고 있다. 주말 동안 벚꽃이 만개하고 꽃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멋진 풍경이 연출되었다. 막 물오른 나무는 연한 새싹을 밀어내고 양지바른 언덕에는 때 이른 야생화가 고개를 불쑥 내밀고 있다. 지난겨울 유난히 바람이 심하고 날씨가 변덕스러웠어도 어김없이 봄이 때맞춰 오는 것을 보면서 해마다 이맘때면 문득 자연의 섭리에 마음이 겸허해지곤 한다. 봄의 생명력은 가히 감탄할 만하다.큰길에는 잘 자란 벚나무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다. 저렇게 많은 꽃을 약속한 듯 일시에 피워내니 신기할 따름이다. 나무들이 서로 소통한 듯 때를 맞춘다. 사람들이 모르는 말을 주고받는 게 분명하다. 단번에 피워내는 꽃의 양도 실로 엄청나다. 저렇게 많은 물질을 준비한 것이 참으로 놀랍다. 흐드러진 꽃송이 하나하나를 보면 그 많은 송이가 저마다 온전히 제대로 모습을 갖추어 피었다. 바쁘게 핀 듯해도 허투루 피지 않는다.주말 동안 상춘객이 넘쳐났다. 벚꽃은 유난히 짧은 기간 활짝 피었다 한꺼번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꽃이라서 자칫 만개 시기를 놓치면 또 한 해를 기다려야 한다. 요 며칠 동안 강둑을 따라 핀 벚꽃길이며 대학 캠퍼스에 줄지어 꽃핀 벚나무 아래며 사람들이 삼삼오오 산책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장면이 연출된다. 필자도 봄놀이 삼아 산책을 나섰다. 주말 동안 번잡한 세상사를 내려놓고 잠시 여유를 갖고 싶었다.마침 집을 나선 김에 투표소에 들러 사전투표를 하기로 했다. 벚꽃 가득 핀 동네 길을 지나 큰길에 접어들면 길목마다 유권자를 현혹하는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후보들의 소란스럽고 다소 과장된 유세가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고 시민을 위해 일할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를 보며 기대보다 우려가 큰 현실이 여러모로 아쉽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세상이 더 어지럽고 두렵게 느껴진다. 유권자로서는 당혹감만 커진다.후보들이 저마다 지역을 발전시키고 국민의 민생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의 이목을 붙잡는 것은 시끄러운 확성기와 꼴사나운 네거티브다. 방송에서는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한다. 유튜브는 더 가관이다. 언젠가 했던 말과 글이 온통 까발려지고 연일 논란이 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사람으로 지목되면 그 파장이 끝도 없다.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 경쟁하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소문이 만개하였다.벚꽃이 활짝 핀 길을 걸으며 봄이 오고 있음을 느끼고 싶어서 나선 길에서 선거 운동을 맞닥뜨리니 여러 생각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 아무리 그래도 맹렬한 봄 풍경은 혼탁한 세상사를 잠시 잊게 해준다. 계절은 변하는 대로 순응하면 되고 멋들어진 꽃은 피어난 그대로 감상하면 그만이다. 굳이 꽃마다의 과거나 미래를 캐묻거나 말하지 않는다. 가로수로 심어져 잘 가꾼 벚꽃도 좋고 앞산과 뒷산에 제멋대로 자란 야생 꽃도 나름대로 제멋이 있다.자연은 긴 겨울을 인내하며 봄을 준비하고 일순간 봄이 된다. 멋들어진 꽃이 피었다가 금방 떨어지는 장면은 해마다 겪는 일인데도 매번 경이롭게 보게 된다. 꽃이 피고 지는 일은 자연이 정한 이치다. 화무십일홍이라 하니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넘치는 상춘객들과 더불어 여유를 느껴 보자. 일순간 꽃이 지고 나면 연이어 나뭇잎이 새순을 내밀고 무성해진다. 세상사 아무리 번잡하고 우리를 어지럽게 해도 무심한 봄은 그렇게 깊어간다.박순진 대구대 총장박순진 대구대 총장
[조진범의 시선] '욕 하면서도 봐야 하니' 막장 총선
정치가 막장이다. 증오와 혐오가 일상화됐다. 감정의 극한 대결이다. 이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총선에서 보다 극명해졌다. 내전 양상이다. '민주주의 축제'는커녕 전쟁이다. 서로 죽일 듯이 싸운다. 말을 칼 삼아 서로를 찌른다. 정책이나 공약 경쟁은 뒷전이다. '범죄자 심판론'과 '정권 심판론'을 어떻게 포장할 것인지에만 골몰한다. 이따금 '민생'이라는 말도 한다. 마치 사족을 붙이듯이. 각주를 달듯이. '이런 것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하는 정도다. 유권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극적 언어에 적극 반응한다. 특정 정당의 지지층은 더하다. 막말에 '중독'된 듯한 모습이다. 막장 정치, 막장 총선을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한때 안방극장을 휩쓸었던 막장 연속극이 떠오른다. '욕하면서도 본다'는 게 막장 드라마다. 중독성이 아주 강하다.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발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비판하면서 나왔다. 이 대표의 형수 욕설 논란과 관련해선 "쓰레기 같은 말" "쓰레기 같은 욕설"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말도 혐오로 가득하다. 서울 동작구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를 향해 "나베"라고 했다. '나베'는 나 후보와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짜깁기한 말이다. 일본말로 냄비를 뜻하는데, 여성 혐오 표현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의붓아버지, 매만 때리고 사랑 없는 계모 같다"고 했다. 여야 대표가 이 지경이다. 막말이 춤출 수밖에 없다. 막장 드라마는 비현실적이다. 보통의 삶에서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 다반사로 발생한다. '얼굴에 점 하나 찍었다고 아내를 몰라보는 남편'(아내의 유혹)처럼 기막힌 일이 벌어진다. 총선이 막장이라는 증거는 널려 있다. 당장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복수'가 등장한다. 복수의 화신은 조국 대표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 대표의 부인은 징역을 살았고, 딸은 의전원 입학이 취소됐다. 조 대표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온 가족이 도륙을 당했는데, 갚아 줘야지"라고 말한다. 조국혁신당의 기세도 심상찮다. 조 대표의 등장은 아이러니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대한민국을 두 쪽으로 가른 '조국 사태'가 윤석열 대통령을 불러냈고, 윤 대통령 집권 2년 만에 다시 조 대표가 나왔다. '복수혈전'인 셈이다. 막장 드라마의 흥행 공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총선 등판도 정상적이지 않다. '잊히겠다'는 약속을 내팽개쳤다. '모두의 대통령'이길 스스로 포기했다. 뒤늦게 출생의 비밀을 알았다는 듯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중한 행보가 다행스럽다. 박 전 대통령이 '보수의 상징'으로 머무르길 바라지 않는다. 진영에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어른'으로 남았으면 한다. 그나저나 막장 총선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무조건 용서하고 화해하는 막장 드라마의 공식을 따를까. 그럴 것 같지 않다.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막장 정치는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야권이 승리한다면, '정치적 방어막'을 두른 자들이 설칠 것이다. 여권이 이겨도 일방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사실 막장 총선에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나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임명은 '내로남불'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따위' 저질 정치가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편집국 부국장 편집국 부국장
[사설] '캐스팅보터' 2030세대 선택이 국가 운명 좌우한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율이 총선 역대 최고치(31.28%)를 기록한 것을 두고 여야는 서로 "우리가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본투표를 앞두고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주목되는 점은 여야의 지지층이 세대별로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사실이다. 4050세대는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동조하는 반면 6070세대는 야당의 내로남불 행태를 비판하며 여당 지지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젊은 세대의 표심은 오리무중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총선 판세가 박빙 양상이 되면서 2030세대의 선택이 승부의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이번 총선에서 2030 유권자는 1천267만여 명이다. 전체 유권자의 30.7%에 달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정치를 불신하고 선거에 무관심하다. 실제로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비율이 40·50·60대는 80%인 반면 18~39세는 50~60%대에 그쳤다. 또한 2030 유권자의 무당층 비율도 30~40%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30 유권자 상당수가 지지하고픈 정당은 물론 투표할 의향마저 없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선거가 정책 대결의 장이 되기는커녕 막말과 꼼수가 판치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탓이 크다.2030세대는 실리 추구 성향이 강하지만 한편으론 정의사회에 대한 열망도 높다. 극단의 진영정치에 매몰되지 않는 현명함도 갖추고 있다. 작금의 구태 정치가 아무리 식상하더라도 냉소와 무관심으로 이어져선 곤란하다. 스스로 주권을 포기하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마음에 드는 정당과 후보가 없다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총선 '캐스팅보터'인 2030 유권자의 손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
[사설] 대구 '경부선 철도 지하화', 매력적이나 난개발은 곤란
대구 도심을 동서로 관통하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 프로젝트가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윤석열 정부가 전국 주요 도시의 철도 지하화 사업을 핵심 정책으로 선정하고 후속 조치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같은 지방도시의 경우, 자체 개발이 어려운 만큼 정부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추진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철도·금융·연구 기관 전문가가 포함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철도지하화 정책을 공언한 바 있다. 여기다 '철도지하화 통합 개발법'이 이미 제정됐고, 종합계획 수립에도 착수한 상태다.대구의 경우 경부선 서대구~사월동 구간 약 20㎞가 대상이다. 일반 열차뿐만 아니라 KTX와 올 연말 개통될 대구권 광역전철이 통과하는 구간이다. 철도를 완전히 지하에 묻고 지상 부지를 인근 부지와 연계해 창조적으로 개발하자는 취지다. 경부선 철도는 대구 도심을 남북으로 차단하는 부작용으로 수십 년 전부터 지하화 요구가 있어 왔다. 특히 소음 진동에 시달리는 철도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거셌다. 문제는 개발방식이 어떤 형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길게 선형(線形)으로 늘어선 철도부지의 특성상 개발이 효율적이지 않다. 지하화 비용을 충당하려면 지상의 난개발이 불가피한데 이는 도시의 미래 발전에는 더 큰 화근을 불러올 수 있다. 상가나 아파트 같은 건물이 일률적으로 들어서는 것은 창조적이지 않다. 공원이나 공공 건축물을 적절히 배합해 여유공간을 많이 창출해야 한다. 결국 적절한 정부 지원, 즉 예산 투입이 병행돼야 한다. 철도지하화는 굉장히 매력적인 프로젝트이다. 도시의 100년 대계를 위한 고심이 뒤따라야 한다.
[사설] 삼성 라이온즈, 이젠 홈 연패를 끊어야 한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 6일 천신만고 끝에 8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삼성은 이날 기아와의 2024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9회 초 결승점을 올리며 승리했다. 연패는 끊었지만 향후 의심의 여지가 없는 반등세가 필요하다. 삼성은 지난달 개막 시리즈인 KT 원정에서 2연승 할 때만 해도 좋았다. 그러나 이후 이달 5일까지 무승부 1게임을 빼곤 모두 패했다. "이러다 올해도 포스트시즌은커녕 꼴찌로 폭망하는 게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가 터져 나왔다. 특히 팬들에게 큰 실망을 준 것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고사하고 매번 무기력하게 무너졌다는 점이다. 선발 투수가 대량 실점을 하면 타선도 속절없이 주저앉았다. 최근 LG와의 원정 '1-18', 키움과의 홈 경기 '1-10' 대패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치욕이다. 선수만을 탓할 수 있으랴. 박진만 감독 등 코칭 스태프의 책임이 더 크다. 무엇보다 지금 삼성에 주어진 최대 과제는 홈 연패를 끊는 일이다. 삼성은 올 시즌 개막 이후 홈에서 단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다. 5게임을 내리 졌다. 이만하면 홈 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망각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홈 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 스포츠에서 홈 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압도적 성원이 있기에 홈 팀은 가능한 한 승리의 결과물을 내야 한다. 홈 팬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삼성에 당장 옛 명성(정규시즌 5회 연속 우승·한국 시리즈 4회 연속 우승)의 회복까진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홈에서만큼은 찰거머리'라는 소리를 듣도록 악착같이 뛰어주길 바란다. 다가오는 홈 3연전(12~14일 NC전)은 '속죄의 연승'이 되길 바란다. 부디 심기일전하라.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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