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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대 박사의 '똑똑한 스마트 시티·따뜻한 공동체'] 도시의 지식은 시민의 지식…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지능공동체
이십 년도 더 된 이야기다. 석사과정 교환학생 자격으로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전자상거래가 한창 붐이었고 대학원 수업에서도 '웹기반 비즈니스모델개발'이라는 과목이 인기가 높았다. 수업을 마친 어느 날 우연히 격론을 벌이고 있는 학생과 교수를 목격하게 되었다. 학생은 수업에서 발견한 교수의 이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교수는 설명하기를 반복하며 30분 이상 대화를 이어갔다. 격의 없이 이어지는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한국식 수업방식에 익숙했던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수업뿐만 아니라 학회나 브라운백세미나 같은 데서 비슷한 상황을 자주 목격하면서 이것이 미국 지식사회 전반에 펼쳐진 보편적인 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이 강한 이유는 높은 군사력이나 경제적 지위가 아니라 스스럼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자기 지식을 증명하며 공동체의 지식 경계를 넓히는 데 애쓰는 지식공유문화라는 걸 그때 알았다. 이런 지식문화가 한국의 교실에도 가능할까. 지식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선생이 많고 토론을 지적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풍토에서 지식을 생성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美 대학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 정착공동체 지식 경계 넓히는 데 도움신뢰할 만한 온라인플랫폼 기반으로시민들 자유롭게 지식 창출·유통 스마트도시 경쟁력 키우는 첫걸음국가 단위뿐만 아니라 도시 차원에서도 지식을 공유하는 환경은 중요하다. 도시의 경쟁력, 회복력 그리고 지속가능성은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지식공유플랫폼'에 달려있다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다. 'MIT Technology Review'의 AI 특파원인 멀리사 하이킬래(Melissa Heikkila)는 스마트시티를 도시가 만들어 활용하는 정보통신기술 솔루션이 아니라, 그 도시 구성원의 재능, 상호 관계, 주인의식과 결합하는 하나의 지식공유체계라고 지적하였다. 나아가 유엔개발계획(UNDP)은 스마트시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도시의 다양한 주체들, 시민과 행정, 대학과 기업이 유기적으로 네트워킹하며 지식의 학습역량을 높이는 도시지능이라고 설명한다. 도시의 지식공유플랫폼은 도시지능(city intelligence)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도시지능은 스마트시티 경쟁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도시가 잠깐 앞서가는 것 같지만, 지식을 공유하는 도시지능이 높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지능은 스마트시티가 만드는 다양한 종류의 도시 혁신을 견인한다. 높은 지능을 가진 세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기 도시지능이 높은 도시 헬싱키가 있다. 인구 65만의 작은 도시 헬싱키는 2050년 86만명으로 인구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56만개의 일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도시 밀도와 교통수단 증가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스마트시티를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며 도시 구성원의 활발한 지식공유를 돕는다. 헬싱키의 스마트시티 지원기관인 포럼비룸헬싱키(Forum Virum Helsinki)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와 헬싱키 데이터개방 플랫폼(Helsinki Region Infoshare)은 도시의 전문가와 시민과학자가 도시문제와 솔루션에 직접 참여하여 다양한 의견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도시지능을 높이는 플랫폼이다. 한편 헬싱키는 도서관을 새롭게 활용함으로써 도시지능을 획기적으로 높여 왔다. 헬싱키 중앙도서관 'Oodi(우디)'도서관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우디는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도시의 모든 것을 접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전통적인 도서관의 역할인 책을 빌려주는 공공 도서관을 뛰어넘어 도시의 지식을 공유하고 유통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전시와 공공 강연 및 영화관, 레스토랑, 카페 등 기본 인프라 시설뿐만 아니라 토론을 위한 가변적인 회의실, 어린이를 위한 놀이 시설, 재봉틀부터 3D프린트기까지 예약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실험 공간을 제공한다. 워크숍 공간과 열린 대화를 할 수 있는 아고라 공간이 있다. 크고 작은 공간에서 시민이 리빙랩 실험을 수시로 진행하며 도시 구성원의 지식 창출과 지식 공유를 돕는다. 도시지능을 높이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가장 먼저는 시민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구성원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민을 '정보통신기술 사용자' '공동 창작자' '민주주의 참여자' '도시문제 해결의 공동파트너' 등의 복합적인 역할 수행자로 정의하고, 시민이 도시의 지식 창출과 유통에 활발하게 개입할 수 있는 개방적인 정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신뢰할 만한 지식공유플랫폼을 구축하는 도시의 다양한 채널이 필요하다. 도시의 지식을 공유하는 온라인 형태의 플랫폼은 도시문제은행, 오픈데이터 플랫폼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쌓인 지식과 데이터는 신뢰성과 운영의 독립성이 요구된다. 도시의 지식공유 거점이 되는 오프라인 채널로 도서관의 역할을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앞서 설명한 헬싱키 우디도서관 사례처럼 시민이 다양한 실험과 암묵지의 유통을 책임지는 거점으로 도서관을 활용할 수 있다. 셋째, 도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축적하여야 한다. 대구 도시문제발굴단이 좋은 사례이다. 도시문제발굴단은 스마트시티에 적용할 서비스를 위해 자발적으로 시민이 모여 10주간의 훈련기간에 도시를 이해하고 각종 도시문제를 정의하며 해결 방향성을 제안하는 활동을 한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73명의 시민이 50개의 도시문제를 정의하였으며 이 중에 16개가 스마트시티 서비스로 개발되었다. 도시문제발굴단에서 훈련한 시민은 '시민과학자'로 위촉되어 도시의 골목과 현장에서 도시의 문제와 해결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넷째, 지식 공유에 대하여 투입대비 효과를 기대하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도시에서 지식을 유통하고 데이터 축적을 시작했다고 해서 당장 기계적인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혁신은 시간의 함수다. 더닝 크루거효과(Dunning-Kruger effect)에서 증명한 것처럼 지식이 경험과 결합하여 안정화된 결과를 만들려면 임계치를 넘어서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발전상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 보편적 지식의 시대는 끝났다. 도시도 인공지능과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도시가 되려면 구성원의 집단지성과 다양한 지식 센스에서 감지된 정보를 통합하고 전달하여 도시지능을 높이는 지식공유체계가 준비되어야 한다. 도시지능은 흔들림 없이 도시를 혁신하는 힘이다. 수시로 바뀌는 거버넌스 상황에서 도시의 혁신을 유지하려면 사중 나선형으로 진화하는 높은 시민력, 솔루션 개발과정에 민간영역의 확대 그리고 높은 도시지능이 필요하다. 우리 도시의 도시지능은 어느 정도인가 자문해 볼 일이다. <대구TP 기술인프라지원단장>김희대 (대구TP 기획평가팀장)
2023.05.26
바이오소재 85% 수입…동해권을 해양소재산업 거점화해야
■ 해양바이오 소재 시술개발 및 산업 적용(차형준 한국해양바이오학회장·포스텍 교수)"해양소재 연구 인프라·기술 부족…집중 육성 필요"해양바이오는 해양생물 또는 이들에서 유래하는 생체구성물질과 정보를 활용해 인류에 유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산업 및 인류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공학기술이다. 세계 해양바이오산업 규모는 2027년 12조2천억원으로 2022년 대비 4조2천억원이 증가하고, 국내는 2027년 1조2천억원으로 2020년 대비 7천600여억 원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해양바이오 소재 제품으로는 기능성 식품, 화장품, 헬스케어·메디컬 소재 등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네이처글루텍과 포스텍이 홍합을 이용해 조직 접착용 의료 접착제 '픽스라이트'를 개발했다. KIOST(한국해양과학기술원)는 신종 유독 플랑크톤에서 천연진통제를, 고려대는 시지바이오와 함께 해양규조류 '바이오 실리카'를 이용해 복합 골이식재를 개발했다.우리나라의 해양바이오 소재 연구개발은 선진국 대비 10년 정도 늦고 다학제적 협력·융합연구 및 인프라가 취약하다. 또 실용화 원천기술이 부족하고 식품·화장품·의약 소재 중심의 연구 등에 몰려 있어 해양바이오 소재 연구개발의 활성화가 필요한 상태다. 해양바이오 소재 원재료 확보는 자연추출·생합성·화학합성 등의 방법이 있지만, 양산 및 표준화가 가능한 원재료 확보가 중요하다. 고부가 해양바이오 소재의 예로 알긴산(alginate)의 일반 상용화제품은 ㎏당 5천~2만원이지만 의약용 고순도제품은 ㎏당 5천만원이다. 해양바이오 소재 분야의 육성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 포르피린, 아가로스, 키틴·키토산 등 해양바이오 소재 85%를 해외수입 원재료에 의존하고 있다.해양수산부의 권역별 해양바이오 특성화 거점 구상에 따라 동해권을 고부가 해양바이오 메디컬·헬스케어 소재산업의 특성화 거점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에 (가칭)해양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 건립과 <사>한국해양바이오산업협회의 전초기지 역할이 꼭 필요하다. ■ 세계 해양바이오 경제 현황과 한국의 과제(최성호 한국바이오경제학회장·경기대 교수)"해양바이오약품 발전 초기…한국 주도권 잡을 기회"해양바이오는 해양경제와 바이오경제가 맞물리는 영역이며 전 세계적으로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세계 해양바이오경제 추세는 자연제품에 관한 관심 증대로 제약·화장품·식품 시장에서 규모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항종양·항염증·진통·면역조절·항바이러스 등 해양유기체 추출 자연제품의 효능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다. 글로벌 해양바이오 시장은 2021년 68억달러에서 2026년 104억달러로 전망된다. 유럽은 해양바이오기술과 해양신재생에너지의 최대 시장이며, 아시아·태평양은 해양야식의 중요한 시장이다. 또 북미는 해양바이오기술의 중요한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해양바이오 제품의 경우 해양 생명 자원을 이용한 약품·화장품·식품 개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해양바이오경제 현실은 중요성과 잠재력에 비해 투자와 사업화가 저조하다. 이는 바이오경제와 해양바이오경제의 특수성이 원인일 수 있다. 다만 해양바이오 소재 의약품 등이 발전 초기 단계인 만큼 글로벌 해양바이오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기회일 수 있다.우리나라 해양바이오 정책 과제는 △해양바이오경제의 거버넌스(국가 해양위원회, 해양바이오경제분과위 등) △해양바이오 기술개발·혁신 중장기 로드맵 수립 △해양바이오 경제 인프라 구축 △산·학·관·연의 긴밀한 소통(해양바이오 경제 혁신포럼) △지역 특화의 해양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해양바이오 산업(6차) 발전전략 수립 집행 등을 들 수 있다.■ 해조류 기반 친환경 소재 개발현황(차완영 마린 이노베이션 대표)"해조류 부산물로 만든 패키지, 친환경 시장 규모 커"마린 이노베이션은 지구환경과 미래세대를 위한 친환경 소재 연구를 통해 바다 해조류에서 대안을 찾았다. 해조류 추출물에서는 대체식품, 건강기능식품, 재생 효과의 화장품 등의 원료를 만들 수 있다. 해조류 부산물에서는 완전히 생분해되는 포장 용기와 식품 용기, 일회용 컵 등을 만든다. 마린 이노베이션은 해조류를 이용해 접시류와 컵·컵리드·샐러드용기 등 다양한 형태의 식품용기를 생산하고 있다. 또 계란판 포장 용기는 2020년과 2021년 WPO(세계포장기구) 글로벌 패키징 어워드에서 수상도 했다. 해조류 부산물 판지 소재를 이용한 친환경 제지제품(명함·줄노트·달력) 개발에 나서롯데 홈쇼핑과 다이어리 키트 1만개를 제작하는 등 문구 패키징에도 진출하고 있다. 마린 이노베이션의 핵심 특허는 △해초 종이 생산의 해초펄프 제지공정 △해초 식품용기와 포장용기의 해초펄프 몰드 공정이다. 해초와 식물성 원료를 이용한 친환경 비닐봉지가 특허 등록돼 있다. 이 밖에도 팜 종이와 골판지를 생산하는 팜 종이 제조공정과 커피컵 등을 생산하는 커피 몰드 공정도 특허출원과 등록을 하고 있다.마린 이노베이션은 2023 미국 에디슨 어워드 등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30개 이상의 수상 실적을 거두고 있으며, 미국·프랑스 등에서 인증 및 검증기록을 갖고 있다. 이에 더해 풀무원·LG전자 등 20곳 이상의 주요 기업과 협력 중이다. 마린 이노베이션은 소재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을 더해 글로벌 최고의 생산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해안 유래 유산균 활용 포스트 바이오틱스 사료 첨가물의 상용화(홍선미 환동해산업연구원)"해양성 유산균 강화 시제품, 반려동물 사료 가능"최근 장내 미생물 연구는 인간뿐 아니라 어류·반려동물·가축 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포스트 바이오틱스(Postbiotics)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가 먹이원인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를 통해 생산하는 유용한 대사산물과 미생물의 구성 성분을 포함하는 소재다. 사용 목적에 따라 사료 첨가물, 식·음료, 식이보충제, 화장품 등의 분야에서 산업화하고 있다. 환동해산업연구원(MIRE)은 2019년부터 경북도의 해양생물상용화사업을 통해 환동해 경북지역의 해양, 해양생물 및 관련 천연물을 대상으로 마린 바이오틱스 사업을 진행했다. 국내 사료 연구는 환경보전과 식탁 안전성을 위해 가축·어류 등의 사료 내 항생제 금지(2011년)와 배합사료 의무화(2026년∼)를 강조하며 포스트 바이오틱스와 어분 대체원에 관련된 성과들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어분 대체원으로 산업 곤충인 동애등에와 항균·항염 등의 기능을 가지는 유산균의 협업을 통한 생물 강화공정을 적용해 해수어·반려견 사료의 첨가물 연구 개발과 시제품을 제조했다. 결론적으로 HiLAB 포스트 바이오틱스는 어류·양계·가축·반려동물의 사료 소재로 가능성이 확인돼 다양한 제품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리=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5] 경북의 주요 SMR 관련 시설
현재 세계 각국은 치열한 SMR(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연구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듈형 구성으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성은 물론 경제성도 높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최적의 발전원으로 주목받고 있기때문이다. 한국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소형원자로를 개발하는 등 SMR 상용화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특히 경북은 앞으로 국내 SMR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SMR 관련 연구를 책임질 문무대왕과학연구소에 이어 SMR 국가산업단지도 경주에 들어선다.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5편에서는 경북의 주요 SMR 시설에 대해 알아본다.국내 첫 '경주 SMR국가산단'사업비 3966억 투입 2028년 완공225개 기업 '서플라이 체인' 구축SMR 제조기술지원센터도 추진SMR개발 문무대왕과학연구소연구 인력 400명…2025년 문열어차세대 원자력산업 핵심거점 역할경북도, 내달 SMR산업육성 포럼◆경주 SMR국가산단과 제조기술 지원센터경주시는 3월15일 SMR 국가산업단지(이하 SMR국가산단) 유치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성되는 SMR산업단지다. 동경주 일원에 조성되는 SMR국가산단은 규모만 150만㎡에 달하고 투입되는 예산도 3천966억원에 이른다. SMR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은 물론 세계적인 앵커기업들도 입주하게 된다. 경북도는 SMR 관련 기업의 집적으로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을 구축해 SMR 수출시장 선점을 기대하고 있다.이를 위해 경북도는 SMR국가산단 활성화를 이끌 'SMR혁신 제조기술 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원센터는 SMR국가산단 내부 연구시설부지 안에 6만6천115㎡ 규모로 들어선다. 사업비 450억원을 투입해 2028년 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지원센터는 SMR 관련 연구개발 등 지원을 통해 우량 기업 육성 역할을 맡는다. SMR산업을 주도할 경쟁력 있는 기업을 키워내는 것이 목표인 셈이다. 세부적으로는 기술 이전과 장비 지원, 인력양성 등 SMR국가산단 입주 기업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돕는다. 또 SMR 관련 첨단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인허가와 인증 체계도 구축하고, 3D프린팅이나 금속 파우더 등 혁신기술 연구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다.경북도는 하루라도 빨리 SMR국가산단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각종 행정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SMR국가산단 사업시행자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나선 상황이다. 사업시행자가 앞으로 산업단지 개발계획과 산업단지 개발실시계획을 제출해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으면 산업단지로 지정된다. 이후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개발계획과 실시계획 승인 등 굵직한 행정 절차를 거친 뒤 착공에 들어간다. 경북도는 최대한 빨리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착공을 시작해 2028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경북도는 SMR국가산단이 가동되면 225개 기업이 입주해 경제적 파급효과는 6조7천357억원, 고용유발효과는 2만2천779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북도는 현재 행정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국가산단 조성 지원 TF팀'과 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경북 원자력 3.0 국가산단 조성 TF팀'을 꾸려 국가산단 조성 지원과 기업 유치 등에 뛰어들었다.◆SMR 연구개발의 핵심 문무대왕과학연구소2025년 준공 예정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경주 감포읍)는 SMR국가산단과 함께 국내 SMR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전체 부지 222만㎡ 중 114㎡가 우선 개발되고 있다. 2021년 7월 착공에 들어갔고, 2025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사업비는 모두 6천540억원이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에는 필수 기반시설 16개와 함께 관련 인프라가 구축된다. 연구 기반시설은 △첨단연구동Ⅰ △첨단연구동Ⅱ △방사선 감시·방재시설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종합관리시설 △자연증발처리시설 △자체처분대상 폐기물 저장·처분시설 △원자력비상훈련 통제시설 등 8개다. 연구지원 시설로는 △행정동 △보안통제시설 △전력·통신시설 △중앙기계실 △오폐수처리시설 △교육훈련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지역 연계시설로 △방사성폐기물 정밀분석시설 △기술협력센터도 지어진다.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지역분원 형태로 설립된다. 연구 인력 400명과 지원관리 인력 100명 등을 포함해 규모가 꽤 큰 편이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SMR 선진원자로 시스템 연구개발 및 실증 △원전해체 핵심기술 개발 △SMR 등 원자력 신규 연구개발 과제 수행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 △기업연구소 △과학기술 연구기관 유치 등의 역할을 맡는다. 또 혁신원자력 연구개발과 실증, 차세대 원자력 기술개발 등을 통해 국내 SMR 연구개발의 중심 역할도 한다.경북도는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통해 국내 소형원자로 상용화 기술의 빠른 확보로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것과 동시에 세계 수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해양, 극지, 우주, 오지 등 동력공급을 위한 소형원자로 기술개발 및 실증을 통해 상용화 기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앞으로 조성될 SMR국가산단과 연계해 차세대 원자력 산업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주 SMR국가산단이 관련 기업 집적과 지원이 중심이라면,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SMR 연구개발을 맡는다. 경북도는 이 두 곳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며 경주가 SMR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SMR 관련 대형 행사도 잇따라경북도는 SMR국가산단 조성과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설립에 발맞춰 대규모 행사를 연다. 우선 다음 달 14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경북 SMR 산업육성 포럼'이 열린다. 원자력 및 SMR 관련 기관과 기업,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대형원전에서 SMR로 급격히 전환되는 세계 원전수출시장을 선점하고, 국내 SMR 연구개발 및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 석학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다.행사는 기조강연, 토론회, 정책세션 등으로 진행된다. 세계 각국의 SMR 개발 정책 현황과 전망 분석, SMR 기술개발과 산업화, 파급효과 및 다른 산업과의 연계방안 연구, 지역 SMR 연구개발·기반 및 기술개발 장점 홍보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다룬다.경북도는 '경북 SMR 산업육성 포럼'을 통해 SMR 연구기반 조성과 관련 기업의 투자유치, 차세대 SMR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분위기 조성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경북도는 또 내년 상반기에 '원자력 월드 콘퍼런스'를 열 계획이다. 콘퍼런스에는 10개국 500여 명의 참석이 예정돼 있다. 이 행사는 SMR를 비롯한 차세대 원자력 연구개발 등 주요 정책이슈를 선점하고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선도에 발맞춰 산업 글로벌화 입지 마련을 위해 준비되고 있다.우상익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기반조성사업단장은 "경북은 문무대왕과학연구소에 이어 SMR국가산단을 경주에 유치하는 등 SMR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와 보조를 잘 맞추고 있다"며 "앞으로 관련 규제 기준을 잘 만들고, 기업 지원 등을 중단 없이 잘 추진한다면 SMR국가산단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2025년 준공 예정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감도. 각종 연구시설을 갖춘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경주 SMR 국가산업단지와 함께 국내 차세대 원자력 산업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경주 SMR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150만㎡ 규모로 동경주 일원에 조성되는 SMR국가산단에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은 물론 경쟁력을 갖춘 앵커기업도 입주한다.2021년 7월21일 경북 경주 감포읍 문무대왕과학연구소 부지에서 착공식이 열리고 있다.
2023.05.25
"연 10% 고성장 추세…올해 기업수요 기반 규제혁신 추진"
26일 영덕 로하스 수산식품 지원센터에서 열리는 '제11회 경북 해양수산 활성화 심포지엄'은 경북 동해안 해양수산업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속 가능한 해양수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논의와 방안들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해양의 날(6월8일)과 바다의 날(5월31일)을 앞두고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우리나라 해양바이오산업의 전망과 육성방안을 주제로 다양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경북 해양수산 활성화 심포지엄을 앞두고 사전 배포된 주제발표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기조 강연 - 2023 해양바이오 중점사업 추진계획(이성희 해양수산부 해양수산생명자원과장)"수소 생산기술 고도화로 핵심기술 확보"해양바이오산업은 해양 생명 자원에 생명공학 및 기술을 적용한 생산활동으로 식량과 화장품, 의약, 양식, 에너지, 환경 등 모든 바이오 분야의 소재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해양 생명 자원은 생물학적·유전적 특이성 및 다양성을 보유해 미래자원으로 활용 가치가 높지만, 해양생물의 1% 정도만 개발·활용된다. 그럼에도 해양바이오산업은 연간 10%의 고성장 추세다. 이에 정부는 법령과 전담기관 설립 등 해양바이오 산업화 기반과 육성을 위한 중장기 정책과 전략을 수립했지만, 아직 태동기 단계다.해양수산부는 해양바이오산업 육성 정책 방향을 첨단 해양바이오산업으로 미래 발전의 혁신 동력 구현에 목표를 두고 있다. 추진 전략으로 먼저 기초소재 개발 및 고도화 등의 해양바이오 핵심기술 개발과 해양바이오 투자 확대, 해양 생명 자원 조사 및 개발확대 등의 해양바이오 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기업 수요기반의 규제 혁신과 해양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등의 해양바이오 기업 지원체계 구축도 이에 포함된다.2023년 주요 중점사업 추진계획에는 해양바이오 핵심 기술 확보가 있다. 먼저, 해양생물 유전자원 정보와 첨단기술을 접목한 합성생물학 기반의 산업 소재에 대한 대량생산 기술개발이다.두 번째는 해양 연골어류로부터의 나노바디 특성 분석과 대량생산·의료기술을 접목한 감염병 진단 치료제 개발 및 해양 생명 자원 기반의 고부가 천연 의약품 소재 개발이다.핵심기술 확보의 세 번째 방안으로는 해양바이오 수소 생산기술의 고도화이다. 이를 위해 2019년 수소생산 (연 330t) 실증 플랜트를 구축하고 79억원을 들여 상용화를 위한 후속 R&D(2021~2023)를 추진 중이다. 네 번째 해양바이오 핵심 기술 확보는 해조류 부산물 등을 활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개발이다.중점사업 추진계획의 두 번째는 해양바이오산업 전 주기 지원체계 구축이다. 이를 위해 소재개발의 고도화와 산업화 및 해양바이오 기능성 원료의 인증지원을 추진 중이다. 또 해양 미세조류의 대량생산 기술개발 및 파운드리 조성, 수산부산물(어류 등) 활용을 통한 소재의 대량생산 기술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세 번째 중점사업 추진계획은 해양바이오산업 거점화 및 기업육성을 들 수 있다. 이를 위해 해양바이오 산업화 인프라 조성 및 지원, 해양 생명 자원 전용조사선 도입, 스마트 해양바이오 플랫폼 및 산업 포털 구축을 추진 중이다. 특히 산업계·지자체·연구기관 등과 공동으로 우수기술, 제품 홍보 및 인력 채용을 위한 '해양바이오 박람회'가 오는 6월 개최될 예정이다.■ 세션 1. 국내외 해양바이오산업 동향 (전유진 제주대 수산생명의학과 교수)"해양바이오의약품 성장전략 마련해야"우리나라의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IT·스마트산업, 전자·반도체 산업, 자동차 산업, 에너지산업, 바이오산업이 있다.바이오산업에는 의료·제약·헬스케어·바이오 화학 그리고 농축산바이오와 해양수산바이오 등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바이오산업에서 해양수산바이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계적으로도 그리고 국내 여러 산업군에서도 크지 않다.우리 정부는 2022년 기준으로 해양바이오산업 시장규모 5천억원을 2027년도까지 1조2천억원으로 키우기 위한 5개년 성장전략을 마련하고 있다.세계 해양바이오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7조원 수준이지만 2027년에는 11조원 수준으로 약 1.6배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해양바이오산업의 세계시장은 미국, 유럽과 일본 등이 주도해 왔으며 그 규모는 약 7% 정도 성장하고 있다.우리나라도 약 8% 수준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약하다. 이에 우리나라 해양수산부에서는 해양바이오 신성장 전략을 하루빨리 마련하여 선진국 수준의 해양바이오산업 대열에 합류하고자 한다.우리나라가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해양수산바이오산업은 건강기능식품 및 기능성 화장품 원료를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유럽과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까지도 해양바이오산업에서 의약바이오산업에 가장 역점을 두고 성장시키고 있다.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기존의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원료를 해양바이오산업을 통하여 더욱 발전시키고, 나아가 해양바이오의약품도 함께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또한 점차 온난화가 되어가는 우리나라의 바다는 기존의 해양생물과는 다른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적으로 투자해 새로운 해양천연물원료나 소재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세션 2. 회유성 생물자원을 활용한 생태계 에너지 순환 연결고리 복원 (이충일 국립 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과 교수)"생물다양성 유지될 때 산업발전 가능"'생태계 서비스'는 자연이 인류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혜택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생물 다양성 유지를 통해 생태계와 생태계를 구성하는 종의 지속성이 유지되는 과정에서 인류가 생태계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얻는 혜택을 말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욕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생태계 서비스의 지속성과 다양성에 대한 요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인류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태계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생물 다양성이 유지될 때 가능하다. 또 생태계 서비스는 자연 생태계에서 사람으로 단방향 작용이 아닌 양방향 상호 작용이 조화를 이룰 때 그 혜택이 유지될 수 있다.이번 심포지엄의 주제인 '해양바이오 산업의 성장 & 활성화'로 생물 다양성 유지를 통해 우리 경북도가 생태계로부터 얻고자 하는 혜택(서비스)은 직·간접적인 편익을 뜻한다. 이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의 지속성 유지를 기본 전제로 하는 경우이다.앞서 말했듯이 생태계 서비스는 양방향 상호작용으로 경북도가 자연생태계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생태계로부터 받는 혜택의 질과 지속성을 키워나가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다양한 방법의 하나로 강과 바다를 오가는 물고기(황어, 은어, 연어 등)를 이용하여 단절된 '산~강~바다' 에너지 순환 연결고리를 복원하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에 가장 앞서 있는 경북도와 영덕군이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해양바이오 산업의 성장과 활성화가 함께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이성희 과장전유진 교수이충일 교수
[논설위원의 직터뷰] 영천 은해사 조실 법타 스님 "남북 불교 화합은 작은 통일…꽉 막힌 교류의 길 활짝 열리길"
"운부암 아래 물웅덩이에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허공에 걸쳐진 소나무에 쌓인 봄눈이 녹아떨어지며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수면에 와인잔 연주나 오르골 소리처럼 동그란 파문들을 탄주한다(이하 생략)" 영천 은해사 운부암(雲浮庵) 앞 연못에서 빚어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어로 조탁한 엄원태 시인의 시 '파문'의 일부다. 열사흘 전, 그 운부암으로 들어갔다. 은해사 본전에서 산길 3.5㎞를 올라가니 고색창연한 절집이 눈앞에 나타났다. 어라, 선원(禪院) 앞 연못 물에도 절집이 있는 게 아닌가. 물 위에 고스란히 비친 운부암, 영락없는 데칼코마니다. 눈을 떼지 못하다 돌계단을 오르고 나니 보화루가 있었다. 그 누각에서 노스님이 반갑게 손을 흔드셨다. 은해사 조실(祖室) 법타(法陀) 스님이다. '부처님 오신 날'(27일)을 앞두고 은해사 산중 최고 어른이자 불교계 1세대 통일운동가로 유명한 그를 만나 '스님으로 사는 법'과 세간사(世間事)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불교계 1세대 통일운동가"1989년 첫 방북 이후 100차례 다녀와 굶주린 주민들 위해 국수·빵공장 세워 YS땐 북풍 휘말려 모진 고문·수감도 친북 승려로 매도 당할때 가슴 아팠죠" 국민을 불행하게 하는 정치"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염치라곤 없어 라이벌이 아니라 적과 적이 싸우는 꼴 내년 국회의원선거 판단없이 찍지 말고 반드시 후보자 됨됨이·정책 잘 살펴야"▶스님은 '승려 될 팔자'를 안고 태어났다고 여기십니까. 출가 적 얘기가 궁금합니다. "놀라지 마세요. 내 생일이 음력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더 이상 설명 안 해도 되겠죠.(웃음) 코흘리개 때, 고향인 청주(충북) 집에 탁발승이 오곤 했어요. 그분들이 천수경을 독송하는 모습이 그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수 없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니 첫 발심(發心)이었죠, 그때는 몰랐지만. 중학교 올라가기 전엔 도서관에서 살았어요. 반야심경을 읽고 외웠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중학생 땐 '미친 놈'처럼 절에 들러 법문을 들었습니다. 그냥 절이 당기더라고요. 내친김에 중학교 3학년 때 속리산 법주사 추담 스님을 찾아갔죠. '스님이 되고 싶다'고 졸랐어요. 스님께선 허허 웃으시더니 '중도 무식하면 안 된다'며 고교 졸업장을 받고 난 뒤 오라고 하셨죠. 3년이 왜 그렇게 길어요. 졸업식 마치자마자 졸업장을 추담 스님 앞에 떡하니 내놓았어요. 근데 스님 되겠다고 집 떠날 때, 아버지 말씀이 아직도 내 골수에 맺혀 있어요. '뭐가 그리 급하냐. 더 이상 집안 망신은 시키지 마라'고. '이왕 중으로 살려면 최선을 다해라' 그 뜻이었어요" 법타 스님은 1965년 세랍(世臘·스님의 세속 나이) 20세 때 추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년 뒤 법주사에서 추담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계했다.▶쉬엄쉬엄하셔도 될 세랍(78세)인데, 해마다 동·하안거 참선 수행에 몰두하십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60년 가까운 승려 생활 가운데 20년은 책만 팠죠. 또 20여 년은 소임(조계종단 직책)을 살았어요. 근데 '승려로서 나 자신을 알아보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나'라는 상념이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하화중생은 열심히 했다고 여기지만, 상구보리는 좀 미흡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랄까. 이젠 승려로서 '내 인생'을 정리할 때가 아닌가 라는…. 그래서 '수행 삼매경'에 빠져 있답니다. 제 화두가 '이 뭣꼬' 아닙니까.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런 물음표이죠." 법타 스님은 그동안 서른 네 차례 안거 수행을 했다. 오는 음력 4월 보름~7월 보름 하안거를 앞두고 있다. 과거 사판승(事判僧) 때도 소임이 끝날 때마다 다음 소임 때까진 늘 선방(禪房)에 있었다. 스님은 "평생을 참선한 스님들도 계시는데, 그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오랜 세월 남북 불교 교류에 매진해 오셨지요. 우여곡절이 많았겠습니다."미국 유학 시절, 평화통일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일에 불교인이 앞장서야겠다고 다짐했지요. 1989년 한국 국적의 승려로선 처음으로 북한엘 갔어요. 임수경보다 한 일주일 먼저 갔을 걸요. 지금까지 북한엔 모두 100차례가량 갔어요. 금강산만도 33차례. 그 산에 108차례만 가면 통일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남북 불교가 화합하고 교류하는 것은 한마디로 '작은 통일'입니다. 훗날 통일이 될 때 북한 불교의 부흥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요. 비록 분단이 됐지만 우리 불교는 본디 하나라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지요. 무엇보다 굶주린 북한 주민을 직접 보니 너무 심란했습니다. 밥이 곧 평화인데, 배 속이 든든해야죠. 사상만을 먹고는 배불리 살 수 없거든요. 북한 사리원에 '금강국수 공장'(1997년)을, 평양에 금강산빵공장(2006년)을 세운 것도 그런 생각에서죠. 국수공장에선 인천에서 남포로 보낸 밀가루로 하루 7천700명 분의 국수를 만들었어요. 근데 이명박 정부 때 금강산 관광객 피격·천안함 피폭 사건, 연평해전이 잇따라 터졌잖아요. 결국 5·24조치(2010년)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돼 지금은 그 공장이 어떻게 돼 있는지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순 없죠. 요즘은 탈북민 정착을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분들 처지에선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빌 수 있으니까요." 평화통일불교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법타 스님은 지난해 남북 불교 교류의 발자취를 담은 '평불협 30년사'를 펴내 주목을 받았다. ▶북풍에 휘말려 애꿎은 옥살이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1994년 김영삼 정부 때죠. 느닷없는 신공안정국이 몰아쳤어요. 우리나라에 주사파가 5만명이 된다느니, 각계각층에 있다느니 말들이 많았지요. 내가 북한을 한 대여섯 번 다녀왔을 즈음이었죠. 당연히 타깃이 됐어요. '주사파'라는 색깔을 입히더라고요. 남영동 대공분실에 붙잡혀 갔습니다. 날짜도 안 잊혀요. 7월10일. '죽도록 맞는다'라는 말을 실감했죠. 잠도 재우지 않은 채. 나중에 들어보니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당한 방에 내가 있었더라고요. 결국 교도소에서 105일간 구금됐습니다. 사실, 통일운동 하면서 이런 핍박은 각오했어요. 근데 가슴이 아팠던 것은 주위에서 나를 '친북 승려'로 매도할 때였습니다. 감옥에서 스승이신 일타 스님의 편지를 받고는 펑펑 울었습니다. 스님 말씀이 '네 본분은 수행임을 잊어선 안 된다. 이제 국가가 너에게 수행의 기회를 줬다. 그곳을 국립 선방으로 여기고 나올 때까지 열심히 정진해라'는 것이었죠. 감방(監房)을 선방으로 여기며 '이 뭣꼬' 화두에 매진했습니다."▶작금 속세 정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여야가 진영논리에 갇혀 철천지수처럼 물고 뜯고 있습니다."국민이 있고 국가가 있는 것 아닙니까. 정치인들이 일신의 이익과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있어요. 염치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여(與)와 야(野)'라는 게 선의의 라이벌이지, 결코 적의 관계가 아닙니다. 요새 정치인들 보면 완전히 적과 적이 마주해 싸우는 것 같아요. 도대체 우리 국민과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국민을 위한다면 서로 진정성 있게 대화를 해야 합니다. 마하트마 간디도 얘기했잖습니까. 혼이 없는 정치, 권력욕에 사로잡힌 정치는 국민을 불행하게 한다고요. 부처님 말씀대로 여야가 물과 기름처럼 겉돌지 말고 물과 우유처럼 화합해 안심입명(安心立命)해 주길 바랄 뿐입니다. 정치는 국민만을 바라봐야 해요. 그래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진짜 중요합니다. 국민도 선량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진짜 주권자임을 명심해야 해요. 답이 나왔죠? 투표를 잘 해야 합니다. 판단 없이 찍으면 안 되지요. 특히 말만 번지르르한 후보자는 괄호 밖입니다. 후보자의 됨됨이와 정책을 꼼꼼히 살펴야 하겠지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속세와 중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은."이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든 중생이 분수를 알고 지켰으면 해요. 세간사 모든 번뇌가 거기서 출발하거든요. 번뇌하는 이는 그 번뇌가 어디서부터 왔는가를 생각합시다. 가령, 속세에서 '데이트 폭력'이란 게 있잖아요. 내가 더 노력을 해 상대를 내 사람이 되도록 하든지, 그게 안 되면 깨끗이 포기해야지요. '저 사람은 나와 인연을 지을 수 없구나' 이렇게 생각해야지요.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하나만이 다는 아니거든요. 재력·명예도 다 일시적인 것이고…. 분수를 지키면 인생이 자유롭고 행복해집니다." 법타 스님은 인터뷰를 마치고 산문(山門)을 나서는 기자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기자도 우리 승려와 비슷하잖습니까, 사회의 목탁으로서. 작은 이익에 야합하지 말고 '정의의 예봉(銳鋒)'이 돼 주시오." 스님의 말씀을 곰곰이 곱씹으며 암자를 내려왔다. 글·사진=이창호 논설위원 leech@yeongnam.com◆법타 스님은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학·석사, 미국 클레이턴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0년엔 동국대에서 승려 최초로 북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조계종 총무부장·은해사 주지 등을 지냈다. 2017년부터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으로 있다. 2018년 대종사 법계를 품수한 데 이어 2021년 은해사 조실에 추대됐다.◆법타스님이 권하는 생활 속 명상법"명상법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지요. 밤에 '내가 오늘 무엇을 했나' 한 번 생각하고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가집시다. 또 아침에 일어난 뒤엔 5분이라도 앉아서 눈을 감은 채 '내 몸과 마음 덕택에 무사히 잤다'라고 말하면서 하루를 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종의 자기암시이지요. 그리고 아침 출근할 땐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한 번 생각한 뒤 '오늘 내게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매일 실천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신기할 정도로."법타 스님이 운부암 경내 석탑 옆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스님은 "국민이 행복하려면 정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내년 국회의원 선거 땐 판단 없이 찍지 말고 반드시 후보자의 됨됨이를 살펴보자"고 말했다.
2023.05.24
[정문태의 제3의 눈] 타이 총선, 개혁 명령을 받다…피타의 전진당, 왕실·군부 개혁전선으로 전진할까
한가로운 화요일 아침, 단골 커피숍 일꾼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재잘재잘. "새 총리 뽑고 정부 구성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완(29)은 사뭇 급한 듯. "하루라도 빨리 새 정부 들어서야지 지긋지긋해." 폰(39)이 맞장구. "설마 군인들이 또 나서진 않겠지." 녹(34)은 걱정스레.지난 14일 타이 총선에서 반군부 개혁을 외친 전진당(MFP)이 승리하자 시민사회가 한껏 달아오르며 저마다 유쾌한 조급증을."총선 결과 59.39%가 아주 만족, 30.07%가 만족. 다시 선거를 해도 똑같은 투표를 하겠다는 시민이 86.49%."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은 총선 기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이틀 만에 여론조사로 쐐기까지 박아 분위기를 띄웠고. 하원 500석을 놓고 겨룬 이번 총선 결과는 한마디로 변화를 바라는 시민의 '도발'로 볼 만했다. "시민은 지난 10년 동안 (군인정치로 고생) 충분했습니다. 이제 새날이 왔습니다." 마흔두 살 먹은 피타 림짜른랏(Pita Limjaroenrat)이 이끈 전진당이 152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되리라 예상한 이들은 별로 없었다. 마찬가지로 2001년 총선부터 단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프어타이당(PTP)이 141석으로 제2당이 되리라 여긴 이들이 드물었듯이. 달리 2014년 쿠데타로 권력을 쥔 쁘라윳 짠오차의 루엄타이쌍찻당(UTN·36석)과 쿠데타 패거리로 국방장관을 지낸 쁘라윗 웡수완의 팔랑쁘라차랏당(PPRP·41석)이 저물 것이라는 예상쯤이야 모두가 했지만. 총선 결과를 놓고 보면 전진당의 승리는 예사롭잖다. 무엇보다 전진당은 방콕 33석 가운데 32석을 얻어 수도를 움켜쥔 데 이어 프어타이당의 전통 요새인 치앙마이 10석 가운데 7석을 차지해 지역 선거구 총 400석에서 113석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100석이 걸린 정당 명부 유효 투표 3만697만 표 가운데 1만417만 표를 얻어 39석을 챙겼다. 이건 전진당이 정치 심장부를 점령했을 뿐 아니라 전국적 지지를 얻었다는 뜻이다. 이번 전진당 승리의 뒷심은 '절망'과 '희망'이라는 두 상극이 한데 어울린 것으로 볼 만하다. "이젠 지쳤다. 정치판 싸움이 벌써 19년째다. 군부도 프어타이당도 다 한통속이다. 해서 변화를 바라며 표를 던졌다." 탁신과 프어타이당 광팬이었던 치앙마이 건축가 짤른 폰사논(56)처럼 숱한 이들이 해묵은 정쟁에 지친 절망감을 전진당이라는 대안에서 찾았듯이."불경죄와 징병제 폐지 같은 정치 개혁은 군부나 고리타분한 정치인한테 맡길 수 없다. 우리 같은 젊은 정당과 정치인이라야 현대화가 가능하다." 방콕 탐마삿대학 학생 수티차이 완깨오(21) 같은 이들이 젊음에 희망을 걸고 전진당을 택했듯이. 실제로 유권자 4천200만명 가운데 41세 이하가 41.7%에 달한 사실은 눈여겨볼 만했다. 시민 열망을 안은 전진당은 이제 타이 정치 개혁의 한복판에 섰다. 월요일 저녁 전진당은 프어타이당과 쁘라차찻당(9석)을 비롯한 7개 정당과 양해각서에 서명해 313석짜리 연립정부 구성의 첫발을 디뎠다. 그러나 전진당 앞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숱하게 널렸다. 무엇보다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피타 림짜른랏의 차기 총리 승인 건부터 만만찮은 과제다. 2017년 군부가 만든 타이 헌법은 하원 500석과 상원 250석 양원이 총리를 뽑도록 못 박았다. 피타 연립정부는 양원 합동 750석 가운데 헌법이 요구한 과반을 넘기려면 63석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이건 피타와 타이 정부 운명을 군부가 지명한 상원 250석이 쥐고 있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전진당이 피타를 총리로 내세워 연립정부를 구성하더라도 정치 개혁안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탓이다. 전진당이 내세운 양해각서 13개 조항을 보면 곳곳에 지뢰밭이 깔렸다. 헌법과 사면법 개정은 의회 내 정쟁으로, 탈중앙 지역분권화와 예산 재편성과 정부 투명성 확보는 관료주의의 도전으로, 동성 결혼 허용은 사회적 반발로, 토지 개혁과 산업 독점 폐지는 이권 마찰로 몫몫이 분쟁을 예고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전진당 공약의 고갱이인 왕실개혁과 군부개혁이 남았다. 비록 전진당이 7개 정당과 맺은 양해각서에서는 '입헌군주제를 유지하겠다'며 왕실 개혁을 제외했으나 피타는 "왕실 개혁안이 존경받는 국왕의 불가침 지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이 사안은 의회에서 다룰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곧장 피타는 의회와 사회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았다. "전진당의 왕실 개혁안은 국가 핵심기관(왕실)을 침해하고 손상시킬 수 있다. 이 사안은 헌법재판소 판결로 정당 해산 결과를 낳을 수 있다." 22일 보수 사회운동가 티라윳 수완깨손 변호사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전진당을 고소했듯이. 티라윳은 전진당 전신인 미래전진당(FFP)이 정당법 위반으로 해산당하고 타나톤 쭝룽르앙낏 대표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은 2020년 사태 때도 고소장을 낸 인물이다. 같은 날 상원의원 폰팁 로짜나수난도 "왕실 보호를 위해 뛰쳐나온 사람들을 얕보지 말라. 전진당의 승리가 타이 시민 모두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피타한테 으름장 놓으며 대들었고.게다가 프어타이당을 비롯한 연립정부 파트너들도 저마다 왕실 개혁안에 거부감을 드러낸 상태라 전진당이 호락호락 손댈 수 있을지 못내 의심스럽다. 이 왕실 개혁안은 징병제 폐지, 쿠데타 영향을 받은 시민의 정의 회복을 비롯한 군부 개혁안과 맞물려 또 다른 정변의 밑감 거리가 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군부는 타이 현대사를 통틀어 왕실 보호를 내걸고 정치판을 주물러온 조직이다. 쿠데타 때마다 왕실을 앞세운 전통은 언제든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군부는 이미 병력 보충을 위해 징병제 강화를 내걸며 전진당의 공약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군부에 손대지 말라는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전진당의 앞날도 개혁의 성패도 모조리 군부에 달렸다. 아직 군부가 정치판에서 손 뗄 신호로 볼 만한 게 없다. 타이에서 군인들은 언제든 이권을 향해 탱크를 몰고 나올 수 있다. 이번 정치 변혁기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사회평론가 수팔락 간짜나쿤티 말처럼 군부는 여전히 타이 정치를 을러대는 존재다. 1932년 입헌군주제 뒤부터 19번이나 쿠데타로 정치판을 뒤엎은 게 타이 군부다. 그 결과 91년 타이 현대사에서 무려 62년이나 군인이 정치판을 주물러 왔고 총리 29명 가운데 11명이 장군이었다. 기껏 29년 시민정부에서 임기 4년을 다 채운 총리는 오로지 탁신 친나왓 하나뿐이었다. 그 나머지 17명은 쿠데타 뒤치다꺼리 총리로 잠깐씩 머물다 갔을 뿐이고."쿠데타란 단어는 군사사전에서 지웠다." 선거 이틀 전 군사령관 나롱빤 찢깨우때가 한 말을 시민이 곧이듣지 않는 까닭이다. "남큰해립딱(밀물 때 빨리 물을 퍼내라)." 타이 사람들이 즐겨 쓰는 속담이다. 우리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쯤 될 법한데, 요즘 타이 정치판을 보며 떠오른 말이다. 물은 이미 들어왔다. 이제 노를 어떻게 젓느냐는 피타와 전진당 몫이다. 기회는 결코 두 번 오지 않는다. 한낱 152석 의회보다는 든든히 지지해준 시민을 믿고 개혁전선으로 배를 몰아야 하는 까닭이다. 격랑을 뚫고 갈 피타와 전진당의 노 젓기는 이번 총선에서 시민사회가 내린 명령이다. 정상 국가로 되돌아갈 타이에 행운을 빈다. 〈방콕특파원·국제분쟁 전문기자〉타이 전진당의 당수이자 총리 후보인 피타 림짜른랏이 지난 15일(현지시각) 방콕의 당 본부에서 총선 개표 상황을 지켜본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진당은 2014년 이후 집권한 보수 정당과 군부 지원 정당 연합을 제치고 총선에서 전국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 연합뉴스22일(현지시각) 타이 방콕에서 열린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민주화 정당 간 양해각서 서명식에서 지난 14일 총선을 통해 최다 의석을 차지한 피타 림짜른랏(앞줄 왼쪽 넷째) 전진당 대표와 연립정부 파트너인 7개 정당 지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8개 정당은 피타를 총리로 하는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연합뉴스
[저력있는 호국의 도시 상주 .4] 노병대와 채기중
"너는 어째서 의병을 일으켰느냐?" "너희는 우리 원수다. 너의 종족을 다 없애려 한 것이다." "함께 일을 꾀한 사람이 몇 명인가?" "내가 주모자이니 다른 사람은 알 것 없다." "죽음이 두렵지 않느냐?" "거사할 때 죽을 사(死) 자를 이마 위에 붙여 놓았다. 속히 죽여라." 일본의 강제병합을 전후하여 유생들에게는 세 가지 길이 있었다고 한다. 첫째는 의병으로 봉기하여 싸우는 것, 둘째는 자결 순국하는 것, 셋째는 은거하여 유학의 도를 지키는 것이었다. 위의 문답은 1908년 일본군에게 체포된 상주사람 노병대의 심문 내용이다. 그에게 세 가지 길은 선택이 아니라 '전부'였다.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들이 그 '전부'의 길에 있었다. 노병대, 고종 비밀조서 받고 속리산서 의병 일으켜지독한 고문 탓 왼쪽 눈 잃고도 단식 이어가며 항거채기중, 풍기광복단 결성 이후 대한광복회로 합세친일부호 처단 앞장서다 서대문형무소 형장 이슬로◆의병장 금포 노병대노병대(盧炳大)는 1856년 12월4일 상주 화동면 이소리에서 노종구(盧宗九)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호는 금포(錦圃), 본명은 병직(炳稷)으로 조선 전기에 이름을 떨친 소재 노수신(盧守愼)의 아우 후재(厚齋) 노극신(盧克愼)의 후손이다. 그는 일곱 살 때 글을 읽고 외웠으며 열 살 때는 글을 직접 지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영특했다고 한다. 열세 살에는 당대 유림의 종장이었던 성재(性齋) 허전(許傳)의 눈에 들어 그의 문하에서 공부했다. 이후 1880년 김원덕(金遠德)의 딸 의성김씨(義城金氏)와 혼인해 가정을 꾸렸고 1889년에는 창릉(昌陵)을 관리하는 참봉직을 맡았다. 그러던 1895년, 을미사변에 이어 을미개혁이 단행된다. 향교가 폐지된다는 소식에 분노한 그는 상경하여 반대 상소를 올렸으나 소용이 없었다. 1905년, 통한의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 노병대의 나이 마흔아홉이 되던 해였다. 그는 전 이조판서 이용원(李容元)을 찾아가 의병 봉기의 뜻을 전했다. 이를 전해 들은 고종은 '노병대에게 분충정난(奮忠靖亂) 2등을 내리고 특차비서원비서승(特差秘書院秘書丞)을 제수한다'는 조서를 비밀리에 내렸다. 합당한 벼슬로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었다. 노병대는 고향으로 돌아와 동지들을 모아 거사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2년이 지난 1907년 8월 그는 임용헌(林容憲), 김운로(金雲老), 송창헌(宋昌憲) 등과 함께 속리산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이른바 '노병대 부대'다. 이때 소요된 막대한 자금은 전부 노병대가 감당했다. 이들의 창의 소식에 '서울시위대'와 '청주진위대'의 해산병 200여 명이 합세해 부대의 규모는 며칠 사이에 무려 1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노병대는 김운로를 부대의 우두머리로 추대하고 전열을 정비했다. '노병대 부대'는 첫 작전으로 보은(報恩)을 습격해 일본인 2명을 사로잡고 상주의 청계사(淸溪寺)로 진을 옮겼다. 하지만 적병의 급습으로 청주 미원(米院)으로 다시 옮겼고, 그 과정에서 적 5명을 또 생포했다. 미원에서 지휘부는 부대를 둘로 나누어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이후 노병대가 이끄는 부대는 성주에서 적 10여 명을 사로잡는 등 전투를 이어나갔다. 우두령(牛頭嶺)을 넘어 김천으로 접어들었을 때였다. 매복해있던 일군이 공격해왔다. 전투는 치열했고, 살아남은 자는 고작 50여 명에 불과했다. 그는 결국 1908년 보은에서 청주수비대 소속 일군에게 체포되었다. 심문 중 그는 말했다. "거사할 때 죽을 사(死) 자를 이마 위에 붙여 놓았다. 속히 죽여라." 노병대가 끝내 굴복하지 않자 일본군은 그를 공주재판소로 보냈다. 지독한 고문이 쉴 새 없이 이어졌고 급기야 그는 왼쪽 눈을 잃었다. 끔찍한 만행으로 육신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노병대는 죽기를 결심하고 단식을 시작했다. 그가 혼수상태에 빠지면 일제는 음식물을 강제로 투입해 깨어나게 한 뒤 다시 고문과 회유를 이어갔다. 그리고 재판에 회부되어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옥에 갇힌 그에게 식솔이 찾아왔다. 그는 이소리의 야로당(野老堂) 종택이 일제에 의해 잿더미가 되었고, 아내 의성김씨가 집 앞 연못에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1910년 8월29일, 한일병합이 발표되었다. 이에 일제는 전국에 사면령을 내렸고 노병대 역시 석방되었다. 그는 다시 항쟁을 계획하다가 1913년 3월 체포되어 또다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감옥에서 단식으로 항거하다가 28일 만인 7월9일(또는 10일) 피를 토하고 세상을 떠났다. 일제에 의해 잿더미가 된 이소리 집터에는 지금 의병장 노병대의 순국비와 그의 옛 집터라는 표석이 서 있다. 그 뒤쪽에는 그를 모신 숭렬사가 자리하며 매년 4월 말경 숭모회에서 추모 제향을 한다. 나라에서는 그의 뜻을 기려 1968년 건국훈장독립장을 추서하였다. ◆항일의사 소몽 채기중상주 이안면에서 함창으로 가는 소암리 길가에 '만세동산'이라 새겨진 자연석 하나가 서 있다. 나지막한 가차산(까치산) 아래 반듯한 세 개의 비가 우뚝한 작은 공간이다. 오른쪽 비석은 독립만세 기념비다. 1919년 상주의 독립만세운동은 3월23일 상주시장을 시작으로 4월 초까지 5회에 걸쳐 일어났다. 그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던 장소 중 하나가 이곳 소암리였다. 마을은 인천채씨 집성촌으로 당시 채세현, 채순만 등의 주요 인사가 검거돼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왼쪽의 비석은 후곡(后谷) 채섬환(蔡暹奐)의 추모비다. 그는 1907년 대한제국군 해산이 단행되자 운곡 이강년의 의진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그리고 가운데에 소몽(素夢) 채기중(蔡基中)의 추모비가 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순국항일의사(殉國抗日義士)라고 새겨져 있다. 마을 이름은 원래 소암(素岩)이었다. 일제는 이를 소암(小岩)으로 바꾸었다. 그 이유가 소몽 채기중 선생 때문이라고 전한다.소몽 채기중은 고종과 흥선 대원군의 대립이 극을 향해 달리던 1873년 7월7일, 이곳 소암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채헌락(蔡獻洛), 어머니는 곡부공씨(曲阜孔氏)로 5형제 중 막내였다. 원래 양반 집안이었으나 가진 땅이 조금 있을 뿐 식량을 겨우 자족할 형편이었고, 그는 서당에서 한학(漢學)을 배우며 옛 충신과 열사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숭배했다고 전한다. 어지러운 시간이 흘러 1906년 봄, 34세의 채기중은 일제의 감시를 피해 풍기(豊基)로 터전을 옮겼다. 풍기는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이 많았고, 소백산 깊은 골짜기는 피신하기에 좋았다. 그는 이듬해인 1907년 8월, 풍기·순흥 전투를 경험했고 11월에는 치열했던 죽령 전투에 참전했다. 1910년 경술국치로 나라를 잃은 후 그는 본격적으로 동지들을 모았다. 1912년에는 의병 출신을 중심으로 결사대가 꾸려졌다. 그리고 일제의 무단통치가 극에 달하던 1913년, 채기중을 중심으로 한 19인의 항일 무장 비밀 결사인 '풍기광복단'이 결성된다. 곧 지역 유림과 계몽운동가 등이 가세하면서 200여 명으로 규모가 커졌다. 그들은 조직적인 대일 항쟁을 벌였다. 특히 영주에 '대동상점'이라는 위장 업체를 운영하여 독립 자금을 모금했다. 1915년 채기중은 대구 조선국권회복단의 박상진(朴尙鎭)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리고 박상진을 중심으로 한 대구의 조선국권회복단, 임병찬을 중심으로 한 전라도의 독립의군부 등과 합세하여 한반도와 만주를 포괄하는 '대한광복회'를 결성했다. 박상진을 총사령으로 세운 대한광복회는 비밀, 폭동, 암살, 명령 등을 4대 행동강령으로 채택했다. 그리고 군자금 모금, 혁명기지 건설, 친일부호 처단, 무기 구입, 독립군 양성 등을 목표로 경상, 전라, 충청 등 국내 각지에 비밀지부를 조직했다. 이 가운데 경상도지부의 책임자가 된 채기중은 경상도 북부지방을 중심으로 회원과 군자금을 모으는 데 전념했다. 그러던 중 박상진이 대구권총사건에 연루되어 체포되자 채기중이 조직을 사실상 지휘하면서 '대한광복단'으로 재정비하였다.'풍기광복단'으로 시작된 '대한광복단'은 약 10년간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악질 친일 부호 처단 등의 사건이 일경에 노출되면서 단원들이 대거 체포되었고 대한광복단은 일제의 주목을 받게 된다. 결국 채기중은 강순필, 박상진, 김한종, 김경태, 장두환 등과 함께 체포되었다. 3년 동안 진행된 고통스러운 재판 끝에 채기중은 사형을 선고받았고 1921년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하였다. 만세동산에 서 있는 그의 추모비 아랫돌에는 그가 옥중에 쓴 시가 새겨져 있다. '살았으면서 의리가 없다면 그것은 산 것이 아니며 하늘의 뜻에 따라 죽는다면 죽음이 곧 삶이로다.' 소암리 마을에는 채기중의 생가가 복원되어 있다. 나라에서는 그를 기려 1963년 건국훈장독립장을 추서하였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참고=광복70주년 상주의 항일독립운동, 상주문화원, 2016. 박찬승, 한국독립운동사, 2014. 한국학중앙연구원.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대한민국독립유공인물록, 국가보훈처, 1997. 독립운동사, 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 1970.상주 화동면 이소리에는 고종으로부터 밀조를 받아 속리산에서 의병을 일으킨 노병대의 생가 터와 함께 그의 위패를 모신 숭렬사가 남아 있다.상주 이안면 소암리에 복원된 채기중 생가. 채기중은 대한광복회 결성을 주도하고, 군자금 모금과 친일부호 처단 등 일제에 맞서다 순국했다.숭렬사 입구에 서 있는 의병장 노병대 순국비.소암리 만세동산에 조성돼 있는 채기중 추모비.채기중 생가 내부에는 선생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박한우의 웹3.0과 밈코인] <12> 웹3가 미치는 영향의 속도와 분야별 발전 동향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로 이와 관련된 웹3 기술마저도 송두리째 부정당할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2021년에 페이스북이 '메타'로 이름을 변경하면서 우리나라 공공기관과 지자체는 메타버스로 우르르 몰려갔다. 특히 관광과 쇼핑 목적으로 구축한 메타버스에서 실제 방문자를 찾아보기 어려워지자, 서비스를 방치하고 사업을 중단하고 있다.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3051974851 메타버스의 거품이 꺼지자, 제대로 추진조차 하지 않았던 웹3 서비스를 다음 차례로 말하기도 한다.그렇다면 웹3 관련 서비스를 추진하면 또다시 유행만을 좇다가 1~2년 만에 흐지부지되고 말 것인가. 웹3도 메타버스처럼 조만간 활성화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시기상조의 신기술인가. 한편, 해외 기관인 '미래의 오늘'(Future Today Institute)에서 발간한 '2023년 기술 트렌드 보고서 요약본'(2023 Tech Trends Report Executive Summary)을 보자. https://futuretodayinstitute.com/wp-content/uploads/2023/03/2023_TR_Executive_Summary.pdf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웹3와 메타버스가 개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의 속도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10개의 첨단 기술이 연두색의 즉각적(near-term) 영향부터 자두색의 장기적(long-term) 관련성으로 구분되어 있다.그런데 메타버스를 보면, 연두색으로 표시된 항목을 찾을 수가 없다. 다시 말해서, 메타버스가 20개 사회 및 산업 영역에 미치는 즉각적 효과는 부재하다. 그렇지만 웹3는 4개 분야에서 즉각적 영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정부 정책, 둘째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셋째 뉴스 미디어, 넷째 통신(telecommunication) 등이다. 나아가 금융 재정, 사회적 공공지원, 공급망 물류의 3개 영역에 미치는 영향이 그다음으로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제시되었다. https://futuretodayinstitute.com/wp-content/uploads/2023/03/2023_TR_Executive_Summary.pdf또 다른 해외 동향을 보면, 웹3 기술을 먼저 선점하기 위해서 관련 현황을 파악하는 빅데이터 대시보드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더리움 재단이 운영하는 글로벌 해커톤에서 소개된 '웹3 기술 레이더'가 있다. 영어 명칭은 'Web3 Technology Radar'로 홈페이지는 https://web3radar.3327.io/이다. 웹3 기술 레이더는 분석을 위해서 4개의 항목을 만들었다. 연두색의 컴퓨터 언어 프레임워크(languages & frameworks), 하늘색의 도구(tools), 노란색의 플랫폼(platforms), 보라색의 테크닉(techniques)이다. 그리고 개별 요소 기술을 평가하여 역시 네 가지 등급으로 분류하였다. 원점 주변에 위치한 채택(adoption) 단계부터 방사형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채택 다음 단계에서부터 순서대로 위치한 시험(trial), 평가(assess), 보류(hold) 등이다.<그림 2>를 보면, 채택 단계에는 노란색의 플랫폼 기술이 8개, 하늘색의 도구 기술이 8개, 연두색의 컴퓨터 언어 프레임워크와 보라색의 테크닉 기술이 각각 5개씩 위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web3radar.3327.io/tech-radar<그림 3>의 플랫폼 기술을 평가한 내용을 보면, 대중적으로 꽤 많이 알려진 이더스캔(Etherscan) 체인링크(Chainlink) 연파이낸스(Yearn Finance) 유니스왑(Uniswap) 등이 이미 채택 단계에 왔음을 알 수 있다. https://web3radar.3327.io/tech-radar<그림 4>의 컴퓨터 언어 프레임워크는 이더리움을 구현하는 솔리더티(Solidity)를 비롯해 대여섯 개가 이미 정착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반면에 Web3.js는 아직 지켜보자는 홀드(hold) 단계이다. https://web3radar.3327.io/tech-radar챗GPT의 등장 이후, AI를 향한 글로벌 경쟁은 이미 시작했다. 앞에서 살펴본 해외 동향에서도 AI가 우리 사회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즉각적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AI의 자동화된 알고리즘이 사회와 산업에 스며들어 통합되기를 기대한다면, 웹3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웹3가 제공하는 이용자 차원의 인증 없이, AI 기술은 신뢰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고도화된 AI의 실용적 사용 사례는 웹3 기반의 자율적 인증과 보안 시스템의 동반 구축이 필수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메타버스 사업도 당장 방문자가 없다고 구축을 중단하거나 서비스 철회를 선언할 필요는 없다. AI로부터 즉각적 성과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다른 기술인 신뢰할 수 있는 분산형 웹3와 집합적인 가상 공유 공간인 메타버스가 제대로 작동해야만 한다. AI 전환과정에서 웹3와 메타버스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AI와 원활히 결합할 때, 사회와 산업에 어떤 전략적 가치를 추가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즉 AI를 덧셈이 아닌 곱셈의 기술로 육성하는 전략은 웹3와 메타버스를 중요한 차원으로 포함해야 한다. AI의 열풍으로 웹3와 메타버스 등의 신기술을 불완전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AI 사업과 서비스도 아직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당장 내년에 닥쳐올 기술의 발전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지만 10년 뒤에 올 변화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공중전화에서 휴대폰으로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이어진 통신 단말기의 혁명이 AI폰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웹3와 메타버스를 초기 기술 모음일 뿐이라고 경시한 태도를 후회할 수 있다. 오늘도 혁신적 기업들은 오락과 뉴스 미디어 분야 등에 초점을 맞춘 웹3의 실험과 학습을 누적하고 있다. AI폰이 메타버스를 쉽게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면, 웹3의 파괴적인 잠재력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우리들 삶의 다양한 차원을 넘나들 것이다. 지금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웹3 기술을 지속적으로 성숙 및 발전시켜야 할 시기이다. <영남대 교수, nft-korea.eth>박한우 교수는?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한국외국어대(학사), 서울대(석사), 미국뉴욕주립대(SUNY-Buffalo)(박사)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립아카데미(NIWI-KNAW)와 옥스퍼드인터넷연구원(OII)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영남대 부임 이후에 WCU웹보메트릭스사업단, 세계트리플헬릭스미래전략학회, 사이버감성연구소 등을 주도했다. 물리적 경계 속에 한정되어 있던 인간관계와 시대이슈가 온라인을 통해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기존 법칙에 도전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방법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SCImago-EPI Award, ASIST Social Media Award 등 국제 저명 학술상을 수상했다. 과학정보 노벨상 '데릭 솔라 프라이스상'에 후보로 여러 번 올랐다. 퍼블론스(Publons) 최우수심사자(세계 1%)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국제저널인 Quality & Quantity, Journal of Contemporary Eastern Asia 편집위원장(EIC)을 현재 맡고 있다. 리서치닷컴(Research.com)에서 2022년에 발표한 사회과학 및 인문학 최고 과학자(Top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 Scientists) 순위에서 국내 1위에 올랐다. 연구자의 연구 생산성과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한 지표인 h 지수(h-index)가 48, 논문 피인용 6천322회, 논문발표 168편으로, 세계순위는 1천418위였다. 글로벌 연구성과에 못지않게, 이미 오래 전부터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심해지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외 이슈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창의적 지식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활용에 관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자문위원으로서 이 분야에서 소외계층의 삶의 개선과 지역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로 보는 우리 지역 세상을 탐구하자는 방향에서 '빅로컬 빅펄스(Big Local Big Pulse)' 랩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기반한 이슈탐지와 융합학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그림1. 웹3가 20개 사회 및 산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의 속도.그림 2. 웹3 기술 레이더가 제공하는 대시보드.그림 3. 이미 채택 단계에 진입한 웹3 플랫폼.그림 4. 웹3 분야의 컴퓨터 언어 프레임워크의 현재 수준.박한우 교수
2023.05.23
[대구의 뿌리, 문화 예술 중심지 달성 .6] 달성의 문화예술 자산
대구 달성군의 문화예술 자원은 다채롭다. 낙동강과 비슬산이라는 천혜의 자연 환경과 더불어 도동서원, 석빙고, 용연사 등 역사문화 자원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역사문화자원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넘어 과거와 현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현대적인 디자인과 건축기법으로 지어진 디아크문화관은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자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자원이다. 또 지역의 역사와 문화, 환경을 축제로 승화시킨 '달성 100대 피아노' '비슬산 참꽃문화제' '달성 대구현대미술제' 등도 달성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자산이다.낙동·금호 젖줄에다 명산까지 품어귀중한 가치 문화유산 곳곳에 간직계절마다 특색있는 축제 한마당도올해 국제(근)현대미술제 준비 중달성군, 체험형 관광클러스터 박차◆대구의 가장 큰 '보물 창고'달성군은 대구지역 8개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한다. 대구 전체(883.70㎢)의 절반(426.68㎢)을 차지할 정도다. 특히 달성군은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이 많다.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 금호강과 함께 비슬산까지 품고 있어서다. 비슬산은 팔공산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명산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암괴류가 독특한 경치를 빚어내고, 천왕봉(해발 1천83m)·월광봉(해발 1천m)·조화봉(해발 1천59m)·대견봉(해발 1천35m) 등 1천m가 넘는 봉우리들이 능선을 형성하고 있어 수많은 등산객이 모여든다. 더욱이 정상 부근에는 참꽃 군락이 형성돼 있어 봄이면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대견봉 정상에 위치한 대견사와 함께 용연사, 유가사 등 오랜 역사를 간직한 사찰도 비슬산에 둥지를 틀고 있다.달성습지는 강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생태 공간이다. 낙동강과 금호강·진천천·대명천이 합류하는 지역 일대에 형성된 달성습지는 총면적이 약 2㎢에 이른다.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로 주변에 충적저지(沖積低地·흐르는 물에 의해 토사가 운반돼 쌓인 저지대)와 범람원(氾濫原·하천의 범람으로 하천 양쪽에 물질이 퇴적돼 형성된 평탄한 지형)이 발달해 있다. 희귀식물인 모감주나무를 비롯해 쥐방울덩굴,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등 약 520종의 생물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로, 왜가리, 고니, 홍머리오리, 청둥오리가 철마다 찾아들고 맹꽁이(환경부 2급 보호 동물) 서식지로도 유명하다.낙동강 변 옛 사문진 자리도 지역의 대표적인 수변 공간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국내 최초로 피아노가 들어온 영남권 물류의 중심지는 이제 매년 100만명이 찾는 관광지로 변모했다. 이외에도 송해공원과 송해기념관이 있는 옥연지, 벚꽃길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달창저수지도 달성의 생태 수변 공간으로 손꼽힌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품은 달성지역 곳곳에는 '보물'처럼 귀중한 가치를 지닌 문화재가 숨어 있다. △도동서원 중정당·사당·담장 △용연사 금강계단 △묘법연화경 권4~7 △용연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및 복장유물 △태고정 △현풍 석빙고 △운흥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하목정 △대승기신론소 권하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만 9점에 달한다. 또 도동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비슬산 암괴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으며 삼가헌 고택과 조길방 고택은 국가민속문화재다. 달성군 전체가 하나의 역사·문화·예술·생태 공간이자 보물 창고인 셈이다.◆지역色 가득한 축제들달성에서는 계절마다 특색 있는 축제가 줄을 잇는다. 정월대보름 달맞이 문화제를 시작으로 '옥포 벚꽃축제' '전국민속소싸움 달성대회' '비슬산 얼음축제' 등 다양한 주제로 한바탕 큰 잔치가 벌어진다.특히 달성의 축제는 지역만의 독특함을 지니고 있어 하나의 문화 자원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대표적인 행사가 바로 매년 4월이면 열리는 '비슬산 참꽃문화제'다. 축제기간 비슬산 일대는 참꽃을 구경하려는 등산객과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비슬산 정상에는 100만㎡(30만평)에 달하는 참꽃군락지가 있는데, 늦은 봄 참꽃이 만개하면 진분홍의 화원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단순히 참꽃을 보는 데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고 각종 체험도 할 수 있다. 산신제부터 축하 공연, 생활예술페스티벌, 참꽃가요제, 반딧불이 버스킹, 참꽃 시화전까지 문화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이어진다. 달성만의 독창적인 문화 콘텐츠로 '달성 100대 피아노 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최초의 피아노가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들어온 것을 기념해 매년 낙동강 변에서 대규모 피아노 공연을 한다. 역사적 사실을 사회·문화적 콘텐츠로 풀어낸 예술공연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또 공연 예술의 영역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낙동강 강정고령보 일원에서 매년 열리는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도 지역의 대표 축제다. 빼어난 낙동강 변을 배경으로 국내외 다양한 작가들의 현대미술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는 1970년대 대구에서 시작된 현대미술제를 계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시민에게 현대미술을 보다 쉽게 접하게 함으로써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올해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는 9월15일~10월15일 예정돼 있다. 달성군은 새로운 예술 행사로 '대구국제(근)현대 미술제'를 준비 중이다. 달성 대구현대미술제와 별도로 해외 작가의 참여를 대폭 확대한 국제 미술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아직 정확한 시기와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달성군은 지역 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운영·관리·확충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역사문화 자원과 생태 자원을 연계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넘어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대표적인 사례가 '도동서원 권역 관광클러스터 구축사업'이다. 지역 대표 역사문화 유산인 도동서원과 낙동강 레포츠 밸리를 묶어 '체험형 레저·문화 관광클러스터'로 구축한다는 게 골자다. 수상 레포츠부터 전통 놀이까지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도록 기반시설을 마련해 관광객에게 보다 많은 즐길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이를 위해 낙동강 레포츠 밸리에는 카약, 플라이보드, 블롭점프 등을 확충하고 도동서원에는 국궁, 다도, 서예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소요 예산은 40억원 정도다. 달성군은 오는 8월 '도동서원 권역 관광클러스터 구축' 연구용역을 시작해 2026년에는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하목정~육신사 관광명소화 사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달성군은 2026년까지 3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하목정과 육신사 일원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하목정 건물을 보수하고 주차장은 물론 화장실과 관리소, 방재시설 등 편의시설을 설치한다. 육신사 경내와 연접지에 편의 시설 확충과 더불어 주변 수목 정비와 함께 새로운 식물을 심어 관광지로써 매력을 더한다. 또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나 관람객이 문화재 주변 경관을 둘러볼 수 있도록 산책로도 조성한다.'화원 가족테마파크'도 중요 문화관광 인프라 사업이다. 달성군은 화원유원지 안에 20만7천720㎡ 규모로 약초원, 자연치유원, 예술공원, 어린이 테마공원 등을 갖춘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체험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예산만 260억원에 이른다. 지난 3월 기본 구상 및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고, 대구시로부터 화원관광지 지정 및 조성계획 변경 승인이 나길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 착공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달성군의 문화예술 분야는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2월, 달성군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달성군은 앞으로 5년간 정부로부터 최대 200억원을 지원받아 문화도시 사업을 이어가게 된다. 김병수 달성문화재단 달성문화도시센터장은 "달성은 과거부터 금호강을 중심으로 발전한 전통적인 유교문화에 있어 대구의 중심이었고 굉장히 좋은 문화자원을 많이 갖고 있다"며 "이번 법정 문화도시 지정은 달성군의 문화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대구 달성군 비슬산 정상에 참꽃이 만개해 진홍색 주단을 깔아 놓은 듯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달성군은 참꽃 개화 시기에 맞춰 매년 봄 '참꽃문화제'를 개최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영남일보 DB〉달성군은 도동서원(위쪽)과 하목정 등 지역 역사문화 유산을 관광 자원화하는 것을 넘어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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